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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Author: 온유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이에요. 내가 멍청하다고 싫어하지도 않을 거고 내 뜻을 왜곡해서 오해하지도 않을 거잖아요.”

늘씬하고 예쁜 그의 손이 탁자에서 피아노를 치듯 움직이다가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밥 먹고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요.”

...

“이거 놔. 다치지 말라고.”

배지유가 눈을 가린 채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몸을 비틀거리며 더럽고 냄새나는 손길을 거부했다.

“당신들이 날 이렇게 대한 걸 우리 오빠가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오빠? 하하하.”

옆에 있던 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

“너희 오빠가 우리한테 시킨 거야. 널 혼내주라고. 다시는 도아린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라고 했어.”

흠칫하던 그녀는 계속해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도아린이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모르고 있었어?”

다른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네가 치어 죽인 사람이 바로 도아린의 고모야.”

“뭐?”

그녀는 놀란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눈앞에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도아린의 고모라고?

그러니까 오빠가 날 잡아 오라고 한 건 나한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아린을 대신해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던 거야?

왜? 도대체 왜? 내가 친동생인데.

어떻게 여자 하나 때문에 날 이렇게 만들 수가 있어? 어떻게 다른 놈이 날 모욕하는 것조차 내버려둘 수가 있냐고?

“오빠를 만나야겠어. 이거 놔.”

몸이 차가워지는 순간 옷이 아래로 당겨졌고 거칠고 투박한 손이 그녀의 몸을 마구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배 대표님의 여자를 건드린 거야? 네가 한 짓 때문에 배 대표님이 그 여자한테 차인 거잖아. 그러니 너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겠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발을 덥석 잡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다리 한쪽이 없는 꼴을 보니 나도 구역질이 나. 배 대표님의 지시만 아니었다면 나도 네 몸에 손댈 생각 없어.”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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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도아린은 피식 웃었다.“배지유가 내 드레스를 빼앗을 때도 알레르기가 생기는 귀걸이를 하라고 나한테 강요했을 때도 사람을 시켜 날 죽이라고 했을 때도 배건후 씨는 나한테 합의서를 써달라고 강요했어요. 그러니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손잡이에 손을 얹고 손가락을 튕기던 그가 멈칫했다.“그럼 누군가 이간질을 하고 있다는 건데... 무슨 목적일까요?”“글쎄요.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거겠죠.”그녀는 이어폰을 그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안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거예요?”“이 창고는 원래 내가 사용하던 곳이었어요. 마침 장비를 회수하라고 했는데 뜻밖에 이 비밀을 발견했지 뭐예요.”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구해올까요?”“배씨 가문 사람의 생사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에요.”그녀는 오후에 회의가 있다며 먼저 데려다 달라고 했다.회사에 도착한 후, 도아린은 ‘찬란한 인생'의 대본을 찾아 내용을 수정했다. 다들 최지우 전남편의 사기 사건에 관심이 있으니 이 사건을 영화에 담아 이것으로 홍보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번 실검을 이용해 사전 홍보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화장품 사기 사건에서 빠져나간 자가 있다면 분명히 꿈틀거릴 것이고 그들이 움직이기만 한다면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오후의 회의에 배건후도 참석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제작자는 그에게 건강에 주의하라고 젊은 나이만 믿고 몸을 막 쓰지 말라고 충고했다. 모건 그룹 수만 명의 직원들은 여전히 그가 회사를 이끌고 다시 정상에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고 배석준과 주현정도 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가족을 위해서라도 몸조심하라고 했다.가족이라...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도아린을 쳐다보았다. 서류를 보고 있던 그녀는 그의 시선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점심에 유자차 사 온 거 있는데 가서 타와요.”유자차?

  • 또 한 번의 거절   제623화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이에요. 내가 멍청하다고 싫어하지도 않을 거고 내 뜻을 왜곡해서 오해하지도 않을 거잖아요.”늘씬하고 예쁜 그의 손이 탁자에서 피아노를 치듯 움직이다가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밥 먹고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요.”...“이거 놔. 다치지 말라고.”배지유가 눈을 가린 채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몸을 비틀거리며 더럽고 냄새나는 손길을 거부했다.“당신들이 날 이렇게 대한 걸 우리 오빠가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우리 오빠? 하하하.”옆에 있던 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너희 오빠가 우리한테 시킨 거야. 널 혼내주라고. 다시는 도아린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라고 했어.”흠칫하던 그녀는 계속해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도아린이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모르고 있었어?”다른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네가 치어 죽인 사람이 바로 도아린의 고모야.”“뭐?”그녀는 놀란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눈앞에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그 사람이 도아린의 고모라고?그러니까 오빠가 날 잡아 오라고 한 건 나한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아린을 대신해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던 거야?왜? 도대체 왜? 내가 친동생인데.어떻게 여자 하나 때문에 날 이렇게 만들 수가 있어? 어떻게 다른 놈이 날 모욕하는 것조차 내버려둘 수가 있냐고?“오빠를 만나야겠어. 이거 놔.”몸이 차가워지는 순간 옷이 아래로 당겨졌고 거칠고 투박한 손이 그녀의 몸을 마구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배 대표님의 여자를 건드린 거야? 네가 한 짓 때문에 배 대표님이 그 여자한테 차인 거잖아. 그러니 너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겠지.”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발을 덥석 잡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다리 한쪽이 없는 꼴을 보니 나도 구역질이 나. 배 대표님의 지시만 아니었다면 나도 네 몸에 손댈 생각 없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한쪽

  • 또 한 번의 거절   제622화

    도아린은 과감하게 전화를 꺼내 통화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방금은 회의가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어요.”의자를 뒤로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최지우가 실검에 올랐더라고요. 그 여자가 대해 조금 알고 있는 게 있는데. 같이 점심 먹어요. 만나서 얘기해요 우리.”알았다고 하려던 찰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팔꿈치를 뒤로 뻗었다.퍼억!팔꿈치가 그의 상처에 심하게 부딪혔고 그 순간 그는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흐읍!”도아린은 재빨리 피했고 전화기 너머의 강재민은 예리하게 이상함을 감지했다. “배 대표가 또 매달려요?”그녀는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진 그의 얼굴과 식은땀이 맺힌 그의 이마를 쳐다보며 대답했다.“아니요. 프로젝트 회의 중이에요.”강재민의 목소리가 한결 무거워졌다.“아래층에 있어요. 기다릴게요.”“알았어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여전히 벽을 짚고 버티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가 크게 다쳤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배 대표님 비서한테 연락해요. 연락이 안 되면 병원에 직접 데려다줘요.”그의 통증이 가라앉기도 전에 도아린은 사무실을 떠났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 후, 넋을 잃고 있는 도아린을 보며 강재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잊지 못한 거예요?”“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손보미와 안준휘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강재민에게 알려주었다.“지금 분명한 건 손보미가 우리 아빠를 해치려고 교통사고를 계획했다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배지유가 그날 밤, 차를 몰고 그곳을 지난 게 정말 우연이었을까요?”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었지만 흠칫하다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지만 부드러웠다. 건방지고 거친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을 때는 유난히 다정했고 조심스러워 보였다.“나한테 맡겨요.”그녀의 표정을 지켜보며 그녀가 거부하지 않자 그는 손을 더 세게 잡았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21화

    “도아린 씨.”그녀를 부르던 제작자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당신들의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당신들이요?”“배 대표님과 함께 생각해 낸 방법 아닙니까?”감독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지우의 일을 알게 된 후부터 그녀는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이 생각은 이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오늘 최지우의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녀는 사건의 경과를 자세히 파악한 끝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배건후와는 말 한마디도 섞지 않았는데 어떻게 함께 방법을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얼굴이 어두워진 도아린을 보고 제작자는 급히 해명했다.“제가 무례했습니다. 아린 씨가 말한 이 방법은 배 대표님이 말씀하신 방법과 거의 같습니다. 두 분이 부부 사이라고 하길래 전 또... 죄송합니다.”“배건후 씨와 전 이미 이혼한 사이예요.”도아린은 간단하게 해명했다.“그 사람이 당신들을 찾아온 건 전 모르는 일이에요. 이 방법이 괜찮다면 대본 수정하라고 하겠습니다.”“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대본은 알아서 수정해 주십시오.”“그럴게요.”사무실로 돌아오니 배건후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색이 좋아 않아 보이는데 그게 몸이 불편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드라마의 홍보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줄 알고 그녀는 그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그 일은 감독님과 제작자한테 이미 말씀드렸어요. 그러니까 당신이랑 할 얘기 없어요.”“스읍.”그녀가 들고 있던 서류판이 그의 상처를 찌르자 남자는 숨을 들이마셨다. 방금까지만 해도 건강해 보였던 사람이 순간 쓰러질 정도 허약해 보였다.옆으로 비켜서자 그가 벽에 손을 기대로 통증을 참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지유가 실종됐어.”그녀의 책상 앞에 서서 그가 한 첫마디였다.도아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랍에서 다른

  • 또 한 번의 거절   제620화

    “건후 씨.”손보미는 급히 배건후의 소매를 붙잡았다.“지유의 일은 내가 다 설명할게.”그녀는 일단 피하라고 급히 육청아에게 눈빛을 보냈다. 신사적인 사람은 아니었어도 여자에게 손을 대는 경우는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육청아에게 찻물을 뿌린 걸 보면 엄청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이런 순간에 그와 해명해 봤자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그를 더 화나게만 할 것이다. 이렇게 모욕당한 적이 없던 육청아는 마음속으로 이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지만 아직은 완수하지 못한 임무가 있으니 배건후와 사이가 나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애써 참으며 입술을 깨물고 돌아섰다. 육청아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손보미는 그를 세재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그의 차가운 시선에 놀라 손을 움츠렸다. “건후 씨, 내 말 좀 들어봐. 어찌 됐든 내가 지유한테 차를 빌려줬으니까 내가 책임질게.”그녀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다친 사람은 지금 어느 병원에 있어? 내일 내가 한번 가볼게.”그녀의 손을 뿌리치던 그가 더럽다는 뜻이 소매를 툭툭 털며 차갑게 말했다.“집에 가 있어. 내 허락 없이는 함부로 외출하지 마.”그 말에 손보미는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지금 날 감금하겠다는 건가?무슨 이유로?차 사고를 낸 건 배지유고 난 병원비까지 부담하겠다고 했는데? 왜 날 가두어두겠다는 거야?내키지는 않았지만 뭐라 할 수가 없었고 그녀는 배건후를 따라 육청아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직접 데려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배건후는 두 명의 경호훤에게 그녀를 맡겼다. 이건 뭐 압송이나 다름없었다.사실 그날 밤 배지유에게 차를 빌려준 건 다른 할 일이 있어서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태운 차는 갑자기 경찰서로 향했고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치고 울고불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음날, 최지우가 ‘찬란한 인생’을 촬영

  • 또 한 번의 거절   제619화

    우정윤은 왜 그러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남자의 창백한 안색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고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괜찮으신지...”배건후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30분 후, 배건후는 육청아가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그녀는 손보미와 한창 뭔가를 축하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손에 와인을 들고 있었다. “건후 씨? 여긴 어쩐 일이야?”손보미는 급히 술잔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일어나더니 육청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반면, 육청아는 그녀보다 훨씬 침착해 보였고 미소를 지으며 그한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보미 씨가 기분이 안 좋아서 위로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배 대표님이 오셨으니까 보미 씨의 기분도 많이 좋아졌을 거예요.”옆에 있던 손보미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즘은 왜 나 찾아오지 않았어? 난 건후 씨가 정말 날 버린 줄 알았잖아.”배건후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힐끔 쳐다보고는 손보미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나 좀 봐.”말을 마친 그는 바로 서재로 향했다.손보미는 걱정스러운 듯 육청아를 쳐다보았고 걱정하지 말라는 육청아의 눈빛을 보고 나서야 그를 따라 서재로 갔다. “청아 씨 말로는 당신이 다쳤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은 거야?”그녀는 말을 하면서 남자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배건후는 팔꿈치로 그녀의 손길을 막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지유한테 네가 차를 빌려줬어?”손보미는 입술을 깨물며 잔뜩 겁먹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지유가 빌려달라고 해서 거절하기 힘들었어. 왼쪽 다리를 다친 것뿐이니 운전에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지유가 사람을 쳤어.”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고개를 떨구며 손을 맞잡았다.“그래?”그녀의 반응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배건후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엄청난 압박에 그녀는 식은땀이 났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18화

    “일단 만나봐.”강재희는 테이블 옆에 있는 강태식의 발을 살짝 건드리며 눈짓했다.한편, 서재를 나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강태식은 화를 벌컥 냈다. “너까지 왜 그래?”“아버지, 다음 주에 보스를 뽑을 거예요. 일단 재민이를 달래서 주도권을 잡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잖아요.”“재민이가 만약 보스가 된다면 우리 강씨 집안은 더 많은 자원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그때 가서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해도 뭐 어쩌겠어요?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고.”“저놈이 쉽게 내 뜻에 따를 놈이더냐?”강태식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놓고 반대를 했으니 분명 다른 방법을 생각할 거야. 재민이를 속였다가 나중에 알기라도 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놈 아니냐?”“하지만 지금은 보스의 자리를 손에 넣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요. 나중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쩌겠어요? 그렇다고 회사를 제 손으로 망치기야 하겠어요?”문밖에 서 있던 강재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입가의 사악한 웃음은 더욱 차갑고 매서워졌다. 한참을 서 있던 그가 자기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도아린은 강재민한테서 걸려 온 영상통화를 받았다. 통화버튼을 누른 뒤, 그녀는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고 책꽂이로 가서 책을 찾았다.“무슨 일이에요?”“보고 싶어요.”예고도 없이 훅 들어오는 그의 직구가 그녀는 아직도 익숙지가 않았다. 그녀는 책상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손에 쥐었고 영상 속 강재민은 밝은 그레이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다. 부드러운 잠옷 아래 탄탄한 그의 상체가 어렴풋이 드러났다. 키가 큰 남자는 창가에 서 있었고 달빛이 그의 조각 같은 옆모습에 내려앉아 더욱 매력적이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그가 흡혈귀가 아닌 늑대인간처럼 보였고 둥근 달이 떠오르면 변신할 것만 같았다. “주작한테서 들었는데 새로운 보스를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재민 씨는 관심 없어요?”담담하게 묻는 그녀의 말에 그가 되물었다. “아린 씨는 내가 경선에 나서길

  • 또 한 번의 거절   제617화

    “난 반대야.”강태식은 찻잔을 테이블 위에 세게 내려놓으며 말했다.한편, 강재희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강재민을 쳐다보았다.나른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는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강태식이 화를 내는 모습에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유나 들어보자. 왜 싫은 건데?”강태식과 강재희는 LY조직에서 강재민의 지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음 주에 새로운 보스를 뽑는다는 걸 알고 기뻐했다.강재민의 능력으로 만약 그가 새로운 보스로 선택된다면 강씨 가문에는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강재민은 그 자리를 쟁취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강재민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검은 보석의 단추만 쳐다보며 이리저리 만져보았다.“원한다면 쟁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요. 아린 씨와의 결혼을 허락해 주세요.”“그건 안돼.”강태식은 화를 벌컥 내며 고집을 부리는 아들을 노려보았다.“너만 원한다면 좋은 여자들이 줄을 설 텐데 왜 하필 그 여자야?”이 일에 대해 강재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타협한 게 아니라 강재민이 강태식의 허락을 받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아버지의 허락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재민은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그저 나른하게 소파에 앉아 다리를 접었다. “그런 저도 못합니다.”“네가 지금 날 협박하는 것이냐?”“협박은 아니고요. 연성의 프로젝트는 이미 중단되었고 LY조직의 사람들이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주인이 바뀌게 될 겁니다. 해외에 있는 제 회사들은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강씨 가문의 국내 자원은 분명 영향을 받게 되겠죠.”그가 담담한 얼굴로 강태식을 힐끗 쳐다보았다.“아버지가 전에 하신 일들에 대해 제가 다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만약 누가 그 일들을 끄집어내기라도 한다면 아버지의 명성에 큰 오점이 남게 되겠죠.”“너 이 자식...”강태식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게 협박이 아니면 뭐라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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