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왜 나를 그렇게 싫어하시는지 모르겠어.”이 말을 할 때 하지수는 여전히 약간 혼란스러워했다.송 씨 가족에게 놀러 갈 때마다 그녀는 정성을 다했고, 매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들에게 가져다주면 그들은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전에는 송문수를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어릴 때부터 송승우보다 천방지축이고 훈육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송문수에게 친근하게 대했다.그녀는 또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를 선물하고도 했다.송문수가 왜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정말 몰랐었다.그녀가 그의 집에 가기만 하면 그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했었다.옆에 있던 송문수는 침묵을 지켰다.그는 실제로 하지수를 미워하지 않았고 미워한 적도 없다.심지어 부모님이 매일 집에 데려와 놀아주기를 기다리기도 했었다.동글동글한 얼굴과 달콤한 미소를 가진 소녀를 그는 좋아했었다.마치 그녀만이 자신을 괜찮게 생각한 듯하였다. 송승우와 비교하지 않고도 말이다.다만 그녀는 말할 줄 몰랐다.“모두 같은 엄마 아빠에게서 태어났지만, 형은 모든 것을 잘했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하지만 반대로 동생은.” 그의 엄마와 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어른들은 그의 나쁜 성적으로 그의 모든 것을 부정하였다.하지만 왜 그가 나쁜 성적을 받았는지 그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들은 한 번도 그에게 집중한 적이 없었다.어렸을 때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그저 칭찬하는 표정만 짓고 송승우 주위를 빙빙 돌며 그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송승우는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높은 IQ를 보였기 때문에 부모님은 그를 제대로 키우고 싶어 했다.시험에서 100점을 맞더라도 부모님의 관심을 받지 못했기에 그는 아예 노력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모든 일에 능숙했다.반면 그는 모든 일에 서툴렀다.그는 모든 행동을 거꾸로 했다.적어도 이렇게 하면 공기처럼 취급하는 대신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언제부터 하지수를 싫어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을
엄마 아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넌 은혜를 갚으러 왔고, 네 동생은 복수를 하러 왔어.”복수?!송문수는 그 말을 기억했다.그리고 그는 더욱 반항적인 행동을 했었다.“어렸을 때 내가 잘못한 일이 있었겠지.”하지수는 결국 스스로에게서 이유를 찾았다.“하지만 앞으로는 나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어.”송문수는 입술을 다물었다.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하지수의 눈은 약간 충혈된 채로 슬픔에 잠겼다.“안돼?”“좋아.”송문수가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낮았다.숨이 막혀 흐느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가라앉았다.오랫동안 그는 기대할 것이 없었다.그는 세상 누구도 자신을 좋아하거나 관심을 둘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존재는 그냥 수를 채우는 작용을 할 뿐.그는 하지수가 언젠가 다시 시작한다고 말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다시 사귄다고?잠깐 그는 환각을 보는 듯하였다.그래서 그는 빨리 응답하지 못했다.이 모든 것이 꿈일까 그는 두려웠다.“그럼, 우리 사귀기로 약속한 거야?”하지수는 흥분을 가라앉혔다.“그럼, 이제 와서 안아도 될까?”하지수가 물었다.“안돼.”송문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하지수는 약간 상처를 입었다.“아직은 아니야”그는 현재 상황을 이어 나갈 수 없을까 무서웠다.그들은 지금 자신의 연애 상태를 시험해 보는 중이다.아마도 하지수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발전시키고 있을 뿐이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그는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지난번에는 후회했다.특히 감옥에 다녀온 후 생각할수록 더 많이 후회하게 되었다.둘이 함께할 운명이 아닌데 왜 그는 그녀를 소유하려고 했을까?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전하게 돌려보내야 했다.그래서 이번에는 절대로 자신을 공제해야 했었다.결국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정확히 말하면 하지수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그는 그녀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
다음 날.해가 중천에 뜬 지금 이 시각.송문수가 깨어났을 때 호텔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하지수는 어디 있냐는 걸까?떠난 건가?어젯밤에 그녀가 한 말은 모두 거짓말인 걸까?그들은 먼저 사귀어보자고 말했었다.그는 자신이 깨어났을 때 모든 것이 자신이 상상했던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이제 그 꿈이 깨어났다.송문수는 차갑게 웃었다.가슴을 타고 퍼져나가는 따끔거림은 잠시 숨을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거짓말쟁이 하지수.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속였다.그는 그녀를 믿지 말아야 했었다.호텔 객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송문수가 얼어붙었다.그러다 출입구에서 하지수를 발견했다.하지수는 손에 물건 보따리를 들고는 송문수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돼지처럼 자다가 드디어 잠에서 깼구나.”송문수는 침을 삼켰다.그는 방금 전의 엄청난 기분 변화를 숨기고 있었다.“왜 그래? 눈이 충혈됐어?”하지수는 즉시 그의 이상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살펴보았다.“아무것도 아니야.”송문수는 곧바로 얼굴을 피했다.그는 자신이 하지수에게 너무 화가 나서 울음을 참지 못했을 거라 상상을 못 했다.그는 자신을 얕잡아보았다.“아직 안 깨어난 거야?”하지수는 송문수의 다소 심술궂은 기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송문수는 어렸을 때부터 금방 일어날 때 심술을 쓰곤 했다.익숙해진 것이었다.“특산품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왔어. 원래는 같이 밥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너무 푹 자고 있어서 깨울 엄두가 나지 않았어. 이제 깨어났으니 일어나서 먹어. 조금 더 자고 싶으면 고객센터 보고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부탁한 후 먹고 싶을 때 따뜻하게 데워서 보낼게.”“일어나.”송문수는 말했다.“씻고 올게.”“그럼 널 기다릴게.”“응.”송문수가 화장실로 들어갔다.방문을 닫는 순간, 그는 격렬하게 뛰는 자기 심장을 만질 수밖에 없었다.하지수는 그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그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이런!이게
“앞으로는 그러지마.”송문수는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마음에 들어도 이렇게 오래 줄을 서면서까지 살 필요 없어.”“오.”하지수는 뭔가 잘못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송문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방금 너무 공격적이었나?하지만 두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하지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그는 그녀가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먹고 싶으면 내가 직접 가서 줄을 설게.”송문수가 덧붙였다.그는 오글거리고 달콤한 말을 할 수 없었다.“참을성이 없는 건 너겠지.”하지수가 반박했다.“나, 나는 안 먹어도 돼.”“그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못 먹겠네.”하지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먹지 않아도 죽지 않아.”“송문수, 로맨스에 알레르기 있어?”하지수는 불평할 수밖에 없었다.“….”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을 멈췄다.“빨리 먹어, 다 먹을 때까지 식탁에서 내려오면 안 돼.”하지수가 요구했다.“네가 사 온 거야.”송문수가 반박했다.하지만 조금 겁에 질린 하지수를 바라보며 말투를 살짝 풀었다."“기껏해야 반만 먹을 수 있어.”하지수는 여전히 토라진 듯하였다.“3/4.”하지수는 여전히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하지수, 넌 너무 말랐으니 날 위해 더 많이 먹어야 해!”“내 몸이 걱정되는 거야?”하지수가 물었다.송문수는 고개를 숙여 음식을 집어 들었다.들리지 않은척 했다.“알았어, 더 먹을게.”하지수는 약속했다.밥을 먹고 있던 송문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두 사람 모두 식사 후 약간 긴장한 상태였다.한 명은 토피 체어에, 다른 한 명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송문수는 이런 식으로 하지수과 두 끼를 더 먹으면 몸을 지탱할수 없을만큼 배가 부를것 같았다.“문수, 우리 언제 장안시로 돌아가는 거야?”하지수가 물었다.“돌아가고 싶어?”“여기 온 지 정말 오랜만인 것 같고 그쪽에 있는 친척들도 대부분 돌아갔으며 예수진도 아기를 키우러
송문수는 하도경의 시시덕거림을 무시했다.그는 직접 전화를 끊으며 하지수에게 전했다.“너한테 맡길게.”“너와 하도경은 정말 사이가 좋아 보여.”하지수가 말했다.“하도경, 육현경, 계지원 모두 다 사이가 좋지.”송문수는 주도적으로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이전의 그녀는 송문수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그의 직접적인 문제도 알 수 없었다.“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하지수는 조금 머뭇거렸다.“뭐?”“내가 말해도 화내지 마.”“말해.”“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내는데, 왜 송승우와는 사이가 안 좋은 거야?”하지수는 물었다.송문수가 화를 낼가 그녀는 두려웠다.송문수의 욱한 성격이 민감한 주제를 만났으니, 그녀는 두려웠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궁금했다.그들은 피를 나눈 형제였다.송문수의 표정을 보아하니 살짝 기분이 언짢은 것 같았다.너무 뻔한 사실이었다.아내를 훔치려는 남자와 누가 과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피를 나눈 형제라도 마찬가지였다.그리고 송승우는 어렸을 때부터 송문수를 무시하며 자라왔으니, 그는 당연히 송승우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그와 잘 지내길 바라는 거야?”송문수는 직접 대답하지 않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하지수는 잠시 얼어붙었다.그러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그냥 너답게 행동하는 게 제일 좋아.”“내가 송승우한테 친절하지 않아도 신경 안 써?”송문수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내가 왜 너희 형제의 일에 간섭해야 하는 거지?”하지수는 말했다.“현재 난 부부 관계에 집중하고 있고 이쪽도 신경 쓰느라 바쁜데 언제 그쪽까지 걱정할 시간이 있겠어?”송문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기쁨은 숨길 수도 없었다.그의 미소를 보고 있는 하지수는 약간 믿을 수 없었다.나를 향해 웃는 건가?송문수는 이때까지 그녀 앞에서 엄숙한 표정을 유지해 왔다.하지수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유리창 밖의 햇살이 그들의 환한 웃음을 비추기 시작했다.이 세상에 이렇게
소이연은 목소리가 매우 게을렀고, 해가 중천까지 뜬 점심에 전화를 쳐도 그녀는 그런 상태였다.이번 신혼여행에서 소이연은 육현경에게 뼛속까지 잡혀 먹힐가 두려웠다.그들이 돌아올 때쯤이면 뱃속에는 하나, 둘, 세 명의 작은 아기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지수, 드디어 왔구나, 요즘 내가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 계지원이 아무것도 못 하게 해.”예수진은 하지수를 바라보며 요즘 불만을 거칠게 쏟아 냈다.하지수는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말했다.“모두 다 널 근심해서 그런 거야, 좋은 남편 만나서 다행인 줄 알아.”“하지만 난 자유로워지고 싶어.”“아기가 낳으면 괜찮아질 거야.”“아기를 낳으면 모유 수유를 해야 하거든.”“모유 수유 후에는 괜찮을 거야.”“하지수, 너 지금 서서 말하는 게 전혀 고통스럽지 않지?”예수진은 화가 났다.하지수는 킥킥 웃었다.그녀의 허리는 멀쩡했다.그녀는 아직 이런 고통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아직 아이 가질 생각은 안 해봤어? 너도 더 이상 젊은 건 아니잖아. 그리고 이번 임신이 지난 임신과 전혀 같지 않다고 내가 아주 심심이 느끼는 중이야. 훨씬 더 피곤하다고.”하지수는 다실에 앉아 있는 송문수와 다른 사람들을 흘끗 쳐다보았다.텔레파시가 통한 듯 하였다.송문수도 뒤를 돌아보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가볍게 웃었다.예수진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지수, 너랑 송문수 사이에 뭔가 수상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예수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예수진은 송문수와 함께 있는 것을 항상 반대하곤 했었다.과거에 송문수가 그녀를 잘 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둘이 화해했어?”예수진은 한눈에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딱 절반만 화해했어.”“절반?”“우리 둘 이제 감정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하지수는 말했다.“천천히. 물론 강제 결혼이었고 둘 다 서로 감정이 없었지만 정말 함께 하자면 감정적 토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거든.”
“송문수는 고등학교 때 이미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반 머리 정도 더 컸고 농구 때문에 유난히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지.”예수진은 회상했다.“그 당시 우리 반은 아직 수업 중이였고 순간 그가 사납게 우리 교실로 달려와 나에게 다가온 거야.”“당시 반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도 송문수의 행동에 겁을 먹었어. 난 당시 나의 어떤 행동 때문에 송문수가 화나 나를 죽이러 온 줄 알았다니까.”예수진은 그 말을 할 때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이어서 그녀는 말했다.“그 결과 송문수가 전교생 앞에서 나에게 생리대 한 뭉치를 던져준 거야.”하지수는 그 당시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웠다.예수진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했다.“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하며 나한테 말하더라고. 하지수한테 이걸 갖다주라고.”예수진은 말했다.“그렇게 말한 후 그는 우리 반의 수많은 시선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돌아서서 나갔고, 결국 창피한 사람은 우리들이었지.”“지수, 그때의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알아? 땅속으로 파고들어 갈 뻔했다고.”예수진은 참을 수 없어 말했다.“결국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난 그 생리대를 너한테 갖다주었지.”“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하지수는 깜짝 놀랐다.“그때 당시의 넌 아주 쑥스러움을 잘 탔고 내가 너한테 괜히 말했다가 남들 눈도 못 바라볼까? 결국 알려주지 않았어. 송문수의 그때 행동은 네가 드디어 월경이 왔고 이젠 어엿한 소녀가 되었다고 온 세상에 알리는 것과 같았어. 그런 상황에서 네가 과연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예수진이 설명했다.하지수는 입술을 다물었다.중학교 시절의 그녀였다면 아마 트라우마로 남았을 수 있었다.“그래서 너한테 말 안 했고 시간이 지나 난 자연스레 까먹었지.”예수진이 웃었다.그 순간 고개를 돌려 그 남자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했다.“월경이 오는 이 신비스러운 일을 아주 남들이 다 알게 크게 번진 당사자를 난 그 당시 아주 나쁘게 생각했어.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송문수도 아마
나이트클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두 남자.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예수진도 이 두 사람이랑 마시면 살아나올 수 없었다. 계지원 같은 초짜는 말할 것도 없었다.송문수와 하도경이 일부러 계지원을 찾아 술을 마시는 것을 보자 그녀는 화가 났다.그녀도 만약 마실 수 있다면.이 두 놈이 죽을 때까지 같이 마실 수 있는데!하지수는 옆에서 예수진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데면데면한 예수진이 한 남자에게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감정에 상처받은 여성이 이렇게 행복해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하지수는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송문수가 곁에 있으면 그녀는 긴장을 풀기 힘들었다.그들이 어떻게 술을 마셔도 그녀는 방해하지 않았다.송문수의 음주량은 그들 중 누구한테도 지지 않았으니 불리한 상황은 없었다.대신 그녀는 하연에게 관심을 돌렸다.하연이 그동안 아주 잘 지냈다고 들었었다.지금은 언니가 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혼자서 밥을 먹는 모습은 보기 드물게 희귀하기도 했다.그녀는 식사하면서 하연을 돌보기도 했다.그녀는 하연의 식사를 도우며 입가에 묻은 밥알을 닦아주었다.그는 하연에게 매우 친절했다.하연 역시 하지수를 좋아했고 항상 그녀를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다 갑자기 송문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전의 그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아기를 낳거나 낳지 않아도 별 느낌이 없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하지수와 하연의 모습을 보니 그는 살짝 설렜다.그는 그 순간 딸을 낳으면 그 딸도 하지수를 닮았을 것이라는 상상까지 하였다.그는 갑자기 심장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문수, 술 마셔, 뭘 보고 있어?”하도경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불렀다.송문수는 정신을 차렸다.“걱정하지 마. 네 아내, 도망 안 가. 집에 가서 천천히 봐.”송문수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분명 장난을 친 것이었다.“말이 참 많아.”송문수는 감정을 숨겼다.“방금 하연을 본 거야. 못 본 지 며칠 만에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승우 씨, 사과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무 탈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끝내는 거예요. 승우 씨는 문수 씨 형이잖아요. 게다가 저도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척 같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했다.송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하지수는 뒤를 돌아 송문수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녀도 여전히 많이 피곤했다. 송문수랑 같이 집으로 가서 자고 싶었다.크레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상, 기술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의 손은 또다시 송승우에 의해 붙잡혔다.하지수가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송문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승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 하지수를 데려오려던 순간, 송승우가 갑자기 말했다.“지수 씨, 방금 당신의 행동은 모든 걸 말해줬어요!”“무슨 행동이요?”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제가 불렀을 때, 제 쪽으로 다가왔잖아요. 그게 지수 씨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에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저한테로 오세요. 하지수 씨, 제가 잘 해줄게요. 지수 씨를 혼자 두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맹세할게요...”“아니요.”하지수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하지수를 바라보는 송승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승우 씨가 불었을 때 따라간 건 무의식적으로 간 거예요.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누가 불렀어도 갔을 거예요. 승우 씨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게요. 낯선 목
송문수는 하지수가 일어나서 송승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송승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생각했다.‘그래, 지수 씨도 아직 날 신경 쓰고 있다니까. 숨기려 해도 어떻게 숨기겠어? 이런 상태에서야 비로소 진심이 드러나는 거지.’송문수는 멀어져 가는 하지수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에 손이 닿았을 때 살짝 멈칫했다. 하지수를 강제로 붙잡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사실 그는 항상 하지수의 선택을 존중해 왔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이다.하지수는 송승우 앞으로 걸어갔고 송승우가 먼저 손을 뻗더니 그녀를 끌어당기려 했다.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 하지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승우 씨?”그녀는 그제야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조금 전까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이제와사 분명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흐릿할 뿐이었다.“너무 늦었어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송승우가 그녀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하지수는 급히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그러자 송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아까는 잠에서 덜 깨서 그랬어요. 전 문수 씨랑 같이 갈 거예요.”“뭐라고요?”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까지 연기할 거예요?”“네?”하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저를 놀리는 게 재밌으세요?”송승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저... 저는 그런 게 아니라...”하지수는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그러자 송승우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제가 잘못한 걸로 하죠.”그가 갑작스레 사과를 하자 하지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사과를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사과를 하는 거야?’“미안했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난 거라고는 하지만 우리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잖아요. 결혼식장에 지수 씨 혼자 남겨두고 간 건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하지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
하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만약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어색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문수 씨도 부끄러워하는 건가?’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하지수는 소파에 앉아 몰래 송문수를 쳐다보았다.그는 그저 고위직 직원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쉬었다.‘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가?’송문수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해명하려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체면을 세우려고 그러는 건가?’하지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크레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송문수와 하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논의하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송문수는 아직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금까지도 각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협력 계획과 판매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송문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송문수는 그제야 그의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서류든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인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이젠 점점 더 신중해졌고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사인을 했다.그 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야 송문수는 퇴근을 하려고 하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이미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하지수는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송문수의 기억 속에 하지수는 늘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절대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많이 피곤한 걸까?’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야
송문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아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더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송문수가 점점 더 발전하는 걸 보면서 하지수도 그를 더 지지해 주고 싶었고 송문수로 하여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하지수는 옆에 있는 소파로 가서 노트북을 들고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는 습관처럼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들어갔다.그녀는 비록 알림을 꺼 놓았지만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메시지가 있으면 항상 첫 번째로 확인하곤 했다.그런데 그때, 그룹 채팅에 있는 메시지를 본 하지수는 깜짝 놀랐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워할 것이었다.송문수가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보낸 것이었다.하지수는 고개를 들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채팅방에는 여전히 ‘하지수’라는 이름이 올라오고 있었다.“문수 씨,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거 아니야?”하지수가 물었다.“어?”송문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하지수는 송문수 앞에 서서 그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타자를 해놓고 아직 보내지 않은 ‘하지수’도 있었다.송문수도 그제야 자신이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입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자신도 놀란 듯했다. 그는 자신이 타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방금 그의 머릿속이 온통 하지수로 가득 찬 건 사실이었다.그때, 채팅방에서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다.[회장님 지금 하 매니저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그걸 실수로 단체 채팅방에 보낸 거고?]메시지는 보내지자마자 삭제되었고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나도 잘못 보냈네!”그룹 채팅에 두 개의 삭제 기록이 나타났다.송문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제야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하지수’라는 메시지들을 삭제하려 했지만 이미 메시지를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이
송승우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하지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게 송문수를 고른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반드시 알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로 하여금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사무실을 떠나 바로 송문수의 사무실로 갔다.송문수는 업무에 몰두해 있었다.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자유시간이 없었고 퇴근 후에도 여전히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하느님도 부지런한 사람을 도울 거라 믿으며 송문수가 앞으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형이 뭐라고 했어?”송문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자기 개인 비서로 되어달라고 하더라고.”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송문수랑 같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최대한 마음을 다할 생각이었다.송문수는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치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하지수가 그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였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지수가 형 요구를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도 알겠다고 했겠지...’이렇게 생각한 송문수는 일에 더 집중하려 애썼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결심한 이상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거절했어.”하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문수는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분명 그녀의 말에 설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했다.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계속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반면, 하지수는 송문수에게 그 어떤 반응도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송문수는 자기한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의 결정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왜 거절했는데?”송문수가 차분하게 물었다.“문수 씨한테 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수는 웃으며
하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송승우를 바라보았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어린 시절 그녀는 항상 송승우를 믿었고 그가 자기를 보호해 줄 거라 생각했었다. 송승우는 같은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하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순간, 그녀는 자신이 송승우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게다가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이 너무 유치해서 하지수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지?’송승우는 하지수와 송문수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몇 번이나 말했으니 모를 리 없었다.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있고 송승우와의 관계는 이미 끝난 거라고 말이다.그리고 송문수가 지금 송씨 그룹의 대리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도 분명 알고 있었다. 송문수의 결정이 회사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말이다. 송문수한테 도움이 더 필요했고 송문수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았다.‘생각이 없는 건가?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인 말을 할 수 있는 거지?’“왜요? 제가 무슨 어려운 부탁이라도 했나요?”송승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승우 씨, 정말 제대로 일하려고 온 거 맞아요? 아니면 그냥 문수 씨를 못 믿어서 온 건가요? 문수 씨가 회사를 잘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감시하러 온 거냐고요!”“당연히 일하러 온 거죠. 아니면 왜 연구소 일까지 내려놓고 회사로 왔겠어요! 그리고 또...”“아까 지수 씨가 그러셨잖아요. 송문수를 못 믿냐고요. 맞아요. 전 송문수 그 자식 못 믿어요. 송문수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성과를 하나 냈다고 교만해져서 마음대로 하려 할 겁니다.”“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승우 씨는 왜 그렇게 문수 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예요?”하지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게 아니라면 왜 문수 씨를 그렇게 모욕하고 내 곁에서 떼어놓으려 하겠어...’하지수의 능력이 얼마나
짧은 시간이었기에 송문수가 회사의 대체적인 상황을 잘 파악한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단지 송문수에게 회사를 관리하는 재능이 있어서 해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송문수가 매일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하지수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지어는 날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가 집에 돌아갔다. 게다가 차에서 보는 서류들도 모두 송씨 그룹과 관련된 문서였다.송문수는 원래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거나 먹고 자고 놀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송문수는 정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된 것 같았다....송문수의 말대로 하지수는 다음 주에 회사로 찾아올 크레지를 위해 연관 업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송문수와 하지수가 일 처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사님들도 점점 두 사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맡긴 업무에 대해 불평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만 했다.그러면서 송문수와 하지수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었고 회사도 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하지수는 송문수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요즘 들어서 그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송문수는 자주 회사의 전문 용어나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계획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그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지수 씨, 잠깐 제 사무실로 올 수 있으세요?”그때, 송승우가 갑자기 하지수를 불렀다.하지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송문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네 마음대로 해.”송문수는 이렇게 말하고 큰 걸음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질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지수는 속으로 약간 허탈감을 느꼈다.송문수가 많이 변한 건 사실이었지만 하지수에 대한 감정은 별로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도
회의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들은 혹시나 방금 들은 말이 착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송승우는 믿을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장난만 치고 아무것도 해낸 적 없었던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제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요. 다음 주 수요일쯤, 크레지 씨가 직접 회사로 와서 계약서에 사인하실 거라고 하셨어요.”송문수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정말인가요?”오 이사님이 가장 먼저 물었다. 이렇게 묻는 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다른 이사님들도 모두 송문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이사님들뿐만 아니라 송기명까지도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거라 생각했었다. 기술 투자를 성사하지 못한다면 즉시 프로젝트를 멈추고 더 이상의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그동안 들인 노력과 돈이 헛된 것으로 된다고 해도, 아쉽고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면서, 이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이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기술 투자를 따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국제적인 협력 또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어느 정도 경쟁 관계도 존재했으니 말이다.그럼에도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성사한 것이었다.“금방 크레지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송문수도 감격스러운지 여러 번 반복했다.“정말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오 이사님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다른 이사님들도 다들 같은 말만 반복했다.“문수 씨, 정말 대단하세요!”“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크레지 씨한테서 기술 투자를 따내다뇨... 크레지 씨는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문수 씨, 이번에 정말 큰 공을 세우셨어요. 만약 이번 기술 투자가 실패했다면 회사는 최소 3년에서 5년 동
그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송기명과 허영지도 아마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니 말이다.그러나 송문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해줬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유독 송승우만은 계속해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했고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하지수는 송승우를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그러자 그때, 송문수의 전화가 울렸다.전화 화면을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송승우는 송문수의 행동을 지켜보며 마치 트집이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송문수, 회의 중에 개인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몰라?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송문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회의실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송승우는 더 화가 났다.그때, 오 이사님이 그를 꾸짖었다.“승우 씨, 지금 문수 씨는 이 회사의 회장입니다. 이 회사에 발을 들인 이상 문수 씨의 말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수 씨가 전화를 언제 받든 그건 문수 씨가 결정할 일입니다. 저희도 문수 씨랑 여러 번 회의를 해봤어요. 진짜 급하고 중요한 전화가 아닌 이상 회의 중에 절대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송승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송문수 이놈, 비밀리에 오 이사님이랑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왜 오 이사님께서 계속 송문수를 감싸주겠어?’이렇게 생각한 그는 다른 이사님들을 둘러보았다.다른 이사님들도 송문수가 회의 중에 전화를 받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 듯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송승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도대체 송문수가 이 사람들에게 뭘 해 줬길래 다들 이렇게 그를 감싸는 걸까?’회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조용히 송문수가 전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송승우는 점점 더 짜증이 났지만 다들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도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송문수가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송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승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