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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이 말은 그녀를 알아본 게 아니라, 배건후를 알아본 것이었다.

게다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육하경도 매우 놀라며 말했다.

“이 말, 경주마인가 보네. 상도 많이 탔을 것 같은데?”

도아린은 문득 그때 부잣집 사모님들과 경마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녀가 마지막에 역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말 덕분이었는데, 이름이 번개'였던 것 같다.

당시 그녀는 번개가 예쁘긴 했지만 어리고 경험이 부족할 거라 생각해서 번개보다 덩치가 큰 다른 말을 고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때 배건후는 그녀에게 자신의 눈을 믿으라고 했고 그래서야 겨우 국면을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배건후는 그냥 아무렇게나 조언한 게 아니라, 말의 습성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연성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승마를 배우며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니 재벌가 도련님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혈통 좋은 말 몇 필씩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큰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말은 극소수였다.

“만져봐도 돼요?”

도아린은 배건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배건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허공에 들어 올렸다.

번개는 움직이지 않고 큰 눈으로 배건후를 빤히 쳐다보며 마치 거절하는 듯했다.

“번개야.”

남자는 나지막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번개는 발을 몇 번 구르더니 천천히 걸어와서 도아린의 손에 머리를 살짝 스치듯 댔다가 물러섰다.

도아린: “얘 암컷인가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육하경이 가볍게 웃었다.

“건후 씨는 암컷한테 인기가 많잖아요.”

배건후: “...”

남자는 선천적으로 승부욕이 있는 법이다.

“오랜만에 말이나 탈까? 두 바퀴 돌지?”

육하경은 배건후처럼 전문 훈련을 받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티베트 지역을 누비고 다녀서 승마 실력만큼은 수준급이었다.

도아린은 원래 같이 가서 말을 고르려고 했지만, 도정국의 전화가 재촉하듯이 들어왔다.

그녀가 돌아서려는 찰나, 배건후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남자는 외투를 그녀에게 던져주며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하경이가 나한테 질까 봐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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