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소나은이 계속 이렇게 우쭐거리게 할 수 있겠는가!이렇게 오래됐는데, 소나은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을뿐더러,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다.이제는 또 심아윤한테 붙다니...소이연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누군가는 굳이 자멸하고자 한다.소나은이 법정에서 나왔다.굉장히 성질이 나 있는 상태였다.방금 법정에서 소이연이 석방된 것을 다시 돌이켜보니 정말 칼로 찔러버리고 싶었다.그 천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매번 운이 좋은 거야!맞다.다 운이다.소이연은 모든 게 다 운이었다.기사가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으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소나은의 섬뜩함이 느껴져, 불똥이 튈까 두려웠다.갑자기 전화가 울렸다.소나은은 거칠게 휴대폰을 들어 흘끗 보았다. 심아윤의 전화였다. 겨우 진정했지만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결국 이번 일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그녀였고, 장민혜를 단속하지 못해서 소이연이 증거를 찾아 추궁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소나은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그녀가 겨우 얻어낸 소 씨 그룹 지분을 심아윤이 다시 빼앗아 가는 건 아닐까?그녀느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다. “아윤 씨.”“거기서 기다릴게요.”전화가 매섭게 끊겼다.소나은은 심아윤의 분노가 느껴졌다.하지만 그녀가 도착했을 때, 심아윤은 의자에 앉아 우아하고 지적이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생각만큼 그렇게 화나 있지 않았다.소나은은 멍청하지 않아서, 심아윤이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윤 씨.” 소나은이 급히 해명했다.“이번엔 제가 잘 못했어요. 장민혜가 오랫동안 재무 관련 일을 해서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할 줄은 몰랐어요...”“과거 일은 다 지나간 일이니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심아윤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소나은은 그녀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심아윤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저는 여태까지 한 번도 지난 일 때문에 후회하거나 안타까워한 적이 없어요. 앞으로 잘 하면 되죠.”“그럼 아윤 씨가
“아윤 씨,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소나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심아윤은 싱긋 웃고는 말했다. “비록 이번엔 나은 씨 때문에 우리 계획이 실패했지만, 나은 씨, 당신도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니까 저는 계속 같이하고 싶은데요. 제가 드린 지분은 받으시고, 뭔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다시 말씀드릴게요.”“만약 저한테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라고 하면요?” 소나은이 되물었다.“그래서 나은 씨 생각에 우리가 했던 짓들이 사람 죽이고 불지르는 일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심아윤이 콕 집어 얘기했다.결국 모두 불법이었다.소나은은 아직도 모르는 걸까?!소나은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이 지분을 받으면 심아윤이 시키는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눈앞의 지분을 보니, 그녀가 이걸 받기만 하면 소씨 그룹은 그녀 손 안에 있는 셈이다.겉으로는 그녀에게 잘 해주는 할머니와 엄마도 사실 그녀를 이용하기 위한 것뿐이고, 그녀 마음속의 진정한 적은 소준환 뿐이었다. 소준환은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그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게 소씨 그룹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그녀는 달갑지 않았다.소나은이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심아윤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애초에 소나은이 거절할 거라고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지금 저는 소이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 생각보다 똑똑하기도 하고, 육현경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도 너무 과소평가했고요.”이번에 소이연이 무사히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건 확실히 육현경의 도움 때문이었다.“확실히 소이연이 쉽진 않죠.” 소나은이 거들었다.“제가 좀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알려줄게요.” 심아윤이 무뚝뚝하게 말하고는 돌아가라는 눈치를 줬다.“좋아요.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저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소나은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소나은이 심아윤의 룸에서 나왔다.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흥분되는 게 더 컸다.그녀는 지금 소씨 그룹 최대 주주가 되었다.
소이연은 의심할 만했다.첫째로는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도 있지 않냐는 예수진의 말투에 분명히 따뜻한 느낌이 있었다.예수진은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여자아이였고,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지 못했다.아마 그녀의 인생에 정말 또 다른 한 줄기 빛이 생겼다는 뜻이었을 것이다.둘째로는 육현경이 계지원이 예수진을 챙길 거라고 했다. 만약 그들이 솔직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 수 있다면, 머지않아 사귈 거라고 생각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 예수진이 되물었다.여전히 그녀의 성격 대로였고, 과장된 목소리였다.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저랑 계지원 사이에 가능성이 더 있겠어요?! 그 사람은 본인이나 잘 돌보면 다행이에요. 어디 감히 저한테 접근해요? 저랑 계지원은...” 예수진이 잠시 침묵하고 말했다.“저도 달갑지 않은 건 인정해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였던 것도 계지원을 기다린 거였어요.저를 안 좋아하더라도, 밖에서 다른 여자들이랑 많은 관계가 있었다고 해도, 어쩌면 충분히 즐기고 나면 저한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질 정도로 미련했어요.”소이연은 휴대폰을 꽉 쥐고 이 말들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예수진이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계지원한테 아직도 마음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누굴 속이려고 했던 게 아니라, 저 자신을 속인 거였고, 계지원은 저한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랬던 거였어요. 근데 사실 전 진짜 잘 못 지냈어요. 죽을 것처럼 일하고, 죽을 것처럼 술 마신 것도 다 잊어버리려고, 저 혼자 아프지 않으려고...”“수진 씨, 사실...”“이제 괜찮아요. 진짜 포기했어요.” 예수진은 소이연의 말을 끊고 말했다. “저 다른 사람 좋아해요.”“네?” 소이연이 놀라서 물었다.“저도 믿기지 않아요. 사랑이 이렇게 빨리 변할 수도 있더라고요.” 예수진이 웃으며 말했다.“처음에 제가 계지원한테 고백했던 날 밤에는 둘이 아주 잘 지냈어요. 근데 다음날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딱
소이연은 꾹 참고,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누군가 어떤 감정들을 놓아주었다면, 당사자가 다시 미련을 남기게 해서는 안 된다.“이연 언니도 지수도 걱정 마요. 저 잘 지낼게요. 어느 날 진짜 갈 곳 없으면, 그땐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예수진은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소이연이 대답했다.“이제 끊을게요. 요리 배우러 가야 해요.”“네?”“지금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제일 기초적인 것들부터 배우기로 했어요.” 예수진이 진지하게 얘기했다.마치 정말 노력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만약 하도경이 정말 예수진에게 빛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그녀는 축복을 택할 것이다.“그럼 공부 방해 안 할게요.” 소이연이 놀리며 웃었다.“다음에 이연 언니랑 지수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대접할게요.”“뱉은 말은 지켜야 해요.”전화가 끊기고.소이연도 한숨 돌렸다.그녀는 확실히 피곤했다.소송에 휘말린 뒤부터 예수진 사건까지, 마음 놓고 편히 잔 적이 거의 없었다.그녀는 하품을 몇 번 하더니,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잤다.소이연이 기지개를 켜며 배달 음식을 시키려던 그때, 갑자기 예수진이 요리를 배운다는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요리에 관심이 없었지만, 육민이 자주 올 것을 생각하니, 항상 배달 음식만 먹일 수도 없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옷을 갈아입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려고 방에서 나왔다.문을 열자, 키가 큰 사람 한 명, 작은 사람 한 명이 서있었다.소이연은 눈썹을 찡그렸다.주말도 아닌데 육현경이 육민을 데리고 왔다.한 마디 말도 없이.“나 외국에 다녀와야 해. 내일 바로 가.” 육현경이 설명했다. “민이 데려다주러 왔어. 일주일만, 마침 문씨 아저씨도 일주일 동안 고향에 다녀오신대.”소이연은 갑자기 그녀에게 사건이 발생하기 전 육현경이 해외에 있다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마도 밀린 일을 처리하러 가는 것이다.그녀는 속으로 묘한 감정이 들었지만, 담담히 말했다. “알겠어.”“엄마, 나가려
”엄마가 민이한테 밥해줄 거예요?”육민은 너무 설렜다.“나 엄마랑 같이 장보러 갈래요. 나도 같이 갈래요.”소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육민을 혼자 집에 두고 나오는 건 그녀도 원하지 않았다.소이연은 육민의 손을 잡고 육현경에게 말했다.“바쁘면 먼저 돌아가. 내가 민이를 돌볼게.”육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소이연은 더 말하지 않고 육민의 손을 잡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육현경이 묵묵히 뒤를 따랐다.소이연이 그에게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침묵하기로 했다.세 사람이 그렇게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엄마, 우리 뭘 살까요?”육민은 이런 마트에 처음 오는 거라 흥분을 주체 못했다.마트 안에는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었다.문씨 아저씨는 번마다 만단의 준비를 해서 같이 마트를 돌아다닐 기회가 없었다.“먹고 싶은 거 말해 봐. 엄마가 사 줄게.”“그럼 물고기요. 랍스타 그리고 대게…”육민은 다양한 해산물을 먹고 싶다고 했다.소이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육민의 입맛은 그녀와 많이 비슷했다.해산물 코너에 가서 한가득 사고, 생각해 보니 해산물만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야채, 스테이크 그리고 간식거리도 샀다.장보기를 끝내고 소이연이 육현경에게 말했다.“민이를 좀 봐줘. 나 좀 개인용품 사야겠어. 계산대에서 기다려.”“알았어.”소이연이 돌아올 때 생리대 몇 봉지를 안고 왔다.육현경과 육민은 한창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중이다.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육현경은 생각없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이리 줘, 같이 계산할게.”소이연이 망설이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뒤에 줄을 선 사람들이 얼른 계산하라고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기 때문이다.소이연은 눈을 딱 감고 손에 든 생리대 몇 봉지를 그에게 넘겼다.육현경이 받아 들고 보았다.소이연은 조금 어색해서 고개를 돌려 딴청을 부렸다.“손님, 지금 저희 마트에서 행사를 진행해서 생리대를 사면 콘돔 하나 드리거든요. 세 가지 사이즈가 있으니 골라 주세요.”계단원이 콘
확실한 건 또 무엇이냐며 소이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육현경은 거절하지 않고 바로 두 봉투를 소이연에게 건넸다.그녀가 받은 순간 바로 바닥에 내려놓았다.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마음의 준비가 없이는 감히 들 수 없는 무게였다.방금 육현경은 홀가분하게 들었는데 말이다.“그래도 억지 부릴 거야?”육현경이 묻자 그녀가 입술을 오므렸다.별로 많이 산 것 같지 않은데 언제 이렇게 많이 주워 담았대?육현경은 그녀가 난처하지 않게 하려고 다시 봉투를 들고 앞장서서 걸었다.소이연은 망설이다가 육민의 손을 잡고 뒤를 따랐다.집에 돌아오자마자 방금 장본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러다 무료로 받은 콘돔을 발견했다.그녀는 육민과 같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육현경을 보며 어떻게 줄지 고민했다.“도와줘?”육현경이 시선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언제 어디서든 그녀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소이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육현경이 일어서서 다가왔다.바로 육현경에게 콘돔을 건넸다.육현경이 힐끗 쳐다보았다.“네가 좋아하는 거잖아.”“…”소이연은 시선을 회피했다.“필요 없어.”“나도 필요 없어.”육현경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이연이 그를 쳐다보았다.육현경과 심아윤도 이걸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두 사람 모두 나이가 적지 않아 아이를 낳기 위해서 이런 결혼을 선택했으니까.“그럼 버릴게.”소이연이 바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버리지 마. 혹시 쓸지 어떻게 알아?”육현경이 갑자기 가서 꺼내 왔다.그러자 소이연이 눈살을 찌푸렸다.가져가든 던지든 더는 말하지 않았다.어쨌든 돈을 내지 않았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정리를 마치고 소이연이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방금 무슨 반찬을 하려고 생각했을 때 육현경이 또 부엌으로 들어왔다.“나 혼자 할 수 있어.”“저녁 8시야. 민이 배고프대.”그 말에 소이연이 시간을 확인했다.“내가 밥하는 게 빨라.”육현경이 제안했다.“옆에서 배워도 돼. 그러면 너도 빨리 배울 거야.
”엄마, 이런 우리 집 너무 좋아요.”육민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소이연은 의아했다.“이런 건 어떤 건데?”“세 식구가 같이 밥 먹고 같이 마트 가고 같이 밥도 만들어 먹는 거요.”육민이 당연하듯 말했다.소이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엄마는 싫어요?”육민이 토끼 같은 두 눈을 깜박거리며 불쌍한 척 말했다.“싫지 않아.”소이연이 웃으면서 덧붙였다.“민이 좋아하는 건 엄마도 좋아해.”“세상에서 민이를 잘해주는 건 엄마밖에 없어요.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해요.”육민은 작은 입으로 온갖 애교를 다 부렸다.소이연은 참 궁금했다.츤데레 같은 육현경의 성격에 어떻게 애교 발린 말만 하는 육민을 키워냈는지 말이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이연이 설거지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육현경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녀한테 쫓겨났다.엄격하게 말해서 접근하지 못하게 거리를 두었다.부자가 소파에 앉아 있더니 갑자기 육민이 엄숙하게 말했다.“아빠, 언제면 엄마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요?”육현경의 눈길이 줄곧 주방 안에 있다가 아들의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돌렸다.“나 이제 연기하지 못하겠어요.”육현경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육민은 소이연의 앞에서 하는 행동과 집에서 하는 행동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성공하지 못하면 더는 도와주지 않겠어요.”육민이 원망했다.“노력하고 있잖아.”아들에게 꾸중을 들으니 육현경은 정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여자 마음을 얻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왜 우리 학교 여자애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나만 좋아하던데?”육민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줄곧 아버지인 육현경을 숭배했었다.하지만 유독 연애에 대해서만 바보 된 것처럼 버벅거렸다.“나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네 엄마를 만난 이후로 완전히 역전됐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을 알아?”“몰라요.”“나중에 너도 저런 여자 나타나면 알게 될 거야.”“만나기 싫어요.”육민이 단호하게 말했다.“나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거든요
”이번 소송에서 도와줘서 고맙다고.”소이연이 솔직하게 말했다.결정적인 단서는 대부분 육현경이 조사해 주었다.특히 재무 부서에서 사람을 찾아 그녀의 필체를 모방하여 서명하고 도장을 찍은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나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소이연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진심으로 육현경과 심아윤이 빨리 결혼해서 그녀와 관계를 끝내길 바랐다.하지만 그의 덕분에 지금 무사하게 풀려나서 당장 결혼하라고 강요할 자격이 없었다.“참, 수진과 도경 씨가 같이 있어. 알아?”소이연이 화제를 돌렸다.“알아.”그녀는 육현경의 대답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육현경의 정보력과 능력에 의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수진의 말투를 들어보면 두 사람 감정이 꽤 좋은 거 같았어. 난 두 사람의 사이가 우정인지 아님 사랑인지 평가하고 싶지 않아. 수진이가 행복해하는 거 보니까 더는 수진의 감정에 끼어들지 말았으면 좋겠어. 툭 털어놓고 말해서 수진 앞에서 지원 씨가 계속 참고 있었다는 걸 말하지 마. 그리고 지원 씨도 더는 수진의 행복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걱정 마. 그럴 일은 없을 거야.”육현경은 확신했다.“비록 지원은 내 작은 삼촌이지만 친구로서 다 평등하게 대했어. 만약 도경이 진심으로 수진을 좋아하고 수진도 도경을 받아준다면 두 사람 행복하길 바라야지. 나뿐만 아니라 지원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소이연이 그를 쳐다봤다.육현경은 정말 무조건적으로 계지원을 신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도경과 수진이 관계를 확실히 할 때 나와 지원이도 다 봤어. 지원이가 그걸 보고 바로 가버리더라.”육현경은 그녀가 믿지 않자 더 명확하게 말했다.“만약 두 사람 관계를 방해하거나 수진을 빼앗으려 했다면 그렇게 가지 않았어. 지원은 마음씨가 착한 애야.”그 부분은 소이연도 인정했다.그녀와 육현경이 전에 썸을 타다 사이가 멀어졌을 때 일이다.소이연이 술에 취했을 때 계지원은 솔직히 상관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다.심지어 그녀의 안전을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