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실이 좋지 않아 평판이 나쁜 장안시(市) ‘왕년’ 최고 미녀의 약혼식.소식이 퍼지자, 상류 사회 전반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여자 화장실.이목구비가 또렷한 소이연은 프랑스식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남자친구 문서인과의 3년 연애 끝에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모두가 뒤에서 그녀를 조롱하고 욕하지만 3년 동안 그녀 곁을 지친 남자친구 문서인은 여전히 소이연을 사랑한다.소이연은 기대 섞인 미소를 지으며,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턱을 살짝 치켜들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이내 문틈으로 가느다란 연기가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기가 끊임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화재인가?’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바로 코를 막고 나갔다. 시끌벅적했던 연회장은 연기만 가득 찬 채 텅 비어 있었고, 불길은 모든 것을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기억을 더듬어 출구 쪽으로 다급히 달려갔다.불빛 속에서 짙은 연기가 몰아쳤다.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녀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바로 이때.한 남자가 갑자기 밖에서 뛰어 들어왔는데, 그녀의 약혼자 문서인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마치 구원자를 보는 것 같았다."문서인, 나 여기 있어...... 헉, 헉......"그러나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초조한 얼굴로 사방을 뒤졌고, 마치 목표를 찾은 것처럼 주저하지 않고 소이연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위급한 상황.문서인은 홀 중간에 주저 앉아있는 여자를 안고 신속하게 밖으로 나갔다."서인 오빠, 날 구하러 올 줄 알았어......"소이연은 그 여자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두려움에 가득 차 떨리는 목소리."너무 무서워......"그 순간.소이연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바늘에 콕콕 찔리듯 마음이 쑤셔왔다.왜냐하면 그 목소리는… 그녀의 의붓여동생인 소나은의 목소리였다.문서인이 목숨을 걸고 구하고 싶은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심장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것 같았다.그녀는 숨이 올라
소이연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았다. 그녀와 같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이는 대여섯 살 된 남자아이다. 정교한 이목구비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소이연은 가슴이 미어졌다.마치 몸속 어딘가가 얽혀 있는 것 같은......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남자아이는 재빨리 소이연의 병상 앞으로 달려가 이내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그녀의 병상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말랑한 몸으로 그녀를 덥석 안았다."엄마, 나쁜 사람이 괴롭힌 거야?"그러고는 서투른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소이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까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아이의 행동은 정말 소이연의 마음을 녹여주었다......그녀는 눈앞의 아이를 전혀 모른다.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만졌다."아가야,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야! 우리 엄마야, 나랑 아빠가 앞으로 엄마를 지켜줄게."아이는 그녀가 자기의 엄마라 확신했는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아빠는 성격이 더럽고 맨날 표정은 굳어있고 말도 잘 하지 않고…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고 항상 위가 아프다면서도 제때 밥도 먹지 않고 담배도 좋아하지만, 우리 아빠는 잘생겼고 돈도 많아. 그니까 엄마 이제 우리를 버리지 마.""......"소이연은 당황스러웠다."귀여운 꼬마야, 어떡하지? 난 네 엄마가 아니야.""아니! 우리 엄마 맞아. 난 다 알고 있어......""육민."병실 입구에서 갑자기 냉담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아이는 갑자기 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작은 머리로 뒤를 돌아보았다.소이연도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녀 주변에는 아무리 잘생긴 남자가 많다 해도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확실히 달랐다.하얀 셔츠에 단추가 하나 풀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로 비치는 하얀색 살결. 섹시했다.미간에는 날카로움과 여유로움이 배어 있었고, 단정하고 곧은 자세에서는 자신감과 귀티가 흘러나왔다."아빠!"아이는 남자를 불렀다.소이연은 그제야
소이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문서인을 바라보았다.비록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삼 년 동안의 감정 때문에 그녀는 어제까지만 해도 문서인이 자기를 불길 속에 버리고 소나은을 구해준 이유가 듣고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문서인의 어떤 해명도 결국 그녀가 모욕을 자초하는 일이라 판단되었다.문서인은 소이연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상대의 정교한 비주얼에 문서인은 눈빛이 멈칫했다. 그러고는 이내 눈앞의 이 남자가 바로 어제 소이연를 구하기 위해 불 속을 뛰어들었던 소방관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당시 그 남자는 구조용 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문서인은 그의 이목구비를 자세히 보지 못했으며 단지 키가 크다는 것만 보아낼 수 있었다."문서인, 우리 그만하자."소이연이 입을 열었다.삼 년의 감정은 이렇게 끝났다.문서인은 갑자기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그는 놀란 눈빛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이연을 바라보았다.화가 절정에 달한 그는 남자에게 삿대질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소이연, 이 남자가 대체 뭔데? 이 남자는 그저 소방관일 뿐이야. 그런데 단지 소방관 때문에 나랑 헤어지겠다고?!"육현경의 동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의 눈빛에는 조소와 음산함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육현경은 침묵을 택했다.육현경은 무뚝뚝하게 외면하는 표정이지만 전혀 자리를 비켜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소이연의 냉담한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어제 네가 소나은을 구하기로 한 순간, 모든 게 끝이라는 걸 생각 못했어?! 문서인, 더 이상 날 바보 취급하지 마!"문서인의 격앙된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는 할 말이 없다.문서인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복잡한 눈빛과 뒤죽박죽 한 머릿속, 그렇게 한참 뒤에야 문서인의 눈빛은 다시 석연해졌다."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문서인은 슬픈 눈으로 소이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서인은 병원을 떠나 소씨 가문의 별장에 도착했다.소승영이 다급하게 물었다."이영이가 파혼에 찬성한대?"문서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얌전한 소나은을 향해 자상하게 말했다."이미 헤어진 이상 파혼은 문제없어요. 다만 한동안은 나은이가 힘들어도 기다려야 해요.""힘들지 않아."소나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오빠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문서인은 소나은의 고분고분한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소나은을 택한 게 정확한 선택이다!문서인은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병원에 갔는데 병실에 남자가 있었어요. 그날 그 소방관이었어요.""개가 똥 먹는 것을 어떻게 고치겠어. 진작에 헤어져야 했어. 그 아이는 자네에게 어울리지 않아!"소승영이 단호하게 말했다.문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더러운 소이연!’"그 아이 말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마음대로 하라고 해, 나도 그렇게 얼굴이 두꺼운 딸은 없는 거로 칠 테니!"소승영은 소이연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었다. 소승영은 이내 화제를 돌렸다."듣자 하니 며칠 전 육씨 그룹의 큰 도련님인 육현경이 귀국했다 하던데, 기회가 되면 나은이가 은하 그룹 대표 신분으로 한번 만나봐.""아빠, 나한테 은하 그룹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세요?"소나은이 감격에 겨워 물었다.은하 그룹은 소이연의 어머니가 생전에 설립한 회사이다. 그녀는 소이연이 가장 원하는 것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아빠, 고마워요. 절대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아요."소나은은 황급히 자기의 결심을 밝혔다."아빠는 당연히 널 믿어."소승영은 소나은을 지극히 애지중지했다."근데 방금 아빠가 얘기한 육현경은 장안시 제일 재벌 맞죠? 해외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생모는 알려지지 않았다는?"소나은은 궁금한 듯 물었다.소승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듣자 하니, 육씨 가문 어르신이 편찮아서 육현경이 기업을 상속받았다지. 최근 몇 년 동안 육현경은 줄곧 해외에서 해외 시장 매출을 수직으로 상승시켰다고 하더라고. 기
"민이 오늘 소이연 씨 기다리느라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잤어요."육현경은 입을 열어 어색함을 풀려고 했다.소이연은 마음이 살짝 떨리더니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사실 대표님은 민이에게 내가 엄마가 아니라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어요."육현경의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갑작스러운 침묵에, 소이연은 자기가 실수라도 한 줄 알았다.소이연은 별 고민 없이 말했다."화재는 사고일 뿐이에요. 대표님도 괜히 제 식사 신경 쓰실 필요 없고요, 간병인도 필요하지 않아요. 맞다, 휴대폰은 얼마죠? 계좌로 이체해 드릴게요.""난 소이연 씨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그래서 난 대체 뭐가 바보 같다는 거지?!’"민이는 엄마가 필요해요."육현경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당연한 듯이 말했다."그래서요?"소이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육현경은 그녀를 한참 동안 그윽하게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민이는 소이연 씨를 좋아해요. 이쯤 얘기하면 내가 소이연 씨를 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셨겠죠?""......"그녀는 정말 눈치채지 못했다.육현경의 행동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소이연 씨, 바로 답해 주지 않아도 돼요. 아무래도 우리는......"육현경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마치 적당한 표현을 생각해 낸 듯 마지막에 몇 글자를 덧붙였다."아직 친하지 않으니까요."분명히 단지,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일 뿐이다.소이연은 깊은숨을 내쉬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대표님, 사람 감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육현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육현경은 쉽게 다가가기 힘든 비주얼이다. 하지만 이 순간 소이연은 그가 더 멀게 느껴졌다."대표님 아이가 절 좋아해서 대표님도 절 원한다고요? 그럼 저는 그저 꼭두각시라는 얘긴가요? 그럼 언젠가 민이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대표님은 또 다른 여자를 원할 건가요?"소이연은 다소 무거운 어조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대표님의
"당연하지."일주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소이연은 육민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다."번호 찍어두었으니 보고 싶으면 전화해. 시간 나면 또 만나러 올게.""꼭 그래야 해. 거짓말하면 멍멍이야."소이연은 힘들게 몸을 낮추었다.옆에 있던 육현경은 눈살을 찌푸렸다.소이연은 자세를 낮추어 육민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며 말했다."거짓말하면 멍멍이."육민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소이연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왠지 모르게 육현경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지는 것 같았다."먼저 갈게."소이연은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엄마,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가."육민은 그녀를 향해 달콤하게 말했다.그런데, 아무리 호칭을 바꾸라고 해도 안 바꾼다.엄마가 아니라고 하니 육민은 그녀가 자기를 버린 줄 알고 이내 토끼 같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그녀도 집착하지 않았다.육민이 더 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소이연은 혼자서 목발을 짚고 병실을 나왔다.육현경은 이렇게 계속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녀는 몇 번이나 거절하려다가 모른 척 넘어갔다.어느새 병원 앞까지 나오게 된 두 사람."대표님......"육현경은 그녀를 지나쳐 그들 앞에 주차된 검은색 마이바흐 문을 매너 있게 열었다.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댁까지 모셔다드릴게요.""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차 있잖아요."육현경은 간결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이것도 어필인 거야?’"신경 쓰여요."육현경이 덧붙였다.소이연은 육현경을 바라보았다.그와는 정말 대화하기 어려웠다.소이연은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육현경에게는 마치 그녀가 거절할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거절하는 것도 시간 낭비다. 아무 소용이 없다.럭셔리한 승용차에서."소이연 씨 어디 살아요?"육현경이 물었다."노스타운요."귀국 후, 그녀는 소씨 집안에 돌아간 적 없었다.소 씨 집안에서도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그래요."육현경은 가볍게 답하고 기사에게
널찍한 회의실에는 은하 그룹의 주요 임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소나은은 연단에 서서 취임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그녀가 입을 열자마자,문뜩 입구에 서 있는 소이연을 발견하고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회의실 맨 앞줄 센터에 앉은 소승영은 소나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뒤를 돌아봤다.소이연의 모습에 소승영도 얼굴이 시커멓게 굳어졌다.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은하의 모든 직원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소승영은 혐오에 가득한 표정으로 소이연에게 다가갔다."네가 어떻게 이곳에?!""우리 엄마가 세운 회사에 제가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소이연이 되물었다.소이연의 포스는 전혀 소승영에게 밀리지 않았다."너랑 다투고 싶지 않으니 당장 나가. 너한테 낭비할 시간 없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소승영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소이연은 소승영의 말을 뒤로하고 곧장 회의실로 들어갔다.소이연이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 소나은의 눈빛은 악독하게 변했다. 그렇지만 이내 표정 관리를 하며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어떻게 왔어? 날 축하해 주러 온 거야? 너무 기쁘다."소이연은 소나은이 배우가 되지 않는 것이 정말 아쉽다고 생각했다.소이연은 소나은의 가식적인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임원들 앞에서 서류를 꺼내 말했다."안녕하세요, 소이연이에요. 오늘 저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은하 그룹을 승계받으러 왔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은하 그룹을 관리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자.순식간에 장내가 술렁였다.“뭐라고?!”“은하 그룹이 소이연 거라고?!”“그럼, 회장님과 소나은은 어떻게 된 거야?!”소이연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놀라움을 개의치 않고 말했다."오늘부터 은하 그룹은 제가 책임집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말을 끝내고,소이연은 허리를 굽혀 직접 은하 그룹에 대한 소유권을 선포했다.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소나은의 손에는 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인사말이 들려 있었다. 소이연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
육현경의 동공이 흔들렸다."오늘은 원래 소나은의 취임식이었는데 소이연 씨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어서 소나은이 아주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해요."이명진은 계속 보고했다."하지만 소승영과 소나은이 은하를 지켜온 만큼 소이연 씨가 은하를 성공적으로 승계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육현경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사무용 책상을 톡톡 쳤다.‘대표님은 확실히 소이연 씨를 특별하게 생각하시네.그렇지 않으면 죽기 살기로 소이연 씨를 화재 현장에서 구하지 않았을 거야.하지만 여자라면 질색하던 대표님이 장안시에 돌아오자마자 생각이 바뀌셨다고?!’이명진은 의아했지만 육현경에게 직접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대표님, 조용히 뒤에서 도와드릴까요?"육현경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자신 있으니 혼자 갔겠지. 소이연 씨를 믿어보자고.""네."이명진은 공손히 대답했다.이명진은 소이연이 아무래도 육현경의 눈에 든 여자이기에 대단한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소이연은 은하 그룹에서 나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소이연은 휴대폰을 빤히 쳐다보다가 결국 통화버튼을 눌렀다."이연아, 너 왜 나은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문서인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사이는 나은이랑 상관없으니 나은이 난처하게 하지 말고 불만 있으면 나한테 말해."보나 마나 소나은이 그새를 못 참고 문서인에게 일러바친 것이다.그녀는 소나은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익숙했다."문서인, 착각하지 마. 나는 단지 내 것을 되찾으려고 한 것뿐이야."문서인은 가증스럽게 말했다."이연아, 돈 필요하면 말해. 그리고 우리는 단지 헤어졌을 뿐이지 내가 너한테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잖아? 난 널 해고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마! 일만 잘하면 월급 서운하게 안 줄 테니까."소이연은 정말 문서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문서인, 마지막으로 말하는 거니까 잘 들어! 우선 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