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이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문 앞에 여러 사람이 와있었는데 심지어 경호원까지 달고 있었다. 딱 봐도 신분이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다.젊은이는 줄을 서지 않고 곧장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하지만 밖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은 어제 이도현을 대하던 것처럼 그 젊은이를 막아서지도, 뻔뻔하다고 욕하면서 줄 서라고 욕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젊은이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오게 내버려 두었다.역시나 사람은 다 약자를 무시하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법이었다. 일반인에게 쉽게 달려들지만, 신분이 고귀하고 건드리기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나서지를 못했다.젊은이는 경호원을 거느리고 곧장 한의원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입을 열었다.“어느 분이 이도현 이신의인가요?”이도현은 듣자마자 자신을 노리고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그들을 훑어보며 대답했다.“접니다. 무슨 일이신지요?”이도현은 환자에게 진료를 봐주고 약 처방을 써주는 동시에 젊은이의 말에 대답하였다.“당신이라고? 당신이 이신의라고? 이렇게 젊다고?”젊은이는 깜짝 놀라며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이 마을의 신의가 이토록 젊은 청년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신의는 저에게 과분한 칭호예요. 하지만 제가 이도현은 맞아요!”이도현이 대답했다.젊은이는 살짝 당황했다. 이토록 젊은 사람이 신의라고 하자 조금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의학이 어디 게임처럼 그렇게 쉽게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인 줄 아나? 의학 공부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니까 일정한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거든. 서양 의학도 마찬가지인데 경험을 매우 중요시하는 한의학은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이렇게 어리고 젊은 친구가 나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기껏해야 병원에서 실습생하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이곳의 신의라고? 설마 사기꾼은 아니겠지?’“이곳에 이도현이라는 사람이 혹시 당신 한 명뿐인가요? 저는 이신의를 찾으러 왔어요.”젊은이는 이도현의 말을 믿지 않고서 물었다.“이도현이라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이곳에 이
“꺼지세요!”“그쪽은 제 도덕성을 의심할 자격은 없어요! 저는 이곳의 환자들을 우선으로 합니다. 그쪽 아버지는 환자이지만 이분들도 환자이십니다. 제가 그쪽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어요. 아버지의 병을 봐주지 않았다고 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됩니까?”예전 같았더라면 이도현은 이런 사람과 이렇게 예의를 차리고 말하지 않고 바로 한 대를 쳤을 것이다.“돈이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당장 꺼지세요. 그쪽 아버지를 환자로 받을 생각은 없어요!”“당신... 당신은 의사인데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모른 척해도 돼요?”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는 화난 눈빛으로 이도현을 쏘아보면서 고함쳤다.“환자가 병원에 오면 당연히 치료할 의무는 있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환자를 버리고 그쪽 아버지만 봐줄 수 없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요!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들은 모두 똑같습니다. 어느 환자의 목숨이 다른 환자보다 더 귀중하다고 할 수 없어요!”이도현은 냉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진료비 10배를 줄게요! 내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남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남자는 금성 양씨 가문의 도련님 양정재였다. 이 금성 지역에서 여태까지 이도현처럼 그와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자도 없었다.양씨 가문은 금성의 제일 가문으로서 경제와 정치에 모두 관여하였고 양씨 가문의 산업은 염국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다.물론 제도나 황성과 같은 지역의 대가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세력이 있는 가문이라 할 수 있었다. 금성에서 ‘황제’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양정재는 양씨 가문 가주의 막내아들이었다. 가문에서 애지중지 키워와서 법규 따위 안중에 없고 제멋대로 날뛰는 자였다.오늘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도현을 청하려고 이런 외진 곳에 와서 이미 기분이 매우 나빴다. 하지만 이런 외진 곳에서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있을 줄
“가자...”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참은 양정재는 이를 악물고 이도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그는 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면 꼭 이도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속으로 맹세했다.가문에서 의사를 찾았으면 지금 당장 이도현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요 몇 달 동안 그들 양씨 가문은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거의 모든 의사를 찾았다. 염국은 물론 외국의 전문가들도 다 찾았다.그러나 모든 의사는 기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양택균은 이번 달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였다.이번 달이 곧 끝나가고 그의 아버지도 나날이 쇠약해졌다. 다른 가문들이 양씨 가문에 대한 압박이 점점 더 심해졌다.아버지가 건강을 회복하고 나서서 양씨 가문의 인맥을 공고히 하지 않는다면 양씨 가문은 정말 망하게 된다.양정재는 양씨 가문이 망하면 자기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걱정했다. 그는 제멋대로 날뛰고 돈을 흥청망청 쓰는 생활에 익숙했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어쨌든 자기 아버지를 데리고 여기에 와서 치료해 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망이 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일이 있어서 오후의 진료가 좀 늦게 끝났다. 모든 환자를 보내고 나니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노문호 등은 물건을 정리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고 이도현은 계속 한의원에 남았다.형수 주현진이 떠날 때 이도현보고 집에 들어와서 지내자고 하였다. 그 방은 이도현의 방이니까 앞으로 자주 집에서 지내라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주현진의 초청을 거절하였다. 하루 이틀 지낼 수 있지만 매일 밤에 지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아무리 의지력이 강한 남자라도 시간 앞에서 실패하게 된다. 욕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이튿날 아침에 이도현이 아직 자고 있을 때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깨났다.창문으로 보니 여러 대의 고급 세단이 주차되어 있었
사회의 매는 이런 건방진 녀석의 가장 좋은 선생님이다.“이신의! 제 동생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어제 무례를 저질렀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저의 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렸는지 봐주세요.”이 말을 한 사람은 양정재의 큰형인 양정인이었다. 그는 금성에서 지위가 높은 관원이었다. 비록 일인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말은 무게가 있었다.역시 관원은 말을 참 예술적으로 잘 했다.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영원히 다정한 느낌을 주었다.“들어가시죠. 어르신의 병은 정말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의술이 꽤 좋은 한의사들이 이미 보셨다면 어르신은 ‘인체오쇠(人體五衰)’란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했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어르신의 신체 기능이 퇴화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선천적인 기가 흩어졌고 음기와 양기가 혼잡하며 가슴에 오기(五氣)가 복잡하게 엉켜있어요. 마지막 기가 흩어지면 어르신이 세상을 돌아가시게 됩니다. 지금 보면 어르신은 기껏해야 7일밖에 더 살지 못할 것 같아요.”이도현은 한눈에 영감의 병증을 알아챘다. 이런 병에 걸리면 죽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반 의사들, 특히 양의사들은 치료할 수가 없었다.그것은 영감의 신체 부위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서양 의학은 세포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해서 사람의 면역 세포를 파괴하고 유익한 세포를 파괴해서 병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그러나 한의학은 달랐다. 한의학에서는 음과 양이 불균형이 되면 병에 걸리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나쁜 기운이 체내에 들어가서 인체의 음과 양이 조화를 잃게 하여 경락 기능에 장애가 생기거나 다른 이유로 병이 생기게 된 것이지 무슨 세포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양택균의 병은 서양 의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이도현의 말을 듣자 양정인과 양정재 두 형제는 이도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도현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좋아요. 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시죠.”이도현은 이렇게 말하였다.“네, 감사합니다. 이신의! 정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양정인은 너무 감격스러워서 목소리가 떨렸다.두 형제는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반죽음이 된 노인을 한의원에 밀고 들어갔고 구석에 있는 침대 위에 눕혔다.이 침대의 유래를 한 번 언급할 필요가 있다.이 침대가 있기 전에 누워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모든 환자는 이도현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그 침대에 누워서 치료를 받았다.조강 아내의 일을 들은 주현진은 노영식에게 접이식 간이 침대 하나를 사서 밖에 두고 환자에게 사용할 것을 강렬히 요구하였다.주현진은 이도현이 잔 침대에 환자를 눕히고 병을 본다면 비위생적이고 불길하다고 하면서 단호히 반대하였다.노문호도 주현진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허락하였다. 그래서 여기에 이 침대가 있게 된 것이다. 커튼까지 쳐서 간단한 격리병실로 만들었다.주현진은 정말 진심으로 이도현을 잘 보살펴주었다.모든 것을 하고 나서 이도현은 양택균의 맥을 짚었다. 한바탕 검사를 마친 후 이도현은 대체로 어떻게 치료하면 되는지 알았다.사람은 구할 수 있지만 자신도 많은 정력을 소모해야 했다. 이 사람을 구하는 것은 염라대왕의 손에서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기에 쉽지가 않았다.이도현은 쓸데없는 생각을 그만하고 선학신침을 꺼내고 18개 음침을 모두 빠르게 노인의 몸에 찔렀다.드라마에서 나오는 정경과 똑같았다. 남자를 치료할 때는 옷을 벗지 않아도 되지만 여자를 치료할 때는 반드시 옷을 벗어야 했다.그래서 이도현은 양택균의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하지 않고 바로 침을 놓았다.양택균의 이 병은 일반 은침을 사용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반드시 선학신침과 같은 보배를 사용해야 한다. 선학신침으로 양택균 체내의 오기를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루게 하고 체내에 생성한 사기(死氣)를 모두 사라지게 해야 한다. 이것은 아주 큰 공사로서 반드시 진지하게 대해야 했다.생
“아버지! 드디어 깨어나셨어요! 정말 잘 됐어요. 지금 괜찮으세요?”양정인은 다급히 노인을 부축하면서 물었다.“아버지! 지금 괜찮아요? 이신의가 구해주신 거예요!”“느낌은 아주 좋아.”양택균은 아무 일 없듯이 간이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말했다.그다음 시선을 이도현에게 돌리고 말했다.“구해줘서 고맙네. 방금 질문이 있다고 했는데 무엇이든 물어보게.”“어르신은 고무계의 사람들과 어떤 관계이죠?”이도현은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고무계? 고무계가 무엇이지?”양택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어르신의 체내에 여러 개의 기가 있어요. 이런 것이 없다면 어르신의 나이에 이 병에 걸릴 수가 없어요.”이도현은 이렇게 말하였다.“내가 이렇게 된 것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누구의 음모란 말인가?”양택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잘 생각해 보세요. 생각해 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이번에 어르신을 구할 수 있지만 두 번은 구하지 못해요.”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방금 그가 침을 놓을 때 양균택의 체내에서 익숙한 기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이 몇 가닥의 기운은 당시 그가 봉래도에서 격살한 고무계 공작제국의 사람들이 사용한 공법에서 내뿜은 기운과 똑같았다.그래서 양택균의 목숨을 노리는 몇몇 사람들은 공작제국의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생각났어! 그놈들이야, 틀림없이 그놈들이야! 나쁜 놈들, 제길...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양택균은 무슨 생각이 난 듯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아버지! 아버지를 해친 놈이 누구인지 말씀하세요!”양정인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누구겠어? 장기혁 그 빌어먹을 놈이지!”“장씨 가문이라고요?”“그래, 바로 장씨 가문이야! 두 달 전에 장씨 가문이 사업 관련 얘기를 상의하자고 날 술자리에 초대한 것이 있었어. 너희들도 기억나지? 그날 갔는데 당시 장기혁 옆에 본 적이 없는 세 사람이 있었어. 장기혁은 우리 가문이 전국에 연 술집들을
“이게... 사실이야? 이신의! 다른 방법이 없어?”양택균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저는 최선을 다했어요. 돌아가세요...”“휴...5년이라, 이번 생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니!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을 위해 돈을 많이 벌려고 열심히 살아왔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자신을 위해 산 적이 없었어. 5년! 인생이 이렇게 짧았구나!”양택균은 감탄을 금치 못했고 내심 괴로워했다.잠시 후에 양택균은 마음을 잘 추스르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어쨌든 이신의 덕분에 내가 살아났어. 이런 큰 은혜는 다음 생에 꼭 갚겠네!”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정인아, 이신의에게 진료비를 드리고 가자. 돌아가서 가문의 원로들을 소집해. 이 가문의 장사도 이제 너희 형제들에게 맡길 때가 됐어. 그럼 이신의, 이만 가볼게. 다음에 또 봅시다!”양택균은 말을 마치고 양정재의 부축을 받으면서 한의원을 떠났다.양정인은 가방에서 은행카드 한 장을 꺼내서 이도현의 앞에 두었다.“이신의, 작은 성의를 받아주세요. 아버지의 치료비라고 생각하세요. 카드는 비밀번호가 없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이도현이 말도 하기 전에 양정인은 재빠르게 떠나버렸다.두 형제가 떠난 모습을 보면서 이도현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한참 서 있었다.“도현 씨, 어서 가서 좀 쉬세요! 아주 피곤할 텐데 어서 누워서 쉬세요!”주현진은 제일 먼저 달려와서 이도현을 챙겼다.“네, 형수님.”이도현은 주현진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나서 양정인이 두고 간 카드를 들고 노강인에게 넘겼다.“강인아, 이따가 나가서 이 카드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해 봐. 모두 꺼내서 너와 영식이 형이랑 똑같이 나눠서 가져.” 이도현은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어차피 이 돈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원래 진료비를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받았다. 그는 필요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필요하기 때문이다.“형, 안 돼요. 돈은 형이 가져야죠!”노강인은 거절하였다.“가서 확인해 봐. 난 돈이 필요가 없거든.”이
“도현 씨! 사고 났어요! 어서 약 챙기고 와요. 빨리...”전화가 연결되자 노문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노 선생, 무슨 일이에요?”이도현은 놀라서 침대에서 뛰어 내려오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현진이가 사고가 났어요.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드니까... 어서 와요. 꼭 빨리 와요... 늦으면 현진이가 죽을 수 있어요! 어서... 우리는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 도현 씨, 어서요...”노문호는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말하였다.“형수님이 어떻게...”이도현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다급히 신을 신었다. 그리고 나서 몸을 날려 원래 자리에서 사라졌다.그는 내력을 빠르게 운행하면서 표묘신공을 사용했다. 가장 빠른 속도로 노문호의 집으로 달려갔다.일반인은 반 시간이 걸려야 도착할 수 있지만 그는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도현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노영식은 땅에 주저앉아서 주현진을 껴안고 큰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노문호와 노강인은 옆에 있고 노문호는 응급처치 방법으로 주현진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현진아, 자면 안 돼. 정말 자면 안 돼. 제발 자지 마! 지안이가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자면 안 돼! 도현 씨는 곧 올 거야. 도현 씨가 오면 넌 괜찮을 거야! 자지 마! 조금만 버텨! 눈 떠, 주현진! 눈 떠라고! 우린 어렵게 아이를 낳았고 이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자면 안 돼! 정신 차려! 눈 떠 봐! 지안이가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현진아...”노영식은 큰 소리로 울부짖었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의 품에 안긴 주현진은 이미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죽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비켜요! 형수님을 흔들지 말고 어서 형수님을 바닥에 놓으세요!”이도현은 인사할 새도 없이 자신의 겉옷을 벗고 바닥에 깔고 큰 소리로 외쳤다.“도현 씨... 이렇게 빨리...”이도현이 갑자기 나타나자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이도현에게 전
같은 시각, 한씨 영감은 조금 전 이도현의 공격에 겁을 잔뜩 먹었다. 지금 이도현이 또다시 공격을 발동하면서 정말 그를 죽일 것처럼 나오자 한씨 영감은 화들짝 놀랐다.특히 이도현의 음양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오고 무서운 위력을 발산하는 것을 보자 그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한 채 소리쳤다.“짐승 같은 자식. 뭐 하려고?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멈춰... 당장 멈추라고...”쿵!이도현의 보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내리쳐졌다.무서운 검기가 한순간에 한씨 영감을 뱅 둘러쌌다.그 순간 모든 소리가 다 사라졌고 모든 것이 뚝 멈췄다.검광이 흩어지면서 한씨 영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바닥에는 그저 핏자국이 자욱했으며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만 물씬했다.“한씨 영감!”젊은 도련님은 깜짝 놀랐고 안색은 극도로 창백해졌다.이도현을 본 그는 마치 귀신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눈빛에는 온통 불가사의로 가득했다.‘한씨 영감이 이놈한테 죽다니. 그것도 검 한방에 찌꺼기로 변하다니. 그럴 수가 없는데.’도련님은 현실을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마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도현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으며 눈길은 그의 몸에 떨어졌다.“너...”“너 무슨 짓을 하려고?”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이도현의 눈길에 두피가 저려나고 발밑이 시렸으며 바짝 긴장했다.이건 도련님이 담이 작아서가 아니라 이도현의 눈길이 너무나도 무서워서였다. 그의 눈길 속에는 살벌한 기운, 죽음의 기운, 피에 굶주린 것만 같은 기운들이 드러나 있었다.이도현의 주목을 받은 그는 마치 저승사자에게 찍힌 것처럼 무서웠다. 그는 죽음을 느낀 것만 같았다.젊은 도련님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으며 마음속의 공포심이 극치에 달했다.그 순간 더이상 그의 몸에서 평상시의 오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 보이던 날뛰는 거만함과 안하무인의 도도함도 모두 사라졌다.“이도현... 함부로 나서지 마. 우리 사이에 아무런 원수를 진 적이 없는데 함부로 하지
이도현은 겁을 하나도 먹지 않고 바로 검을 휙 휘둘렀다.꽈당.아주 맑고 쟁쟁한 소리와 함께 장창과 음양검이 한데 마주쳤다. 장창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허공에서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서 손에 든 반쪽짜리 장창을 보면서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떤 보검이길래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내 장창도 보기 드문 귀한 신기인데 어떻게 이걸 끊어낼 수가 있지?”“너... 네 보검은 도대체 무슨 보검이야? 어떻게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지?”한씨 영감은 깜짝 놀라서 이도현을 보며 물었다.“지옥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물어봐. 죽어...”이도현이 소리쳤다.음양검을 한번 휘두르자 오색의 검기가 곳곳이 한씨 영감을 향해 내려졌다.한씨 영감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비록 그는 일 계 노복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누구의 노복인지를 봐야 했다. 황제의 노복이면 아무도 그를 노복이라 부를 수 없었다.그런 신분인 영감이 지금 뜻밖에도 어린놈한테 욕을 먹고 있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으려고 안달이 났구나. 가 죽어라.”한씨 영감은 고함을 지르면서 끊임없이 체내의 원력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폭발했다.그의 장창 두 개가 모두 이도현 때문에 망가졌기에 그는 하는 수없이 맨주먹으로 이도현에게 달려들었다.그는 강대한 혈육의 몸을 이용하여 이도현의 음양검을 막아내려고 했다.하지만 이도현의 음양검이 결코 일반적인 병기가 아니며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씨 영감이 알 리가 없었다.“짐승 같은 자식. 죽거라.”영감의 주먹은 이도현의 음양검에 떨어졌다.주먹이 검과 맞닿은 순간, 한씨 영감은 강대한 음양의 힘을 느꼈다. 그 속에는 오행의 힘이 섞여 있었고 주먹을 통해 그의 체내로 흘러들었다.순식간에 그는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체내의 원기가 하마터면 착란할 뻔했다.한씨 영감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그
“무례하다. 뭐 하는 놈이길래 감히 오지랖을 부리는 거냐? 죽으려고...”젊은 도련님은 버럭 화를 내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도현이다!”이도현은 살기가 가득한 말투로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네가 바로 이도현이야?”도련님은 깜짝 놀랐다. 오는 길 내내 그가 제일 많이 들었던 이름이 바로 이도현이었다.“그래. 나다. 감히 내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 두 사람은 오늘 다 죽었어. 당장 가 죽어...”이도현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진하였다.셋째 선배 인무쌍의 팔이 피범벅인 것을 본 순간, 이도현은 분노가 속 안에서 확 터져버렸다. 그는 가슴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선녀처럼 아름다운 미인인 선배를 이토록 심하게 다치게 했으니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이도현은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도 않고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실수로 사람을 막 죽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다.항상 타인이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고 그를 죽이려고 들어서 그렇지 그가 주동적으로 사람을 찾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승님의 가족을 죽인 사람들 빼면 그가 주동적으로 말썽을 피운 적도 없다.하지만 사람들은 한번 또 한 번이고 이도현에게 시비를 걸었다. 지금은 그의 선배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거의 부서질 정도로 괴롭혔다.상대가 누구든 간에 모두 이 일을 위해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도현이 발을 한 발짝 내디디자 그의 살기는 거의 실태 화가 되었다.두 주먹 위에는 십흉의 허영이 나타났고 용과 범의 허영이 두 주먹을 감싸 안았다. 그는 주먹을 쥐고는 곧바로 도련님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개자식. 잡종 놈 주제에 감히 나한테 공격을 날리다니. 죽고 싶은 게야?”“한씨 영감. 이놈을 죽여버려. 난 이놈이 죽는 걸 봐야겠어.”도련님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도련님은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줄곧 그가 남을 때렸었지 남한테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이렇게 세속계의 젊은 놈한테 도발을 받으니 전혀
“후배. 나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잠시 후에 내가 비법으로 진법을 확대해서 저 두 사람을 막고 있을 테니 넌 빨리 도망가.”양주희는 두 눈이 새빨갛게 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안 갈 거예요. 선배가 심하게 다쳤는데 도망간다고 해도 선배가 가야죠. 제가 저 두 놈을 막고 있을 테니 선배가 도망가세요.”“어리광부리지 마. 난 정신력도 심하게 다쳐서 이미 힘이 다 빠졌어. 내가 도망간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잡힐 거야. 넌 그래도 경하게 다쳤으니 내가 목숨을 걸고 시간을 조금 더 벌어주면 넌 반드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빨리 가...”인무쌍이 힘겹게 말했다.“안 돼요. 저 안 가요. 선배. 가려면 같이 가요. 저는 절대 선배를 혼자 내버려 두고 도망갈 수가 없어요.”양주희가 울면서 말했다.“가라고. 선배의 말을 이제 귓등으로 듣는 거야? 빨리 가...”인무쌍이 허약한 목소리로 외쳤다.지금 그녀의 얼굴은 혈색 없이 창백했고 숨결도 매우 약해졌다. 이 말은 마치 그녀의 모든 기운을 다 뽑아 간 것처럼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그녀를 비틀비틀하게 했다.“쯧쯧쯧. 두 자매가 정이 깊어 보이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지. 왜냐하면, 둘은 누구도 떠날 수 없어.”“만약 두 사람이 내 앞에서 도망치게 놔둔다면 앞으로 내 체면은 어떻게 하라고?”젊은 도련님은 콧방귀를 뀌면서 조롱하였다.“한씨 영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마. 놀이도 이제 질렸고 저 두 여자한테도 흥미가 떨어졌으니 바로 해결해 버려. 그리고 영혼을 수색해보면 되잖아.”젊은 도련님은 철저하게 인내심을 잃어버렸다.한씨 영감도 도련님과 연기놀이를 한바탕 해주면서 인내심을 잃은 지 오랬다. 도련님의 말을 듣자마자 그는 흉악무도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네. 도련님!”“죽거라.”말을 마치자 한씨 영감의 손에 든 장창이 삽시에 빛을 번쩍 내뿜었다. 장창은 마치 긴 용처럼 그의 손에서 다투어 나타났다.곧바로 노자는 힘을 꾹 쓰면서
이도현은 속이 바글바글 타들어 갔기에 죽을힘을 써서 체내의 원력을 끌어내 자신의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그는 이미 순간이동의 정도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늦다고 느껴졌다.“조금 더 빨리. 이도현, 조금 더 빨리 가야 해. 선배가 위험하기에 조금 더 속도를 올려야 해.”이도현은 조바심이 났고 당장이라도 두 선배의 앞으로 순간이동 했으면 싶었다.그는 가족이 없기에 그의 여자와 선배들이 곧 그에게는 제일 친한 가족들이었다.특히 그의 선배들은 줄곧 그를 친가족처럼 대하고 아꼈으며 언제든지 그가 위험에 처했을 때면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고 바로 그에게 달려왔다.매번 이도현이 위험에 처했을 때, 항상 선배 한 분이 나타나 그를 위험에서 구해주곤 하였다.게다가 선배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여자로서 제일 중요한 것을 그에게 내주었다. 지금 선배의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그가 선배를 구해내지 못한다면 평생토록 마음의 가책을 느끼며 절대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이도현은 가슴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눈이 새빨개졌으며 몸에서 점점 더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셋째 선배, 여섯째 선배. 반드시 버티고 있어야 해요. 절대 잘못되면 안 돼요. 꼭 견뎌내세요.”“저를 기다려주세요. 꼭 제가 오기까지 버텨주세요. 제가 반드시 구해주러 갈게요...”“아...”이도현은 크게 고함을 지르며 마음속의 분노를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속도를 높여 미친 듯이 고무계의 동남 방향으로 달려갔다.불과 몇 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이도현은 마치 몇천 년이 지난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동남쪽에 다가갈수록 이도현은 자신의 신기를 넓히면서 선배가 남긴 기운을 수색했다.강대한 신기는 거의 사방 수십 리 되는 곳까지 감쌀 수 있었다.기운을 따라 쭉 찾은 결과 이도현은 큰 산 안에서 셋째 선배의 특수한 기운을 느꼈다.“찾았다. 바로 여기야...”이도현은 기뻐하면서 재빨리 셋째 선배의 기운을 향해 달려갔다.기운을 쭉 따라가면서 이도현은 마치 화가 난 맹수처럼
이도현은 태허노도가 이렇게 허둥지둥 조급해하는 것을 처음 본다. 셋째 선배와 여섯째 선배의 상황이 정말 위급한 게 아닌 이상 줄곧 침착하던 스승님이 이렇게 나올 리가 없다.“알겠어요. 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셋째 선배와 여섯째 선배를 안전하게 데려올게요.”말을 마친 뒤 이도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선배. 저 고무계에 한 번 다녀올게요. 선배는 지음이를 데리고 다섯째 선배네 용팀 기지로 가서 며칠 지내세요.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선배들도 돌아오지 마세요.”이도현은 말하면서 품에서 담약 몇 병을 꺼냈다. 모두 그가 조금 전에 제련해낸 내공을 높이는 담약들이다.“이건 제가 만들어낸 내공과 도행을 높이는 조화담이에요. 이걸 복용하면 내공 경지가 제고될 거예요. 아무런 부작용도 없어요. 선배가 잘 챙기세요.”“다섯째 선배네 기지에 도착하면 민민도 그쪽으로 데려가세요. 제가 없으면 분명 시비를 거는 사람이 생길까 봐 그래요.”이도현은 자기 말만 한 뒤 연진이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밖으로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셋째와 여섯째 선배의 목숨이 위급한 지금 이도현이 1초를 앞당기면 두 선배의 목숨도 그만큼 더 보장이 생기는 것이기에 그는 1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후배. 몸조심하고 얼른 다녀와. 우리가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빨리 돌아와야 해. 집은 걱정하지 마. 꼭 네가 말한 대로 할게.”달려나가면서 소리치는 연진이의 눈빛에는 온통 걱정으로 가득 찼다.“알겠어요. 선배. 얼른 가서 짐 정리하세요. 제가 신영성존보고 선배들을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오늘 바로 이곳을 떠나세요.”이도현의 대답 소리가 들렸지만,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하산하는 길에 이도현은 신영성존에게 전화를 걸어 그더러 비행기를 보내서 자신을 마중하게 했다.신영성존은 재빨리 비행기를 몰고 도착했다.“주인님.”“나를 태허산 부근으로 데려가 줘. 그리고 너는 얼른 사람을 시켜 비행기를 대기시켜 둬. 선배들이 짐 정리가 끝나면 비행기로 그녀들을 용
같은 시각 이도현은 이미 지하실에 3일이나 박혀있었다. 이 3일 동안 그는 쉬지 않고 담약만 제련하였기에 수량이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의 앞에 수많은 옥병이 놓여 있고 안에는 여러 가지 담약들이 잔뜩 들어있다.“수거.”이도현은 눈을 뜨고 두 손으로 담결 매듭을 지었다. 이어서 두 손의 담결이 끊임없이 바뀌더니 향로의 뚜껑이 툭 튀어 올랐다.뚜껑이 열리는 순간 그윽한 향기가 확 퍼져 나왔다.별안간 금황색의 담약이 향로 안에서 튀어나왔으며 이도현이 손으로 탁 잡았다.“좋아. 또 현급 상품 담약이네. 내 담약을 만드는 기술은 정말 으뜸가는 정도라니까. 다른 사람들이 비할 수가 없어.”“무술도 높고 재능도 좋고 자원도 넉넉하고 운수도 좋으며 여자도 예쁜 데다가 담약 만드는 기술까지 뛰어난 사람이 바로 나지. 이렇게 훌륭한 것이 말이 돼? 이러다가 날 벼락 맞는 거 아니야?”“천선자. 만약 천선자가 있다면 나 빼고 또 알맞은 사람이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지. 내가 바로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니까.”이도현은 몸을 일으켜 앉고는 한편으로 담약을 거두며 한편으로 자아도취에 빠졌다. 잘난 체하는 표정은 정말 아주 꼴 보기 싫은 정도였다.문득 그는 갑자기 마음이 뒤숭숭하고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두렵고 긴장한 느낌이 들었다.“대박. 설마 잘난 체를 너무 해대서 하나님마저 봐줄 수가 없어 나에게 경고를 하는 건가?”이도현이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했다.“그러지 마시죠. 그저 아무 말이나 해봤을 뿐이에요. 잘난 체 좀 해봤어요. 나 같은 어린놈이랑 똑같이 굴지 마시죠. 잘난 체한 것이 뭐 법에 어긋난 것도 아니잖아. 천하만사를 보살펴야 하는 하나님께서 저 같은 놈 하나를 주시하고 경고하는 건 좀 너무 과한 거 아닌가?”“하나님은 얼른 가서 해야 할 일이나 하시죠. 날벼락을 맞아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놈들이나 찾아가시죠. 날 주시해서 뭐하나? 나처럼 착한 사람이 천하를 망치는 짓을 하기라도
젊은 도련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본적이 없다고? 본적이 없어도 괜찮아. 아가씨 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결혼하셨는지?”이놈은 바로 주제를 바꾸었으며 중매쟁이 말투로 변했다.“흥...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인데?”인무쌍에게 치료를 해주던 여자가 분노하며 물었다.이 여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태허산의 제자이자 이도현의 여섯째 선배 양주희였다.“미인이라도 그렇지. 난 이런 사람이 제일 싫어. 지금은 도련님인 내가 당신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이지 네가 나한테 질문하는 시간이 아니야. 내 말을 끊어먹는 게 얼마나 예의가 없는 행동인지 알아?”젊은 도련님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이 궁전 안만 빼고 나머지 곳은 우리가 다 찾아봤습니다. 고서적에서 기재한 데 따르면 음양탑은 이 비경 안에 있습니다. 이 두 여자 몸에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아니면 소인이 현혹대법을 써서 두 여자더러 고분고분 말하게 할까요?”노자가 말참견하였다.“미인들, 들었죠? 내 부하는 나처럼 여자를 아끼지는 않아. 엄청나게 거칠어. 현혹대법이 무엇인지 알아? 저자의 명령을 듣게 두 사람의 영혼을 공제하는 거지. 공제를 당하면 저자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될 거야. 저자가 옷을 벗으라고 하면 둘은 스스로 옷을 벗을 거야. 어때? 한번 체험해볼래?”젊은 도련님의 음탕한 눈길은 단 한 번도 인무쌍과 양주희의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19금 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그러는 것이야?”양주희가 화를 내며 말했다.“아니지. 아니지. 난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필요가 없어.”젊은 도련님은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왜냐하면,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든, 어떤 세력이든, 어떤 파벌이든 내 앞에서는 다 쓰레기에 불과해.”“솔직히 말해서 난 두 사람 같은 미인에게 현혹대법을 써서 내가 원하는 걸 말하는 것보다 미인들이 주동적으로 말하는 걸 바라지.”젊은 도련님은 전혀 도리를 따지지 않
등자월이 나간 뒤 이도현은 또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생각할수록 도대체 왜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결국 그는 생각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등자월의 말처럼 그렇든 아니든지 그에게는 다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고 아니어도 상관이 없었다.그냥 서프라이즈로 생각하기로 했다.이렇게 생각을 바꾸자 이도현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그는 지하실의 문을 닫고는 붉은색 향로를 꺼내 들어 담약을 만들 준비를 했다....같은 시각, 고무계의 어느 은밀한 곳에서 인무쌍과 한 여자가 궁전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이때 느닷없이 궁성의 문밖에서 에너지 파동이 느껴졌다.“선배. 누군가가 우리가 설치해놓은 진법을 공격하고 있어요.”“일단 상관하지 마. 우리는 선학신침부터 찾아야 해. 만약 저 사람들이 죽으려고 달려들면 바로 죽여버려.”인무쌍이 차갑게 말했다.“네.”여자가 인무쌍의 말에 대답한 뒤 두 사람은 또다시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밖에서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궁전의 대문이 아예 폭격하여 날아갔다.곧바로 노자 한 분이 손에 장창을 든 채 살벌하게 뛰쳐 들어왔다.“꺼져. 아니면 죽인다.”인무쌍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어린 계집애가 감히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냐? 죽으려고.”노자가 싸늘하게 말했다.“아이고. 이 두 미인이 괜찮아 보이네. 한씨 영감, 아니면 이 두 여자를 죽이지 말고 제압해. 이 두 여자가 마음에 들어.”장창을 든 노자는 허리를 굽신하더니 명을 받들었다.“네.”노자는 곧바로 날아올라서 손에 든 장창을 들고 두 여자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노자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손에 든 장창은 순식간에 독룡으로 변했으며 강대한 기운은 삽시에 두 여자를 안에 감쌌다.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고수인 인무쌍도 전혀 대처할 시간이 없었으고 검을 뽑을 시간조차 없었다.강대한 기세는 두 사람의 방어벽을 깨부쉈다. 인무쌍은 바로 다른 한 여자의 앞을 가로막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