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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Author: 온유
“오랜만이야.”

강재민이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끝이 닿기도 전에 진경수가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주먹에 강재민은 비틀거리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겨우 멈춰 섰다.

“경고하는데 내 동생 건드리지 마.”

진경수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또 한 번 내 동생한테 집적거리면 주먹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난 눈에 뵈는 게 없는 놈이니까.”

“오빠...”

“걱정하지 마. 오빠가 네 편이 되어줄 거니까.”

진경수는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온화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변하였고 그가 강재민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

“아린이는 우리 진씨 가문의 귀한 딸이야. 강씨 가문이 아무리 명문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내 동생이 싫다면 넌 강요할 수 없어.”

“오빠...”

도아린이 그의 팔뚝을 잡고는 애교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재민 씨는 날 괴롭힌 적 없어요.”

“똑바로 말해. 너 아까 울었던 거 아니야? 눈이 이렇게 새빨간데.”

“운 건 맞아요. 하지만 화가 나서 운 게 아니라 재민 씨한테 감동받아서 운 거예요.”

“들었지? 또 한 번만 괴롭히면 내가 정말 가만두지... 뭐라고?”

진경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감동받았다고? 저놈이 무슨 짓을 했는데?”

입가를 닦고 있던 강재민의 눈 밑에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내 진심에 감동받은 거지.”

그가 앞으로 다가가자 진경수는 도아린을 감싸며 이리저리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러나 결국은 강재민에게 도아린의 한쪽 손을 뺏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깍지를 끼고 진경수에게 보여줬다.

“우리 애기가 내 마음 받아줬어.”

우리 애기?

진경수는 이를 꽉 물었다.

그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여동생을 돌아보았다.

“저 자식이 널 위협한 거라면 눈만 깜빡여 봐.”

“오빠, 우리 두 사람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어요.”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얘기 끝난 일이에요. 만나보다가 안 맞으면 헤어지기로요. 매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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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아린은 피식 웃었다.“만약 있다면요? 그동안 진씨 가문에서 가져간 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약속해요. 이제부터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도 약속해요.”병원비?아내의 병원비를 자신이 부담해야지 남한테 떠맡기는 게 무슨 경우인가?진옥경의 병원비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해친 대가도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다.입술을 덜덜 떨던 그가 독기가 가득 찬 눈을 들고 입을 열었다.“약속하지.사적으로 합의가 된다면 경찰들도 굳이 나설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증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내 안준휘는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는 털털하게 의자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도아린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믿는 구석이 있는 듯 당당한 그의 모습에 윤명희는 내심 걱정되어 도아린의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 모습에 도아린은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잠들기 전, 그녀는 서대은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고 날이 밝으면 안준휘를 찾아가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안준휘가 지금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으니 그녀 또한 봐줄 생각이 없다. 경찰은 통화 기록과 채팅 기록을 확인해 보았지만 손보미와 관련된 기록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동료에게 넘겼고 동료 경찰관이 다시 한번 조사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다가 도아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핸드폰에는 손보미 씨와 관련된 기록이 없습니다.”안준휘는 로또라도 당첨된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 “교통사고는 합의를 한다고 약속했지만 네가 날 모욕한 일은 끝까지 추궁할 거야.”도아린은 침착하고 차분한 얼굴로 독기가 가득 찬 눈빛을 보였다. “삭제한 핸드폰 기록도 복구가 될 수 있다는 거 모르고 있나 봐요?”안준휘 뿐만 아니라 두 경찰관들도 모르고 있었다. 혐의를 피하기 위해 도아린은 핸드폰을 건드리지 않고 경찰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두 경찰은 깜짝 놀란 눈치였다. 이 프로그

  • 또 한 번의 거절   제608화

    도아린은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났다. 아무리 진옥경의 병세가 심각하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한밤중에 병원에 달려갈 일은 없을 것이다. 병원에는 진옥경의 남편인 안준휘가 있으니까...옷을 입고 거실로 내려오니 그들이 병실을 나선 뒤 안준휘도 병원을 떠났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병원 측에서는 환자의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자 병원비를 지불한 진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경찰서는 엄마랑 같이 가.”윤명희는 가방을 챙기고 도아린의 손을 잡았다.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윤명희가 말을 이어갔다.“안준휘가 경찰서에 가서 난리를 피운 모양이야. 사고 난 차가...”말끝을 흐리며 진경수를 쳐다보는데 늘 장난기 가득했던 그의 얼굴도 약간 심각해 보였다. “손보미 차예요?”담담하게 묻는 도아린을 향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준휘는 가해자가 도아린과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가해자의 원래 목적은 도아린이었고 진옥경은 그저 재수 없게 연루되었을 뿐이라고 이 사건은 반드시 끝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시 후, 경찰서로 달려온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안준휘가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왜 두 사람 사이의 원한 때문에 내 아내가 이런 화를 입어야 하는 겁니까?”“진정하시죠. 당신이 말한 게 사실인지는 저희도 확인해 봐야 합니다.”“인터넷에 지금 난리인데 아직도 모르고 있어요? 배건후가 이혼한 후에 손보미와 약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도아린과 다시 재결합을 원하고 있으니 손보미로서는 당연히 달갑지가 않은 거죠. 손보미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은 도아린이라고요. 당신들이 어떻게 조사를 하든 간에 내 아내의 병원비는 반드시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겁니다.”“손보미가 치려고 했던 사람이 저인 게 확실해요?”이때, 도아린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깔끔한 재킷에 검은색 긴 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는 훤칠하고 날씬해 보였다. 그녀의 눈빛에 압박감

  • 또 한 번의 거절   제607화

    “동생한테 왜 이렇게 거칠게 굴어?”“대호 오빠, 우리 오빠가 날 자수하러 끌고 갈 거래. 안 가. 내 잘못이 아니라고.”“쉿.”성대호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녀를 토닥이고는 그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사람을 친 차는 빨간색 람보르기니야. 그 차는 손보미 씨 차 아니야? 네가 아무리 손보미 씨의 편을 든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지유한테 죄를 뒤집어씌울 생각을 해?”배지유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동아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성대호의 허리를 꼭 감싸안았다.“그러니까요. 손보미를 찾아가요.”배건후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배지유가 사람을 쳤다고 알린 것도 성대호였고 이제 와서 차 주인이 손보미라고 하는 것도 성대호였다. 만약 미리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정말 성대호에게 말려들었을 것이다.“너도 알다시피 차량을 빌린 사람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운전자는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아니. 아니지.”성대호는 고개를 저으며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현장 CCTV 확인해 봤어?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야? 배건후, 난 늘 네가 똑똑하고 대단한 놈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혼하고 나서부터는 왜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 같지? 그저 만만한 게 지유니까 지유만 괴롭히는 거야?”배건후는 무뚝뚝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이간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여동생의 갈등을 증폭시켜 도아린과 화해할 수 없는 문제를 만들어 싶어 하는 것이었다. “누구의 잘못이든 일단 경찰서는 다녀와야 해.”배건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그런데 이때, 눈빛이 바뀌던 성대호가 갑자기 배지유에게 손을 떼고는 핸드폰을 낚아채려고 하였다. 그 바람에 배지유는 비틀거리다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한걸음 뒤로 물러난 배건후는 몸을 돌려 성대호의 손길을 피하고는 그녀의 팔을 잡아 들어 올려 차 문에 기대게 하였다. 그 순간, 성대호가 갑자기 그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팔꿈치로 성대호를 공

  • 또 한 번의 거절   제606화

    무뢰한 인간.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던 진경수는 안준휘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단 교통사고부터 처리하시고 경찰서로 가서 사기 사건도 처리하시죠. 깜짝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뭐?”벌컥 화를 내는 사위의 모습에 차화영은 엉겁결에 몸을 피하다가 문에 팔꿈치를 부딪쳤고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가까스로 떨지 않던 그녀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어미야. 내 손이...”윤명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부딪힌 곳을 주물러주고는 그녀를 부축하여 먼저 병실을 나섰다. 진경수도 도아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같은 시각, 발걸음을 옮기던 진범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안준휘를 빤히 쳐다보았다. 집에 돌아온 뒤, 진범준은 아내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어깨에서 전해진 따뜻한 기운에 윤명희는 손을 뻗어 남편을 감싸안았다. 오랜 시간 부부로 살았으니 말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남편이 여동생에게 깊은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한편, 배지유는 차를 성대호에게 수리를 맡긴 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배석준이 김지민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준 것을 알게 된 이후, 그녀는 퇴원하고 나서부터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빠가 사는 곳에서 함께 살 생각이었고 아무도 그녀를 쫓아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배건후를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피했다.그러나 생각해 보니 오빠는 교통사고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으니 겁부터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심호흡하던 그녀는 떨리는 손을 애써 통제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아빠 보러 왔어요? 왜 여기 있어요? 같이 올라가요.”배건후는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깊은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속마음을 들킨 줄 안 그녀는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조금 덥네요.”“다리를 다쳤는데도 운전을 하는 거야?”“왼쪽 다리를 다친 것뿐이에요. 그리고 자동 기어는 왼쪽 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05화

    “뭐 하는 겁니까?”진경수가 안준휘의 손목을 잡고 힘껏 뿌리쳤다.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는 안준휘는 몇 걸음 비틀거리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는 두 눈이 새빨갛게 변한 채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위선 떨지 마. 옥경이가 잘못되면 당신들 용서 안 해.”“안 서방. 옥경이는 내 딸이야. 딸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울음은 그친 차화영이 눈을 붉히며 따져 물었다.“쓸모가 있을 때만 딸인 겁니까? 정말 딸로 생각한다면 죽는 걸 그냥 지켜보지만은 않았겠죠.”안준휘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난... 그게...”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차화영은 윤명희를 쳐다보았다. 윤명희가 자신을 모른 척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들을 쳐다보았고 아들도 그녀를 무시했다.“내가 왜 옥경이를 도와주지 않았나? 옥경이 때문에 난 범준이네와 사이가 틀어질 뻔했어.”“그래요. 장모님한테는 아들밖에 없잖아요.”“안 서방,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범준이가 사준 해남의 집도 자네들이 원하자 난 두말없이 넘겨주었네. 돈이 모자라다고 해서 난 아들한테 거짓말까지 하며 돈을 구해줬는데. 도대체 뭐가 그리 불만인 건가?”차화영은 그동안 비밀에 부쳤던 일들을 다 털어놓았다. 아들한테서 돈을 뜯어내어 딸한테 보태준 사실들을 다 말하자 안준휘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 그의 그런 태도를 보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 차화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분풀이를 하려면 옥경이를 치고 달아난 그 사람한테 가서 해. 우리한테 이러지 말고. 옥경이가 이 지경이 되어 병원에 누워있는데 자네는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연락은 왜 안 되는데? 자네가 이 나라 대통령보다 더 바쁜 사람인가?”사나운 그의 눈빛에 놀란 차화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무의식적으로 윤명희에게 기대었다. “사고를 낸 사람은 제가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들도 책

  • 또 한 번의 거절   제604화

    “할 말이 있어.”어디론가 전화를 건 성대호는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화기 맞은편, 그의 목소리를 눈치챈 배건후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젠 안 피해 다녀?”“응, 숨지 않으려고.”성대호는 고개를 들고 웃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구경 좀 하려고 돌아온 거야. 모두가 부러워하는 연성의 배씨 가문. 너희 아버지는 병들고 네 동생은 불구가 되고 넌 이혼까지 하고... 어떤 기분이냐?”남의 속을 긁으러 온 모양이군.배건후는 기분이 역겨웠다.미간을 찌푸리던 그가 의자에 기대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배씨 가문에서 아린이한테 잘못한 거야. 난 최선을 다해 만회할 생각이고.”성대호는 웃음이 터진 듯 깔깔대고 웃었다.“그전에는 네가 그렇게 말하면 믿었겠지만 지금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시간 전이라면 너한테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무슨 뜻이야?”배건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가로수길 사거리에서 지유가 차를 몰고 가다가 도아린의 고모를 치고 도망쳤어. 전에도 지유를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써서 도아린한테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강요했었잖아.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거야.”그 순간, 도아린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성대호는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구경꾼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배건후, 넌 대단한 인간이잖아. 도아린을 되찾으려는 거 아니야? 어디 한번 두고 봐. 아내의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하고 어떻게 만회할 수 있는지...이 세상에서 깨진 거울이 다시 붙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깨졌으면 깨진 거지 원래대로 복구가 되겠어?난 배지유한테 농락당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데 배건후 너만 잘되라는 법 없잖아. 한편, 진옥경의 상황은 매우 안 좋았고 수술 동의서에 가족의 사인이 필요했지만 안준휘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윤명희가 차화영을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와 수술 동의서에 사인했다. 수술하는 동안 병원 측에 병세가 위급하다는 통보를 두 번이나 받게 되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03화

    차 앞까지 쫓아온 진옥경은 진범준 쪽의 문고리를 잡고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정말 안 도와줄 거야? 오빠가 모른 척하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어버릴 거야.”그가 차창을 내리고는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진옥경, 우리 남매 사이는 네 손으로 망친 거야. 네가 날 상대로 이런 짓까지 벌이지 않았다면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겠지.”“그래서 정말 안 도와줄 거야?”...진범준은 아무 말도 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고 옆에서 보고 있던 진경수는 아버지가 또 마음이 약해질까 봐 걱정되어 단칼에 거절하려고 하였다.그런데 이때, 진범준이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나도 방법이 없어.”“그래? 정말 나보고 죽으란 소리네? 오빠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진옥경은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전봇대에 부딪히면 큰 상처를 입기는커녕 머리만 아플 것이다. 진범준이 죄책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상처를 입어야 차화영이 아들한테 압력을 가하지 않겠는가?아무리 둘러봐도 근처에 경상을 입을 만한 것이 없었다. 이때,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이내 결심을 내렸다. 진옥경이 뒤돌아서자 진경수는 차에 시동을 걸었고 막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진옥경이 사거리로 돌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빨간 람보르기니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는데 그녀가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펑!람보르기니에 부딪힌 진옥경은 높이 날아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차량 앞부분에 떨어지더니 차량 지붕에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차를 운전하고 있던 자는 아마 누군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들 줄 몰랐던 것 같았다.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사람을 치고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도로를 질주했다. 진경수는 멀지 않은 곳에 급히 차를 세우고는 지나가는 차량이 진옥경에게 2차 피해를 줄까 봐 바로 119에 신고했다. 한편, 도아린은 빨간 람보르기니가 가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번호판은 잘 보이지가 않았다.그러나 왠지 낯익은 숫자와 차량 모델, 우연의 일치일까?그 차는 바로 손보미의 차량

  • 또 한 번의 거절   제602화

    “오빠.”어두운 진범준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다리에 힘에 빠져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오빠, 그런 게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진옥경, 정말 너한테 실망이야.”진옥경?오빠가 나한테 진옥경이라고 한 거야? 왜 이렇게 서먹하게 불러?설마 나랑 연을 끊으려는 걸까?안돼, 절대 그럴 수는 없어.진범준이 그녀한테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안씨 가문에서 그녀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오빠.”그를 향해 팔을 뻗는데 진범준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그 여자, 아빠한테 꼬리치라고 고모가 시킨 거죠. 아빠가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나게 하려고요. 내가 직접 봤는데 그래도 변명할 거예요?”도아린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옥경을 쳐다보았다. “어른이 말하는데 네가 왜 끼어들어?”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진옥경은 모든 것을 도아린의 탓으로 돌렸다. 도아린이 도유준을 불러내지 않았다면 경찰들이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잡아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진범준의 약점을 잡아 도움을 강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 모든 건 도아린의 탓이었다. “오빠, 일단 들어와. 내가 다 설명할게.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민아한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어. 나도 마찬가지고...”진범준은 그녀의 손길을 뿌리쳤고 방에 들어가는 것도 거절했다.“내 눈으로 직접 봤고 내 귀로 직접 들었어. 민아와 도유준이 내 딸을 노리고 있다는걸. 그리고 어떻게 감히 날 상대로 그런 짓을 꾸며?”진범준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처음 본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오빠, 민아가 잡혀갔어. 오빠가 대신 돈 안 갚아주면 우리 민아 정말 감옥에 갈지도 몰라. 민아는 나한테 하나뿐인 딸이야. 제발 부탁이야 오빠, 이번 한 번만 나 좀 도와줘.”말을 하면서 그녀는 무릎을 꿇었고 진경수는 도아린을 끌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진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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