소이연은 멍하니 서서 불에 타는 승용차를 바라봤다.아직 안 나왔어.왜 아직도 안 나와?심문헌은 육현경이 다시 돌아왔을 때 진심으로 놀랐다.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돌아온 것이다.그것도 소이연을 위해서.두 사람이 이토록 생사를 같이 하는 사이인 줄은 몰랐다.육현경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이연을 사랑했다.“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심문헌이 물었다.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차 안이 찜통처럼 더웠다.육현경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차문을 옮겼다.“당신이 죽는다면 이연 씨는 아마 평생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기억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단지 이연이 슬퍼하는 거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육현경이 거친 숨을 쉬며 차갑게 말했다.“당신의 몸에 뭐가 박혔는지 살필 시간이 없어요. 지금 바로 문을 열어야겠어요. 아니면 우리 다 죽어요.”“알았어요.”심문헌이 대답했다.그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때 운전석에 있던 기사가 가까스로 의자에서 빠져나왔다.온몸이 피투성이고 상처투성이였다.“저 나왔습니다.”기사가 다급하게 말했다.위험한 상황이지만 기사는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도울 것이 없냐고 물었다“밖에서 이 차문을 열어줘요.”육현경이 분부했다.“알겠습니다.”기사는 발로 운전석의 창문을 차버리고 신속하게 밖으로 빠져나갔다.그리고 심문헌의 옆에 다가왔다.그때 불길이 또 거세지면서 기사의 옷깃에 불이 붙어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기사는 바로 손으로 불을 꺼버리고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불이 더 세졌어요.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다 죽어요.”“당신 두 손으로 차창을 꽉 잡고 밖으로 당겨요. 내가 셋을 세면 발로 힘껏 찰게요.”육현경이 지시했다.“알았어요.”기사는 황급히 차창문을 잡았다.육현경이 발로 차문의 위치를 조준했다.“하나, 둘, 셋!”육현경이 외치는 동시에 발로 힘껏 차문을 차버렸다.승용차가 흔들릴 지경인 데도 차문을 끄떡없었다.심문헌은 여전히 차문에 깔려 움직이지 못했다.“계속해요!”육현경이
소이연은 온몸이 떨렸다.아니야. 아니야… 이렇게 죽으면 안 돼.다시 일어섰지만 허약한 몸뚱어리 때문에 또 넘어졌다.육현경을 찾아야 돼.그 사람 찾으러 가야 돼…그녀는 기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이 순간 절망적이고 가슴이 아파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그때 얼핏 그림자를 보았다.불길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그녀 쪽으로 달려왔다.그들 몸에는 온통 불이 붙어서 타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었다.육현경이 살아있다.세 사람이 한참을 달리다 바닥에 엎드려 몸에 붙을 불을 끄려고 했다.소이연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육현경에게 달려들어 자신의 몸으로 불을 껐다.드디어 불이 사라졌다.하지만 승용차는 지금도 타고 있다.모두 바닥에 누워 숨을 돌렸다.재난 속에서 살아난 느낌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체험했다.육현경은 바닥에서 일어나다가 몸이 옆으로 휘청거렸다.하지만 다시 쓰러지지 않고 잠시 멈춰서 자신의 옷을 벗었다.옷은 이미 불에 타서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소이연의 몸을 감쌌다.방금 그녀는 불을 끄기 위해 드레스를 벗어서 지금 살색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있었다.육현경은 자신의 정장 옷으로 그녀의 몸을 가렸다.소이연은 거절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비록 교통사고는 당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나 못 버티겠어.”어둠속에서 심문헌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는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육현경이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장기를 다쳤어요?”시간이 긴박해서 그를 돌볼 겨를이 없이 차문을 망가트리고 나온 것이다.조금만 더 늦었다면 세 사람 모두 차 안에서 죽었다.“아, 아니에요…”심문헌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더니 연신 숨을 헐떡거렸다.육현경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심문헌의 상태가 너무 이상해 다가가서 살펴봤다.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그리고 숨을 급하게 쉬고 몸이 매우 뜨거웠다.육현경이 심문헌의 이마를 짚어보았다.방금 사람을 구하는 것
”걱정 마, 내가 해결할 수 없어.”소이연이 밀어내려 했지만 육현경은 여전히 꼭 안고 놔주지 않았다.“너라면 할 수 있어.”소이연의 말에 육현경이 살짝 당황했다. 말속에 담긴 의미를 눈치챘는지 소이연을 꼭 안았던 팔이 느슨해졌다.“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소이연은 그의 품에서 나와 심문헌에게 다가갔다.일그러진 그의 표정을 보니 극치에 도달한 것 같았다. 그리고 눈, 코와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소이연은 잘못 본 줄 알았다.지금은 아직 어두운 밤이니까.그녀는 손끝으로 심문헌의 콧구멍에서 흐르는 끈적한 액체를 만지고 초점이 없는 눈과 귀에서 흐르는 피를 보았다.심씨 가문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약을 먹인 거야?정말 심문헌을 죽음으로 몰아내는 거야?오늘 교통 사고가 성공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그녀와 심문헌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함정을 판 것이다.그러면 육현경과 철저히 관계를 끊게 된다.심씨 가문은 정말 독하고 음흉했다.“심문헌 씨, 왜 그러십니까?”기사도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원래는 재난 속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생각했는데 심문헌이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정말 교통 사고 때문에 장기를 다쳤나?기사는 어쩔 바를 몰랐다.육현경도 지금 심문헌의 상태를 똑똑히 보았다.“해결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거야.”“심문헌 구급대가 왜 아직도 안 오지?”소이연이 물었다.교통 사고 때문에 휴대폰이 부서져서 구급대가 어느 위치에 떨어졌는지 찾지 못한 모양이다.“이제 어떡해?”소이연이 육현경에게 물었다.어렵게 살아남았는데 이렇게 심문헌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육현경이 미간을 찌푸렸다.“왜 날 그렇게 쳐다봐?”그는 죽어도 이런 짓은 할 수 없었다.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라 시선을 돌려 기사를 봤다.기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허둥거렸다.“기사님은 심문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소이연이 물었다.“심 선생은 내 고용주예요. 죽는 한이 있다고 해도 할 겁니다.”기사가 단호하게 말했
이렇게 가파롭고 경사진 길을 소이연까지 안고 가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하지만 소이연은 정말 힘이 없었다.눈꺼풀을 들 힘조차 없어서 두 눈을 감고 육현경의 품에 기대었다.얼핏 주변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헬리콥터의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심문헌의 구급대가 왔나 봐.정말 타이밍이… 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게 도착했다.소이연은 드디어 깊게 잠들었다.다시 일어났을 때 낯선 곳에 누워 있었다.병원도 아니고 장안의 집도 아니고 육현경의 집도 아니었다.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지금도 눈꺼풀이 매우 무겁고 머리도 무거웠다.마치 오랫동안 잠을 자서 깨어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일어났어?”옆에 육현경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매우 가볍고 매우 부드러웠다.소이연은 시선을 돌려 익숙한 육현경의 얼굴을 보았다.원래는 말끔하고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크고 작은 흉터들로 가득했다.소이연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나 지금 어디에 있어?”그녀의 목소리는 잔뜩 쉬었다. 목도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낙성이야.”육현경이 한마디 덧붙였다.“걱정 마. 여긴 안전해.”그녀는 심씨 가문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반항할 힘이 없었다.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다.“내가 부축할게.”육현경은 허리를 굽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고는 편하게 기댈 수 있게 등에 푹신한 베개를 놓았다.그제야 소이연은 수액을 맞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 방도 임시 의료실로 변했다.그녀는 육현경의 도움을 받아 앉았다.“물 마실래?”육현경이 물었다.“응.”소이연이 대답했다. 목이 정말 아팠다.육현경이 일어서서 따뜻한 물을 따랐다.“내가 먹여줘?”“할 수 있어.”소이연이 가까스로 손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지금은 숨쉬는 것 마저도 힘들었다.“억지 부리지 마.”육현경은 컵을 소이연의 입가에 가져갔다.“너 3일 동안 자느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수액으로 목숨을 이어 가서 힘이 없는 건 정상이야.”소이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다.육현경이 과분하게 잘해주는 태도 때문에 남은 생에 장애로 살아야 되는지 의심스러웠다.그래서 당황스러웠다.육현경이 빙그레 웃었다.얼굴에 상처 가득한 남자가 웃는 모습이 왜 이렇게 잘 생겼는지…소이연은 시선을 돌렸다.“걱정 마. 팔도 멀쩡하고 다리도 붙어 있어. 오른쪽 다리가 살짝 골절되고 곳곳에 찰과상이 있어서 피를 좀 많이 흘렸어. 하지만 의사는 곧 회복할 거라고 했어.”육현경이 진지하게 대답했다.“너는?”소이연이 다시 그를 보았다.난 괜찮다면 너는 어떤데?많이 다쳤어?교통 사고는 당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구했을 때 많이 다쳤다.지금 그의 두 손은 붕대에 감겨져 있었다.그런 손으로 자신에게 물을 먹여줬다.“난 괜찮아.”육현경이 담담하게 말했다.소이연은 물을 천천히 삼켰다.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말할 수 없었다.지금 정말 피곤해서 온몸에 힘이 없고 나른했다.“좀 더 누워 있어. 죽 가지러 갈게.”육현경이 방에서 나간 뒤에 소이연은 침대 가드에 기대어 큰 방을 훑어보았다.여기가 낙성이라면 대체 어디지?현경의 집인가?혹시 심아윤이 오지 않을까?소이연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그때 심문헌이 떠올랐다.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진심으로 심문헌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한 사람의 생명이기도 하고 그녀의 비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심아윤과 대립할 때 심문헌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도와줄 수 있다.소이연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았다.그제야 교통 사고로 휴대폰이 잿더미가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소이연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육현경이 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벌써 왔어?미리 다 끓여 놓은 거야?그래서 깨어나기를 계속 기다린 건가?소이연은 가슴이 뭉클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의사가 그랬어. 일어나면 담백하게 먹으라고 했지만 소금도 좀 먹어야 체력이 빨리 회복된다고 했어. 야채 죽을 끓였는데 일단 이거라도 먹자.”육현경은 말하면서 소이연의 옆에
그가 말하는 ‘의사’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민이를 불러올까?”육현경이 물었다.“의사 말로는 지금 네가 5일 정도는 누워서 쉬라고 했어. 보름 뒤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하는 자유로운 움직임이란 신체의 다른 기능들이 회복하는 것을 의미하고 골절된 다리는 적어도 3개월은 지나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어.”“부르지 마.”소이연은 거절했다.육민에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래.”육현경도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두 사람이 침묵하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소이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 화장실 가고 싶어.”“내가 안아줄게.”소이연이 거절하기 전에 그가 번쩍 안아서 들어올렸다.안고 보니 아직 수액을 맞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육현경은 수액을 보다 다시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이건 영양 수액이야. 방금 죽을 먹었으니까 이젠 보충하지 않아도 돼. 지금 빼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알았어.”육현경이 주사를 빼는 동작은 그나마 능숙한 편이어서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주사를 빼고 그녀 대신 피가 멎도록 꼭 눌러주었다.“됐어.”한참 뒤에 소이연이 재촉했다.“이거 유치 주사야. 오래 눌러야 돼.”“못 참겠어.”소이연은 당장 쌀 것 같았다.육현경은 그제야 반응하고 재빨리 그녀를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조심스럽게 변기 옆에 세우더니 소이연이 말하기 전에 이미 바지를 내렸다.소이연의 옷은 진작에 갈아 입혔다.옷이 헐렁한 것이 아마도 그의 옷과 바지 같았다.바지를 벗길 때 전혀 힘이 들지 않아 벗기는 줄도 몰랐다.“얼른 싸.”육현경은 태연했다.이런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소이연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변기에 앉았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바지를 확인했다.생리가 온 것 같았는데 지금 생리대가 없이 아주 깨끗했다.육현경은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어제 끝났어.”“…”소이연이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쳐다봤다.그래서…그래서 네가 바꿔준 거야?아무리 태연한 사람이라도 지금 이
소이연은 기막혀서 육현경을 바라보았다.육현경은 태연한 얼굴로 얘기했다. “최근 며칠 동안은 내가 당신을 보살펴 주었어.”그래서?“얼굴 씻겨주고, 몸을 닦아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육현경은 최근 며칠 동안 그녀를 위해 한 일을 하나하나 얘기했다.“그만하면 안 돼?” 소이연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좋아.” 육현경은 또 다시 웃었다.그 웃음은, 참 예뻤다.“안 씻어.” 소이연은 거절했다.모르는 것과, 세세하게 잘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여긴 정확히 어디야?” 소이연은 물었다.씻으려는 마음을 저버리기 위해 그녀는 다른 화제를 찾았다.“낙성 시에 있는 나의 주택이야. 심씨 가문까지 차로 2시간 정도의 거리야. 여긴 나 외에, 가정부 두 명, 경호원 다섯 명, 주치의 한 명 있어.” 육현경은 대답했다.“심아윤은 왔었어?” 소이연이 물었다.마음에 걸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그들의 현재 관계로 보아,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그녀가 알고 싶은 것은 단지 심아윤의 안위이다.만약 심아윤이 본다면, 육현경이 그녀를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믿기 어려울 것이다.그날 밤처럼.위험한 상황인 걸 육현경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하였다.“그녀는 여길 몰라. 정확히 말해, 심씨 가문 사람은 내가 여기에 개인 주택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 육현경은 얘기했다.소이연은 육현경을 바라보았다.“진짜야, 거짓말 안 해.”소이연은 입술을 살짝 물더니, 직설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당신 그날 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몰랐어.” 육현경은 대답했다.소이연은 눈썹을 찌푸렸다.“낙성 시에 와서 한 달 동안, 나는 단지 심씨 가문을 도와 심씨 그룹 일을 처리하고, 겸사겸사 심아윤과 함께 심씨 그룹에서 주최하는 자선 연회를 계획 및 준비하고 있었을 뿐이야. 심씨 가문 사람이 암암리에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는지는 나도 몰랐어. 그들은 여전히 나를 심각하게 경계하고 있어.”“그럼, 왜 내가
소이연은 머리를 끄덕였다.육현경의 분석에 대해 찬성하는 바이다.“방금 심씨 가문에게, 관건이 되는 인물이 하나는 심문헌이고, 하나는 나라고 했어.” 육현경은 소이연을 보고 이어서 분석했다. “하지만 심태섭이 심문헌과 나를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어. 심문헌은 싹을 잘라 후환을 없애려는 태도였고, 나한테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그들과 같은 편이 되게끔 나를 끌어들이고 있어. 그리고 나를 끌어들이는 데 있어서의 난제는 바로 너야, 하여 심씨 가문에서 너를 기필코 해하려고 했을 테고.”소이연은 눈빛이 흔들렸다.육현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육현경은 이어서 얘기했다. “자선 연회가 열리던 그날 밤, 너와 심문헌이 동시에 나타났을 때, 그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는 것을 눈치챘어. 심씨 가문 사람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테니. 사실 난 심씨 가문의 생각을 완전히 맞출 그런 능력은 안 돼, 모든 것은 다 내가 가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후에 일어난 일에 대한 분석 역시. 난 예언자도 아니고, 사전에 너를 보호할 준비도 철저하게 하지 못했어. 심씨 가문에서 너와 심문헌을 차 사고로 위장해서 다치게 할 것이라는 생각 역시 마지막에야 알게 되었어.” 육현경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마치 그날 밤 사고가 떠오른 듯이. 만약 조금만 불행했어도, 지금의 소이연은 이미 처참하게 저 세상에 갔을 것이다.”이것이 바로 내가, 너를 낙성 시에 오지 말라고 말리는 이유야. 네가 오지 않으면, 심씨 가문에서 심문헌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은 있지만, 네가 오면, 그들은 무조건 심문헌을 표적으로 삼을 테니. 그 누구든 굴러오는 이익을 마다할 사람은 없어, 하물며 심씨 가문 같은 그런 능구렁이들은 더 그럴 것이고.”소이연은 침묵을 지켰다.그녀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낙성 시에 오게 되면 위험천만하다는 것을.하여 연회에서 미리 심문헌과 함께 떠났던 것이었다.하지만, 육현경의 얘기대로, 그들은 신선이 아니기에, 그 누구도 심씨 가문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