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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작가: 온유
김지민은 잔뜩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 당연히 아이는 배석준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없으면 어떻게 배석준을 묶어둘 수가 있겠는가?

사실 이 아이는 술집에서 만난 원나잇 상대의 아이였다.

“회장님 아이예요.”

김지민은 눈물을 쏟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도 처음 알았을 때는 많이 놀랐어요. 병원에서 잘못 진단한 줄 알았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도 결과는 똑같았어요.”

“회장님께서는 매번 느낌이 올 때만 콘돔을 사용하셨잖아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그렇게 하면 피임 성공률이 80%에 불과하대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아이가 태어난 후 유전자 검사 하세요. 그때가 되면 제가 회장님을 속였는지 아닌지 알게 되실 테니까.”

그녀의 말에 배석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솔직히 콘돔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네가 누구의 아이를 가졌든 난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매달리지 마. 계속 이러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어떻게 이리 모질게 절 대할 수가 있어요? 아이를 가지게 만들어놓고 지금 저한테 죽으라는 거예요?”

김지민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밖으로 걸어나가 복도에 털썩 주저앉았다.

“불쌍한 내 아가. 넌 결국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랑 함께 죽게 되는구나. 아빠, 엄마. 제가 못난 자식이에요. 더는 아빠 엄마 곁에 있을 수 없게 되었어요.”

배석준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화가 치밀어 올라 혈압도 높아졌다.

김지민에게 입 닥치라고 하면 할수록 울부짖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이내 간호사들과 환자들이 달려와 주위를 에워쌌다.

그녀의 옷은 흐트러지고 다리는 걷어차인 탓에 울긋불긋 멍이 들어 있었다. 김지민이 처참히 울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혐오감과 경멸로 가득한 눈빛으로 배석준을 바라보았다.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절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정말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고 이런 일은 가족 간의 갈등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사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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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5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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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윤은 왜 그러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남자의 창백한 안색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고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괜찮으신지...”배건후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30분 후, 배건후는 육청아가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그녀는 손보미와 한창 뭔가를 축하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손에 와인을 들고 있었다. “건후 씨? 여긴 어쩐 일이야?”손보미는 급히 술잔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일어나더니 육청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반면, 육청아는 그녀보다 훨씬 침착해 보였고 미소를 지으며 그한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보미 씨가 기분이 안 좋아서 위로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배 대표님이 오셨으니까 보미 씨의 기분도 많이 좋아졌을 거예요.”옆에 있던 손보미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즘은 왜 나 찾아오지 않았어? 난 건후 씨가 정말 날 버린 줄 알았잖아.”배건후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힐끔 쳐다보고는 손보미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나 좀 봐.”말을 마친 그는 바로 서재로 향했다.손보미는 걱정스러운 듯 육청아를 쳐다보았고 걱정하지 말라는 육청아의 눈빛을 보고 나서야 그를 따라 서재로 갔다. “청아 씨 말로는 당신이 다쳤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은 거야?”그녀는 말을 하면서 남자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배건후는 팔꿈치로 그녀의 손길을 막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지유한테 네가 차를 빌려줬어?”손보미는 입술을 깨물며 잔뜩 겁먹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지유가 빌려달라고 해서 거절하기 힘들었어. 왼쪽 다리를 다친 것뿐이니 운전에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지유가 사람을 쳤어.”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고개를 떨구며 손을 맞잡았다.“그래?”그녀의 반응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배건후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엄청난 압박에 그녀는 식은땀이 났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18화

    “일단 만나봐.”강재희는 테이블 옆에 있는 강태식의 발을 살짝 건드리며 눈짓했다.한편, 서재를 나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강태식은 화를 벌컥 냈다. “너까지 왜 그래?”“아버지, 다음 주에 보스를 뽑을 거예요. 일단 재민이를 달래서 주도권을 잡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잖아요.”“재민이가 만약 보스가 된다면 우리 강씨 집안은 더 많은 자원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그때 가서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해도 뭐 어쩌겠어요?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고.”“저놈이 쉽게 내 뜻에 따를 놈이더냐?”강태식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놓고 반대를 했으니 분명 다른 방법을 생각할 거야. 재민이를 속였다가 나중에 알기라도 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놈 아니냐?”“하지만 지금은 보스의 자리를 손에 넣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요. 나중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쩌겠어요? 그렇다고 회사를 제 손으로 망치기야 하겠어요?”문밖에 서 있던 강재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입가의 사악한 웃음은 더욱 차갑고 매서워졌다. 한참을 서 있던 그가 자기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도아린은 강재민한테서 걸려 온 영상통화를 받았다. 통화버튼을 누른 뒤, 그녀는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고 책꽂이로 가서 책을 찾았다.“무슨 일이에요?”“보고 싶어요.”예고도 없이 훅 들어오는 그의 직구가 그녀는 아직도 익숙지가 않았다. 그녀는 책상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손에 쥐었고 영상 속 강재민은 밝은 그레이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다. 부드러운 잠옷 아래 탄탄한 그의 상체가 어렴풋이 드러났다. 키가 큰 남자는 창가에 서 있었고 달빛이 그의 조각 같은 옆모습에 내려앉아 더욱 매력적이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그가 흡혈귀가 아닌 늑대인간처럼 보였고 둥근 달이 떠오르면 변신할 것만 같았다. “주작한테서 들었는데 새로운 보스를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재민 씨는 관심 없어요?”담담하게 묻는 그녀의 말에 그가 되물었다. “아린 씨는 내가 경선에 나서길

  • 또 한 번의 거절   제617화

    “난 반대야.”강태식은 찻잔을 테이블 위에 세게 내려놓으며 말했다.한편, 강재희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강재민을 쳐다보았다.나른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는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강태식이 화를 내는 모습에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유나 들어보자. 왜 싫은 건데?”강태식과 강재희는 LY조직에서 강재민의 지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음 주에 새로운 보스를 뽑는다는 걸 알고 기뻐했다.강재민의 능력으로 만약 그가 새로운 보스로 선택된다면 강씨 가문에는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강재민은 그 자리를 쟁취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강재민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검은 보석의 단추만 쳐다보며 이리저리 만져보았다.“원한다면 쟁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요. 아린 씨와의 결혼을 허락해 주세요.”“그건 안돼.”강태식은 화를 벌컥 내며 고집을 부리는 아들을 노려보았다.“너만 원한다면 좋은 여자들이 줄을 설 텐데 왜 하필 그 여자야?”이 일에 대해 강재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타협한 게 아니라 강재민이 강태식의 허락을 받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아버지의 허락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재민은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그저 나른하게 소파에 앉아 다리를 접었다. “그런 저도 못합니다.”“네가 지금 날 협박하는 것이냐?”“협박은 아니고요. 연성의 프로젝트는 이미 중단되었고 LY조직의 사람들이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주인이 바뀌게 될 겁니다. 해외에 있는 제 회사들은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강씨 가문의 국내 자원은 분명 영향을 받게 되겠죠.”그가 담담한 얼굴로 강태식을 힐끗 쳐다보았다.“아버지가 전에 하신 일들에 대해 제가 다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만약 누가 그 일들을 끄집어내기라도 한다면 아버지의 명성에 큰 오점이 남게 되겠죠.”“너 이 자식...”강태식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게 협박이 아니면 뭐라 말인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616화

    “어젯밤 교통사고 현장 CCTV 영상 찾아서 보내줘.”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도아린은 서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나도 할 얘기가 있어. 만나서 얘기해.”두 사람은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차에 올라탄 후 그녀는 진씨 가문의 하인에게 전화를 걸어 진옥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당부했다.진씨 가문의 하인이 병실 밖에서 지키고 있는 걸 사실 차화영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도아린에게 남아서 간호를 하라고 강요했다. 딸의 사고가 당한 건 모두 도아린의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페에 도착한 도아린 씨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10분 뒤 서대은이 도착하였다. 그의 옷차림은 여전히 대학생과 같았고 이번에는 머리를 옅은 그레이 컬러로 염색하였다. 그가 다가와 웃으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어때?”그가 머리를 살짝 흔들며 핸드폰을 도아린에게 건넸다.“성숙해 보여.”그녀는 그의 머리를 힐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이고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 속, 빨간 람보르기는 과속한 상태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고 신호등을 지나칠 때 차에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반복해서 영상을 살펴보았지만 운전자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긴 머리를 보니 분명 여자였다. “빛이 나는 곳을 나도 자세히 봤는데 옷 장식인 것 같아.”커피 두 잔을 주문한 서대은은 자신의 컵에 설탕 두 개를 넣고 한 모금 마셨다. 그러나 여전히 달지 않아서 설탕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도아린은 그를 올려다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전에는 단 거 안 좋아했었잖아.”그 말에 눈빛이 변하던 그는 뭐라 설명하지 않았다.“뒤에 봐봐. 그 차가 도주한 후의 영상을 하나 더 찾았어.”그가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보고 그녀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계속해서 영상을 쳐다보았다. 사고 현장을 떠난 람보르기니는 CCTV가 없는 구간을 지나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운전자가 바뀌어있는 상태였다. 앞 유리가 깨져서

  • 또 한 번의 거절   제615화

    진옥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고 그 눈빛 속에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찼다. “내가 진씨 가문으로 돌아온 게 싫고 민아의 모든 것을 내가 빼앗아 갔다고 생각했으면 나한테 복수를 했었어야죠.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에요. 당신들이 진씨 가문에 가져간 모든 걸 다 되찾아 올 생각이에요.”진옥경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고 원망의 눈빛은 점차 애원의 눈빛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도아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거 알아요? 당신이 사고가 나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당신 남편은 병원비조차 부담할 생각이 없었어요. 당신의 목숨은 우리 진씨 가문에서 구해온 거예요. 그러니까 악착같이 살아요. 가족에게 못된 짓을 한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이때, 기계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도아린은 급히 벨을 누르고 의사들을 찾아갔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야 합니다.”중환자실을 나서자 차화영이 눈물을 훔치며 달려왔다. 진옥경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던 그녀는 도아린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병원비 내러 왔어요.”순식간에 말문이 막힌 차화영은 병실에서 의사가 응급처치를 하는 것을 보고 급히 물었다.“옥경이는 어떻게 됐어?”“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의사 선생님께는 돈이 문제가 아니니 최선을 다해 구해달라고 부탁했어요.”그 말에 안색이 조금 밝아진 차화영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진작에 돈을 빌려줬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 결국은 이 모든 게...”도아린의 매서운 눈빛을 눈치챈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차화영은 진옥경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린 일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진옥경이 살해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려하자 진범준은 그제야 그녀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있는 딸의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우리 딸, 옥경아.”“전 일이 있어서 이만...”“

  • 또 한 번의 거절   제614화

    성대호는 그녀의 반응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할 때, 그가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모든 건 다 나한테 맡겨.”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꾹 누르며 애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잘해주는 건 오빠밖에 없어.“일단 밥부터 먹자. 이 일은 친구한테 부탁해 볼게.”그는 도시락을 그녀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안의 반찬들을 본 순간 그녀는 눈빛이 달라졌다.대학 다닐 때 학교 식당에서도 먹지 않았던 반찬들이다. 청경채 볶음, 야채 고기볶음, 고기볶음은 거의 기름진 고기뿐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걸 보면 생활이 이렇게 궁핍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빠의 도움이 없는 서씨 집안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어울릴 수가 있겠는가?다행히 주제 파악은 되는 건지 키스는 하지 않았네...배지유는 이런 음식을 거들떠보기도 싫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 끼도 먹지 않아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도저히 넘어가지 않았다. 배달 음식을 주문해달라고 말을 하려는 그때, 그가 창가에 서서 전화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난처한 듯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눈빛이 어두웠다.어려운 일인가?능력이 안 되는 건 아니고?교통사고일 뿐이잖아.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여자가 먼저 스스로 뛰어든 것인데...잠시 후, 성대호가 전화를 끊자 그녀는 급히 물었다.“어떻게 됐어?”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앉던 그는 한동안 침묵했다.“일반적인 부상이라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사람이 죽었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해. 손보미의 차이긴 하지만 건후는 분명 손보미를 도와 이 일에서 빠져나가게 할 것이고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겠지.”배건후가 손보미는 도와주고 자신을 돕지 않는다는 말에 배지유는 도시락을 식탁에 던져버렸다. “우리 오빠는 정말 여자밖에 모른다니까. 손보미 그 여자가 얼마나 더러운

  • 또 한 번의 거절   제613화

    해남은 연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처리를 함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배지유의 오빠니까 여동생을 찾는 이유로 체크인 정보를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성대호를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같은 시각, 낡은 아파트 안.핸드폰을 꽉 쥐고 초조하게 소파에 앉아 있던 배지유는 성대호가 돌아오자 눈을 반짝였다. “어떻게 됐어?”성대호는 포장해 온 음식 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살리지 못했대. 이미 죽었어.”“뭐?”그녀는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온몸이 차가워졌다.눈을 감으면 온통 사람을 치던 장면이었다. 청부살인과 달리 직접 사람을 치어 죽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어젯밤 그녀는 밤새도록 악몽을 꿨다. 그 사람이 현장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보이지 못하였지만 차에 치이는 순간, 일그러져있던 그 사람의 얼굴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잔뜩 긴장했던 마음은 그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내 잘못이 아니야. 정말 내 탓이 아니라고. 그 여자가 스스로 뛰어든 거야.”배지유는 성대호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던 그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어떤 상황이든 배지유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지 않았고 늘 상대방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사람이었다. “알아.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 사람은 결국 죽었고 넌 어젯밤에 도망쳤어. 그러니 뺑소니 사건으로 처리될 거고 넌 최소한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거야.”“나 감옥에 가기 싫어. 싫다고. 감옥에 가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정말 죽고 싶은 거야?”그 말에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고는 눈물을 닦았다. 성대호는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아끼고 보호했으며 그녀를 위해 배건후의 반대편에 서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에게서 왠지 모르게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성대호는 다정하게 그녀를 쳐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 또 한 번의 거절   제612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육청아는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뒤따라갔다. “도아린 씨. 계단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배 대표님을 보러 온 사실이 가려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요. 재결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왜 배 대표님을 보러 병원에 온 건가요? 배 대표님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건가?”도아린은 그저 뒤에 껌딱지가 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그녀의 모습에 육청아는 얼굴이 일그러졌다.강재민의 경고와 배건후의 태도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도아린 같이 별 볼 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가 이렇게 훌륭한 두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니. 그것도 모자라 도아린을 차지하기 위해 두 남자는 엄청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그녀는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감히 반박하지 못하는 걸 보니 맞나 보네요.”육청아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진작에 당신의 속셈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경멸이 가득 찬 얼굴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 뒤로 두 걸음 물러선 도아린은 그녀의 손에 도시락통이 들려있는 것을 발견하였다.이 미친 여자가 설마 이걸로 날 때리는 건 아니겠지?두렵지는 않지만 먼저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예요?”“당신 진심이요. 당신 마음속에 아직 배 대표님이 있는 거죠?”한편, 주삿바늘을 뽑고 외투를 걸친 채 병실을 나선 배건후는 모퉁이를 돌다가 육청아와 도아린이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남 얘기를 엿듣는 것이 부도덕하기는 하지만 듣고 싶었다. 도아린의 진심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아니요.”도아린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거짓말하지 말아요.”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육청아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배 대표님한테 마음이 없다면서 왜 배 대표님이 추천한 배우를 쓴 거예요? 마음이 있으니까 배 대표님이 다쳤다는 소식에 이리 병원에 온 거 아닌가요?”“난 그 사람이 다친 줄도 몰랐어요. 알았다고 하더라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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