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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작가: 온유
“뭐라고?”

“모르는 척할 거예요? 다 알고 있어요. 오빠가 그놈들한테 날 혼내라고 한 거”

배지유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을 친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 여자가 스스로 뛰어든 거라고요. 난 녹색 신호등에 정상적으로 운전한 건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요?”

“그 여자가 도아린의 고모라서 나한테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거예요? 그래서 싫다고 하는 나한테 그놈들을 보내 날 괴롭힌 거냐고요? 난 오빠 동생인데 어떻게 도아린 때문에 나한테 이리 못되게 굴어요?”

그녀는 미친 듯이 침대를 두드리며 손에 잡히는 대로 모두 바닥에 던져버렸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얼굴 표정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배건후는 우뚝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를 구했을 때, 그는 이미 그녀가 겪은 일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성대호에게 끌려간 사람이 왜 이런 지경까지 된 것인지?

침대 옆에 우뚝 서 있던 그는 배지유가 힘이 빠져 조금 진정되자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해도 도망가지 말았어야지. 네가 현장을 떠나기만 하면 그 책임은 너한테 있는 거야.”

배지유는 그 말에 불복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 사람이 도아린의 고모가 아니어도 오빠가 이 일에 참견했을까요?”

남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누구든 네가 잘못한 건 사실이잖아.”

“거짓말! 도아린의 고모가 아니었다면 오빠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쏘아붙였다.

“전에 사고가 났을 때는 왜 참견하지 않았어요? 전에 사람을 때렸을 때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잖아요. 왜 도아린하고 엮이기만 하면 정의감이 생기는데요? 가식적이네요. 오빠는...”

철썩!

그녀의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에서 피 냄새가 나고 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놈들이 배건후가 시킨 짓이라고 했을 때 그녀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오빠가 나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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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유는 단번에 수표를 낚아챘고 그 위에 적힌 20억이라는 숫자를 보고는 기뻐서 눈을 부릅떴다.“오빠 마음속에 내가 있는 거 다 알아요.”그녀는 수표를 잘 챙기고는 차 문을 열고 지팡이를 짚은 채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차 뒤를 돌아가는데 남궁유민이 경찰서 입구에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몸을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우정윤이 그녀를 부축했다. 우정윤의 손을 뿌리친 그녀는 심호흡하고 계단을 올라갔다.대문으로 가는 계단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힘들게 걸어갔다.다리가 불편한 이유도 있지만 심리적 압박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오빠를 제 손으로 감옥에 보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안고 들어가.”배건후가 우정윤을 쳐다보자 우정윤은 아무 말 없이 배지유를 덥석 안아 올렸다.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우정윤의 옷을 움켜쥐고 벌컥 화를 냈다.“오빠, 날 감옥에 보내고 싶어서 이리도 안달 난 거예요?”마음속에 있던 약간의 죄책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예전에 도아린이 그녀를 구치소에 보냈을 때 배건후는 그녀를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 도아린 앞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아빠가 자신을 돕는 것까지 반대했었다.이런 오빠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오빠가 감옥에 들어간다면 그녀 또한 면회를 오지 않을 것이다.감옥에서 사람들에게 구속받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다.배지유의 눈 밑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남궁유민은 배지유와 함께 심문실로 갔고 배건후와 우정윤은 로비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이 앉자마자 도아린이 진경수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우정윤이 급하게 일어나서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도아린이 그들을 못 본 척 지나치는 것을 보고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대표님, 도아린 씨... 오셨어요.”우정윤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배건후의 시선이 태블릿에서 도아린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포니테일에 옅은 색

  • 또 한 번의 거절   제638화

    “도아린.”성대호는 의자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고 마치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듯 빨간 눈을 부릅떴다.도아린이 배건후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배건후와 결혼을 한 후에도 그녀는 부잣집 사모님들과 어울리지 못하였고 이혼한 후에는 그런 사람들과 더더욱 접촉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또한 진씨 가문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진씨 가문의 돈을 챙기지도 않았고 진씨 가문의 회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도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그와 맞설 수 있단 말인가?어젯밤 일파만파 닥쳐온 전술 때문에 그는 크게 당황하였다. 가까스로 실시간 검색어를 지웠는데 유명한 유튜버들이 다시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유튜버들을 따로 연락하여 돈을 줄 테니 영상을 삭제하고 하였다. 그러나 매수한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고 여러 개의 플랫폼에서 다시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동영상 앱을 다운로드한 모든 핸드폰에 메시지가 전송되었다.이렇게 대규모의 홍보는 근본적으로 만회할 여지가 없었다. 더 황당한 건 영상 속 도아린의 모습이었다. 영상 속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차분하게 이 일에 대해 분석하였고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그녀는 급속도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누군가 그녀의 배경을 밝혀냈고 그녀가 제작을 맡은 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기회를 너무나 잘 이용할 줄 아는 여자다.이건 일석삼조가 아니겠나?에취.도아린은 재빨리 휴지를 꺼내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했다.“어젯밤에 감기에 걸린 거 아니야?”윤명희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하인을 불러 약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 “오늘 비 온다고 하더라. 잊지 말고 우산 챙겨가. 비 오면 쌀쌀해지니까 외투도 챙겨가고.”한편, 차화영은 두 모녀를 지켜보며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그녀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는데 윤명희는 의사에게 약을 처방해 달라고만 하고는 그냥 내버려두었다.그런데 지금 도아린이 재채기를 하자 이리 긴장한 모습을 보이다니.이게 뭐 약까지 먹을 정도인

  • 또 한 번의 거절   제637화

    옆방에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진수혁은 핸드폰에 뜬 영상을 보고 비서한테 전화를 걸었다.“각 유튜버들한테 연락하고 6억 투자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해.”한편, 그동안 계속 진범준을 위로했던 윤명희는 남편이 일부러 불쌍한 척한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외면했다. 진범준은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를 썼고 아내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그는 핸드폰에 뜬 소식을 보게 되었다. “당신도 우리 세은이 도와줘요. 안 그러면 나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당연히 그래야지.”딸은 아내한테 소중한 사람이었고 딸이 행복해야 아내가 행복한 거고 아내가 행복해야 그도 행복할 수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창 야근을 하며 안준휘에게 유리한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여론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전부 다 안준휘가 욕심을 부리고 진씨 가문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고 욕하고 있어요. 안씨 가문의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인간들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그럴 리가?”성대호는 데이터 모니터링 플랫폼을 접속했다. 그들이 게시한 영상들은 재생수가 감소하여 점차 빅데이터에서 도태되고 있었다. 반면 새로운 영상들이 우후죽순처럼 갑자기 등장했고 좋아요와 영상 공유는 그들의 영상 재생수를 훨씬 초과했다.“이건 우리가 촬영한 자료인데 누가 유출한 거야?”성대호는 불같이 화를 냈다. 담당자가 급히 오늘 제출한 영상 내용을 확인했고 그 결과 바로 촬영한 사람을 찾게 되었다.그러나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누군간 저희 촬영팀에 끼어든 것 같습니다.”“그럴 리가 없어.”성대호는 책상을 두드리며 화를 냈다.“오늘 진씨 가문으로 가서 소란을 피우는 일은 임시로 결정된 일이야. 저들은 우리 사람들을 매수할 시간은 없었을 거라고.”“가기 전에 매수를 할 수는 없어도 돌아와서 매수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정의'를 내세운 유튜버들도 결국은 인기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니까. 만약 누군가가 직접 돈을 준다면 그들은 매우 기뻐할

  • 또 한 번의 거절   제636화

    핸드폰 잠금을 해제한 후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배지유는 재빨리 핸드폰을 잠그고 힘껏 움켜쥐며 얼굴에 띈 공포를 감추려고 애썼다. 그녀의 모든 반응은 배건후의 눈에 훤히 들어왔고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태블릿에 있는 파일을 넘기며 계속 쳐다보았다. 오빠가 더 이상 캐묻지 않자 그녀는 점차 마음을 진정시켰다.힘겹게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더 달라고 안 해요. 10억만 줘요. 다른 게 아니라 의족을 새로 주문해야 해서 그래요.”많이 달라고 해봤자 오빠가 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러나 돈을 달라고 하지 않으면 마음이 내키기 않을 것 같았다. 남궁유민이 건네준 증거들로 정말 배건후에게 유죄판결을 내린다면 그럼 내일 배건후는 그녀와 함께 경찰서에 갔다가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오빠가 망하면 모건 그룹도 망하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오빠, 10억도 아까운 거예요?”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배지유는 가여운 척 연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오빠, 전에 도아린한테 사준 액세서리만 해도 10억은 훌쩍 넘었을 거예요. 그런데 친동생인 나한테는 왜 이래요? 그렇게도 아까운 거예요?”“의족은 내가 이미 주문했어.”배건후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보고 있던 파일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그의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고 온몸에서 싸늘한 기운이 전해졌다. 배지유는 그의 기세에 눌려 약간 겁이 났다.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고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자수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오빠를 도와 도아린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니 작은 보상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가 눈꺼풀을 치켜올리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아빠에게 준 생활비는 모두 김지민 그 여자가 다 쓰고 있어요. 차라리 그 돈을 나한테 줘요. 내가 아빠를 돌볼 테니...”“네가? 남한테 당한 줄도 모르는 네가?”그녀는 씩씩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다시 태블릿

  • 또 한 번의 거절   제635화

    양쪽을 비교하니 너무 분명했다.진씨 가문은 진옥경의 죽음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남편인 안준휘는 진씨 가문으로 달려와 소란밖에 피우지 않았다. 누가 진심이고 누가 가식인지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편, 오늘 같이 온 기자들 중에서 누군가 안준휘가 연이어 의심을 받고 여론의 방향이 진씨 가문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계속하다가는 안준휘의 정체가 다 드러날까 봐 급히 눈빛을 보냈다.안준휘도 계속하다가는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소란을 피운 자들은 관을 그대로 두고 안준휘를 차에 태우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 한편, 딸이 수술을 받던 날 사위가 다른 여자들과 술을 마시고 놀아났다는 사실을 알고 차화영은 안준휘가 이리 소란을 피운 목적이 돈 때문이라는 걸 눈치챘다. 사위가 원망스러웠지만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관을 쳐다보니 참지 못하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옥경아. 왜 이렇게 허망하게 떠난 거야? 딸을 보내는 이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니?”차화영은 비틀거리며 관으로 달려가 대성통곡했다. 도아린이 하인에게 대문을 열라고 하자 진수혁의 차가 별장 안으로 들어왔고 도아린은 윤명희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아무도 차화영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자리를 뜨려니 체면이 서지 않았다.이때, 하인이 눈치채고 급히 입을 열었다.“어르신, 이 관은 소란을 피우기 위해 챙겨온 겁니다. 안에 사람이 없으니 그만 우세요. 어르신께서 아프시면 따님도 편치 못할 겁니다.”“자네 말이 맞아. 옥경이도 내가 아픈 건 바라지 않을 거야.”차화영이 눈물을 닦고 대문을 들어서는데 이때 진경수의 차가 마침 도착하였다. 거실 안, 진경수는 오늘 조사한 일에 대해 얘기했다. 도아린이 뒤를 따라간 그 의사는 진옥경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진옥경한테 무슨 말을 해서 진옥경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병원 측에서 CCTV 영상을 확인하니 그 사람은 병원의 의사가 아니었고

  • 또 한 번의 거절   제634화

    영상을 찍던 사람은 재빨리 진씨 가문의 대문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도아린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러다가 관을 본 순간 그녀의 눈 밑에 안타까움과 동정이 스쳐 지나갔다. 안준휘는 계속해서 관에 엎드려 울었고 도아린을 힐끗 올려다보고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돈이 우리한테는 엄청난 부담이었지만 너희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 네가 계획한 혼사에 민아가 불만을 품으니까 네가 이리 모른 척하는 거 아니니? 우리 집안이 너 때문에 풍비박산이 났어.”안준휘는 일부러 돈의 개념을 흐릿하게 만들었다.그는 이미 댓글 부대까지 구했고 일부러 사람들의 감정을 부추겼다. 돈을 사기당한 사람들은 그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의 돈만 찾고 싶을 뿐이지. 진씨 가문에서 돈을 빌려준다면 그들이 어렵게 모은 돈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자 피해자들의 분노가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다시 한번 물을게요. 고모가 정말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어요? 그래서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몇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자신을 찍는 것을 눈치챈 안준휘는 두리뭉실하게 대답했다.“진씨 가문에서 무정하게 나 몰라라 해서 그런 거잖아. 아니면 옥경이가 왜 상처를 받았겠어?”“무정하다고요? 당신 딸이 결혼하는데 우리가 왜 혼수를 해줘야 하는 거예요?”“혼수라니. 진씨 가문에서는 단 일 푼도 내놓지 않았잖아.”안준휘는 화를 벌컥 내며 주먹으로 관을 세게 내리쳤다.피식 웃던 도아린은 카메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다들 내 말 좀 들어보세요. 딸이 결혼하는데 우리한테 혼수를 요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 세상에 이런 도리가 어디 있어요?’“도아린 너...”안준휘는 달려들어 그녀가 함부로 말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도아린은 부잣집 딸 아닌가?왜 이렇게 기가 센 여편네 같지?그때, 진수혁이 안준휘를 꽉 잡았고 도아린을 밀치려 했던 안준휘의 손은 결국 그녀를 건드리조차 못하였다.뒤로 몇 걸음

  • 또 한 번의 거절   제633화

    그녀는 도아린의 곁으로 다가가 딸아이의 손목을 잡았다.그 순간, 도아린은 그녀의 손을 맞잡고 살짝 힘을 주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하인이 들어와서 보고하는데 집으로 돌아오던 진수혁의 차가 안준휘에 의해 가로막혔고 그가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하였다. 도아린은 윤명희를 따라 밖으로 나갔고 차화영도 잠시 고민하더니 그들의 뒤를 따라나섰다.그러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하인에게 부축해달라고 했다.“진수혁. 처음에 내가 옥경이를 살리겠다고 하자 뭐라고 했어? 진씨 가문의 사람이니 진씨 가문에서 책임지겠다고 했잖아. 오늘 아침까지도 멀쩡하던 사람이 왜 오후에 갑자기 죽은 거야? 내가 빚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 와이프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싶었어. 그러니까 똑바로 설명해 봐.”차에서 내린 진수혁은 주변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사람들을 슬쩍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안준휘를 쳐다보았다.“고모가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때, 고모부의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또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나요?”말투가 느리긴 하지만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안색이 어두워진 안준휘가 급히 해명했다.“내 딸이 남한테 협박을 당하고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어. 딸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갔던 거야.”“여자한테서 돈을 빌립니까?”그 말에 안준휘는 흠칫했다.“대표님이 여자야.”무표정한 진수혁의 얼굴은 어떤 핸드폰에서도 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유일한 흠이라면 믿기 힘들 정도로 조각상처럼 잘생겼다는 것이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돈을 빌리러 간 사람이 왜 셔츠에 립스틱 자국이 있는 겁니까? 고모부 나이에 돈 때문에 몸을 팔지는 않았을 테고.”안준휘는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감쌌다.옷깃을 움켜쥐고서야 오늘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티셔츠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셔츠는 이틀 전에 입었던 옷인데...그러나 그의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동은 라이브 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던

  • 또 한 번의 거절   제632화

    “도아린? 네가 왜 여기 있어?”“저 사람 잡아요.”그 의사를 스쳐 지나오던 안준휘는 그녀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누구? 누구를 잡으라는 거야?”도아린이 문 앞까지 쫓아왔을 때, 그 의사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차가운 눈빛으로 안준휘를 힐끗 쳐다보던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안전 통로의 뒤에는 로비였고 네 방향에 네 개의 출구가 있었다.가장 가까운 문으로 다가가니 쓰레기통에 의사의 흰 가운이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병원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의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누구를 찾고 있는 거야?”뒤따라온 안준휘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고 그를 쳐다보았고 안준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침을 꿀꺽 삼키며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중환자실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 있던 진경수가 엄청난 소식을 전했다.“조금 전에 돌아가셨어요.”“옥경아, 옥경아.”그 말에 안준휘는 울부짖으며 병실로 돌진했다.도아린은 진경수의 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방금 그 의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진경수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고모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하셨는데...”한편, 안준휘는 울고불고하며 소란을 피웠고 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구조하지 않았다고 하다가 진경수가 자신의 동의도 없이 구조를 포기했다고 난리를 쳤다.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끝날 줄 알았는데 그는 관을 들고 진씨 가문의 대문 밖으로 가서 계속해서 행패를 부렸다. 진씨 가문은 부자 동네에 살고 있었고 각 별장 사이에는 비교적 독립적인 공간이 있었다.일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안준휘는 기자들도 데리고 왔다.그는 카메라 앞에서 울며 하소연하였고 딸과 사위가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을 인정하면서 이미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진씨 가문이 우물에 빠진 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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