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이 권지윤에게 불리하다. 애초에 바로 나설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미 발생한 일이니 지윤은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자신의 계획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의 계획은 은찬을 납치하는 것이다.현재 재민이 윤아를 아주 신경 쓰고 있으니 쉽게 속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유일하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은찬이다. 은찬은 어린아이이기에 속이기 쉬울 것이고 제압하기 아주 쉽다.그 생각에 지윤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권재민, 이 모든 것이 네가 자초한 거야. 난 네 아들부터 손쓸 수밖에 없어. 그때가 되어 후회하지 마! 너도 네 친자식이 납치당하는 걸 느껴봐!”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은찬은 매일 등, 하교를 시키는 전문 인원이 있어 접근하기 힘들었고 집에 도착하면 보살피는 사람이 한 무리 있어 손쓸 기회조차 없었다.거듭되는 실패에 지윤은 기가 죽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그녀는 고민을 하다 수한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어쩌면 그녀 혼자의 힘으로 성공할 수 없다.그녀는 대충 외투를 걸치고 부랴부랴 문 앞으로 향했다. 그녀는 반드시 수한과 잘 얘기해 봐야 한다. 보디가드가 매일 은찬을 데려다주니 성공하려면 반드시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실패하면 끝장이다.……룸.지윤의 생각을 알게 되자 수한은 눈살을 찌푸린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아 지윤은 다급한 마음에 수한의 옷깃을 잡았다.“수한 씨, 마지막 기회예요! 그 아이는 재민의 약점이니 납치하면 반드시 재민을 제압할 수 있을 거예요.”수한은 오랫동안 침묵하고서야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권재민이 아들을 그렇게 잘 보호하고 있는데 어떻게 손써야 할까요? 완벽한 대책이 없으면 모두 헛소리와 같잖아요. 안 그래요?”“당신의 뜻을 알아요. 어떻게 할지는 내가 이미 생각했어요. 일단 은찬의 생활 습관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들이 다른 곳에 정신을 팔 때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지윤은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그녀의 말을
최근 권재민은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돌아온다. 윤아는 그를 오랫동안 못 본 느낌이다. 윤아가 눈을 뜰 때면 그가 이미 회사로 갔고 저녁에도 항상 그녀가 잠에 든 뒤에 집에 돌아왔다. 하여 두 사람은 며칠 동안 제대로 얘기도 나눈 적 없다.매일 아침 이불 속의 온기만이 재민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비록 재민이 뭐 때문에 바쁜지는 모르지만 윤아는 늘 그의 사업을 응원하기에 묻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잘 챙기고 있었다. 서만옥이 있기에 두 사람은 자주 수다를 떨 수 있어 그녀는 심심하지도 않았다.사실 재민은 요즘 현우의 세력을 무너뜨리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으며 현우가 지난번 회사에 성과를 거둔 뒤부터 줄곧 그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고 요즘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다행히 결과는 괜찮았다. 회사에 있던 현우의 편은 거의 제거하였고 비록 존재하는 위험이 일부분 있지만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머지않아 또 해외 출장을 가야 하기에 재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빨리 국내 일을 해결해야 했고 윤아에 대한 관심도 적어졌다. 애초에는 회사 일을 해결하고 같이 시간 보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해외 출장이 잡혀 죄책감이 들었다.그는 한숨을 쉬고는 마지막 서류를 처리하고 저녁 약속을 미룬 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재민이 집을 비우는 것에 적응한 윤아는 꽃에 물을 주고 머리를 든 순간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재민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당신,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예요? 오마이갓! 환각 같아요. 내가 환각을 본 건 아니죠?”윤아는 말하더니 눈을 비비고 다시 자세히 보니 재민이 이미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재민은 윤아의 어깨를 가볍게 만지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요즘 회사 일로 너무 바빠 당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오늘 마침 빨리 끝나서 이렇게 온 거예요. 사죄하는 셈 쳐요.”“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서운해요. 난 항상 당신의 일을 응원해요. 바빠서 집에 못 들어오는 것도 이해하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어요. 당신이 이렇게 내 앞
재민의 실종으로 현재 태성 그룹은 아주 막막하다. 재민이 있을 때는 무슨 일이 발생하던 재민이 진두지휘하였기에 태성 그룹 직원들은 재민이 있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재민이 없으니 방패막이 없어 회사 전체가 뒤숭숭하다.재민이 떠나니 회사는 심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사람들은 회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있었다.그리고 주주들은 이로 인해 주주총회를 열었다.권승호는 연세가 많아 다니는 것도 힘들어 권건하가 주주총회에 참가했다.현재 주주들은 아주 혼란스러웠다. 일부 주주들은 평소 재민이 거슬렸는데 지금은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했다.자질구레한 일들을 얘기하는 걸 좋아하던 사람들은 침묵하면서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한편 건하는 그들의 오가는 말을 듣자 짜증이 났다.결국 주주총회는 아주 불쾌하게 끝났다.건하는 기가 죽은 채 집에 돌아갔다. 나이가 많은 건지, 재민에게 너무 오랫동안 태성 그룹을 맡긴 건지 회사 사람들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있다.재민이 있으면 그들은 단 한마디도 못 하고 뒤에서 불평만 하지만 그의 앞에서는 의견이 아주 많고 불평도 많았다.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빨리 집에 가서 보고하는 것이다. 아마 승호는 줄곧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권씨 저택에 도착하자 승호가 엄숙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권인하와 김소혜도 있었다.건하는 비록 동생이 있기를 바라지 않았지만 어쨌든 친형제이고 권씨 가문의 일원이니 그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려야 공평한 것이다.“회사는 어때?”승호는 건하가 들어오자마자 다급히 물었다.“주주들이 재민이 없는 지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정말 고약한 것들이에요. 평소 그렇게 말이 많던 사람들도 지금은 입을 닫고 있어요.”건하는 방금 주주총회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오른다.승호는 지팡이를 내리치더니 굳을 표정을 지었다.“그 녀석들은 항상 수작을 부리고 있어. 지금 이 기회를 타 그 불순한 마음을 드러내는 거지.”말이 끝나자 승
“아직도 재민의 소식은 없는 거야?”승호는 의자에 앉아 파견을 보냈던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원하는 답을 들으려고 했다.그러나 그는 망설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젓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승호는 놀라지 않고 눈살만 찌푸렸다.그는 실망하여 한숨을 쉬더니 손을 흔들었다.“그럼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 찾아봐. 반드시 재민을 찾아야 해.”그가 나간 뒤, 승호는 의자에 기대 천천히 눈을 감고는 무기력한 어투로 말했다.“재민아, 넌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이 할아버지는 너무 오래 버틸 수가 없어. 그때도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병원.한 줄기 햇빛이 커튼의 틈을 뚫고 들어와 방안이 조금 밝아졌다.침대에 누워있던 윤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익숙하고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으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얼마 전 일어난 일을 회상하며 순식간에 재민이 실종된 일이 떠올랐다.윤아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어두운 낯색으로 변했다.“재민 씨, 어떻게 사고가 난 거예요? 나한테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어쩐지 요즘 연락이 안 되더니, 정말 사고가 난 거였네요! 하느님, 제발 재민 씨가 돌아오게 해주세요!”윤아는 두 손을 모으며 눈을 감고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 한 명이 천천히 들어왔다.간호사는 윤아가 앉아있자 깜짝 놀라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윤아 씨, 드디어 깨어났네요! 정말 잘 됐어요! 보아하니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이니 며칠만 더 쉬면 괜찮을 거예요.”그녀의 앞에 겨우 사람이 나타나자 윤아는 다급하게 말문을 열었다.“선생님, 제가 기절한 동안에 재민 씨가 돌아왔나요? 아니면 재민 씨의 소식이라도 있나요?”그 말에 간호사는 순간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녀는 멋쩍게 웃더니 손을 만지작거리고는 결국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흥분하지 말고 들어요. 권 대표님은 아직 소식이 없어요. 하지만 회장님이 이미 사람을 보내 수색하고 있으니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윤아
재민의 실종으로 현재 권승호가 태성 그룹을 관리하고 있지만 각 세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사람들은 모두 조금이라도 이득 보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비록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몰래 많은 일을 하고 있다.“어떻게 됐어? 재민에 대한 소식이 있는 거야? 절대 돌아오면 안 돼. 만약 권재민을 찾으면 내가 지시한 대로 처리해. 반드시 뿌리까지 제대로 제거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했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거야.”권현우는 핸드폰을 쥔 채 창밖의 고층 건물을 바라보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비록 재민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승호가 태성 그룹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와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고 하지 않으니 그의 처지는 여전히 불리한 상태이다.재민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물론 현우도 둘째 삼촌이 틀림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날개를 펼칠 기회가 왔으니 아마 사람을 파견하여 재민을 암살하라고 했을 것이다.미래를 생각하니 현우는 순간 낯색이 어두워지더니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던 그때 그는 갑자기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기이한 미소를 지었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았다.……권씨 저택.재민이 실종한 뒤부터 소혜는 매일 눈물범벅이었고 사람만 만나면 재민이 걱정되고 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초기에는 승호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매일 똑같은 모습이라 슬슬 짜증이 났다.한편 케이티는 재민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곧바로 소혜를 찾아가 상황을 물었지만 소혜는 마치 같이 공감할 사람이라도 찾은 것처럼 매일 케이티에게 자신의 그리운 마음을 말했다.소혜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케이티는 당연히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하여 케이티는 매일 권씨 저택에 오가며 소혜와 얘기를 나눴다. 재민의 상황도 들을 수 있고 소혜의 마음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그녀는 소혜에게 귤을 까주며
강윤아는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마음이 초조했다.재민이 사라지니 그녀가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가 있겠는가? 재민이 지금 뭘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누군가에게 고문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밥은 먹었는지, 춥지 않는지.모든 것이 걱정되었다.윤아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대로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면 안 되고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재민이 있을 때는 재민이 자신을 보호했는데 지금은 재민이 없으니 더욱 강해져야 한다.윤아는 그 생각에 곧바로 권씨 저택으로 향했다.집사가 보고하자 승호는 깜짝 놀랐다. 그는 손자며느리가 이 중요한 고비에 자신을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들어오라고 해.”승호는 펜을 내려놓았다.그때 윤아가 볼록 튀어나온 배를 부축하며 승호의 서재로 들어왔다.윤아는 처음으로 승호의 서재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의 서재는 승호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아주 포스가 넘쳤다.승호는 고개를 들어 윤아를 보더니 이내 그녀의 배에 시선이 향했다.그제야 승호는 윤아의 뱃속에 자신의 증손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앉아.”승호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그는 윤아와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녀가 권씨 가문에 들어선 뒤부터 재민은 그녀에게 홀린 것인지 여러 번 그와 충돌이 있었다.그 생각에 승호는 저도 모르게 윤아를 더 힐끔 보았다.겉모습은 확실히 괜찮았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 그리고 포도 같은 눈동자. 심지어 온몸에서 청순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자세히 보니 송해나보다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해나가 가면을 벗은 뒤 승호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감사합니다.”윤아는 빈 의자를 찾아 앉았다.승호는 정말 윤아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재민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러 온 걸까? 만약 이따가 울고불고 하소연하면 어떻게 할까?’“무슨 일로 온 거야?”윤아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방해를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태성 그룹에서 일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
강윤아는 창피당하지 않기 위해 권씨 저택에서 나온 뒤 곧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할 준비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권재아가 그녀에게 연락해 이튿날부터 출근하라고 했다.다음날 윤아는 태성 그룹에 나타났다.직원들은 임산부가 볼록한 배를 부축하며 태성 그룹에 들어오자 호기심이 생겼고 심지어 그녀에게 다가가 가족을 찾으러 온 것인지 물었다.윤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윤아야.”바로 이때 재아가 걸어 나왔다.재아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재아의 친구라고 생각하며 뿔뿔이 흩어졌다.“언니.”윤아는 싱긋 웃었다.“준비됐어?”재아는 재민이 돌아오기 전에 제대로 싸울 일이 있다고 말했다.그때 윤아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네. 준비됐어요.”“그럼 따라와.”재아가 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자 윤아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오늘 소개해 줄 회사가 있어. 그리고 이건 중요한 몇 가지 프로젝트이니 먼저 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앞으로 해결할 일이 아주 많을 거야. 네 몸이 버틸지 모르겠네.”재아는 서류 몇 개를 윤아에게 건넸다.아무튼 윤아 배 속의 아이가 제일 중요하다. 만약 태아에게 문제가 생기면 재아는 재민에게 할 말이 없다.윤아는 용기를 북돋우며 이미 결정한 이상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언니, 걱정하지 말아요. 잘할 수 있어요.”“그래. 정말 버티기 힘들면 너무 강요하지 마. 그리고 직원들에게 널 도우라고 할 거야.”재아는 재민과 마찬가지로 일에는 아주 진지하다.“네.”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재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그다음 날, 윤아는 거의 재아를 따라다니며 그녀가 한 말을 기록했으며 재아가 맡긴 일은 아주 열심히 해결했다. 며칠이 지나자 윤아는 회사 일에 꽤 적응되었고 게다가 재아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지식을 쌓았다.그녀는 자신이 맡았던 대표직은 모두 허위적인 것 같았다. 정말 태성 그룹과 같은 큰회사를 다녀야 진정한 능력이 생긴다.다행히 윤아는 임신 중이지만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갔으며 생각지도 못하게 학습 능력
권은우 일행이 떠나는 것을 보며 권재아는 쌀쌀하게 웃으며,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놈들일 뿐이라 생각했다.오늘 강윤아가 이렇게 강한 것을 보니 권재아도 자신의 연약함이 권은우 부자의 배려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런 생각에 재아는 승호께 이 일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겸사겸사 승호께 가서 최근 윤아의 활약에 대해 보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자, 윤아야, 아까 내가 말한 걸 적어놓고 행동에 옮겨 봐. 모르는 거나 불확실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고.”재아는 빨리 집에 돌아가야 했다.“네, 언니.”윤아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닫고 재아의 사무실을 나섰다.재아도 정리하고 나서 권씨 저택으로 돌아갔다.승호는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최근 태성 그룹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여전히 비즈니스에 관한 뉴스에 주의를 기울였는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재아야, 너 출근하는 거 아니었어? 왜 벌써 돌아왔어?”승호는 재아를 보고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라며 갑자기 심장이 벌렁거렸다.“할아버지, 당연히 보고드리러 왔죠.”재아는 승호 곁에 다정하게 앉아 팔짱을 꼈다.갑자기 김소혜도 옆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엄마, 왜 여기 있어요?”김소혜는 자신을 바라보는 딸의 표정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나 여기 있으면 안 돼?”“아니, 아니에요.”재아는 자신이 너무 티를 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설마 내가 들으면 안 되는 보고가 있는 건 아니겠지?”소혜는 항상 재아가 자신을 속이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재아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사실 재아는 소혜에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재아가 말하고 싶은 건 윤아에 관한 일인데 소혜는 윤아를 싫어하니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소혜 앞에서 말하면 자신이 승호 앞에서 윤아를 도와 공을 청한다고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자,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