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그의 옛 변태 스승이 자신을 용의 척추로 대체했다고 말한 사실도 확인이 되었다.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 돌집이 보였다. 이도현은 망설임 없이 곧장 돌집을 향해 걸어갔다.돌집의 어두운 문은 바다 전체를 삼키려는 괴물의 피 묻은 입과도 같았다.이도현이 드디어 그 작디작은 문 앞에 도착했다.“나와! 너희가 이러고도 킬러야? 얼른 나와보라고!”이도현은 이상한 움직임으로 조용히 돌집에 나타났다. 그 시각, 돌집에 있던 누구도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도현…”모든 사람의 눈빛이 단번에 소리가 나오는 쪽을 향했다.한지음이 맨 먼저 반응했고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도현 씨, 여긴 왜 왔어요? 얼른, 얼른 가요! 여기 위험하다고요.”“전 괜찮아요. 제가 곧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이도현은 한지음에게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그녀를 안심시켰다.현동자 또한 갑자기 희망을 본 듯 큰소리로 외쳤다.“이 자식아, 왜 이제야 왔어? 얼른 나 좀 구해줘, 너 때문에 내가 죽게 생겼단 말이야. 젠장. 너 여기서 더 늦었더라면, 내 법기가 압수당할 뻔했다고!”“여기 이 미친놈들이 감히 나의 개안 법기를 건드리려 하다니! 내가 어떤 지경으로 처맞았는지 두 눈을 뜨고 좀 보란 말이야.”“나 지금 거의 반병신이야. 손에 핏줄도 이놈들 때문에 끊어졌어. 앞으로 부자 누님들 개안하려면, 할 수 없이 그들더러 직접 움직이게 해야 해. 난 지탱 점이 없어졌어. 젠장!”현동자는 비록 크게 다쳤어도 그 입은 여전히 쉴 틈이 없었다. 그는 이도현을 보자마자 다시 또 입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넌 그래도 싸. 네가 많은 여자 해쳤잖아! 이건 인과응보야.”“주인님,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요…”“혈귀조직의 10대 혈귀 장군들이 전부 여기 매복되어 있다고요. 저희를 잡은 이유도 주인님을 여기로 유인하기 위함이라고요. 그러니 얼른 가요, 주인님!”신영성존은 이도현을 보며 감동 스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도현이 진짜로 올 줄 생각지도 못
그 잔혹한 장면에 다른 사람들은 두피가 저려오는데, 신영성존은 얼굴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는 참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아프지 않다는 것을 뜻했다.이도현의 그 침은 마치 전신마취를 한 것처럼 통증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신영성존의 쇠사슬을 걷어내고, 그다음에 또 몇 바늘을 꽂았다. 이는 경맥을 막고 신영성존의 피를 멈추게 했다.“이따가 상처 치료 해줄게. 처음 그때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야!”이도현이 살며시 말했다.그의 담담함은 혈귀조직의 사람들을 완전히 화나게 했다.혈삼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어둠 속에서 빠르게 몸을 날려 이도현의 앞에 멈춰 섰다. 그가 이도현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이도현, 이게 어떤 곳인 줄 알고 그렇게 까불어!”그는 본인의 등장으로 이도현에게 충격을 안겨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도현이 이미 그의 앞까지 도착하여 손바닥으로 그를 때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도현의 속도는 유령처럼 빨랐다. 혈삼 또한 언제 앞에 나타났었는지 전혀 캐치하지 못했다.그가 반응하기 전에 이도현은 이미 손바닥으로 그의 천령을 내리치고 있었다.그 순간! 혈칠은 이미 죽음이 다가옴을 느꼈다.그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자기 머리에서 시작하여 끊임없이 몸을 파괴하는 힘이 자신의 머리를 침범하고 있음을 분명히 느꼈으니 말이다.혈귀조직의 킬러로서 그는 혈귀 10대 장군 중 한 명이며, 그가 죽인 사람들의 절망을 보는 데 익숙했다.그러나 이번에 그는 처음으로 절망을 느꼈다. 죽음의 절망 말이다.“펑!”둔탁한 소리가 난 뒤, 혈귀 조직의 10대 혈장군 중 3위를 차지하던 혈칠이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숨도 쉬지 못한 채 땅바닥에 쓰러졌다.“죽고 싶어?”“감히...”혈삼이 바닥에 쓰러지는 그 순간 어둠 속에 숨어있던 기타 혈귀 장군들도 전부 뛰쳐나왔다. 그들은 이도현을 둘러쌌다.“죽여라!”혈일의 명령에 따라 9명의 혈귀 장군이 이도
“도망가려고? 어림도 없지!”이도현은 남은 혈귀 장군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그 시각 혈귀 장군 중 4명밖에 남지 않았고, 나머지는 이도현에 의해 한순간에 살해당했다.혈칠은 온몸을 떨며 이도현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이제 어떡하죠? 우리 도망가긴 글렀네요.”“그러면 같이 달려드는 거야. 저놈이랑 끝까지 싸워야지.”혈육이 분노하며 답했다.“그래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같이 싸워요.”도망갈 수 없다는 걸 느낀 그들은 이도현과 죽을힘을 다해 싸우기로 했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이도현을 향해 달려갔다.한편, 이도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아예 음양 부채를 집어넣고 주먹으로 여러 사람을 향해 돌진해 갔다. 강력한 힘이 순식간에 그의 주먹에서 폭발해 나갔다.쿵!큰 소리와 함께 두 명의 혈귀쪽 장군이 바로 날아갔다. 두 사람은 피를 내뿜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숨졌다.이도현의 현재 내공으로 봤을 때 제급 강자는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혈귀쪽 장군들은 거의 황급 중급인데, 그들이 어찌 이도현의 힘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혈일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너 대체 뭐야! 왜 이렇게 강한거데?”혈육의 얼굴색은 잿빛으로 된 채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도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이도현은 가소롭다는 듯 그들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곧 죽을 건데그런 걸 아는 게 뭔 의미가 있어?”그의 차가운 표정은 마치 사신과도 같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했다.이도현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그들과의 거리를 좁혔다.“얼른 가서 취신선 좀 갖고 와. 강씨 가문의 취신선을 써야겠어…”가까이 다가오는 이도현을 보고 혈일이 큰 소리로 말했다.당황해 있던 혈육은 혈일의 명령에 바로 반응했다. 그러고는 급히 품에서 가루약 한 봉지를 꺼내 이도현을 향해 뿌렸다.가루약이 공중에서 폭파되어 피어났고, 분홍색 가루약이 연기처럼 돌집에 흩어지면서
“뭐, 뭐야? 왜, 왜 아무 일도 없는 건데? 이럴 리 없어. 말도 안 되는 거라고!”멀쩡한 이도현을 보며 혈일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듯했다.고대 무술 강씨 가문의 취신선도 이도현에게는 먹히지 않으니, 이제는 완전히 절망적인 상태였다.혈육은 이도현의 동공이 끊임없이 커지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이, 이 마귀야! 취신선을 버티다니. 이 약은 제급 강자들도 버틸 수 없는 건데 이걸 버텨? 넌, 넌 사람이 아니야…”혈육은 완전히 멘탈이 깨진 듯한 상태였다. 그는 귀신을 보듯 이도현을 보며 끊임없이 뒤로 후퇴했다. 그의 눈에는 종래로 없던 두려움까지 서려 있었다.끊임없이 다가오는 이도현을 보며 그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굳이 왜 이 마귀 같은 놈을 건드렸을까 하는 후회 말이다.서른도 안 된 나이에 이렇게 강력한 강자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만약 그가 정말로 복수를 한다면, 수천 년 동안 전해져 온 혈귀 조직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취신선이면 뭐? 너희들 진짜 멍청하네. 너희들 내가 고대 무술 강씨 가문에 갔을 때, 강씨 집안 고수들도 죽인 거 다 알잖아? 취신선이 진짜 효과가 있었다면, 강씨 집안에서 그때 아마 나한테 썼겠지, 굳이 너희들이 날 죽이길 기다렸겠냐! ”이도현이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너희들은 이용당한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개웃기네!”“이젠, 내가 너희들을 떠나보내 줄 차례야!”말을 마친 뒤, 이도현은 어느새 은침 2개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그 은침으로 혈일과 혈육의 목숨을 앗아갈 예정이었다.“백호령 왔습니다. 이도현은 들어라!”갑자기 웬 늙은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곧이어 강렬한 빛이 돌집을 비추어 돌집 전체를 단번에 밝게 만들었다.한 무리 십여 명이 한 노인을 에워싸고 돌집으로 들어갔다.이도현은 몸을 돌려 차가운 눈으로 오는 사람들을 보았다.중간의 노인은 제급 초기의 강자이
이도현은 아무 말 없이 바보처럼 그 노인을 바라봤다.그는 백호 법당과 진작에 관계를 맺었다. 그 후 그들을 찾아간 적은 없었는데, 지금 뜻밖에도 그쪽에서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이도현은 노인을 시큰둥하게 쳐다봤다. 그러고는 도발하듯이 손에 있는 은침을 바로 꺼내 혈일과 혈육의 천령에 찔렀다.두 사람은 이마에 가시가 찌른 것과 같은 느낌만 느꼈을 뿐 어찌 된 일인지 아직 반응하지 못했다.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머리는 바로 터졌고, 피가 여기저기 흩날렸다.이도현은 손바닥을 털며 백호 법 집행당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백호령은 또 뭔데?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니야? 자, 여기 데려가면 되겠네!”그는 거만하게 그들을 향해 말했다.이도현의 거만한 태도에 백호당 사람들의 얼굴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 그 노인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그들은 오기 전 이미 이도현이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이도현이 이렇게 백호 법 집행 당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고 모욕감을 안겨 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윽고 노인이 어두워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이도현! 겁이 없구나.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 이건 지금 백호당을 도발하는 거나 다름없단 말이야!”그 말에 이도현은 손을 저으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그냥 집에 가서 쉬지 그래? 너희 따위가 내 도발 상대가 되긴 해?”“감히…”“꺼져.”이도현은 화가 났다. 화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이 사람들의 너무도 뻔뻔한 태도에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본인이 백호당이면, 지구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오자마자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 것도 모자라, 선반에 매달려 있는 몇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이 부분만 봐도, 그들에게 있어 일반인이란 눈에 들어오지도 존재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게다가 이 사람들의 생사는 더욱이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혈귀조직의 킬러들을 데려가려 했다.데려간 뒤,
“이도현, 죽고 싶어? 지금까지 네가 좋은 인재라고 생각해서 참아줬는데, 이런 놈일 줄은 몰랐네!”노인은 음침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다시 한번 기회 줄게. 수련한 내공들 전부 다 포기하고 우리랑 같이 가. 백호당 감옥에서 한평생 있으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 줄게. 그게 아니라면 네 목숨은 나도 장담 못 해. 우린 지금 바로 널 죽일 수도 있거든!”이도현 스스로 내공을 포기하고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는 것은 그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하지만 이런 뻔뻔스러운 말을 마치 이도현을 위해서인 것처럼,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하다니.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이도현이 아니다.그들은 진짜로 자신들이 타인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 의사 결정권자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노인의 말을 듣고 난 이도현이 웃어 보였다.“보아하니 꺼지고 싶지 않은가 봐! 좋아, 영원히 여기 남게 해주지!”이도현은 분노와 함께 바로 조치를 취했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는 빠르게 노인 쪽을 향해 다가갔다.“쿵!”이도현의 한쪽 주먹이 강한 힘을 가지고 강력하게 공격을 퍼부었다.노인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막았다. 두 주먹이 공중에서 충돌하여 거대한 힘을 폭발시켰다.이도현은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았다. 그의 주먹 한 방에 노인은 팔 쪽에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꼈다. 그의 팔 전체는 뜻밖에도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다.팔의 살과 뼈는 이미 묽게 부서졌고 그의 팔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심한 통증으로 노인의 얼굴색이 일그러졌다.“아, 이 짐승 같은 놈. 감, 감히 나에게 손을 대?”노인의 음흉한 눈빛에는 통증으로 이미 핏발이 서 있었다.전례에 없는 분노가 가슴에서 폭발하는 순간, 이도현을 바라보는 그의 차가운 시선 속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모든 것이 너무 빨리 일어나서 일이 끝났을 때쯤이야 백호 법당의 다른 사람들이 반응했다.“어르신…”몇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노인을 에워쌌다.그리고 이도현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
그 발차기 한방에 노인은 강한 힘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고 느꼈다. 그의 가슴뼈가 말은 소리와 함께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그는 이 강한 힘에 의해 거꾸로 날아가, 푸 하는 소리를 내며 선혈이 허공에서 뿜어져 나왔다.“아, 이 자식이. 감히…”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노인은 당장이라도 이도현의 조상님이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 그 순간, 그의 온몸은 죽고 싶어질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하마터면 늙은 명줄을 여기에서 끊어버릴 뻔했다.그의 한쪽 팔은 완전히 폐기된 셈이다.게다가 가슴은 얼얼하게 아팠고 뼈는 부러져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움직이면 부러진 뼈가 그의 오장육부를 찢어버릴까 봐 걱정이었으니 말이다.짙은 치욕과 심한 고통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증오 서린 눈으로 이도현을 보며 노호했다.“이도현… 너 죽고 싶어?”“그러면 우리 둘 중 누가 먼저 죽는지 한번 볼까?”이도현이 조롱 섞인 어투로 답했다.그러고는 기술을 사용해 빠르게 노인 앞에 다가간 후, 또 호되게 그를 걷어찼다.“아!”이도현의 발길에 노인은 비명을 질렀고, 온몸의 뼈 또한 모두 부서졌다. 즉, 그의 그 늙은 뼈들도 완전히 폐기된 셈이다.그 모습에 백호 법당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고 너무도 놀란 나머지 누구도 감히 구조하러 가지 못했다.그들은 멀찌감치 서서 이도현을 멈추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이도현, 멈춰! 너 지금 뭐 하는 짓인지 알기는 해?”“백호당의 집행 어르신을 죽이면 어떤 후과인지 알긴 하냐고!”“어르신에게 일이라도 생기면 넌 말할 것도 없고, 너의 그 용 팀과 봉황 팀 선배들에게도 영향이 갈 거란 말이야!”“멈춰…”수십 명의 황급 강자들은 감히 다가가 어르신을 구하지는 못하고, 그냥 멀리서 서서 말로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이도현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그들을 힐끗 쳐다봤다.죽음 앞에서는 어떠한 관계도 소용이 없고, 오직 자신의 목숨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이윽고 이도현은 손에 부채를 꺼내 들고 냉
십여 명의 황급 강자들이 완전히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바닥에 머리가 없는 시체가 그들의 어르신이라는 게 믿기 어려웠다.그들의 보스는 제급 강자, 온 천하의 무도 고수 중의 강자이다!즉 제급, 무도계의 인물이다.그런 사람이 지금 머리도 없이 죽어버린 것이다.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을 쓸 기회도 없이 이도현에 의해 살해되었다.나머지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가…”누군가의 소리가 충격 속의 그들을 반응하게 했다. 이윽고 황급 강자들은 다급히 돌아서서 돌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그들은 단 1분도 그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이도현과 마주하면 마치 마귀와 마주한 듯, 저항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지금 도망가기에는 이미 늦었다.이도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미 그들 앞에 울려 퍼졌다.“도망가는 거야? 여기고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아나 봐? 내가 언제 너희들 가라고 했어?”이도현은 이미 돌집 문 앞에서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한 무리 겁에 질린 황급 강자들이 벌벌 떨며 그에게 물었다.“왜, 왜 그래?”“이, 이도현. 우리도 명령대로 집행했을 뿐이야. 설마 우리까지 같이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그 말에 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스캔하며 말했다.“너희들은 죽이지 않을게. 근데 저 쓰레기는 같이 가져가 줘!”“너희들한테 기회를 주는 이유는, 돌아가서 나 대신 말 좀 전해달라고 이러는 거야. 앞으로 나 건드리지 마. 너희들 이게 두 번째인 거 알고 있지? 만약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너희들이든 백호당이든 뭐든 전부 다 사라지게 만들어버릴 테니까!”이도현의 말에 황급 강자들은 다시금 겁을 먹었다.백호당을 협박하며 사라지게 해주겠다니! 그들은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건방진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들은 이도현이 과연 백호당을 알기나 하고 이러는지 의심스러웠다.“나…”“꺼져…”백호당 사람 중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도현의 꺼져란 말에 무서워
이날 밤, 이도현은 여전히 노영식네 집에 머물렀고 주현진이 잠자리를 정리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잠자리는 침대가 아니라 온돌 바닥이었다.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온돌방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보기 흔한 것이었다. 온돌방은 구들장 밑이 비어있어 날이 추워지면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열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머지않아 집이 따뜻해지게 된다.이도현은 온돌방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형수가 준비해 준 우유 향이 나는 꽃무늬 이불을 덮으니 더욱 편안했다.형수가 수유 기간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도현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심리작용이 생겨서인지 오늘따라 이불에서 나는 우유 향이 그날 밤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게다가 불빛 아래에서 그는 하얀 이불 위에 지도 같이 생긴 자국이 한 둘레 한 둘레 있는 것을 보고 우유 향이 그 자국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헐! 설마 형수가 이 이불을 계속 덮었던 거 아니지? 이것이 설마 모유의 흔적이 아니겠지? 세상에나! 이건...”이도현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다!‘형수는 이 이불을 덮고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야? 설마... 내가 그 상대는 아니겠지!’이날 저녁 이도현은 잠을 설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이도현은 얼떨결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주현진인 것이 분명했다.노영식이 이토록 적극적일 리가 없었다.“지안이 양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하셔야죠!”주현진의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형수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얼른 일어날게요!”이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뜨면서 말했다.“양아버지도 참, 무슨 별말씀을요! 얼른 일어나서 세수하고 식사하세요! 아침상 다 차려놨어요!”주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을 보고 이도현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다행히도 주현진은 몇 마디만 하고 방을 나갔다. 아니면 이도현은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섯 사람은 다
“그래도...”이도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기세라 그는 하는 수없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름은 제가 지어줄게요. 지안 어때요? 지혜롭고 평안하게 자라라는 뜻이에요!”“지안! 노지안, 좋아요. 뜻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일생에 무슨 일을 하든 돈을 얼마나 갖고 있든 권력이 얼마나 크든,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죠! 지안, 좋은 이름이네요!”노문호가 제일 먼저 말했다.“지안! 좋아요! 그럼 이 녀석을 앞으로 지안이라고 부릅시다!”노영식도 기뻐하며 말했다.“지안! 우리 아기 앞으로 지안이라고 불러야겠네! 지안, 지안아, 얼른 와서 양아버지께 절을 올려야지!”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안! 참 훌륭한 이름이야!”노영식의 부모는 모두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에게 절했다.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하는 것은 성의를 표시하는 제일 성실한 행동이었다.이번에 이도현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형수가 아이를 안고 절도 올렸으니 이도현은 빼도 박도 못 하고 양아버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에게 첫 대면 선물을 안 줄 수가 없었다.만약 무사 집안이었다면 이도현은 반드시 자신의 무도 비법 또는 담약, 보검 같은 것을 아이에게 선물해줬을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양아들은 평범한 사람이고 일반 백성인 만큼 제일 현실적인 것을 선물해주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도현은 손을 옷 안으로 넣고는 음양탑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챙긴 황금 두 덩어리를 찾아냈다.그러고는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여 한 개의 금덩이로 만든 후 그들 앞에 꺼냈다.“형수! 제가 아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당장은 이 금덩이밖에 드릴 게 없네요. 나중에 훌륭한 장인을 만나면 이 금덩이로 아이에게 장수 목걸이나 만들어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