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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작가: 골든트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04 19:00:13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본 이도현은 갑작스러운 진수성찬에 약간의 소화불량을 느꼈다. 아침에 등자월의 이불 속에서 겨우 빠져나왔을 때 그는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

어쩔 수 없었다. 겨우 집에 한 번 온 만큼 집에 있는 두 여인을 한꺼번에 만족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여인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실컷 즐기지 않으면 다음번에 언제 다시 이도현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두 여인에게 이도현의 앞으로 1년 동안의 수확을 미리 바치게 되었다. 이도현의 1년 치 수확물은 단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이 두 여인에게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참으로 비통했다.

텅 빈 곡주머니를 질질 끌며 그는 다리가 풀린 채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출발했다.

바닥에서 잠옷을 입은 두 여인은 멀어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어젯밤의 추억 덕분에 그를 떠나보내기 아쉬워 더 큰 그리움이 밀려왔다.

...

한편, 고무계의 한 성채에 있는 거대한 저택의 정문에는 기부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곳은 바로 고무계의 기씨 가문이었다.

기씨 가문은 이 마을에서 손꼽히는 가문 중 하나로 많은 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 이삼급 종파를 능가하는 실력을 자랑했다.

마을 서쪽 대부분의 땅을 차지한 이 가문은 수십 리에 걸친 영역을 소유하고 있었다. 비록 가문의 주거지였지만 규모나 체계 면에서는 파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저택의 한 누각에 염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여러 고수를 통솔하는 용팀의 팀장이자 네 명의 최고 고수인 사대용왕을 거느린 인물, 기화영이 있었다.

기화영은 염국에서 가장 신비롭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 특수 조직의 팀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녀는 이미 세속의 옷을 벗어 던지고 고풍스러운 한복을 입고 있었다.

밝은 황금빛의 나풀거리는 치마와 고전적인 장식이 더해지자 그녀의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였다.

원래도 매혹적인 외모를 지닌 그녀는 지금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맑고 순수해 보였고 세속의 때가 묻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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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기씨 가문과 에드워드 가문은 오래전부터 혼약이 맺어져 있었어. 만약 그것 때문만이라면 나도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구현근은 고로국에 있는 에드워드 가문만 가지고 있어서 아홉번째 후배를 위해서라도 나는 가문의 조건을 받아들여 에드워드 가문에 시집가야만 했어. 이도현, 몸조심하고 아마 우리는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거야. 그래도 다른 선배들이 네 곁에 있으니 너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기화영은 혼잣말을 중얼거렸으며 마음은 이미 이도현에게로 향해 있었다. 과거 이도현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선배들이 그를 괴롭히고 놀리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도현이 당황하고 두려워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기화영은 미소를 지었지만 웃으면서도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거의 동시에, 고로국의 한 고성에서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이 성은 몇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오래된 성으로 그 주인은 에드워드 가문이었다. 이 가문은 고전 무술 가문과 마찬가지로 무술에 능통한 집안이지만 그들이 연마하는 것은 무술이 아니라 마법과 비슷한 힘이었다.성채 안에서 갈색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잘생긴 청년이 편지 한 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편지의 내용을 읽은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탁자 위에 편지를 내리쳤다.“젠장! 내 여자가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다니, 말도 안 돼! 절대 용서할 수 없어!”“이도현, 이 자식. 지난번에는 몰랐는데 네가 감히 화영 씨의 마음을 훔쳤다고? 네 따위가 감히? 지난번에는 놔줬지만 이번에는 널 반드시 없애주마. 화영 씨의 마음속에서 널 지워버리겠어! 감히 내 여자를 뺏다니, 네 놈을 사탄에게 바쳐버리겠다!”“거기 누구 없느냐!”레니는 문밖을 향해 외쳤다.곧 검은 옷을 입은 한 하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큰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사이라! 내 명령을 전달해라. 존 헤쉬에게 전해서 고급 마법사 몇 명과 함께 염국으로 가서 이도현이라는 놈을 잡아 오라고 해.”“네,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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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현은 완성에서 출발하여 곧바로 고로국으로 가지 않고 향진성으로 향했다. 이번 일은 큰일을 벌이기 위한 것이었기에 그는 문지해와 도광도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선학 전투 부대도 함께 데려가려고 했으나 대원 18명이 아직 외부에서 수련 중이라 잠시 소집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메시지를 보내 선학 전투 부대를 세팀으로 나누라고 지시했다.한 팀은 완성으로 돌아가 한지음을 보호하고 또 한 팀은 향진성의 조씨 가문으로 가서 조혜영을 지키며 마지막 팀은 황성으로 가서 오민아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명령했다.선학 전투 부대 18명의 전투력은 이미 천급 경지에 도달했지만 종사급 고수와 맞서 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이는 선학 전투 부대가 수련하는 공법과도 연관이 있다. 이도현이 가르친 무술 기술은 모두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으며 심지어 내력심법조차도 살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이러한 공법은 마치 암살자와 같아서 화려한 기술 없이도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리며 모든 공격이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데 집중된다.또한 이도현이 제공한 담약과 공법 덕분에 이들은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5년에서 10년 후면 선학 전투 부대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가 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그때가 되면 선학 전투 부대의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비행기는 향진성의 조씨 가문에 도착했고 조혜영, 문지해, 도광이 이도현을 맞이했다.그 후 이도현은 조혜영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고 문지해와 도광은 신영성존과 함께 무술을 연마하며 서로의 성과를 확인했다.세 남자가 무술을 수련하는 동안 이도현과 조혜영도 무술을 연마했지만 둘의 방식은 점잖게 그치는 것과 달리 더 격렬했다.하루를 조씨 가문에서 보낸 후, 이도현은 다음 날 고로국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하지만 그날 아침, 이도현 그들이 출발하려던 순간 조씨 가문에 대여섯 명의 불청객들이 찾아왔다.그들은 모두 검은 망토를 입고 머리까지 덮었으며 얼굴만 내놓고 있었다.이도현을 보자 그들 중

  • 마왕귀환   제1078화

    “이제 보아하니 내일이군! 내일 우리 에드워드 가문의 도련님께서 당신네 염국 고무계 기씨 가문의 아가씨와 결혼하게 될 거야! 우리 도련님에게서 듣기로는 그 아가씨가 네 선배라더군. 그래서 너를 결혼식에 데려오라고 하셨어! 알아들었냐, 이 자식아? 이제 빨리 따라와라. 내일은 내가 도련님의 결혼식에서 축배를 들어야 하니까 네가 방해하면 안 된다고! 빨리 따라오지 않으면 네 머리를 잘라 우리 도련님께 신혼선물로 바칠 거다!”그들은 참을성 없이 말하며 이도현의 눈이 이미 차갑게 변한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온도는 마치 수십 도가 떨어진 듯 싸늘해졌다.이도현의 뒤에 서 있던 신영성존과 도광은 저절로 몇 걸음 물러나며 그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이들은 이도현이 화가 났음을 직감했다.“너희들 말로는 내 다섯번째 선배가 이런 추한 놈들에게 시집간다고? 그 상대가 외국놈이라니, 그리고 결혼이 내일이라니?”이도현은 말을 하며 자신의 심장이 누군가에게 주먹으로 세게 맞은 듯한 고통을 느꼈다.“이 더러운 짐승 같은 것들이 내 선배와 결혼할 자격이 있다고? 결국 너희들이 내 선배를 억지로 결혼시키려는 거였군. 좋아, 아주 좋아. 너희들을 지옥으로 보내주마! 결혼식? 너희 도련님과 에드워드 가문 전부 지옥에서 악귀와 결혼하게 해주지!”쾅!이도현의 몸에서 기세가 폭발하며 그동안 억눌러왔던 살기와 분노가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그의 눈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고 그동안 수련하며 다스려왔던 마음의 경지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억제하고 있던 살기, 악기, 그리고 잠재된 용의 음탕한 기운까지 모두 깨어나 활발하게 요동쳤다.주변의 부정적인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그의 살기를 더욱 증폭시켰다.이도현이 내뿜는 무시무시한 기운에 에드워드 가문의 사람들조차 깜짝 놀랐다.그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해 보이던 이도현이 갑자기 이렇게 무서운 존재로 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 마왕귀환   제1079화

    이도현은 분노에 찬 포효와 함께 존 헤쉬의 앞에 나타나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숨이 막히는 느낌에 존 헤쉬는 비로소 상황을 깨달았지만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이도현이 언제 자신 앞에 와서 목을 조였는지조차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였다.그는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소름이 끼쳤다.놀라움에 가득 찬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에드워드 가문의 대마법사로서 염국의 경지로 치면 성급 중기에 해당하는 강자였다.그런 자신이 어떻게 이런 일을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네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이냐...”존 헤쉬는 본능적으로 물었지만 그의 물음에 돌아온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었다.딱!이도현의 손아귀에서 그의 목이 그대로 부러졌다.존 헤쉬는 목이 부러진 채 죽어가면서도 얼굴 가득 의문을 품은 표정을 지운 채 눈을 감지 못했다.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목이 부러졌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그는 쓰러졌다.그는 자신이 에드워드 가문의 대마법사로서 감히 염국의 고무계 강자들도 손대지 못하는 존재인데 어떻게 이런 작은 염국의 사람이 자신을 죽일 수 있는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눈을 감지 못한 채 억울하게 죽어갔다.이도현은 죽은 존 헤쉬의 시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의 시신을 발로 차 에드워드 가문의 일행 앞에 던지며 냉혹하게 말했다.“돌아가서 너희 도련님에게 전해라. 내가 너희 성을 모조리 쓸어버리러 갈 테니 내일 잘 준비하도록 해! 꺼져라...”이도현은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눈은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의 온몸을 감싸는 강렬한 살기는 마치 맹수처럼 주변을 압도하며 보는 사람들의 심장을 죄어왔다.“네가... 네가 감히 우리 에드워드 가문의 헤쉬를 죽였단 말이냐?!”존 헤쉬가 죽자 남아 있던 에드워드 가문의 일행은 극심한 공포에 빠졌다.한참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다가 겨우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도현이 대마법사를 죽였다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고 그 충격에 휩싸였

  • 마왕귀환   제1080화

    어제 세 사람은 서로 무공을 겨루며 스스로 강하다고 느꼈고 이제 무도의 최정상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다.그들은 지금의 실력만으로도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방금 전 이도현의 주먹을 보고 나서 그들은 마음속 그 오만한 생각을 단번에 접어야 했다.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이도현의 한 방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경지였다. 그의 앞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마치 개미처럼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이도현은 그 자리에 서서 먼 곳을 응시했다.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공기 중에 증발하듯 퍼져 나갔다.분노와 음산한 기운이 뒤섞여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가 내뿜는 냉혹한 살기는 공기마저도 얼어붙게 만들었다.“도현 오빠!”바로 그때,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조혜영이 달려와 이도현의 상태를 살피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곧바로 이도현의 곁으로 달려와 그의 손을 꽉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도현 오빠,화를 가라앉혀야 해요! 다섯 번째 선배의 일은 오빠가 해결해야 해요. 분노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오빠가 위험해요. 선배들이 왜 오빠에게 다섯 번째 선배의 일을 말하지 않았는지 아세요? 오빠의 마음이 무너질까 걱정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이러면 그동안의 수련이 모두 물거품이 되잖아요! 다섯 번째 선배도 자신의 일로 인해 오빠의 경지가 무너지고 위험에 처한다면 죄책감을 느낄 거예요. 제발 진정하세요!”조혜영의 애절한 부탁에 이도현의 격해진 마음은 점차 평온해졌다.“괜찮아, 걱정 마. 그냥 내가 자책하고 있을 뿐이야. 아홉번째 선배를 치료할 때, 다섯번째 선배에게 구현근을 찾으러 가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어. 선배가 이렇게까지 곤란해질 줄 알았더라면 내가 직접 찾으러 갔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한 거야. 그들이 어떻게 다섯번째 선배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선배가 분명 엄청나게 힘들었을 거야. 이건 모두 내 탓이야.”이도현은 스스로를 탓하며 말했다.“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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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각 기씨 가문 저택은 온통 결혼식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고 붉은 장식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수십 리에 걸쳐 커다란 붉은 등불이 걸려 있었고 기씨 가문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다.기씨 가문과 친분이 있는 가문들, 지역에서 명망 있는 가문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기화영의 아버지이자 기씨 가문의 수장은 몇몇 조카들을 이끌고 저택의 정문에서 에드워드 가문의 맞이할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가주님! 도착했습니다! 새 사위가 커다란 말을 타고 오고 있습니다!”한 하인이 헐레벌떡 달려오며 외쳤다.“왔구나! 드디어 왔군! 준비해라, 모두 준비하라! 폭죽도 준비해라! 새 사위가 도착하면 폭죽를 터뜨려라!”기화영의 아버지는 흥분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워드 레니가 커다란 말을 타고 고대 염국의 결혼식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여덟 명이 들어 올리는 붉은 가마를 앞세운 행렬은 시끌벅적하게 도착하고 있었다.하지만 외국인인 그가 염국의 신랑 의상인 붉은 예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딘가 매우 어색해 보였다.“기씨 가문의 사위가 왜 저런 모습이지? 이게 무슨 꼴이야?”사람들 중에는 외국인을 처음 본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그들의 눈에 이처럼 이상하게 생긴 외국인은 도저히 사람이 아니라 귀신처럼 보였다.“입 다물어! 너 죽고 싶냐? 저 사람은 기씨 가문의 사위야.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마!”“맞아! 너 정말 세상물정을 모르는구나. 네 말을 들어보니 너 평생 집 밖에 나가본 적이 없구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몰라? 저건 귀신이 아니라 서방 사람이야! 그래도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양귀자라고 부르긴 하지.”“조용히 해라, 괜히 문제 만들지 말고.”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동안 기씨 가문의 가주가 크게 외쳤다.“사위! 어서 오너라! 화영이가 기다리다 지치겠다!”“장인어른께 인사드립니다!”에드워드 레니는 말에서 내려 공손한 척하며 절을 했다.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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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더 가문 도착!”“하워드 가문 도착!”“피트 가문 대표 도착!”“카트 가문 대표 도착!”“헨리 가문 대표 도착!”“게쉬 공작 도착!”두 사람이 차례로 이 명문 가문들의 이름을 외치자 밖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이 떠들썩해졌다에드워드 가문의 가주인 대공작 에드워드 87세가 친히 문으로 나와 이 손님들을 직접 맞이하며 안내했다.“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십시오!”“오늘은 제 아들 레니의 결혼식 날입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저희 에드워드 가문으로서는 큰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아닙니다! 에드워드 도련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어 오히려 저희가 영광입니다. 대공작님, 축하드립니다!”“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나눈 후 에드워드 87세의 안내를 받아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밖에서는 여전히 축제가 한창이었다.잠시 후, 수십 대의 고급 차량들이 천천히 성으로 들어와 성 내부까지 진입했다.“신부가 왔어! 어서 가서 신부를 보자!”“가자! 레니 도련님이 마음에 들어 한 신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확인하자. 우리 공주보다 예쁠까?”“그러게 말이야! 우리 왕이 공주를 레니 도련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했는데 레니 도련님이 거절했다더군! 우리 공주는 나라에서 손꼽히는 미인인데도 거절당했다니, 대체 저 염국 여자가 얼마나 예쁘길래 공주를 마다한 건지 한번 보자고사람들은 흥분하며 성 안으로 몰려들었다오늘은 레니의 결혼식이자 에드워드 가문의 경사였기에 고성은 외부에 개방되었다.평소 같았으면 성 근처에도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오늘은 성 안으로 들어가 성대한 축제와 맛있는 음식을 즐길 기회가 주어졌다.이 시각 기화영은 성 안의 넓고 화려한 방에 도착해 있었다. 방 안에는 17~18세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고로국 하녀들이 그녀를 시중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레니의 요구에 따라 하녀들은 기화영에게 전통 혼례복을 벗고 서양식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으라고 했다.그러나 기화영은 이에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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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지세요!”“그쪽은 제 도덕성을 의심할 자격은 없어요! 저는 이곳의 환자들을 우선으로 합니다. 그쪽 아버지는 환자이지만 이분들도 환자이십니다. 제가 그쪽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어요. 아버지의 병을 봐주지 않았다고 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됩니까?”예전 같았더라면 이도현은 이런 사람과 이렇게 예의를 차리고 말하지 않고 바로 한 대를 쳤을 것이다.“돈이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당장 꺼지세요. 그쪽 아버지를 환자로 받을 생각은 없어요!”“당신... 당신은 의사인데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모른 척해도 돼요?”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는 화난 눈빛으로 이도현을 쏘아보면서 고함쳤다.“환자가 병원에 오면 당연히 치료할 의무는 있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환자를 버리고 그쪽 아버지만 봐줄 수 없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요!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들은 모두 똑같습니다. 어느 환자의 목숨이 다른 환자보다 더 귀중하다고 할 수 없어요!”이도현은 냉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진료비 10배를 줄게요! 내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남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남자는 금성 양씨 가문의 도련님 양정재였다. 이 금성 지역에서 여태까지 이도현처럼 그와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자도 없었다.양씨 가문은 금성의 제일 가문으로서 경제와 정치에 모두 관여하였고 양씨 가문의 산업은 염국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다.물론 제도나 황성과 같은 지역의 대가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세력이 있는 가문이라 할 수 있었다. 금성에서 ‘황제’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양정재는 양씨 가문 가주의 막내아들이었다. 가문에서 애지중지 키워와서 법규 따위 안중에 없고 제멋대로 날뛰는 자였다.오늘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도현을 청하려고 이런 외진 곳에 와서 이미 기분이 매우 나빴다. 하지만 이런 외진 곳에서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있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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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현이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문 앞에 여러 사람이 와있었는데 심지어 경호원까지 달고 있었다. 딱 봐도 신분이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다.젊은이는 줄을 서지 않고 곧장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하지만 밖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은 어제 이도현을 대하던 것처럼 그 젊은이를 막아서지도, 뻔뻔하다고 욕하면서 줄 서라고 욕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젊은이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오게 내버려 두었다.역시나 사람은 다 약자를 무시하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법이었다. 일반인에게 쉽게 달려들지만, 신분이 고귀하고 건드리기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나서지를 못했다.젊은이는 경호원을 거느리고 곧장 한의원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입을 열었다.“어느 분이 이도현 이신의인가요?”이도현은 듣자마자 자신을 노리고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그들을 훑어보며 대답했다.“접니다. 무슨 일이신지요?”이도현은 환자에게 진료를 봐주고 약 처방을 써주는 동시에 젊은이의 말에 대답하였다.“당신이라고? 당신이 이신의라고? 이렇게 젊다고?”젊은이는 깜짝 놀라며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이 마을의 신의가 이토록 젊은 청년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신의는 저에게 과분한 칭호예요. 하지만 제가 이도현은 맞아요!”이도현이 대답했다.젊은이는 살짝 당황했다. 이토록 젊은 사람이 신의라고 하자 조금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의학이 어디 게임처럼 그렇게 쉽게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인 줄 아나? 의학 공부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니까 일정한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거든. 서양 의학도 마찬가지인데 경험을 매우 중요시하는 한의학은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이렇게 어리고 젊은 친구가 나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기껏해야 병원에서 실습생하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이곳의 신의라고? 설마 사기꾼은 아니겠지?’“이곳에 이도현이라는 사람이 혹시 당신 한 명뿐인가요? 저는 이신의를 찾으러 왔어요.”젊은이는 이도현의 말을 믿지 않고서 물었다.“이도현이라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이곳에 이

  • 마왕귀환   제1139화

    이날 밤, 이도현은 여전히 노영식네 집에 머물렀고 주현진이 잠자리를 정리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잠자리는 침대가 아니라 온돌 바닥이었다.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온돌방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보기 흔한 것이었다. 온돌방은 구들장 밑이 비어있어 날이 추워지면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열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머지않아 집이 따뜻해지게 된다.이도현은 온돌방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형수가 준비해 준 우유 향이 나는 꽃무늬 이불을 덮으니 더욱 편안했다.형수가 수유 기간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도현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심리작용이 생겨서인지 오늘따라 이불에서 나는 우유 향이 그날 밤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게다가 불빛 아래에서 그는 하얀 이불 위에 지도 같이 생긴 자국이 한 둘레 한 둘레 있는 것을 보고 우유 향이 그 자국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헐! 설마 형수가 이 이불을 계속 덮었던 거 아니지? 이것이 설마 모유의 흔적이 아니겠지? 세상에나! 이건...”이도현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다!‘형수는 이 이불을 덮고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야? 설마... 내가 그 상대는 아니겠지!’이날 저녁 이도현은 잠을 설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이도현은 얼떨결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주현진인 것이 분명했다.노영식이 이토록 적극적일 리가 없었다.“지안이 양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하셔야죠!”주현진의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형수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얼른 일어날게요!”이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뜨면서 말했다.“양아버지도 참, 무슨 별말씀을요! 얼른 일어나서 세수하고 식사하세요! 아침상 다 차려놨어요!”주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을 보고 이도현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다행히도 주현진은 몇 마디만 하고 방을 나갔다. 아니면 이도현은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섯 사람은 다

  • 마왕귀환   제1138화

    “그래도...”이도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기세라 그는 하는 수없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름은 제가 지어줄게요. 지안 어때요? 지혜롭고 평안하게 자라라는 뜻이에요!”“지안! 노지안, 좋아요. 뜻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일생에 무슨 일을 하든 돈을 얼마나 갖고 있든 권력이 얼마나 크든,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죠! 지안, 좋은 이름이네요!”노문호가 제일 먼저 말했다.“지안! 좋아요! 그럼 이 녀석을 앞으로 지안이라고 부릅시다!”노영식도 기뻐하며 말했다.“지안! 우리 아기 앞으로 지안이라고 불러야겠네! 지안, 지안아, 얼른 와서 양아버지께 절을 올려야지!”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안! 참 훌륭한 이름이야!”노영식의 부모는 모두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에게 절했다.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하는 것은 성의를 표시하는 제일 성실한 행동이었다.이번에 이도현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형수가 아이를 안고 절도 올렸으니 이도현은 빼도 박도 못 하고 양아버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에게 첫 대면 선물을 안 줄 수가 없었다.만약 무사 집안이었다면 이도현은 반드시 자신의 무도 비법 또는 담약, 보검 같은 것을 아이에게 선물해줬을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양아들은 평범한 사람이고 일반 백성인 만큼 제일 현실적인 것을 선물해주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도현은 손을 옷 안으로 넣고는 음양탑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챙긴 황금 두 덩어리를 찾아냈다.그러고는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여 한 개의 금덩이로 만든 후 그들 앞에 꺼냈다.“형수! 제가 아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당장은 이 금덩이밖에 드릴 게 없네요. 나중에 훌륭한 장인을 만나면 이 금덩이로 아이에게 장수 목걸이나 만들어

  • 마왕귀환   제1137화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 마왕귀환   제1136화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 마왕귀환   제1135화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 마왕귀환   제1134화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 마왕귀환   제1133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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