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나뭇잎 하나가 이도현의 손에서 날려 나가는 순간, 마치 공간을 자를 수 있는 절세의 흉기가 된 듯 강력한 힘을 내뿜었다.“그럴 리가...”무사는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날아오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강력한 기운에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내공이 보이지 않는 녀석에게 이렇게 무서운 실력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단지 나뭇잎 하나로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그는 다가오는 나뭇잎이 마치 신병무기처럼 느껴져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무사는 놀라움 속에서 정신을 차린 후 진원을 움직여 수중의 칼로 나뭇잎을 자르려 했다.탕.또랑또랑한 소리와 함께 무사의 칼은 나뭇잎과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이 놀라운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나뭇잎은 이미 그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너...”쿵.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사의 머리가 폭발했고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튕겼다. 그 장면은 그야말로 끔찍했다.쾅.머리 없는 시체는 쿵 하고 땅에 떨어지면서 먼지를 날렸다.무사는 죽기 직전까지 이도현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염국의 젊은이가 정말 큰소리친 것이 아니라 나뭇잎 하나로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나왔으면 얼굴을 비추게. 자기 땅에서마저 숨어 있을 생각인가? 야나기 가문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가문이었어?”이도현은 앞을 내다보며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곧이어 이도현의 시선이 머무른 곳에서 세련되고 묵직하고 목소리가 들렸다.“귀하께서 우리 야나기 가문을 이토록 괴롭힌 것이 너무한 것 아니야? 우리 야나기 가문이 귀하와 원한을 맺은 적도 없는데 어찌 들어오자마자 사람을 죽인 거지? 이 야나기 이치로오가 그렇게 우스워?”말소리와 함께 한 노인이 이도현과 야노 요시코의 시야에 나타났다.이어 노인은 자취를 감추더니 다른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또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이렇게 몇 번 반복한 후 야나기 이치로오는 이도현의 눈앞에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지국의 인술이었다
“당신이 바로 이도현이라고?”야나기 이치로오는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경악하며 말했다.지국에서 이도현은 거의 악마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도현의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엉엉 울던 어린이가 울음을 뚝 그칠 정도였다.울며 떼쓰는 아이에게 계속 울면 이도현이 찾아온다고 말하면 겁을 먹고 금방 울음을 그치기도 한다.이도현이 지국에서 이 정도로 악명을 떨쳤다.야나기 이치로오는 걸어 나올 때 원래 야나기 가문에 찾아와 시비 거는 사람을 죽이려고 생각했었다. 그게 누구든지 야나기 가문에 와서 일을 벌이는 자를 반드시 처참하게 죽여버리겠다고 생각까지 했었다.하지만 이도현의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이 생각들은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그는 이도현의 내공을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지국의 황실을 박살 내고 지신사의 강자를 해치울 수 있는 자를 야나기 가문에서 죽일 능력이 없었다.죽일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했다가는 야나기 가문까지 사려져 버리는 수가 있다.“그래. 나다.”“이 선생이 우리 야나기 가문에는 어쩐 일인가? 물어볼 말이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세.”야나기 이치로오는 순식간에 겁을 먹었다.야나기 가문의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살인마귀 앞에서 그는 가문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이긴다고 해서 야나기 가문에 별 이득이 없고 지면 가문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게다가 이길 확률은 남자가 아이를 낳는 확률보다 작았다.“야나기 가문 수장은 죽은 가문 사람들을 위해 복수할 생각이 없나? 내가 조금 전에 야나기 가문 사람을 여러 명이나 죽였는데.”이도현은 조롱의 말투로 말했다.조금 야비한 짓이기도 하다. 상대방이 그렇게 말한 건 이미 허리를 굽혔다는 뜻인데 이도현은 계속해서 남의 속을 긁으며 사람에게 흉을 주었다.“저는 귀하에게 상대가 안 되네. 손을 써도 죽기밖에 못 한다는 걸 알지. 이 선생이 온다는 것을 미리 부하를 통해 알렸더라면 이런 오해도 없었을 거로 생각하네.”“이 선생이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른 물어보게. 저
“가자...”이도현은 야나기 이치로오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는 야노 요시코를 데리고 몸을 돌렸다.이도현의 그림자가 사라진 뒤에야 야나기 이치로오는 한숨을 돌렸다.‘야나기 가문이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어. 다행이야. 참 다행이야.’야나기 이치로오가 현명하게 분노를 참았다.“죽은 사람들의 사체를 묻어 줘. 그리고 가족에게 위로금으로 돈을 많이 보내줘.”“오늘 이 일이 절대 밖으로 흘려져서는 안 돼.”“네. 가주님.”야나기 이치로오는 제자리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는 중얼중얼 혼잣말했다.“이도현. 넌 반드시 처참하게 죽을 거다. 우리 야나기 가문을 건드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좋은 결말이 난 적이 없다.”...야나기 가문에서 나온 이도현은 야노 요시코더러 비행기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는 밤새도록 돌아가려고 했고 야노 요시코에게 일을 맡겨 계속해서 선학신침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그리고 또 야노 요시코더러 하루빨리 담약을 복용해 내공을 올리라고 했다.야노 요시코는 공손하게 이도현의 명을 받들었다. 그녀는 이도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였으며 그의 말을 신의 뜻, 신의 지시라고 받아들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이륙했고 야노 요시코의 아쉬움이 담긴 눈빛 아래서 이도현은 공중에서 사라졌다.“주인님... 저는 반드시 주인님의 여자가 될 겁니다. 반드시...”야노 요시코의 눈빛은 열광으로 넘쳤고 마음속에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이도현이 한차례 또 한차례 강대해지는 것이 그녀를 미치게 했고, 갈수록 미련을 느끼게 했다. 그녀는 미친 듯이 이도현의 여자가 되고 싶었고 이 강대한 남자에게 육체를 정복당하고 싶었다.이도현이 산장으로 돌아와 보니 셋째 선배와 여섯째 선배가 모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어때? 소식을 알아냈어? 천사국으로 어떻게 가는지 알아냈어?”“네. 알아냈어요. 선배. 하지만 저는 그래도 혼자 갈 생각이에요. 선배들을 데려갈 수가 없어요. 그곳은 너무 위험해요.”이도현이 말했다.“뭐라고... 나쁜 자식. 매를
이도현이 좋게좋게 말한 데다가 맹세를 천만번 한 결과 두 선배는 결국 그를 따라가지 않기로 약속했다.떠날 무렵, 이도현은 또 담약 4개를 꺼내서 인무쌍에게 주면서 이것을 신영성존과 문지해, 도광 세 사람에게 주라고 했다.원래는 등자월에게도 한 개 주려고 했다. 어찌 됐든 그녀도 이도현의 여자이기에 차별대우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등자월이 수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이제 겨우 천급 경지인 것을 생각해서 지금 담약을 복용하는 것이 별로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구현단은 한번 밖에 복용할 수 없고 나중에 다시 복용해봤자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 앞뒤를 생각한 뒤 이도현은 결국 구현단과 영모단을 등자월에게 주지 않고 주안단만 그녀에게 주었다.모든 일을 다 인계한 후 이도현은 곧바로 서쪽 방향으로 출발했으며 혼자서 서방으로 갔다.이번에는 여섯째 선배더러 비행기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여섯째 선배 양주희는 동강 해역에서 해군을 통솔하는 장군이기에 그녀의 권력도 아주 무시무시하게 컸다. 그녀는 바로 자기의 비행기를 보냈다.이도현이 서방 천사국으로 간다는 소식은 아주 빠르게 한 고전 무술 왕족과 온 고무계에서 널리 퍼졌다.삽시에 온 고무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이도현이 고무계에 고작 두 번 밖에 안 갔는데 이미 고무계의 세력들을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짓눌렀다. 이도현의 흉악한 수단에 그들은 하는 수없이 조용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처음에는 귀령문 그 후 공작제국 마지막에는 자미각, 이 세 파벌의 최후는 그들에게 아주 참혹한 교훈을 주었다. 그들의 결말을 본 많은 세력은 두피가 다 저릴 지경이었다.특히 이도현을 상대해보겠다고 큰소리 떵떵 치던 놈들은 완전히 꼬리를 내리게 되었다.지금 이도현이 갔다는 소식을 듣자 또 들썩들썩해졌다.공작제국의 대전 안, 내시 한 명이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로 달아 들어왔다.“전하... 전하. 희소식입니다. 희소식입니다, 전하...”“무슨 희소식인데?”내시 때문에 방해가 되어 마음이 언짢은 공작상제가 냉랭하
공작상제도 고집쟁이인 것이 조상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자 화가 탁 치밀어 올랐다.울화통이 터진 그는 바로 앞으로 공작사는 더는 공작제국의 국사가 아니라는 성지를 내렸다. 관례에 따라 매년 공작사에게 바치는 약재 같은 것들, 수련 자원 그리고 먹고 쓰고 하는 의식주행 등 자원을 현 시간부로 전부 취소한다고 했다.공작상제의 이 대처도 참 독하기도 했다.‘싸움을 안 해주고 일 처리도 안 해주는 데 바쳐줘서 뭐하나? 먹고 쓰게 공급을 해줬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이제 일도 안 하는데 저절로 가서 먹을 것을 찾아 먹으라고 해.’‘당신들 도도하잖아? 세잖아? 그럼 내가 주는 밥을 먹지 마.’이 정령이 떨어지자 온 공작제국이 다 어안이 벙벙했다. 자기들의 상제가 이렇게 담이 크게 말하자마자 바로 공급을 끊을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누가 뭐라고 해도 조상들인데 이렇게 바로 공급을 끊다니.공작사의 사람들도 모두 이 불효 자손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전에 그 일을 선포했을 때 공작상제가 화를 내고 기분이 언짢아할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하지만 기분이 언짢아하는 것까지만 생각했지 그가 이런 짓을 벌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더구나 공작상제가 조상을 정말 버릴 줄은 더더욱 생각도 못 했다.조상들에게 주는 공급을 끊어내다니.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아들이, 손자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짓인가?하지만 공작상제는 정말 이렇게 하고 말았다. 정말 실천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매몰차게 했다. 그는 공작사의 국사 지위를 없앴을 뿐만 아니라 밥도 주지 않았다.이건 조상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조상을 굶겨 죽일 생각이다. 이걸 말하고 다녀도 아마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정말 하늘 아래 인정사정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었다.“짐승 같은 놈아. 우리를 다 굶겨 죽일 셈이야?”“이 개 같은 자식. 난 내일 황궁으로 탈박하러 갈 거다. 주는지 안 주는지 보자. 젠장...”“이 개 같은 자식. 개자식.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벌일 수가
“전하. 방금 얻은 소식입니다. 이도현이 세속계의 서방으로 간다고 합니다. 서방을 통해서 천사국으로 간다고 합니다.”내시가 다급히 말했다.이 말을 들은 공작상제는 순식간에 정신이 확 들어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뭐라고?”“이도현이 서방 천사국으로 간다고? 정말이야? 믿을만한 소식이야?”“믿을만합니다. 절대 믿을만합니다. 게다가 이도현이 이미 출발했다고 합니다. 얼마 안 지나면 서방에 도착할 겁니다.”내시가 아부를 떨며 말했다.“좋아. 하하하. 좋구나. 저 짐승 같은 놈이 드디어 죽음을 자초하러 가는구나. 하하하. 너무 잘됐다. 드디어 이 분노를 터뜨릴 수 있게 되었구나. 드디어 복수할 수 있게 되었어.”“서방의 천사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서방의 성지를 지나야 하잖아. 왜냐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천사국으로 들어가는 전송진이 아마도 성지 그곳 하나밖에 없다.”“그래서 성지 그곳에 무수한 망명자가 몰려있지. 하나같이 무공이 뛰어나고 전송진을 지키고 있으며 길을 따라 재물을 약탈하지.”“전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천사국으로 가려고 서방 성지에 들어가서는 서방 무사 중 10명에 8명은 성지에서 죽었다고 해. 그렇기에 서방 천사국으로 진입하는 전송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은 것도, 천사국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적은 것도 또한 이것 때문이지.”“성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곳은 지옥과 다름이 없는 곳이지. 사람을 먹어치우고 뼈도 남지 않는 곳이지.”“가서 고수를 한 명 보내서 서방 성지에 소식을 전해라고 해. 이도현의 몸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칠색동백꽃도 있고 보물 같은 비책, 사람의 내공을 천년이나 올릴 수 있는 담약 그리고 곤륜옥의 비밀도 있다는 소식을 흘려.”“성지에 있는 망명자들이 이런 좋은 물건이 있다는 것을 듣고도 마음이 혹하지 않을 리 없지.”“허허. 이도현... 짐승 같은 자식. 갈기갈기 찢어질 준비나 해.”공작상제는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시는 표정이 흉측한 상제의 얼굴을 보면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상제
이도현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그들을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이도현의 속도가 무척 빨랐기에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서방의 성산에 도착했다.성산의 구역 내에 들어서자 이도현은 다른 곳에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전혀 다른 기운을 느꼈다.그 기운에 이도현은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살육, 피비린내, 죽음의 기운, 썩어서 문드러진 냄새와 시체의 냄새로 가득했다.여러 가지 사악한 기운이 물씬 풍겼고 곳곳에 배어있었다.이도현은 이곳이 성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아수라장에 더 가까웠다.여러 가지 기운이 마구 섞여 있어서 아주 참기 힘든 정도였다.이도현은 즉시 자기에게 방어망을 하나 세워서 썩은 냄새들을 바깥에 차단해 놓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갔다.몇 킬로미터를 전진했을 때, 갑자기 열몇 개의 강대하고 무서운 기운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산에서 열몇 명의 사람이 순식간에 뛰어 내려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사람들의 몸에서 이 산속의 기운과 같은 잔인한 피비린내가 났다.하나같이 흉악하게 생겼고 사람이 같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피를 빨아먹는 맹수처럼 생겼다.열몇 명은 모두 내공이 낮지 않았으며 전부 제국급 경지였고 심지어 몇 명은 황급 정상이었다.이도현을 바라보는 그들은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것처럼 눈빛에는 온통 경멸로 가득 찼다.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여기에 사람이 찾아온 것도 참 오랜만이야. 드디어 한 놈이 나타났네. 오늘에 재미 좀 봐야겠다. 하하.”“맞아. 지난번에 성지에 사람이 찾아온 것도 거의 2, 3년 전이지.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네.”“이놈은 왠지 내공이 없어 보이는데. 설마 일반인이 잘못 찾아 들어온 건 아니겠지?”“그것까지 상관해서 뭐해? 우리한테 장난감이 들어온 거에 만족해. 일반인이라도 쥐랑 노는 것보다는 재밌잖아.”사람들은 이도현을 무시한 채 나 한 마디 너 한 마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전혀 이도현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하하하. 난 왠지 이 자식이 빼빼 마
“이럴 수가!”사람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으며 저도 모르게 냉기를 들이마셨다.“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 저놈의 내공이 보이지도 기운이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리 강대할 수가 있지? 이건 불가능해...”사람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신을 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이도현은 그들에게 놀랄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손에 든 음양검을 휘두르면서 연이어 검기를 풀어냈다.푹! 푹! 푹! 푹!외국 놈들의 경악 속에서 그들의 머리는 마치 호박처럼 이도현이 풀어낸 검기에 떨어져 나갔다.그들은 이도현이 휘두른 검기를 보고서 피하고 싶고 막아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막아낼 수 없었다.검기가 너무 빨랐기에 반응하지도 못했는데 이미 그들의 눈앞에 도착했다.심지어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두려움을 안은 채 머리가 잘려나갔다.열몇 명의 사람, 심지어 열몇 명의 성급 이상의 강대한 서방 무사들이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미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시체가 되었다.그들이 이도현을 놀린 것이 불과 몇 초 전이었는데 지금은 이미 지옥으로 내려가 염라대왕을 만나게 되었다.이도현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음양검을 거두었다.그는 앞길을 가로막는 머리를 발로 걷어차 버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열 몇 명을 죽였는데 마치 호박을 열 몇 개 딴 것처럼 그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뒤에서 이도현을 미행하던 사람들은 이곳을 지날 때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소름 돋아. 이놈은 정말 무서운 놈이야.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열몇 명을 죽였다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네. 무서운 수단이야.”“이곳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이면 고수가 아닐 수 없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도현의 손에 이렇게 처참하게 죽다니.”“너무 무서워. 저놈은 정말 너무 살벌하다니까.”“손을 썼다 하면 사람을 죽이네. 저놈을 건드린 사람이나 겨뤄봤던 사람이나 저놈 손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몇 명 없지 않아?”“내가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았는
매우 짜증이 나 있던 사내는 금기어라도 들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에게 물었다.“성역으로 가는 결계요.”이도현이 어리둥절한 채 말했다.‘성역이 뭐 금지구역도 아니고. 물어보면 어때서... 왜 이렇게 호들갑이지?’이도현이 속으로 투덜대고 있을 때, 그 사내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이도현의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상하좌우로 그를 샅샅이 살폈다.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듯 눈빛에는 신기함, 놀라움과 불가사의가 가득했다.이도현은 사내의 시선에 말문이 막히고 당황스러웠다.‘젠장. 남자를 뭘 그렇게 신기하게 훑어보는지. 설령 여자였다 해도 이렇게 쳐다보면 안 되지. 설마 변태인 거 아냐?’이도현은 머릿속에 역겨운 장면들이 떠올라 점점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가까스로 참았다.“동생, 실례지만 한 가지 묻겠네. 자네는 성역의 어느 문파에서 선택받은 제자인가?”사내는 아주 열정적인 눈빛으로 이도현에게 물었다.특히 동생이라는 호칭을 아주 부드럽게 얘기했다.하지만 180cm의 건장한 체격에 근육이 가득한 사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다른 남자를 동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말로 소름 돋는 일이었다.소심한 남자였다면 이미 이 말에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다.“아니에요.”이도현은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 사내와 거리를 두었다.그도 무서웠다.눈앞의 사내가 갑자기 안길까 봐 몹시 두려웠고 뽀뽀라도 당하면 이도현은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그는 상상만 해도 역겨웠다.“아니라고? 그럼... 어느 왕조에서 부른 사람인가?”사내는 여전히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게다가 말하면서 계속 몸을 이도현 쪽으로 기울였다. 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움찔했다.“그것도 아니에요.”이도현이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그것도 아니라고? 그럼 혹시 성역에 있는 어느 강자의 제자인가?”사내는 체념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아니에요.”“그것도 아니야? 어느 큰 문파의 제자도 아니고, 어느 왕조에서 부른 사람도 아니고, 어느 강자의 제자도 아닌데
무도성은 오대준이 말한 대로 아주 오래된 성이었다. 누가 지은 것이고 언제 지어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마치 늘 이곳에 있은 듯했다.무도성은 대부분이 성역의 큰 세력에 의해 나누어져 있었고 동서남북 방향마다 강대한 세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들은 무도성 안에 거대한 상업 타운을 만들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모두 이곳에서 등가의 물건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도현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성역에만 관심을 가졌다. 만약 무도성 사람들이 그를 성역으로 무사히 들여보내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도현은 검을 뽑아서라도 들어갈 생각이었다.그는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표묘신공을 써서 앞으로 나아갔다.세속계에서 표묘신공을 사용하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고무계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무계에는 무사들만 있고 심지어 하늘을 짧게나마 날 수 있는 강자도 있었다. 단지 이도현처럼 강한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약 두 시간 후, 이도현은 거대한 성벽 앞에 도착했다. 성벽은 수십 미터에 달할 정도로 웅장했고, 성문의 위쪽 중앙에는 ‘무도성'이라는 세 글자가 철화은구체로 쓰여 있었다.이 세 글자만으로도 사람에게 아주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 필체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흘러나왔으며 이는 확실히 높은 경지에 이른 고수가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이게 바로 무도성인가 본데 역시 남다르군. 성문마저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다니. 이 세 글자의 필체를 보아하니... 회도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저 정도의 수준이 나올 수 없어.’이도현은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성문 쪽으로 걸어갔다.성문 앞에는 보초가 없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 평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무도성 안으로 들어가자 눈앞에는 온갖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길 양쪽의 점포들도 매우 북적거렸다.만약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이도현은 자신이 세속계의 번화한 거리에 들어선 줄 알았
누가 문주가 됐든 다 형편없을 것이었다.“주인님, 분부하십시오. 제가 꼭 잘해내겠습니다.”오대준은 시름 놓고 재빨리 대답했다.“나는 성역으로 가려고 한다. 그곳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가는지, 그리고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지 아느냐?”이도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성역이요? 주인님, 성역에 가십니까?”오대준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성역으로 가는 길을 아느냐? 모르냐? 내가 왜 성역에 가려는지는 묻지 말고.”이도현의 차가운 말투에 오대준은 깜짝 놀라 바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성역의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그는 서둘러 아는 정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성역은 고무계와 독립된 공간입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곳의 크기는 고무계 전체보다도 크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전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성역 안에는 영기가 차고 넘치며, 수련 자원도 풍부한 데다가 안에서 나온 사람은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을 지녔고 심지어 무도의 경지를 넘어선 자도 있다고 합니다.”“고금동서, 고무계의 모든 무사가 성역에 들어가려 애썼지만 성공한 자가 극히 드뭅니다. 오직 성역의 강자에게 선택당한 천재들, 혹은 특정 종파의 눈에 들어 제자가 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내공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 무도성을 통과하여 성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오대준은 숨 쉴 틈조차 없이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도현은 단순히 성역의 위치만 물었을 뿐인데, 오대준은 성역의 특성과 입성 조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짜증이 치솟아 오대현을 죽이고 싶었다.“무도성이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성역에 들어가려면 꼭 무도성을 통과해야 하는 거냐?”이도현이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네. 그렇습니다. 현재로서는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가 무도성에만 있습니다.”오대준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럼 무도성은 어디에 있는데?”“성역 동남쪽에 큰 성이
“사람을 죽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너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줬건만 아직 귀령문도 통합하지 못한 거야? 그러고도 귀령문의 문주가 되겠다고? 참 우습구나. 네가 쓸모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지금 보니 아무 소용이 없구나.”오대준이 사람을 데리고 말 안 듣는 제자들을 처리하려고 할 때 귀령문 밖에서 경멸에 찬 목소리가 전해졌다.“누구냐? 어디 감히?”오대준이 분노하며 소리쳤다.하지만 들어오는 사람을 본 순간 그는 완전히 굳어버렸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급히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들어온 사람은 그에게 있어서 악마이자 악몽이었다. 그는 이 사람만 생각하면 깊은 두려움에 떨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 사람에 대한 악몽을 꾸며 공포에 떨다가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그 사람은 바로 악마 같은 존재, 이도현이었다.그리고 지금은 그의 주인이자 그를 누르는 사람이기도 했다.“주... 주인님... 어... 어떻게 오셨습니까?”오대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내가 오면 안 돼? 전에 너를 살려뒀던 건 네가 어느 정도 쓸모 있을 줄 알아서였어. 그런데 참 쓸모없는 놈이구나.”이도현이 경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주... 주인님... 아닙니다... 저는 큰 노력을 들였고... 이미 귀령문의 절반 이상을 통합했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모두 전임 문주의 측근입니다. 이 사람들의 내공이 괜찮아서 아직 죽이지 않고 설득해서 주인님께 효력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십시오. 주인님.”오대준은 변명하면서 땅에 계속 머리를 부딪쳤다. 그야말로 겁쟁이가 따로 없었다.“흥. 그게 무능한 거지. 변명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이 정도 일도 못 하면서 귀령문의 문주가 되겠다고 하기는.”이도현이 비아냥거렸다.하지만 그는 단지 경멸할 뿐 귀령문의 일에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아... 아닙니다, 주인님. 제가... 제가 귀령문을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기회를 한 번만 더 주
오대준은 원래 종파를 통합해 귀령문을 다시 강대하게 만든 후 이도현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일 강력한 문주가 되길 바랐다.하지만 제자들이 그의 뜻에 전혀 따르지 않았다. 만약 그가 당시 이도현 앞에서 그렇게 비굴하게 굴지 않았더라면, 무릎을 꿇고 싹싹 빌지 않았다면, 제자들이 지금 그와 함께 귀령문을 재건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때 오대준의 행동은 제자들을 너무 실망시켰다. 그는 살기 위해 개같이 구걸했고 귀령문의 존엄을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이는 귀령문 모든 사람의 존엄을 짓밟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여 그 뒤로부터 귀령문 사람들은 오대준을 마음속 깊이 경멸했다.그들은 비겁하고 나약한 오대준을 문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문주 될 자격이 없었다.그들이 보기에는, 설령 귀령문이 이도현의 손에 의해 멸망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당당히 맞서 싸웠다면 조상들을 볼 면목 정도는 있었다.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귀령문이 멸망하는 게 나았다.현재 귀령문의 대리 문주인 오대준은 문주의 자리에 앉아 얼굴을 찌푸린 채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사람들도 오대준과 같은 부류였다. 다들 죽는 것보다 비참하게 사는 게 낫고, 무엇보다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은 살아있어야 희망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죽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자기와 상관없기에 늘 존엄과 체면보다 목숨이 더 중요했다.오대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아래쪽 사람들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저놈들이 아직도 말을 듣지 않는가?”“네, 문주님. 태도가 여전합니다. 뜻을 따르려 하지도 않고 문주님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한 제자가 말했다.“흥. 주제넘은 놈들. 내가 정말 저들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 이 정도 봐줬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만약 계속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저들을 지옥으로 보내고 말 거야.”오대준은 잔뜩 화난 얼굴로 이를 갈며 말했다.“문주님, 제 생각에는 진작에 저들을 처리했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잘난 척하는 놈들입니
“뭐하시는 거예요? 선배들... 갑자기 왜 이러세요? 어서 일어나요...”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이도현은 재빨리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장문님, 잘 다녀오십시오.”윤선아 등 네 명이 동시에 말했다.“어...”이도현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선배들, 왜 이러세요? 제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요. 저는 언제나 선배들의 막내 후배예요. 자꾸 이러시면 앞으로 선배들의 얼굴을 못 보겠어요.”이도현은 이렇게 격식 갖추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는 선배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심지어 그중 두 명이 그의 마누라였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앞에 무릎을 꿇으니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후배, 지켜야 할 예법은 그래도 지켜야 해. 저 세 사람은 오늘 너에게 처음으로 절하는 거야. 이번 한 번만은 받아줘. 앞으로는 예전처럼 편하게 대할게. 우리 태허산은 원래 예법을 크게 차리지 않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하는 거야. 이번 한 번만 하고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윤선아가 말했다.“알겠어요. 어서 일어나요. 딱 이번 한 번만이에요. 다시는 이러지 마세요. 전 이런 예법이 너무 싫고 선배들이 저에게 무릎 꿇는 건 더더욱 싫어요. 어서 일어나요, 선배들.”이도현은 앞으로 나서서 선배들을 일일이 부축했다.그러고는 선배들의 아쉬운 눈빛을 받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기화영은 진작에 비행기를 준비해 두었고 이도현을 태허산 근처까지 데려다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이도현은 태허산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고무계로 통하는 결계로 향했다.그는 능수능란하게 결계를 통과하여 고무계로 들어갔다.고무계도 낯설지 않았다. 지금 이도현이 위치한 곳이 바로 공작제국의 땅이었다. 지난번 자미각에서 다들 무사히 빠져나와 별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넷째 황자인 진정이 여섯째 선배를 잡아갈 줄이야.그리고 현천문의 젊은 문주를 죽이니 그 대가로 그의 여자를 잡아갔다. 큰 문벌에서 이런 치사하고 비열한 행동을 하다니, 정말 꼴불견이었다.제대로 된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니까 양
윤선아는 자신의 이해에 따라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대충 그런 뜻이야. 지금 난 후배가 일반인처럼 느껴져. 그리고 만약 후배가 걸어 나올 때 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후배가 나온 줄도 몰랐을 거야.”“후배의 모든 기운이 내면으로 숨어져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이것이 바로 내공이 일정한 경지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야. 우리는 이것을 본연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하지.”“옛날부터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무사가 본연의 상태로 돌아갔다는 것은 무도의 경지를 넘어서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경지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몰라.”“전에 스승님께 들은 바에 따르면, 최근 천 년 동안 천지의 영기가 쇠퇴하여 무도 경지를 넘어선 무사가 극히 드물다고 했어. 또한, 그 이상의 경지가 전설에만 있을 뿐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후배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아마 본인만 알 거야.”윤선아가 말했다.“괜찮아요. 무슨 경지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눈앞의 이 사람이 우리의 후배라는 거죠.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이 녀석이 강할수록 저는 더 기뻐요.”“맞아요.”“앞으로 후배가 저를 지켜주면 되겠네요. 저는 더 이상 무술을 연습하지 않을래요.”열째 선배 연진이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넌 게으름 피울 생각밖에 안 하지.”“헤헤...”선배들이 농담을 주고받자 이도현은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후배, 뭐 특별한 물건이라도 얻은 거야?”“네. 용주과라는 진귀한 열매를 얻었는데 한 개만 먹어도 오백 년의 원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걸 먹으니까 이렇게 되었어요.”이도현이 숨기지 않고 말했다.“대박.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열매 하나를 먹으면 오백 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니. 정말이야? 그 열매 더 있어? 선배에게 하나만 주라.”연진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도현에게 물었다.“죄송해요. 하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탑을
이 상태는 꼬박 반나절 동안 지속되었다.반나절 후 이도현은 드디어 그 거대한 원력을 전부 제련하고 흡수했다.지금 이도현은 자신의 몸이 힘으로 가득 차 있어 천하무적이 된 듯했다. 지난번에 만났던 족제비를 지금 다시 만나면 뺨 한 대로 때려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이렇게 강력한 힘을 통제하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오백 년의 진원을 제련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이도현은 현재 자신이 다루고 있는 힘이 이미 한 단계를 넘어섰고, 자신의 인식을 초월한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다. 그의 내공과 힘이 강해짐에 따라 머릿속에는 이전에 몰랐던 매우 신비로운 것들이 많이 떠올랐다.이런 것들은 과학을 초월하고 인식을 초월하며 모든 것을 초월했다.“느낌이 이상하고 기분도 이상해. 왜 이런 거지? 설마 신선이 진짜로 존재하는 건가? 기분이 너무 묘해...”이도현은 자기 몸에서 먹음직스러운 향기가 나는 것 같았고 자신을 한입 베어 물고 싶을 정도였다.이 향기는 용주과의 향기와 비슷했는데 매우 유혹적이었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사라졌다.이도현은 자신의 몸에 진원이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한 후 한껏 만족한 얼굴로 내부세계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왔다.“이제 떠나야겠어.”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도현 후배, 어떻게 됐어? 성공했어?”이도현이 나오는 것을 본 윤선아 등 사람은 재빨리 그를 맞이했다.“네. 성공했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음... 이상해... 이상해...”인무쌍이 이도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셋째 선배, 뭐가 이상해요? 어디가 이상한데요?”이도현은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둘째 선배, 화영아, 연진이, 다들 못 느꼈어? 도현 후배가 예전이랑 너무 달라. 우리 앞에 서 있는데 마치 일반인처럼 아무 기운도 안 느껴져.”인무쌍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그러네. 이 느낌... 세상에... 본연의 상태로 돌아간 거잖아
간단한 몇 글자에 이도현은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오백 년의 원력이라니, 장난이 아니겠지? 이 작은 열매 하나를 먹으면 오백 년의 원력을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돼. 이게 꿈이야 생시야...’이도현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는 이 열매의 효과가 과학을 벗어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이게 거짓말일 리는 없겠지. 음양탑은 단 한 번도 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이도현이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음양탑은 그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고 음양탑에서 얻은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보물이었다. 그렇게 11층까지 올라온 거고 이번에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어찌 됐든 가짜일 리가 없어.’이렇게 생각하며 이도현은 용주과를 집어 들고 입에 넣었다.열매가 입에 들어간 순간, 이도현은 엄청난 힘이 순식간에 몸속으로 밀려들어 곧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강력한 진원이 그의 몸을 가득 채웠다. 그는 온몸이 커다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언제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젠장... 어떻게 된 거야? 나 이러다가 터지겠는데?”이도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되자 그는 어쩔 줄을 몰랐다.방금 그 순간 그는 마치 고압 호스 앞에서 물을 마시던 중, 물줄기가 아주 약하던 데로부터 갑자기 확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아주 당황스럽고 짜릿한 느낌이었다.이도현은 서둘러 공법을 운용해 이 방대한 원력을 안정시키려 했다.그는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애써 적응하며 미친 듯이 공법을 운용했다.공법이 운용되자 거대한 원력은 그의 경맥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 공간이 넉넉했던 경맥조차도 이 방대한 원력을 감당하기 버거웠다.원력은 경맥을 꽉꽉 채우며 찢어질 것 같이 움직였다.마치 아주 좁은 동굴 입구에 거대한 무언가가 확 들어와 감당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정말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하지만 이도현은 가까스로 참았다. 다행히 경맥이라 그는 공법을 통해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