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 씨의 서명을 모사해 서류 한 무더기에 서명을 해달라고요.”“언제 일입니까?”“한 달 전쯤입니다.”“증거가 있습니까?”“네. 대화 기록이 있습니다.” 정의민은 휴대폰을 꺼냈다.하지수가 법정의 화면을 통해 정의민과 장혜민의 대화 내용을 띄웠다.대화 내용에는 정의민에게 서류에 대신 서명을 하고, 서명을 마친 서류의 사진과 송금 기록까지 아주 정확하게 쓰여 있었다.이건 의심의 여지도 없는 중대한 증거자료였다.현장은 뒤집어졌다.소나은은 얼굴이 새파래졌다.그녀는 장민혜가 이렇게 많은 증거를 남기고 올만큼 멍청한 줄 몰랐다.게다가 카톡 대화로 송금 기록과 서명한 서류의 사진까지 있다니!그녀가 모든 일은 증거를 남기지 않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귓등으로 들었단 말인가?!심아윤은 몸이 더욱 굳었다.이 지경까지 왔으니, 소이연의 죄는 현실적으로 없는 셈이었다.그녀는 몰래 숨을 깊게 들이쉬고, 침착함을 유지했다.이때.법정의 하지수가 장민혜를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이것으로 당신이 말한 지류 세무 신고서는 애초에 소이연 씨의 서명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회사의 결재 프로세스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제 의뢰인의 비서는 지류 서명으로만 시스템의 결재를 받을 수 있었으니, 당신은 이 구멍을 통해 제 의뢰인을 모함했습니다!”“저, 저 아니에요...” 장민혜는 놀라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아니라면, 당신과 정의민의 대화 기록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또 왜 당신의 계좌에 있는 돈들이 그렇게 많아졌는지 설명하지 못하십니까!” 하지수는 강한 기세로 몰아붙였다.장민혜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소나은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이 소송에서는 죽어도 소이연이 지시했다고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일이 잘 마무리되면 소나은이 돈을 준다고 했었다.“재판장님.” 하지수가 고개를 돌렸다. “이상 피고 측에서 제공한 심증과 물증을 통해, 제 의뢰인은 함정에 빠져 모함을 당
엄숙한 법정.재판장이 선고했다. “법정의 판결로는 본 사건에 대해 법정 조사와 법정 변론을 거쳐, 소이연이 16억 원의 뇌물과 100억의 탈세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법정에서 석방합니다!”말이 끝나자 현장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모든 사람들이 소이연이 잡혀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정의 공평한 재판을 원했고, 게다가 이번 소송은 감동적인 반전으로 선고 후에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었다.소나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소이연이 감옥에 가는 것은 이미 확정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갑자기... 또 박살 났다.소이연은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대단한 능력이 나오는 걸까?!도대체 왜 계속 위험에서 잘도 빠져나오는 걸까.심지어 심아윤까지, 심씨 가문 사람들은 다 상대도 안 되는 걸까?소나은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심아윤도 당연히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육현경이 그녀의 옆에 있으니, 기분을 드러낼 수 없었고, 기쁜 것처럼 연기까지 해야 했다. 이런 심리적인 뒤틀림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이 지경까지 왔는데,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빗나가다니!소나은이 안심시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도 방심했을 줄이야.소나은도 잔꾀가 많지만, 소이연에게 상대가 되지는 않는다. 만약 소나은이 이긴다면 소이연은 지금 여기에도 없었을 것이다.심아윤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느라 애썼다.시선은 옆의 육현경을 향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소이연이 법정에 서는 순간부터 그의 시선은 움직인 적이 없었다.“석방”을 선고한 이 순간에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소이연의 앞을 제외하면 그 누구의 앞이라도 표정이 없는 것은 아닐까?!재판이 끝난 뒤.모든 사람들이 법정에서 나왔다.하도경은 송문수를 놀리고 있었다. “네 와이프가 얼굴이 두 개인 줄 몰랐네, 예전에는 몇 번 못 봐서 둘이 잘 못 지내는 줄 알았는데, 법정
이때 계지원은 이미 멀찍이 걸어가고 있었다.육현경도 뒤를 돌아 그들을 흘끗 보고는 자리를 떴다.심아윤도 당연히 그와 함께였다.송문수는 눈썹을 찡그리며 하도경에게 말했다. “오늘 지원이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 걷는 폼도 좀 이상해.”하도경의 낯빛이 조금 변하는가 싶더니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나 갈게. 나랑 내 여자친구 일에는 신경 끄고 네 와이프나 신경 써.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 유명한 사람인데, 잃어버리면 후회가 뭔 지 알게 될 거다!”하도경은 이 말만 남기고 큰 보폭으로 사라졌다.송문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다들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그는 하지수를 향해 걸어갔다.입꼬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차가운 비웃음이 걸려있었다.유명한 사람?아직 아니야.소이연과 하지수는 기자들의 물음에 대답한 뒤 겨우 차에 올랐다.하지수가 운전을 했다.아주 느린 속도였다.“운전 잘 안 해요?” 소이연이 물었다.그녀가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하지수는 잠시 놀라더니 급히 말했다. “아니요, 운전은 오래 했는데 잘 못해요. 그래서 천천히 가고 있는데, 괜찮으시죠?”“전 안 급해요.” 소이연이 웃으며 말했다. “제 생각엔 운전이 익숙지 않으면 기사님을 고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목숨 가지고 장난 치는 거 아니에요.”하지수는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머릿속에 갑자기 그날 송문수가 송씨 집안에 기사 한 명 붙여달라고 하라며 성급하게 화를 내던 장면이 떠올랐다.진작에 송씨 가문에 얘기하라고 했지만, 당연히 먼저 얘기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 송씨 가문에서 기사를 고용해 주었다.게다가 그녀는 귀찮은 걸 싫어하는 성격으로, 혼자 있을 수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그래서 바로 거절했다.하지만 소이연이 이렇게 말하니, 갑자기 받고 싶었다.정말, 사람의 차이인가?“지수 씨 조심해요!” 소이연이 급히 그녀를 불렀다.하지수는 정신을 차리고 급 브레이크를 밟았
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소나은이 계속 이렇게 우쭐거리게 할 수 있겠는가!이렇게 오래됐는데, 소나은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을뿐더러,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다.이제는 또 심아윤한테 붙다니...소이연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누군가는 굳이 자멸하고자 한다.소나은이 법정에서 나왔다.굉장히 성질이 나 있는 상태였다.방금 법정에서 소이연이 석방된 것을 다시 돌이켜보니 정말 칼로 찔러버리고 싶었다.그 천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매번 운이 좋은 거야!맞다.다 운이다.소이연은 모든 게 다 운이었다.기사가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으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소나은의 섬뜩함이 느껴져, 불똥이 튈까 두려웠다.갑자기 전화가 울렸다.소나은은 거칠게 휴대폰을 들어 흘끗 보았다. 심아윤의 전화였다. 겨우 진정했지만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결국 이번 일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그녀였고, 장민혜를 단속하지 못해서 소이연이 증거를 찾아 추궁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소나은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그녀가 겨우 얻어낸 소 씨 그룹 지분을 심아윤이 다시 빼앗아 가는 건 아닐까?그녀느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다. “아윤 씨.”“거기서 기다릴게요.”전화가 매섭게 끊겼다.소나은은 심아윤의 분노가 느껴졌다.하지만 그녀가 도착했을 때, 심아윤은 의자에 앉아 우아하고 지적이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생각만큼 그렇게 화나 있지 않았다.소나은은 멍청하지 않아서, 심아윤이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윤 씨.” 소나은이 급히 해명했다.“이번엔 제가 잘 못했어요. 장민혜가 오랫동안 재무 관련 일을 해서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할 줄은 몰랐어요...”“과거 일은 다 지나간 일이니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심아윤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소나은은 그녀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심아윤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저는 여태까지 한 번도 지난 일 때문에 후회하거나 안타까워한 적이 없어요. 앞으로 잘 하면 되죠.”“그럼 아윤 씨가
“아윤 씨,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소나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심아윤은 싱긋 웃고는 말했다. “비록 이번엔 나은 씨 때문에 우리 계획이 실패했지만, 나은 씨, 당신도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니까 저는 계속 같이하고 싶은데요. 제가 드린 지분은 받으시고, 뭔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다시 말씀드릴게요.”“만약 저한테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라고 하면요?” 소나은이 되물었다.“그래서 나은 씨 생각에 우리가 했던 짓들이 사람 죽이고 불지르는 일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심아윤이 콕 집어 얘기했다.결국 모두 불법이었다.소나은은 아직도 모르는 걸까?!소나은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이 지분을 받으면 심아윤이 시키는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눈앞의 지분을 보니, 그녀가 이걸 받기만 하면 소씨 그룹은 그녀 손 안에 있는 셈이다.겉으로는 그녀에게 잘 해주는 할머니와 엄마도 사실 그녀를 이용하기 위한 것뿐이고, 그녀 마음속의 진정한 적은 소준환 뿐이었다. 소준환은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그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게 소씨 그룹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그녀는 달갑지 않았다.소나은이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심아윤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애초에 소나은이 거절할 거라고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지금 저는 소이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 생각보다 똑똑하기도 하고, 육현경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도 너무 과소평가했고요.”이번에 소이연이 무사히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건 확실히 육현경의 도움 때문이었다.“확실히 소이연이 쉽진 않죠.” 소나은이 거들었다.“제가 좀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알려줄게요.” 심아윤이 무뚝뚝하게 말하고는 돌아가라는 눈치를 줬다.“좋아요.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저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소나은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소나은이 심아윤의 룸에서 나왔다.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흥분되는 게 더 컸다.그녀는 지금 소씨 그룹 최대 주주가 되었다.
소이연은 의심할 만했다.첫째로는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도 있지 않냐는 예수진의 말투에 분명히 따뜻한 느낌이 있었다.예수진은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여자아이였고,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지 못했다.아마 그녀의 인생에 정말 또 다른 한 줄기 빛이 생겼다는 뜻이었을 것이다.둘째로는 육현경이 계지원이 예수진을 챙길 거라고 했다. 만약 그들이 솔직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 수 있다면, 머지않아 사귈 거라고 생각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 예수진이 되물었다.여전히 그녀의 성격 대로였고, 과장된 목소리였다.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저랑 계지원 사이에 가능성이 더 있겠어요?! 그 사람은 본인이나 잘 돌보면 다행이에요. 어디 감히 저한테 접근해요? 저랑 계지원은...” 예수진이 잠시 침묵하고 말했다.“저도 달갑지 않은 건 인정해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였던 것도 계지원을 기다린 거였어요.저를 안 좋아하더라도, 밖에서 다른 여자들이랑 많은 관계가 있었다고 해도, 어쩌면 충분히 즐기고 나면 저한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질 정도로 미련했어요.”소이연은 휴대폰을 꽉 쥐고 이 말들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예수진이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계지원한테 아직도 마음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누굴 속이려고 했던 게 아니라, 저 자신을 속인 거였고, 계지원은 저한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랬던 거였어요. 근데 사실 전 진짜 잘 못 지냈어요. 죽을 것처럼 일하고, 죽을 것처럼 술 마신 것도 다 잊어버리려고, 저 혼자 아프지 않으려고...”“수진 씨, 사실...”“이제 괜찮아요. 진짜 포기했어요.” 예수진은 소이연의 말을 끊고 말했다. “저 다른 사람 좋아해요.”“네?” 소이연이 놀라서 물었다.“저도 믿기지 않아요. 사랑이 이렇게 빨리 변할 수도 있더라고요.” 예수진이 웃으며 말했다.“처음에 제가 계지원한테 고백했던 날 밤에는 둘이 아주 잘 지냈어요. 근데 다음날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딱
소이연은 꾹 참고,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누군가 어떤 감정들을 놓아주었다면, 당사자가 다시 미련을 남기게 해서는 안 된다.“이연 언니도 지수도 걱정 마요. 저 잘 지낼게요. 어느 날 진짜 갈 곳 없으면, 그땐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예수진은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소이연이 대답했다.“이제 끊을게요. 요리 배우러 가야 해요.”“네?”“지금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제일 기초적인 것들부터 배우기로 했어요.” 예수진이 진지하게 얘기했다.마치 정말 노력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만약 하도경이 정말 예수진에게 빛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그녀는 축복을 택할 것이다.“그럼 공부 방해 안 할게요.” 소이연이 놀리며 웃었다.“다음에 이연 언니랑 지수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대접할게요.”“뱉은 말은 지켜야 해요.”전화가 끊기고.소이연도 한숨 돌렸다.그녀는 확실히 피곤했다.소송에 휘말린 뒤부터 예수진 사건까지, 마음 놓고 편히 잔 적이 거의 없었다.그녀는 하품을 몇 번 하더니,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잤다.소이연이 기지개를 켜며 배달 음식을 시키려던 그때, 갑자기 예수진이 요리를 배운다는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요리에 관심이 없었지만, 육민이 자주 올 것을 생각하니, 항상 배달 음식만 먹일 수도 없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옷을 갈아입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려고 방에서 나왔다.문을 열자, 키가 큰 사람 한 명, 작은 사람 한 명이 서있었다.소이연은 눈썹을 찡그렸다.주말도 아닌데 육현경이 육민을 데리고 왔다.한 마디 말도 없이.“나 외국에 다녀와야 해. 내일 바로 가.” 육현경이 설명했다. “민이 데려다주러 왔어. 일주일만, 마침 문씨 아저씨도 일주일 동안 고향에 다녀오신대.”소이연은 갑자기 그녀에게 사건이 발생하기 전 육현경이 해외에 있다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마도 밀린 일을 처리하러 가는 것이다.그녀는 속으로 묘한 감정이 들었지만, 담담히 말했다. “알겠어.”“엄마, 나가려
”엄마가 민이한테 밥해줄 거예요?”육민은 너무 설렜다.“나 엄마랑 같이 장보러 갈래요. 나도 같이 갈래요.”소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육민을 혼자 집에 두고 나오는 건 그녀도 원하지 않았다.소이연은 육민의 손을 잡고 육현경에게 말했다.“바쁘면 먼저 돌아가. 내가 민이를 돌볼게.”육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소이연은 더 말하지 않고 육민의 손을 잡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육현경이 묵묵히 뒤를 따랐다.소이연이 그에게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침묵하기로 했다.세 사람이 그렇게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엄마, 우리 뭘 살까요?”육민은 이런 마트에 처음 오는 거라 흥분을 주체 못했다.마트 안에는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었다.문씨 아저씨는 번마다 만단의 준비를 해서 같이 마트를 돌아다닐 기회가 없었다.“먹고 싶은 거 말해 봐. 엄마가 사 줄게.”“그럼 물고기요. 랍스타 그리고 대게…”육민은 다양한 해산물을 먹고 싶다고 했다.소이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육민의 입맛은 그녀와 많이 비슷했다.해산물 코너에 가서 한가득 사고, 생각해 보니 해산물만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야채, 스테이크 그리고 간식거리도 샀다.장보기를 끝내고 소이연이 육현경에게 말했다.“민이를 좀 봐줘. 나 좀 개인용품 사야겠어. 계산대에서 기다려.”“알았어.”소이연이 돌아올 때 생리대 몇 봉지를 안고 왔다.육현경과 육민은 한창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중이다.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육현경은 생각없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이리 줘, 같이 계산할게.”소이연이 망설이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뒤에 줄을 선 사람들이 얼른 계산하라고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기 때문이다.소이연은 눈을 딱 감고 손에 든 생리대 몇 봉지를 그에게 넘겼다.육현경이 받아 들고 보았다.소이연은 조금 어색해서 고개를 돌려 딴청을 부렸다.“손님, 지금 저희 마트에서 행사를 진행해서 생리대를 사면 콘돔 하나 드리거든요. 세 가지 사이즈가 있으니 골라 주세요.”계단원이 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