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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작가: 온유
우정윤은 왜 그러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남자의 창백한 안색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고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괜찮으신지...”

배건후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30분 후, 배건후는 육청아가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손보미와 한창 뭔가를 축하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손에 와인을 들고 있었다.

“건후 씨? 여긴 어쩐 일이야?”

손보미는 급히 술잔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일어나더니 육청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반면, 육청아는 그녀보다 훨씬 침착해 보였고 미소를 지으며 그한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보미 씨가 기분이 안 좋아서 위로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배 대표님이 오셨으니까 보미 씨의 기분도 많이 좋아졌을 거예요.”

옆에 있던 손보미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왜 나 찾아오지 않았어? 난 건후 씨가 정말 날 버린 줄 알았잖아.”

배건후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힐끔 쳐다보고는 손보미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나 좀 봐.”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서재로 향했다.

손보미는 걱정스러운 듯 육청아를 쳐다보았고 걱정하지 말라는 육청아의 눈빛을 보고 나서야 그를 따라 서재로 갔다.

“청아 씨 말로는 당신이 다쳤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은 거야?”

그녀는 말을 하면서 남자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배건후는 팔꿈치로 그녀의 손길을 막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지유한테 네가 차를 빌려줬어?”

손보미는 입술을 깨물며 잔뜩 겁먹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유가 빌려달라고 해서 거절하기 힘들었어. 왼쪽 다리를 다친 것뿐이니 운전에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지유가 사람을 쳤어.”

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고개를 떨구며 손을 맞잡았다.

“그래?”

그녀의 반응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배건후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엄청난 압박에 그녀는 식은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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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은이 서둘러 다가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수술칼을 사용해 한 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게다가 만약 그들이 소리라도 낸다면 그 소년과 함께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유일한 방법은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군,’그는 겁먹은 척하며 수술대로 천천히 다가갔다.두 남자는 그저 눈앞의 소년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전에 유 선생이 몰래 각막을 떼서 팔았잖아. 그러고는 손 씻고 고향에 내려가 별장 짓고 산대.”“손을 씻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것도 누릴 복이 있어야 누리지...”“무슨 뜻이야? 혹시 유 선생이...”키 작은 남자가 목을 따는 제스처를 했다.키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대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거 보고 감시하라고 했겠어? 문지기가 말하길, 유 선생을 청아 누나가 직접 손본 거래!”쭈뼛쭈뼛 다가온 서대은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지만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 손이 계속 떨려서...”키 큰 남자가 다시 메스칼을 서대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메스칼이 소년의 배로 향했다. 서대은의 손이 심하게 떨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칼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창문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며 약병을 터뜨렸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안 돼!”키 큰 남자가 급히 물러섰다.서대은도 물러서며 빠르게 메스칼을 몸에 숨겼다.“마취약은 아니겠지?”다른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대은도 급히 옷으로 입을 가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후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여기도 경찰한테 들킨 거야?”서대은이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연성 경찰들이 계속 잠입 수사를 하고 있다던데, 여기도 들킨 거 보면 정말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2화

    경호원이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자 도아린은 손을 흔들며 그를 안심시켰다.“선생님의 임무는 제 안전을 보호하는 거잖아요?”그리고 자신의 차 키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대신 차를 운전해 주세요. 가까이서 보호하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경호원은 운전기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도아린의 차로 향했고 운전기사는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주호민입니다. 주 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네. 주 실장님, 엠파이어 빌딩에 가 주세요. 육 대표님한테 감사의 뜻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주호민은 차를 몰고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했고 도아린은 그동안 일북과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했다.이전 경험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북에게는 반드시 의심되는 장소를 찾으면 먼저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했다.[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전도 꼭 지켜야 해!]황금연휴가 다가오자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호민은 도아린의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한 명품 매장에 들어간 도아린은 사이즈를 참고하려 주호민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도아린은 육하경과 체형이 비슷한 아무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했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승낙했다.결국, 이 광경을 지켜본 주호민은 어쩔 수 없이 마네킹 역할을 했다.“이 색은 좀 어두워요. 다른 걸로 한 번 더 입어보세요.”“이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요. 육 대표님한테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주 실장님 생각은요?”“이건 너무 올드한 것 같고...”과연 도아린이 진지하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이걸로 할게요!”도아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직원에게 말했다.“이거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선물 받을 사람이 저 친구와 키는 비슷하지만 어깨

  • 또 한 번의 거절   제761화

    서대은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사람도 LY의 사람인가요?”“서은 씨 생각에는요?”“그런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청룡, 아니면 백호?”육청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오늘 거래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알려줄게요.”서대은이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육청아가 그를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제야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창고로 향했다.창고 문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휴대폰 내놔.”서대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걸 확인한 후 문지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편, 도아린은 육하경의 차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의 연성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그 차는 계속해서 일정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육하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 순간, 도아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앱 화면에는 메시지 알림은 없었지만 그녀는 직감으로 알았다.도아린은 급히 카페의 게시판을 열었다.[갓 태어난 지 16일 되는 송아지,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도아린의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역시 그런 거야. 잘못을 했다고 그냥 도망갈 서대은이 아니지.’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을 것이다!‘송아지'는 남자를 뜻하고‘16일’은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 16세를 뜻했다.전화번호는 일반적인 번호가 아니었고 규칙 없이 나열된 숫자들이었지만 도아린은 단번에 그 숫자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라는 걸 알아챘다.차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아직 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북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대신 급히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다.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단축어를 설정해 두었지만 서대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고민하던 중, 일북이 이해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곧 사람을 데리고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하지만 도아린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차를 급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60화

    “보스!”육청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온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랫동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왜... 서대은이 들어오자 직접 온 것일 거야. 만약 오는 거래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도 끝장날 텐데.’보스라는 남자는 키가 크고 흰색 롱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검은색 터틀넥을 받쳐 입고 있었다.적갈색의 살짝 웨이브 진 짧은 머리에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대은에게로 향했고 마치 감마선처럼 그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서대은은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남자는 외형만 보면 강재민과 닮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와 냉혹함은 강재민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보스.”서대은도 따라서 불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청아를 향해 물었다.“물건은?”“창고에 있습니다!”육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부하가 지키고 있어서 절대로...”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육청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네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남자는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앞장서.”“예.”육청아가 남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그들은 ‘물건’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전에 살균 소독 과정이 필요했다.이미 마른 체형의 그 소년이 깨끗이 씻긴 채 수술대 위에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다.남자는 천천히 다가가 곧 판매될 신선한 장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늘의 물건은 네가 직접 진행해.”보스라는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서대은에게로 향했다.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물건을 망칠까 봐 걱정됩니다.”“직접 꺼내라는 게 아니야. 옆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라는 거지.”남자는 짧게 말한 뒤돌아서 나갔다.서대은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따라 나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돌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759화

    일북의 음성 메시지였다.“대신 확인해 줄까요?”육하경이 물었다.“아니요, 괜찮아요!”도아린은 손가락을 스쳐 화면을 꺼버렸다.의사는 육하경의 팔을 맞춘 뒤, 앞으로 이틀 동안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 것과 강한 충격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병원을 나서자 도아린이 간단히 작별을 고했다.“볼 일이 있어 먼저 가볼게요.”육하경의 운전기사는 줄곧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이미 병원 앞에 차를 세워 둔 상태였다.육하경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차에 올라탄 순간, 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따라가.”한편, 오늘은 서대은과 육청아가 처음으로 함께 움직이는 날이었다.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던 서대은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주작팀의 대원들이 계속해서 그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는 도아린을 볼 면목이 없었다.“오른쪽 3시 방향, 목표 인물 확인!”이어폰에서 실시간 보고가 흘러나왔다.“확인 완료!”누군가 응답했다.서대은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3시 방향을 바라보았다.그곳은 작은 문구 방이었다.오늘은 학생들의 개학일이라 학생들이 문구를 사러 몰려들고 있었다.그중, 마르고 키 큰 남학생이 책가방을 메고 문구점을 나섰다.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의 가방은 비어 보였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운이 없어 보였다.한 남자가 다가가 길을 물었고 남학생은 조심스럽게 방향을 가리켰다.그러자 그 남자는 감사의 의미로 생수 한 병을 건넸고 남학생은 경계하는 듯했지만병뚜껑이 새것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안심하고 물을 마셨다.2분 후.남학생은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며 쓰러지자 남학생을 부축하던 남자는 그를 서대은이 탄 차량으로 데려갔다.“대상 확보! 바로 이동하겠다.”그 남자는 무전기를 눌러 보고한 뒤 서대은한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출발하지.”서대은은 담배를 귀에 꽂은 채 차량을 서서히 출발시켰다.“상태는 어떻지?”서대은이 백미러로 뒷좌석을 힐끗 보며 묻자 뒤쪽에 앉아 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58화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도아린이 고개를 돌리며 육하경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그러나 육하경은 몸을 살짝 기울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은 건후도 알고 있어요. 건후가 전에 아린 씨를 찾아와 강재민과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던 걸 기억하죠? 하지만 아린 씨는 듣지 않았죠. 잘 생각해 보세요. 건후가 당한 그 교통사고, 과연 강재민과 무관하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쾅쾅쾅!갑자기 차 문이 세게 두드려졌고 도아린이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놀랐다.뒤를 돌아보니 지희가 차 문 옆에 서 있었다.그녀는 허리를 숙여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건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도아린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정리한 뒤, 문을 열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하경 씨도 너 보러 왔어.”지희가 육하경을 흘끔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이젠 하경 씨라고 부르는 건가? 역시 내가 밀고 있는 커플이라 다르네!’지희는 싱긋 웃으며 도아린의 팔짱을 끼었다.“앞으로 도 선생님은 육 대표님과 함께 자주 와주셔야 해요!”육하경은 그런 그녀를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두 사람 얘기 나누세요. 저는 보일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갈게요. 올해는 꼭 난방 공급을 추진하려고요.”그가 떠나자, 지희는 도아린을 향해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뭘 그렇게 자꾸 웃는 거야?”그러자 지희는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육 대표님이 우리한테 해준 모든 지원들, 전부 도 선생님 이름으로 하신 거예요! 그러니 당연히 그분이 바라는 일이 성사되길 기도해야죠!”도아린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지희와 함께 보육원의 아이들을 보러 갔다.보육원의 아이들 대부분은 유기된 아이들이었다. 특히 선천적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돌봄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의료 지원도 필요했다.“육 대표님이 아이들을 위해 건강검진을 주선하셨어요. 모든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신다고요.”지희의 말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757화

    육하경이 고개를 살짝 돌려 도아린을 보더니 다시 앞을 응시했다.“아린 씨 생각엔 그 사람이 수상해요?”“건후 씨가 해남에 있을 때, 늘 우정윤도 옆에 있었어요. 배지유한테 모함당했을 때도요. 그런데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 그는 갑자기 자취를 감췄죠.”도아린이 느긋하게 좌석에 기대었으나 육하경의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아린 씨 말대로라면, 우 비서가 건후의 일정을 그쪽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육하경이 자연스럽게 되물었고 운전대를 쥔 손가락이 가볍게 두 번 튕겨졌다.그건 분명한 만족감의 표현이었고 이 상황을 반기는 듯한 은연중의 반응일 수도 있었다.“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죠.”도아린이 턱을 괴고 신중하게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육하경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그의 의견을 묻는 듯 혼잣말처럼 말했다.“모건 그룹의 전속 변호사 남궁유민, 건후 씨와 막연한 사이였던 성대호 그 둘조차 등을 돌려 건후 씨를 궁지로 몰았어요. 그렇다면 건후 씨의 가장 가까운 사람, 늘 함께했던 특별 보좌관인 우정윤의 가치는 더 크지 않을까요?”육하경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러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그도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둘의 시선이 맞닿았다.도아린의 눈빛은 마치 맑고 투명한 개울물 같았다. 하지만 너무 투명해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그는 피식 웃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나도 건후와 꽤 친했잖아요. 그런데 나만 그를 배신하지 않은 것 같네요. 이러면 너무 눈에 띄는 건가?”도아린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 정도까지 말을 꺼낸 상태에서 육하경이 숨기고 싶다면 끝까지 입을 닫을 것이고, 그녀와 더 깊이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솔직할 순간이었다.보육원으로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도아린은 침묵 속에서 생각에 잠겼고 육하경은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하는 듯했다.차가 보육원의 대문을 지나 서서히 멈춰 섰다.육하경이 차를 세우고 길게 한숨을 내쉬

  • 또 한 번의 거절   제756화

    도아린이 막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일북의 전화가 걸려 왔다.“아가씨, 우정윤을 찾았습니다.”“어디야?”도아린이 막 자리에 앉으려다 번쩍 일어서며 물었다.“어제 우리가 갔던 그 묘지 근처입니다.”일북의 차 내부에서는 방향 지시등이 켜지는 딸깍딸깍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잠시 후, 그는 덧붙였다.“방금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우정윤이 하얀 승용차에 올라탔습니다. 지금 뒤따라가는 중입니다.”“눈치채지 않게 따라가서 그의 은신처를 확인해. 만약 도망칠 기미가 보이면 그냥 붙잡아!”도아린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이때 비서가 노크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도 대표님, 30분 후에 회의가 있습니다.”도아린이 냉랭하게 되물었다.“그 프로젝트 원래 신 대표님 담당이 아닌가요?”“이미 온천 문제까지 해결해 줬는데 더 개입하면 고위층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어요. 게다가 신 대표님 능력도 뛰어난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네, 알겠습니다.”비서는 신지훈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그는 가볍게 혀를 찼다.“도움 줄 땐 아주 적극적이더니 이젠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네. 진짜 뒤끝 작렬이군.”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배건후는 왜 이런 변덕스러운 여자를 건드려서...”신지훈은 직접 도아린을 찾아가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그러나 도아린은 이미 가방을 챙겨 나가려던 참이었다.“도 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제가 그래도 신 대표님의 상급자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내 행선지까지 보고해야 하나요?”“그런 뜻은 아닙니다.”“다만 요즘 시국이 어수선해서 도 대표님의 안전이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도아린이 냉정하게 대꾸했다.“병원에 가려고요. 그리고 신 대표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챙깁니다.”그 말투는 마치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신지훈의 짓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듯했다.신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한 채 그녀가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곧이어 한유미가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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