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66화

작가: 온유
위가 아픈 것을 참으며 뒤따라간 배건후는 강재민의 벤츠가 어둠 속으로 바람처럼 사라지는 걸 보게 되었다.

급히 자신의 차에 올라탄 그는 육청아가 차에 오르기도 전에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강재민은 팝콘과 콜라 두 잔을 샀고 두 사람은 티켓에 적힌 대로 제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이번 영화는 스릴러 영화로 관객이 많지 않았고 상영관에 관객이 10명 남짓하였다.

영화가 시작되자 누군가 허리를 굽힌 채 뒤로 걸어갔다.

도아린과 강재민은 셋째 줄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서워요?”

강재민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서워서 재민 씨 품에 안기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녀가 팝콘을 내밀자 강재민은 팝콘을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런데 난 무서워요.”

그 말에 도아린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렇게 덩치가 큰 남자가 귀신을 무서워한다고?

강재민은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갑자기 스크린이 번쩍였다. 스릴러 영화에 꼭 나오는 장면, 조명이 깜빡이면서 배경음악과 함께 귀신이 나타났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가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린 채 한 손으로 팝콘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찰칵하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고 그는 정말 무서운 듯 한껏 긴장한 얼굴이었다.

“외국에 뱀파이어 영화들도 많잖아요. 그것도 무서워요?”

도아린이 웃으며 그를 향해 물었다.

“뱀파이어는 머리가 잘려 나가고 혀를 내두르지는 않아요.”

그는 말을 하면서 정신없이 팝콘을 입에 집어넣었다.

아악.

이때 구석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던 그는 팝콘이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미친 듯이 기침을 했다.

그녀는 급히 그의 등을 두드려주며 콜라를 건네주었다.

벌컥벌컥 콜라를 마시니 조금은 진정되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콜라를 받침대에 놓는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가 방금 마신 건 도아린의 콜라였다.

“미안해요. 난...”

그는 시한폭탄이라도 들고 있듯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이었다.

“미안해요. 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또 한 번의 거절   제567화

    뒤에 있던 사람이 배건후에게 앉으라고 주의를 줬고 그는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며 자리에 앉았다.그러나 강재민이 도아린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영화표를 뭉쳐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강재민은 이내 고개를 돌렸고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는 한 쌍의 커플만 보였다.그 커플은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때, 도아린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코끝이 서로 마주쳤다.흠칫하던 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 계속해서 팝콘을 먹었고 강재민은 그 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 카리스마 넘치던 그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꽃가마를 탄 처녀처럼 긴장되고 설렜다. 사실 도아린이 배건후에게 그와 만나보려 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되게 좋았었다. 방금은 그녀의 콜라도 마셨고 지금은 코끝까지 부딪히고... 비록 짙은 스킨십은 아니지만 두 사람 사이가 한결 가까워진 듯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진 그는 몸을 꼬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었다. “지금 나한테 애교 부리는 거예요?”고개를 돌리던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푸흡!입안에 있던 팝콘이 그의 얼굴에 뿜어졌고 그는 급히 몸을 일으키고 옷을 털었다.도아린은 웃으며 그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를 끌고 먼저 자리를 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도 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는 덩달아 크게 웃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한참이 지나서야 웃음을 그친 그녀가 그를 향해 물었다.“너무 심하게 웃었죠? 숙녀답지 않아서 내가 싫어진 거 아니에요?”그는 그녀를 마주한 채 길가의 울타리에 걸터앉았다.“나 잘 때 이도 가는데. 아린 씨는 괜찮아요.”“조금

  • 또 한 번의 거절   제568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한 것 같다. 아쉬울 것 없이 잘살 때는 감정이 바위처럼 단단하다가도 일단 저울의 균형이 무너지면 여러 가지 이유에 휩쓸려 원래의 단단함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만다. 강재민은 두 손을 천천히 가운데로 모으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울고 싶으면 맘껏 울어요. 다 털어버리고 이젠 깨끗이 내려놓아요.”부드러운 그의 목소리가 밤바람과 함께 그녀의 귓속으로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배건후는 그녀한테 첫사랑이었다. 그를 보면서 사랑에 대한 모든 환상을 품었고 몇 번이나 그에게 상처를 받아도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게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실망이 쌓이다 보니 아무리 깊은 감정도 사라지게 되는 것 같다. 현재 배건후에 대해서는 사랑보다는 가슴속에 맺힌 원망뿐이었다.멋대로 자신을 오라 가라 하는 그의 멸시가 원망스러웠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꾸만 다가오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고 강재민은 그녀의 등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그녀를 달래주었다. “내가 가서 그 나쁜 놈 혼내줄까요? 감히 내 여자를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아니요.”도아린은 그의 옷을 덥석 잡더니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그 사람 때문에 우는 거 아니에요.”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눈 밑에 희망이 차올랐다.“나 때문에 우는 거예요? 내가 아린 씨 괴롭혀서?”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피식 웃었다. “방금 영화관에서 일부러 그런 거죠?”이전부터 강재민을 알고 있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알고 지내게 된 건 그녀가 진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부터였다. 강재민의 천성은 뱀파이어처럼 변덕스럽고 악랄하며 때로는 오만방자하고 때로는 사악하고 독단적이었다. 귀신이 무서워서 사레까지 들리고 연약한 척 그녀한테 의지하는 건... 그의 본성이 아니었다.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 또 한 번의 거절   제569화

    “오랜만이야.”강재민이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그런데 손끝이 닿기도 전에 진경수가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주먹에 강재민은 비틀거리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겨우 멈춰 섰다. “경고하는데 내 동생 건드리지 마.”진경수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를 향해 손가락질했다.“또 한 번 내 동생한테 집적거리면 주먹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난 눈에 뵈는 게 없는 놈이니까.”“오빠...”“걱정하지 마. 오빠가 네 편이 되어줄 거니까.”진경수는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온화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변하였고 그가 강재민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아린이는 우리 진씨 가문의 귀한 딸이야. 강씨 가문이 아무리 명문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내 동생이 싫다면 넌 강요할 수 없어.”“오빠...”도아린이 그의 팔뚝을 잡고는 애교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재민 씨는 날 괴롭힌 적 없어요.”“똑바로 말해. 너 아까 울었던 거 아니야? 눈이 이렇게 새빨간데.”“운 건 맞아요. 하지만 화가 나서 운 게 아니라 재민 씨한테 감동받아서 운 거예요.”“들었지? 또 한 번만 괴롭히면 내가 정말 가만두지... 뭐라고?”진경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감동받았다고? 저놈이 무슨 짓을 했는데?”입가를 닦고 있던 강재민의 눈 밑에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내 진심에 감동받은 거지.”그가 앞으로 다가가자 진경수는 도아린을 감싸며 이리저리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나 결국은 강재민에게 도아린의 한쪽 손을 뺏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깍지를 끼고 진경수에게 보여줬다. “우리 애기가 내 마음 받아줬어.”우리 애기?진경수는 이를 꽉 물었다.그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여동생을 돌아보았다.“저 자식이 널 위협한 거라면 눈만 깜빡여 봐.”“오빠, 우리 두 사람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어요.”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얘기 끝난 일이에요. 만나보다가 안 맞으면 헤어지기로요. 매달리지

  • 또 한 번의 거절   제570화

    도아린이 재혼이라는 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반면, 강재민은 아무리 많은 연애를 했든 여자와 동거를 했든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어찌 됐든 초혼인 셈이다. 강씨 가문과 같이 명문 집안이라면 아마도 그 부분에 대해 꺼릴 것이다. 진씨 가문도 명문 가문이니 집안끼리 어울리기는 하지만 이혼녀인 도아린의 신분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강재민이 젊었을 때의 한을 풀기 위해 도아린을 만나는 거라면 진경수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중에 결혼 얘기가 나와 가족을 핑계로 도아린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길 바랐으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윤명희도 그런 점에 대해 똑같이 걱정되었고 고개를 돌려 강재민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강재민의 눈빛은 단호하기만 했다.“아린 씨가 절 거절하지 않는 이상, 절대 아린 씨 손 놓지 않을 겁니다. 저희 가족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린 씨가 상처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말을 하면서 그가 카드 지갑을 꺼내 도아린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 카드에는 스카이 빌딩의 수익금이 들어있고 이 카드에는 회사에서 나오는 배당금이 들어있어요. 그리고 이 카드는...”카드를 하나씩 소개하고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예요. 아린 씨한테 다 줄 거예요. 당신이 쓰고 싶은 대로 써요. 그리고 이 블랙 카드는 해외에서도 사용 가능하니까 마음대로 써요.”“나 이런 거 필요 없어요.”그녀는 바로 그에게 카드를 돌려주었다. 그러자 그가 카드 지갑을 진경수에게 건네주었다.“내일 카드 비밀번호들 다 바꿀 거야. 아린 씨 생일로 할 거니까 오빠인 네가 일단 가지고 있어.”진경수는 사양하지 않고 바로 주머니에 넣었다.“알았어. 내 앞에서 연기하지 마. 내 동생 괴롭히면 네 돈 다 털어버릴 거야.”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강재민은 윤명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윤명희를 보고는 그가 그제야 도아린의 손

  • 또 한 번의 거절   제571화

    강재희는 뒤돌아 엄숙하게 말했다.“해남에 좋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아. 네가 눈길을 한 번만 주면 모두 네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쓸 거야.”“하지만 나는 아린이가 좋아.”강재민은 손을 놓고 난감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이혼했던 사람이 아니라 애가 있다고 해도 난 좋아할 거야.”“너 정말 미쳤구나!”강재희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고 강재민의 곁을 지날 때 낮게 가라앉은 강재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도아린을 질투하는 거지?”강재희의 걸음이 멈추었다.강재민이 말했다.“그해 배건후가 누나를 구했을 때 누나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던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은 두 가문이 연락하지 말자고 했고 이건 명백한 거절의 뜻이었어. 누나의 자비감이 누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누나는 지금의 성격으로 변하게 된 거야. 만약 배건후가 이혼한 후 도아린에게 집적거리지 않고 빠르게 손보미와 결혼을 했다면 누나는 도아린에게 이 정도로 큰 적개심을 가지지는 않았을 거야. 솔직히 말해서 누나는 도아린이 배건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질투하는 거야.”강재희는 차갑게 친동생을 쳐다보다가 한참 후 한마디 내뱉었다.“너는 그 입이나 닥쳐!”...이튿날, 진범준과 진수혁은 도아린과 강재민이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진수혁은 아무 표정이 없었기에 기뻐하는지 분노하는지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 보아낼 수가 없었다.진경수는 강경하게 반대하였고 강재민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확신했다.진범준과 윤명희만 응원한다는 태도였다.오늘은 휴가이기 때문에 모두 외출하지 않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함께 고스톱을 쳤다.도아린은 고스톱의 룰을 알지만 다른 사람의 패를 기억할 줄 몰랐고 온전히 자신의 패만 보고 쳤다. 진수혁은 그녀의 뒤에 앉아서 패를 봐줬다.진경수는 강재민의 카드 가방을 내놓았다.“계속해요. 설마 이것들까지 다 지겠어요?”“미래 매제의 돈을 내놓을 생각을 하다니, 정말 비겁하네.”윤명희는 그를 놀렸다.“저는 세은이를 대신해서 그 사람

  • 또 한 번의 거절   제572화

    “악!”진옥경이 비명을 지르자 거실의 모든 사람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꽃다발을 들고 있는 강재민과 그걸 받아들려고 하던 도아린도 그녀에게로 시선이 향했다.“왜 그래요? 제 꽃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강재민의 얼굴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지만, 진옥경 모녀가 느낄 수 있는 불쾌감을 내뿜고 있었다.“아니, 아... 그게 아니라...”진옥경은 안민아를 쳐다보았고 안민아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꽃이 너무 예뻐서 놀라워서 그래요. 엄마가 기뻐서 그러시는 거예요.”“맞아요, 기뻐서 그래요.”진옥경은 딸의 말을 따라 한마디 덧붙였다.강재민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고 꽃을 도아린의 앞으로 내밀었다.“아린 씨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붉은 장미꽃이 제 열정적인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아린 씨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고마워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도아린은 꽃을 받아들고 가정부에게 큰 꽃병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진옥경은 딸이 또 자기를 꼬집을까 봐 얼른 손을 차화영 쪽에 놓았다. 역시 안민아는 또 손을 잡으려 했지만, 허탕을 치고 나서야 엄마가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자신의 손목을 꼬집었다.도아린은 강재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늘 말해왔었는데 지금은 강재민이 선물한 꽃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강재민을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순진하게도 그녀의 말을 믿었다.강재민의 시선이 갑자기 안민아에게로 향했다. 안민아는 미처 질투와 분노로 얼룩진 눈빛을 감추지 못했고 강재민과 눈이 마주치자 빠르게 시선을 피하고는 애써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두 분은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진씨 가문에서 구멍을 메꿔주기를 바라는 거예요?”강재민은 짐짓 엄숙해져서 마치 그들을 금방 본 사람처럼 굴었다.진옥경은 서둘러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도유준이 잘못한 일은 본인이 책임져야죠.”“안민아와 도유준은 부부이고 부

  • 또 한 번의 거절   제573화

    안민아는 대답하지 않았고 시선이 요동쳤다.차화영은 외손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는 빠르게 딸의 손을 뿌리치며 선을 그었다.“옥경아, 얼른 돌아가. 사건이 해결되면 다시 와.”그녀는 남은 인생을 편히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두 아들에게 달렸다. 사건이 뉴스에 나올 정도로 심각한데 만약 진씨 가문이 사건에 연루되어 무너진다면 그녀는 농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그녀가 남편을 잡아먹었다고 말하던 고향 사람들은 이번에도 그녀에게 자녀들까지 잡아먹었다는 죄명을 씌워 그녀를 탈탈 털려고 들것이다.진옥경은 물러서지 않고 손을 뻗어 차화영을 잡았고 차화영은 빠르게 피했다.“엄마가 독하다고 탓하지 마. 이번 일은 너무 심각해!”차화영은 마음이 약해질까 봐 딸을 쳐다보지 않았다. “엄마, 저를 도와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하지 않아요. 그런데 저한테 돌은 던지면 안 되죠. 발을 붙이고 쉴 곳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저희를 나가 죽으라는 거잖아요!”“사기를 칠 때는 이런 결말일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어요?”강재민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나른하게 도아린의 곁에 앉아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당장 돌아가세요. 오늘 당신을 본 적 없는 것으로 하죠.”진옥경은 예의를 차릴 여유가 없었고 불쾌하게 강재민을 쳐다보았다.“재민 도련님, 제 오빠와 올케도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저희 집안일에 참견하지 마시죠.”“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으신 건 당신의 체면을 고려해주었기 때문이죠. 당신이 스스로 분수를 알고 떠나길 바라는 거죠. 당신이 스스로 체면을 저버렸으니 저도 봐줄 필요가 없는 거고요.”강재민은 도아린을 힐끗 쳐다보았다. 요염한 그 시선에는 애정이 가득했고 다시 진옥경 모녀에게로 시선이 향했을 때는 한없이 차가웠다.“도유준이 안씨 가문과 함께 계략을 꾸며서 강씨 가문의 이름으로 사기를 쳤죠. 저는 이 사건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린 씨가 제 여자친구이기 때문에 아린 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 또 한 번의 거절   제574화

    안민아는 크게 기뻐하면서 세게 진옥경을 밀쳐내고 강재민의 앞으로 달아갔다.그녀는 도발적으로 도아린을 쳐다보고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재민 씨, 제 말은 다 사실이에요! 언니가 배건후한테 넥타이 클립을 골라주었는데 엄청 비싼 제품이에요! 언니는 처음부터...”짝!안민아의 얼굴이 돌아갔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강재민은 매너가 좋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그녀에게 손을 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이건 그저 경고일 뿐이에요.”강재민은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고는 쓰레기통에 툭 버렸다.안민아의 얼굴에 손을 댄 게 무척 더러운 것을 만진 것처럼 행동했다.“아린 씨를 모욕하는 말이 다시 내 귀에 들어온다면 이렇게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진옥경은 딸의 한쪽 얼굴이 빠르게 부어오르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자신을 제일 아끼는 차화영을 쳐다보았지만, 차화영이 못 본 척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 또 진범준 부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오빠, 올케, 민아가 맞고 있는 걸 보고만 있어?”“옥경 씨, 안과에 좀 가봐요. 민아가 맞은 것만 보이고 민아가 제 딸을 모욕한 건 안 보이나 봐요?”윤명희는 차갑게 피식거렸다.“그게 아니면 당신 딸의 체면은 중요하지만 제 딸의 체면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인가요?”진옥경은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안민아가 강재민에게 도아린의 행실을 고발하는 건 잘못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누가 도아린한테 그렇게 행동하라고 했는가!안민아 한 사람만 본 것도 아니고 배건후의 현재 여자친구도 봤다고 하니 강재민이 알게 되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그래요, 그래요!”진옥경은 연달아 말을 반복했다.“우리 모녀는 오늘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그녀는 안민아를 끌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는데 마치 이 가문에서 그들에게 빚진 게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윤명희가 딸을 보호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안민아가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듣고 강재민이 불쾌해할까 봐 걱정했다.그녀는 강재민의 반응을 계속 살폈고

최신 챕터

  • 또 한 번의 거절   제755화

    도아린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머리에는 수건을 둘러쓴 채,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과 종이쪽지를 찾았다.쪽지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지만 낯선 필체였다.비에 젖어 마지막 숫자가 번져 알아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그 주소는 한 개인 묘지 근처였다.도아린은 즉시 일북을 불러 함께 묘지로 향했다.묘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고 관리인이 다가와 말했다.“오후 5시 이후에는 방문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 발길을 돌렸다.다음 날 아침, 일북이 갑자기 도아린에게 말했다.“휴대폰 좀 주시겠어요?”“왜?”“제가 전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아가씨 근처에 있는 사람이 도청 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기록이 남도록 설정했어요.”도아린은 바로 휴대폰을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LY 임원 회의 때 내부 내용을 유출한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해 봐.”도아린이 수저를 내려놓자마자 일북은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말씀하신 회의 시간에는 이상 기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공항을 떠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상 신호가 감지됐어요.”도아린은 그 시간대를 곰곰이 되짚어 봤다.“그때 차 안에 있던 사람은 운전기사, 한 비서, 그리고 신지훈...”만약 한유미가 감청 장치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제 우산을 함께 썼을 때 신호가 감지됐을 것이다.“기사는 운전만 했고 그녀와 대화도 없었다. 그가 감청 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과연 누구를 감시하는 걸까?”“그렇다면 신지훈?”도아린은 어제 차 안에서 자신이 그에게 갑자기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가 보였던 이상한 반응을 떠올렸다.그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도아린은 출근 후 곧장 신지훈의 사무실을 찾았다.“도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 서류만 결재 마치겠습니다.”신지훈은 한유미에게 차를 내오라고 지시한 뒤,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도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사무실을 둘러봤다. 화분을 구경하기도 하고 벽에 걸린 그림도 한동안 감상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754화

    주머니 속에 한 장의 종이가 더 들어 있었다!도아린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공항을 떠날 때, 옷이 뭔가에 스치던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몰래 넣은 것이 분명했다.최근 계속해서 신지훈과 우연히 마주친 일을 떠올리며 그녀는 더욱 경계심을 높였다.신지훈은 굳어 있는 도아린을 보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혹시 제 차가 불편한가요?”“그런 거 아니에요.”도아린은 천천히 손을 주머니에서 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방금 문득 생각났어요. 돌아왔다는 걸 강재민 씨에게 알리지 않았네요. 아마 또 삐치겠죠.”“강재민이라...”신지훈이 이름을 곱씹듯 중얼거렸다.“그 유명한 보석 브랜드 대표도 강 씨인데, 최근 표절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죠. 도 대표님과의 사이도 그리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그건 그분 아버지 사업이고 강재민 씨는 그저 스카이 빌딩을 운영하고 있죠.”도아린이 신지훈의 미묘한 눈빛을 마주하며 미소 지었다.“못난 배지유 덕분에 스카이 빌딩은 한동안 엠파이어 빌딩의 고객들을 꽤 많이 빼앗아 갔죠. 제 인맥으로 이 상황을 만회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신지훈은 코웃음을 쳤고, 눈빛에는 미세한 경멸이 스쳤다.“강재민 씨 방식이 못마땅한 건가요? 아니면 배지유가 제 가족을 배신한 게 못마땅한 건가요?”“둘 다요.”탁. 탁.신지훈이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장난스럽게 튕겼다.“배지유는 남은 다리까지 못 쓰게 됐다던데요. 이제 남은 인생이 순탄치 않을 거예요. 하늘도 결국 정의를 베푸나 보네요.”신지훈의 시선이 갑자기 도아린을 향했다.도아린은 아무렇지 않게 바짓단을 살짝 걷어 하얀 발목을 드러냈다.그리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정의가 있다면 인신매매범부터 싹 다 처단해야죠. 아무리 그놈들을 언젠가 다 잡아들인다 해도 피해자들의 삶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한유미가 뭔가 말하려다 망설였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신지훈의 눈에 잠깐 감탄의 빛이 스쳤고 곧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753화

    남자는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더니 이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창밖의 빗방울이 마치 도아린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고 그녀의 눈에도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그녀는 또다시 배건후를 닮은 실루엣을 본 것이다.“착각일까?”요즘 도아린은 누구를 봐도 배건후처럼 보였다.“아니면 그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가 정말로 죽었는지 나한테서 확인하고 싶은 걸까?”띠링.남자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그는 화면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도아린은 무심히 넘기려 했지만 자신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 남자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음을 깨달았다.이번에 본 이 남자는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배건후와 닮아 있었다.도아린은 결혼했을 때의 탄탄했던 그의 체격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혼 후, 배건후는 눈에 띄게 말라갔었다...공항 출입구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누군가는 날씨를 원망했고 누군가는 차가 늦게 오는 것에 불평했다.비를 뚫고 나가려던 사람들은 이내 돌아왔고 거센 바람에 공항 내부까지 빗물이 들이쳤다.바닥은 흠뻑 젖었고 사방이 소란스러웠다.그 남자는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음을 감지한 듯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사람이 많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도아린이 젖은 바닥을 밟고 미끄러질 뻔했고 순간적으로 옆 사람을 붙잡았다.“죄송합니다!”“도 대표님?”신지훈이 그녀의 팔꿈치를 받쳐주며 웃었다.“방금 막 도착하셨나요? 설마 우리 같은 비행기 타고 온 건 아니겠죠?”“그럴 리가요.”도아린이 황급히 손을 떼고 주위를 살폈지만 이미 남자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출입구를 둘러보았지만 차가 도착한 흔적도, 비를 맞으며 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누구 찾으세요?”신지훈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신 대표님은 마중 나온 사람이 있나요?”“곧 도착할 겁니다. 도 대표님은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신지훈이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752화

    서대은의 메시지를 본 순간, 도아린은 온몸이 굳어버렸다.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보스, 다음 생에는 부하로 남을게!]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전원이 꺼져 있었다.혹시라도 무모한 짓을 저지를까 봐 도아린은 서둘러 주작 팀원들에게 연락해 서대은을 찾아보라고 했다.진경수가 조깅하러 나왔다가 테라스에 앉아 있는 도아린을 발견했다.그 모습을 본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밤새 못 잤어?”놀란 도아린이 뒤돌아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그냥 일찍 일어난 것뿐이에요. 오늘 비가 올 것 같아서 연성 가는 비행기 표를 바꿀까 고민 중이었어요.”“조금 더 쉬었다 가지 그래?”진경수가 도아린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열은 없었다.그는 쪼그리고 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넌 이미 충분히 애썼어. 너무 무리하지 마.”“어차피 모건 그룹은 배씨 가문의 것이잖아. 네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 모르지만 팔 수 있으면 파는 게 나아.”물론 배건후가 회사를 자발적으로 넘긴 것이었지만 도아린이 그것을 받아들이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게 뻔했다.사람들은 분명 도아린이 재산을 탐내서 배건후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고 수군댈 것이었고 겉으로는 선을 긋는 척하면서도 결국 돈 앞에서는 한없이 유약하다고 말할 터였다.진경수는 동생이 결혼을 서두르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부당한 오해를 받는 것은 원치 않았다.“알았어요.”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에 살짝 스치는 날 선 눈빛을 진경수는 보지 못했다.아침 식사 후, 윤명희가 그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출발하기 전, 윤명희는 딸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애틋한 눈길을 보냈다.“무슨 일이 있으면 꼭 집에 연락해. 혼자서 다 짊어지지 말고!”“참, 강씨 가문에서 표절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어. 네 디자인을 표절한 제품은 세 배 가격으로 전량 회수하고 회수한 제품은 전부 소각 처리하기로 했대.”“회수되지 않은 것들은 판매가의 두 배를 배상할 거고 경수가 계속 지켜

  • 또 한 번의 거절   제751화

    서대은은 처음엔 아버지의 병 때문에 도아린을 배신했다.하지만 도아린은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급해하지 말라며 위로했고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했다.심지어 청룡 쪽의 자원을 동원해 그의 아버지에게 맞는 장기를 찾아주려고까지 했다.하지만 지금, 그는 다시 한번 도아린을 배신했다.아니, 이번엔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날카로운 단검을 꽂는 행위나 다름없었다.서대은은 도아린을 지켜야 할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자기 두 손으로 배신의 칼끝을 도아린의 심장 깊숙이 찔렀다.“보스, 미안해!”“서대은!”서대은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어린 얼굴에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차가운 어둠이 서려 있었다.그는 무표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육청아가 그를 발견하고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비웃으며 길을 비켜주었다.“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어.”서대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방 안을 둘러봤다.둘만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금 하고 있는 이 사업, 현무도 알고 있어요?”서대은의 말에 육청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대답이 없었다.서대은은 거침없이 이어갔다.“나도 끼워줘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 회의에서 라윤주의 선발에 끝까지 반대할 겁니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예요? 서대은 씨가 반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육청아는 비웃으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그러나 서대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육청아 씨, 내 손에 있는 증거만으로도 당신을 감옥에 보낼 수 있어요. 누가 다음 라윤주가 되든, 결국 당신은 모든 걸 잃게 될 겁니다.”육청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그러나 이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서대은! 설마 당신도 도아린 그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그녀는 손뼉을 치며 비웃었다.“대체 도아린이 뭐가 그렇게 좋아서 남자들이 하나같이 미쳐 돌아가는 거지? 하지만 서대은 씨, 그 여자는 아버지 일 때문에 당신을 평생 용

  • 또 한 번의 거절   제750화

    “아린아, 나 찾았어? 의사랑 지유 상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거든... 무슨 일이야?”신지훈은 유리 너머로 도아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바로 떠나지 않았다.도아린은 코를 긁는 손짓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 물었다.“어머님, 건후 씨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 갔어요?”“난 안 갔어...”주현정은 후회와 죄책감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와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을 때 주현정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 배건후의 장례식은 이미 끝나 있었다.우정윤은 배건후가 누명을 썼다는 것과 회사에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주현정에게 모두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배건후의 사망 소식을 일단 숨기고 회사를 안정시킨 후에 발표하자고 조언했다.주현정은 아들의 마지막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그의 얼굴은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수술로 다소 복구되었지만 사망 후에는 변형이 심해져서 보기만 해도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그래서 대부분 우정윤이 나서서 처리했다.“그 말은...”도아린은 깊은숨을 쉬며 점점 더 창백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말인즉 주현정도 배건후의 시체가 온전한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우 실장님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야.’도아린이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현정이 물었다.“아린아, 하고 싶은 말이 뭔데?”그녀는 조금이라도 진정하려고 다리를 움켜잡으며 말투를 조절했다.“제가 확인한 후에 말씀드릴게요.”“아린아,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스스로 잘 챙겨야 해...”“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이 도아린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더 이상 전화를 끊지 않으면 더 이상 감정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신지훈은 차기 차 쪽으로 돌아가며 계속해서 돌아보았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도아린을 바라보며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쇼핑백을 안쪽으로 던졌다.차를 몰고 돌아가려 할 때, 갑자기 누가 그를 부른 것만 같이 발걸음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신지훈은 잠시 얼굴을 찡그리며 차 안을 둘러

  • 또 한 번의 거절   제749화

    하지만 서대은은 계획한 것대로 말하지 않았다. 청룡과 주작이 반대했기 때문에 현무와 백호의 의견이 일치하더라도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웠다.그래서 강재민은 그냥 순순히 동의하는 척하면서 더 기다려보자는 선택을 했다.서대은 때문에 그들의 계획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서대은은 발밑에 있는 유리컵을 한번 훑어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육청아 씨, 저랑 정면으로 싸울 생각이세요?”육청아는 손에 위스키 한 잔을 들고 의자에서 내려왔다.잔을 흔들릴 때마다 얼음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아린 씨가 대은 씨를 믿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쪽 아버지 병이 갑자기 나았다는 걸 아린 씨가 알면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서대은은 시선을 내리며 타오르는 분노를 감추었다.“제 아버지의 몸으로 협박할 생각 마세요!”육청아는 혀를 차며 서대은의 모습을 비웃었다.“대은 씨 아버지가 받은 장기가 누구 것인지 알아요? 그쪽은 모르겠지만 제가 살짝 입을 열기만 해도 아린 씨는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뭐라는 거죠?”서대은은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기고는 펜던트를 티셔츠 안에 숨겼다.서대은은 도청 장치를 끈 것이었다. 도아린은 이어폰을 뺐다.‘대은이 아버지가 퇴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장기 이식을 받았기 때문이었어? 청아 씨말에 따르면 나랑 연관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고 손끝이 바들바들 떨려왔다.‘그럴 리 없어!’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려 했지만 손끝이 너무 떨려서 그만 놓쳐버렸고 휴드폰은 미끄러져서 틈새로 떨어졌다.도아린이 몸을 숙여 휴대폰을 주울 때, 누군가가 전화를 받으면서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정말 세상이 넓어서 그런지 별 사람이 있더라고... 상황만 괜찮다면 내가 본때를 보여줄 텐데!”“신 대표님!”도아린의 목소리에 신지훈이 뒤를 돌아보았다.해남시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서 도아린을 만날 줄 몰랐는지 그는 잠시 멈칫하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도아린 대표를 만났어. 다음

  • 또 한 번의 거절   제748화

    꽃 모양으로 된 테이블에 네 개 조직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비어 있는 자리는 ‘라윤주’의 자리였다.도아린은 서대은의 오른쪽에 앉았고 옆에는 현무 조직의 강재민과 육청아가 있었다.육청아는 도아린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가끔 그녀를 힐끗히 쳐다봤다. 마스크를 통해서도 그녀의 질투와 혐오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마주 앉은 청룡과 ‘라윤주’는 오랜 친구였다. 온라인에서의 대화를 나눌 때는 익숙한 패턴이었지만 만나게 되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아현’이라는 이름으로 비밀조직 LY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네 명의 최고 책임자들을 만났었다. 그때 청룡은 지금과 다른 느낌이었지만 말이다.청룡은 그녀에게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는 듯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상태인데 이제 새로운 책임자를 뽑아야 되지 않나요?”백호가 청룡을 보며 말했다.“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청룡은 도아린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유럽식 더블브레스트 코트를 입고 가죽 장갑을 끼고 있는 그는 여전한 옷차림에 여전한 목소리였지만 도아린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3년을 기다렸어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죠?”백호는 주작을 보며 말했다.“그쪽 의견은 어때요?”주작은 손으로 턱을 받친 채 부드럽게 말했다.“다들 알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당연히 ‘라윤주’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서대은의 대답은 이전에 육청아와 약속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가 살짝 움직이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강재민이 책상 아래서 그녀의 발을 차며 입을 다물게 했다.육청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도아린을 노려보았다.백호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손가락을 책상 위에서 튕기며 강재민을 바라봤다.“현무 쪽 의견은 어때요?”강재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바꾸는 건 명분도 없고 순서도 맞지 않으니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

  • 또 한 번의 거절   제747화

    그녀는 갑자기 육하경이 차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면 집에도 분명히 설치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도아린은 급히 일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빌라 안에 핀홀카메라랑 도청 장치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말이다.그녀가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강재민이 문을 두드렸다.“아린 씨, 쉬고 있어요?”“아직이요.”도아린은 문을 열며 잠옷을 들고 있는 손을 보여주었다. 마치 갈아입으려는 모습이었다.“무슨 일이죠?”“육하경 그 자식이 방에 핀홀카메라를 설치했어요.”강재민은 손에 뜯어낸 장비를 들고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제가 방을 확인해 볼게요!”도아린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뭐라고요?”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그를 방 안으로 들였다.강재민은 핸드폰에 설치되어 있는 앱으로 벽을 점검하고 콘센트도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화장실과 드레스룸도 꼼꼼히 점검했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문 앞에 서며 말했다.“아린 씨 방에는 없어요.”도아린은 살짝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처음 하경 씨를 만났을 때, 하경 씨는 도둑 잡는 걸 도와주고 있었는데 제가 하경 씨를 도둑으로 오해했었어요. 하경 씨는 좋은 일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니까 결론은 하경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그럼 아린 씨는 제가 자작극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강재민은 자신이 육하경에게 속았다고 느꼈다. 일부러 핀홀카메라를 발견하게 내버려두고 도아린에게 고자질하도록 유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도아린에게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냥 재민 씨가 오해한 걸 수도 있다는 거죠.”“저는 오늘 하루 종일 아린 씨와 함께 있었어요. 이런 걸 할 시간이 없었다고요!”강재민의 손에 들린 장비가 증거였다.도아린은 그것을 한 번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그냥 하경 씨가 한 거라고 칩시다. 별일 없으면 저는 샤워하러 가야겠어요.”‘그냥이라니 무슨 뜻이지? 그래도 여전히 내가 의심스러운 건가? 분명히 육하경 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