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많은 불을 삼켜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를 뿜어내던 불은 점점 작아졌다. 육각형 건물에서 쏘아져 나오던 불빛도 모두 정 안으로 흡수되었다.이도현을 밀어붙이던 그 태양 그림도 점점 작아지더니 점점 정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태양대전 밖의 태양신전 사람들은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태양왕과 에릭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그렇게 크지도 않은 정이 태양대전의 커다란 불을 다 흡수해 버렸다니. 게다가 진법의 위력까지 줄어들게 만들다니.“오마이갓... 저건 뭐야! 정이 어떻게 불을 흡수할 수가... 이럴 수가! 이게 설마 동양 전설 속의 그 성물이야?”“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오마이갓... 정말 너무 무서운 녀석이야! 정말 무서워... 도대체 뭐 하는 놈인 거야.”“동양은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염국은 참 신비로운 나라야... 이런 신비한 힘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전하, 이제 어떡하죠? 이러다가는 태양대전이 무너질 겁니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끝장입니다. 얼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 누가 좀 얘기해 봐. 저 동양인 손에 든 물건이 대체 뭔지! 왜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할 수 있는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설마...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 거야? 염국의 그 신화들이 정말 실제 이야기인 거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태양왕은 정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행동에 겁을 먹고 말았다. 태양왕은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물건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그마한 정이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다니. 정말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정은 결국 블랙홀처럼 태양대전의 모든 불을 다 삼켜버렸다. 그러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하, 지금은 놀랄 때가 아닙니다. 얼른 수단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대전이 파괴되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태허산.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절벽 위의 동굴 저택에 강력한 실력을 갖춘 인간이 살고 있다! 그는 세상 밖을 헤매며 자유롭고 한가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신선 같은 인물이 지금 한 소년에게 지극히 시달리고 있다.“에라잇, 썩을 놈아! 썩 꺼지거라,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8년이다! 8년! 네 놈은 내가 이 8년을 어떻게 버텨온 줄 알기나 해?”“스승님......”“이 스승이 이렇게 부탁할게. 넌 이미 강력한 실력을 갖췄어. 그러니 제발 산에서 내려가거라. 난 좀 더 오래 살고 싶단 말이다!”노인은 울상을 지으며 소년을 향해 허리도 굽혀보고 듣기 좋은 말도 건네보았다.“스승님, 전 심장이 쫄려서 도무지 내려갈 수 없어요. 산 아래는 위험해요. 마취도 없이 척추를 빼간다고요. 어우, 소름.”“쫄리긴 개뿔! 남들이 널 무서워하면 모를까.”“그리고, 척추 얘기는 들먹이지 마! 나도 두렵단 말이다.”노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스승님......”“썩 꺼지거라!”“…”“너 갈 거야, 안 갈 거야! 안 가면 나 확 죽어버린다!”노인은 허겁지겁 발밑에 있는 돌의자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순간 노인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하지 마세요! 스승님! 갈게요!”이도현은 노인의 미친 행동에 깜짝 놀랐다.“꺼져, 당장 꺼져!”노인은 손을 흔들며 이도현을 내쫓았다! 동시에 보따리 하나를 밖으로 내던지고 동굴 저택의 문을 굳게 닫았다.드디어 세상이 조용해졌다.8년이다! 8년 동안 노인은 이도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노인이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도깨비 같은 이도현을 북부에서 데려온 것이다.이도현의 천부적인 재능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한다.무도, 의학, 별자리 점 등 노인이 평생 배워 온 것을 이도현은 8년 만에 모두 완벽하게 습득했다.심지어 어떤 부분은 스승을 능가할 정도이니, 노인은 얼굴이 뜨거웠다이도현을 쫓아내지 않으면, 노인은 언젠가 이 꼴 보기 싫은 자식 때문에 미쳐 죽고 말 것이다.“휴!
다행히도 수많은 남자 중에서 이도현은 유일하게 그녀에게 골수를 기부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이로 인해 강설미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강설미는 이도현과 결혼했고, 이도현은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다.이도현은 팔자가 활짝 피어 편한 인생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현실은 그를 더 실망하게 했다.강설미와 결혼한 뒤, 강설미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도현과의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이도현의 지위는 강회장이 기르는 개보다도 못했다.적어도 그 개는 식탁에서 메이드가 먹여주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이도현은 식탁 앞에 앉을 자격조차 없었다.이도현은 꿈에도 몰랐다. 강씨 가문에서 강설미의 건강이 회복되는 내내 이도현의 골수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그러던 그날, 강씨 가문에서는 단련을 이유로 강설미에게 이도현을 북부로 데려가 비즈니스 미팅에 함께 참석하게 했다.단둘이 지내는 그날 밤, 강설미가 정성껏 준비한 근사한 저녁 식사 분위기에 그는 흠뻑 취해버렸다.이도현은 그곳에서 드디어 그녀와의 첫날밤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술 한 잔 마신 이도현은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지더니 곧장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차가운 황야에 버려져 있었다.강씨 가문에서는 그의 골수를 모조리 추출하고 척추도 대부분 도려낸 뒤, 그곳에 유기해 죽길 기다렸다.이도현이 거의 목숨을 잃어갈 때쯤, 고아한 풍채를 가진 노인이 저승문 앞에서 그를 구원했다.노인은 이도현에게 구렁이의 척추 일부를 이식해 주었으며, 덕분에 이도현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그 후 이도현은 노인을 스승으로 모셨고, 8년 뒤의 이도현은 이렇게 다시 태어났다.8년 동안, 이도현은 절세의 무학을 배우면서 완전히 환골탈태했고 의술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8년간, 그는 한순간도 강씨 가문의 배은망덕한 행동과 악독한 그녀를 잊은 적 없었다.8년을 그는 오직 복수를 위해 실력을 갈고닦았
산에서 내려온 이도현은 복수를 서두르지 않았고, 먼저 완성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염국 완성, 그곳은 그의 집이 있는 곳이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가 살해되고 3개월이 지난 후,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여기까지 생각한 이도풍의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그 살기는 하늘도 찌를 것 같았다. 그는 묻고 싶었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당신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내가 똑똑히 가르쳐줄게.”이도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자, 몸에서는 무서운 힘이 솟아오르더니 옷이 나부끼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미묘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이도현은 힘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는 옆좌석의 산뜻한 옷차림의 성숙한 여자를 발견했다.목덜미가 길고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여자는 정장 차림에 포니테일을 묶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몸매가 아주 좋았으며 왠지 커리어 우먼의 기운을 풍겼다.창백한 얼굴의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셔츠의 단추가 열려 풍만한 가슴 라인이 훤히 보였다.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도움을 청했다.“저...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지금 필요해요......”“뭐라고요? 여기서요?”이도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8년간 산속에 있었더니, 그새 세상이 이렇게 자유롭게 변한 거야?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데 필요하다고?’이도현의 의아한 눈빛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요? 여기서요? 확실해요?”이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 번이나 되물었다.‘확실하게 물어봐야지. 난 바른 청년이니까.’“빨리요. 더는 못 참아요.”“그러니까... 저기요... 근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전 바른 청년이라고요! 그러면, 화장실이라도 갈까요? 화장실이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요?”이때 여자는 또 발밑의 작은 가방을 가리켰다.“콘돔요?”이도현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안전 조치.이때, 비즈니스석 커튼 뒤에서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달고 살던 병이에요. 안 죽어요.”말하는 도중에 한지음은 갑자기 이도현과의 대화가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안 죽는다고요?”이도현이 자리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저기요, 혹시 본인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알고 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는데.”“뭐? 이 변태가! 너 말 함부로 할래?”이설희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저기, 그게 무슨 뜻이죠?”한지음의 안색도 삽시에 어두워졌다.“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쪽은 선천성 심장병이 아닌 심혈관 괴사라 언제든지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어요. 치료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3개월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이도현이 말했다.“이 한심한 변태 자식이 감히 우리 대표님을 저주하다니, 너 죽고 싶어? 너 우리 대표님이 누군 줄 알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야?얼마나 많은 명의가 우리 대표님의 건강을 직접 진찰하셨는데! 너 같은 변태가 알긴 뭘 알아! 뭐? 심혈관 괴사? 세상에 그런 병명이 존재하기나 해? 내가 보기엔 넌 뇌가 괴사했어!너 설마 우리 대표님 미모에 흑심을 품을 거 아니야? 똑똑히 얘기하는데, 이런 작업은 이젠 한물갔어!”이설희는 콧방귀를 뀌었다.이도현은 굳이 그녀와 말씨름하기 싫어 직접 한지음에게 말했다.“발병할 때면 심장이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심장 통증과 호흡 곤란, 그리고 기침과 같은 심부전 증상도 동반되며 심할 때면 의식이 흐려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심지어 쇼크 증상까지 나타나셨을 거예요!게다가 그 증상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해서 심해졌겠죠. 발병 빈도도 규칙적이지 않고 가끔은 작은 원인으로 유발될 때도 있을 거예요! 약도 점점 더 많이 드셨겠지만 약효는 예전처럼 좋지 않죠?”이도현의 구체적인 말에 한지음은 경악했다.“어...... 어떻게 아셨어요?”“그건 그쪽 알 바가 아니고요. 이건 전부 심혈관 괴사를 심장병으로 여겨 치료했기 때문이에요. 약물은 비록 증
“도와주세요! 여기 혹시 의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이내 승무원이 달려와서 상황을 요해한 뒤 기내 방송으로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하려고 해도 최저 30분이 걸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설희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녀는 이도현을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생각하고 울먹이며 말했다.“저기요! 제발, 제발 우리 대표님 살려주세요. 대표님의 상태를 정확히 맞추셨으니 구할 수도 있을 거잖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아까는 변태에 사기꾼에 파파라치라며 반말하셨잖아요?”이도현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제가 이렇게 싹싹 빌게요. 그러니까 우리 대표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벌주시면 달갑게 받을게요.”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한지음의 모습에 이설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배은망덕한 사람은 이도현의 척추까지 도려냈지만, 워낙 마음씨가 착한 이도현은 여자의 눈물에 이내 마음이 약해졌다.게다가 의도의 본심은 생명 지상주의라 그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두말없이 손을 뻗어 한지음의 몸을 더듬었다.“저기요!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도현의 행동에 이설희가 황급히 막았다.“살려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만져보지도 않고 어떻게 살려요? 그쪽 대표님은 심혈관 괴사라 제가 심장부터 확인하는 거예요.”이도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몸을......”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이도현에게 한지음에게 흑심을 품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이도현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릴까 두려웠다.“흥! 그런 더러운 생각은 집어치워요. 제 직업도 좀 존중해 주세요, 전 의사예요. 의사의 눈엔 오직 환자만 보일 뿐 남자도 여자도 없어요.”이도현은 비록 진지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몸에 손이 닿았을 때, 그도 자기가 짐승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그는 조상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릴 뻔했다.그는 애써 혀를 깨물
“응?”깊은 심호흡을 하고 몸을 움직이던 한지음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몸이 가벼워졌어. 숨 막히지도 않고 명치가 가라앉는 느낌도 사라졌어. 온몸에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야.”이설희는 흥분된 어조로 이도현이 한지음을 구해준 일을 말했다.그 말에 한지음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가슴을 더듬더니 이상한 기분에 얼굴이 빨개졌다.“정말 귀인을 만났나 봐. 의술이 정말 놀라울 정도야.만약 그분이 정말 내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우리 아빠 병도 치료할 수 있겠지? 이 비서! 그렇게 보내면 어떡해?”“볼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하지만 원한다면 이씨 가문 옛 저택으로 찾아오라고 하셨어요.”“이씨 가문 옛 저택?”한지음은 깜짝 놀랐다.‘이씨 가문 옛 저택이라니.’사실 그곳은 사람들이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하는 곳이다.“네, 대표님.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가요? 아무래도 그곳은......”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가야지. 하느님이 나에게 귀인을 보냈으니, 당연히 찾아가야지. 지금 당장 출발해.”......곳곳에 무성한 잡초가 자라난 이곳은 낡고 황량했다.전에 따뜻하고 행복했던 집이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화목한 가정이 살고 있던 이 집이, 이제는 도깨비집처럼 변해서 쓸쓸함이 가득하다.허름한 집안에 세 개의 위패가 낡아빠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위패에는 먼지가 잔뜩 끼고, 먼지 사이로 주홍 글씨가 눈에 띄었다.이경천의 위패.장월영의 위패.그리고 이영현의 위패.“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나 왔어!”이도현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그의 세 혈육은 모두 저세상으로 갔다.‘이 모든 게 모두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다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영현이 이렇게 죽지 않았어.’“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걱정하지 마, 나 반드시 복수해 줄게. 관련된 사람은 전부 찾아서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이도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
로얄 리조트. 염국 완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리조트이다. 이곳은 평소에 고위 관직이나 상위 재벌만 접대한다. 하여 보통 사람은 돈이 있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전체 리조트는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어 마치 궁궐처럼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여 이곳은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의 천국이다.오늘,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시끌벅적하네.’오늘은 강설 그룹 회장의 손녀 강설미의 결혼식이다. 하여 강씨 가문에서는 오늘 로얄 리조트 전체를 대여했다.지금 이 순간, 강설미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예쁜 외모까지 더하니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강설미의 미모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여자를 볼품없이 만들었고, 여자들은 그런 그녀의 미모가 부러웠다! 남자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강설미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뜨거워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강설미와 첫날밤을 보내는 상상을 했다.옛말에 영웅과 재주 있는 자만이 미녀와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그러니 강설미의 마음을 가진 자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신랑은 진씨 가문의 자제인 진천우로, 진씨 가문은 강씨 가문보다 더 실력이 대단했다.이러고 보니 강씨 가문이 땡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비록 강설미는 두 번째 결혼이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아직 깨끗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강설미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이니 진천우는 그녀를 꺼리지 않았다.이때,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여유롭게 결혼식을 진행했다.“이제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로 행복한 미래를 위한 힘찬 첫발을 내딛는 행진의 순서가 있겠습니다.”“행복한 신랑, 신부의 앞날을 위해 뜨거운 박수로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신랑, 신부 행진.”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거꾸로 날아 떨어졌다. 그 뒤로는 한 소년이 한 손으로 경호원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모두 한기를 느끼
그 정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많은 불을 삼켜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를 뿜어내던 불은 점점 작아졌다. 육각형 건물에서 쏘아져 나오던 불빛도 모두 정 안으로 흡수되었다.이도현을 밀어붙이던 그 태양 그림도 점점 작아지더니 점점 정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태양대전 밖의 태양신전 사람들은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태양왕과 에릭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그렇게 크지도 않은 정이 태양대전의 커다란 불을 다 흡수해 버렸다니. 게다가 진법의 위력까지 줄어들게 만들다니.“오마이갓... 저건 뭐야! 정이 어떻게 불을 흡수할 수가... 이럴 수가! 이게 설마 동양 전설 속의 그 성물이야?”“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오마이갓... 정말 너무 무서운 녀석이야! 정말 무서워... 도대체 뭐 하는 놈인 거야.”“동양은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염국은 참 신비로운 나라야... 이런 신비한 힘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전하, 이제 어떡하죠? 이러다가는 태양대전이 무너질 겁니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끝장입니다. 얼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 누가 좀 얘기해 봐. 저 동양인 손에 든 물건이 대체 뭔지! 왜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할 수 있는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설마...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 거야? 염국의 그 신화들이 정말 실제 이야기인 거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태양왕은 정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행동에 겁을 먹고 말았다. 태양왕은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물건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그마한 정이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다니. 정말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정은 결국 블랙홀처럼 태양대전의 모든 불을 다 삼켜버렸다. 그러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하, 지금은 놀랄 때가 아닙니다. 얼른 수단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대전이 파괴되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넌 내가 이 태양대전 안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해? 이 태양대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면서 물었다.“오마이갓. 지금 이 멍청한 원숭이가 뭐라는 거야.”태양왕이 과장한 액션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벌레만도 못한 주제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는 거야? 오마이갓. 농담도 참. 엥겔스 마법사, 들었어? 이건 내가 올해 들은 가장 웃긴 농담이야. 하하하.”태양왕은 웃으면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그 표정과 동작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건 제가 들은 가장 웃긴 농담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다만 말투는 약간 어쩔 수 없이 대답하듯 가식적이었다.왜냐하면 엥겔스는 진법에 대해서는 염국인들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진법은 애초에 염국에서 시작되기도 했고 실력과 이해 또한 염국이 가장 뛰어나니까 말이다.그리고 이 태양대전도 사실은 아주 오래전 염국인이 만든 진법이었다.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염국인인 이도현이 그들보다 진법에 능통하여 태양대전을 풀어버릴까 봐서였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태양신전은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하지만 이내 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 일어났다.태양대전 속의 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내가 너희들이 아끼는 태양대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말을 마친 이도현은 정을 하나 꺼내 들었다. 정은 염국인들의 성물이었다. 왜냐하면 염국인들의 이해에 따르면, 정에는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염국에는 정과 얽힌 신화들도 많았다.이도현은 음양탑에서 이 정을 얻은 후 딱 한 번 사용했다. 그것도 연단을 하기 위해서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을 받을 때, 이도현은 이 정의 특점을 기억했었다. 이것은 전 세계의 어떠한 불도 집어삼키는 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태양대전의 불을 삼키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이... 이
손가람은 진법에 갇힌 이도현을 보면서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밖에 앉은 손가람은 큰 소리로 웃으면서 아까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어때? 그 자식이 진법에 갇혔나?”손가람이 화를 풀고 있을 때 태양왕이 태양신전의 장로들을 데리고 도착했다.“태양왕 전하를 뵙습니다. 이도현은 이미 진법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손가람이 공경하게 얘기했다.“하하하, 잘됐네. 수고했어, 손 장로. 이 공은 내가 잊지 않으리. 누구든지 이 태양진법 안에 갇히게 되면 저절로 고분고분해질 거야. 하하하.”태양왕이 흥분해서 얘기했다.“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축하드립니다!”에릭이 얼른 아부하면서 입을 열었다.“하하하, 좋아. 얼른 가서 다른 장로와 마법사들에게 알려라. 진법을 잘 제어하라고. 이 동양인에게 살 희망조차 주지 말라고 말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충신인 이 에릭이 지금 당장 명령을 전하겠습니다.”에릭은 태양왕의 개처럼 바로 시키는 일을 하러 갔다.개노릇도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숙련된다. 에릭은 태양왕의 개로 오랜 시간 일하며 이미 이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태양왕은 불에 휩싸인 이도현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이도현, 나는 태양신전의 왕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유감이군. 너를 이곳에 가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널 해치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너한테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만약 네가 가만히 있어 준다면 너를 꺼내주지.”진법 안의 이도현은 날아오는 공격들을 피하면서 물었다.“무슨 얘기지? 한 번 들어나 보자.”“그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아. 나는 너처럼 단도직입적인 사람이 좋아. 그러니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겠어. 칠색 동백꽃을 내놔. 그리고 곤륜옥에서 얻은 모든 물건을 다 나한테 내놔! 네가 모든 비책과 보물들을 꺼내놓는다면, 그리고 곤윤옥의 신비한 힘도 꺼내놓는다면 널 살려주도록 하지. 어때?”태양왕이 큰 소리로 물었다.진법 안의 이도현은 불빛을 상대하면서 소리쳤다.“
손가람은 미간을 찌푸리고 진중한 시선으로 이도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눈앞의 이도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도현은 모든 것을 다 알면서 자진하여 태양대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걸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이도현은 개의치 않고 태양대전 중의 선학신침으로 걸어갔다. 태양대전이 무슨 진법인지 알아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다른 술수들은 소용없으니까 말이다.테이블 앞에 온 이도현이 바로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붉은색의 선학신침이 놓여있었다. 태양의 빛을 받은 선학신침은 익숙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이도현이 손을 휘저어 선학신침을 손에 넣었다.그리고 그가 선학신침을 갖게 된 그 순간, 육각형 건물의 각 위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윽고 그곳에서 불같은 빛이 하늘로 치솟더니 공중에서 커다란 구 모양의 불을 만들어냈다.그 불은 마치 태양처럼 이글거리며 뜨거웠다.불은 그치지 않고 점점 커갔고 너무 뜨겁고 밝아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새 육각형의 건물은 이 불로 뒤덮여버렸다. 이도현도 그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용암 같은 비가 하늘에서 내려와 태양 그림 위에 쏟아졌다. 이도현은 빠르게 그 용암들을 다 피해버렸다.용암을 맞은 태양 그림은 갑자기 각성한 것처럼 점점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힘까지 흡수해 더욱 많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어느덧 건물뿐만이 아니라 건물 주변의 바닥도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태양대전은 이 불로 완벽히 감싸져 있었다.쿵.태양 그림에서 불빛이 쏘아 나오더니 이도현을 공격했다.이도현은 또 빠르게 몸을 놀려 피했다. 발밑은 이미 불바다가 되어 이도현은 공중에 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태양대전은 이도현에게 쉴 틈도 주지 않았다. 제단에서 또 불빛이 쏘아져 나와 이도현을 공격했다.“젠장...”이도현은 놀라서 욕설을 뱉으며 또 공격을 피했다.하
그리고 태양 그림 중앙에는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상자 하나가 있었다.그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이도현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이도현은 바로 알게 되었다. 이건 선학신침의 기운이라고 말이다. 이도현은 선학신침의 기운을 잘 알고 있었다.드디어 찾았구나!이도현은 속으로 기뻐했다.손가람이 이도현에게 태양신전에 선학신침이 있다고 했을 때, 이도현은 믿지 않았다. 그저 본인을 유인해 가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태양신전에 진짜 선학신침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태양신전에서 이도현에게 던진 미끼가 진짜 미끼여서 다행이었다.함정을 만드는 데 있어서 동양인은, 그중에서도 특히 염국인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강했다. 염국인이 만든 함정 앞에서 다른 사람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덫에 걸려들 것이다.하지만 그것도 예전의 일이 되었다.이제는 서양인들이 기술 면에서 발달하여 염국인들을 넘어서게 되었다.그 당시의 염국에는 부패한 관료들이 많았다. 그리고 국왕이 백성을 통치하기 위해 폐관 쇄국을 실행하며 사람들의 사상을 통제했고 발전을 싫어했다. 그래서 어느덧 이런 것들은 미신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도현은 그런 사람들이 웃겼다. 폐관을 실행하여 외부의 것은 배우지 않으려 하지만 또 선조들이 남겨준 지혜는 미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던지, 함정과 책략 면에서는 동양인을, 특히 염국인을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 보면 서양에서 쓰는 무기들도 원래는 다 동양에서 만든 것이었다.물론 서양인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아니지만, 책략과 함정 면에서는 동양인을 따라올 수 없었다.“이도현 씨, 아마 이도현 씨도 뭔가를 느꼈을 겁니다. 제가 이도현 씨를 속인 게 아니에요!”이도현의 표정을 본 손가람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속인 게 아닌지 맞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거예요. 원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못 참겠네요. 이런 비열한 수는 세
“도착입니다. 이도현 씨, 이 앞이 바로 태양신전의 대문입니다.”손가람은 자만하는 이도현을 못 봐줄 정도였다. 다행인 것은 이제 태양신전에 거의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가람은 인내심이 다 해 이도현에게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른다.“벌써 도착이라니. 그러면 길을 안내해요. 나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도 다 꺼내고 덤비세요. 굳이 숨기면서 연기할 필요 없어요.”이도현이 직설적으로 얘기했다.“이도현 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태양신전은 그저 이도현 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거랍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견한 선학신침을 이도현 씨에게 드리려는 것이고요. 그러니 이렇게 자꾸만 태양신전을 모독하거나 깔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손가람이 약간 화가 난 것처럼 얘기했다.“하하하, 그래요? 연기 좀 그만해요. 힘들지도 않아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당신은 나한테 화를 7번 냈고 15번이나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 감정들을 다 억눌렀죠. 불편하지도 않아요?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당신은 도합 21번이나 참았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나한테 손을 댔거나 화병으로 죽었을 겁니다.”이도현은 손가람의 연기에 같이 놀아나 줄 생각이 없는 듯 바로 얘기했다.손가람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을 쳐다보았다.손가람은 이도현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인 줄 몰랐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도현은 손가람의 호흡, 느껴지는 기운을 다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소름이 돋아서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손가람은 본인이 오는 길에 화를 몇 번 냈는지, 몇 번이나 살기를 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도현은 그걸 모두 알아차리고 기억했다.“하하하, 이도현 씨, 오해입니다. 저는 이도현 씨에게 그런 감정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농담도 참. 제가 만약 분노하거나 살기를 가졌다면 그건 이도현 씨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이도현 씨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향한 감정일 겁니다.
“설마 태양신전에 잡혀가는 사람인가?”“그럴 리가! 저 이도현이라는 사람, 꽤 대단한 사람 같던데. 손가람 혼자서 이도현을 이길 순 없을 거야!”“그건 모르는 일이지. 손가람도 쉬운 사람은 아니야.”한 사람이 얘기했다.“얼른 소문을 내. 그 동양인이 태양신전의 사람과 같이 태양신전으로 가고 있다고.”“어서... 가서...”...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먹잇감 보듯이 지켜보았다. 하지만 손가람의 뒤를 따르는 이도현을 보면서, 아무도 이도현을 건드리지 못했다.태양신전과 척을 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이도현을 건드리는 것은 태양신전의 지위에 도전하는 것과 같았다.태양신전과 사탄 지옥 조직은 성지의 양대세력이다. 두 조직이 양대세력으로 불리는 것은 다른 세력들에 비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태양신전의 사람들이 이도현을 데리고 가니 다른 사람들은 뭐라 할 수 없이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태양신전으로 향하는 길, 이도현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이도현을 훑어보고 있었다.이도현은 손가람이 속한 조직이 성지에서 영향력이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이도현은 지금 이 상황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손가람 덕분에 불필요한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이도현 씨! 바로 앞이 태양신전입니다. 곧 도착할 수 있어요.”손가람이 뒤를 돌아 이도현을 보면서 얘기했다.손가람의 말투에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래서 이도현은 손가람이 쓸데없이 나댄다고 생각했다.“왜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는 거죠?”이도현이 싸늘한 말투로 물으면서 불만을 드러냈다.손가람은 이도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줄 몰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답을 이어 나갔다.“이도현 씨, 오해입니다. 우리 태양신전은 성지에서 가히 1등이라고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
“선학신침?”이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가람이 선학신침을 알고 있을 줄 몰랐다.“그렇습니다! 바로 선학신침입니다!”손가람은 이도현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환한 웃음을 드러냈다.“저는 이도현 씨가 태허산의 제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태허산은 의술에 능하여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죠. 태허산은 또 아주 대단한 침술을 갖고 있는데, 그게 바로 대대로 내려오는 선학신침입니다! 선학신침은 몇 년 동안 보이지 않아 사라진 줄로만 알았지만 마침 태양신전에서 우연히 선학신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도현 씨가 성지에 왔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겁니다. 이도현 씨와 함께 태양신전에 가서 이 신침이 정말 선학신침인지 알아보려고 말입니다.”손가람은 아주 조리 정연하게 얘기했다.사실 손가람도, 이도현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선학신침을 이용해 이도현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그런 더러운 본질을 그럴싸한 말로 감싸니 꽤 듣기 좋았다.“그러면 앞장서요.”이도현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길을 떠났다.이도현이 성지에 온 원인이 바로 선학신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이제 선학신침이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상대방이 이도현을 위해 함정을 짜놓았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하하하, 역시 이도현 씨는 말이 잘 통하는군요. 태허산의 제자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쇼. 전 그저 이도현 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손가람은 반복해서 얘기하며 강조했다.“말 다 했습니까? 얼른 앞장서요!”이도현이 귀찮다는 듯 얘기했다.손가람은 그저 입술을 비죽 내밀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동양인, 특히 염국인들은 예의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손가람은 예의가 없는 이도현이 불쾌하게 느껴졌다.억지로 가식적인 미소를 짓느라 어느새 얼굴 근육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할 줄 아는 아부란 아부는 다 했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그대로였다.그런 이도현을 보면서 손
손 장로는 꽤 오래전에 이곳에 왔었다. 지금은 6, 70대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살았다.“당신은 누굽니까.”이도현이 차갑게 물었다.“저는 손가람이라고 합니다. 이도현 씨를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네요.”손 장로가 대답했다.“손가락?”이도현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뭔 이런 이상한 이름이 다 있지?’“하하하, 역시 농담도 재밌군요. 제 이름은 손가람입니다. 손 씨에 가자, 람자를 쓰고 있죠.”손가람이 해명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예의 없는 이도현을 욕하고 있었다.‘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노인을 상대로 이름으로 놀리는 게 재미있나? 누가 미쳤다고 이름을 손가락이라고 지어! 정말 어이없군.’“당신도 동양인이네요?”이도현이 물었다.“네. 맞습니다. 전 연경시 출신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죠. 지금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 이도현 씨 같은 훌륭한 고수를 만나서 영광입니다. 젊은 나이에 이런 기능을 익혔으니 정말 자랑스럽네요. 동방에서는 천년에 한 번씩 천재가 나온다고 하더니, 그게 바로 이도현 씨인 것 같습니다!”손가람은 이도현을 칭찬하면서 얘기했다. 원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손가람은 온화한 얼굴로 웃으면서 이도현과 얘기했다.하지만 이도현한테는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도현은 그저 차갑게 손가람에게 대답했다.“쓸데없는 말이 많네.”“하하하, 이도현 씨는 말이 적은 편인가 봅니다. 다 같은 출신 사람으로서 타지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저를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손가람은 가볍게 웃으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난 당신이랑 친하지 않은데 왜 굳이 그래야 하죠? 이곳에 온 목적을 얘기해 봐요!”이도현은 체면을 봐주지 않고 밀어붙였다.왜냐하면 이 시점에 나타난 낯선 사람은 의심스러웠으니까 말이다. 이도현은 손가람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곳은 성지다. 사람 사이의 불신이 가득한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