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다 나쁜 사람이에요!”온다연은 울부짖었다. 어디서 힘이 생겨났는지 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그러나 도망친 지 몇 발짝 안 되어 다시 유강후에게 끌어당겨 그의 품속에 갇혔다.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괜찮아. 이 사람들 나쁜 사람 아니야.”온다연은 이상할 정도로 흥분되어 있었다. 허공에서 손을 마구 흔들면서 유강후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이번에 유강후는 펜치처럼 그녀를 꼭 껴안고 있어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다.분노가 확 솟구쳐 그녀는 울부짖었다.“아니에요! 다 나쁜 사람이에요! 아저씨도 똑같아요! 날 놓아줘요! 나쁜 사람들, 저를 그만 괴롭히세요! 벌받아야 할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경찰복을 입고 이리저리 빈둥대기만 하는 나쁜 사람들, 나빠요!”유강후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자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 그의 손을 힘껏 물었다.물린 손목에서 곧 피가 흘러나왔다.그러나 유강후는 여전히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졌고 가슴도 기복을 이루었는데 딱 봐도 아픔을 꾹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경찰관은 온다연이 폭주한 걸 보고, 나서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유강후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경찰관을 쳐다보며 말했다.“저리 가 있어요!”경찰관은 그저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 두 사람, 한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하고, 한 사람은 꼭 끌어안은 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몸에는 마치 천만 개의 끈이 얼기설기 엉켜 있는 것 같았고 다른 사람이 감히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였다.온다연은 피 맛을 느꼈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오히려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그녀는 끊임없이 유강후에게 발길질했다. 그러나 두 손은 곧 유강후에게 잡혀 몸 뒤로 가져갔고 두 다리도 책상 밑에 깔리게 되었다.유강후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겁먹지 마. 아저씨 여기 있잖아. 진정해.”유강후가 말을 안 하면 모를까, 이 말을 하자 온다연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유리문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마침 달려오는 온다연을 향해 있었다.“다연아!”유강후는 눈빛이 세게 흔들렸다. 막을 겨를도 없이 그녀는 이미 유리문에 부딪히고 말았다.온다연은 훅 튕겨 나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유리문은 세게 튕기면서 다시 닫혔다. 펑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유리문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득 생겨났다. 방금의 부딪힘이 얼마나 셌는지 보아낼 수 있었다.온다연은 부딪힘 때문에 온몸이 저려났다. 바닥에서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막 일어나려고 할 때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유강후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쌀쌀해졌다.“온다연, 너 뭐 하려는 거야?”목소리는 매우 엄숙했다.온다연은 발버둥 치면서 또 유강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놔요. 날 내버려두세요! 유강후, 당신도 날 상관하지 말아요! 당신도 그 사람들과 똑같아요!”...유강후는 온다연이 다시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녀의 손목과 종아리를 꽉 잡고 그녀를 안고 다른 문으로 방을 나갔다.유강후는 바로 온다연을 병실로 데려갔다.온다연의 폭주 상태는 지속되었고 몸부림이 심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유강후의 곁에서 도망쳤다.하필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아 잠깐 사이에 또 온몸에 상처를 가득 입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방금 넘어져서 피 흘리는 무릎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고 냉랭해지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화연아, 의사 불러. 진정제를 놓아줘야겠어.”온다연은 또 몸부림쳤다. 그녀는 많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싫어요. 안 맞을 거예요. 당신들이나 맞아요. 이 나쁜 사람들!”이렇게 말하면서 온다연은 또 유강후의 팔을 잡고 꽉 물었다.유강후 팔뚝의 옷은 이미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고 손가락은 세게 물려서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집사는 한 번 보더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의 손도 처치해야 합니다.”곧 의사가 왔고 온다연에게 강제로 진정제를 주사했다.온다연은 조금씩 힘이 풀렸고 눈동자도
유강후는 아무 표정 없이 온다연의 상처를 간단히 소독해 주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았다.그의 손가락은 뼈가 보일 정도로 세게 물어뜯겼다.집사는 드디어 표정에 작은 변화가 생기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의사 선생님을 불러오겠습니다. 봉합해야 할 것 같습니다.”유강후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고 말투도 매우 냉랭했다.“괜찮아. 흉터가 남게 내버려둘 거야.”집사는 입을 열어 뭐라고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난 후 집사는 깊이 잠든 온다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도련님께서 하령 아가씨의 모든 카드를 정지시켰더니 아가씨께서 계속 도련님을 만나겠다고 난리입니다. 도련님을 만나겠다고 요 며칠 호텔에도 여러 번 찾아가셨고 회사에도 여러 번 찾아가셨습니다. 방금 호텔 쪽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가씨께서 또 호텔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다.”유강후의 눈빛에는 매서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깊이 잠든 온다연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더니 한참 지나서야 손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안 그래도 차갑던 그의 눈빛은 더욱 냉랭하고 어두워졌고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우울해졌다.유강후의 곁을 오랫동안 따르던 집사는 자연스럽게 그의 뜻을 이해하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쫓을까요?”유경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카드 정지를 풀어줘.”그는 지금 유하령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은 안정을 취해야 하기에 두 사람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집사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알겠습니다.”두 사람은 모두 깊이 잠든 온다연이 눈초리를 가볍게 떨었고 손도 살며시 몸 밑의 침대보를 잡은 걸 보지 못했다. 집사가 또 말했다.“온다연 씨의 연수 절차도 다 끝마쳤습니다. 그쪽에서 졸업증도 이미 보내왔습니다.”유강후의 말투는 조금 쌀쌀했다.“내 금고에 넣어둬.”유강후는 지금 온다연을 계속 공부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기에 공부 따위는 뒤로 미뤄졌
위 사람한테서 압박감이 전해졌다. 온다연은 그 기운에 눌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그녀는 눈을 절반 드리우고 천천히 말했다.“구월이 싫어졌어요. 다른 곳에 보내주세요.”말소리는 여전히 작았지만, 굳센 의지가 보였다.유강후의 몸에서 무서운 기운이 새어 나왔고 눈빛은 놀라울 정도로 냉랭하고 어두워졌다.그는 꼼짝하지 않고 서서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말했다.“이유가 뭔데!”이렇게 강한 압박감을 받으면서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손바닥에서 이미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입을 열었다.“구월이 저랑 같아지는 게 싫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위험한 기운이 공기 속에서 퍼졌다.“너랑 같아져?”이 말은 어찌나 차가운지 매 글자에 서리가 한층 내려진 것 같았고 듣는 사람을 몸서리치게 했다.그러나 온다연은 느끼지 못한 듯 나지막하면서도 아주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케이지에 갇혀 주인이 기분 좋을 때는 놀아주고 기분 나쁠 때는 내다 버리는... 어느 날 주인과 주인의 가족에게 구타당해 다리가 부러질지도 모르고요...”“온다연!”유강후는 성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가슴은 심하게 출렁이었고 손등의 핏줄도 어렴풋이 보였다.그는 이번 생에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누군가를 달랜 적도, 이렇게 자세를 낮춰가면서 누군가를 방임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모든 노력을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줄이야.유강후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턱을 잡고 그녀의 고개를 쳐들게 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내가 널 너무 버릇 들였구나!”온다연은 초점 잃은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슴이 살짝 내려앉아 중얼거렸다.“그래서 유 대표님은 또 저의 목숨을 쥐락펴락하실 건가요? 이번에는 저를 가둬놓을 건가요? 아니면 죽여버릴 건가요?”유강후는 화가 잔뜩 나서 가슴이 심하게 출렁이었고 손의 핏대도 선명해졌다.그는 여전히 애써 참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유강후를 이렇게 조롱하고 거역했다면, 그는
이 고양이는 유강후가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서 얻어온 것인데. 며칠 전에 다리가 부러져서 하마터면 죽을 뻔한 걸 외국에서 제일 유명한 수의사를 불러들여 수술을 해주었다. 고양이를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온 것은 단지 그녀가 고양이를 많이 보고 좀 더 기뻐할 수 있기 위해서였다.이제 그녀는 감히 고양이가 싫어졌다는 말을 하고 심지어 그 고양이가 자기처럼 자유롭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날 따르는 게 그렇게 괴로울까?’유강후는 더 힘을 주어 온다연의 턱을 꼬집으며 말했다.“다연아, 너 참 좋은 줄 모르네!”그는 실눈을 뜨고 말했다.“이 고양이가 싫어졌다고? 그래. 바로 다른 곳에 보내 버릴게! 쓰레기장으로 보내면 이렇게 작은 고양이는 바로 죽겠지.”그의 말투는 아주 잔인했다.“그런 곳은 들개와 들고양이가 얼마나 많겠어. 근데 이렇게 젖 먹던 새끼 고양이가 버려진다? 몇 분 안 되어서 갈기갈기 찢기고 말 거야.”유강후가 한 글자 말할 때마다 온다연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이런 미세한 동작을 다 지켜보고는 냉혹하고 잔인한 말투로 말했다.“근데 그건 다 네가 원해서 그런 거야. 다연이 네가 원해서!”온다연은 몸을 떨었고 가슴도 기복을 이루었다.그러나 그녀는 말없이 입술을 꼭 깨물었고 손은 침대보를 세게 움켜쥐었다.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마침내 그녀의 굳센 입술에 내려앉았고 냉정하게 말했다.“화연아, 고양이를 보내 버려. 당장!”집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서서 방금 들여온 고양이를 다시 케이지 속에 넣었다.아마 충분한 어루만짐을 받지 못해서인지 고양이는 계속 울어댔다. 그 소리는 귀엽고 말랑하여 온다연의 마음을 흔들었다.그러나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손힘은 침대보를 거의 찢을 것 같았다.유강후는 꼼짝하지 않고 그녀가 끝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았다.고양이는 밖으로 이송되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았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입을 열고 용서를 빌지 않았
유강후는 점점 멀어져가는 차의 후미등을 노려보면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회사로 가줘!”이권은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더니 애틋하게 말했다.“도련님, 그래도 꼬박 이틀 동안 밤을 새우셨는데 회사도 중요하지만, 휴식하는 것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온다연 씨도 돌아가셨는데 도련님도 돌아가서 좀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말이 너무 많다!”유강후는 조금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이권은 앞차의 후미등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그는 비록 유강후와 온다연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이 이틀 동안 유강후는 한 시각도 좋은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고 업무 강도로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회사 총무팀의 분위기는 한시도 늦춰지지 않았고 거의 모든 사람은 다 전전긍긍하며 유강후와 함께 이틀 동안 꼬박 밤을 지새웠다. 심지어 그 누구도 감히 퇴근하지 못했다.근데 지금 또다시 돌아가서 야근해야 한다니,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도련님, 저는 비록 도련님과 온다연 아가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온다연 씨께서 겪은 일들은 정말 일반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삶을 포기했을 겁니다. 그리고 온다연 씨 심리도 좀 문제가 있어서 말과 행동이 어떨 때 보면 일반인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다연 씨를 대할 때 이해심과 인내심을 조금 더 가져주셔야 합니다.”말을 마친 후 이권은 핸들을 잡고 입을 꾹 다물었다.차 안에는 다시금 침묵이 흘렀고 분위기는 조금 다운되어 있었다.비록 이권은 유강후의 곁에서 몇 년 동안 지냈지만, 여전히 경원시 황태자 유강후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종래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며 심지어 웃는 얼굴을 한 적도 별로 없다. 침묵할 때는 엄숙하고 쓸쓸한 느낌이 있었으며, 지금의 경우에 비록 차 안은 히터가 충분했지만, 이권은 어딘가 등 뒤에서 쌀쌀한 한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이렇게
비록 그 말소리는 조금 낮았지만 온다연은 요 며칠 눈이 안 보이는 관계로 귀가 평상시보다 더 예민해 있었다.그녀는 은은하게 유하령과 유자성의 이름을 들은 것 같았다.그녀는 우산을 들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았다.쌀쌀한 바람이 불어 추위는 한껏 더 심해졌다. 온다연은 기다란 눈초리를 가볍게 드리운 채 눈 밑의 감정을 감추었다.하인들은 말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들어가기 전에 저도 모르게 가여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몇 번 쳐다보았다.지금 온다연의 눈은 그저 모호하게 사람의 윤곽만 보일 뿐 그들의 눈빛은 당연히 보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커다란 검은 우산을 들고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장 집사님, 아저씨네 집에 손님이 온 건가요?”집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여전히 무표정으로 대답했다.“온다연 씨, 집에는 확실히 손님이 와 계십니다. 저희는 먼저 옆에 있는 집으로 가서 잠시 기다립시다. 셋째 도련님께서는 이 부근에 집을 한 채 더 갖고 계십니다.”온다연은 말이 없었다.그녀는 이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온다연의 신분은 빛을 볼 수 없는 것이었다.게다가 지금 집 안에 있는 사람은 유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온다연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네.”장 집사는 어쩌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온다연을 데리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온다연이 차 안에 안자마자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온다연!”온다연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문을 닫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유하령은 이미 그녀에게 달려와서 차 문고리를 꼭 잡고 문을 닫지 못하게 했다.“정말 너네. 정말로 너였다니! 유민준이 네가 아직 살아있다고 했을 때 난 안 믿었어. 근데 삼촌의 호텔에서 나타난 사람이 정말로 너였다니!”유하령은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보았다. 그러자 온다연의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온다연의 얼굴은 정말로 정교하게 빚어낸 아름다운 조각상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유하령이 어릴
하지만 지금 온다연의 눈빛은 의외로 엄청나게 냉랭했으며 심지어 오싹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그녀는 그저 그렇게 유하령을 한 눈 보고는 눈빛을 거두었다. 너무 순식간이어서 유강후는 자기가 착각을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온다연은 유강후 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떠보았다.“아저씨?”유강후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하령은 온다연에게 달려들어 험상궂게 삿대질하며 말했다.“누구보고 아저씨라고 하는 거야?”온다연은 살짝 몸을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뒤로 피했다.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 조금의 혈색도 보이지 않았으며 말소리까지 부들부들 떨렸다.“그럼 난, 난 뭐라고 불러야...”온다연의 이 모습은 마치 정말 유하령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보였다.유하령은 연약한 모습을 한 온다연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눈빛으로라도 온다연의 몸에서 살을 파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유강후가 옆에 있는 관계로 유하령은 너무 나댈 수 없었으며 고개를 유강후 쪽으로 돌려 물었다.“삼촌, 온다연이 왜 삼촌 차에 있어요? 이 여자는 삼촌 차에 탈 자격도 없어요!”“닥쳐!”유강후의 눈빛은 어둡고 냉랭하게 변하더니, 그의 시선은 조금 더 야윈 것 같은 온다연의 작은 얼굴에 쏠렸다.이삼일 안 본 사이에 온다연의 어렵게 생긴 볼살은 또 온데간데없어졌고 눈 밑은 거무스름한 게 딱 봐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보였다.‘나를 화나게 했으면 자기는 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더 초췌해진 거 같지?’그는 온다연을 빤히 쳐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려와!”유하령은 이 말을 듣더니 유강후가 온다연을 내쫓는 줄 알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으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들었어? 삼촌이 너 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하잖아!”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눈매를 내리 드리우고는 작은 소리로 유강후를 한번 불렀다.“아저씨!”그녀의 소리는 말랑말랑하고 나지막한 것이 마치 용서를 비는 듯한 느낌이 살짝 깃들어있었다.유강후는 눈빛이 조금 어둡게 변했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
간호사가 수술실 문을 빼꼼히 열고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한 명은 태어났고 지금 다른 한 명도 나오는 중이니 가족들 진정하고 조용히 해주세요.”말을 하고 있는데 반쯤 열린 문에서 또 다른 한 명의 나긋나긋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안에 있는 의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2.6킬로가 되는 여자아기예요. 아기 상태도 아주 좋아요.”“산모 상태도 좋아요. 이제 봉합 수술을 시작하죠.”유강후는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 제 자리에서 굳어 있는 채로 꼼짝도 못 했다.간호사는 그 표정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들으셨죠? 동생도 나왔다네요.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합니다.”“유 대표님, 수술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협조해 주시고 더는 문을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유강후는 바로 손을 놓고 부들부들 떨며 담배를 가지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었다.옆에 서 있던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축하해요. 작은 아가씨가 2.6킬로나 되는 걸 보니 도련님은 더 건장할 거예요.”유강후는 기쁜 나머지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수 없었고 신이 나서 말했다.“다연이가 무사히 수술실에서 나오면 바로 통지해. 우리 회사 직원들 전부 3일 동안 휴가를 내줄 것이고 이번 달은 두 배의 급여를 발급할 거야.”그 말에 이권은 너무 좋아 웃으며 말했다.“그럼 직원들은 아마 좋아 죽을걸요? 대표님은 참 통쾌하시다니까요.”장화연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도련님, 제가 가서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의 옷을 가져올게요. 방금 급하게 나서다 보니 챙기는 걸 까먹었어요.”그러자 유강후가 바로 말했다.“다른 사람 보낼 테니 장 집사는 가지 말고 여기서 다연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내가 혼자서 서툴까 봐 그래.”“그리고 앞으로 날 도련님이라 부르지 말고 회장님이라 불러. 나도 이제 아버지가 되었으니 좀 무게감 있는 호칭으로 바꿔야지.”장화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선생님이라 부를게요. 무게감 있고 더 뜻깊어 보이잖아요?”“집안의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된 온다연은 의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빨리 수술해야 해요?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된 건가요?”지난번의 임신 사건 후 온다연은 이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두려웠고 지금은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되는 것이 당연했다.그러자 의사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급해하며 말했다.“아이를 낳는 일은 누구도 장담 못 해요. 앞당겨 수술해야 하는 상황은 종종 많이 생겨요. 지금은 양수가 터져서 자궁 상태가 안전하지 못하니 빨리 수술해야 해요. 아직 만삭이 안 되었지만 이 두 아이는 온다연 씨의 몸에 비해 작지 않은 편이라 일찍 출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에요.”온다연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난다면 저는 괜찮아요.”온다연은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비록 그웬은 아니지만 경원시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이며 심지어 옆에서 수술에 도움을 주는 사람도 국내 유명한 산부인과 전문의였다.그런데도 유강후는 긴장한 나머지 수술실 밖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마저 바닥에 열 번 넘게 떨어뜨렸다.30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수술실에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유강후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말했다.“장화연, 혹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나도 수술실에 들어가 봐야겠어.”그렇게 말하고 바로 수술실 문을 잡아당기자 옆에 있던 간호사들이 그를 가로막으며 말했다.“유 대표님, 지금은 수술 중이라 여기서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장화연도 재빨리 달려가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도련님, 아이를 낳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은 건강 상태가 아주 좋고 아기도 뱃속에서 건강한 상태였어요. 게다가 많은 전문가가 수술실에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니 내심이 기다려요.”유강후는 처음으로 초조하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수술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되어가는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그러자 호사가 황급히 대답했
“지예솔이 며칠 전에 갑자기 사라졌대. 봉현수가 경원시의 땅 전체를 파헤칠 정도로 찾았지만 사람은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게다가 봉현수의 회사에 일이 좀 생겨 그걸 도와 처리하느라 좀 늦었어.”유강후의 말에 온다연은 당황했지만 일부러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예솔 씨가 또 집 나갔어요? 이런 일도 이젠 한두 번이 아닌데, 며칠 더 찾아보면 찾을 수 있겠죠.”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엔 좀 다른 거 같아. 지예솔이 봉현수와 함께 썼던 물건들을 모두 불태우고 사진이랑 다 삭제했어. 십여 년 전의 편지조차 다 버려버린 걸 보니 아주 철저하게 돌아선 거 같아. 이번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온다연은 냉정하게 말했다.“봉현수가 예솔 씨를 그렇게 대하는데 어떤 여자가 옆에 남아 있겠어요? 찾지 못한다 해도 자업자득이죠 뭐.”“봉현수가 지금 미친 사람처럼 날뛰고 있어. 게다가 쓰레기 처리 센터까지 가서 뒤지면서 몇 통의 편지와 망가진 장난감 몇 개를 되찾아왔어.”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지예솔이 너랑은 좀 친해 보이던데 혹시 너한테 메시지라도 보낸 건 없어?”온다연은 다시 냉정하게 말했다.“그렇게 친한 정도도 아닌데 저한테 뭐 하러 연락하겠어요? 이미 떠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니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을 거예요.”그러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근데 저는 지예솔 씨의 소식을 들었다 하더라도 말 안 해줄 거예요.”“됐어요. 남의 집안일은 집에서까지 논하지 말아요. 장 집사님이 맛있는 걸 해놨어요.”말을 마친 후 온다연은 유강후를 밀며 주방 쪽으로 향했다.겨우 두 걸음을 걷던 온다연은 배가 처지는 느낌을 받아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저는 배가 너무 무거워서 걷기도 힘드니 강후 씨 혼자 내려가서 먹어요.”유강후는 갑자기 긴장해 하며 말했다.“낳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온다연은 그가 긴장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직도 이틀 더 있어야 겨우 8개월이
또 어느 큰 눈이 내린 날, 날씨도 엄청 추웠다.온다연은 오후에 잠깐 집을 나서 좀 먼 곳에 있는 작은 여관에 갔다.여관방에서 온다연은 주머니 하나를 지예솔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사람 찾아 만든 새 등록증이에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만든 거니 일단 받아요.”“참, 그리고 안에 카드 한 장 있어요. 천만 원이 들어 있으니 저의 성의라 생각하고 그쪽에 가서 잘 살아요.”온다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어 말했다.“확인해 보니 라현쪽에 유강후의 지사가 있었어요. 제가 이미 이유를 대서 그 지사를 대진 그룹 명의로 옮겼어요. 그쪽 사람들한테도 이미 인사를 했고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지금 예솔 씨의 이름으로 경리를 찾아가면 돼요. 이름은 임진혁이라 해요. 하지만 그쪽은 외진 곳이라 제가 많은 도움은 줄 수 없을 거 같으니 이후의 일은 예솔 씨가 스스로 해결해야 해요.”지예솔은 등록증과 은행 카드를 번갈아 보더니 결국 받아들이고 자그마한 짐가방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온다연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저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물건이니 이거라도 받아주세요.”그녀가 건넨 물건은 너무 투명하여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옥팔찌로 비록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천만은 되는 듯해 보였다.온다연이 거절하려고 하기 전에 지예솔이 한마디 덧붙였다.“이거라도 받지 않으면 제 마음이 안 편해서 그래요. 다연 씨가 갖고 있는 액세서리 하나도 이것보다 더 비싸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제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물건이에요.”온다연은 그녀의 마음을 알고 옥팔찌를 받아들였다.“차가 도착했어요. 우리도 이제 내려가요.”지예솔은 남성복으로 갈아입고 자그마한 짐가방을 메고 온다연과 함께 내려갔다.밖에는 검은색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고 지예솔은 바로 그 차에 타고 창문을 내리며 온다연에게 손을 흔들었다.차가 떠나간 후 온다연도 옆에 있던 차량에 탔고 기사는 유강후가 제일 믿는 장 아저씨였다.온다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장 아저씨, 아드님이 경대에 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