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유리문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마침 달려오는 온다연을 향해 있었다.“다연아!”유강후는 눈빛이 세게 흔들렸다. 막을 겨를도 없이 그녀는 이미 유리문에 부딪히고 말았다.온다연은 훅 튕겨 나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유리문은 세게 튕기면서 다시 닫혔다. 펑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유리문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득 생겨났다. 방금의 부딪힘이 얼마나 셌는지 보아낼 수 있었다.온다연은 부딪힘 때문에 온몸이 저려났다. 바닥에서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막 일어나려고 할 때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유강후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쌀쌀해졌다.“온다연, 너 뭐 하려는 거야?”목소리는 매우 엄숙했다.온다연은 발버둥 치면서 또 유강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놔요. 날 내버려두세요! 유강후, 당신도 날 상관하지 말아요! 당신도 그 사람들과 똑같아요!”...유강후는 온다연이 다시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녀의 손목과 종아리를 꽉 잡고 그녀를 안고 다른 문으로 방을 나갔다.유강후는 바로 온다연을 병실로 데려갔다.온다연의 폭주 상태는 지속되었고 몸부림이 심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유강후의 곁에서 도망쳤다.하필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아 잠깐 사이에 또 온몸에 상처를 가득 입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방금 넘어져서 피 흘리는 무릎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고 냉랭해지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화연아, 의사 불러. 진정제를 놓아줘야겠어.”온다연은 또 몸부림쳤다. 그녀는 많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싫어요. 안 맞을 거예요. 당신들이나 맞아요. 이 나쁜 사람들!”이렇게 말하면서 온다연은 또 유강후의 팔을 잡고 꽉 물었다.유강후 팔뚝의 옷은 이미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고 손가락은 세게 물려서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집사는 한 번 보더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의 손도 처치해야 합니다.”곧 의사가 왔고 온다연에게 강제로 진정제를 주사했다.온다연은 조금씩 힘이 풀렸고 눈동자도
유강후는 아무 표정 없이 온다연의 상처를 간단히 소독해 주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았다.그의 손가락은 뼈가 보일 정도로 세게 물어뜯겼다.집사는 드디어 표정에 작은 변화가 생기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의사 선생님을 불러오겠습니다. 봉합해야 할 것 같습니다.”유강후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고 말투도 매우 냉랭했다.“괜찮아. 흉터가 남게 내버려둘 거야.”집사는 입을 열어 뭐라고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난 후 집사는 깊이 잠든 온다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도련님께서 하령 아가씨의 모든 카드를 정지시켰더니 아가씨께서 계속 도련님을 만나겠다고 난리입니다. 도련님을 만나겠다고 요 며칠 호텔에도 여러 번 찾아가셨고 회사에도 여러 번 찾아가셨습니다. 방금 호텔 쪽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가씨께서 또 호텔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다.”유강후의 눈빛에는 매서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깊이 잠든 온다연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더니 한참 지나서야 손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안 그래도 차갑던 그의 눈빛은 더욱 냉랭하고 어두워졌고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우울해졌다.유강후의 곁을 오랫동안 따르던 집사는 자연스럽게 그의 뜻을 이해하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쫓을까요?”유경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카드 정지를 풀어줘.”그는 지금 유하령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은 안정을 취해야 하기에 두 사람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집사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알겠습니다.”두 사람은 모두 깊이 잠든 온다연이 눈초리를 가볍게 떨었고 손도 살며시 몸 밑의 침대보를 잡은 걸 보지 못했다. 집사가 또 말했다.“온다연 씨의 연수 절차도 다 끝마쳤습니다. 그쪽에서 졸업증도 이미 보내왔습니다.”유강후의 말투는 조금 쌀쌀했다.“내 금고에 넣어둬.”유강후는 지금 온다연을 계속 공부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기에 공부 따위는 뒤로 미뤄졌
위 사람한테서 압박감이 전해졌다. 온다연은 그 기운에 눌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그녀는 눈을 절반 드리우고 천천히 말했다.“구월이 싫어졌어요. 다른 곳에 보내주세요.”말소리는 여전히 작았지만, 굳센 의지가 보였다.유강후의 몸에서 무서운 기운이 새어 나왔고 눈빛은 놀라울 정도로 냉랭하고 어두워졌다.그는 꼼짝하지 않고 서서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말했다.“이유가 뭔데!”이렇게 강한 압박감을 받으면서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손바닥에서 이미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입을 열었다.“구월이 저랑 같아지는 게 싫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위험한 기운이 공기 속에서 퍼졌다.“너랑 같아져?”이 말은 어찌나 차가운지 매 글자에 서리가 한층 내려진 것 같았고 듣는 사람을 몸서리치게 했다.그러나 온다연은 느끼지 못한 듯 나지막하면서도 아주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케이지에 갇혀 주인이 기분 좋을 때는 놀아주고 기분 나쁠 때는 내다 버리는... 어느 날 주인과 주인의 가족에게 구타당해 다리가 부러질지도 모르고요...”“온다연!”유강후는 성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가슴은 심하게 출렁이었고 손등의 핏줄도 어렴풋이 보였다.그는 이번 생에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누군가를 달랜 적도, 이렇게 자세를 낮춰가면서 누군가를 방임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모든 노력을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줄이야.유강후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턱을 잡고 그녀의 고개를 쳐들게 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내가 널 너무 버릇 들였구나!”온다연은 초점 잃은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슴이 살짝 내려앉아 중얼거렸다.“그래서 유 대표님은 또 저의 목숨을 쥐락펴락하실 건가요? 이번에는 저를 가둬놓을 건가요? 아니면 죽여버릴 건가요?”유강후는 화가 잔뜩 나서 가슴이 심하게 출렁이었고 손의 핏대도 선명해졌다.그는 여전히 애써 참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유강후를 이렇게 조롱하고 거역했다면, 그는
이 고양이는 유강후가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서 얻어온 것인데. 며칠 전에 다리가 부러져서 하마터면 죽을 뻔한 걸 외국에서 제일 유명한 수의사를 불러들여 수술을 해주었다. 고양이를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온 것은 단지 그녀가 고양이를 많이 보고 좀 더 기뻐할 수 있기 위해서였다.이제 그녀는 감히 고양이가 싫어졌다는 말을 하고 심지어 그 고양이가 자기처럼 자유롭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날 따르는 게 그렇게 괴로울까?’유강후는 더 힘을 주어 온다연의 턱을 꼬집으며 말했다.“다연아, 너 참 좋은 줄 모르네!”그는 실눈을 뜨고 말했다.“이 고양이가 싫어졌다고? 그래. 바로 다른 곳에 보내 버릴게! 쓰레기장으로 보내면 이렇게 작은 고양이는 바로 죽겠지.”그의 말투는 아주 잔인했다.“그런 곳은 들개와 들고양이가 얼마나 많겠어. 근데 이렇게 젖 먹던 새끼 고양이가 버려진다? 몇 분 안 되어서 갈기갈기 찢기고 말 거야.”유강후가 한 글자 말할 때마다 온다연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이런 미세한 동작을 다 지켜보고는 냉혹하고 잔인한 말투로 말했다.“근데 그건 다 네가 원해서 그런 거야. 다연이 네가 원해서!”온다연은 몸을 떨었고 가슴도 기복을 이루었다.그러나 그녀는 말없이 입술을 꼭 깨물었고 손은 침대보를 세게 움켜쥐었다.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마침내 그녀의 굳센 입술에 내려앉았고 냉정하게 말했다.“화연아, 고양이를 보내 버려. 당장!”집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서서 방금 들여온 고양이를 다시 케이지 속에 넣었다.아마 충분한 어루만짐을 받지 못해서인지 고양이는 계속 울어댔다. 그 소리는 귀엽고 말랑하여 온다연의 마음을 흔들었다.그러나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손힘은 침대보를 거의 찢을 것 같았다.유강후는 꼼짝하지 않고 그녀가 끝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았다.고양이는 밖으로 이송되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았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입을 열고 용서를 빌지 않았
유강후는 점점 멀어져가는 차의 후미등을 노려보면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회사로 가줘!”이권은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더니 애틋하게 말했다.“도련님, 그래도 꼬박 이틀 동안 밤을 새우셨는데 회사도 중요하지만, 휴식하는 것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온다연 씨도 돌아가셨는데 도련님도 돌아가서 좀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말이 너무 많다!”유강후는 조금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이권은 앞차의 후미등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그는 비록 유강후와 온다연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이 이틀 동안 유강후는 한 시각도 좋은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고 업무 강도로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회사 총무팀의 분위기는 한시도 늦춰지지 않았고 거의 모든 사람은 다 전전긍긍하며 유강후와 함께 이틀 동안 꼬박 밤을 지새웠다. 심지어 그 누구도 감히 퇴근하지 못했다.근데 지금 또다시 돌아가서 야근해야 한다니,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도련님, 저는 비록 도련님과 온다연 아가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온다연 씨께서 겪은 일들은 정말 일반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삶을 포기했을 겁니다. 그리고 온다연 씨 심리도 좀 문제가 있어서 말과 행동이 어떨 때 보면 일반인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다연 씨를 대할 때 이해심과 인내심을 조금 더 가져주셔야 합니다.”말을 마친 후 이권은 핸들을 잡고 입을 꾹 다물었다.차 안에는 다시금 침묵이 흘렀고 분위기는 조금 다운되어 있었다.비록 이권은 유강후의 곁에서 몇 년 동안 지냈지만, 여전히 경원시 황태자 유강후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종래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며 심지어 웃는 얼굴을 한 적도 별로 없다. 침묵할 때는 엄숙하고 쓸쓸한 느낌이 있었으며, 지금의 경우에 비록 차 안은 히터가 충분했지만, 이권은 어딘가 등 뒤에서 쌀쌀한 한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이렇게
비록 그 말소리는 조금 낮았지만 온다연은 요 며칠 눈이 안 보이는 관계로 귀가 평상시보다 더 예민해 있었다.그녀는 은은하게 유하령과 유자성의 이름을 들은 것 같았다.그녀는 우산을 들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았다.쌀쌀한 바람이 불어 추위는 한껏 더 심해졌다. 온다연은 기다란 눈초리를 가볍게 드리운 채 눈 밑의 감정을 감추었다.하인들은 말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들어가기 전에 저도 모르게 가여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몇 번 쳐다보았다.지금 온다연의 눈은 그저 모호하게 사람의 윤곽만 보일 뿐 그들의 눈빛은 당연히 보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커다란 검은 우산을 들고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장 집사님, 아저씨네 집에 손님이 온 건가요?”집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여전히 무표정으로 대답했다.“온다연 씨, 집에는 확실히 손님이 와 계십니다. 저희는 먼저 옆에 있는 집으로 가서 잠시 기다립시다. 셋째 도련님께서는 이 부근에 집을 한 채 더 갖고 계십니다.”온다연은 말이 없었다.그녀는 이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온다연의 신분은 빛을 볼 수 없는 것이었다.게다가 지금 집 안에 있는 사람은 유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온다연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네.”장 집사는 어쩌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온다연을 데리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온다연이 차 안에 안자마자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온다연!”온다연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문을 닫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유하령은 이미 그녀에게 달려와서 차 문고리를 꼭 잡고 문을 닫지 못하게 했다.“정말 너네. 정말로 너였다니! 유민준이 네가 아직 살아있다고 했을 때 난 안 믿었어. 근데 삼촌의 호텔에서 나타난 사람이 정말로 너였다니!”유하령은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보았다. 그러자 온다연의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온다연의 얼굴은 정말로 정교하게 빚어낸 아름다운 조각상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유하령이 어릴
하지만 지금 온다연의 눈빛은 의외로 엄청나게 냉랭했으며 심지어 오싹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그녀는 그저 그렇게 유하령을 한 눈 보고는 눈빛을 거두었다. 너무 순식간이어서 유강후는 자기가 착각을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온다연은 유강후 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떠보았다.“아저씨?”유강후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하령은 온다연에게 달려들어 험상궂게 삿대질하며 말했다.“누구보고 아저씨라고 하는 거야?”온다연은 살짝 몸을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뒤로 피했다.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 조금의 혈색도 보이지 않았으며 말소리까지 부들부들 떨렸다.“그럼 난, 난 뭐라고 불러야...”온다연의 이 모습은 마치 정말 유하령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보였다.유하령은 연약한 모습을 한 온다연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눈빛으로라도 온다연의 몸에서 살을 파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유강후가 옆에 있는 관계로 유하령은 너무 나댈 수 없었으며 고개를 유강후 쪽으로 돌려 물었다.“삼촌, 온다연이 왜 삼촌 차에 있어요? 이 여자는 삼촌 차에 탈 자격도 없어요!”“닥쳐!”유강후의 눈빛은 어둡고 냉랭하게 변하더니, 그의 시선은 조금 더 야윈 것 같은 온다연의 작은 얼굴에 쏠렸다.이삼일 안 본 사이에 온다연의 어렵게 생긴 볼살은 또 온데간데없어졌고 눈 밑은 거무스름한 게 딱 봐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보였다.‘나를 화나게 했으면 자기는 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더 초췌해진 거 같지?’그는 온다연을 빤히 쳐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려와!”유하령은 이 말을 듣더니 유강후가 온다연을 내쫓는 줄 알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으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들었어? 삼촌이 너 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하잖아!”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눈매를 내리 드리우고는 작은 소리로 유강후를 한번 불렀다.“아저씨!”그녀의 소리는 말랑말랑하고 나지막한 것이 마치 용서를 비는 듯한 느낌이 살짝 깃들어있었다.유강후는 눈빛이 조금 어둡게 변했
유하령이 기억을 더듬을 때부터, 그의 삼촌인 유강후는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아무리 그가 어릴 때부터 유하령을 아끼고 사달라는 대로 다 사줬지만 사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소외감과 냉랭함이 묻어나 있었다.그리고 이런 소외감과 냉랭함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유강후는 태생부터 성격이 야박하고 냉정해서 유하령한테 뿐만아니라 전체 유씨 가문 사람들한테도, 심지어 그의 아버지인 유재성한테도 그랬으며 다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이 몇 년간, 유하령이 본 유일하게 유강후와 가깝게 지낸 사람이 바로 나은별이었다.하지만 나은별은 그의 약혼녀이자 앞으로 유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니 두 사람이 가깝게 지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근데 온다연이 뭐라고? 걔는 그저 유씨 가문에서 내다 버린 한 마리 개나 다름이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삼촌의 아낌을 받는 거야? 그저 눈이 멀었다고?’유하령은 울화가 치밀어 올라 앞으로 다가가 유강후의 팔을 잡고 놀랍고 화난 말투로 물었다,“삼촌, 뭐 하는 거예요? 잘 보세요. 이 여자는 온다연이에요. 그 첩의 조카라고요. 심지어 며칠 전에 사람까지 때려서 지금 온갖 사람들이 이 여자를 찾고 있다고요!”유하령이 한마디를 할 때마다 온다연은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곤 하였다. 그녀는 유강후의 품에 옹크린 채 그의 옷깃을 한사코 잡고 있으며 온몸을 떠는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면서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냉랭한 눈빛으로 유하령을 쳐다보았다.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쌀쌀한 기운과 살벌한 기운이 넘쳐날 것만 같은 눈빛으로 유하령을 쳐다보았다. 이에 놀란 유하령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삼, 삼촌...”유하령은 벌벌 떨었다. 그녀는 20년 동안 자신을 아끼던 삼촌이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하고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유강후는 쌀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유하령, 난 이미 너에게 경고했었어. 내가 누구에게 잘 해주든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
집에 들어선 후, 유강후는 시원한 연고를 가져와 온다연에게 발라주었다.그런데 장화연이 어쩌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온다연은 한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밥도 먹지 않고 숨어 있었다.유강후도 너무 후회되어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저녁에 아기 보러 병원에 갈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온다연은 그제야 겨우 화를 풀었다.이튿날 아침 유강후가 침실에서 나오니 이권이 벌써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인터넷을 좀 보세요. 온다연 씨가 인터넷 스타가 됐어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인터넷 스타라니, 무슨 소리야?”이권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건넸다.“일단 보세요. 제가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검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상황이 정리가 안 돼요.”‘상간녀가 보석 가게에서 본처를 때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 비슷한 댓글이 가득 달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영상을 열었다.어제 온다연이 보석 가게에서 나은별과 싸우는 장면이었다.동영상만 보면, 확실히 온다연이 먼저 때렸다. 게다가 온다연은 날뛰고 있고, 나은별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은 채 처참하게 맞는 모습이었다.동영상은 온다연이 나은별을 때리는 데서부터 시작돼 조아영이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1분여 동안 지속됐다.중간에 편집 흔적이 전혀 없어 딱 봐도 원본 영상이었다.‘좋아요’가 600만 개 이상, 리트윗이 300만 개 이상에 달하고, 댓글 창은 온통 욕하는 말들로 도배됐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상간녀가 이렇게 대놓고 날뛰어도 되는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간녀가 누군지 신상 털어!][진짜 뻔뻔스럽군. 유부남을 꼬신 주제에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이 여자와 부모의 신상을 털어 온 가족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해.][본처가 진짜 나약하네. 내가 저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상간녀 머리를 부숴버렸을 거야.][상간녀가 어려 보이는
유강후는 좀 세게 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고작 몇 번 때린 것이 이렇게 빨갛게 부어오를 줄은 몰랐다.“많이 아파? 집에 가서 약을 바르자.”‘당연히 아프죠.’온다연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몹시 서러웠다.“화를 내도 된다면서요... 아저씨는 말한 대로 하지 않고 전혀 신용을 지키지 않아요.”유강후는 어이없었다.“화를 내도 된다고 했지, 반지를 던져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 오늘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야. 또 한 번 반지를 던지고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아예 의자에 앉지 못하게 엉덩이를 부숴버릴 거야.”온다연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도 저를 때렸으니 맞비긴 셈이에요. 만약 아이를 보지 못하게 하면, 저도 아저씨의 점수를 깎아버리고 영원히 보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걸어가면서 말했다.“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왜 아기를 못 보게 하겠어? 오늘 나한테 순순히 반지를 끼워준 것을 봐서 벌을 취소할게.”“하지만 그 점수라는 게 뭔지 나한테 알려줘.”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엎드려 통증을 참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아저씨만 저를 벌할 수 있는 줄 알아요? 저도 아저씨를 벌할 수 있어요.”유강후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무슨 벌인데?”온다연이 코웃음을 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저한테 점수를 적는 공책이 있어요. 모두 100점인데, 아저씨가 잘하면 가산점이 붙고 잘못하면 감점이 돼요.”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원래 70점이었는데, 20점 깎여서 지금 50점이에요. 0점 혹은 마이너스 점수가 되면 저는 아저씨를 버릴 거예요.”유강후는 웃음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면 가산점이 붙고, 어떻게 하면 감점이 되는지 말해봐.”온다연이 정색하며 말했다.“예를 들면, 그웬을 데려다 아기를 살린 것은 589점, 주희를 구한 것은 50점, 저에게 불고기를 만들어준 것은
그는 손을 내밀고 반지를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네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반지를 끼워줬잖아. 반지를 끼워준 건 프러포즈한 것과 같으니, 앞으로 네가 나를 책임져야 해.”온다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강요에 못 이겨 끼워준 것인데, 어떻게 그녀가 프러포즈한 것이 되는지?그녀는 눈을 비비며 울먹거렸다.“아저씨가 끼워달라고 했잖아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그거지. 별 차이 없어. 내가 끼워달라고 말했더니 네가 바로 끼워줬잖아. 이게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뭐니?”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못 보게 할까 봐 걱정인 온다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반지도 꼈으니 결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온다연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나눠 껴도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부부가 된 거니까.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유강후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프러포즈했고 내가 받아줬으면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어. 결혼했으면 영원히 서로의 곁에 있어야 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안 돼. 알았지?”온다연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결혼했으면 둘이 같이 잘 지내야 한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서러웠다.“다시는 나은별을 만지면 안 돼요.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살짝 닿는 것도 안 돼요.”“만나도 3m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유강후는 그녀가 덫에 걸린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아까 나은별이 너한테 어쨌길래 머리가 터질 정도로 쳤어? 온통 유리 조각이던데, 손은 다치지 않았어?”유강후는 말하면서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 자세히 검사했다.그는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손에 상처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반지를 버리거나 결혼 문제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 알았어?”온다연은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가 허리를 꽉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제가 아니라 아저씨가 장난쳤잖아요. 아직도 나은별을 마음에 담고 있어요?”그녀는 너무 서러웠다.“아직도 그 여자가 좋으면, 아기를 데리고 떠날 테니 그 여자랑 사세요!”유강후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생각했다고 그래? 뭘 보고 이러는 거야? 내가 나은별을 잡아당긴 것 때문에?”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은별이 유강후의 품에 기대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를 안고 있었잖아요. 가슴에 기대고 있던데요.”유강후는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니, 질투하는 것이었다.어린 것이 질투심은 왜 이렇게 강한지?“질투 났어?”온다연은 몹시 화가 났다.“누가 질투해요? 놔요. 저는 갈래요.”유강후는 그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으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안았고, 언제 내 몸에 기대게 했는데? 똑똑히 말해봐.”그는 나은별을 바닥에서 잡아당겨 일으킨 후 온다연이 바로 폭발했던 기억밖에 없다.이 말을 들은 온다연은 더욱 화가 나서 얼굴까지 빨개졌다.“아저씨가 그 여자를 안았고, 그 여자가 아저씨 품에 기대어 있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는 이제 불합격이에요. 미워요. 이거 놔요.”발버둥 치다가 방금 맞은 곳을 건드렸다. 얼얼한 통증에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고, 엉겁결에 손으로 맞은 곳을 가렸다.유강후는 그녀의 동작을 보고 방금 너무 세게 때려서 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몸을 뒤집은 후, 치마를 올리고 살펴보려 했다.온다연은 그가 또 엉덩이를 때리려는 줄 알고 놀라서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만 때려요. 아파요.”“반지를 주워 왔잖아요. 또 때리면 다시는 당신을 안 볼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빼며 말했다.“붓지 않았는지 보려고
유강후는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10일.”“온다연, 너 계속 이러면 아기 퇴원하는 날에도 못 볼 줄 알아.”그 말을 듣고 얼어붙은 온다연은 재빨리 그의 손을 놓았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온다연은 알고 있다. 정말 그를 화가게 한다면 아마 한 달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꾹 참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심하게 때려서 그런지 유강후는 온다연의 걷는 자세가 살짝 잘못된 걸 발견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던지고 걷어찼던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온다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는데 밖에는 수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이권도 그곳에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엉덩이를 맞은 걸 모든 사람이 들었다고 생각하니 분하면서도 수치스러웠다그러나 반지를 주워 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유강후가 아기로 협박을 하니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온다연은 유강후에 대한 호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에는 70점이었다면 이제는 50점밖에 되지 않았다.온다연은 씩씩거리며 눈물을 닦고선 마지못해 바닥에 있는 반지를 주웠다.온다연이 휴게실로 돌아오자 유강후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끼워줘.”그 모습은 어찌나 무자비하고 싸늘한지 마치 인정머리 없는 제왕 같았다.온다연은 화가 나서 반지를 다시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아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으며 유강후에게 반지를 끼웠다.유강후는 반지를 한번 꼼꼼히 확인하더니 스크래치가 없는 걸 보고선 마음속의 분노가 절반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 앉아 온다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온다연은 대답하기 싫은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눈물을 닦았다.온다연의 빨갛게 부은 눈과 눈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보니 유강후도 마음이 반쯤 풀렸다. 그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네가 말해봐.
유강후는 그저 말없이 가만히 온다연을 쳐다봤고 온다연은 그의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고서야 힘을 풀었다.유강후는 곧바로 다시 그녀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내리쳤다.심지어 전보다 더 무자비해졌다.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온다연은 목 놓아 울부짖었다.“미워요. 이거 놓으란 말이에요.”“날 때릴 자격이 없잖아요.”유강후는 얼굴빛 변한 온다연을 보고선 가슴이 아픈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또 함부로 버릴 거야?”온다연은 유강후가 미워 죽을 것 같았다. 울분이 치밀어 올라 더욱이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버릴 거예요. 평생 찾지 못하게 바다에 던질 거라고요. 때려죽이든 마음대로 해요.”일말의 작은 연민은 온다연의 말에 순식간에 사라졌다.유강후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손까지 떨었다.결혼반지라는 중요하고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버렸으면서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온다연이 이해되지 않았다.유강후는 손을 들어 세게 두 번 정도 내리쳤다.전보다 훨씬 힘을 주어서 그런지 온다연은 괴로움에 손발을 마구 휘저으며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울었다.울면서도 잊지 않고 유강후를 비난했다.“분명히 은별 씨 편을 들었으면서...”“차라리 때려죽여요. 그러면 은별 씨랑 결혼해도 되잖아요.”“우리 이제 그만해요.”...온다연이 말할수록 유강후의 분노는 더욱 커져갔고 끝내 또 세게 때렸다.분노와 두려움, 공포와 고통의 감정이 뒤섞이자 저도 모르게 주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너무 아파... 주한아, 나 좀 도와줘.”“그만 때려요.... 아픈단 말이에요.”...유강후의 손은 허공에 굳어버렸다.주한... 온다연은 주한에게 도움을 청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유강후는 숨이 멎을듯한 고통이 찾아왔다.“방금 뭐라고 했어?”온다연은 심하게 울부짖은 탓에 목소리가 잔뜩 쉬었다.“뭐라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요. 아저씨는 나 괴롭히고 때릴 줄밖에 모르잖아요. 싫어요. 아저씨같은 사람이랑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거 놔요.”유강후는 이마에 핏줄이 솟을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안긴 방금 전의 상황이 왠지 모르게 민망했다.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으니 마치 유강후가 키우는 고양이나 심심할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 별반 다를게 없는 느낌이었다. 수치심과 분노가 한꺼번에 몰려온 온다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싫어요. 필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유강후는 고집불통인 온다연의 모습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눈앞에 있는 반지는 그가 이 생에 받은 것 중에 가장 소중하고 아끼는 물건이다. 이런 마음도 모른 채 온다연은 필요 없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바닥에 내팽개쳤다.마치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여러 번 짓밟는 격이다.유강후는 머리가 피가 쏠릴 정도로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우라고.”온다연은 유강후가 화난 걸 알았지만 그녀도 같은 상황이기에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다.분명히 나은별을 밀어낼 수 있었음에도 유강후는 기댈 수 있게 팔을 내어주었다.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거면 차라리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온하랑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떨었다.“싫어요. 그리고 제가 나은별 씨를 먼저 때렸어요. 아저씨가 아끼는 사람을 때려서 가슴이 아파요? 그럼 다시 날 때리면 되겠네.”유강후는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네가 언제 가슴 아프다고 했어?”욕하고 때리는 건 얼마든지 해도 되지만, 유독 이 반지를 떨어뜨린 건 용납할 수 없었다.이건 그의 마음과 진심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는 해동이다.“주워서 깨끗하게 닦아.”유강후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온다연 마음속의 작은 화산이 완전히 폭발하였고 곧바로 눈앞의 반지를 발로 차버렸다.“주울 생각 없어요. 그리고 이렇게 싼 반지는 아저씨한테 어울리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나은별 씨한테 더 비싼 거로 사달라고 하세요.”온다연의 발차기에 반지는 더 멀리 날아갔다.유강후는 너무 화가 나서 목의 핏줄이 터져 나올 정도로 으르릉거렸다.“온다연, 넌 오늘 혼 좀 나야겠다.”그
나은별은 손톱이 살을 피고들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강후 씨, 이제 내 말은 믿지도 않는 거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연 씨가 먼저 손쓴 걸 봤는데도 여전히 내 문제라는 거야?”유강후는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싸늘한 시선으로 조아영을 바라봤다.“조세진이 그쪽 아버지?”조아영은 극심한 고통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차마 유강후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맞아요.”유강후의 말투는 단호했다.“아버지한테 전해. 파산할 거니까 미리 마음 준비하라고.”조아영은 너무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울부짖었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유강후는 무자비했다.“들리는 그대로야. 오늘부터 조씨 가문은 너 때문에 파산하게 될 거야. 기대해.”조아영은 고개를 번쩍 들고 마지막으로 발악했다.“분명히 저 여자가 먼저 때렸는데 왜 우리가 이런 불이익을 받아야 하죠?”유강후의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먼저 때렸다고? 그래서 뭐? 내가 있는 한 다연이가 사람을 때려죽여도 잘했다고 칭찬할 거야. 너 같은 인간을 수없이 많이 봤어. 내가 너보다 지위가 낮았다면 그런 표정이랑 행동으로 말했을까?”이런 사람에게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유강후는 곧바로 경호원에게 말했다.“은별이는 병원으로 데려가고, 다른 사람 전부 다 내보내. 당장.”나은별은 씩씩거리며 말했다.“강후 씨, 이럴 필요까지는 없잖아.”유강후는 못 들은 척 무시하고선 뒤를 돌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며 경호원에게 말했다.“내가 왔을 때 여기에 사람이 남아있으면 너희들도 끝장인 줄 알아.”경호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네, 도련님.”나은별은 멀어지는 유강후의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눈에서는 악의가 번쩍였다.‘유강후, 날 이렇게 대한다는 거지? 두고 봐, 나도 더는 안 참아.’경호원들은 나은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의무적으로 그녀를 부축했다.“얼른 가시죠. 도련님이 분부했으니 저희는
유강후는 밀어내고 싶었지만 나은별을 중심을 잡지 못하는 듯 계속 비틀거렸다.밀어내려고 할수록 나은별은 그의 옷을 한사코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온다연의 눈에 비친 이 장면은 마치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연인 같았다.순간 어려서부터 각별한 사이로 자라온 소꿉친구 사이에 제3자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다.나은별의 말대로 유강후는 어쩌면 일시적인 감정 때문에 지금처럼 행동하는 걸 수도 있다.온다연은 주먹을 불끈 쥐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내가 때렸어요. 왜요? 가슴 아파요?”그 말에 화가 난 유강후는 목소리마저 가라앉았다.“온다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온다연은 싸늘하게 웃었다.“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겠죠.”이때 반지를 수정하려고 자리를 잠깐 비운 직원이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수정된 반지와 함께 걸어왔다.“다연 씨, 요청하신 대로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온다연은 번쩍 돌리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이제 필요 없으니까 환불해 줘요.”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몸을 떨었다.“그러기만 해봐.”온다연은 시선은 여전히 그의 팔에 기대어있는 나은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두 사람 결혼해요. 아주 천생연분이네.”그 말을 한 뒤 직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환불해 줘요. 이제 필요 없어졌거든요.”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직원은 정석대로 안내했다.“죄송합니다. 이니셜이 새겨진 특별 제작한 반지라 환불이 불가합니다.”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온다연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반지를 집고 땅바닥에 내던졌다.“그럼 버릴게요.”단단한 반지가 바닥에 닿자 몇 미터 높이로 튕겨 나갔다가 다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유강후는 자신이 더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물건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온다연, 당장 주워.”온다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힐끗 보고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분노로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유강후는 단번에 나은별을 밀어내고 앞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