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기현에게 전화를 걸기 전부터 강윤아는 대충 답을 예상했다.하지만 기현이 직접 그렇게 말하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소식이 있으면 틀림없이 기현이 윤아에게 제일 먼저 말할 것이며 윤아가 먼저 연락할 필요도 없다.시간이 이렇게 오래 흘렀는데 재민은 여전히 행방불명이다.윤아는 재민이 무조건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잠시 어려움을 겪어 연락할 수 없는 것이다.윤아는 항상 재민을 걱정하며 회사 일을 바쁘게 해결하고 있다.한편, 기현은 전화가 끊기자 핸드폰을 꽉 잡은 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기현은 반드시 윤아와 재민을 재회시킬 것이다.다짐한 뒤, 기현은 재민의 스케줄을 조사했다.기현은 부하들의 협조하에 재민이 오늘 오후 혼자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기회를 틈타 재민과 접촉해 보기로 했다.오늘 재민은 백화점에 가서 서다은에게 선물할 물건을 살 계획이었으며 기현은 우연한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기현은 재민의 차를 따라 백화점 밖에 조심스럽게 세웠다.기현은 최근 며칠간 재민을 관찰하니 비록 재민은 기억을 잃었지만 경계심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기현이 백화점에 들어갔을 때 밀크티 가게가 있는 걸 발견하고는 곧바로 밀크티 한 잔을 샀다. 사실 기현은 이런 단 음료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핑계거리가 필요했다.기현은 밀크티를 산 후 다급히 백화점으로 들어갔으며 재민이 3층 보석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그 모습에 기현은 마음속으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아마 재민은 다은의 선물을 사러 들어갔을 것이다.윤아는 지금 재민을 아주 걱정하고 있는데 재민은…… 기현은 두 사람의 애틋한 사이를 알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답답했다.하여 기현은 하루빨리 재민이 기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기현은 지형을 자세히 관찰했다. 다른 한쪽의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면 재민보다 조금 빨리 3층에 도착할 수 있다.재민이 로얄 주얼리로 들어가려 하자 기현은 적당한 기회를 찾으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척했다
한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대표님은 아내가 있어요. 대표님의 아내는 강윤아이고 아들은 강은찬이에요. 게다가 사모님이 임신 중이에요. 대표님의 가족들은 지금 경성에서 대표님을 기다리고 계세요.”재민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요.”기현은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대표님, 저를 믿으세요. 저는 절대로 대표님을 속이지 않아요. 이걸 보세요.”기현은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사진 속 세 식구는 개울가에서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리고 사진 속 남자는 바로 재민이었다.재민은 사진을 본 순간 멍때렸다.사진 속의 여자는 아주 즐겁게 웃고 있었고 재민은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쓰다듬기 시작했다.그 여자를 바라보니 재민은 익숙하면서도 슬픈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재민은 윤아에 대한 기억이 조금도 없다.기현은 재민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자 사진을 보면서 무언가를 떠올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그럴 리가 없어.”재민은 자신이 이미 가정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사진을 기현에게 돌려주었다.“대표님, 이 사진이 바로 증거예요.”기현은 눈살을 찌푸렸다.“다은이는 분명 내 약혼녀라고 했는데 그럼 그쪽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은이가 나한테 거짓말한 거예요?”재민이 엄숙하게 물었다.재민은 부상을 입고 깨어난 뒤 제일 처음 본 사람이 다은이었다. 재민은 제일 외로운 시기에 다은을 만나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믿었다.게다가 다은의 집에서 지낼 때 사람들은 모두 재민을 존경하고 잘해주었기에 재민은 다은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다.그때 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서다은 씨는 확실히 대표님을 속인 거예요. 대표님과 사모님의 혼인 신청서가 경성에 있어요. 믿지 못하겠으면 경성에 돌아가서 직접 보세요.”“설마 날 경성으로 데리고 가려고 날 속이는 게 아니에요? 음모가 있죠?”재민은 기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재민은 기현보다 다은을 더 믿는다.“대표님, 사진 말고도 다른 증거가 있어요.”기현은 말하면서
왜 권재민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게다가 재민의 낯색도 좋지 않다.서다은은 재민이 기억을 떠올렸을까 걱정되었다.“그럼 난 왜 시골에 있었던 거예요?”재민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의 집이 거기니깐요.”다은은 싱긋 웃었다.“그럼 당신의 뜻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서 서로 사랑하게 된 거라고요?”재민이 다시 묻자 다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럼 우리가 어렸을 때의 얘기도 해봐요. 지난번에 다친 이후로 나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재민의 눈빛은 아주 덤덤하여 다은은 그가 정말 알고 싶은지 단순히 자신을 의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재민은 여전히 다은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좋아요.”다은은 재민의 곁에 앉아 그의 팔짱을 끼더니 활짝 웃었다.“어떤 걸 듣고 싶어요?”“우리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난 왜 당신의 집에 있는 거예요?”다은은 미소를 지으며 재민을 바라보았지만 마음속은 조급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재민이 자신을 믿을까?“내 생일이었는데 당신이 나한테 프러포즈했어요. 그리고 그 뒤 당신이 거리가 너무 멀다고 얘기했고 내가 우리 집에서 살자고 제안하니 당신이 받아들였어요.”다은은 드라마에서 봤던 내용을 대충 얘기했으며 얼렁뚱땅 넘길 수 있기를 바랐다.“그럼 내 직장은요? 난 왜 일도 안 하고 있죠?”재민이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재민은 깨어난 뒤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다은의 집에서 마음 놓고 치료를 받았다.그 뒤, 재민이 다은에게 자신이 왜 일하러 가지 않냐고 물었지만 다은은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그게…….”다은은 갑자기 당황하여 입술을 깨물었다.“아니에요. 단지 지금 당신의 상태로는 일하면 안 될 거 같아서요.”“그럼 난 예전에 어떤 일을 했어요?”재민은 다은이 안절부절못하자 추궁하기 시작했다.“당신은…….”다은은 처음부터 재민에게 어떻게 그의 신분을 설명해야 할지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긴장한 상황에서 재민의
서다은은 권재민이 왜 갑자기 D국에 가겠 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재민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고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D국으로 가기를 원했을 것이다.비록 재민이 C국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재민의 첫눈에 다은은 마음이 깊이 빠졌다는 것을 알았고 재민에게 첫눈에 반했다.다은은 재민이 떠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거짓말로 재민을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재민이 D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다은은 당연히 재민의 곁을 지켜 절대 재민을 도망치게 해서는 안된다.“그럼 당신은 왜 D국에 가는 것에 흥미가 없어 보여요?”재민은 오늘의 다은을 보면서 평소와 분명히 달랐다.“아니아니.”재민이 이렇게 물어오자, 다은은 당황한 채 급하게 설명을 시작했다.“우리 전에 이곳에 가봤잖아요, 재밌는 곳도 거의 다 놀았으니까 다른 데로 가자.”“가봤다고?”재민은 눈썹을 찡그렸다.‘이렇게 공교롭다고?’“응.”다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재민은 현재 기억을 잃고 이전의 일을 회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민은 다은이 정확히 어떤 대답을 할지 알아보려고 시도했다.“그럼 나는 왜 인상이 없어?”“이게…….”다은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여 어떻게 설명할지 머리를 쥐어짰다.“당신은 뇌를 다쳤잖아요. 그래서 기억이 안 나요.”“하지만 기억을 잃으면 이런 곳에 더 가서 기억을 자극하고 기억을 되살려야 하지 않겠나?”재민은 다은의 눈빛이 당황한 것을 못 본 척했다.다은은 온몸을 떨며 재민의 눈동자를 맞추더니, 즉시 시선을 옮겼다.“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셨어요. 나는 당신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나는 두렵지 않아.”재민은 오히려 단호한 표정을 취했다.“우리 과거를 회상하고 싶어. 당신만이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해.”그 후에 말은 재민이 당연히 다은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재민은 기억을 되찾으려 애썼다
브라운 부부의 조언에 서다은은 그들이 자신을 다치지 않기 위한 것임을 알았지만, 자신이 겨우 한 남자에게만 첫눈에 반했다는 생각에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아빠엄마, 당신들이 저를 위한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재민을 정말 사랑해요.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제가 철저히 그에게 반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제민은 지금 이미 과거의 일을 잊었는데 이것이 바로 하느님이 저에게 주신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저는 제민이 저를 사랑하게 할 자신이 있어요.”다은이의 얼굴에는 꼭 얻겠다는 포부가 빛나고 있다.다은이 한사코 재민을 따르려는 모습을 보고 브라운 부인은 한숨을 쉬었다.브라운부인은 생각을 하고 유유히 입을 열었다.“네가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는 이상, 우리는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네가 모든 것이 좋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 일이 네가 원하는 대로 발전하기를 바래!”“그래, 다은아, 네가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잘 생각해야 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해. 너도 마찬가지야. 비록 그가 지금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다시 기억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너는 꼭 조심해야 되!”브라운 씨의 안색이 좀 무겁다.이때의 다은은 아직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다은은 미소를 지으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 저 때문에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들의 딸은 재색을 겸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남자조차 끌지 못할 수 있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재민은 조만간 저를 사랑하게 될 것이예요!”“내 딸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브라운 부인은 천천히 눈을 감고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빠 엄마, 당신들의 딸은 유분수입니다, 제 걱정을 하지 마시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세요!”다은은 브라운 부인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식당.맞은편에 앉아 있는 브라운 부부를 보고 재민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브라운 씨, 브라운 부인, 반
서다은은 샤워를 하고 내려와 권재민이 약간 취한 모습을 발견했다. 재민의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건드렸고, 대담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다은은 서두르지 않고 재민의 곁으로 걸어가 가볍게 재민의 어깨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재민 씨, 왜 혼자 여기서 술을 마시죠?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가서 쉬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당신 이 모습, 제가 당신을 방으로 보낼게요!”다은은 말하면서 재민의 팔을 가볍게 잡고 일으켜 세웠다. 재민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다은의 힘을 빌어 일어섰으며 다은이 자신을 데리고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가도록 내버려뒀다.그러나 방에 들어간 후 다은은 예전처럼 바로 떠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재민을 바라보면서 이를 악물고 천천히 자신의 목욕가운을 풀고 은밀한 부위를 갑자기 드러내며 침대에 누워있는 재민을 향해 걸어갔다.의식이 반쯤 흐려진 재민은 자신의 곁에 따뜻한 육체가 누워 있는 것을 느끼며 조금 의아한 듯 눈을 떴는데, 바로 다은의 애틋한 눈빛이 마주쳤다.재민은 멍 해졌다.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눈앞의 다은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재민이 갑자기 눈을 뜰 줄은 몰랐다. 다은은 재민을 보고 멍 해졌다.다은은 살짝 웃으며 부드럽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재민 씨, 우리 곧 결혼해요. 저도 이제는 제 자신을 당신에게 맡길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오늘 밤 아름답죠, 의미 있는 일을 진행하기에 아주 적합하죠, 그렇죠?”다은의 말에 재민은 아무리 둔감해도 다은이 무엇을 하려는 지 알 수 있었지만, 머리가 텅 빈 재민은 자신이 다은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다은은 재민이 줄곧 입을 열지 않은 것을 보고 묵인했다고 생각했으며 손동작도 점점 대담해졌다.다은은 재민의 셔츠를 살짝 걷어 올리고 작은 손을 천천히 내밀어 재민의 유력한 근육을 느꼈다. 다은의 마음은 한바탕 환호작약했고 얼굴의 웃음기도 많아졌다.이때, 재민의 머릿속에는 한기현이 말
방안은 조용했다. 서다은은 쇼핑을 나갔고 한기현도 떠났다. 권재민은 혼자 거실에 앉아 현재 이미 받은 단서와 정보를 생각하고 있었다.현재 회사의 상황은 갈수록 좋지 않아 재민도 매우 골치 아프다. 비록 기억은 안 나지만, 이미 자신이 권씨 그룹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반드시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져야 한다.천천히 물 한 잔을 따르자 재민은 살짝 한숨을 쉬며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제민은 천천히 눈을 감고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 지금은 아무도 자신이 이미 돌아왔는지 모른다. 권씨 그룹 내부도 틀림없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권력 다툼이 분명히 이미 발생했을 것이다.비록 권현우와 권은우에 대해 아무런 인상도 없었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서도 이 두 사람이 반드시 뒤에서 무엇을 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다.기현의 말은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있다. 재민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 문득 머릿속에 몇 개의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비록 약간 띄엄띄엄 진행 되였지만 화면속의 그 사람이 바로 자신임을 알 수 있었고 부동한 화면속의 자신의 주변에는 부동한 사람들이 에워싸여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보아낼 수 있었다.“재민아, 권씨 그룹은 앞으로 내가 너의 손에 맡길 것이다. 너는 반드시 우리 권씨 그룹을 더욱 빛내야 한다!”자애로운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지고, 화사한 머리칼의 노인이 민재의 머릿속으로 들어섰다. 노인의 얼굴에는 기대와 믿음을 담은 미소가 가득했다.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재민 씨, 저는 여기서 줄곧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은 외국에서 자신을 잘 돌봐야 해요. 저는 당신을 그리워할 거예요!”말이 끝나자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재민의 볼 한쪽에 깊지도 얕지도 않은 키스를 남겼다.만약 틀리지 않았다면 그 노인은 자신의 할아버지이자 권씨 그룹의 이전 지배인이었을 것이고, 그 다음 여자는 자신의 전설의 아내 강윤아 이였을 것이다.그
태성그룹.강윤아는 이때 권재민이 이미 D국에 돌아왔음을 몰랐고 매일 재민에 대한 그리움에 의거하여 간신히 지지하고 있다.방금 제출한 재무제표를 보고 윤아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그러나 마지막까지 보고 윤아는 더 이상 마음속의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직접 보고서를 책상 위에 던지며 유유히 탄식했다.“이달 주가는 어떻게 또 이렇게 많이 떨어졌어? 이전에 이미 안정세를 찾았잖아? 설마 나와 형님이 요 며칠 그렇게 많은 조치를 했는데 전혀 소용이 없단 말인가?”이전의 윤아와 권재아의 조정을 거쳐 회사가 안정되었을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재무제표를 보고 알고 보니 자신이 너무 순진하고 안정적이란 것은 표면적인 평온함 일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보고서 하나가 모든 문제를 설명하지 않았는가?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자 윤아는 탁자 위 재민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재민 씨, 당신 도대체 어디에 있어요? 저는 정말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당신 빨리 돌아와요, 알았죠?”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 며칠 윤아는 항상 재민이 이미 돌아온 것 같다고 느꼈다. 재민은 자신의 곁에 멀지 않았다. 다만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하지만 윤아가 그렇게 느낄 때마다 현실은 윤아에게 또 한번의 실망을 안겨주었고, 모두들 윤아가 환각을 보았다고 생각했다.시간이 흐른 자, 윤아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윤아가 할 수 있는 것은 끝없는 기다림뿐이었다.……요 며칠 재민과 서다은은 매일 나가서 한바탕 놀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였다. 재민은 일찍이 D국에서도 손꼽히는 큰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를 아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지금 다시 재민을 보니, 전에 실종되었다고 말이 떠올라 한동안 확인하기 어렵다.하지만 이것은 기자의 필치로 큰 뉴스가 되었고, 그들은 재민이 돌아왔다고 떠벌리기 시작했다.이 말들은 곧 권현우와 권은우의 귀에 전해졌고 두 사람은 이에 대해 매우 당황했다. 필경 현재 그들은 아직 집단을 자신의 수중에 완전히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