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유백희는 분노가 치밀었다. 소승영은 유백희를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소승영, 나한테 이러면 벼락 맞을 거야!" 유백희는 그에게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이미 끌려 올라가 그녀 자신의 방에 갇혔고, 그녀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아무도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양화랑은 유백희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소나은이 소씨 가문을 장악하고 있어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어쨌든 그녀의 마음속에는 모두 소준환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유백희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소나은은 친자식이었으니, 소나은이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은하 그룹. 소이연이 업무를 보는 중, 장문기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회장님, 심문헌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누구?"은하 프리미엄 제품 융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합니다." 장문기가 그가 온 목적을 전달했다. 소이연은 침묵에 잠겼다. 현재 입찰한 협력업체들이 모두 철수한 상황이었기에, 이사들과 오늘 오전 회의에서 상의한 결과, 스스로 투자하고 독립적으로 운영, 판매할 계획이었다. 비록 리스크가 비교적 크고, 자금이 부족할 수 있지만, 경영권을 제삼자에게 방해받지 않고 더욱 여유 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들어오라고 해.” 소이연은 사업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훤칠하고 반듯한 몸매에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엄청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이연 씨." 심문헌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소이연은 일어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은하 그룹의 고급 패션에 투자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왜 저와 함께 일하고 싶으시죠
소이연은 심문헌의 회사 서류를 닫았다. 마음속에 답이 있는데도 안색은 바뀌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심 선생님께서는 저와 심씨 집안 사이의 숨겨진 관계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심문헌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알기 때문에 소이연 씨에게 협력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소이연은 눈썹을 가볍게 추켜올렸다. "적의 적은 친구예요." 심문헌은 온화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심아윤과 소나은의 협력은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닙니까?” 소이연은 심문헌을 자세히 살폈다. 그는 심아윤과 소이연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밑바닥을,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내막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사람과는 자신이 협력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이연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다. 심문헌은 직접적으로 말했다. "소이연 씨는 일단 거절하지 말고, 내가 왜 심아윤을 겨냥해야 하는지, 우리의 협력이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들어주세요.” 소이연은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켰다. 심문헌이 말했다."할아버지 세대에 앞서 증조할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 심씨 가문은 규칙을 정했고, 우리 할아버지는 정치를 하고, 심아윤의 할아버지는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수십 년 동안은 모든 것이 평화로웠고 심씨 가족은 서로를 지지했죠.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심아윤의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각종 정치활동에 자주 참석하는 등 정치권으로 고개를 돌렸고 심진우 역시 할아버지를 따라다녔어요. 심진우는 자신이 심씨 그룹의 후계자라고 하지만, 사실상 모든 사업은 심아윤이 도맡아 한다고 했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가며 우리 집안의 정치권 입지를 없애려는 야망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려면, 심종원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세력의 뒷받침이 필요하게 되는데, 심종원이 가장 먼저 노리는 대상은 바로 장안시 제일의 부자인 육씨 가문이었죠. 그 결과, 육현경과 심아윤의 갑작스러운 혼인 소식이 들려오게
"집안의 힘을 지키기 위해 소이연 씨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심 선생님이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닐까요? 재력적인 면을 따지면, 저는 육씨 가문, 심지어 장안시의 다른 상업계 거물들보다도 한참 뒤 떨어지고, 능력적인 면에서도... 정계는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고 아는 것도 없어요. 심 선생님은 저랑 협력하고 싶어 하시지만 솔직히, 심 선생님께는 어떤 면에서도 득이 될 게 없어요.” "소이연 씨는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네요. 육현경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소이연 씨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죠...” "감정과 능력은 별개예요.” 소이연은 반박했다. "물론 이것도 그중 하나이기는 합니다. 두 번째로, 심태섭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우리 집안에서는 그의 영역인 재계에 발을 들여놓을 겁니다. 현재로선 소이연 씨가 제가 재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발판의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확실히 소이연 씨의 재력은 부족하지만, 나는 당신이 다크호스라고 생각해요. 곧 많은 사람을 추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을 믿어요." 심문헌은 소이연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고, 자신이 결심한 일에 대해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육현경과 심아윤이 순조롭게 결혼하지 못하게 하려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육현경과 심아윤이 결혼했으면 합니다." 소일심은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그녀는 화가 나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육현경과 심아윤이 결혼하길 바랐다. 그들이 원만하게 결혼하고, 자신은 그들의 세계에서 순조롭게 빠져나오기를 원했다. "소이연 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육현경은 심아윤과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왜 날 찾아오신 거죠?” 소이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육현경을 찾아가셨어야죠.” "그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너무 목적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에요. 지금 저희 집과 심태섭은 아직까지는 미묘한 단계에 있고, 완전히 집안을 들쑤실 정도는
심문헌은 한참 동안 아무 말하지 않았다. 소이연은 원래 설명하려 하지 않았지만, 심문헌이 힘들게 발걸음 한 것을 알기에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심 선생님의 말씀을 다 이해합니다. 정말로 저를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 집안일에 관여하고 싶지도, 능력도 없어요. 심 선생님이 하시려는 일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고 제 능력 밖의 일이에요. 저는 제 삶에 큰 욕심을 두지 않고, 그저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을 뿐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반박하겠죠. 저도 현재 제 삶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적어도 제 스스로 삶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심문헌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이 때문입니까?” 그가 물었다. 소이연의 안색이 변했다.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어요." 심문헌이 직접적으로 말했다. "선생님께서 그런 분이라면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아이를 이용해 협박하는 게 아닙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비겁한 사람은 아닙니다." 심문헌은 급히 해명했다. "엄마는 강하다고 했습니다. 소이연 씨는 아이에게 보다 낫고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심 선생께서 그런 마음이 없으시다면 다시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소이연은 비꼬며 말했다. "그러죠." 심문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돌렸다. "소이연 씨는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싶지 않습니까? 심아윤의 협박 때문에 이렇게 모욕을 당하고도 참으려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모든 희망을 육현경에게 걸었나요? 육현경은 결국 사업가입니다. 소이연 씨가 그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을 부인하지 않지만, 자신의 이익 앞에서 단호하고 확고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심 선생님도 사업가이고, 저희는 오늘 처음 만났는데 제가 어떻게 심 선생님을 믿고 협력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이익만 일치할 뿐인가? 단지 원하
소이연은 심문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당신을 도와 심아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번 협력으로 사업을 더 발전시키는 것뿐이에요.” "그걸로 충분해요." 심문헌이 말했다. "큰일은 서둘러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초가 없는 성공은 빠르게 실패하는 법이니까요.” "은하 패션 운영전략에 관해 말씀드릴까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투자만 하고, 다른 일은 전적으로 소이연 씨에게 맡길 겁니다.” "알겠습니다." 소이연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심문헌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사업에는 그다지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괜찮으시다면 협력을 축하하는 의미로 식사를 대접할 수 있겠습니까?” "죄송해요, 요 며칠은 시간이 없어요." 소이연은 거절하며 말했다. "아들을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그럼 모자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게요." 심문헌은 그녀를 존중하며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연락을 위해 소이연 씨의 전화번호와 카톡 아이디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두 사람은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심문헌은 은하 그룹을 떠났다. 그가 떠나자마자, 그 소식이 심씨 가문에 전해졌다. 심아윤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심진우가 비웃으며 말했다. "재계 진출을 노린 게 분명해. 그렇게 하면 우리를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동안 심문헌의 할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고, 그들의 할아버지가 서울에서 빈번하게 활동했기 때문에, 심씨 가문의 주도권은 이미 서서히 그들의 집안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심문헌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계에 진출하려는 사람들 중 누가 소이연을 찾지 않겠어? 소이연이 아무리 재주가 좋다 해도, 그를 재계에서 입지를 다지게 할 수 있을까? 그가 소이연을 많이 밀어줄 것 같아서 걱정돼." 심아윤은 소이연에게 앙금이 깊다. "소이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심태섭이 불쑥 입을 열었다. 두 남매는 자연스럽게 공
소이연은 사실 육현경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했다. 그녀와 심문헌의 협력은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소문들이 이미 흘러나와 내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재계에서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심씨 가문이 소이연의 작은 그룹과 협력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육씨 그룹과 같은 큰 그룹과 협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협의가 끝났고 최종 결과만이 남았었다. "들어와." 소이연이 방문을 열었다. 육현경은 소이연을 따라 소파에 앉았다. "왜 심문헌과 협력하는 거야?”. 육현경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기회가 있었고 뜻이 맞았고, 그리고 가치가 있으니까." 소이연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심씨 가문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어?” "이번 협력이 나에게 유익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 "소이연, 정말 심문헌의 목적을 모르는 거야?" 육현경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만 얻으면 돼.” "심문헌은 아마 너에게, 심태섭이 정계에 진출하려고 하기 때문에, 정계에서 자신 집안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을 거야. 하지만 심문헌은 그의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것을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야, 맞지?" 육현경은 한 자 한 자 명확하게 말했다. 소이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심태섭이 심씨 가문의 오랜 계율을 깨뜨린 것은, 때가 되었기 때문이야. 이미 때가 된 일인데, 네가 지금 끼어드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육현경이 물었다. "심문헌은 심아윤의 표적이 된 내가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게 해 줄 거야." 소이연은 차갑게 말했다. "그가 물러나는 건 어때?” "그렇게 할 생각 없어.” “소이연, 넌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야.” "그럼 내가 너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는 거야?" 소이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육현경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믿음이 안 가?”"네가 지금 말했잖아, 심태섭은 지금 하늘과 같다고, 같은 심씨 가문의
육현경은 꽤 오랜 시간 잠을 잤다. 소이연이 시계를 확인하니 이미 밤 12시였다. 이대로라면, 내일 일어나서 출근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녀는 파일을 저장하고 컴퓨터를 끄고 육현경에게 갔다. "육현경, 일어나.” 소이연이 그를 깨웠다. 육현경은 미간을 좁히며 당황해하며 일어났다. "늦었어. 집에 가서 자... 아!” 소이연은 비명을 질렀다. 소이연이 육현경의 위로 넘어지며 두 사람은 함께 소파에 쓰러졌다. 소이연의 몸이 굳었다. 따스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읍!” 소이연은 빠르게 반항했다. 하지만 육현경이 그녀를 세게 껴안았다. 소이연은 육현경의 가슴에 안겨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육현경의 입술을 깨물었다. 순간 두 사람의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감돌았다. 육현경은 그녀의 행동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소이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화가 난 얼굴을 보며 그는 그제야 그녀의 작은 몸이 자신의 몸 아래에 깔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정신 차리고... 읍!” 육현경이 다시 한번 소이연에게 격렬한 키스를 했다. 거칠었던 키스가 부드럽게 바뀌며 소이연은 키스에 점점 빠져 들었다.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힘껏 몸을 뒤틀며 육현경을 밀어냈다. 육현경이 마침내 소이연을 놔주자 그녀는 이를 갈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육현경!”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육현경은 웃으며 자신의 혀로 입술에 묻은 피를 핥았다. 소이연은 그를 쏘아보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그녀에게 소용이 없었다. "미안해." 육현경이 사과했다. 소이연은 그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느껴졌다. "비켜." 소이연이 차갑게 말했다. 육현경은 소이연의 부드러운 몸이 자신의 품에서 떠났다. 방금 꾼 꿈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꿈속에서 소이연은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꿈속에서의 절망감은 그가 깨어나는 순간 자제력을 잃게 만들었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육현경은 자신의 감
12월, 장안시의 날씨는 이미 완전한 겨울이었다. 송문수는 12일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았다. 장안시는 서른 살이 되는 생일을 중요하게 여겨, 생일 파티를 유난히 성대하게 치르는 관습이 있었다. 때문에 송문수의 생일 파티에 그의 ‘죽마고우’ 들과 장안시의 인사들이 초대되어 매우 시끌벅적했다. 소이연도 초대된 손님 중 하나였다. 그동안 은하 패션의 프리미엄 의상 출시로 바빴는데, 오늘 파티에 참석하여 오랜만에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녀는 깔끔하고 우아한 정장을 입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하지수가 송문수의 손을 잡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변호사인 하지수는 평소 보수적인 옷차림으로 다녔지만 오늘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체형이 송문수와 함께 있으니 꽤 잘 어울렸다. 재벌가 사모님으로서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이연 씨.” 귀에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이연은 시선을 돌려 계지원을 바라보았다. 계지원은... 살이 많이 빠져 보였다.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한 것 같다. "오랜만이에요." 소이연이 먼저 인사했다. "그러게요, 오랜만이에요." 계지원은 빙긋 웃으며 우아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소이연은 마음이 좀 아팠다. 계지원은 사실 예수진에 비하면 비참한 편도 아니었고 훨씬 행복했다. 하지만 그의 온몸이 부서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경이가 왔네요." 계지원이 파티장 입구를 보며 그녀에게 귀띔해 주었다. 소이연은 계지원의 시선을 따라 입구를 보았다. 육현경이 심아윤과 함께 파티장에 들어왔다.다음 순간. 계지원은 소이연이 이미 그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뒤뜰. 소이연은 그네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그녀는 이런 비즈니스 모임이 지루했지만 때때로 참석해야 했다. 그녀는 하지수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소이연은 하지수를 향해 미소 지으며 물었다. "피곤하죠?” "힘들어서 발이 부러질 것 같아요." 하지
“나는 지금 하연이 임신했을 때랑은 완전 달라요.”“성별이 다르면 입덧도 다르다던데.”소이연은 현재 임신 중인 예수진과 아이에 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그래요?”“가서 검사 안 해봤어요?”“당연히 검사해봤죠.”성격이 급했던 예수진은 진작에 아이의 성별이 궁금해 병원을 찾아갔었다.“그런데 매번 갈 때마다 돌려 말하면서 나한테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안 보여줘요. 답답해 죽겠다니까요 정말.”“하하하.”그럴 때마다 예수진의 표정이 얼마나 웃길지 상상하던 소이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아들을 원해요 아니면 딸이 더 좋아요?”“당연히 아들이죠.”돌려 말하는 것 없이 직설적으로 대답하는 예수진에 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들이 더 중요하다 그런 거예요 설마?”“제가요? 그 반대죠 완전히. 지원 씨가 딸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매일 둘이 꼭 붙어 있는다니까요. 그거 볼 때마다 화가 나서 나도 아들 낳아서 계지원 열 받게 하려고요.”역시나 일반인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예수진이 웃겨 소이연은 이번에도 웃음을 흘렸다.“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르겠는데 자꾸만 딸 같아요.”“임산부의 촉은 보통 틀리지 않죠.”“또 아빠한테만 달려가겠네요.”“전생에 얼마나 잘 놀았으면 딸을 이렇게 줄줄이 낳아요. 다 키워야겠네.”“무슨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요.”한마디에 한 번씩 한숨을 쉬며 말하는 예수진에 소이연과 하지수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언니는 배 속의 아기가 남자 같아요 여자 같아요?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요?”“난 다 상관없긴 한데 솔직히 딸이 갖고 싶어요.”“딸은 안돼요. 딸 낳으면 오빠가 계지원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절대 덜하진 않을걸요. 오빠랑 언니 둘 다 미모가 이렇게나 출중한데 딸 낳으면 얼마나 이쁘겠어요. 오빠가 죽고 못 살죠 아주.”“...”소이연은 예수진의 말이 그다지 신빙성은 없어도 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어쨌든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 그건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
“축하드려요!”제 아내가 또 남사스러운 말을 할까 걱정됐던 계지원은 발 빠르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그래요, 정말 축하해요!”곧이어 다들 축하하자 하도경은 참지 못하고 육현경을 놀려주었다.“육현경, 아직 안 죽었다? 여행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임신이야. 문수보다 낫네, 문수는 지수 씨랑 저렇게 오래됐어도 아무 소식도 없는데. 너 진짜 어디 문제 있는 건 아니지?”“입 다물어.”“내 실력 의심하는 거야 지금?”“뭐래.”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하도경의 발언에 송문수는 어이없다는 듯 화를 냈다.“솔로인 너는 나 비웃을 자격 없거든. 나는 결혼이라도 했지 너는 있는 게 뭐야?”“뭐?!”“우리 중에 너만 솔로야. 분발해 하도경.”이미 말문이 막힌 하도경을 향해 송문수가 한마디 더 하자 하도경은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닥치고 마셔, 오늘 내가 너 취해서 쓰러질 때까지 먹일 거야.”“누가 쓰러질지는 두고 봐야지.”서른 살 넘게 먹은 사람 둘이 아이처럼 싸우는 것도 그들의 일상인지라 그들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때 진정한 예수진이 소이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언니, 오빠가 그거 안 하고 했어요?”“네?”“아니, 그렇게 빨리 애 갖고 싶어 하진 않을 것 같았는데. 아직 제대로 못 누렸잖아요.”예수진이 알고 있는 육현경은 소이연과의 둘만의 시간을 한 일 년은 더 누려야 직성이 풀릴 사람이었기에 아까도 그녀는 소이연이 임신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두세 달밖에 안 됐는데 덜컥 임신을 해버리면 육현경은 만족을 못 할 게 분명한데.한편 이런 질문을 받은 소이연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둘의 신혼여행을 되돌아봤다.사실 신혼여행을 갔을 때부터 소이연은 아무리 급해도 안전조치는 꼭 하는 육현경에 의아해하고 있었다.둘은 합법적인 부부이니 아이가 생긴다 해도 아무런 문제 될 것도 없고 민이도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상관없이 동생을 원한다고 했었는데 왜 굳이 그걸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그렇게 궁금해하다가 어느 날 참지 못하
“둘이 아무 소리도 없더니 할 건 다하네.”당연히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예수진이었다.“우리 지수를 그렇게 적극적인 여자로 만들고 송문수 대단하다.”제 친구 앞이라고 빼지 않는 송문수는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내가 매력이 좀 넘치잖아.”“적당히 해.”그 모습에 예수진이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언니랑 지수는 왜 술 안 마셔?”워낙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던 예수진은 술도 아주 좋아하는데 본인은 임신 중이라 마실 수가 없으니 자꾸만 주변 사람들을 부추기고 있었다.“이연이는 안돼.”“지수도 오늘은 안 돼.”제 말이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송문수와 육현경의 대답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왜? 두 사람도 임신했어 설마?”“아니야.”얼토당토않은 말에 하지수는 다급히 부인했다.“그런데 왜 못 마셔?”“생리니까 못 마시지.”“송문수, 언제 이렇게 다정해졌냐? 지수 생리인 것도 다 알고 기특하네 좀.”예수진의 장난에도 기분이 좋았던 송문수는 아주 환하게 웃어 보였다.“이연 언니는 왜 못 마셔?”예수진은 이번에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육현경을 보며 물었다.“아무튼 안돼.”“언니도 생리야?”그렇게 우연이 겹칠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예수진에 소이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는 입술만 물어뜯고 있었다.“뭘 자꾸 그렇게 물어.”“언니 어디 아파요? 나 놀래키지 말고 말 좀 해봐요.”육현경까지 말을 아끼니 깜짝 놀란 예수진은 잔뜩 긴장한 채로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육현경의 핀잔이었다.“넌 매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연이가 왜 아파!”“그럼 왜 못 마시냐고.”예수진의 질문에 입술을 말아 물며 소이연을 보는 육현경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예수진은 소이연을 신 모시듯 떠받드는 제 오빠를 보며 정말 한 사람을 바꾸는 건 사랑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도대체 뭘 숨기는 거야?”예수진이 끝까지 캐묻자 소이연이 할 수 없이 숨을 한번 들이마시며 답했다.“나 임신했
사실 하지수는 늘 송승우를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 내려야 할지 몰랐었다.우수하지 않다고 하기엔 국가사업에 공헌할 정도로 대단한 두뇌를 지니고 있었지만 또 그렇다고 아무도 비비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었다.그런데 송승우는 늘 고고한 척, 자신이 다른 사람의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CEO들은 몸에서 돈 냄새가 난다면서 싫어했던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회사를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왔었다.그는 다른 사람과 교류할 때마다 무의식인지 아니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늘 자신의 박학다식함을 뽐내며 자신의 우수함을 드러내려 했다.이제 보니 가식적이라는 말이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하도 가식적이어서 하지수는 이제 그가 짜증 날 지경이었다.“어릴 때 게임 할 때도 송승우는 옆에 앉아서 코드나 쳤고 우리가 예능 볼 때는 그런 조작된 건 안 본다면서 머리 나쁜 사람들만 좋아하는 거라고 비웃었어. 우리가 디저트를 먹으면 지능 떨어진다고 무시했고...”예수진은 송승우 때문에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쉴 새 없이 말했다.하지수와 다르게 정말 힘들어했던 그녀는 송승우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미친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됐어, 그 사람 얘기 그만하자.”“너랑 문수만 잘 지내면 됐지, 송승우는 과거일 뿐이야.”“응.”이제 송승우한테는 조금의 감정도 남지 않은 하지수는 예수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그때 도우미 하나가 와서 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알려주자 그들은 다 같이 테이블로 향했다.거기에는 하연이와 민이도 있었는데 민이는 육현경을 쏙 빼닮아 겉은 차가워 보였지만 사실은 동생을 아주 잘 챙겨주는 아이였다.물론 그의 다정함은 자신이 인정한 사람 한해서만이었다.민이가 하연이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던 예수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조카가 결혼할 생각만 하면 난 벌써부터 가슴이 아파.”“제수씨도 아무 말 없는데 네가 왜 가슴이 아파.”장난을 치는 송문수의 말을 예수진 바로 맞받아쳤다.“언니는 당연히 괜찮겠지, 며느
예수진의 말에 정곡을 찔린 듯 소이연은 얼굴을 붉혔다.“거봐요, 오빠는 내가 제일 잘 안다니까. 그냥 겉으로만 멀쩡해 보이는 거예요.”소이연의 반응에 예수진은 득의양양해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아주 대범해지는 사람이거든요. 언니는 이제 오빠의 넘치는 사랑을 받을 일만 남았네요, 물론 침대 위에서요.”“그만 해요 수진 씨.”신나서 얘기하는 예수진에 못 말린다는 듯 웃던 소이연이 그녀를 타박하듯 말했다.“태교하는 사람이 자꾸 그런 생각 하면 어떡해요?”“아직은 그냥 핏덩이라서 아무것도 몰라요.”“...”“지수야, 너는 요즘 뭐 하고 지내? 평소에 문자 보내도 답장 늦게 하던데.”말을 하던 예수진은 임신한 뒤로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계지원 때문에 요즘 부쩍 재미없어진 일상을 떠올리고는 서러운 듯 입술을 삐죽였다.“그냥 회사일 처리하고 있었지. 얼마 전에 경영에 문제가 생겨서 회사 부도날 뻔했거든. 그래서 문수 씨랑 일 처리만 했어.”“송문수?”“걔가 회사 일을 한다고?”송문수가 일한다는 소리에 예수진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그래, 안 믿길 거 아는데 진짜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문수 씨 정말 많이 변했어, 더 이상은 맨날 놀러만 다니던 망나니 아니야. 이번에도 문수 씨 덕분에 송씨 집안이 다시 일어서게 된 거야. 그리고 이연 언니랑 현경 씨도 많이 도와줬고.”하지수는 곧바로 소이연을 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정말 고마워요 언니, 언니랑 형부 도움 아니었으면 저희 집안은 진작에 끝났을 거예요.”“아니에요, 별로 힘든 일도 아니었는데요 뭘.”“현경이가 안 그래도 문수 씨 많이 변했다는 말 하더라고요. 밤에도 전화해서 기획서 어떻냐고 물어볼 정도로 열정적이래요.”“진짜 그렇게나 많이 변했다고요?”소이연까지 긍정하자 예수진은 눈을 크게 뜨며 하지수를 바라봤다.“네가 바꾼 거야?”“내가 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나이가 점점 드니까 본인이 알아서 바뀐 거겠지.”“송문수가 바뀐 뒤
그래서 하지수는 이를 악문 채로 따져 물었다.“문수 씨, 당신 형이 올린 인스타 봤어?”자신이 송승우를 이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었는데 갑작스레 인스타를 언급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자연스레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안 그래도 거슬렸는데 하지수의 저 질문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다.“그걸 봤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응, 괜찮아. 그냥 인스타일 뿐인데 뭘 신경 써.”자신이 송승우를 선택할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자 하지수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척 말했다.“신경 안 쓴다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당신 아내로서 해명할게. 나랑 송승우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아무 사이도 아니라니, 둘이 얼마나 뜨거운 사랑을 나눈 사이였는지 온 집안사람들이 다 아는데 저런 말을 하는 하지수가 어이없었지만 송문수 본인도 뭐 그다지 깨끗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는 자신도 하지 못한 것을 하지수에게 요구할 자격은 없다 생각해서 입을 다물었다.하지수는 송승우를 진짜 사랑한 거였지만 자신은 그저 다른 여자들을 갖고 논 것이기에 더 따질 권리가 없는 것 같았다.“오늘 어머니랑 같이 쇼핑가기로 했는데 송승우 씨가 먼저 따라가겠다고 한 건 맞아. 나랑 어머니도 거절하기 힘들어서 같이 오긴 했는데 나는 송승우 씨랑은 말도 안 섞었어. 거리도 엄청 많이 뒀고 못 믿겠으면 어머니한테 물어봐도 돼.”하지수의 해명을 듣고 있던 송문수는 오로지 저를 위해 저렇게 자세히 상황설명을 해주는 건가 싶어 또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그녀의 작은 행동에 또 흥분한 송문수는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어 애써 심호흡을 하며 정면을 주시했다.“내가 선택한 사람은 당신이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한테 진심일 거야. 당신한테 미안한 짓은 절대 안 해.”하지수의 약속에도 송문수는 꿈쩍도 안 했지만 하지수는 둘 사이의 작은 오해가 큰 불화로 번지지 않게 하려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상황설명을 마쳤다.제 할 일을 마친 하지수는 안광이 사라진 눈으로 차 시트에 기대 있었
송문수는 애초에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었기에 하지수가 조금만 잘해주면 한동안 기뻐했다.둘의 웃는 모습을 지켜보던 허영지도 흐뭇하게 그들을 지켜보며 이렇게 사이좋은 둘이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지수 데리고 밥 먹으러 가려고 온 거라고 했지?”“네.”“옷도 다 입어봤으니까 얼른 가봐.”데이트하러 가라는 말만 안 했지 사실 허영지는 그 둘에게 오붓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기에 서둘러 둘의 등을 떠밀었다.“어머니는요, 저녁 어떻게 하시려고요?”“승우 집에 있잖니. 승우랑 같이 쇼핑 좀 더 하면서 네 시아버지 옷 좀 더 보려고. 내 걱정 말고 얼른 가봐.”송승우는 당연히 내키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말도 다 뱉은 마당에 거절하기도 쉽지 않아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그럼 차 키는 두고 갈게요.”“저랑 문수 씨는 이만 옷 갈아입을게요.”옷을 갈아입은 둘은 손을 잡고 쇼핑몰 밖으로 나갔고 그 둘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송승우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승우야.”송승우는 갑자기 들리는 어머니의 부름에 다급히 표정을 감추었지만 허영지는 이미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그때 너랑 지수 사이 우리도 다 알아. 하지만 너희 둘은 이미 끝난 사이고 지수랑 문수가 저렇게 잘 지내니까 이제는 너도 형으로서 축복해줘야 하지 않겠니?”송승우도 물론 어머니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 옛날 하지수가 좋아하던 건 분명 자신이었는데, 그때의 제삼자인 송문수가 하지수를 채가는 게 송승우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말을 마친 허영지는 이만 옷을 갈아입으러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송승우도 성인이었기에 조언도 적당히 해야지 선을 넘으면 그냥 가족 사이의 불화만 생길 것이기에 허영지도 여기서 멈춘 것이었다.하지만 어릴 때부터 송문수에게 져본 적이 없던 송승우는 이번에도 제 여자를 그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아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송문수의 차에 앉은 하지수는 처음으로 저를 데리러 온 송문수에 못내 기분이 좋
하지만 원체 쇼핑을 싫어하는 송문수의 성격을 알고 있던 하지수는 그의 냉담함에 실망하지 않았다.이렇게 앉아서 옷을 갈아입는 저를 봐주는 것도 그의 노력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문수 왔구나.”허영지의 부름에 송문수가 짤막하게 답했다.“좀 있다 모임 있어서 지수 데리러 왔어요.”“그래, 젊은 사람들이야 그런 모임에 나가면 좋지.”전에는 송문수가 밖에 나가겠다고 하면 거절은 안 해도 표정은 굳어지던 허영지가 너그럽게 대꾸하는 것도 의외였다.“아직 이르니 너도 정장 한번 입어보고 가.”“바로 가야 되는데 갈아입기 귀찮아요.”“얼른 갈아입어.”“엄마, 나 온종일 일해서...”“지수가 너 준다고 한참 고른 건데 와이프 위해서 그 정도도 못 해줘?”남녀 사이에 있어서는 목석같기만 한 제 아들을 보며 허영지가 미간을 찌푸렸다.엄마의 말을 들은 송문수가 하지수를 바라보자 하지수는 다급히 말했다.“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고르긴 했는데 갈아입기 싫으면 그냥 보기만 해. 맘에 들면 당신 사이즈로 맞출게.”“입어볼게, 맘에 안 들 수도 있으니까.”송문수가 하도 담담하게 대답해서 떨리는 그의 손가락을 주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사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옷을 골라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놀라는 중이었다.기쁜 마음 반 당황스러움 반으로 옷을 갈아입은 송문수가 나오자 직원들은 일제히 그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무 잘 어울리세요, 손님 더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진짜요?”송문수가 직원들의 말을 반신반의하자 하지수가 나서며 말했다.“진짜야. 진짜 너무 멋있다.”“그래?”하지수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들은 송문수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득의양양해 하며 대꾸했다.“다 내가 잘 생겨서 그런 거야. 옷이랑은 큰 상관 없지.”이렇게 가끔 자아도취 하는 송문수를 보며 하지수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에게로 다가가 넥타이를 정리해주었다.그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던 주위 사람들은 다들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송승우만은 아주 언짢아하
생일파티에 관한 일을 다 의논한 뒤 하지수는 허영지와 함께 그녀의 드레스를 맞추러 갔는데 하지수의 드레스도 같이 맞추자는 시어머니의 권유에 그녀도 옷을 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그래서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인데 하필 그때 송승우가 송문수의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옷을 다 입어보고 나서도 시어머니와 쇼핑을 하느라 굳이 핸드폰을 보지 않았던 하지수는 송문수에게서 연락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다시 한번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을 때 송승우가 이번에도 자신이 받으려고 했는데 하지수가 그걸 보고 빠르게 핸드폰을 낚아채 갔다.그녀의 행동에 표정이 굳어버렸던 송승우는 이내 송문수가 자신이 올린 인스타를 봤을 생각에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시선을 신문에 고정한 채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문수 씨.”송문수의 이름을 부르는 하지수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반가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잠시 떨어져 있던 연인이 재회할 때나 나올법한 목소리에 송승우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아직도 바빠?”“어머니 모시고 드레스 피팅해보고 있었어. 지금은 디자이너님이랑 디테일 얘기하고 있어. 나도 아까 하나 입어봤는데 사진 보내줄게.”“지금 데리러 갈 건데 어디야?”잔뜩 신나서 말하던 하지수는 이제 고작 4시밖에 안 됐는데 퇴근했다는 송문수가 의아하여 놀라며 물었다.“퇴근했어?”“주말이라서 일찍 퇴근했어.”“회사도 좀 안정돼서 직원들도 앞으로 주말은 다 쉬기로 했어.”“그래.”고개를 끄덕이며 주소를 불러준 하지수는 웃는 얼굴로 전화를 끊고는 허영지에게로 다가갔다.하지만 송문수와 하지수가 싸울 것이라 예상했던 송승우는 화도 내지 않는 송문수에 혹시 그가 하지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하지만 사실 송문수는 인스타를 보자마자 차오르는 화에 핸드폰을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다른 사람이 채갈까 봐 하지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심정이 굴뚝같은데 그런 그녀가 옛날에 좋아하던 송승우와 함께 있는 걸 본 이상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