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옥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용의당 사람이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줄 몰랐다. 고작 이런 일마저 눈에 거슬려 참견할 줄이야.다만 오늘 운수 나쁜 날인 셈 치고 순순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 많은 집안이라고 해도 감히 용의당은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용의당은 그녀보다 더 잘나가는 집안조차 피하기 급급한 존재인 지라 그들은 더 할 말 것도 없었다.“하하하, 태수 씨, 사실 이태호 그 자식 때문에 체면이 구겨진 적이 있어서 따끔하게 혼 좀 내려고 했을 뿐, 그런 형편없는 레스토랑은 절대 아니에요. 태수 씨가 이태호를 봐준 이상 저도 당연히 태수 씨 체면을 살려줘야 하지 않겠어요?”서문옥은 어색하게 웃으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곧이어 태수는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태수가 떠나고 나서 서문옥은 독고영민에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죠? 용의당 사람이 왜 갑자기 나타났대요?”독고영민은 부하들과 함께 주뼛주뼛 일어서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젠장, 지난번에 부하 중 한 명이 그쪽 부하한테 몇천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적이 있는데, 아까 오자마자 그 부하의 손가락을 하나 잘라버렸죠. 내가 부하를 대신하여 갚아준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더라고요. 제기랄!”이를 들은 하현우가 입을 열었다.“젠장, 이태호는 진짜 운이 억수로 좋네요. 만약 독고영민 부하와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태수도 굳이 참견하지 않았을 텐데, 괜히 상황 확인차 들어왔다가 정의에 불타올라 이태호 일행만 구해줬네요?”“그러니까요. 아니면 나도 그놈을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을 거예요.”독고영민도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자자, 이번에는 고마웠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독고영민 씨도 부하들과 함께 먼저 돌아가요. 손가락 잘린 부하도 있고, 다친 부하들도 있으니 치료비 겸 이따가 1억 보내줄게요.”서문옥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독고영민한테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이태호 그 자식이 감히 문옥 씨의 뺨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봐요. 다음에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
“네, 좀 희한하긴 하네요. 수소문해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하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때, 이태호는 신수민을 차에 태우고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태호야, 오늘 밤 태수라는 사람이 도와줘서 너무 다행이야.”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연초월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감개무량한 말투로 말했다.“처음에는 우리한테 손찌검하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쳐들어온 줄 알았는데, 도와주러 왔을 줄이야!”이태식이 이태호에게 물었다.“태호야, 태수라는 사람과 아는 사이야? 꽤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기는 하던데.”신수민도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도 속으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이태호가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웠을 때 이태식과 연초월 부부는 현장에 없었지만 그녀는 아니었다.그녀는 태수가 하씨 집안에 신세 진 적이 있다는 말을 똑똑히 들었고, 하창민이 하현우를 도와주라고 부른 사람이었다.하지만 오늘 밤 태수는 누가 봐도 이태호를 감싸고도는 느낌이었다. 비록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이태호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은 아니라는 걸 설명했다.더 중요한 사실은 태수가 그의 형님께서 이태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이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하하하, 저도 상대방이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내일 용의당에 다녀오면 자초지종을 알게 되겠죠.”이에 신수민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태호에게 말했다.“태호 씨, 용의당은 절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에요.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내일 나랑 같이 가요.”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속으로 감동했지만, 그녀를 돌아보며 거절했다.“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내가 위험에 빠진다 한들 자기는 연약한 여자라서 딱히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게다가 오늘 밤 상대방의 태도로 보아하니 나한테 다른 볼일이 있는 게 분명하죠.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이내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내일 한가하다면 엄마 아빠랑 집 좀 정리해줄래요? 이불이나 집에 필요
“도착했어요.”별장에 도착한 후 이태호는 차에서 내려 신수민을 안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신은재가 두 사람의 뒤를 따랐는데, 마음씨가 착한 아이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엄마, 발목 아파요?”“걱정하지 마, 은재야. 엄마는 괜찮아. 아빠가 곧 치료해줄 테니까 금방 나을 거야.”귀여운 딸아이를 바라보자 이태호는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그래요? 아빠 최고예요!”이태호를 바라보는 신은재의 눈빛에 존경스러움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에 가까웠다.“은재야, 먼저 쉬고 있어. 이따가 엄마가 씻겨줄게. 이제 욕조가 생겼으니 욕조 안에서 씻어도 돼.”신수민은 신은재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물론 딸을 낳았다는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비록 그동안의 삶은 고달프고 힘이 들었지만, 그녀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딸이니까.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신은재는 팔짱을 낀 채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빼죽 내밀며 말했다.“싫어요. 전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씻겨줬으면 좋겠어요.”신수민은 말문이 막힌 나머지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계집애가 글쎄 옛날부터 아빠가 돌아오면 아빠랑 씻겠다고 난리를 피워서... 태호 씨가 돌아오자마자 첫날부터 씻겨달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이태호는 뾰로통한 딸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알았어. 우선 엄마부터 방에 데려다주고 그다음에 우리 귀염둥이를 씻겨줄게, 어때?”“야호! 신난다!”신은재는 활짝 웃으면서 어찌나 신이 나는지 양팔을 마구 흔들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이태호는 신수민을 안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히고 나서 욕조에 물을 받고 신은재를 씻겨주러 갔다.딸아이가 이렇게 얌전할 줄은 이태호도 몰랐다. 그를 두려워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보아하니 그동안 아빠의 사랑이 고픈 듯했다.신은재를 방으로 데려가 재우고 나서야 이태호는 신수민의 방으로 돌아왔다.“당신 진짜
이태호는 곧장 옆으로 피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자, 열 받으면 때리던가?”“태호 씨!”신수민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태호를 꼬집으려고 뛰어갔다.“잠깐, 안 아파요?”코앞까지 다가온 신수민을 보자 이태호가 물었다.“어? 진짜 하나도 안 아픈데요?”신수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까는 걷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뛰어다니는 데도 멀쩡할 줄이야!“어때요? 이제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죠? 하하하, 내가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뛰기나 하겠어요? 아마 무서워서 꼼짝도 안 했겠죠.”이태호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뭐, 재주가 좀 있긴 하네요.”신수민은 몇 걸음 걸어보더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내가 명의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무려 명의한테 재주 타령하는 거예요?”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하더니 신수민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우리 이제 존칭 말고 편하게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요?”“글쎄...”신수민은 짐짓 화난 척 말했다.“당시 누구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는데! 그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서 정말 미웠지만 이제 용서해줄 때도 된 것 같네요. 말 놓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뭐.”“진짜? 그렇다면 지금부터 말 놓을게.”이태호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그렇다고 바로 말 놓는 사람이 어딨어요!”신수민은 팔짱을 낀 채 도도하고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흥, 나도 놓을 거야.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쉴 테니까 너도 일찍 자.”이태호는 고민 끝에 신수민에게 농담을 건넸다.“물론 자기가 혼자 자는 게 무섭다면 나랑 같이 자도 돼.”“꺼져! 꿈도 야무지네.”신수민은 이태호를 힘껏 째려보았다.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약병을 꺼내 신수민을 향해 말했다.“약 발라줄 테니까 잠깐 앉아 있어. 비록 뼈는 맞췄지만 주변 근육이 놀랐을 수도 있거든.”“응.”신수민은 침대 머리맡에 앉았고, 이태호는 쪼그려 앉아 손바닥에 약을 덜고 그녀의 다친 발목을 조심스레 문질렀다.고개를
“됐어, 일찍 들어가서 쉬어.”신수민은 담담하게 웃다가 이태호가 방을 나간 후에야 방문을 닫았다. “후.”방문을 닫은 후 신수민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은 그녀는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었다. 최소한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별장이 생겼고 이태호가 정씨 집안으로부터 3억 정도를 돌려받았으니, 이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예전처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이태호가 말한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결혼식을 준비하겠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때, 차 안에서 하현우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망할 이태호. 젠장. 언젠가 끝장을 내주겠어!”“그러게, 정말 열 받아. 우리 결혼식을 이런 식으로 망칠 줄을 몰랐어.”옆에 있던 정희주가 맞장구쳤다. 하현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근데 이번엔 이태호 이 멍청한 자식이 서문옥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서씨 집안 미움을 산 거나 마찬가지야. 그 자식이 얼마나 더 잘난 체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서문옥 그 사람, 반드시 이태호한테 복수할 거야.”말을 마친 하현우는 차를 몰아 집이 있는 타운하우스로 향했다. 방으로 돌아온 정희주는 샤워 후 섹시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정희주는 워낙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보는 사람마다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곤 했다. 그녀는 방문을 닫고 하현우를 향해 웃어 보였다.“오빠, 그 바보 같은 자식 생각은 그만하고, 오늘 밤은 내가 잘해줄게.”정희주의 매력적인 눈빛을 보며 하현우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정희주의 외모는 신수민과 비교가 안 되었다. ‘젠장. 이태호만 없애버리면, 신수민은 내 거야!’하현우는 이태호가 자신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예쁜 여자를 가질 수 있는지 하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정희주는 하현우를 침대 위에 눕히고 하현우를 유혹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얼마 후, 정희주의 얼굴은 점차 어
“하지만, 오빠….”정희주는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은 그녀의 신혼 첫날밤이었다. 오전에 혼인신고를 하고 점심에는 결혼식을 올렸다. 비록 결혼식을 망치기는 했지만, 그녀는 신혼 첫날밤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가 결국 이런 결과일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정희주의 서러워하는 모습을 본 하현우는 이내 마음이 약해졌다. “오늘 일도 너무 많았고, 손가락도 하나 없어졌는데, 도무지 그럴 마음이 안 생겨. 다음에 하자.”하현우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정희주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비록 결혼식은 이태호 그 자식 때문에 망쳤지만, 나중에 다시 날을 정해서 제대로 하자.”“응!”정희주는 빨간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태호에 대한 원망이 더 깊어졌다. 이태호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결혼식이, 오랫동안 기대해 왔던 결혼식을 이태호 때문에 이런 식으로 망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이튿날 아침, 이태호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집을 나섰다. 어젯밤 태수 님이 알려준 주소를 따라 그는 곧 용의당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막 입구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그를 막아섰다. 어떤 사내가 이태호를 보더니 물었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여긴 우리 용의당 본부야,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이태호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당신 우두머리와 2인자를 찾으러 왔습니다. 당신 당주가 저를 찾는다고 해서 태수 님이 보내셨습니다.”“그래? 그분들을 찾는 거라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다들 바쁘셔서.”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부러 이태호가 볼 수 있도록 손가락을 몇 번 비볐다. 돈을 요구하는 뻔한 신호였다. 이태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당신들 당주가 날 찾는다고 했지, 내가 찾는다고 안 했는데. 무슨 뜻인지 몰라?”그러자 상대방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너 이 새끼,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데, 넌 그런 것도 몰라? 우리 당주가 너를 찾
“이태호 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가 없어서, 귀한 손님이신 줄 모르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찬호는 바로 뛰어와 이태호의 앞에 꿇어앉았다. 그는 태수의 표정에서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도. 이태호는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들어가려니까, 돈을 줘야 당주께 전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보다시피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 줄 돈이 없으니, 방법이 없지.”이태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싸구려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이태호의 말을 들은 태수는 더욱 화가 나서 찬호를 세게 걷어차서 바닥에 엎어뜨리고는 이태호에게 말했다. “이태호 씨, 가당치도 않은 얘기십니다. 없어 보이다뇨. 감히 돈을 요구한 벌로 저놈 스스로 팔을 하나 잘라 사죄드리면 용서해주시겠습니까?”찬호는 듣자마자 멍한 눈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앞에 있는 이 사람, 용의당 전체가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태수 형님도 저렇게까지 얘기하실 리가 없었다. 이 정도의 벌은, 너무 심한 처사였다. 팔 하나를 자르면 찬호는 장애인이 될 거고, 용의당에서는 더는 그런 찬호를 거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은데요. 됐습니다. 다신 이런 일 없도록 자기 뺨이나 때리게 하죠.”이태호가 태수의 말을 듣고는 대충 한 마디 대꾸했다. “빨리 이태호 님께 인사드리지 않고 뭐해?”“이태호 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찬호는 자 뺨을 힘껏 후려치며 끊임없이 사과했다. “이태호 씨,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제가 직접 모시러 나오려 했는데,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모르고.”태수는 몸을 살짝 굽혀 이태호를 안으로 안내했다. 이태호는 사람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한가해서요, 그냥 와 봤습니다. 어젯밤에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태수 씨 아니었으면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태수는 이태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제가
범용은 이를 듣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신주님께서 어떻게 이 반지를 갖게 되었던지, 앞으로 이태호 님이 바로 저희 12 파벌의 신주가 되실 겁니다. 저희 보스가 되실 거란 말입니다.”“젠장!”이태호는 그제야 어르신이 편지 한 통을 주시면서 나중에 이상한 일을 겪게 되면 이 편지를 열어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보아하니, 지금 이 어리둥절한 상황이 바로 어르신이 말한 이상한 일 인듯했다. 예전에 어르신이 십이지신의 이름을 딴 12개 파벌로 이루어져 있는 막강한 조직에 대해서 그에게 언급한 적이 있었다.당시 이태호는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자기를 신주님이라고 부르고 있다.이태호는 그 편지를 꺼내 열어보았다.“허허, 태호야.네가 이 편지를 열었을 때,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미 너를 떠났겠지. 이 늙은이는 이제껏 제자를 거둔 적이 없는데, 너는 나의 유일한 제자였어. 그러니 이제 이 드래곤 신전을 너에게 맡기려 한다.”“그래, 넌 이제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 될 것이다. 미리 말하지 못 한 건 용서해 주길 바란다. 네가 거절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고, 너를 놀라게 하고 싶기도 했어. 드래곤 신전은 내가 직접 만든 조직이야, 평소 직접 관리한 적은 많이 없지만 네가 나가면 12개 파벌의 사람들을 찾아서 드래곤 신전을 더욱 빛내줬으면 좋겠다. 드래곤 신전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말이야!”“힘든 일이 되겠지만, 그래도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아, 그리고 8월 5일에 드래곤 아일랜드에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 엄청난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드래곤 링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라는 증표야. 이 늙은이에게 한 번 당했다고 나를 탓하지는 않겠지, 하하!”편지를 다 읽은 이태호는 어리둥절해졌다. 어르신이 원래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었고, 지금은 그 증표인 반지를 저에게 주어 그 자리를 내어주신 것과 다름이 없어졌다. 게다가 그는 저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상의할 여지가 전혀 남아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