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연진욱은 그곳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마터면 고통 때문에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아!”연진욱은 크게 소리를 내질렀고 고통 때문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신수민은 비록 겁이 났으나 동시에 통쾌했다. 예상대로 연진욱은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고 이태호가 제때 나타나 줘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아마 연진욱에게 겁탈당했을 것이다.“태호 씨, 우리, 우리 가요!”신수민은 아픔을 참으며 이태호의 팔뚝을 잡았다.그러나 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구석 쪽에 숨겨진 문을 향해 말했다.“안에서 나오지 그래?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안에 숨어있던 하현우와 정희주, 서문옥은 겁을 먹어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은 이태호가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다. 발길질 한 방에 연진욱의 하반신을 뭉개버리다니, 정말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아래층도 어찌 된 일인지 잠잠했다. 이태호는 그들에게 다가갔다.그들은 지금 이태호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을 한바탕 신명 나게 팰까 봐 두려웠다. 원래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사람이 있다고요?”신수민은 미간을 구기며 놀랐다. 이 방안에 꽤 오래 있었는데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팍!”이태호는 쓸데없이 얘기하기 귀찮아 곧장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는 숨겨진 문을 박찼다.“꺼져!”하현우와 나머지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더니 부랴부랴 그곳에서 나왔다.“하현우 씨, 정희주 씨, 그리고 서문옥 씨도 있었어요?”세 사람을 본 신수민의 안색이 흐려졌다. 인제 보니 그들은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미리 준비한 듯했다.“하하, 이 레스토랑은 우리 서씨 집안 건데 내가 여기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서문옥은 웃었다. 삼류 재벌 집 딸인 그녀는 여전히 의기양양했다.“이곳이 당신 레스토랑이었어? 그렇다면 나와 내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는데 당신도 가담했다는 거네!”이태호는 굳은 얼굴로
하현우는 서문옥을 덥석 붙잡고 끌어당기면서 설득했다.“문옥 씨, 참아요. 저놈은 원래 덜렁이라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죠. 상대방의 신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요. 먼저 때리고 나서 협의 보는 거예요. 괜히 자극이나 하지 말아요. 자칫 목숨이라도 잃으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자신이잖아요.”서문옥도 알고 있었다. 곁에 경호원도 없었고, 독고영민을 포함한 사람들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지금 여기서 이태호처럼 머리가 텅 빈 덜렁이와 시비 붙어봤자 자신만 손해 볼 것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묵묵히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뭐, 뭐 하려고? 오지 마!”정희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태호를 보자 화들짝 놀라면서 뒷걸음질 쳤다.이태호는 무심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무릎 꿇어! 내 와이프한테 사과해.”“이태호,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거지? 웃겨, 정말.”정희주는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지금 밖에 문옥 씨가 부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거 몰라?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확실해? 감당할 수 있겠어?” “무릎 꿇고 스스로 뺨을 10대 때리면 방금 있었던 일은 용서해줄게. 하지만 앞으로는 얌전히 지내는 게 좋을 거야.”싸늘한 얼굴로 말을 내뱉은 이태호의 모습에서 살기가 은은히 뿜어져 나왔는데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이...!”정희주는 이태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눈앞의 남자가 감히 자기한테 무릎 꿇으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싫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 같은 병신 놈한테 무릎 꿇을 일은 절대 없어.”정희주는 이를 악물었다. 만약 오늘 무릎을 꿇는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신수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이태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미려고 방 안에 숨어 있었는지 몰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따라서 그녀도 굳이 말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때, 이태호의 몸에서 무형의 에너지 파동이 일렁거렸다. 순간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느낀 정희주는 다리가 풀리면서 그대로 바
“꺅!”이태호가 갑자기 안아 올릴 줄 몰랐던 신수민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단단하고 힘 있는 팔뚝과 은은하게 풍기는 수컷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낀 그녀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내려줘요.”신수민은 쑥스러운 듯 나지막이 말했다.“발목이 퉁퉁 부었는데 어떻게 걸어요? 차까지 데려다줄게요.”이태호는 고개를 숙이지도 않은 채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신수민은 빨간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인했다.이태호가 방을 나서자 정희주는 그제야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전의 느낌은 너무 끔찍했다. 이태호의 존재는 마치 왕처럼 다가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 자신조차도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몰랐다.하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서서히 다가왔다. 다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다. 이태호도 자신을 미워할 텐데, 딱히 그에게 손을 대지 않은 듯싶었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정희주를 바라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렇다고 진짜 무릎 꿇으면 어떡해? 고작 죄수에 불과한 놈한테 무릎을 꿇어? 창피하지도 않아?”“난...”정희주는 방금 일어난 희한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입만 벙긋했을 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나, 나 남자 구실 못하면 어떡해? 얼른 병원에 보내줘, 망했어! 나 어떡해!”이때, 땅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있던 연진욱이 서문옥을 바라보며 애원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서문옥은 자기 볼을 쓰다듬었다. 망할 놈, 그녀를 때린 것도 모자라 감히 협박까지 하다니?듣도 보도 못한 감옥에서 갓 풀려난 쓰레기 같은 남자가 그녀의 집안에 위협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그녀는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닥에 앉아서 뭐해요? 쪽팔리지도 않아요? 일단 119에 연락해서 내 동생 병원에 데려다줘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래층에 한번 내려가 볼게요. 이태호 그 자
독고영민 일당은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서는 태수를 보자 순식간에 꼬리를 내렸다. 고작 몇 마디 말이 오갔을 뿐인데, 이미 손에 든 무기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태수는 도착하고 나서 이태호에게 존칭을 사용하면서 이태호 대신 독고영민 일당을 제압했다. 이태호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그제야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한참 뒤, 신수민을 안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이태호를 보자 태수는 얼른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이태호 씨, 사모님은 괜찮아요? 이태호 씨 말 한마디면 오늘 이 사람들을 매장할 수도 있거든요.”이태호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걱정해줘서 감사합니다. 제 아내는 괜찮아요. 다만 왜 저를 도와주는지 궁금하네요.”태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둘러댔다.“그게... 사실 저희 용의당은 향무당과 원래 사이가 안 좋죠.”이태호는 싱긋 웃었다.“아마 말처럼 가벼운 문제는 아니겠죠?”태수는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내일 용의당에 한 번 다녀가면 안 될까요? 저희 형님께서 이태호 씨를 뵙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 온종일 찾아다녔는데, 댁에 갔더니 이사한 걸 그제야 알아서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그래요? 형님께서 저를 보고 싶어 한다고요?”이태호는 의아한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태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속으로는 역시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설마 본인이 드래곤 신전의 주인인 걸 모른다는 건가? 이 타이밍에서 아직도 연기하다니?그렇다고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 드래곤 신전의 주인은 늘 미스터리한 존재인 만큼 그의 정체를 현장에서 밝힌다면 신전 주인의 심기를 건드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따라서 솔직하게 대답하는 대신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맞아요. 이태호 씨를 뵙고 싶다고 했어요. 내일 가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그렇군요. 그럼 내일 시간 나면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용의당이라는 곳이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대방의 도움을 받았으니 내일 찾아가
서문옥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용의당 사람이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줄 몰랐다. 고작 이런 일마저 눈에 거슬려 참견할 줄이야.다만 오늘 운수 나쁜 날인 셈 치고 순순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 많은 집안이라고 해도 감히 용의당은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용의당은 그녀보다 더 잘나가는 집안조차 피하기 급급한 존재인 지라 그들은 더 할 말 것도 없었다.“하하하, 태수 씨, 사실 이태호 그 자식 때문에 체면이 구겨진 적이 있어서 따끔하게 혼 좀 내려고 했을 뿐, 그런 형편없는 레스토랑은 절대 아니에요. 태수 씨가 이태호를 봐준 이상 저도 당연히 태수 씨 체면을 살려줘야 하지 않겠어요?”서문옥은 어색하게 웃으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곧이어 태수는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태수가 떠나고 나서 서문옥은 독고영민에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죠? 용의당 사람이 왜 갑자기 나타났대요?”독고영민은 부하들과 함께 주뼛주뼛 일어서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젠장, 지난번에 부하 중 한 명이 그쪽 부하한테 몇천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적이 있는데, 아까 오자마자 그 부하의 손가락을 하나 잘라버렸죠. 내가 부하를 대신하여 갚아준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더라고요. 제기랄!”이를 들은 하현우가 입을 열었다.“젠장, 이태호는 진짜 운이 억수로 좋네요. 만약 독고영민 부하와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태수도 굳이 참견하지 않았을 텐데, 괜히 상황 확인차 들어왔다가 정의에 불타올라 이태호 일행만 구해줬네요?”“그러니까요. 아니면 나도 그놈을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을 거예요.”독고영민도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자자, 이번에는 고마웠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독고영민 씨도 부하들과 함께 먼저 돌아가요. 손가락 잘린 부하도 있고, 다친 부하들도 있으니 치료비 겸 이따가 1억 보내줄게요.”서문옥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독고영민한테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이태호 그 자식이 감히 문옥 씨의 뺨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봐요. 다음에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
“네, 좀 희한하긴 하네요. 수소문해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하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때, 이태호는 신수민을 차에 태우고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태호야, 오늘 밤 태수라는 사람이 도와줘서 너무 다행이야.”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연초월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감개무량한 말투로 말했다.“처음에는 우리한테 손찌검하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쳐들어온 줄 알았는데, 도와주러 왔을 줄이야!”이태식이 이태호에게 물었다.“태호야, 태수라는 사람과 아는 사이야? 꽤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기는 하던데.”신수민도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도 속으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이태호가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웠을 때 이태식과 연초월 부부는 현장에 없었지만 그녀는 아니었다.그녀는 태수가 하씨 집안에 신세 진 적이 있다는 말을 똑똑히 들었고, 하창민이 하현우를 도와주라고 부른 사람이었다.하지만 오늘 밤 태수는 누가 봐도 이태호를 감싸고도는 느낌이었다. 비록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이태호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은 아니라는 걸 설명했다.더 중요한 사실은 태수가 그의 형님께서 이태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이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하하하, 저도 상대방이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내일 용의당에 다녀오면 자초지종을 알게 되겠죠.”이에 신수민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태호에게 말했다.“태호 씨, 용의당은 절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에요.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내일 나랑 같이 가요.”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속으로 감동했지만, 그녀를 돌아보며 거절했다.“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내가 위험에 빠진다 한들 자기는 연약한 여자라서 딱히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게다가 오늘 밤 상대방의 태도로 보아하니 나한테 다른 볼일이 있는 게 분명하죠.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이내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내일 한가하다면 엄마 아빠랑 집 좀 정리해줄래요? 이불이나 집에 필요
“도착했어요.”별장에 도착한 후 이태호는 차에서 내려 신수민을 안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신은재가 두 사람의 뒤를 따랐는데, 마음씨가 착한 아이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엄마, 발목 아파요?”“걱정하지 마, 은재야. 엄마는 괜찮아. 아빠가 곧 치료해줄 테니까 금방 나을 거야.”귀여운 딸아이를 바라보자 이태호는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그래요? 아빠 최고예요!”이태호를 바라보는 신은재의 눈빛에 존경스러움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에 가까웠다.“은재야, 먼저 쉬고 있어. 이따가 엄마가 씻겨줄게. 이제 욕조가 생겼으니 욕조 안에서 씻어도 돼.”신수민은 신은재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물론 딸을 낳았다는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비록 그동안의 삶은 고달프고 힘이 들었지만, 그녀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딸이니까.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신은재는 팔짱을 낀 채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빼죽 내밀며 말했다.“싫어요. 전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씻겨줬으면 좋겠어요.”신수민은 말문이 막힌 나머지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계집애가 글쎄 옛날부터 아빠가 돌아오면 아빠랑 씻겠다고 난리를 피워서... 태호 씨가 돌아오자마자 첫날부터 씻겨달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이태호는 뾰로통한 딸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알았어. 우선 엄마부터 방에 데려다주고 그다음에 우리 귀염둥이를 씻겨줄게, 어때?”“야호! 신난다!”신은재는 활짝 웃으면서 어찌나 신이 나는지 양팔을 마구 흔들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이태호는 신수민을 안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히고 나서 욕조에 물을 받고 신은재를 씻겨주러 갔다.딸아이가 이렇게 얌전할 줄은 이태호도 몰랐다. 그를 두려워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보아하니 그동안 아빠의 사랑이 고픈 듯했다.신은재를 방으로 데려가 재우고 나서야 이태호는 신수민의 방으로 돌아왔다.“당신 진짜
이태호는 곧장 옆으로 피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자, 열 받으면 때리던가?”“태호 씨!”신수민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태호를 꼬집으려고 뛰어갔다.“잠깐, 안 아파요?”코앞까지 다가온 신수민을 보자 이태호가 물었다.“어? 진짜 하나도 안 아픈데요?”신수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까는 걷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뛰어다니는 데도 멀쩡할 줄이야!“어때요? 이제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죠? 하하하, 내가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뛰기나 하겠어요? 아마 무서워서 꼼짝도 안 했겠죠.”이태호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뭐, 재주가 좀 있긴 하네요.”신수민은 몇 걸음 걸어보더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내가 명의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무려 명의한테 재주 타령하는 거예요?”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하더니 신수민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우리 이제 존칭 말고 편하게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요?”“글쎄...”신수민은 짐짓 화난 척 말했다.“당시 누구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는데! 그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서 정말 미웠지만 이제 용서해줄 때도 된 것 같네요. 말 놓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뭐.”“진짜? 그렇다면 지금부터 말 놓을게.”이태호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그렇다고 바로 말 놓는 사람이 어딨어요!”신수민은 팔짱을 낀 채 도도하고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흥, 나도 놓을 거야.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쉴 테니까 너도 일찍 자.”이태호는 고민 끝에 신수민에게 농담을 건넸다.“물론 자기가 혼자 자는 게 무섭다면 나랑 같이 자도 돼.”“꺼져! 꿈도 야무지네.”신수민은 이태호를 힘껏 째려보았다.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약병을 꺼내 신수민을 향해 말했다.“약 발라줄 테니까 잠깐 앉아 있어. 비록 뼈는 맞췄지만 주변 근육이 놀랐을 수도 있거든.”“응.”신수민은 침대 머리맡에 앉았고, 이태호는 쪼그려 앉아 손바닥에 약을 덜고 그녀의 다친 발목을 조심스레 문질렀다.고개를
지금 이 순간, 채유정과 싸우고 있는 기타 명씨 가문의 수사들은 명해성이 단번에 격살당한 것을 보자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충격에서 곧바로 정신을 차린 후, 그들은 눈에 핏발이 서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포효를 하였다.“소주!”“소주!!”“...”명해성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명씨 가문의 수사들은 감히 덤비지 못했다.그들은 채유정에 대한 공격을 멈추었다.전투력이 가장 강한 명해석까지 죽었으니 그들의 인원수가 많아도 이태호의 무서운 실력을 보고 아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같은 시각에 상대방의 협공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채유정은 온몸의 기운이 불안정해졌고 매우 낭패해 보였다.그녀는 겨우 3급 성자 경지라 같은 경지의 수사 10여 명을 상대하고 여태까지 버틸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채유정이 힘겹게 버티고 있을 때, 이태호가 명해성을 단번에 격살한 것을 보자 그녀도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어머!”채유정은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상대방은 5급 성자 경지인 명씨 가문의 소주인데, 왜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지?지난번에 이태호가 명서현과 명세정 두 사람을 단번에 격살했을 때 그녀는 자기와 이태호 사이의 격차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지금 명해성이 죽은 것을 보자,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격차가 이렇게 클 수 있는지 다시 의심했다.어쨌든 명해성은 명씨 가문의 소주이고 내공이 5급 성자 경지인데, 성공 전장에 들어온 천교 중에서도 중상류 수준이었다.천남은 작은 곳이라 4대 종문도 창란 세계 다른 지역의 세력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그녀와 이태호처럼 3급 성자 경지에 이른 수사는 천남 지역에서 천교라고 부를 수 있지만 중주나 동황에서는 볼품이 없었다.왜냐하면 천남 이외의 지역에서 오직 5급 성자 경지에 이르러야 성지의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혹은 동황 세가의 서열에 오른 소주로 될 수 있었다.또한, 7급이나 8급 성자 경지에 이르면 성자나 신자로 될 자격이 있다.명해성이 명씨 가문의 소주 중의
더군다나 이 유리선금은 호도신병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인데 고작 8급 영약 두 개로 퉁치겠다고?8급 영약은 귀하지만 유리선금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었다.이태호가 가진 유리선금을 현황봉과 융합하면 현황봉은 틀림없이 환골탈태해서 진정한 호도신병으로 될 수 있다.그는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그쪽이 이곳을 떠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지.”이태호의 거절한 태도에 명해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손가락의 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은색 방패를 꽉 움켜쥐었다.그는 계속해서 음침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자넨 정말 우리 명씨 가문과 원수로 되겠단 말인가?”이번에 성공 전장에 들어온 명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명씨 가문의 신자 명운택은 지금 만 리밖에 떨어진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에 있는 공간 난류에서 도운을 깨닫고 있으며 명해성과 내공이 비슷한 명씨 가문의 소주 몇몇은 다른 곳에서 보물을 찾고 있었다.그래서 무릇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명씨 가문과 같은 거물을 마주할 때, 자신이 후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신중히 고려해야 했다.그러나 이태호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먼저 심씨 가문의 미움을 샀고 또 황천성지의 진전 제자를 죽였으며 지금은 또 명씨 가문과 운수를 맺었다. 어차피 원수가 한둘이 아니니, 하나 더 추가해도 상관없었다. “덤비려면 덤벼!”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이태호가 자신의 제안을 재차 거절하자, 가문에서 지위가 높고 늘 도도했던 명해성이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냉소를 지었다.“좋은 말 할 때 안 듣고 죽음을 자초하니 네 소원대로 해주 마!”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온몸의 기운이 급격히 상승했고 몸에서 영광이 번쩍이더니 붉은색 화염이 이글거리는 전극(戰戟)이 천천히 허공에서 나타났다.이 전극은 상급 영보의 기운을 내뿜었고 눈부신 빛을 발산하였다.명해성이 전극을 쥐자 기세가 더욱 높아졌고 전의가 솟아올랐으며 온몸은 성스러운 빛으로 반짝
“으악!!!”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대여섯 명의 명씨 가문 수사들이 중상을 입고 날아갔다.비록 사망자가 없었지만 이태호와 채유정을 개미처럼 짓밟으려는 명해성을 놀랍게 하였다.그의 칠흑처럼 까만 눈동자에서 전에 없던 강렬한 살의를 드러내면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는 겉으로 보기엔 내공을 완성한 3급 경지인 이태호가 5급 성자급 수사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가질 줄은 상상지도 못했다.상식적으로 말하면, 무릇 성공 전장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창란 세계의 천재와 천교들이었다.천교는 자기보다 높은 경지와 싸울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특히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작은 경지 사이의 격차는 천연의 참호처럼 컸고, 존황 경지 때처럼 쉽게 자기의 경지보다 높은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방금 이태호의 공격은 그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내공을 완성한 성자급 수사라도 그 검빛을 막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자신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이미 검기에 의해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때 중상을 입은 명씨 가문의 한 제자가 체내에서 난폭하게 날뛰는 검의를 가까스로제압한 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명해성에게 말했다.“오소주(五少主), 상대의 전투력이 너무 강합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요!”이에 명해성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4급 성자 경지인 두 명씨 가문의 제자들에게 지시하였다.“너희 둘은 그 여인을 잡아. 이 자는 내가 처리할 테다!”다른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이태호 같은 ‘살신(殺神)’과 마주하니 압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10여 명의 명씨 가문 수사들 중에서 내공이 가장 높고 5급 성자 경지 후기에 이른 명해성 외에 내공을 완성한 4급 경지인 수사가 두 명밖에 없었다.나머지는 모두 3급 성자급 수사였다.경지가 높은 수사 간의 대결은 인원수에 의해 승패를 나눈 것이 아니었다.이태호처럼 겉으로 보기엔 3급 성자 경지이
“죽어라!”채유정은 채색 띠를 조종하면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명씨 가문의 제자를 향해 내던졌다.순식간에, 그 띠는 비단처럼 날아가면서 수많은 지수풍화가 쏟아져 나왔다.“펑펑펑!”두 사람이 빠르게 공격하여 다가온 명씨 가문의 사람들 몇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살했다.하지만 바로 이때, 그들은 잇달아 다가온 명씨 가문 수사들에 의해 포위되었다.앞장선 명해성은 음침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죽일 것이다!”이태호는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모든 퇴로를 막은 것을 보자 한 손에 적소검을 들고 한 손에 청광순을 들고, 또 체내에 있는 필살기인 혼돈 검영과 청련 신통을 동시에 발동시키면서 천천히 말했다.“꺼지지 않으면 모두 죽여버린다!”명해성은 이태호의 말을 듣고 눈빛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당당한 명씨 가문의 제자, 동황 8대 세가 중의 천교인 그를 만나면 누구나 예를 다하고 공손히 대하였다. 그는 종래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다.자기보고 꺼지라고?명해성의 안색이 너무나도 어두워졌다.지금은 더 이상 입싸움을 할 필요 없고 바로 빼앗는 수밖에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명해성은 말없이 손을 오므리고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 다음 순간, 허공에 작은 산만 한 손자국이 나타났다.이 손자국에서 발산한 공포스러운 기운에 3급 성자 경지인 채유정마저 어떤 무서운 위압을 받은 것처럼 간담이 서늘해졌다.반대로 이태호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허공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그는 명해성이 허공에 남긴 손자국을 본 후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검의를 발산했다.이 검의는 그의 몸을 맴돌다가 신속하게 적소검과 융합해서 적소검 위의 붉은 빛이 점점 강렬해지게 하였다.엄청나게 무거운 현황의 힘이 뿜어져 나오면서 허공을 붕괴시켰고 주변의 별하늘을 뒤흔들었다.“대현황경금 검기, 참하라!”그는 대갈일성하면서 적소검을 거세게 휘둘렀다.이어서 적소검에서 붉은색 검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내리찍었다.만 장이나 높은 검빛은 세상을
채유정이 기쁜 마음으로 영보를 가져간 것을 보자 이태호도 사양하지 않고 만년주과 세 개를 옥함에 넣고 보관하였다. 옥함을 사물 반지에 넣었을 때,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성공 전장에 들어와서 그는 성신신철을 얻었고 또 태음월화로를 흡수하여 지금은 내공을 완성한 3급 성자 경지에 이르렀다.후에 8급 영약 은월초를 얻었고 지금은 또 주먹만 한 유리선금, 8급 영약에 해당한 만년주과를 얻었다.현재 가지고 있는 두 가지 8급 영약을 잘 사용한다면, 그는 5년 이내에 성왕의 경지로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주먹만 한 유리선금이었다. 이것을 현황봉에 첨가하면 이 최상급 영보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고 심지어 호도신병 등급의 병기로 진화될지도 모른다.호도신병은 창란 세계의 최정상 세력의 진파 신병으로 지극히 희소하였고 성황급 거물이나 종문이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한 결정적인 순간 외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지금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공을 높이고 이번 성공 전장을 통해 미리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해서 중주의 태일성지에 가는 것임을 이태호도 잘 알고 있었다. 천남은 작은 호수와 같아서 ‘진룡’을 키우기엔 역부족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주과와 유리선금을 잘 보관한 후 고개를 돌려 미소를 머금고 있는 채유정에게 말했다.“어서 떠납시다. 지금 천지의 이상 현상으로 수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끌어들였을 것입니다.”그의 말을 들은 채유정은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왔고, 아직 기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보물은 얻는 것보다 무사히 들고 떠날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아직 다른 천교들이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빨리 떠나야 했다.채유정은 신중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이 도우, 그럼 어서 떠납시다.”그녀는 말하고 나서 바로 빛으로 변해서 빠르게 동굴 밖으로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하늘로 솟아올랐다. 두 사람이 막 별을 떠날 때 채유정이 배치한 진법이 드디어 천지의 이상 현상이 일으
8급 영약은 성왕급 수사가 복용한 8급 단약을 정제하는 보물이었다.그러니 채유정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 세 개의 작은 주과를 복용하면 약효의 힘에 이태호는 아무런 후유증 없이 바로 4급, 심지어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이것으로 단약을 만들면 파성단(破聖丹)을 정제할 수 있다. 파성단은 9급 성자급 수사가 성왕으로 돌파할 때 복용하는 보조성 단약으로 성공률을 3할 정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3할의 성공률을 절대로 얕잡아 보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9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수사는 모두 타고난 천부적 재능을 가지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9급 성자 경지의 수사는 성왕 경지의 장벽을 허물지 못하고 평생 수련만 하다가 좌화하고 말았다.그러니 성왕 경지로 돌파할 성공률을 3할 정도 증가할 수 있다고 해도 엄청나게 대단한 보물이 아닐 수 없다.아무리 견문이 많은 이태호일지라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마지막 높은 축대를 바라보았다.그 축대 위에 은색 장궁(長弓)이 놓여 있는데 성신신철로 만들어진 것 같고 일말의 최상급 영보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러나 이 장궁의 상태가 좀 특이한데 자세히 보면 상급 영보와 최상급 영보의 중간에 있는 듯하였다.이태호는 당시 이것을 제조한 사람이 성신신철정(星辰神鐵精)이 없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영보 중에서 이 장궁은 여전히 최정상 수준이었고 성신신철을 충분히 첨가하기만 하면 진정한 최상급 영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이 동굴 내에 모두 이 세 가지 보물이 놓여있다.시선을 거둔 이태호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오므리자 가장 가까이 있는 유리선금의 금제를 해제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크고 작은 두 유리선금을 손바닥으로 끌어당겼다.그는 호두만 한 유리선금을 채유정에게 주면서 말했다.“작은 것을 채 도우에게 드릴 테니 괜찮죠?”이에 채유정은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네, 작은 것으로 충분해요.”그녀는 이태호가 없으면 자신이 유리선금을 얻었어도 무사히 보
같은 시각에 별하늘에서 이태호와 채유정의 기운을 따라 그들을 추적하고 있던 명씨 가문의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천지의 이상 현상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들은 선금이 세상에 나타난 것을 알아챘다.특히 앞장선 명해성은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이태호와 채유정 둘이 선수를 쳐서 초조한 것이 아니라, 이런 천지의 이상 현상이 다른 천교들의 주의를 끌까 봐 걱정했다.예전에 명씨 가문의 제자도 다른 천교들과 선금을 놓고 다투다가 결국은 중상을 입고 좌화되었다. 이런 생각에 그는 큰 소리를 외쳤다.“서둘러! 다른 사람이 반응하기 전에 반드시 선금을 가져야 한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명씨 가문의 수사들은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발산하면서 지극히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협곡 내에서.이태호가 금제 구역으로 들어간 후 대형 동굴이 시야에 들어왔다.이 동굴은 인공으로 만든 것 같았고 안에는 돌로 만든 의자와 탁자가 있었다.동굴의 면적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중간에 금제 진법에 가려진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보물들이 둥둥 떠 있었다.첫 번째 금제 진법 내에는 아기의 주먹만 한 크기와 호두 크기의 금속 덩어리가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면서 팽배한 기운을 발산하였고 마치 천지의 규칙이 그것들을 에워싸서 운행하는 것처럼 보였다.이태호의 뒤를 따라 들어온 채유정은 금제 진법 내에서 떠 있는 두 금속 덩어리를 보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유리선금!!”식견이 풍부한 이태호라도 이 유리선금을 보았을 때 깊은 충격을 받았다.두 선금은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발산한 팽배한 기운과 그것들을 감싼 도운은 그가 그동안 봤던 모든 천재지보를 훨씬 능가했다.외부 세계에서 비교적 귀한 성신신철은 유리선금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이태호는 마음속의 기쁨을 억누르고 시선을 유리선금에서 옆에 있는 물건에 옮겼다.유리선금 옆에 있는 높은 축대 위에 온통 붉은 색의 묘목 한 그루가 떠 있었다.이 묘목은 낮은 관목처럼 생겼고 꼭대기에 주홍
잠시 후에, 이태호와 채유정은 그 협곡의 상공에 도착했다.지금 그들 앞에 드러난 것은 작은 산만 한 동굴인데 동굴의 겉에는 짙은 파란색 물결 같은 것이 일렁거리면서 이태호의 신식이 계속 탐색하는 것을 차단했다.금제에서 발산한 기운을 통해 그는 당시 이 금제를 설치한 명씨 가문 수사의 내공이 8급 성자 경지를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8급 성자 경지의 수사는 이미 초보적으로 천지를 깨달을 수 있고 공간의 규칙을 파악했다. 물론 성왕급 대능력자처럼 수시로 허공을 찢고 공간 난류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없지만 8급 성자 경지의 수사가 공간 규칙을 조금 깨달았어도 금제나 신통의 위력이 많이 강했다.이태호는 이 금제를 강제로 해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채유정에게 말했다.“저는 이 금제를 해제할 테니, 채 도우는 주변을 살펴 주세요.”채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말고, 금제를 해제하는 데 집중하세요.”자신의 실력으로 금제를 어쩔 수 없기에 이태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이태호는 채유정이 주제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다음 순간, 그가 체내의 영기를 폭발적으로 발산하자 별의 상공에 있는 구름까지 꿰뚫었다.곧이어 그의 주먹이 태양처럼 반짝였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먹에 응집되었으며 마치 떠오르는 태양처럼 보였다. 대일진권은 기세등등하게 동굴 앞에 설치한 금제를 향해 거세게 내리쳤다.“펑!”하늘까지 뒤흔든 폭발음과 함께 짙은 파란색 금제가 끝내 대일진권의 공포스러운 위력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금제가 해제되자 이태호와 채유정은 만면에 희색을 띠고 막 동굴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러나 이때, 갑자기 금빛 기둥이 동굴에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성스러운 빛으로 변해서 주변 수천 리의 별하늘을 비췄다.별하늘에서 이 별이 가장 밝게 빛나게 되었다.이런 성스러운 빛이 별하늘의 상공에서 서로 엉키고 부딪히면서 하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 두 줄기의 빛이 스쳐 지나가는 별똥별처럼 하늘가를 가르면서 날아가고 있었다.주변은 조용하고 소리 없는 별하늘이고 수많은 별들이 밝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지금 이태호와 채유정은 그 전장에서 떠난 지 반 시진이나 되었다.그동안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 수천 리 이상의 거리를 비행했다.드디어 앞에서 엄청나게 눈부신 큰 별이 나타났다.이 반짝이는 별을 보고 이태호는 보물지도를 꺼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그는 만면에 희색을 띠고 채유정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보물지도에 표기한 곳이 바로 여기일 겁니다.”이에 채유정은 기쁘면서도 은근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결국, 그녀는 보물지도를 이태호에게 넘겼고 그와 합작해서 이 기연을 공유하기로 하였다.유리선금은 귀하지만 목숨은 하나밖에 없으니까.뒤에서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아직 뒤쫓고 있고 어쩌면 곧 따라잡힐지도 모른다.채유정이 이 보물지도에 따라 선금을 찾았어도 사용하기 전에 죽을 수도 있었다.명씨 가문이 그녀를 오랫동안 추적한 것도 유리선금의 종적을 찾기 위해서 아닌가!지금 이태호와 공유하게 되었지만 두 사람이 합작한 상황이기에 그녀는 선금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유리선금이 많으면 다소라도 가질 수 있겠지?비록 아직 이태호와 공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고 마음이 아프지만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채유정의 표정을 다 읽은 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갑시다. 명씨 가문의 사람들이 찾아오기 전에 우린 이 기연을 가져가야 합니다.”명씨 가문이 끈질기게 채유정을 뒤쫓고 있고 이대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보물을 빨리 가져가는 것이 급선무였다.지금 이태호의 전투력으로 5급 성자급 수사를 격살할 수 있고 지난번에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황천 성지의 진전 제자 주용수는 신혼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의 손에 죽었다.하지만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그는 선후로 심씨 가문, 황천성지의 제자와 원수를 맺었고 지금 또 명씨 가문의 미움을 받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