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독고영민은 이태호가 그의 앞에서 객기를 부리자 옆에 있던 탁자를 힘껏 내리쳤다.“퍽!”탁자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그렇게 망가져 버렸다.연초월과 이태식 두 사람은 이러한 광경을 처음 봐서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신수민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독고영민이 보통 인물이 아닐 거로 짐작했다.신수민은 이러한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배경이 예사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태호가 또 한 번 이렇게 대단한 인물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진 신수민은 곧바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이태호의 앞을 막아 나섰다.“제가 따라갈게요. 어느 친구인지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어요!”신수민의 말에 매니저는 기뻤다.“신수민 씨는 시원시원하신 분이네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가면 안 돼요!”이태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수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은 내가 상대할 수 있어요!”그러나 몸을 돌린 신수민은 품 안의 신은재를 이태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당신이 그랬잖아요. 앞으로 내가 뭐라고 하든 내 말을 들을 거라고요. 올라가서 누군지 확인해 볼게요. 이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이태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예전에 신수민의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잠깐 고민하던 이태호가 말했다.“알겠어요. 10분이면 된다고 저 사람들이 그랬으니까 올라가 봐요. 10분 뒤에 내려오지 않으면 내가 올라가서 당신을 찾을게요.”신수민은 말을 아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뒤 몸을 돌려 매니저에게 말했다.“가죠!”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신수민은 위층의 맨 안쪽에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신수민 씨, 사장님께서는 바로 이 안에서 신수민 씨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매니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신수민은 사실 내심 두려웠다. 하지만 분명 상대방은 위층으로 올라와 얘기만 나누고 술 두어 잔만 마시면 그들을 놓
신수민에게서 나는 옅은 향기에 그는 더욱더 심취했다.신수민은 안으로 들어왔고 연진욱이 그녀의 바로 뒤에서 가볍게 문을 잠근 뒤 웃어 보였다.“신수민 씨, 저쪽에 앉으시죠. 우리 술 한잔하면서 얘기 나눠요. 아주 간단하죠.”신수민은 상대방을 보면서 경계하듯 미간을 구겼다.“누구시죠? 저한테는 당신 같은 친구가 없는데요!”연진욱은 웃으며 대꾸했다.“하하, 건망증이 심하신 것 같네요. 오늘 결혼식에 저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신수민 씨가 조금 늦게 와서 이태호가 제게 발길질한 걸 보지 못한 것뿐이에요!”그 말에 신수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이태호가 그를 걷어찬 일 때문에 복수하려고 찾아온 걸까?신수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했다.“하하, 정말 죄송해요. 그 사람 좀 충동적이라 일이 생기면 주먹부터 나가거든요.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연진욱은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자, 앉으세요. 우리 얘기 좀 나눠요. 오전에 있었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리고 저랑 이태호는 대학 동기고 정희주도 같은 반이었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정희주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고 이태호를 만나지도 못했겠죠.”그에게로 걸어간 신수민은 그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연진욱은 신수민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대답했다.“전 연진욱이라고 합니다. 자, 음식 좀 드세요!”신수민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죄송해요. 금방 밥 먹고 와서 먹지 못하겠어요. 조금 전 매니저가 그러던데 저한테 할 얘기가 있으시다면서요? 그리고 술 두어 잔 하면 보내준다고 하던데 진짜죠?”연진욱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일단 한잔할까요?”신수민은 거절하기 어려워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신수민의 고분고분한 모습에 연진욱은 아주 우쭐했다. 신수민은 아래층에 있을 때도 술을 마셨기에 몇 잔 더 마시게 한다면 술에 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수민이 술
연진욱은 신수민을 바라보며 그녀를 설득했다.“알겠어요. 그럼 강요하지 않을게요. 이번 잔만 다 마시면 얘기할게요. 몇 분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내려가서 당신의 남편과 딸아이와 함께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신수민은 연진욱이 이곳의 사장이라고 생각했다. 연진욱은 살집이 좀 있었고 배도 나와서 사장 같아 보였다.신수민은 감히 연진욱의 제안을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이를 악문 뒤 눈앞에 놓인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자, 연진욱 씨. 무슨 일인지 이제 말씀하시죠!”연진욱은 그제야 말했다.“하하, 당신도 알겠지만 당신들은 이곳에서 2억 2천만 원 넘게 먹었어요. 정말 엄청난 금액이죠. 사실 아주 간단해요. 그냥 솔직히 얘기할게요. 여기서 나랑 한 번 자면 잠시 뒤 떠날 수 있어요!”말을 마친 뒤 연진욱은 신수민의 허벅지를 힐끗댔다. 그는 자신의 흑심을 아주 대놓고 드러냈다.“쯧쯧, 신수민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 같은 여자를 손에 넣은 이태호가 정말 부럽네요.”신수민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연진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연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 신수민은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다른 일이라면 고민해봤겠지만 절 갖고 싶다고요? 꿈 깨세요!”“하하, 그래요? 하지만 잘 고민해봐야 할 거예요. 독고영민 씨가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당신들이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요?”자리에서 일어난 연진욱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를 위협했다.“신수민 씨,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다 성인이잖아요. 나랑 한 번 자는 게 뭐 어때서요? 걱정하지 마요. 절대 임신시키지는 않을 테니까, 어때요? 나랑 한 번 하면 2억 넘는 돈을 아끼는 셈인데 좋지 않나요?”“2억이 넘는다고요? 참 뻔뻔하네요. 당신들이 메뉴판을 고쳤다는 걸 우리가 모를 것 같아요? 우리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요?”신수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비록 그가 흑심
신수민은 무척이나 억울했지만 신은재와 이태호 등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섹시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이태호가 10분 뒤에 내가 내려가지 않으면 날 찾으러 오겠다고 말했어요. 이제 곧 10분이 될 텐데 날 내려보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태호가 올라와서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연진욱은 재밌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하하, 이태호가 올라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밑에 있는 사람들이 그가 올라올 수 있게 내버려 둘까? 왜 이렇게 멍청하지? 어쨌든 오늘 난 반드시 널 손에 넣고 말겠어. 난 이태호의 여자랑 잘 거라고!”말을 마친 뒤 연진욱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신수민을 향해 달려들었다.“비켜, 이 빌어먹을 자식!”신수민은 상대방이 정말로 그녀를 겁탈하려고 하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도망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술을 꽤 많이 마신 탓에 술기운이 강했고 하이힐까지 신고 있어 발을 삐게 된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아!”발을 삔 신수민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그런데 그 덕분에 오히려 무섭게 달려드는 연진욱을 피할 수 있었다.연진욱은 바닥에 주저앉은 신수민의 모습과 그녀의 아픈 듯한 신음에 더욱더 몸이 달아올랐다.그는 치마 아래 더욱 많이 드러난 살결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웃으며 말했다.“하하, 날 따르라니까. 걱정하지 마. 일 끝나면 돈 안 내도 되니까. 그리고 2천만 원쯤 더 줄 수도 있어!”“꺼져!”신수민은 고개를 들며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지만 발목이 너무 아팠다. 이제 막 한 걸음 내디뎠는데 너무 아파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하하, 정말 고집이 세다니까. 잠시 뒤에도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 있을지 궁금하네!”연진욱은 음흉하게 웃으며 다시금 신수민을 덮쳤다.“팍!”그런데 바로 그때 이태호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이, 이태호. 너, 너 어떻게 올라온 거야?”오전에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연진욱은 심장이 떨렸다. 이태호가 다가오자 그는 혼비백산하
“아!”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연진욱은 그곳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마터면 고통 때문에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아!”연진욱은 크게 소리를 내질렀고 고통 때문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신수민은 비록 겁이 났으나 동시에 통쾌했다. 예상대로 연진욱은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고 이태호가 제때 나타나 줘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아마 연진욱에게 겁탈당했을 것이다.“태호 씨, 우리, 우리 가요!”신수민은 아픔을 참으며 이태호의 팔뚝을 잡았다.그러나 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구석 쪽에 숨겨진 문을 향해 말했다.“안에서 나오지 그래?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안에 숨어있던 하현우와 정희주, 서문옥은 겁을 먹어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은 이태호가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다. 발길질 한 방에 연진욱의 하반신을 뭉개버리다니, 정말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아래층도 어찌 된 일인지 잠잠했다. 이태호는 그들에게 다가갔다.그들은 지금 이태호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을 한바탕 신명 나게 팰까 봐 두려웠다. 원래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사람이 있다고요?”신수민은 미간을 구기며 놀랐다. 이 방안에 꽤 오래 있었는데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팍!”이태호는 쓸데없이 얘기하기 귀찮아 곧장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는 숨겨진 문을 박찼다.“꺼져!”하현우와 나머지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더니 부랴부랴 그곳에서 나왔다.“하현우 씨, 정희주 씨, 그리고 서문옥 씨도 있었어요?”세 사람을 본 신수민의 안색이 흐려졌다. 인제 보니 그들은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미리 준비한 듯했다.“하하, 이 레스토랑은 우리 서씨 집안 건데 내가 여기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서문옥은 웃었다. 삼류 재벌 집 딸인 그녀는 여전히 의기양양했다.“이곳이 당신 레스토랑이었어? 그렇다면 나와 내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는데 당신도 가담했다는 거네!”이태호는 굳은 얼굴로
하현우는 서문옥을 덥석 붙잡고 끌어당기면서 설득했다.“문옥 씨, 참아요. 저놈은 원래 덜렁이라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죠. 상대방의 신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요. 먼저 때리고 나서 협의 보는 거예요. 괜히 자극이나 하지 말아요. 자칫 목숨이라도 잃으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자신이잖아요.”서문옥도 알고 있었다. 곁에 경호원도 없었고, 독고영민을 포함한 사람들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지금 여기서 이태호처럼 머리가 텅 빈 덜렁이와 시비 붙어봤자 자신만 손해 볼 것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묵묵히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뭐, 뭐 하려고? 오지 마!”정희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태호를 보자 화들짝 놀라면서 뒷걸음질 쳤다.이태호는 무심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무릎 꿇어! 내 와이프한테 사과해.”“이태호,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거지? 웃겨, 정말.”정희주는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지금 밖에 문옥 씨가 부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거 몰라?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확실해? 감당할 수 있겠어?” “무릎 꿇고 스스로 뺨을 10대 때리면 방금 있었던 일은 용서해줄게. 하지만 앞으로는 얌전히 지내는 게 좋을 거야.”싸늘한 얼굴로 말을 내뱉은 이태호의 모습에서 살기가 은은히 뿜어져 나왔는데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이...!”정희주는 이태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눈앞의 남자가 감히 자기한테 무릎 꿇으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싫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 같은 병신 놈한테 무릎 꿇을 일은 절대 없어.”정희주는 이를 악물었다. 만약 오늘 무릎을 꿇는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신수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이태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미려고 방 안에 숨어 있었는지 몰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따라서 그녀도 굳이 말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때, 이태호의 몸에서 무형의 에너지 파동이 일렁거렸다. 순간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느낀 정희주는 다리가 풀리면서 그대로 바
“꺅!”이태호가 갑자기 안아 올릴 줄 몰랐던 신수민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단단하고 힘 있는 팔뚝과 은은하게 풍기는 수컷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낀 그녀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내려줘요.”신수민은 쑥스러운 듯 나지막이 말했다.“발목이 퉁퉁 부었는데 어떻게 걸어요? 차까지 데려다줄게요.”이태호는 고개를 숙이지도 않은 채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신수민은 빨간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인했다.이태호가 방을 나서자 정희주는 그제야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전의 느낌은 너무 끔찍했다. 이태호의 존재는 마치 왕처럼 다가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 자신조차도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몰랐다.하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서서히 다가왔다. 다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다. 이태호도 자신을 미워할 텐데, 딱히 그에게 손을 대지 않은 듯싶었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정희주를 바라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렇다고 진짜 무릎 꿇으면 어떡해? 고작 죄수에 불과한 놈한테 무릎을 꿇어? 창피하지도 않아?”“난...”정희주는 방금 일어난 희한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입만 벙긋했을 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나, 나 남자 구실 못하면 어떡해? 얼른 병원에 보내줘, 망했어! 나 어떡해!”이때, 땅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있던 연진욱이 서문옥을 바라보며 애원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서문옥은 자기 볼을 쓰다듬었다. 망할 놈, 그녀를 때린 것도 모자라 감히 협박까지 하다니?듣도 보도 못한 감옥에서 갓 풀려난 쓰레기 같은 남자가 그녀의 집안에 위협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그녀는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닥에 앉아서 뭐해요? 쪽팔리지도 않아요? 일단 119에 연락해서 내 동생 병원에 데려다줘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래층에 한번 내려가 볼게요. 이태호 그 자
독고영민 일당은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서는 태수를 보자 순식간에 꼬리를 내렸다. 고작 몇 마디 말이 오갔을 뿐인데, 이미 손에 든 무기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태수는 도착하고 나서 이태호에게 존칭을 사용하면서 이태호 대신 독고영민 일당을 제압했다. 이태호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그제야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한참 뒤, 신수민을 안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이태호를 보자 태수는 얼른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이태호 씨, 사모님은 괜찮아요? 이태호 씨 말 한마디면 오늘 이 사람들을 매장할 수도 있거든요.”이태호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걱정해줘서 감사합니다. 제 아내는 괜찮아요. 다만 왜 저를 도와주는지 궁금하네요.”태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둘러댔다.“그게... 사실 저희 용의당은 향무당과 원래 사이가 안 좋죠.”이태호는 싱긋 웃었다.“아마 말처럼 가벼운 문제는 아니겠죠?”태수는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내일 용의당에 한 번 다녀가면 안 될까요? 저희 형님께서 이태호 씨를 뵙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 온종일 찾아다녔는데, 댁에 갔더니 이사한 걸 그제야 알아서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그래요? 형님께서 저를 보고 싶어 한다고요?”이태호는 의아한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태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속으로는 역시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설마 본인이 드래곤 신전의 주인인 걸 모른다는 건가? 이 타이밍에서 아직도 연기하다니?그렇다고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 드래곤 신전의 주인은 늘 미스터리한 존재인 만큼 그의 정체를 현장에서 밝힌다면 신전 주인의 심기를 건드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따라서 솔직하게 대답하는 대신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맞아요. 이태호 씨를 뵙고 싶다고 했어요. 내일 가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그렇군요. 그럼 내일 시간 나면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용의당이라는 곳이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대방의 도움을 받았으니 내일 찾아가
이태호는 윤하영의 말을 듣자 포권을 취하면서 겸허하게 말하였다.“윤 봉주님, 과찬입니다. 제가 이번에 돌파할 수 있는 건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그가 이번에 돌파할 수 있는 건 청련 신통을 수련한 덕분이었다. 그의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법력이 더욱 강해졌기에 7급 파경단 몇 알을 복용해서 강제로 돌파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이태호는 무리하게 돌파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고 실패로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성자 경지는 이미 신혼이 천지와 융합하고 천지의 힘을 장악하는 경지이기에 작은 경지를 돌파하려면 기연과 계기가 있어야 하며 강제로 경계 장벽을 돌파할 수 없다.이태호의 무덤덤한 표정을 보자 의자에 앉은 윤하영은 마음이 언짢았다.사실 그녀는 이미 속으로 이태호를 질투하기 시작했다.정말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재능이 아닌가?!입문한 지 1년 만에 존황 경지에서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이태호는 천교로만 볼 수 없다. 그는 완전히 천도의 총아라고 할 수 있었다.어느 천교가 짧디짧은 1년 만에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는가?게다가 이태호가 성자 경지로 돌파한 지 두세 달밖에 안 된 상태였다.성자 경지에 존재한다던 장벽은 어디에 있는가?윤하영이 보기엔 이태호는 훗날에 반드시 성황 경지의 대능력자로 될 것이고 심지어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도 있었다.수행길에서 수사들의 공통된 목적은 무엇인가?바로 신선으로 비승하는 것이 아닌가?윤하영은 자기가 일찍이 이태호를 지지해서 중주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얻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이태호의 곁에 있다면 훗날에 꼭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다고 담보할 수 없지만 성황 경지로 돌파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윤하영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이 도우는 꼭 신소문을 조심해야 할 것이야.”그녀는 말을 잠시 멈추고 정중한 표정으로 말했다.“신소문의 천교 육성훈은 육무겸의 아들인데 너처럼 신체를 각성했고 대단한 기운(氣運)을 가졌다는 소문이 있어. 작년에 성자
...이튿날 아침, 이태호는 상쾌한 기분으로 신수민의 방에서 나왔다.그가 정원에 도착한 후 먼저 우물에서 시원한 물을 퍼서 정신을 차렸다.세수까지 다 마친 후 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햇빛이 드러난 하늘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계산하였다.“아직 이틀 남았군...”이태호는 이번 성공 전장에서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해서 떠나기 전에 신수민 등 아내들에게 단약들을 만들어 주려고 하였다. 그가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내공이 빠르게 늘었지만 아내들의 내공은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들이 6급 존황 경지로 돌파한 지 한참 되었고 그중에서 수련 속도가 가장 빠른 신수민도 6급 경지 후기에 불과해서 다음 경지로 돌파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대장로 등은 6급 벽천단 덕분에 뒤에서 천천히 쫓아왔다. 지금은 모두 5급 존황 경지로 돌파하였으나 신수민 등에 비하면 아직 뒤처져 있었다.자질이 다른 것도 격차가 생기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신수민 등 네 여인, 대장로와 남두식은 모두 보체(寶體)를 각성하였다. 이런 자질은 종문 내에서 신체(神體)를 각성한 이태호와 고준서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위권에 속했다.그러나 나장로 등은 이들과의 격차가 컸다. 여태까지 이태호가 준 단약으로 겨우 4급이나 5급 존황 경지로 돌파할 수 있었다.이태호는 수행계에서 천재는 흔하지 않고 나장로 같은 수사야말로 정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아내들이 자기와의 격차가 점점 커져서 자기가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해서 중주로 갔을 때쯤, 그녀들이 잘해야 8급이나 9급 존황 경지까지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시선을 거두고 대청으로 갔다. 그는 잠시 후에 단당에 가서 7급 영단을 정제할 약재들을 가져올 작정이었다.이태호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단당으로 갔다. 그가 단당 입구에 도착하자 귓가에 윤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도우, 어서 들어오게.”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당 내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흰색 장포를 입고 곱게
정원에서 신수민 등 여인들과 대장로 등은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였고 마치 그들이 돌파한 것처럼 얼굴에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이들은 이태호의 천부적 자질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 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어쨌든 이번에 이태호가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였다. 이것은 무황이나 존왕처럼 단약을 충분히 먹으면 돌파할 수 있는 것과 달랐다.성자 경지의 돌파 장벽이 높아서 종문 내에 수십 년 동안 한 경지에 정체된 장로들도 많았다.경지가 높을수록 함부로 돌파할 수 없고 기연이나 계기가 있어야 했다.그러나 이태호는 이런 인식을 타파했고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두세 달 만에 이미 3급 성자 경지에 이르렀다.물론 사람들은 이태호가 공포스러운 천부적 자질을 가졌기에 수련 속도가 빠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돌파는 여전히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지게 하였다.이태호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을 보자 이들은 모여들었다.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태호야, 네 천부적 재능이 정말 부럽구나.”이에 남두식도 맞장구를 쳤다.“남들은 경지의 장벽에 갇혀서 수십 년 동안 정체되었는데 너는 무슨 수련을 식은 죽을 먹는 것처럼 쉽게 하냐? 지금 종문 내에 엄청 많은 사람이 몰래 널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있을 거야.”신수민 등 여인들도 별처럼 반짝이고 존경심과 사랑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들이 일부러 자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알아챈 이태호는 멋쩍어서 코를 만지면서 말했다.“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요. 창란 세계에 얼마나 많은 천교가 있는데요. 천부적 재능이 저보다 좋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 지금 이 실력으로 자기를 겨우 지킬 수 있는 수준이에요.”이태호는 이번에 운 좋게 돌파한 것에 대해 자만하지 않고 평소처럼 무덤덤하였다.그는 이렇게 큰 창란 세계에는 필연코 자기의 천부적 재능보다 더 훌륭하고 더 괴물 같으며 더 행운스러운 자가 있다고 생각했다.자신의 이런 보잘것없는 능
원신이 단단해지면서 육신도 탄탄해졌다. 이태호는 육신의 강도가 크게 향상되었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며칠이 지난 후 이태호의 머릿속에 맑은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체내의 기운이 순식간에 높아졌고 빠르게 경지의 장벽을 넘어서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였다.그러자 3급 성자 경지의 기운이 한순간에 허공을 뒤흔들었고 지극히 빠른 속도로 온 태일종으로 퍼졌으며 무시무시한 기운이 무자비하게 제자들을 제압하였다.그 순간 수많은 제자가 수련 상태에서 깨어났고 하늘로 솟아올랐다.“헉! 이 사형이 또 돌파했어?!”“어머나! 이번에 돌파하면 3급 성자 경지이지?”“입문한 지 1년 만에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니. 이 사형은 훗날에 꼭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을 것이야!”“...”이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멀찌감치 서서 요광섬을 바라보았다. 모두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이태호가 한 달 전에 방금 돌파하였기 때문이다.사실 내공의 경지가 높을수록 경지의 장벽을 뚫기가 어려워지고 기회나 기연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태호는 예상 밖의 변수였다.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해서 많은 제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제자들뿐만 아니라 요광섬에서 발산한 강렬한 기운을 느낀 장로들도 자기를 의심하게 되었다.그들은 성자급 수사인데 아직도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에 머물러서 돌파하지 못한 자들도 많았다.이태호가 식은 죽 먹기로 돌파하는 것을 보자 엄청나게 부러워했다.외부의 일에 대해 이태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그의 원신과 육신에 확실한 변화가 일어났다.일단 원신이 더욱 단단해졌다. 그가 염력을 사용하면 원신은 육신에서 벗어나서 허공에서 거닐 수 있었다.그리고 육신은 다음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용의 근, 호랑이의 뼈, 금은과 같은 가죽, 피를 바꾸고 골수를 씻으며 장기를 제련한” 육신으로 변했다는 것이다.이태호는 심장이 한번 뛸 때마다 피가 호랑이의 울음소
제1봉의 종문 대전 내에서 선우정혁이 공법 전적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울려 퍼진 살기등등한 노호가 들려왔다.그는 의식적으로 종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다급히 신식을 방출하였다.결국 누군가 종문의 절반 넘은 천지의 영기를 강제적으로 빨아간 것을 알아챘다.멀찌감치 떨어진 요광섬의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소용돌이를 보자 분명 또 이태호가 한 짓이었다.이 광경을 본 선우정혁은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한마디 하였다.“이 녀석도 참, 수련할 때도 요란하게 하네.”이 사실을 알았으니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자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만 리 떨어진 먼 곳에서 태일종으로 몰려와서 이태호에게 빨려간 부분을 채우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온 태일종에서 영기로 된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잠시 후에 선우정혁은 빨려간 부분을 다시 채워놓았다.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멀리 떨어진 요광섬을 바라보았다. 그의 예리한 눈빛은 허공을 꿰뚫는 듯 영기의 소용돌이 아래에 있는 이태호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선우정혁은 이내 대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역시 신체야. 지난번에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돌파하다니.”여기까지 말한 선우정혁은 자기가 한 가장 정확한 일이 바로 성호에서 이태호를 태일종의 제자로 받아들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이태호가 보잘것없는 존황 경지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선우정혁이 성왕급 대능력자라고 할지라도 이태호에 대해 탄복하였다.그가 성왕급 수사로 될 수 있는 건 천부적 자질이 훌륭하고 신체에 견줄만한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존황 경지에서 성자 경지로 돌파하는 데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절대로 이태호처럼 식은 죽 먹기로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다.선우정혁은 힐끔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고 중얼거렸다.“3급 성자 경지라면 태일종 내에서 내문 장로로 될 수 있고 천남의 젊은 세대에서 일인자야. 중주에서도 명성이 자자
이태호는 원신이 천지와 연결되어 있을 때 머릿속에 나타난 세밀한 도운과 규칙을 느끼면서 다시 계산해 보니 성공 전장이 열릴 날이 5~6일밖에 안 남았다.지금 그는 내공을 완성한 2급 성자 경지이고 3급의 문턱에 이르렀다.아직 3급 경지로 돌파하는 계기를 느끼지 못했지만 며칠 동안 청련 신통을 수련하면서 체내의 영화는 끊임없이 육신과 법력을 제련하였다.짧은 20~30일의 기간에 쌓은 내공은 이태호가 예전에 두세 달 동안 수련한 것과 맞먹었다. 체내의 영화는 끊임없이 영력을 연마해서 기초가 든든하게 하였고 원기가 충만하게 하였으며 계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단약만 복용해도 돌파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이태호는 지금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했다. 성공 전장의 위험 수준이 너무 높으므로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면 자기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바로 사물 반지에서 지난번에 정제한 태을영단을 꺼냈다.이 단약은 성자급 수사를 도와서 천지의 힘을 제련할 수 있는데 약효가 아주 좋아서 전에 이태호가 두 알을 먹은 후 바로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그가 7급 연단사로 진급한 후 정제한 단약은 모두 자기가 먹었다. 신수민과 대장로 등은 아직 5~6급 존황 경지에 불과했기 때문에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 적지 않은 태을영단이 남아있었다.이태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공법을 묵묵히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태을영단을 입에 넣었다.단약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순수한 약력이 그의 사지와 혈자리로 퍼졌다.태일보서 공법을 운행하면서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태일종의 사면팔방에서 요광섬으로 밀려들어 왔으며 순식간에 큰 산만한 소용돌이를 형성하였다.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이태호의 몸에 들어간 후 순수한 천지의 힘으로 단련되었고 원신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태호는 짧은 시간 내에 단약의 약효를 모두 흡수하였고 내공이 조금 높아졌지만 아직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기에 부족하였다.수련 상태에서 깨어난
연공방에서 이태호는 단전 속의 삼색 연꽃을 바라보면서 거기서 발산한 파멸의 기운을 느꼈고 마음은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청련 신통을 소성의 경지로 수련함으로써 위력도 한 단계 더 높아졌다.지금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추가되어 이태호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곧 열릴 성공 전장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예전에 종문의 전적이나 몇몇 장로를 통해 성공 전장의 잔혹함에 대해 들었다.창란 13주에서 천남, 서역, 동황 등은 인간들의 집거지이고 만리빙원 등 극한 지대에도 생명체가 존재하였다.그러나 유독 성공 전장은 천하의 금지 구역이라고 불리며 살아있는 인간은 없고 생명체는 모두 멸종되었다.이곳은 옛날 상고 시대의 진선이 대전을 진행하고 나서 형성된 폐허 유적지로 수많은 깨진 규칙 조각과 허공 난류가 들어있다.성자급 수사라도 자칫하면 끝없는 허공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물론 위험은 흔히 기연과 병존한다. 성공 전장은 생명의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절세의 보물들도 있다.게다가 신선으로 되는 비밀이 들어있다는 소문도 있다.수만 년 전부터 신선으로 되는 길이 점점 모호해졌고 신선으로 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으며 수많은 성황급 수사는 필사적으로 족쇄를 끊고 비승하려고 하였다.그래서 각 세력은 각자의 제자들을 파견해서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신선으로 되는 비밀을 찾도록 하였다. 적어도 일부 절세의 보물을 찾아서 수명을 연장하려고 하였다.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성공 전장에서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고 잔인해졌다.전에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서 천남 지역의 젊은 세대들을 제압할 수 있지만 진정한 성지의 천교들에 비하면 여전히 뒤떨어져 있었다.중주 성지의 성자, 동황 상고 세가의 신자, 북해 만족 황금혈맥(黃金血脈)의 소주, 대리황조의 황자, 서역 뇌음사(雷音寺)의 불자, 뇌택의 땅의 요족(妖族) 소주 등은 모두 천교 중의 천교라고 할 수 있다. 절대로 천남과 같은 작은 곳의 천재가 비교할 수 있
선우정혁이 손을 들고 금제 진법을 향해 한 줄기의 현광을 내뿜었다. 금제가 풀리자 그는 극빙염을 꺼내서 이태호의 앞에 내밀었다.물빛 화염이 허공에서 일렁이는 물결과 같은 파동을 일으킨 것을 보고 선우정혁은 이영화의 유래를 천천히 설명하였다.“이 극빙염은 2천여 년 전에 우리 태일종의 한 장로가 북해에서 유력할 때 우연히 얻은 것인데 종문 내에 불속성의 공법과 신통을 수련한 자가 없어서 계속 보물 창고에 보관되었어.”태일종의 제자들은 주로 수련한 태일보서는 가장 중정평화(中正平和)한 특성이 있으며 천품 무기 신통들도 위력이 대단한 대현황경금 검기와 같은 것들이었다.그래서 불속성 공법을 수련한 제자가 없는 상황에 이 극빙염은 계속 보물 창고에 둘 수밖에 없었다.이번에 선우정혁이 이태호가 천지의 영화를 찾고 이화 성왕의 불속성 신통을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극빙염은 아마 계속 보물 창고에 있을 것이다.눈앞에 있는 극빙염을 보자 이태호는 사양하지 않고 손을 휘젓자 수많은 천지의 영기를 뿜어내면서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영화를 손에 넣었다.극빙염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이태호는 주변의 영기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고 이윽고 극한의 추위가 덮쳐오면서 그가 영화를 들고 있는 손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얼어버렸고 체내의 영기마저 약간 정체된 것 같았다.그래서 이태호는 두말없이 몸에서 2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발산해서 단번에 극빙염을 진압하였다.그는 주변의 영력이 모조리 태워버릴까 봐 재빨리 천지의 힘으로 극빙염을 감싸서 단전 내에 집어넣었다.이태호가 극빙염을 제압한 것을 본 선우정혁은 여유롭게 턱밑에 자란 희끗희끗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됐네. 물건을 모두 너에게 줬으니 빨리 돌아가서 흡수해서 단련해. 네가 극빙염과 융합한 후 성공 전장에서 빛을 발하고 우리 태일종의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어.”그는 이태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이에 이태호는 곧바로 포권을 취하고 공손히 말하였다.“종주님,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돌아가서 극빙염
이태호가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선우정혁이 움직였다.그는 손을 내밀고 푸른색 방패를 향해 손가락을 오므리자 방패가 날아왔다.방패를 잡은 선우정혁은 이태호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이 청광순(靑光盾)은 유성선금(流星仙金)에 후토정기(厚土精氣), 그리고 여러 가지 정금(精金)을 혼합해서 만들었어. 상급 영보에 속하고 방어력이 좋은 편이야.”이에 이태호는 손을 내밀어서 청광순을 받고 신식으로 천천히 훑어보니 확실히 선우정혁의 말대로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었다.실제로 방어형 영보는 공격형 영보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일반적으로 방어형 영보를 정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공격형 영보에 비해 훨씬 비싸고 수량도 매우 적었다.“좋네요.”청광순을 자세히 살펴본 후 이태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본 선우정혁은 웃으면서 말했다.“이건 상급 영보에 불과하지만 천지의 힘을 주입한 후 형성한 후토 방어막은 9급 성자 경지의 수사라도 당장 뚫기 어려울 거야.”“종주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보답할 길은 없지만 이번 성공 전장에서 꼭 태일종의 체면을 세워주겠습니다!”이태호는 기쁜 마음으로 청광순을 사물 반지에 넣자 선우정혁은 눈을 부라리면서 호통을 쳤다.“이 영보를 가져가려면 7급 파경단을 두 번 정제해야 할 것이야.”“...”이에 이태호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선우정혁이 눈을 부릅뜨고 말하는 것을 보자 이태호는 어이없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종주님이 생각보다 쪼잔하시네요. 저는 공짜로 주신 줄 알았어요.”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얼굴을 실룩거리다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이태호를 노려보고 말했다.“상급 영보가 흔한 줄 알아? 네가 종문의 천교 제자이고 방어 영보가 박살 나지 않았다면 네 요구를 들어줄 것 같아?”종문은 자선당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제자의 영보가 망가졌더라도 새것으로 바꾸려면 동등한 가치의 영석(靈石)이나 보물을 내놓아야 했다.이번에 이태호가 곧 성공 전장에 들어간다길래 할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