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가문, 장경각 내.주서명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미소 짓는 얼굴로 곁에 있는 이태호에게 설명했다. “이 장로님, 여기가 저희 가문의 장경각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지품 무기는 다섯 번째 층에 있습니다. 제가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태호가 장경각 내의 여러 가지 서적들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대청에서 주씨 가문과의 협력이 성사된 후 주서명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로 이태호를 장경각으로 안내했다. 솔직히 이태호도 창란 세계의 무기에 관심이 있었다. 오랫동안의 수련을 거친 이태호도 한 가지 지품 무기밖에 없는데 최고로 오품 존왕밖에 안 되는 주씨 가문에 한 가지 지품 무기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알다시피 세상 안하무인인 천명종이 비승하기 전 갖고 있던 최강 무기가 현품 고급에 지나지 않았다.앞에서 걸어가던 주서명이 이태호의 생각을 알아챘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무기는 가문의 선조가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된 것입니다.”“수행의 어려움을 알기에 입문에 성공한 선조가 몇 명 안 계십니다. 이 무기로 성호 대결 자리를 바꿨다는 것을 아시면 가문의 선조들도 기뻐할 겁니다.”“가주님은 참 대범하십니다.”이태호가 주서명의 말을 듣더니 감탄했다. 다른 가문이라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숨기기에 급급했을 것이다.무기는 공법과 마찬가지로 가문 전통의 일종으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기에 무기가 곧 그 가문의 전투력이라고 볼 수 있다. 주서명과 함께 장경각 5층에 도착하자 주서명이 허공에 대고 손끝으로 톡하고 찍자 주위가 환하게 빛났다. 진법을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손바닥만 한 자금으로 된 상자 하나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주서명의 손으로 옮겨졌다. 상자를 받은 주서명이 그 속에서 빛이 영롱한 옥간을 꺼내더니 이태호에게 말했다.“장로님, 이게 바로 저희 가문의 지품 무기인 대일진권입니다.” “권법이 대성할 시 산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역량이 생길 것이고 마치 태양이 하늘을 지배하듯이 무궁무진한
“장로님, 아무리 무기가 좋다 해도 그건 기술일 뿐입니다. 절대 빠져서는 안 됩니다.”“대일진권이 배우긴 쉬워도 정통하긴 어렵습니다. 산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도로 익히려면 오랫동안의 수련이 필요하니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주서명이 잠깐 쉬다 다시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경기 날짜도 눈앞에 다가왔고요.”주서명이 이태호에게 한 권고였다.주씨 가문에 대일진권을 익힌 가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무기이기에 수련을 포기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미 대일진권의 요령을 터득한 이태호는 주서명의 권고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현재 온몸의 기운을 집중하여 대일진권에 매진하였고 막대한 정신력으로 대일진권의 진리를 터득하려했다.주서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태호가 갑자기 주먹을 들어 허공에 날렸다.그러자 하얀 기류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가로질러 몇 미터 밖으로 뿜어져 나갔다.곧이어 하얀 연기가 천장 위로 떠오르더니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도 같은 가상 태양으로 변해 장경각의 내부를 대낮처럼 밝혔다. 이를 본 주서명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대낮에 귀신을 본 표정으로 말했다.“이... 이건... 대일진권이 확실합니다!”눈앞의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주서명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잠깐 사이에 터득하신 거예요?”‘대일진권은 진품 무기로 주씨 가문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이고 가문의 많은 장로가 시도했지만, 입문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태호가 한눈에 익혀버렸다는 게 말이 돼?’주서명이 의아한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더니 꿈인가 싶어 두 눈을 마구 비비고 나서 다시 쳐다보았지만, 허공에 걸려있는 것이 태양이 틀림없었다.주서명이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이건 대체 무슨 천부일까?’얼굴에 놀라움으로 가득 찬 주서명을 본 이태호가 그제야 고르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대일진권의 진리와 요령을 터득한 이태호가 잠깐 수련 결과를 시도해 봤을 뿐인데 단번에 성공할 줄 몰랐다.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정신을 차린 이태호가 허공에 걸린 태
경악하던 주서명이 정신을 차리면서 웃는 얼굴로 이태호를 칭찬했다.“장로님께서 천부가 아주 뛰어나십니다. 저희 가문에서 여태까지 터득하지 못한 대일진권을 장로님께서 한눈에 터득하셨다는 게 놀랍습니다. 역시 구품 존왕이십니다.”주서명의 아부에 이태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과찬입니다. 우연입니다. 다른 일이 없다면 저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이태호는 지금 당장 방에 가서 조금 전 성공한 대일진권을 다시 상기해 보고 싶었다. 시도할 때는 비록 대일진권의 요령을 터득했고 수련에 성공했지만, 입문 성공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태호의 머릿속에 아까 성공했을 때의 그 짜릿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만일 이 권법을 확실하게 익혀 대성하게 한다면 반드시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게 될 것이다.그 말을 들은 주서명이 다급히 이태호를 멈춰 세웠다.“장로님, 잠시만요.”말이 끝나자마자 주서명이 손을 들어 허공에 점을 찍자, 장경각으로부터 몇 개의 옥간이 날아와 이태호의 앞에 떠 있었다. 보기에도 평범하지 않은 일고여덟 개의 옥간이 몽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태호가 이 여러 개의 옥간이 무엇인지 대충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태호는 대청에서 협력에 관해 얘기할 때 주서명이 그에게 한 가지 무기만 허락했지, 다른 무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것이 기억나면서 의아해했다. 이태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주서명을 바라보면서 물었다.“가주님, 이것은?”“장로님, 이건 제가 함께 오신 여러 사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니 받아주세요.”주서명이 살짝 손을 젓자 손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옥간을 살며시 이태호의 앞으로 밀더니 웃는 얼굴로 말했다.“저희 가문은 객경 장로들을 대할 때 항상 동일시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장로님께서 대일진권 수련에 성공하셨기에 제가 이번 성호 대결에 더욱 큰 신심이 생겼습니다.”조금 전 발생한 상황을 다시 머리에 떠올리면서 주서명이 생각했다.‘수십 년 동안 수련을 한 내가 장담하는데 이 사람은 반드시 이 영역에서의 최강자가 될
만일 이 사실이 다른 장로들한테 알려진다면 엄청난 시기 질투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주씨 가문도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이태호는 주서명이 갑작스럽게 호의를 베푸는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태호가 짧은 시간 내에 대일진권을 익히는 모습에 주서명이 이태호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이태호가 옥간을 받자 주서명이 헤벌쭉이 웃더면서 말했다.“장로님 어서 방에 가서 쉬세요.”하고 곧장 장경각에서 나가버렸다.멀어져가는 주서명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태호가 주서명이 사라지자 시선을 거두고 눈앞에 떠있는 옥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정신을 집중하여 빠르게 옥간의 내용을 훑어 내려갔다.칠살검법-현품고급무기.창고반왕지-현품고급무기.현음한빙공-현품고급무기!…전부 현품 고급무기인 것을 발견한 이태호는 가슴이 벅찼다. 천청종에도 이렇게 많은 고급 무기가 없는데 역시 어디를 가든 실력자만이 혜택을 누리는 법이다.이태호가 어제 주씨 가문에 갓 도착할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주민이 내공을 숨긴 이태호에게 무례를 범했고 따라서 남유하도 그들의 조롱을 받았다. 이태호가 구품존왕의 내공을 보여주자 주씨 가문이 돌변하면서 노발대발하던 태도가 급속도로 공손해지더니 오늘은 이태호와 친분을 맺으려고 아부를 해왔다.이 모든 변화를 이태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두 주먹을 꽉 쥔 이태호가 머리를 내밀고 장경각 밖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사면팔방에서 천지의 기운이 몰려오면서 끊임없이 모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농도는 천청종 본부에 있을 때보다 더 강렬했다. 창란 세계는 오직 실력만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이태호가 잘 알고 있었다.‘이젠 경계를 뚫고 존황에 도전할 때가 됐어.’이태호가 옥간을 정리하여 장경각에서 나와 거처에 돌아간 뒤 옥간을 큰 장로와 남유하 등에게 나눠주었다. 옥간이 현품 고급 무기란 것을 알게 된 그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무기가 곧 전투력이기에 아무리 많은 무기를 갖고 있어도 마다하지 않는다.그리고 주씨 가문에서 이태호와 친분을
멀찍히 떨어져 있던 큰 장로와 남두식이 이태호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었다.남두식이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굳은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백지연 등에게 말했다.“장로님 말 들어. 우리가 아직 자만할 때가 아니야. 구품 존왕이 천청종에서는 일류지만 창란 세계에서는 별것 아니야.”잠깐 말을 멈추더니 남두식이 이어서 말했다.“천남성호를 장악하고 있는 태일종을 잠시 접어두고라도 오늘 주씨 가문에서 장로님에게 준 현품 고급무기만으로 우리 천청종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어.”알다시피 주씨 가문은 무항시에서 이류 가문이고 가주인 주서명의 내공도 오품 존왕에 지나지 않는다.남두식이 주서명의 내공 실력을 탐탁지 않아 할 수 있지만 이번 성호 대결을 무시할 수 없다.이태호가 말한 바와 같이 주씨 가문도 외부에서 지원사격을 요청하였는데 다른 가문에서 지원 사격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만일 이태호 일행이 자신의 내공을 전부 폭로한다면 주씨 가문이 당황할 뿐만 아니라 소식을 접한 다른 가문에서 미리 대처할 것이다.남두식의 엄숙한 표정을 본 백지연이 뭔가를 깨달았는지 멋쩍은 표정으로 이태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조금 전에 한 말은 농담이었어요. 자매님들, 우리 수련하러 가요.”백지연이 환하게 웃으면서 일고여덟 개의 옥간 중에서 자기와 어울릴만한 옥간 하나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모든 사람이 옥간을 선택한 뒤 이태호도 좀 전에 성공했던 대일진권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수련해 보기로 했다.성호 대결이 시작되기 전에 완전히 터득하여 대성하게 하도록 준비할 타산이었다.두 가지 지품 무기를 장악한다면 대결에서 이길 승산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태호가 수련을 시작하려는 그때 주씨 가문 대문으로 주민이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온통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어제 주민은 이태호에게 패배당하여 팔다리가 부러지고 단전이 박살 났으며 내공이 사라져 버릴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오늘 주서명이 주민을 주씨 가문에서 내쫓아버
하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세는 약해 보이지 않았고, 호흡과 동시에 사방의 영기가 그의 몸에 흡수되고 신기한 빛으로 바뀌어 회전하는 것 같았다.중년 남자의 옆에는 나이가 들었지만 관리를 잘해 미모가 여전한 40대 중년 여성이 있었다.이 두 사람은 주민의 부모다. 즉 남자는 황씨 가문의 데릴사위인 주자연이고, 여자는 무항시 일류 가문인 황씨 가문의 적녀 황설이다.황씨 가문은 여러 명의 9급 존왕을 보유한 무항시 명문가다. 이와 비교할 때 세력이 약한 주씨 가문에서 태어난 주자연은 출세를 위해 황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다.그는 데릴사위였지만 아들이 태어난 후 아내의 성인 황씨를 따르지 않고 어렸을 때부터 주씨 집안에서 키웠다.두 가문이 모두 무항시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가끔 시간이 나면 주민을 보러 가기도 했다.어렸을 때부터 황설에게 지나친 사랑을 받은 주민은 그동안 교육을 소홀히 한 탓에 점점 망나니가 되어 한때 주자연의 골칫거리가 됐었다.요즘 성호 랭킹이 눈앞에 다가와 황씨 가문에서는 그가 데릴사위가 된 지도 10여 년이 됐고 그의 아내가 가주 적녀인 것을 고려해 그에게 고급 5급 단약을 주었다.보름 남짓한 폐관 끝에 그도 마침내 7급 존왕의 경지에 올랐다.몸 안의 강한 힘을 느끼면서 주자연은 아들이 망나니긴 하지만 적어도 아내와 장인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옆에 있던 황설이 말했다.“민을 오랜만에 보는데, 오늘 온령호에서 영어 두 마리를 낚아 민에게 선물로 줍시다.”“영어는 우리 황씨 가문의 명물이잖아요. 당신이 며칠 전 단약의 힘으로 7급 존왕의 경지에 오른 덕분에 아버지가 기뻐서 민에게 두 마리를 주겠다고 하셨어요.”주자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수를 향해 대나무 장대 모양의 영기를 가볍게 던졌고, 잠시 후 무왕경지와 비교할 만한 황금빛 영어가 수면으로 끌려 나왔다.대나무 장대 모양의 영기는 호수에서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투명한 물벽들을 형성했다.호숫물로 만들어진 이 물벽들은 철벽처럼 단단했
낚싯대 모양의 영기를 들고 호수 중앙의 정자에 앉아 아내 황설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자연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황설의 서늘하고 독기 서린 외침 소리가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그는 지금 황씨 집안 데릴사위라 온전한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지만 그동안 몰래 주씨 가문을 많이 도왔다.그렇지 않았다면, 아들을 주씨 집안에서 키우면서 주씨 성을 따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황씨 저택의 비경에서 수련하는 틈을 타서 누군가가 아들을 폭행할 줄은 몰랐다.주민을 때린 것도 모자라 내공을 없애고 사지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망가뜨렸다.‘정말 나 주자연이 안중에 없구나!’여기까지 생각한 주자연은 살기등등한 얼굴로 공중에 솟아오른 후 방향을 바꾸어 재빨리 주씨 저택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자연은 주씨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주씨 저택 대문 앞에서 그는 밖으로 실려 나와 들것에 누워 있는 주민을 발견했다.자기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본 주자연은 분노가 끓어올라 얼굴이 음침하게 일그러졌다.아버지가 오자, 손발이 부러진 채 들것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주민이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아버지, 드디어 오셨군요.”주자연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주민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팔다리가 부러진 것은 물론 내공도 모두 없어졌다.거의 폐인이 된 아들을 보며 주자연은 얼굴이 극도로 음침해졌다. 그는 주민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먼저 치료용 단약을 꺼내 아들에게 먹였다.그런 다음 손을 들어 휘두르자,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들것이 공중에 떠올랐다. 주자연은 냉소하며 말했다.“가자. 나랑 같이 주서명을 만나러 가자. 제대로 된 해명을 들어야겠어.”“감히 나 주자연의 아들을 때리다니. 무슨 배경이든 감히 나를 건드린 자는 처참한 죽임을 당하게 될 거야.”치료용 단약을 먹은 주민은 점차 몸에 감각이 돌아왔다.하지만 아버지가 노기등등한 얼굴로 그를 들고 주씨 저택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는 저도 모르게 어제 이태호에게 얻어맞던 화면이 떠올랐다.이태호의 숨막히는
“9급 존왕의 수련을 끝내고 영기도 가지고 있는 수사들만이 나와 싸울 능력이 있어.”오전에 장경각에서 돌아온 후 대일진권의 깊은 뜻을 깨달은 이태호는 바로 폐관을 시작했다.반나절의 폐관을 거쳐 대일진권 입문과 소성을 이뤄낸 그는 현재 주먹이 바람처럼 빠르고 전투력은 이전의 몇 배로 강화됐다.이태호는 일여덟 명의 9급 존왕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9급 존왕도 무항시에 흔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이태호는 기쁜 마음을 뒤로 하고 영력을 하부 단전에 집중했지만 고래가 바닷물을 집어삼키듯 끊임없이 주위의 천지 영기를 흡수하면서도 한계를 넘어설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여전히 안 되는군. 매번 한계를 넘어서려 할 때면 존황경지 앞에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대한 질곡이 있다는 게 느껴져.”“그래서 주희철 남매가 존황급 수사는 일반 수사가 아니라 성인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했었구나...”대일진권 입문과 소성을 이뤄낸 후 이태호는 컨디션이 좋은 틈을 타서 주위의 천지 영기를 이용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하지만 이변 없이 모두 실패했다.그는 지금 9급 존왕의 수련을 마쳤고, 존황경지까지 한 발짝이 남았을 뿐이다.하지만 이 한 발짝은 거대한 벽과 같아서 뛰어넘기 어려웠다.이태호는 고개를 젓고는 더 이상 돌파를 강행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만하자. 이제는 다음 달의 성호 랭킹이나 기다려야지.”그는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눈을 감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대일진권을 계속 수련하려 했다.하지만 이때 갑자기 밖에서 우레와 같은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주서명, 나와서 해명 좀 해봐!”고함을 듣고 놀란 이태호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주씨 가문의 원수가 찾아왔나 보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객경장로일 뿐이니 주씨 집안에 누가 찾아오든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다.어쨌든 현재의 그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 달 후의 성호 랭킹이다.성호에 가는 기회를 잡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