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람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서도 두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눌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하지만 얼굴이 빨개져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유강후가 아니다.“어떻게 사람이 뭐요?”온다연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유강후는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말해봐요. 뭘 물어보려고 했어요?”얼굴이 확 달아오른 온다연은 입술을 깨문 채 그의 질문을 피했다.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를 감싸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좋았는지 말해봐요.”온다연은 너무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었다.“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유강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만족했어요?”온다연은 차마 그의 시선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그러자 유강후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힘을 좀 자제했더니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네요.”그렇게 말하며 유강후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까라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온다연의 몸은 여전히 매우 예민했고 유강후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부들부들 떨려 주체할 수가 없었다.손이 그곳에 닿고서야 온다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만족했어요. 엄청 만족해요.”유강후의 얼굴에 웃음기가 스치더니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는 온다연의 옷을 다시 정리 해주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피곤하죠? 좀 쉬어요.”온다연은 정말 피곤했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몇 시간 동안 시달렸으니 극도로 지쳐 있었다.게다가 주위가 온통 유강후의 기운으로 가득 차서 더없이 안심되었고 몸이 나른해졌다.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유강후를 옆에 눕히고 그의 품으로 들어가 심장 소리를 들어야만 잠들 수 있었다.이권이 들어왔을 때, 유강후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며 다른 한 손으로 품에 안긴 온다연을 조심스럽게 토닥이고 있었다.문을 여는 소리가 크게 울리자 곧바로 싸늘한 눈빛이 이권에게 떨어졌다.등골이 오싹해진 이권은 천천히 문을 닫고선 아주 낮은 목소리로 유강후에게 말했다.“어르신의 건강이
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투자하면서 전폭 지지해. 모든 것이 준비되고 개봉이 임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는 거야. 그럼 그 영화는 평생 빛을 보지 못하게 될 거야.”이권이 답했다.“화가 나서 미칠 게 분명합니다. 지난 3년 동안 나은별 씨가 이루려던 모든 것들이 성공의 빛을 보기 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남은 건 나씨 가문이라는 빈껍데기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 하나를 팔아 영화에 투자한 걸 보면 몹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그러자 유강후가 입을 열었다.“그럼 혹할만한 조건을 많이 제시해 봐. 그래야 영화가 망했을 때 타격감이 크지 않겠어?”“명심해. 절대 쉽게 죽여서는 안 돼. 너무 쉽게 죽으면 시시하잖아.”이권이 말했다.“그럼 소이섭 씨는...”유강후의 눈에는 분노가 번쩍였다.“걔는 다연의 손에 놀아날 자격조차 없는 놈이야. 나은별과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게 좋겠어.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 아무리 생각해도 나은별이 직접 처리하는 게 답이야. 좋아하는 사람의 손에 죽게 된다면 소이섭도 만족할 거야.”이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난 2년 동안 유강후는 더욱 냉혹해졌다.예전에는 그래도 정을 중요시했지만 온다연이 떠난 이후로 그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아참, 회장님 생신이 곧 다가오시는데 북아메리카로 돌아가실 건가요?”이때 온다연이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시끄러워요.”유강후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돌아가야지. 시간 빼놔.”“다연이도 같이 갈 거니까 집 인테리어 싹 다 바꿔. 셰프랑 도우미는 국내에서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믿을 만한 사람으로.”“메뉴는 레시피까지 전부 프린트해서 나한테 보여주고 옷이랑 생활용품도 설명서까지 사진 찍어서 나한테 검사받아.”“알겠습니다. 도련님.”이권이 떠나기 전에 유강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절대 실수해서는 안 돼. 강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속셈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너무
예를 들면 차가운 겉모습과 달리 입술이 왜 이렇게 부드러운지, 몸에서 나는 향기는 왜 이렇게 좋은지, 어떤 향수를 쓰고 있는지 모든 게 궁금했다.정장을 입은 모습은 잘생기기 그지없었고 복근은 물론이며 몸 곳곳을 만져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이런 남자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다.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니 어느새 얼굴은 또다시 화끈 달아올랐고 어쩔 수 없이 재빨리 눈을 감고 자는척했다.유강후는 자연스레 그 옆에 누웠고 그녀를 품에 안고선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푹 자요. 깨울 사람 없을 거예요.”서로를 방해하지 않자 두 사람은 어느새 꿈속으로 들어갔다.온다연은 이번에도 꿈속에서 두 아이를 만났다.아이들은 예쁜 옷을 입은 채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해바라기 꽃밭에서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온다연이 몸을 숙여 팔을 뻗자 남자아이가 그녀의 품에 들어왔다.“엄마, 드디어 우리를 데리러 오셨네요?”“새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예쁘죠?”온다연은 남자아이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끌어안았다.“우리 아들은 뭘 입어도 예뻐.”그러자 남자 아이는 온다연의 옷을 잡아당기더니 나지막이 귓속말했다.“동생이랑 같이 왔어요. 동생도 안아줘요.”고개를 들자 잔뜩 긴장한 채로 옆에 서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자신의 치마를 꽉 움켜쥐었는데 사슴 같은 눈망울은 은하수를 담고 있는 듯 더없이 반짝이며 눈부셨다.온다연은 곧바로 아이를 향해 팔을 뻗었다.“아가야. 얼른 엄마한테 와.”그러자 여자아이는 미소를 활짝 지으며 엄마의 품으로 달려갔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온다연은 울컥하는 감정을 억제하며 부드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래의 내 아이들인가?’이때 남자아이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눈을 반짝였다.“엄마, 저기 봐봐요. 아빠가 유치원에 데리러 왔네요. 저도 아빠처럼 저렇게 클 거예요. 너무 멋있어요.”온다연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역광 속에서 유강후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흰 셔
그는 두 아이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고 자신의 눈물이 이렇게 아무 쓸모도 없을 줄 몰랐다. 두 아이가 그의 옷을 잡고 엄마를 찾으러 가자고 할 때에야 그는 두 아이의 옷이 예쁜 작은 옷으로 변했고 얼굴도 어느새 깔끔하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자신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아이와 진유나를 쏙 빼닮은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자 그는 또다시 울컥했다.두 아이에 이끌려 진유나 옆으로 다가가자 진유나는 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지금 이 순간, 그는 온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부드러운 바닷바람이 창문을 통해 불어와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그들이 이토록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걸 아무도 몰랐고 그들이 꿈꾸며 눈물을 흘린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달콤한 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갔다.한 달 후, 유강후의 몸이 완쾌되자 이권은 셋째 도련님의 소도 때려죽일 만큼 건강한 모습에 걱정이 앞섰다. 더 이상 아픈 척 연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이렇게 안색이 좋고 정신상태도 좋은 환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하지만 유강후는 진유나의 보살핌을 계속해서 받고 싶은 속셈이 가득했기에 계속 연기를 이어가야만 했다. 누가 누구를 보살피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말이다.“너무 빨리 회복되면 안 되니까 방법을 좀 생각해 봐. 곽 선생한테 전화 걸어서 좀 늦게 회복되는 약이 없냐고 한번 물어봐. 되도록 한 반년쯤 걸리는 그런 약으로. 있으면 가서 좀 가져와.”“이미 여쭤봤어요. 곽 선생께서 화를 내시면서 빨리 죽는 약은 있는데 드시겠냐고 하더라고요.”유강후는 눈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돌팔이 의사 같으니라고!”그러고는 이내 다시 물었다. “나 진짜로 다 나아 보여? 진짜 환자 같지 않아?”이권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게다가 곽 선생님께서 주신 연고를 바르시고 나서 상처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아물고 있어요. 만약에 계속 입원하고 있으면 진 선생께서 꾀병을 부리는 것을 알아채고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돼요.”유강후는 고뇌했다. “정말로 아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으며 말했다. “유나 씨가 오랫동안 곁에 없어서 그래요. 여기도 아파요.”진유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잠깐 나갔다 온 지 네시간밖에 안 되는데요?”유강후는 휴대폰을 한번 보고는 진유나의 말을 정정하며 말했다.“네시간 21분이 안 길어요? 저는 환자라서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해요.”그는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고 안색도 피로해 보였다. 진유나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진짜로 아파요? 제가 의사 불러올게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괜찮으니 가지 마요. 유나 씨가 여기 곁에 있어 주면 괜찮아질 거예요.”진유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보름 동안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가 않아요. 곽 선생님이 주신 약도 약발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다시 곽 선생을 모셔 와 진찰해 볼까요?”문 앞에 있던 이권은 진유나의 말을 듣고는 도리머리를 저었다.모든 사람이 유강후가 꾀병을 부리는 것을 알아챘지만 진유나만 눈치를 채지 못했다.“곽 선생 요즘 실험하느라 바빠요.”진유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오늘 아침에 곽 선생의 sns를 봤는데 며칠 동안 쉰다고 했어요. 남편과 함께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갈 거라고 친구들에게 맛집을 추천해달라고도 해서 제가 여러 군데 추천해 줬어요. 시간 날 때 같이 바다에 있는 카페도 가보자고 약속도 했는데요.”유강후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무슨 카페? 사람도 많을 텐데 그런 데를 왜 가요? 유나 씨랑 안 어울려요. 그리고 언제부터 곽 선생이랑 그렇게 친하게 지냈어요?”곽혜진과 염동식, 두 사람에 대해 유강후는 들은 바가 있었다. 곽혜진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 유강후는 자기 사람이 그 사람과 어울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진유나의 생각은 달랐다. “아마도 바다 위 덱에 있는 카페일걸요. 아름다운 뷰도 감상하고 친구들이랑 얘기도 나누고 얼마나 좋아요? 곽 선생은 사람도 예쁘고 의술도
진유나는 유강후의 옷깃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경영에 괜해 많이 알려줘요. 요즘 연수라도 가서 경영 공부할지 고민도 하고 있어요.”유강후는 진유나를 안아 창턱에 앉혔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감싸안더니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한참 후, 유강후는 그녀에게 타이르듯 속삭였다.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유나 씨가 직접 대진 그룹을 운영하고 싶다면 제가 뒤에서 도와줄게요. 아니면 제 밑에 있는 임원 중 유나 씨 마음에 드는 분이 있으면 말만 해요. 제가 안배해 놓을게요. 어때요?”진유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까만 큰 눈동자로 진지하게 유강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직접 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마음이 안 놓일 것 같아요. 회사는 아버지가 저한테 물려주신 자산이라 많이 키우지 못하더라도 지키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 저는 오랫동안 외국에 머무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강 대표님은 본가가 미국에 있잖아요...” 그녀는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희 둘은 헤어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의 입술이 그녀를 덮쳤다.그는 마치 벌주기라도 하듯 진유나의 입술을 깨물며 그녀를 삼켜버릴 듯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 평소처럼 젠틀한 모습도 조심스러운 모습도 없었다.진유나는 당황스러움에 유강후를 밀치며 말했다. “아파요, 놔줘요, 아프다니까요...”유강후는 진유나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더욱 세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평소 부드럽던 그의 모습은 마치 환상인 듯 찾아볼 수가 없었다.진유나는 유강후가 멈추기를 바라며 뿌리치려고 애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유강후는 더욱 거칠게 그녀에게 다가갔다.결국 피비린내를 맡았는지 유강후는 정신을 차리고 진유나를 놓아주었다.진유나는 붉게 번진 유강후의 눈을 보고 두려움에 그를 밀치고 창턱에서 뛰어내려 도망가려고 했지만 두 발짝도 못 가 그의 품에 안겨졌다. 유강후는 그녀를 창문 앞에 세워 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그런데...”진유나는 어딘가 찝찝했다,유강후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속삭이듯 말했다.“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내가 지켜봤는데 진씨 집안에 괜찮은 남자가 몇 명 있어요. 일을 열심히 배우게 해서 유나 씨를 보좌하도록 하면 돼요. 그리고 나중에 우리도 아이가 생길 건데 아들이랑 나랑 같이 유나 씨를 지켜줄 건데 뭐가 걱정이에요?” 유강후는 진유나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진유나는 얼굴이 빨개져 그의 손을 밀쳤다. “누가 대표님이랑 아이를 낳는대요?”진유나는 그날의 은밀하고도 달콤한 꿈이 떠올랐다.“만약에 딸이면요?”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아들이면 우리 부자가 유나 씨를 지켜주고 딸이면 내가 다 지켜주면 되죠.”진유나는 말없이 유강후의 가슴에 파묻혀 조용히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한참이 지나 그녀는 입을 뗐다.“그런데...”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유나 씨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요. 박씨 가문과의 혼약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눈이 반짝거렸다. “북아메리카에 예쁜 여자애들이 많잖아요. 그가 거기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랑 만나고 있을지도 몰라요.”진유나는 내심 미안해했다. “삼 년 동안 그가 저를 옆에서 보살펴줬는데 저는...”진유나는 유강후를 처음 본 순간 바로 사랑에 빠졌었다.그래서 마음 한편으로는 염지훈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유나 씨, 사랑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에요. 며칠 후, 우리가 북아메리카로 돌아가면 그때 시간 내서 만나서 얘기해 봐요. 다들 어른인데 잘 얘기하면 될 거예요.”진유나는 그날 그 동영상과 여자애가 떠올랐다. 염지훈과 그 여자애 사이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왔다. 둘 사이에 정말로 무슨 일이 있다면 오히려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됐어요, 생각하지 말고 일로 와요. 내가 게살 발라줄게요.”게 네 마리 모두 품질이 아주 좋았다. 유강후
속으로 흐뭇해하던 유강후는 진유나의 손을 잡으며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랐다.[진씨 집안 주방]진수현은 유강후를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딸을 위해 미리 요리도 많이 준비하고 또 H국 쉐프도 초빙해 왔다.하지만 표정이 영 밝지 않아 진유나의 엄마가 몇 번이나 옷깃을 잡아당기며 눈치를 준 후에야 조금 나아진 기색이 보였다.식사가 절반쯤 지나자 진수현이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는 강 대표님은 이제 다 나은 것 같은데 왜 아직도 퇴원하지 않는 거예요? 계속 꾀병 부릴 셈인 거예요?”유강후가 대답하기 전에 진유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강 대표님 진짜로 아파요. 꾀병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진수현은 근엄하게 말했다. “어른들 얘기에 너는 끼어들지 마.”유강후는 숟가락을 놓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제 거의 다 나아서 곧 퇴원하려고 해요. 남은 일만 마저 처리하고 유나 씨랑 같이 북아메리카에 가려고요.”진수현은 얼굴이 더 어두워지며 말했다. “나는 두 사람 아직 허락 안 했어요.”유강후는 진유나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유나 씨도 이제 어른이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진 회장님이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곁에 두는 일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뭐라고요? 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거예요?”진수현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화를 했다.유강후는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진수현이 대답하기 전, 유나의 엄마, 안심이 먼저 말을 꺼냈다. “됐어요. 수현 씨. 오늘 북아메리카로 가는 일에 대해 의논하려 온 건데 잘 얘기해 봐야죠. 딸 얘기만 나오면 화내는 거 안 좋아요.” 진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기는 왜 계속 강 대표 편을 드는 거야?”안심은 한숨을 쉬고는 유강후한테 사과했다. “미안해요, 유나 아버지가 유나가 걱정돼서 성질내는 거니까 이해해 줘요. 북아메리카 가는 일에 관해 우리도 유나의
유재성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유자성을 보지 않았다.유자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자식의 손을 끌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하지만 병실 문 앞에 이르자 그는 유하령과 유민준을 멈춰 세우고 단호하게 말했다.“문 앞에 무릎 꿇고 있어. 절대 일어서지 마. 그래야 할아버지가 마음을 돌리실 수 있어. 이 집에서 쫓겨나면... 너희는 진짜 끝장이야. 예전에 너희가 적으로 돌린 사람들은 다 너희를 죽도록 밟고도 남을 사람들이야.”유하령이 뭔가 말하려 하자 유자성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특히 너, 유하령. 또 사고 치면... 바로 해외로 보내버릴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마. 오늘 이 사단... 절반은 네가 만든 거야.”유하령은 울먹이며 애원했다.“아빠... 잘못했어요. 정말이에요. 제발... 할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주세요. 쫓겨나는 건 싫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유자성은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네 엄마가 너무 일찍 떠났지.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내가 너희한테 너무 오냐오냐했나 봐.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다 감췄고... 결국 오늘 이런 꼴이 났네. 다 내 책임이니 내가 다 짊어지고 갈게. 하령아, 성질 좀 고쳐. 앞으로 사람 대할 땐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 나쁜 생각 갖지 말고 받은 호의엔 반드시 보답해야 해. 부모 말고는 조건 없이 널 사랑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유하령과 유민준은 아버지의 말에 충격과 절망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의 눈앞에서 유자성은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여기 그대로 있어. 할아버지가 용서 안 하신다고 해도... 일어나지 마라. 난 짐 좀 챙기고 금방 올게.”그는 마지막으로 두 자식을 깊게 바라보고는 병원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갔다....30분쯤 지났을까.복도 저편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 터졌다.“사람이 자살했어요!”“피가... 피가 너무 많아!”“빨리 응급실로!”“늦었어요... 이미 숨이...”“유 회장님 장남이라잖아! 큰일 났어!”...유하령과 유
“제발... 제발 우리를 본가에서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재산은 하나도 원하지 않아요. 단 한 푼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그냥 본가에 남게 해 주세요. 아버지의 아들로 남게만 해 주세요...”하지만 유재성은 눈을 감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그만 가. 네 자식들 데리고 이 집을 나가. 네 호적은 이미 본가에서 정리하라고 지시했어. 앞으로 넌 유씨 가문의 자손이 아니야. 너희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나 유재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유자성은 긴 침묵 끝에 고개를 깊이 숙여 유재성을 향해 세 번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평생 아버지의 아들이라 믿어왔습니다. 그게 제 자랑이었어요... 제가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다니... 본가에서 쫓겨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럴 만큼 제가 큰 죄를 지은 거겠죠.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겠죠. 아버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하령이랑 민준이... 애들까지 함께 쫓아내진 말아 주세요. 애들은 아직 젊고 앞길이 먼 아이들이에요. 본가에서 내쳐진다는 건 그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될 겁니다. 사람들 눈에 짓밟히고 손가락질당하며 살아야 해요.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전부 다 제 책임이에요. 제가 잘못 키웠습니다. 전부 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하지만 유재성은 싸늘하게 대답했다.“너랑 나... 부자지간 인연은 여기까지야.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만하고 그냥 가.”그제야 유하령의 표정이 무너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거짓말이죠? 우리 속이시는 거죠?”유민준도 조용히 무릎을 꿇었지만 아무 말 없이 유재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머리를 숙이며 절을 올렸다.“할아버지... 전 그동안 많은 잘못을 했습니다. 벌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제발... 본가에서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앞으로는 제대로 살겠습니다.”그는 진심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고 철도 들었으며 맡은 두 회사 역
유자성은 입술을 달달 떨며 중얼거렸다.“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전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영원히 아버지의 아들이에요. 저 재산 같은 거 원하지 않아요. 한 푼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저를 본가에서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그러나 유재성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젠 됐어. 나는 너한테 줄 것도 빚진 것도 없어. 나도 오래 못 살아. 죽기 전까진... 더 이상 너희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유자성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해갔고 그는 입술을 떨며 되뇌었다.“아버지... 제발, 절 쫓아내지 마세요...”그의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진실을 인정하고 있었다.그 친자확인서는 진짜였고 유재성의 말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유재성 곁에서 자라났다.젓가락을 처음 쥐는 법, 글씨를 쓰는 법, 첫 출근 날의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을 유재성이 직접 가르쳐줬다.그는 누구보다 유재성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리 없었다.그래서 그는 마침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친자확인서는 진짜였어. 아버지가 나를 본가에서 내치려는 것도 진심이네. 그렇다면 나는 진짜... 본가 사람이 아니겠네.’그가 평생 자랑스러워했던 그 성씨와 신처럼 떠받들었던 아버지...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본가의 명예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모든 것과 그가 수없이 입 밖으로 칭찬했던 동생 유강후조차... 결국 단 한 번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그 모든 건 그의 친부모가 목숨으로 대신한 빚이었고 남이 던져준 은혜에 불과했다.오만하고 자존심 강했던 유자성... 태어나서 한 번도 고개 숙여본 적 없는 본가의 장남이 알고 보니 그저 남의 집에서 얹혀살던 양자에 불과했다.그 진실은 마치 뾰족한 바늘처럼 그의 모든 꿈과 자존심을 찢어버렸다.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 세상이 전부 거짓처럼 느껴졌고 지금 이 순간조차 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두 번이나 사정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호복을 가다듬은 뒤 안으로 들어가 손에 쥔 약을 유강후에게 건넸다.“아버님께 이 약을 드려요.”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다연아...”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고 싶은 말은 집에 가서 해요. 난 원래 그렇게 대인배 아닌 사람이에요. 날 해쳤던 사람은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분은 당신 아버지잖아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은 물러서 줄 수 있어요. 아저씨, 제 마음 저버리지 마요.”그 말에 유강후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가까지 붉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얼굴을 감춘 채 약 하나를 꺼내 유재성의 입에 넣어주었다.약을 삼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재성은 숨이 한결 편해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후야, 이게 무슨 약이냐?”유강후가 답했다.“곽 박사님이 다연이 몸조리하라고 주신 거예요. 다 먹지 않고 열 알 남겨뒀는데 혹시 몰라서요. 솔직히 저도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요. 그래도 해가 되진 않으니까요.”유재성의 눈빛이 반짝였다.“곽혜진? 그 여의사 말이야?”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때 유하령은 온다연을 노려보며 독설을 퍼부었다.“너 지금 내 할아버지한테 무슨 약 먹인 거야? 우리 할아버지 몸은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야. 네 따위가 내놓은 천한 약 따위 함부로 먹이면 안 된다고!”온다연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친자확인서를 집어 들었다. 대충 읽어본 그녀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유하령, 너... 너희 아버지가 유 회장님 친아들이 아니야?”유하령이 반박하기도 전에 온다연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와, 오늘 진짜 운수 대통이네. 어쩜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지?”유하령은 절규하듯 외쳤다.“그건 거짓말이야. 전부 조작이야. 우리 아빠가 본가 사람이 아니라니 말도 안 돼! 이건 다 네 계략이야. 온다연, 왜 날 이렇게까지 망치려고 해?”온다연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유하령, 넌 늘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 무
“네 아들 유민준... 그동안 무슨 사고들을 쳐왔는지 너도 잘 알겠지. 그나마 요 몇 년 좀 나아졌다 싶어서 내가 본가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두 회사를 맡긴 거야. 그 애 실력으로 그 두 회사 꾸려나가는 것도 벅찰 거야.”“그리고 네 딸 유하령은 어떤 인간인지 너 스스로 모르겠어? 예전 그 일들을 진짜 네 능력으로 덮은 줄 알아? 내가 평생 가장 미안한 사람은 현미와 강후야. 그 은혜 때문에 내 결혼을 망쳤고 내 딸을 희생시켰어. 다른 누구든 나를 원망해도 돼. 다 괜찮아.하지만 너, 유자성. 너만은 나한테 그럴 자격 없어.”유자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아버지, 아버지가 결혼생활 망친 걸 제 탓으로 돌리실 순 없죠. 그리고 제 어머니도 죄 없는 분이었어요.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강현미도 그 자리에 있었을 리 없었겠죠.”그 말에 유재성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는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네 진심이었구나. 내가 평생 키워온 놈이 고작 이런 배은망덕한 놈이었다니...”그는 분노 섞인 시선으로 유자성, 유민준, 유하령을 차례로 훑어보며 낮고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그럼 지금 여기서 내가 이유를 설명해 주지.”“강후야, 책상 위에 있는 다른 서류봉투를 저놈한테 줘라.”유강후는 아무 말 없이 그 서류봉투를 유자성에게 던졌다.유자성은 그 안에 또 다른 유언장이 들어 있을 줄 알고 펼쳤지만 그 안엔 뜻밖에도 친자 확인서가 들어 있었다.그는 확인서의 이름과 결과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절규하듯 외쳤다. “아니야.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없어!”옆에 있던 유하령도 깜짝 놀라 확인서를 낚아채더니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아니에요. 이건 조작이에요. 전부 다 우리를 본가에서 쫓아내려고 짠 계략이잖아요!”“분명 온다연이야! 그 여자... 분명 삼촌한테 뭔가 시킨 거야. 나를 망하게 하려고 다 내 모든 걸 빼앗으려고 한 거라고!”“닥쳐!”유강후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게다가 다연이는 3년이나 사라졌다가 겨우 찾아냈더니 아이까지 있었잖아요. 누가 알아요. 아이가 진짜 삼촌 아이인지도...” “짝!”묵직한 뺨을 때리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유하령의 뺨에 그대로 손바닥이 날아들었고 그녀는 휘청이며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유강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난 이미 벌 받을 만큼 받았어요! 감옥도 다녀왔는데,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를 때려?”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3년 감옥살이했다고 네가 지은 죄가 지워진다고 생각해? 웃기지 마.”그러자 유하령의 몸이 살짝 떨렸고 더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뒷걸음질 치다 유자성의 등 뒤로 숨으면서 소리쳤다.“할아버지, 들으셨죠? 삼촌은 이젠 저를 가족이라고 생각도 안 해요. 할아버지까지 안 계시면 우린 의지할 데도 없이 그냥 죽으라고 할 수도 있다고요!”유자성은 말없이 유재성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유재성은 몸을 약간 움직이며 일어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간호사가 다급히 달려와 그의 호흡을 안정시켰다.한참 후에야 유재성이 떨리는 손을 들어 유하령을 가리키며 힘겹게 말했다. “자성아... 네 딸은 정말 실망스럽구나. 3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면서도 눈곱만큼도 반성하지 않다니... 네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좋아. 너 몫의 지분은 전부 다희와 단오에게 넘기겠어. 넌 한 푼도 없어.”“뭐라고요? 왜요!” 유하령이 날카롭게 소리쳤고 유자성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그건 너무하십니다. 하령이도 딸입니다. 엄연히 본가의 자손이고요.”유재성은 숨을 헐떡이며 유자성을 가리켰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다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자성아, 넌... 네 딸을 저 모양으로 키워놓고도 그게 네 잘못이 아니라 생각하나?”유자성이 대답했다.“아버지, 저희도 벌은 충분히 받았어요. 저는 사막 기지로 좌천돼서 3년 동안 고생했고 하령이는 감옥에서 3년을 버텼습니다. 그걸로도 부족해요?
유재성은 아이들을 보자마자 금세 컨디션이 좋아진 듯 그들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더 앞으로 안고 와줘.”그는 바늘이 꽂힌 손을 뻗어 아이를 만지려고 했지만 손을 들 수가 없었다.이권은 의자 두 개를 찾아 아이들을 의자 위에 놓고 그들을 유재성 옆에 기대게 했다.아이들은 이제 곧 한 살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은 침대 난간에 기대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유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특히 다희는 작은 손을 내밀어 유재성을 만졌다.유재성은 기뻐서 흥분한 나머지 맥박이 빨라져서 숨이 차올랐다.간호사는 서둘러 그의 마음을 가라앉혔다.잠시 후 유재성이 말했다.“말은 할 수 있어?”유강후가 말했다.“간단한 어휘를 몇 개 알아요.”유재성은 있는 힘을 다해 아이를 어루만졌다.“할아버지라고 불러봐봐.”단오는 원래 조용했다. 그는 단지 병실의 모든 것을 조용히 훑어볼 뿐 유재성의 말에 응답하지 않았다.오히려 다희가 손을 내밀어 유재성의 손을 붙잡고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자신을 부르는 다희의 소리를 들은 유재성은 손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그는 비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비서는 서류봉투를 들고 왔다.“이건 회장님께서 작성한 유언장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서 한번 보세요.”유자성은 문득 고개를 들며 말했다.“아빠, 아직 치료하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이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세요.”그는 비록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유재성을 진심으로 존중했다. 게다가 그는 유재성이 이 시점에서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는 회사의 최하층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원시에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유하령은 유재성이 자신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이름도 바꿔줘서 이전의 오점을 지워준 후 새로운 신분으로 살게 해주기를 원했다.
원래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 나라의 의료 기술과 장비가 낙후해 응급처치 시간이 지체됐다.탄알 파편이 몸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장기에 감염을 일으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오늘에서야 깨어난 유재성은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유강후와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어 했다.전화를 받은 후 유강후는 서재에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온다연은 장화연에게서 모든 설명을 들은 후 서재로 갔다.책상 앞에 앉아 있는 유강후는 약간 피곤해 보였고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있었다.유강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온다연은 다가가서 그를 껴안았다.유강후가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형을 감싸던 아빠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이번에 정말 죽는다면 나는 여전히 괴로울 것 같아.”온다연이 말했다.“유탄에 맞아 다친 후 몸속에 박힌 파편이 장기에 감염을 일으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사망률도 높다고 들었어요.”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국내 최고 의료진들도 속수무책이래. 곽 박사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비서에게만 연락이 닿았어. 곽 박사님은 지금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서 열흘이나 보름 동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온다연은 유강후를 꽉 끌어안았다.“가서 만나보세요. 만약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가 말했다.“만약 네가 즐겁지 않다면 나는 가지 않을 거야.”온다연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야죠. 아이들도 데리고 가서 만나보고 오세요.”유강후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다연아, 고마워.”온다연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저와 함께 가요·하지만 저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얼마 후 유강후는 아이들을 데리고 국군병원 입원 병동에 나타났다.온다연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을 내린 후 안에서 그를 기다렸다.유강후와 이권이 아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본 온다연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녀는 한편으로 본가의 사람들이 정말 미웠
얼굴이 빨개진 온다연은 그 얼룩의 일부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감히 인정할 수 없었다.“당신 탓이에요. 제가 싫다고 했는데...”유강후는 바닥의 얼룩을 닦은 후 그녀를 안아 자신의 몸 위에 앉히고 얼굴에 뽀뽀하며 말했다.“응? 이제 힘이 빠지니 내 탓을 하는 거야?”“아까 누가 멈추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이 빨개서 터질 것만 같았다.“그만 말해요!!!”그녀는 바닥에 찢긴 치마를 보고 손으로 눈을 가렸다.“우리 둘 다 이젠 옷이 없는데, 어떻게 나가야죠?”유강후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그게 뭐가 어려워?”말을 마친 후 그는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얼마 후 누군가 문을 두 번 두드렸다.유강후는 다가가 문을 열고 옷 두 벌을 들여왔다.그들이 옷을 입은 후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유강후는 지쳐서 졸고 있는 온다연을 씻겨준 후 안아서 안방으로 데려갔다.그녀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나른했지만 유강후는 마치 배가 부르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위에서 키스했다.온다연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그녀의 허리를 조르며 풀어주지 않았다.“며칠 동안 넌 줄곧 나를 차갑게 대했어. 오늘은 네가 주동적으로 나를 유혹했으니, 네가 저지른 불을 네가 책임지고 꺼줘.”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다리를 벌려 안으로 삽입해 넣었다.유강후는 이번에 매우 부드럽고 자상하게 행동했으며 조금 전 강력한 약탈과 달랐다. 온다연은 비록 지쳤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를 껴안았다.마음의 의지가 생리적인 수요보다 컸다.그들은 서로에게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래야 상대가 온전히 자기 소유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얽혀서 그치지 않았다.얼마 후 입구에서 문고리를 붙잡는 소리가 들려왔다.“야야.”여린 목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장화연이 밖에서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작은 아가씨가 문을 잡고 있는데 들여보낼까요?”온다연은 놀라서 서둘러 유강후를 밀어냈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부드럽게 그녀와 사랑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