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석은 신수민의 5 년 전의 일 덕분에 겨우 그녀의 손에서 사장 자리를 빼앗아왔다.그가 신씨 가문의 사업을 이어 받은 후 사업은 순조롭지 못하였고 첫 몇 년은 그나마 신수민이 완벽한 메커니즘을 구축한 덕분에 그나마 돈을 벌 수가 있었다.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의 능력치는 점차 드러났고 부적절한 채용으로 인하여 회사는 결국 손실까지 입고 말았다.만약 이런 시점에서 신수민이 돌아온다면 할머니는 그녀에게 회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자신도 할머니를 더 이상 속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금 위치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지금 그녀가 이렇게 기고만장해 있는 것이 딱 신민석이 바라던 것이었다.신영식은 신민석이 자신의 딸에 대해 함부로 말하자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내 딸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게. 지금 우리보다 더 좋은 별장에서 잘 살아. 우리 지금 이 별장이야 한 채에 9억 정도 밖에 안 하는 작은 거지만 걔는 지금 독채에 살고 있어!”“말도 안 돼요. 삼촌, 지금 거짓말하시는 거죠?”신민석이 웃었다.“신영식, 네가 방금 한 말 다 사실이야? 이태호한테 별장 살 돈도 있어?”왕사모는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신영식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사실은 이태호가 산 게 아니고, 용우진이 선물로 준거에요. 용안 별장구에 있는 별장이에요.”“용안 별장에 있는 별장이라고?” 왕사모는 용안 별장구란 소리에 너무 놀랐다.“거기에 있는 별장 가격이 꽤 할 텐데. 그런 걸 용우진이 어떻게 이태호에게 줄 수 있어? 아무래도 둘 사이가 심상치 않아!”“설마요, 거기 별장 몇백 억씩 하잖아요. 도대체 둘이 무슨 사이란 말이에요?”신민석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원래 그들은 신수민을 이영호과 결혼시켜 둘의 정략결혼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연줄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이태호를 핑계로 용 씨 가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더 잘된 일이었다. 신씨 가문은 2류 집안에 불과하지만 용씨 가문은 1류가 아닌가.
신민석이 그렇게 말하니 왕사모는 체면이 서지 않았지만 그 프로젝트를 생각하자 얼굴을 찌푸리며 신민석을 향해 말하였다.“너 혹시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네, 있어요!”신민석은 이를 악물고 말하였다.“할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써서 용지혜를 잡을게요. 만약 그 집 손녀만 잡는다면 입주 명단은 아주 간단한 일이 될 거예요. 안 그래요?”“네가 한 말 믿어도 돼? 시간이 별로 없어!”신영식은 신수민이 신민석의 자리를 위협할까 봐 이러는 걸 자연스레 눈치채고 있었다.“그럼요, 삼촌. 제 능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저한테 일주일만 시간 주세요. 무조건 해결해 올게요!”신민석이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까지 호언장담하였다.신민석의 이렇게까지 말하자 신영식도 할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한마디 하였다.“어머니, 그때의 일은 어머니께서 좀 심하셨어요. 수민이 그때 배도 불러왔는데 그렇게 쫓아내다니 아직까지 화날만해요...”신영식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왕사모는 그의 말을 가로챘다.“신영식, 너 무슨 뜻이야? 설마 내가 그 애한테 가서 사과라도 하길 바라는 거야? 그래서 집에 데려오길 바라?”신영식은 자신의 어머니가 역정을 내자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라, 어떻게 어머니께서 사과하실 수 있겠어요?”여기까지 말한 신영식은 계속 이어서 말하였다.“제 말 뜻은 우리도 이렇게까지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 만약에 민석이가 해결 못하면요? 우리도 뒷길은 만들어 놔야죠. 돌아볼 여지는 만들자는 거예요.”왕사모는 신영식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그래, 뭐 다른 뾰족한 수라도 있는 거야?”신영식이 입을 열었다.“어머니, 사실은 수민이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수민이를 용서했으니 수민이도 그때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불가하지 않겠다고요. 단지 다시 돌아와서 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수민이는 이제 자신은 이태호에게 시집간 몸이니 그와 거기서 살고 싶다고 하더군요. 여기에
이태호의 집을 팔지 말라는 소리에 소지민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100억 예물을 얼마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는데.만약 이태호가 그 돈을 그녀에게 주면 전부 그녀의 것이 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남에게 주지 않고 혼자 꼭 쥐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녀가 쓰고 싶은 만큼 마음껏 써도 되었다.그리고 금주성 프로젝트와 용씨 집안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쨌거나 신씨 집안에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다 준다고 해도 그녀의 몫은 없었으니 말이다.왕사모님이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히 집을 팔아선 안 되지. 어르신이 태호한테 집을 주자마자 팔아버린다는 게 말이 돼? 이미 태호의 집이긴 하지만 그건 어르신의 체면을 깎는 일이잖아. 이 일로 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나중에 우리가 금주성에 입주하지 못 하게 할 수도 있다고.”왕사모님의 말에 신영식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머니 말이 맞으셔. 만약 민석이가 실패한다면 태호한테 기대야 하잖아. 만약 집을 팔아버리면 그땐 정말 아무런 희망도 없어!”“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집을 못 팔게 너희들이 잘 설득해.”왕사모님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알겠어요!”소지민은 속으로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 뭔가를 생각하던 왕사모님이 또 말했다.“그리고 나더러 수민한테 사과하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태호랑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고향을 떠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용안 별장 구역에 들어가서부터 걔도 좀 나대더라고. 우리 신씨 집안을 이젠 안중에 두지 않는 거겠지!”왕사모님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이젠 시간도 오래 지났으니 전에 있었던 일은 더는 따지지 않을 테니까 시간 되면 태호랑 은재 데리고 오라고 해. 어쨌거나 안 좋았던 건 풀어야 할 거 아니야. 나중에 태호 덕을 봐서 어르신이랑 사이가 좋아질지도 모르잖아.”“알겠습니다.”소지민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왕사모님이 신민
연진욱 어머니의 눈물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문옥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이태호의 짓이에요. 어제 오후 이태호가 국산 차를 끌고 온 걸 보고 경비원이 안으로 못 들어가게 막았거든요. 마침 우리 차가 뒤에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니까 차에서 내려서 따졌죠. 그런데 그쪽 태도가 어찌나 건방진지 그러다가 시비가 붙은 거예요.”당연히 일의 자초지종을 얘기할 리가 없는 서문옥은 더 과장하기까지 했다.“어젯밤에 이태호가 마침 와이프를 데리고 우리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왔더라고요. 낮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이태호를 혼 좀 내려고 진욱한테 이태호의 와이프 좀 건드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상대가 이리 세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우리 레스토랑 경호원들 전부 이태호의 상대가 아니었어요!”“이태호? 이태호가 대체 누구야?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우리 아들 대신 복수하고 말 거야!”연대명은 분노를 터뜨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태호를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서문옥이 계속하여 말했다.“이태호 지금 여기 별장 구역에 살아요!”“형부, 들었어요? 그 자식 지금 여기에 살고 있대요.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그 자식도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어버려요. 아 참, 다리도 문질러버려서 영원히 고통 속에 살게 할 거예요! 그리고 와이프도 가만둘 수 없어요. 와이프한테도 본때를 보여줘서 온 가족이 편히 못 살게 할 겁니다!”연진욱의 어머니인 이화연이 이를 꽉 깨물고 표독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서진성이 그런 그녀를 말렸다.“처제, 이 일은 절대 급해서는 안 돼. 상대가 이 별장 구역에 살고 있다는 건 신분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여선 안 돼!”말을 마친 그는 또 서문옥에게 물었다.“너 이태호에 대해 얼마나 알아? 이 별장 구역에 이씨 집안이 있다는 소리를 난 왜 못 들었지?”“그 별장은 용우진 어르신이 이태호한테 준 거예요!”서문옥이 사실대로 대답했다.“용우진 어르신!”서진성과 이화연은 순간 저도 모
서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저 자식이 능력이 없고 기댈만한 배후도 없다면 우리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서문옥이 말했다.“네. 그 자식 이틀 전에 출소했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이태호가 하현우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쳤는데 하현우가 사람을 찾아서 이태호를 감옥에 보냈대요.”“하하. 다른 사람이 걔를 감옥에 보냈다는 건 백이 없다는 게 확실하다는 말이네. 규정은 약자들이나 정하는 거야. 이태호 이 자식, 그냥 아무것도 없는 일반인이야!”그녀의 말에 서진성이 피식 웃었다. 조금 전 이태호가 이 별장 구역에 산다는 소리에 혹시라도 엄청난 배경이 있을까 겁이 덜컥 난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태호의 구체적인 상황을 듣고 난 후에는 두려울 게 없었다. 어쨌거나 하씨 집안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집안이었으니 말이다.그런데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서문옥이 서진성에게 귀띔했다.“아빠, 이건 아빠도 아셔야 할 것 같아요. 이태호의 와이프가 신씨 집안 딸이에요. 5년 전에 혼전 임신해서 아이를 낳은 바람에 신씨 집안에서 쫓겨난 신수민이에요. 만약 이태호에게 너무 심하게 하면 신씨 집안을 건드릴까 봐 걱정돼요.”“이게...”이화연은 아들의 복수를 하지 못할까 봐 가슴이 또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 서진성도 한참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 거야. 신수민이 신씨 집안에서 쫓겨난 지 5년이나 지났는데도 돌아가지 않은 걸 보면 그 집안에서 신수민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무서워할 필요 없어. 그리고 우리 서씨 집안이 요 2년 사이 많이 발전했고 금주성 프로젝트 담당자와도 연락을 취해서 자리 하나 남겨주겠다고 약속받았어. 우리 서씨 집안은 곧 이류 명문가로 자리 잡을 거지만 걔네는 오히려 뒤로 밀렸어.”한창 얘기하던 서진성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하여 말했다.“그리고 이씨 가문 도련님 이영호 있잖아. 아직도 신수민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어. 심지어 신수민이 시집오면 신씨 집안에 예물로 20억을 주겠다고 큰소
그 시각 서진성은 서씨 집안의 경호원들 중에서 이십여 명을 뽑았다. 다들 무술을 배운 자들이라 실력은 뭐 말할 것도 없었다. 그중에는 경호원 팀장도 몇 명 있었다.“어때, 딸?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서문옥이 다가오자 서진성이 우쭐거리며 물었다. 서문옥이 경호원들을 쭉 살피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최석동도 데려가려고요? 하하, 좋아요, 좋아요!”“최석동? 형부, 저 사람 힘세요? 체구는 별로 안 커 보이는데?”이화연은 서문옥이 얘기한 최석동을 힐끗 보았다. 키는 대충 180cm 정도 돼 보였고 팔 근육도 그리 많진 않았다.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몸이 단단해 보이긴 했지만 다른 경호원들의 우람한 체구와는 사뭇 달랐다.그녀의 질문에 서진성이 씩 웃더니 최석동에게 말했다.“석동아, 네 힘 좀 보여줘!”“네, 회장님!”최석동이 두리번거리더니 멀지 않은 잔디밭에 놓인 커다란 바위에 시선이 머물렀다. 바위는 높이가 30여 센티미터 정도 돼 보였고 딱 봐도 무척 단단하고 무거워 보였다.최석동은 바위 쪽으로 다가가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으로 바위를 내리쳤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바위가 순식간에 몇 조각으로 쪼개졌다.“엄청난 고수네요. 명문가의 경호원은 저마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듣긴 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날 줄은 몰랐어요!”그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한 이화연과 연대명은 순간 넋을 잃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방금 이 주먹이 사람 다리로 향했더라면 평생 다리를 쓰지 못할 겁니다.”서진성의 아내도 활짝 웃으며 연대명과 이화연에게 말했다.“네, 그럼 다행이고요. 출발해요, 이제!”연대명은 자신감이 철철 넘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잠시 후, 서문옥은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이태호가 사는 별장 밖에 도착했다.“이태호 이 나쁜 자식아, 당장 나와!”서씨 집안이 뒷받침해주고 있어 연대명은 더욱 거들먹거렸다. 아들의 상황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었다.“이태호, 이 빌어먹을 자식아! 감히 우리 진욱이를 괴롭혀?
“왜 다 늙어빠진 노인네만 둘이 나와?”이화연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씩씩거렸다.“당신네 아들이랑 며느리는 어디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연초월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우리 아들이랑 며느리는 밖에 나가고 지금 집에 없어요. 태호는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그 말 누가 믿어? 나간 게 아니라 숨은 거겠지!”서문옥이 싸늘하게 웃더니 손을 휙 휘둘렀다.“너희들 안으로 들어가서 꼼꼼하게 찾아봐. 저 두 노인네 말 믿어선 안 돼!”그러자 일곱 여덟 명의 경호원이 별장 안으로 쳐들어갔다.연초월과 이태식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저마다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서문옥의 얼굴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어젯밤 레스토랑에서 봤던 그 여자니까.‘아무래도 어젯밤 일 때문에 따지러 온 것 같은데?’잠시 후, 별장 안으로 들어갔던 경호원들이 다시 나왔다.“회장님, 확실히 사람은 없었습니다. 두 노인네가 거짓말한 것 같진 않아요. 아무래도 밖에 나간 모양입니다.”한 경호원이 깍듯하게 보고를 올렸다.“젠장,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런데 지금 대여섯 시도 됐으니 곧 돌아올 거야. 여기서 올 때까지 기다리지, 뭐!”서진성이 뭔가 떠오른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아들이랑 며느리한테 알릴 생각 하지 말고 걔네들이 올 때까지 여기서 무릎 꿇고 있어!”“이보세요. 여기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면 안 되죠. 어젯밤에 당신들이 우릴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데 계산할 마음이 생기겠어요?”연초월이 울상이 된 얼굴로 서문옥에게 사정했다.“이봐요. 우리 그냥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는 게 어때요? 우리가 어젯밤 밥값을 낼 테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죠. 어때요?”“어떻냐고?”서문옥이 싸늘하게 말했다.“안 될 것 같은데? 우리 서씨 집안이 당신들 같은 일반인이 건드릴 수 있는 집안이야? 자기 주제도 모르면서!”“당장 무릎 꿇으라는 소리 못 들었어?”최석동은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앞에 나
지금까지 줄곧 그는 자신이 참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태호가 감옥에 들어간 후로 연초월은 그를 따라 많은 고생을 했다. 그 생각만 하면 그는 연초월에게 너무도 미안했다.그런 연초월이 뺨을 맞았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와 맞서 싸워야 했다.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으면 그건 남자도 아니다.서문옥이 볼을 움켜쥐고 넋이 나간 얼굴로 이태식을 보았다.“감히 날 때려?”“여보,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사과드려...”잔뜩 겁에 질린 연초월이 이태식의 손을 황급히 잡아당겼다.“싫어. 내가 왜 저 사람들한테 무릎을 꿇어야 해? 잘못한 건 분명 저 사람들인데 지금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잖아. 인간이 이래선 안 되지.”흥분한 이태식이 핏발이 선 눈으로 고함을 질렀다.“오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아!”“죽고 싶어 환장했어? 감히 우리 아가씨를 때려?”한 경호원이 다리를 들며 이태식을 걷어차려 했다.“죽을래?”바로 그때 누군가의 호통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돌멩이 하나가 정확하게 날아와 경호원의 다리를 가격했다.“으악!”경호원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이태호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가 협박에 못 이겨 무릎을 꿇었고 경호원이 아버지를 때리려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화가 난 그는 발밑에 있던 돌멩이를 발로 걷어차며 그 경호원에게 본때를 보여주었다.“아버님, 어머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신수민이 신은재를 안고 이태호와 다급하게 다가왔다. 신수민은 신은재를 내려놓은 후 연초월을 부축했다.“어제 레스토랑에서 봤던 그 여자야!”연초월이 고개를 숙인 채 이태호에게 말했다.“태호야, 너희들 왜 왔어? 저 사람들 돈도 있고 권력도 있어. 이제 우리 어떡해? 저 사람들 용우진 어르신의 체면도 봐주질 않아. 우리가 어르신을 찾아가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어떡해 우리?”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보는 이태호의 눈빛이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