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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작가: 손이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이때, 그의 곁에 웅크리고 있던 온다연이 살짝 움직여 유강후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은 네가 먼저 살펴봐. 구체적인 세부사항과 물건은 내가 직접 고를 거야.”

장화연은 바로 대답했다.

“네!”

그러다 잠시 생각한 후 유강후에게 물었다.

“이 일은 어르신과 상의해야 할까요?”

“살짝 언급하기만 하면 돼. 어머니는 국내에 오래 계시지 않을 거야. 연서의 죽음은 어머니에게 평생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 여기 있어 봤자 마음만 더 아플 거야.”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혹시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났나요?”

장화연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르신은 여전히 셋째 회장님 만나기를 거부하고 계십니다.”

유강후는 침묵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말했다.

“됐어, 장 집사는 먼저 나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우리를 방해하지 않도록 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친구조차도 못 만나게 하는 거야?”

한이준이었고, 그의 옆에는 임혜린이 서 있었다.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해, 우리 다연이 자고 있어!”

한이준은 침대에 누워 있는 온다연을 힐끗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정말 떨어질 수가 없네. 이렇게 작은 침대에서 꼭 붙어 자야 해? 상처가 다시 터질까 봐 걱정 안 해?”

그의 목소리가 커지자, 온다연은 금세 잠에서 깼다.

그녀는 조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한이준과 임혜린을 바라보았다.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 되는 듯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때 장화연이 온다연이 깬 것을 보고 가져온 캐시미어 숄을 덮어주며 말했다.

“온다연 아가씨, 배고프신가요? 제가 치킨 수프를 가져왔어요.”

온다연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임혜린이 달려와서 온다연을 부둥켜안으며 흔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안 돼서 진짜 속이 타 죽는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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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놓았는데도 여전히 울고 있는 온다연의 모습에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 그래? 많이 아파? 어디 다쳤어?”평소보다 훨씬 조심히 움직였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온다연은 고개를 들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미안해요. 옷이랑 테이블이 더러워졌네요. 일부러 한 건 아닌데...” 말하면 할수록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고 너무 부끄러워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유강후는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온다연의 행동이 이해되었다.온다연은 혹여나 그가 비웃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그는 온다연을 번쩍 안아 올려 흐트러진 치마를 정리해 주고선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왜 이런 일로 울어. 난 너무 좋은데? 다연이가 날 좋아하고 신경 쓴다는 증거잖아.”유강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어때? 이런 건 좋아?”온다연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사실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느낌이었기에 그때만큼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려 자제력을 잃었다.물론 너무 좋았지만 이런 말을 차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입을 꾹 다물었다.유강후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계속하여 물었다.“빨리 알려줘. 좋았어?”여전히 말하지 않는 온다연의 모습에 유강후는 다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에 손이 갔다.“왜 답을 안 하지? 다연이는 아침처럼 넥타이에 묶이는 걸 좋아하나 보네. 그럼 한 번 더 할까?”그 말에 온다연은 화들짝 놀랐다. 살 까진 곳이 아직까지 따끔거렸으니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안 돼요. 그런 건 싫어요.”유강후는 피식 웃었다.“그럼 방금 했던 건 좋아?”온다연은 답하지 않으면 이 고비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기분이 좋은지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했다.“좋아하면 말해야지. 다연이가 어떤 모습이든 내 눈에는 다 사랑스러워. 지금도 마찬가지야.”온다연은 그제야 사실대로 답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6화

    온다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왜 성욕이 이렇게 강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알게 된 것보다 몇 배는 더 심한 정도였고 매번 무리한 요구를 하는 유강후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게다가 아직 몸이 완벽하게 나은 게 아니기에 작은 움직임에도 너무 아팠다.온다연은 서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안 돼요. 아직 아파요...”유강후는 새빨개진 온다연의 귀에 입을 맞추며 놀리듯이 답했다.“거절하는 거야? 내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네? 더 화내도 되는 거지?”그 말에 온다연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사실 온다연은 유강후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밤새도록 고민했다.유강후가 위압적이고 억지 부리는 사람인 건 맞지만 오늘처럼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지만 유강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고 그 모습에 온다연은 점점 불안해졌다.그럼에도 주한은 온다연에 있어 영원한 비밀 같은 존재였기에 섣불리 얘기할 수가 없다.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점점 막막해졌고 유강후의 화를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몰랐다.처음에는 직접 만든 만두를 건네주며 사과하려고 했지만 밤새도록 빚어도 그럴싸한 모양이 하나도 없었고, 이런 못생긴 만두를 유강후에게 줄 면목도 없었다.계획이 실패하자 머릿속이 텅 비어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한 온다연은 큰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깨물며 속삭였다.“다른 방법으로 하는 건 어때요? 정말 아파서...”온다연은 말하면서 돌아서더니 고개를 들고 유강후의 목젖을 가볍게 깨물었다. 동시에 손을 그의 옷 속에 넣었고 부드러운 손길은 곧바로 벨트 방향을 따라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이런 건 어때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리드하는 법을 가끔 알려주기도 했지만 이런 스킬을 가르쳐준 적은 없었다.‘누구한테서 배운 거지?’“얘는 자기가 남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모르는 건가? 미치겠네.”유강후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5화

    그러고는 창가로 가서 온다연을 살펴보았다.장화연이 나지막이 말했다.“저녁 내내 도련님을 기다리다가 방금 잠들었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이 깊은 잠에 빠진 것을 보고, 담요를 잘 덮어준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야식은 뭘 먹었어요?”장화연이 대답했다.“안 먹었어요. 계속 도련님이 언제 돌아오냐고 묻다가 또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고 묻더군요. 수제 만두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저녁 내내 밀가루 반죽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밀가루 한 봉지를 다 쓰고도 제대로 된 만두를 한 개도 빚지 못했어요.”장화연이 주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만두는 저쪽에 있어요.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삶겠다고 하더니 기다리다 못해 잠들어 버렸어요.”이 말을 들은 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어디 있어요? 보고 싶어요.”“주방에 있어요.”주방에 들어서니 기괴한 모양의 만두 한 접시가 보였다.딱 봐도 밀가루 반죽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만두피가 터무니없이 두꺼운 데다 빚은 모양도 예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못생긴 만두 한 접시가 유강후는 그저 귀엽게 느껴졌다.‘꼬맹이가 요리를 잘 못하고 주방에 관심도 없는 것 같았는데, 오늘 나한테 잘 보이려고 음식을 만들었나 보네.’그는 마음속이 살짝 달콤해졌고, 처음 온다연의 마음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주방에서 나온 유강후는 서재로 갔다.그가 직접 결재해야 할 중요한 서류가 있었다.절반쯤 봤을 때 서재 문이 열렸고, 온다연이 작은 접시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유강후가 화상회의를 하면서 서류를 결재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물러가야 할지 들어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유강후는 그녀를 못 본 척하고 일에 몰두했다.온다연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문 앞에서 몇 분 동안 서성이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다가왔다.그녀는 손에 든 접시를 책상 위에 놓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드셔 보세요.”유강후는 못 들은 척하고 계속 서류를 읽었다.온다연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4화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그 부부의 일에 대해 또 아는 것이 있으신가요?”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며 유강후를 쳐다보았다.“주한의 일을 조사하러 온 거 아니었어요? 그 여자애 일은 왜 묻는 거죠? 혹시 그 여자애를 본 적이 있어요?”“옷을 잘 차려입은 걸 보니 많이 배운 사람인 것 같은데, 왜 허튼수작을 하려는 거죠? 그 여자애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니까 가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염불하기 시작했다.이권이 아무리 좋을 말을 해도, 아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할머니는 마음을 굳게 먹고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할머니는 한마디도 하려 하지 않았다.어찌할 도리가 없는 유강후와 이권은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떠나기 전에 유강후는 할머니에게 말했다.“어르신, 예전에 그 여자애에게 베푼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안심하고 이 집에 그냥 사십시오. 이 거리는 철거하지 않을 것이고, 며칠 뒤에 사람을 보내서 수리하고 정비할 것입니다. 이곳을 다시 개조해서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 놓겠습니다.”할머니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유강후를 쳐다보았다.“누구신데, 총각이 말한 대로 되는 거예요?”유강후가 나지막이 말했다.“됩니다. 안심하고 지내세요.”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더니 일어섰다. 그녀는 낡은 수납장을 한참 동안 뒤져서 오래된 앨범을 찾아냈고, 그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서 유강후에게 건넸다.“그 두 아이의 어릴 적 사진이니 가져가세요. 사진이 유용하게 쓰여서 하루빨리 그 짐승 같은 놈을 잡았으면 좋겠네요.”유강후는 사진을 받아서 들었다.잘 보관하지 못해 색이 바랜 곳도 있었지만,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사람이 많았는데, 온다연은 주한의 뒤에 서서 옆으로 깨끗한 얼굴을 내밀고 카메라를 향해 수줍게 웃고 있었다.사진 속의 온다연은 여덟아홉 살 정도 되는 것 같았고, 일자 앞머리를 자른 모습이 유난히 순해 보였다.유강후가 본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3화

    “비슷한 일을 겪고 가정환경도 비슷해서인지 두 꼬마는 남매처럼 늘 붙어 다녔어요.”“여자애는 1~2년 사라진 적이 있는데, 친척이 데려갔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집에서도 잘 지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돌아올 때가 많았어요.”이 말을 들은 이권은 저도 모르게 유강후를 쳐다보았다.어두운 불빛 아래서도 유강후의 하얗게 질린 얼굴과 불끈 쥔 주먹을 볼 수 있었다.“여자애는 머리카락이 잘린 채로 돌아온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남자애는 작은 의자를 가져와 여자애를 문밖에 앉히고 세심하고 다듬어 주었어요.”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안타까운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렇게 착한 아이가 왜 그런 사나운 팔자를 타고났는지, 아껴주는 사람도 없고! 좀 큰 두 아이가 막내를 데리고 서로 의지하며 컸어요.”“막내는 병이 있었고, 병원비가 많이 들었어요. 남자애는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쳐서 과외를 하러 다녔는데, 항상 깨끗하지 못하고 더러운 병에 걸렸다는 뜬소문이 돌면서 며칠 못 가서 잘렸어요.”여기까지 말한 할머니는 침묵하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 후에는요? 후에는 어떻게 됐어요?”할머니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그 후 남자애가 괴롭힘을 당해 죽었다고 들었어요. 원래 배상을 받기로 합의됐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받지 못했대요.”이 말을 들은 유강후는 고개를 들고 이권을 지켜보았다.이권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나지막이 물었다.“그 후에는요?”“그 후에는 여자애가 그 어린아이를 맡았는데, 아직 미성년이라 쉽지 않은 것 같았어요. 가끔 저도 두 아이가 불쌍해서 고기와 채소를 넉넉하게 사서 조금씩 갖다주기도 했어요.”“여자애는 어렸지만 오기가 있어서 남의 물건을 잘 받지 않았어요...”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여자애는 점점 예뻐지고, 집안은 그런 형편이니 잘못된 길로 들어설까 봐 정말 걱정됐어요...”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유강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2화

    할머니는 뭔가 생각난 듯 유강후와 이권을 다시 한번 쳐다보더니 입을 다물었다.첫머리를 듣고 끝나 버리니 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이권은 급히 일어나서 할머니 아들을 한쪽으로 불러 또 돈을 찔러주었다.아들이 할머니 귀에 대고 뭐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이 일은 그 아이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라 원래는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그 모자가 공정한 평가를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니 말할게요.”그녀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그 아이의 엄마는 둘째 아들을 낳은 후 자기 남편이 밖에 애인이 있고, 게다가 애인이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충격으로 정신이 나갔어요. 그 바람에 두 아이가 고생이었는데, 그때 큰애는 예닐곱 살, 작은애는 네댓 살에 불과했어요...”“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미친 후 더욱 낯가죽이 두꺼워져 동성 애인을 공공연히 집에 데리고 왔어요.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더군요.”“주한의 아버지는 정말 짐승 같은 놈이었어요.”“한번은 저녁에 그쪽을 지나다가 안에서 아이가 구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 들여다봤더니 그 아이가 아랫도리가 피투성이 된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어요...”할머니는 흥분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짐승만도 못한 놈! 그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 평생 후회돼요...”유강후와 이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 모두 놀랍고 믿을 수 없는 눈빛이다.“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그때 당시 이 거리에서 그 장면을 본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의 이웃들이 다 이사를 가서 조사하기 힘들 거예요.”“한번은 애가 심하게 반항하자, 그놈과 애인이 애를 거의 반죽음이 되도록 때리고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공중화장실에 버렸는데, 어떤 여자애가 구했대요.”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그때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 짐승은 질겁해서 도망치더니 감히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때부터 그 남자애의 생활이 좀 나아졌어요.”“미쳐버린 엄마는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 짐승이 한 짓을 알게 되어 몰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1화

    이권은 조금 놀랐다.“하지만 지금은 저녁인데요...”유강후는 코트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준비해서 나랑 같이 가.”유강후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이권이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이 없다.한 시간 뒤, 유강후와 이권은 온다연이 이전에 살던 옛집 맞은편 골목 어귀에 나타났다.철거 예정이라 이곳의 도로와 담장은 보수되지 않은 상태였고, 비까지 내려 길이 매우 질퍽거렸다.가로등도 없고 근처의 고층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에 의존했다.이권은 한 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다른 한 손에 방금 매점에서 구매한 손전등을 든 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일 다시 오는 게 어떨까요? 셋째 도련님, 길이 너무 형편없네요.”돌길에는 흙탕물이 넘쳐흘렀고, 양쪽의 집들은 비어 있는지 처마가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허름했다.유강후는 그의 손에서 손전등을 낚아채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이 길이 걷기 어려워? 권아, 넌 그동안 너무 편안하게 살았어.”이권은 유강후의 그 비싼 옷이 아까워서 한 말인데, 그가 이렇게 나오니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손전등을 비추며 골목 끝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집 안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그들이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열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두 사람이 속수무책일 때 옆집에서 누군가 나오더니 그들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이 집 사람을 찾아왔어요?”이권이 급히 담배 한 대를 건넸다.“형씨, 이 집 할머니가 집에 안 계셔요?”그 사람은 담배를 받더니 약간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몰라요. 저는 그냥 물건을 가지러 잠깐 들렀을 뿐이에요.”“이 집은 할머니와 남편분이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집인데, 곧 철거에 들어가요. 아들이 몇 번이나 모셔가려고 왔지만 한사코 버티고 있어 철거팀과 주민위원회도 방법이 없나 봐요. 이 시각에 문을 두드리면 쫓아내려고 그러는 줄 알고 문을 열지 않을 거예요.”이권이 웃으며 말했다.“혹시 할머니 아드님 전화번호를 받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90화

    유강후는 몸이 약간 경직되어 있었다. 그녀는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쳐든 후 그의 턱에 뽀뽀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가 그 일은 하지 않았다고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들었고, 몇 걸음 만에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자주 묵던 방에 들어선 그는 침대에 앉아 그녀를 자기 다리에 올려놓은 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온다연은 그의 시선에 머리가 쭈뼛 섰다.그녀는 유강후가 정말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온다연은 어떻게 해야 화를 풀어줄 수 있을지 몰라 가녀린 손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술을 깨물었다.“아저씨, 저, 저는 정말...”유강후는 굳은 얼굴로 젤리같이 매혹적인 그녀의 입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뽀뽀한 적은 있어?”온다연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연인도 아닌데 왜 뽀뽀를 하지?’하지만 이마에 뽀뽀한 적은 있다.그래서 그녀는 성실하게 대답했다.“이마에 뽀뽀한 적이 있어요.”그녀를 껴안은 유강후의 손에 갑자기 힘이 실렸다.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 때문에 그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온다연은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몇 번이나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비위를 맞추고 용서를 빌려는 의미가 다분했다.하지만 질투심에 불타는 유강후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응대하지 않았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예전처럼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댔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전에는 이 방법이 가장 잘 통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뽀뽀해 주면 다 해결됐다.하지만 오늘은 뽀뽀해 줘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의 차가운 태도는 그녀를 서럽게 했다.온다연은 당황해서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이 말했다.“저를 상대하기 싫어요? 그러면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유강후는 여전히 말없이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더욱 서러워진 온다연은 천천히 그의 몸에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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