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주치의와 간호사들은 한밤중까지 서 있었다.새벽이 돼서야 온다연의 열이 좀 떨어지고 조용해졌다.가끔 한두 마디 앓는 것을 제외하고 점심시간까지 조용히 잠을 잤다.온다연이 깨어났을 때 눈앞이 캄캄하고 순간적으로 공포에 사로잡혀 당황해 침대를 더듬으며 목소리를 떨었다.“아저씨! 아저씨!”유강후는 옆에서 유다연의 손을 꼭 잡았다.“다연아, 나 여기 있어. 무서워하지 마.”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강후의 팔을 꽉 잡고 목소리는 덜덜 떨렸다.“아저씨. 아무것도 안 보여요.”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가능한 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말이 들려?”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초점이 전혀 안 잡혀서 당황했다.“안 보여요. 아저씨, 저 안 보여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하고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의사가 일시적인 실명이라고 곧 회복할 거라고 얘기했어.”온다연은 유강후의 손을 꼭 잡아당겨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정말 며칠이면 좋아지는 거예요?”유강후도 온다연의 손을 잡았는데, 온다연의 손에 땀이 흥건한 것을 보고 찬찬히 위로해 줬다.“기껏해야 이틀이야. 잘 쉬고 하면 오늘 저녁에 보일지도 몰라.”온다연은 말하지 않았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는데 귀 밑머리를 적셨다.그런 온다연의 모습을 지켜보던 유강후는 그녀가 매우 긴장한 것을 알고 휴지를 가져와 꼼꼼히 닦아주며 장화연에게 말했다.“아까 한 따뜻한 죽 좀 가져오세요.”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먹고 싶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을 찬찬히 달래며 말했다.“조금이라도 먹어야 빨리 낫지. 말 듣자.”온다연은 한 손으로 유강후의 소매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침대에 부추기고 머리를 숙였다.“입맛 없어요. 맛도 없을 것 같아요.”유강후는 장화연이 가져온 죽을 받아 온다연에게 먹여줬다.“조금이라도 먹어. 네가 좋
온다연은 말하지 않았지만, 몸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한참 뒤에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저는 그냥 몇 마디만 얘기했을 뿐인데, 그녀가 죽을 줄은…”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무슨 말 했는데?”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 죽어야 마땅하다고요.”온다연은 고개를 들고 초점 없는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아저씨. 저도 나중에 그런 결과인가요?”유강후는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손을 움직여 온다연의 가느다란 턱을 움켜쥐었다.“온다연, 지금 무슨 소리하고 있는 거야?”유강후는 차갑고 경고하는 듯한 말투였다.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몸을 움츠리고 손을 더듬어 유강후의 옷을 움켜쥐었다.“아저씨. 이제 갈 거예요?”온다연의 목소리는 매우 긴장되고 떨리는 것처럼 들렸다.온다연은 땀에 머리가 젖었고, 하얗고 여린 얼굴을 들고 유강후를 쳐다보았다. 온다연의 모습은 마치 비 맞은 강아지처럼 안쓰럽고 가여웠다.유강후는 조금 전까지 만해도 화가 났었는데, 온다연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안가.”온다연은 유강후의 옷을 잡고 놓지 않았다.“화났잖아요.”“내가 화난 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해?”온다연은 머리를 유강후의 어깨에 기댔다.잠시 후. 유강후의 전화가 울렸다. 유강후가 일어나 전화를 받으려고 하자, 온다연도 따라서 일어나 초점 잃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아저씨. 갈 거예요?”유강후는 걸려 온 전화를 보니 유재성이었다. 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여기 있어봐. 나가서 전화만 받고 올게.”온다연은 유강후를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서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아저씨. 빨리 돌아와야 해요.”유강후는 온다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갔다.시간은 빠르고도 느리게 흘러갔다. 온다연은 혼자서 덩그러니 방에 앉아 있는데, 마치 몇 년 전 그 외
차가운 손이 온다연의 얼굴을 쓰다듬기 전까지, 누가 들어오는 줄도 몰랐다. 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잡았고, 다급하게 소리쳤다.“하니!”그런데 바로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주한일 수 있겠는가.이 사람은 유강후이다.온다연은 순간 놀라서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유강후의 손을 떼고 몸을 뒤로 움츠렸다.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아… 아저씨…”유강후는 온다연이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온다연의 눈물이 유강후를 마음 약해지게 한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녀의 당황하고 초점 잃은 눈빛을 보고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입술을 맞췄다.유강후는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울지 마. 다시는 그런 억울한 일 없게 해줄게.”온다연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반응도, 표정도 없었다. 그저 유강후에게 자신을 맡겼다.유강후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온다연을 놓아주고, 선홍빛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구월이 있잖아. 왜 아직도 하니를 찾아.”하니라는 두 글자를 들은 온다연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유강후의 옷을 움켜쥐었다. 기대고 싶은 마음에 다급하게 유강후에게 다가갔다.유강후의 몸에 기댈 때 아주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불렀다.“하니.”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유강후는 잘 들렸다. 마치 벌을 주는 듯 온다연의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때렸다.“난 그 하니가 아니거든. 구월이도 있으니까, 하니 좀 그만 찾아.”온다연은 대답하고 유강후의 어깨에 기대어 몸을 비비었다. 그리고 머리를 유강후의 팔 안으로 파묻고, 또 소리 없이 조용히 말했다.“하니.”유강후는 온다연이 이렇게 자신에게 기대는 것을 즐겼고, 아예 그녀를 자신의 다리에 앉아 품에 안겼다.온다연은 손을 유강후의 목을 감싸고 그를 안았다. 그 모습은 마치 온다연이 유강후의 다정하고 사랑하는 연인 같았다.그렇게 한참을 껴안고 있다가 온다연이 움직이더니 머리를 들고 유강후의 옷을 만지작거렸다.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저 화장실 가고
온다연은 작게 대답했다. 그리고 손을 만지작거리며 이어 말했다.“아저씨. 너무 멀리 가지 마세요. 바로 옆에 있어야 해요.”잠시 후. 온다연은 볼 일 다 보고 스스로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었다.이날 땀을 많이 흘려서 온다연은 자기 머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온몸이 쉰내가 나는 것 같아 생각하다가 옆에 있는 욕실로 더듬어 갔다.막 두 걸음 가는데, 꽃병 같은 것에 부딪혀서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온다연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깨진 유리 조각을 만지려고 했다.그때, 문이 열리고 유강후가 들어왔다. 온다연이 주저앉아 깨진 꽃병을 만지고 있는 걸 보았다.유강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끌어올렸다.“왜 나 안 불렀어.”온다연은 깨진 유리 조각에 찔려 얼른 손을 뒤로 숨겼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아저씨. 저 이런 모습 보기 귀찮죠? 하찮고.”온다연은 어려서부터 조금만 잘못해도 온갖 미움을 받고 심하면 매를 맞기도 했었다. 이번에 꽃병을 깨뜨리자 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온다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꽃병을 깨뜨려서 벌을 줄 거예요?”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의 손을 잡고 보기 시작했다. 작고 하얀 손에 작은 상처가 났고, 피가 줄줄 흘렀다.유강후는 손을 입술에 대고 뽀뽀를 하며 물었다.“아파?”온다연은 황급히 손을 움츠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더러워요. 입에 대지 마요.”유강후는 강제로 온다연의 손을 다시 끌어당겨 핏물을 빨았다.“온다연. 앞으로 꽃병 하나 깨뜨려서 이렇게 조심할 필요 없어. 너만 좋다면 이 병원을 팔아도 돼.”온다연은 멈칫하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벌은… 안 줘요?”온다연의 소심하고 두려운 모습이 유강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유강후가 말하려 하자 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더 받는 줄 알았어요…”온다연은 고개를 들고 초점 없는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유하령 그들은 잘못
“아저씨. 화났어요?”온다연이 잡고 있던 손을 떼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몇 년 전 기억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기를 버리고 갈까 봐 두려웠다.온다연은 보이지 않았고, 유강후가 이때 온다연을 버리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했는지도 모른다.온다연은 창백해서 입술까지 파르르 떨렸다.“아저씨. 제 눈이 좋아질 때까지 같이 있어 주시면 안 돼요?”그렇다고 해서 유강후가 간다고 해서 온다연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잘못했는데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유하령은 유씨 가문의 아가씨로 모두의 보살핌을 받는 공주인데 당연히 잘못을 저질렀어도 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그날처럼 유하령이 온다연의 고양이 다리를 부러뜨려도 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하령을 내보냈다.만약 온다연이 그렇게 한다면 어떤 결과인지 모른다.온다연 같은 사람이 어떻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유하령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유강후가 자기를 버리고 갈 것으로 생각하는 찰나, 유강후가 온다연을 안고 침대로 돌아갔다.또 반창고를 찾아 유리에 찔린 온다연의 손가락에 붙였다.반창고를 붙이면서 침착하게 얘기했다.“온다연. 그 누구든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해. 유하령도 마찬가지야.”유강후는 진지하게 얘기했다.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비록 유강후의 얼굴을 볼 수 없어도, 온다연은 지금 유강후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차갑고 침착했을 것이다.유강후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침착하고 점잖고, 말하기 전에 심사숙고하고 내뱉는다. 유씨 가문에 십 년간 있었는데 온다연도 잘 안다.온다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유강후의 옷을 잡고 머리를 어깨에 기댔다.유강후에게 많이 의지하는 모양이다.유강후도 확실히 온다연의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 착하고, 온순하고, 자기가 컨트롤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렇게 한참을 끌어안고, 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저 샤워하고 싶어요.”온다연은 자기가 냄새에 찌들어있는 것만 같았는데, 유강후
하지만 온다연은 예전처럼 버티지 못하고 손을 떼고 더듬더듬 단추를 움켜쥐었다.온다연은 환자복을 입지 않고 하늘색 잠옷을 입고 있었다. 재질도 엄청 좋고, 단추마저 진주로 만들었다.진주를 쥐고 있는 온다연의 손가락은 사랑스러워 보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약간 매력적이기까지 했다.의도적인지 모르게 눈을 감고 하나씩 천천히 단추를 풀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움직임에 따라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온다연이 유강후 앞에서 처음으로 주동적으로 움직였다. 동작은 매우 서툴지만, 아무 느낌 있었다.마지막 단추가 풀리고 하늘색 잠옷이 땅에 떨어졌다.그리고 옅은 파란색의 작은 나시를 입고 있었다. 온다연은 몸을 떨며 자신을 둘러싸고, 얼굴은 터질 듯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아저씨. 저 추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의 품속으로 끌려 들어갔다.유강후는 온다연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입을 맞추었다. 손은 온다연의 허리를 감싸고 힘껏 끌어안았다.유강후는 목소리가 심하게 쉬었다.“온다연. 네가 지금 나를 꼬셔?”온다연과 유강후 사이에 옷이 있었지만 온다연은 유강후의 생리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온다연은 유강후처럼 차가운 사람이 이렇게 쉽게 반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분명히 온다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온다연이 유강휴를 꼬셨다고 말했다.유강후같은 신분이면 손가락만 까닥해도 어떤 여자든 만날 수 있다.그런데 왜 온다연을 붙잡고 놓지 않는가?하지만 이번이 온다연에게 마지막 유일한 기회인 것 같았다.온다연은 몸을 떨면서 천천히 유강후의 옷으로 들어갔다.부드럽고 여린 손이 유강후의 몸에 대자 유강후는 거칠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다연아. 일부러 이러는 거지!”온다연의 이런 생소한 모습이 유강후를 미치게 만든다. 최고의 집중력으로 자제해야만 온다연의 몸에 손을 대는 걸 참을 수 있다.온다연은 사실 몸이 떨릴 정도로 무서웠지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온다연은 떨면서 유강후의 마른 허리를 감싸며 손을 내밀었다
유강후는 고개를 숙이고 온다연의 부드러운 입술을 만졌다.“아무도 내 사람을 괴롭힐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널 돕는 게 아니야. 알았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았다.당연히 알고 있었다. 유강후가 아직 온다연에게 관심이 있어서 당연히 누군가가 온다연을 괴롭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유강후가 온다연에게 관심이 사라진다면 하루코와 같은 결말이다.유강후는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람에게 관심을 준다.모든 것은 유강후의 기분에 달려 있다.유씨 가문에 있는 요 몇 년 동안, 온다연은 너무나도 많은 걸 보고 경험했다.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고, 주먹을 꽉 쥐었다.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반드시 나은별과 결혼하기 전에 유강후를 가져야 한다.온다연은 힘을 너무 많이 들였는지 입술이 파래졌다. 유강후는 그걸 보고 온다연의 입술을 만졌다.“말했잖아. 입술 깨물지 말라고.”유강후는 온다연의 입술을 벌리고 입술 안에 새빨간 혀가 살짝 드러나면서 유혹적이었다.유강후는 한 눈 보았을 뿐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온다연이 시도 때도 없이 유강후를 꼬시고 있다.그녀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바로 온다연과 뜨밤을 보냈을 거다.유강후는 온다연이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언제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입술을 깨물었다.입술이 혀를 휘감고, 온다연의 입안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온다연을 삼킬 것만 같았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오늘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주는 걸 느꼈다.그녀는 긴장해서 몸을 떨고 있었지만, 손은 그의 목을 조르고, 유강후에게 바짝 달라붙었다.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의 허리를 감싸고, 한 손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를 잡았다.온다연은 몸집이 작고 전체적으로 앙증맞아 보이지만 몸매는 아주 훌륭하다.온다연의 몸매에 유강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분위기도 다시 달아올랐다. 온다연을 자기 몸에 올려놓은 탓에 온다연 전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유강후의 손은 온다연의 허리를 따라 점점
유강후는 헤어드라이어를 가지고 와서 천천히 온다연의 머리를 말려주었다.온다연의 머리카락은 검고 윤기가 났다. 머릿결이 좋아서 손가락은 매끄럽게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다녔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다만, 온다연의 귀 뒤쪽, 작게 뜯긴 곳을 말려줄 때 유강후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유강후는 손가락으로 그곳의 피부를 살짝 눌러 보았다.온다연은 그의 손길이 간지러워 작은 목소리로 툴툴거렸다.“아저씨, 간지러워요. 아직 안 됐어요?”유강후는 냉랭하게 대답했다.“아직 덜 말랐어. 머리가 젖은 채 잠들면 두통이 올 수 있어.”온다연은 작은 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고는 손을 담요에서 꺼내 몰래 유강후의 소매를 감고 잡아당겼다. 그리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귀 끝을 살짝 붉히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아저씨...”유강후는 헤어드라이어를 거두고는 온다연을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힌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할 말 있어? 한 글자라도 함부로 말했다가는 혼날 각오해.”온다연의 귀 끝은 더욱 빨개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기 조금만... 조금만 자제해 주시면 안 돼요...”시간이 너무 길었다. 매번 온다연이 손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주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수줍어하면서 말을 꺼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기뻐했다. 그는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일부러 물었다.“뭘 자제해?”온다연의 얼굴은 확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하필 아무것도 안 보였고 얼굴을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할지도 몰라 그저 머리를 유강후의 가슴에 대고 뽀얀 손을 주물럭거리다가 한참 후에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조금 전과 같은 시간을 살짝 자제해 주세요...”유강후의 눈 밑에는 일말의 웃음기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방금과 같은 시간이 뭔데? 제대로 얘기해 줘야지.”온다연의 귀 끝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이
장화연은 나지막이 물었다.“많이 피곤하시죠? 들어가서 잠깐 쉬시는 게 어때요?”한참 후 온다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 아저씨는 언제 돌아오나요?”장화연이 답했다.“방금 이권 씨한테 연락이 왔는데 상황이 심각해서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저쪽에 계실 거예요.”온다연의 눈빛에는 실망이 스쳤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샤워하러 갈게요.”문으로 걸어가던 온다연은 돌아서서 장화연을 바라봤다.“그 사람들이 일부러 아저씨를 속이는 건 아니겠죠? 저랑 아저씨가 결혼하는 걸 반대하니까...”장화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닐 겁니다. 아무리 유씨 가문이 대범한들 사람의 몸으로 협박하지는 않을 거예요.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도련님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온다연은 그제야 초조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내려놓았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구월을 안고 창가 자리에 앉아 입구를 바라봤다. 마치 다음 순간에 유강후의 차가 나타날 것처럼 말이다.유강후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병원의 분위기를 생각해 마지못해 꾹 참았다.유강후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온다연은 낮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렸다.그 시각 유강후의 방.장지현은 들어온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감히 잠들어 있는 남자에게 먼저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정보를 입수했다.이 남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래 그룹의 실질적인 권력자이자 경원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유씨 가문의 아들인 유강후다.장지현은 그동안 유강후를 TV에서만 본 적이 있었다.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어린 나이에 한국 비즈니스 리더의 자리를 꿰찼다.물론 외모 또한 출중하다.장지현은 그가 잘생긴 건 알았지만, TV에서보다 실물이 훨씬 더 멋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저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분위기는 조금도 빠지지 않았다.특히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카로운 얼굴 라인은 신의 만든 걸작이라 해도
“천한 년, 뛰긴 왜 뛰어? 오빠가 좀 만져보자.”“진짜야? 쟤 몸에 더러운 병이 있다던데, 감히 만질 수 있겠어?”“만져본다고 죽지는 않아.”“만지지 말자. 혹시라도 전염되면 큰일이야. 어차피 옷을 찢고 사진만 찍어도 돈은 받을 수 있잖아.”화면이 너무 흔들려서 잘 찍히지 않았지만 온다연은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유하령의 사주를 받은 몇몇 건달들이 그녀를 골목에서 가로막고 옷을 찢었고, 사진을 찍어 자기들끼리 공유했다.그 전체 과정에 유하령, 이효진, 고유정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랐다.온다연은 개를 보듯 하던 그들 셋의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그녀가 반항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반항할 때마다 그녀에게 돌아온 건 더 무서운 학대와 모욕이었다.그들은 심지어 그녀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낸 선생님을 감옥에 보냈다.그때의 그녀에게 세상은 끝없는 어둠이었고 태양조차도 녹지 않는 얼음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강후가 그녀의 세상에 쳐들어왔고 그와 함께 한 줄기의 햇빛도 새어 들어왔다.그녀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일 뿐인데, 그 사람들이 또 이전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를 다시 깊은 구렁텅이에 빠뜨리려고 한다.이번에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눈을 감고 동영상을 복제한 후 동영상 계정을 새로 만들고 VIP를 개통했다.[흑백이 뒤바뀐 세상, 언젠가는 바로잡힐 것이다!]이 말을 쓴 후, 그녀는 온몸에 땀이 났고, 이마의 머리카락도 젖었다.장화연이 나지막이 말했다.“괴로우면 올리지 마세요. 다른 해결 방법도 있어요.”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올릴 거예요.”말하고 나서 그녀는 발송 버튼을 눌렀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도록 조작했다.곧이어 그녀는 두 번째 동영상을 클릭했다.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영상 속의 그녀는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누군가가 더러운 물을 끊김 없이 그녀의 머리 위에 부었다.그들은 물을 끼얹으면서 듣기 거북한 말로 그녀를 모욕했다.동
장화연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봤어요? 셋째 도련님이 해결하고 있어요. 이제 열기가 많이 식었고, 이틀 안에 자취를 감출 거예요...”“어디 있어요?”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아저씨 컴퓨터에 있어요? 찾아주세요. 쓸데가 있어서 그래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서서 유강후의 사무실로 향했다.하지만 유강후의 컴퓨터를 켜고 한참 동안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온다연은 다시 한 번 장화연을 바라보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진실을 공개할 거예요. 사람들에게 무엇이 진짜 학교폭력이고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보여줘야죠.”“진실을 모르는 구경꾼들이 남의 불행을 가십거리로 삼고 있어요. 그들은 가해자를 도와 행패를 부리고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죠.”장화연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안 돼요. 그러면 더 고통스러울 거예요.”온다연이 말했다.“저는 이미 10년 동안 고통받았어요. 한 번 더 아파도 상관없어요.”장화연이 말했다.“셋째 도련님이 동의하지 않으실 거예요. 돌아오시면 다시 상의해요.”온다연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저는 이미 결정했어요. 제가 영원히 아저씨의 보호 아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편안히 살 수는 없어요. 제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그녀는 가슴에 드리운 열쇠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앞으로 배울 것도 많고 마주할 것도 많아요. 아저씨는 아저씨가 할 일이 있고, 항상 저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어요.”장화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다연은 계속 설득했다.“장 집사님, 우리는 이제 아이도 있어요. 언젠가는 아저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줄곧 그의 그늘 밑에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이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아저씨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거예요.”그녀는 강씨 가문이 얼마나 큰지 모르고 자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와 유강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다만 그 아이, 두 사람의 아이는...”최금영이 화를 냈다.“그년이 가지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게 해. 상간녀가 낳은 아이라 유씨 가문 족보에 들어가지도 못해. 몇 년 후, 강후가 그년한테 싫증 나고 다른 아이도 생기면 상간녀가 낳은 아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아무리 못해도 우리에겐 민준의 아들이 있잖아. 진설아가 하인의 딸이긴 하지만 상간녀보다 낫지. 내가 살면서 제일 싫어하는 게 상간녀야.”유자성이 말했다.“찾은 사람은 도착했어요?”최금영이 문밖에 대고 소리쳤다.“들어와.”얼마 안 지나 흰옷을 입은 아가씨가 방으로 들어왔다.청초한 외모를 가진 여인은 눈매가 온다연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온다연처럼 세련되지 않고 조금 거칠어 온다연의 저퀄리티 버전 같았다.최금영은 경멸에 찬 눈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내가 관찰한 바로는, 강후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 이번에 강해숙을 따라간 그 여자도 이런 타입이라 마음에 들었을 거야.”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여인에게 말했다.“네가 모셔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아? 비천한 집안의 여식이 강후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 운이 트인 거지.”그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피했다.“알, 알아요...”최금영이 코웃음을 쳤다.“알면 됐어. 경원대학교 대학원생이니 집안이나 용모 같은 것이 그런대로 봐줄 만 해. 네가 유씨 가문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 네 아버지 회사 빚은 청산될 거야. 들어가 봐.”여인이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유자성이 미간을 찌푸렸다.“나은별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저런 애를 데려왔죠?”최금영이 말했다.“내가 조사해 봤는데, 나은별은 깨끗하지 않더라. 소이섭이라는 사람과 애매한 사이여서 강후의 짝으로 맞지 않아. 그리고 나은별은 욕심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저런 비천한 집안의 여식이 말도 잘 듣고 좋아.”유자성은 그래도 걱정이 앞섰다.“강후가 깨어나면 무슨 소동이 일어날지 모르겠네요...”최금영이 일어서더니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며
유자성이 차가운 얼굴로 문 앞에 나타나더니 경호원들을 향해 손짓했다.“유씨 저택으로 데려가요.”경호원이 망설였다.“문 앞의 경호원이 검문하면 어떡합니까?”유자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버지의 지시라고 말해요. 그 사람들이 감히 아버지 명령을 거역하지 못해요.”“네!”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말했다.“유자성 씨,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유자성은 혼수상태에 빠진 유강후를 힐끗 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얼른 데려가요. 그 다음 일은 할머님이 지시하실 거예요.”말하고 나서 그는 유재성의 병실에 들어갔다.유재성은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고, 병색을 띠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그는 유자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색하며 말했다.“또 강후에게 전화했어? 그냥 잔병이고 고질병이야. 2-3일 지나면 퇴원할 수 있어. 강후가 바쁠 텐데 방해하지 마.”유자성은 뜨거운 물을 따라서 그에게 건네주며 웃었다.“아버지, 걔가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방금 전화했더니 비서가 받더라고요. 지금 국내에 없고 며칠 후에야 돌아온대요. 강씨 집안에 볼일이 있나 봐요.”유재성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이더니 한참 후에야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두 형제가 얼마 전 마찰이 있었다던데, 강후가 돌아오면 내가 화해시켜 줄게. 친형제 사이에 분란이 생기면 안 돼야. 계속 이대로 나가면 유씨 집안에 조만간 큰 문제가 생길 거야.”유자성은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걔가 남을 위해...”“그건 강후의 선택이야.”유재성은 언짢은 얼굴로 유자성의 말을 잘랐다.“누구와 결혼하는지는 강후 자신의 선택이야. 형이라는 사람이 축하는 못 할망정 방해하다니. 그게 말이 돼?”유자성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걔는 이제 우리 집안일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 하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하령이 어렸을 때 그 고아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를 들었는지 모든 잘못을 하령에게 돌리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령이
온다연은 그의 손을 반대로 잡았다.“혼인신고는 하루 이틀 늦출 수 있어요. 아버님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그분은 다른 유씨 집안 사람들과 달라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유씨 가문이 무너지든 말든 그녀는 관심이 없다.하지만 유재성은 유강후의 친아버지다. 게다가 집에 있는 시간이 극히 적어 그녀와 마주칠 기회도 거의 없었으니 유하령이 그녀를 괴롭히게 방임한 유자성과 달랐다.유강후의 눈빛은 유난히 어두웠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차에서 이권이 입을 열었다.“셋째 도련님, 강 대표님께 알릴까요?”유강후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 어머니는 아버지 소식을 듣고 싶지 않으실 거야.”이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생각에 잠겨 창밖을 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아버지 사무실에 전화해서 정말 귀국했는지 확인해 봐. 너무 공교로운 것 같아.”이권은 즉시 전화를 걸었고, 연결된 후 몇 마디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사무실에서 회장님이 어제 귀국하셨고, 아파서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합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권이 또 입을 열었다.“참, 영상을 올린 사람을 찾았는데, 자기가 아무 생각 없이 올렸고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다고 잡아떼고 있어요.”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간단해. 지금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뒤에 있는 사람이 두려워서야. 우리가 그쪽보다 더 무섭고 더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말하지 않을 수 없어.”이권이 고개를 끄덕였다.“각 플랫폼에서 인기 댓글과 동영상을 삭제하면서 이미 열기가 식었어요. 댓글 알바들도 우리 쪽의 맹렬한 반격에 꼼짝달싹 못 하고 있고, 일부는 신상까지 털려 아우성이에요.”“주희가 올린 영상도 한몫했어요. 열광적 팬들이 물고 놓지 않아 악성 댓글 작성자들이 뭇매를 맞았나 봐요.”유강후는 표정이 극히 차가웠다.“배후에 있는 자는 잘 숨는 게 좋을 거야. 누군지 알게 되면 내가 죽고
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휴대폰을 안 쓰기로 했잖아.”온다연이 잠시 머뭇거렸다.“아직 외출하지 않았으니 한번만 볼게요. 중요한 사람이 아니면 받지 않으면 되죠.”유강후는 성큼성큼 방에 들어가 온다연의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안색이 흐려졌다.“왜 염지훈에게 네 전화번호가 있어?”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휴대폰 번호는 그녀가 퇴원한 후 유강후가 특별히 새로 개통한 것이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염지훈이 어떻게 아는 거지?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염지훈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연아, 괜찮아? 인터넷에서...”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유강후가 쌀쌀하게 잘라버렸다.“염지훈, 참 낯짝이 두껍구나. 우리 곧 결혼해. 나를 자극하지 마. 매번 네 형의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수는 없어.”염지훈이 코웃음을 쳤다.“유강후 씨, 낯짝이 두꺼운 건 당신이에요. 아저씨라는 명분으로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숨겼잖아요. 왜 그렇게 친절하게 온다연을 곁에 두는가 했더니 그런 더러운 마음을 숨기고 있었네요. 당신이 강요한 거죠?”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더라도 너하고는 상관없어. 다시는 우리 앞에 얼쩡대지 마.”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온다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는 휴대폰 전원을 끄고 침대에 던져버렸다.아침을 먹을 때, 온다연은 혼인신고 후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에 약간 뒤숭숭했다.그래서 대충 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우유와 계란찜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조금 더 먹어.”이때 장화연이 휴대폰을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다급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셋째 도련님, 본가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대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디가 편찮으시대요? 해외 방문 중이었는데, 귀국하셨어요?”장화연이 대답했다.“뇌경색인데, 지금 병원에 계시다고 합니다.”유강후는 손을 멈추었다.“심각하시대요?”
게다가 방금 뜨거운 사랑을 나눈 까닭에 얼굴에 옅은 홍조가 올라와 천진하고 아리따워 보였다.유강후는 한참 지켜보다가 또다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꼬맹이는 그런 것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 자그마한 양지옥 열쇠를 만지작거렸다.“진짜 예쁘네요. 언제 산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잡고 그 열쇠를 만지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산 것이 아니야.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거지.”온다연이 깜짝 놀랐다.“그렇게 비싸요?”유강후는 열쇠에 새겨진 정교한 무늬를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옛날에 왕이 쓰던 옥인데, 큰돈을 들여 낙찰받은 후 최고의 수공예 장인을 모셔다 3년에 걸쳐 완성한 거야.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물건이지.”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뽀뽀하더니 정색하며 말했다.“이건 강씨 집안 여주인의 물건이라 강씨 집안 여주인만 사용할 수 있어.”“이 열쇠는 강씨 집안 금고 열쇠야.”온다연이 화들짝 놀랐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받을 수 없어요.”그녀는 말하면서 목걸이를 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네가 감히 풀면 그 손을 분질러버릴 거야.”온다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에요, 아저씨...”그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주그룹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재벌 그룹 중 하나이며 경제력이 탄탄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그런 우주그룹의 금고 열쇠를 그녀가 어찌 감히 받겠는가.“풀어서 넣어두는 게 좋겠어요.”유강후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안 돼. 적어도 오늘은 꼭 착용해야 해. 오늘은 우리가 혼인신고 하는 날이잖아. 오늘부터 너는 내 아내야. 즉 강씨 집안의 여주인이 되는 거지. 앞으로 매일 재무에 관한 지식을 가르쳐 줄 거야. 덩치가 큰 강씨 가문을 관리하려면 장부를 보는 법과 자산관리를 배워야 해.”온다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