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 세상에 발을 디딘 선녀 같았다.한 폭의 그림처럼 고운 춤사위를 선보인 그녀의 모습은 감히 정면으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현장의 모든 여인 중에서도 오직 윤선아만이 그녀와 겨룰 수 있을 정도였다.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을 보며, 조금 전 마룡 천왕의 그곳을 잘라낸 사람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어찌 그런 잔혹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그 부위라니. 여자가 어찌 남자의 그곳을 노리며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정말... 말이 되지 않는 일이 아니겠는가?’‘이건 너무 말이 안 돼...’사람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도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괜한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가, 이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들에게도 같은 일을 저지를까 봐 겁이 났다.‘정말 죽도록 고통스러울 건데.’“일곱째야... 네가 웬일로 여기에 있어? 넌 어쩜 한결같이 막무가내야. 이 천방지축에 부끄러운 줄 모르는 계집애야. 이 선배가 좀 보게 어서 이리 와.”윤선아는 여인을 본 순간 화색이 만면해져 재빨리 달려가면서 소리쳤다.“둘째 선배... 보고 싶었어요... 흑흑...”여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더니 그대로 윤선아의 품에 안겨 엉엉 울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됐어. 이 계집애야. 다 큰 어른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전히 질질 짜기나 하고. 정말 다섯째와 똑 닮았어. 변한 게 하나도 없네.”윤선아는 여인의 등을 다독이면서 머리를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말로는 엄격하게 얘기했지만 정작 윤선아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 반짝였다.“둘째 선배... 살이 빠지셨네요. 이게 얼마 만이에요? 제가 얼마나 선배들을 그리워했는지 아세요? 스승님께서는 무사하시죠? 대선배는요? 셋째 선배, 넷째 선배, 다섯째 선배, 여섯째 선배는요? 그리고 여덟째 후배와 아홉째 후배는 잘 지내죠? 열째는 요즘 무공 연습을 좋아하나요?”여인은 숨 돌릴 새도 없이 질문 세례를 퍼부
“그제야 저는 이 영감탱이가 욕보이려 했던 대상이 둘째 선배라는 걸 알았어요. 그러니까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어요. 원래는 깔끔하게 죽여 버리고 싶었는데 선배가 용서하겠다고 하니, 저도 선배의 뜻을 어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저놈을 그냥 살려두기는 싫으니까 차라리 저렇게 만들어 버렸어요. 아예 ‘근원’을 잘라버린 거죠. 헤헷...”여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달콤한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저도 모르게 저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슬쩍 다리를 모았다.‘저게 진짜 ‘그곳’을 자르겠다는 의도였다니... 너무 무서운 여자야.’그녀의 소름 돋는 말에 이도현조차 등골이 서늘해졌다.“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이 계집애야. 그런 말을 함부로 지껄이면 어떡해. 어서 막내 후배한테 인사부터 드려. 후배가 벌써 선학신침을 열 개나 정제시켰어.”윤선아가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했다.‘방금 그 섬뜩한 얘기랑 선학신침이랑 무슨 상관이야?’그러나 일곱째 선배는 그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돌변했다. 방금까지의 장난기 어린 모습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엄숙한 얼굴로 바뀌었다.그녀는 이도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도현이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공손히 경례하며 인사를 올렸다.“태허산 제97대 제자 서명월이 장문께 절 올리겠습니다.”일곱째 선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도현은 완전히 멘탈이 나갔다. 게다가 선배가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는 것에 깜짝 놀라 심장이 벌렁거렸다."아니... 선배,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어서 일어나세요... 제발 장난치지 마세요.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이도현은 거의 놀라 까무러칠 지경이었다.‘선배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지? 왜 나한테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시는 거지?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지?’이도현은 다른 선배들의 성격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성격이 독특한 선배일수록 이도현을 더욱 심하게 놀렸다. 특히 여덟 번째 선배, 열 번째 선배 그리고 여섯 번째
이도현은 정말 겁이 잔뜩 났다.두 선배가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조금 전 13구의 시체 대전과 맞섰을 때보다 더 무섭고 산에서 내려온 이후 겪었던 제일 무서운 일이었다.그 무서운 정도는 몇몇 선배들에게 가슴 공격을 당하는 것과 비슷했다.특히 두 선배가 매우 진지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니, 이도현은 가슴이 쿵쾅거리며 몸둘바를 몰랐다.“선배... 제발 이러지 말고 우리 말로 풉시다. 얼른 일어나세요. 이러시면 제가 당황스러워요. 제발 장난이라면 그만 하세요.”이도현은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도대체 선배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그는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도현 후배. 아마 스승님께서 얘기해 주지 않아 후배가 모르는 모양이야. 태허산의 오랜 규칙에 따르면 선학신침을 9개 이상 정제한 후계자는 정식으로 태허산의 장문이 되네. 후배가 열 번째 선학신침을 정제했을 때, 우리는 이미 감지했어. 그러니 후배가 바로 우리 태허산의 장문이고, 태허산의 제자인 우리는 장문을 뵌 후 마땅히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려야 하네.”윤선아가 말했다.“네? 선학신침을 9개 이상 정제하면 장문이 된다고요?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예요. 스승님은 왜 저한테 한마디도 얘기해 주지 않았나요?”어안이 벙벙한 이도현은 정말 선배의 말이 하나도 믿어지지 않았다. 태허산에 이런 규칙이 있다는 걸 그는 전혀 몰랐다. 게다가 예로부터 내려온 규칙인데 그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예로부터 내려온 규칙이라는데 태허산의 제97대 유일한 남자 제자이자 제97대 후계자인 나는 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이도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늙은 영감탱이 스승은 무책임하게 이렇게 중요한 규칙을 설명해주지 않았고, 수련만 하게 할 뿐 이도현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스승님은 강호의 규칙이나 권선징악 등 도리 같은 것을 전혀 이도현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만 가르치고 나머지 일은 조금도 가르쳐주지 않았다.“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선배. 어찌 됐든
“정말 뜻밖이네요. 허허허. 눈앞의 이 나쁜 녀석이 과거에 여자에게 놀아나 골수까지 잃었던 그 바보스러운 놈이라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아요.”서명월은 시시덕거리며 옛날 일로 이도현을 놀려댔다. 그녀의 장난에 이도현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당황한 나머지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갈 심정이었다.서명월의 말로부터 예전에 이도현이 강설미에게 감정을 속아 간이고 쓸개며 빼서 뒷바라지하다가 결국 척추골까지 잃었던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서명월이 이도현의 오래전 망신거리를 들추자 그는 더욱 민망해졌다.‘그때는 너무 어린 데다가 사회에 금방 발을 들여서 모든 걸 순진하게 생각했어. 바보같이 모두가 착한 사람이라고 믿었지.’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가혹한 교훈을 남겨주었다. 현실이라는 주먹에 호되게 얻어맞은 그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예전에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이도현은 마음속에 분노가 들끓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생사를 겪으면서 인간의 본성을 꿰뚫었기에 많이 덤덤해졌다.무사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회 고인물들, 그리고 국가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의 잔혹함에 비하면 강설요의 배신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큰일을 겪고 굉장한 장면들을 보고 나니 예전에 겪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이 계집애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다 지난 일인데 왜 그 얘기를 들춰내고 그래? 꼭 후배의 아픈 상처를 헤집어야겠어? 셋째 선배가 들었으면 아마 네 입을 꿰맸을 거야.”윤선아가 웃으면서 서명월을 꾸짖었다.“헤헤. 저는 이제 셋째 선배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게다가 도현 후배가 분명히 개의치 않아 할 거라고 믿어요. 아직도 예전의 일 때문에 마음을 앓고 있었다면 지금의 이 경지까지 이르지 못했을 거예요.”“안 그래? 도현 후배. 후배가 과거의 심마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수련이 어느 정도에서 그쳤을 거야.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는커녕 왕급을 넘어서 무도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어.”서명월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만약 이도현이 과거의 상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
“대박... 이럴 수가... 와... 이거 실화야... 헉헉...”서명월은 놀라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옥병에 들어있는 담약 세 알을 바라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서명월이 놀라서 이상한 말을 할까 봐 윤선아는 그녀의 입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으로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입 다물어. 사람 많은 곳에서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후배에게 민폐라도 끼치면 안 되니까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자. 어서 가자.”윤선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둘째 선배. 이게 진짜예요? 이 담약을 정말 도현 후배가 직접 정제해 냈단 말이에요? 이건... 너무 대단하네요. 세상에...”“이 선물은 고맙게 받을게. 도현 후배. 정말 고마워. 내가 되돌려줄 만한 건 없고 보답으로... 나중에 애라도 낳아 줄게.”서명월이 돌연 폭탄 발언을 했다.그녀가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식은 너무 직설적이고 충격적이었다.‘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하면 될 것을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튄 거지? 너무 뜬금없어.’이도현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서명월의 말하는 스타일은 여덟 번째 선배보다 더 과감했고 거의 여섯 번째 선배와 맞먹는 수준이었다.“선배... 그건 너무... 과분해요...”이도현은 너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이 계집애야. 너는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냐? 그런 말을 입에 담다니... 나이에 맞게 좀 점잖아질 수는 없어? 후배를 놀라게 하면 어떡해?”윤선아는 서명월의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헤헤. 난 농담이 아니었어. 후배도 놀라지 않았지? 그치? 도현 후배?”“그만 말하고 어서 가기나 하자.”뒷이어 이도현 등 일행은 성채 안의 놀라움에 빠진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마룡 천왕은 하늘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아... 아... 아...”마룡 천왕은 마치 화가 난 맹수처럼 큰 소리를 내면서 울부짖었다. 호위무사의 손에 조금 전 불꽃에 강제로 잘라낸 살덩이가 쥐여 있는 것을 보자 마룡 천
그해 서명월은 천사국에 와서 자기 힘으로 태허궁을 세웠고 궁주가 되어 천사국에 있는 동방의 여인을 거둬주고 보호했다.몇 년이 지나자 태허궁은 이제 천사국에서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강대한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니 그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막내 후배. 이 담약들을 정말 네가 직접 제련한 거야?”서명월이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에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어떤 곳에서 얻은 건데 그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돌아가셔서 얼른 이 담약들을 복용하세요. 큰 도움이 될 거예요.”이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걸 말이라고. 성급 담약인데 효과가 안 좋을 리가. 정말 믿어지지 않네. 이 세상에 이토록 대단한 담약이 진짜로 존재하다니...”서명월이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담약은 도현 후배가 우리 열 자매 모두에게 한 병씩 준비해 준 거야. 네 몫은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에 천사국으로 온 김에 너에게 전해주려던 참이었어. 후배가 직접 너에게 한 병을 줬으니 이건 다시 후배에게 돌려줘야겠네. 이 담약은 한 번만 복용해야 해. 많이 먹어도 소용이 없어.”윤선아는 말하면서 공간 반지에서 옥병 한 개를 꺼내 이도현에게 건넸다.“선배가 갖고 계세요. 저한테 아직 더 있어요.”이도현은 당연히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받아둬, 후배. 이건 네가 갖고 있는 게 안전해. 나한테 있으면 언젠가 화근이 될지도 모르니까 네 손에 있는 게 제일 좋을 거야.”윤선아가 단호한 말투로 말하면서 옥병을 이도현의 손에 쥐여주자 이도현은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곧이어 윤선아는 또 하나의 공간 반지를 꺼내 서명월에게 건넸다.“이것도 후배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열 자매 모두에게 하나씩 주었어. 이건 네 몫이야.”서명월은 한눈에 공간 반지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말했다.“둘째 선배, 공간 반지는 저도 이미 갖고 있어요. 이건 후배에게 돌려주세요. 담약도 받았는데 또 다른 걸 받으면 미안하잖아요.”“선배로서 후배에게
서명월은 둘째 선배가 공간 반지를 빼앗아가기라도 할까 봐 손에 꽉 쥐었다.“아이고... 태허궁의 궁주란 애가...”윤선아가 놀려댔다.“둘째 선배 앞에서는 아직도 산에 막 들어온 어린애이고 싶어요. 궁주라고 해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그런 것들은 겉치레일 뿐이에요.”서명월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녀의 모습은 철이 들지 않은 소녀 같았고 전혀 천사국에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궁주 같지 않았다.“둘째 선배. 도현 후배. 저 앞이 바로 저의 태허궁이에요.”서명월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자리를 잘 잡았다. 구경하러 가보자...”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산을 올랐다.하지만 오르는 길 내내 이도현과 두 선배만 얘기를 나누었지 소유정, 한소희, 지성윤 셋은 그들의 대화에 한 마디도 끼지 못했다. 세 사람이 앞에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소유정 등 세 명은 강한 소외감을 느껴 속이 말이 아니었다....한편, 마룡 천왕의 성채가 습격당했고 그가 제일 아끼는 아들과 그의 밑에 있는 제일 신비롭고 강한 노마법사가 살해되었으며 심지어 마룡 천왕 본인은 두 팔이 잘렸고 남자로서의 근본까지 잃었다는 소식이 눈 깜짝할 새에 온 천사국에 퍼졌다.소식이 퍼지자 천사국은 삽시에 충격에 휩싸였다.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놀라서 경악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힐 만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마룡 천왕이 당했다고? 천사국의 천사 황제 밑에 있는 십이 대천왕 중 한 명인 그 마룡 천왕이? 부하 중에 고수가 수두룩하고 병사만 백만 명이 넘는다는, 천사국에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그 유명한 마룡 천왕을 말하는 거야?”보통 사람에게 그는 신선이나 다름이 없었고 무사에게 그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물이었다.그런 마룡 천왕이 어떤 젊은이에게 성문을 파괴당했고 아들을 살해당했으며 심지어 남자의 근본까지 잘렸다고 하니 사람들은 전혀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족족, 그 진실성이 인증되었다.“맙소사..
같이 가난할 때는 사이좋게 지내다가 친구가 갑자기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면 배를 앓고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어떤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로 인성이 바뀌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기도 했다.그래서 어르신들께서 늘 사람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하시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한 산봉우리 위에 웅장한 기세를 풍기는 궁전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었다.마치 하늘이 빚어준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건축물들은 동양의 건축 스타일을 완벽히 재현해냈으며 조각된 대들보와 화려한 기둥, 사각형 모양의 정자 등 요소들은 모두 동양의 미를 띠고 있었다.궁전 주변에는 수련하는 사람이 가득했는데 모두 여인뿐이었고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이곳이 바로 서명월의 태허궁이었다.서명월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은 태허산의 지부이자 일부분이었다.이도현 일행은 오는 길 내내 서명월의 안내를 받으면서 이곳에 도착했다.“제자들 전부 이쪽으로 와서 장문을 뵙거라.”서명월이 갑자기 외쳤다.“일곱 번째 선배. 제발요...”이도현이 황급히 제지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장문 행세를 하고 싶지 않았다.태허산을 계승하는 중책이 그에게 주어진 것은 맞지만 태허산은 예로부터 매 세대에 제자가 열 명을 넘지 않았다.이도현의 스승이 열한 명의 제자를 거둔 것은 이미 전례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일곱 번째 선배가 그에게 태허궁의 제자도 떠밀어주니 이도현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선배는 지금 태허산의 규모를 확장하려는 건가? 그건 안 되는데.’“왜? 나는 태허산의 제자고 이들은 내가 키워낸 제자들이야. 그러니까 이들도 태허산의 일원이지. 비록 태허산의 정식 제자가 될 수는 없지만 장문인 너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야?”“그리고 나는 늘 태허산의 인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어. 앞으로 더 많은 제자를 받아들여서 우리 태허산을 천하제일의 종파로 만들고 싶어. 그럼 아무도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