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고개를 숙이고 온다연의 부드러운 입술을 만졌다.“아무도 내 사람을 괴롭힐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널 돕는 게 아니야. 알았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았다.당연히 알고 있었다. 유강후가 아직 온다연에게 관심이 있어서 당연히 누군가가 온다연을 괴롭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유강후가 온다연에게 관심이 사라진다면 하루코와 같은 결말이다.유강후는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람에게 관심을 준다.모든 것은 유강후의 기분에 달려 있다.유씨 가문에 있는 요 몇 년 동안, 온다연은 너무나도 많은 걸 보고 경험했다.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고, 주먹을 꽉 쥐었다.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반드시 나은별과 결혼하기 전에 유강후를 가져야 한다.온다연은 힘을 너무 많이 들였는지 입술이 파래졌다. 유강후는 그걸 보고 온다연의 입술을 만졌다.“말했잖아. 입술 깨물지 말라고.”유강후는 온다연의 입술을 벌리고 입술 안에 새빨간 혀가 살짝 드러나면서 유혹적이었다.유강후는 한 눈 보았을 뿐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온다연이 시도 때도 없이 유강후를 꼬시고 있다.그녀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바로 온다연과 뜨밤을 보냈을 거다.유강후는 온다연이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언제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입술을 깨물었다.입술이 혀를 휘감고, 온다연의 입안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온다연을 삼킬 것만 같았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오늘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주는 걸 느꼈다.그녀는 긴장해서 몸을 떨고 있었지만, 손은 그의 목을 조르고, 유강후에게 바짝 달라붙었다.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의 허리를 감싸고, 한 손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를 잡았다.온다연은 몸집이 작고 전체적으로 앙증맞아 보이지만 몸매는 아주 훌륭하다.온다연의 몸매에 유강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분위기도 다시 달아올랐다. 온다연을 자기 몸에 올려놓은 탓에 온다연 전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유강후의 손은 온다연의 허리를 따라 점점
유강후는 헤어드라이어를 가지고 와서 천천히 온다연의 머리를 말려주었다.온다연의 머리카락은 검고 윤기가 났다. 머릿결이 좋아서 손가락은 매끄럽게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다녔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다만, 온다연의 귀 뒤쪽, 작게 뜯긴 곳을 말려줄 때 유강후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유강후는 손가락으로 그곳의 피부를 살짝 눌러 보았다.온다연은 그의 손길이 간지러워 작은 목소리로 툴툴거렸다.“아저씨, 간지러워요. 아직 안 됐어요?”유강후는 냉랭하게 대답했다.“아직 덜 말랐어. 머리가 젖은 채 잠들면 두통이 올 수 있어.”온다연은 작은 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고는 손을 담요에서 꺼내 몰래 유강후의 소매를 감고 잡아당겼다. 그리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귀 끝을 살짝 붉히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아저씨...”유강후는 헤어드라이어를 거두고는 온다연을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힌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할 말 있어? 한 글자라도 함부로 말했다가는 혼날 각오해.”온다연의 귀 끝은 더욱 빨개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기 조금만... 조금만 자제해 주시면 안 돼요...”시간이 너무 길었다. 매번 온다연이 손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주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수줍어하면서 말을 꺼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기뻐했다. 그는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일부러 물었다.“뭘 자제해?”온다연의 얼굴은 확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하필 아무것도 안 보였고 얼굴을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할지도 몰라 그저 머리를 유강후의 가슴에 대고 뽀얀 손을 주물럭거리다가 한참 후에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조금 전과 같은 시간을 살짝 자제해 주세요...”유강후의 눈 밑에는 일말의 웃음기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방금과 같은 시간이 뭔데? 제대로 얘기해 줘야지.”온다연의 귀 끝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이
온다연은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빨개졌다. 손바닥에도 땀이 가득 고였다.새로운 인식이고 뭐고 감히 말할 수 없었지만, 온다연은 그저 지금 유강후가 하는 행동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예전에 그의 행동이 아무리 지나쳐도 다 은밀한 공간에서 했었기에 그녀는 그나마 자신을 설득할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큰 병실에 있는 데다가 가끔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에 들어오곤 했다. 이렇게 대놓고 막 나가는 유강후 때문에 온다연은 초조하고 화가 났지만, 감히 그를 거역할 수 없었다. 잠깐 사이에, 초조함 때문에 흘린 땀은 그녀 이마의 자잘한 머리카락을 흠뻑 젖혔다.한편, 온다연은 손을 빼내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유강후가 꽉 잡고 있어서 결국 실패했다. 다른 한편, 그녀는 갑자기 사람이 들이닥칠까 봐 겁이 나서, 하는 수 없이 머리를 그의 어깨에 파묻고 간절하게 부탁했다.“사람,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아저씨, 하지 마세요...”유강후는 온다연이 확실히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또 그녀의 손에 땀이 가득 찬 것을 보고 그녀를 놓아주었다.유강후도 사실 이곳에서 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녀의 이런 나긋나긋한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그는 그 사람의 눈동자를 떼버릴지도 모른다.유강후는 온다연을 다시 침대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머리카락을 넘길 때 몇 가닥의 머릿결을 건드려 은은한 장미 향이 풍겼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뽀뽀하고는 여전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샴푸는 집에서 키운 백장미의 원액을 추출해서 만든 거야. 어때, 맘에 들어?”백장미 얘기가 나오자, 온다연은 몸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눈을 드리운 채, 촘촘한 눈초리를 가볍게 떨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겨울에도 백장미가 있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말랑말랑한 손가락을 주물럭거리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년내내 백장미를 키울 수 있는 온실을 하나 만들었어. 네가 좋아한다니 다행이야.”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초점 없는 눈길
유강후는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이 사건 진술은 무조건 해야 하는 거야. 오늘 안 한다 해도 내일에 해야 하는 거라 어쩔 수 없어.”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그녀는 경찰서에 가서 이런 진술을 하는 것이 제일 두려웠다. 전에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두 번 했었는데 한 번은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었고 다른 한 번은 주한의 죽음 때문이었다.온다연은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죽음을 모두 목격하였는데 하필 두 사람의 사인도 똑같았다. 안 그래도 현실을 감당하기 힘든 그녀는 경찰관의 핍박 하에 그들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했었다.그녀는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상처를 다시 한번 들추어내어 꼭두각시처럼 가장 중요한 사람의 죽음을 진술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그녀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또 진술을 작성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온다연은 기나긴 침묵에 빠졌다.유강후는 아무 말 없이 온다연의 곁을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기도 하고 심지어 그녀를 재워보기도 했다.유강후는 원래 과묵한 사람이었고 냉철하고 감정 표현이 적은 사람이었다.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에서, 줄곧 다른 사람이 유강후에게 애원하고 그를 달래주었다. 유강후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의 눈앞에 가져다 바쳤다. 지금처럼 유강후가 인내심을 갖고 한 사람 곁을 지키는 모습은 그에게 있어서 난생처음이었다.또한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한 번이기도 했다.게다가, 유강후가 볼 때, 한 사람 곁을 지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비록 온다연은 진술이 그토록 싫었지만, 저녁이 되어서 전서후는 여전히 찾아왔다.경찰복을 입은 전서후는 동료 두 명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휴게실의 의자에 앉아 느리지만 엄숙한 말투로 진술을 땄다. 마치 맞은 쪽에 앉아 있는 여자애의 반응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를 해온 듯했다.온다연은 거의 절반 동안은
“제가 동영상을 조금 봤는데 애가 참 안 됐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했다면 아마 진작에 목숨을 끊었을 거예요.”“그러니까요. 10여 년 동안 학폭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상상이 안 가요.”“근데 저 애 유씨 가문의 사람이 맞아요? 왜 저는 유씨 가문에 아가씨 한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죠?”“유씨 가문의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유강후 대표님의 애인 같아요.”“쯧쯧.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여자애가 유강후 대표님을 아저씨라고 부르던데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이 잘 놀아요...”“근데 그 사건들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진짜 다시 수사할 수 있나요?”“최선을 다해서 수사해 봐야죠. 어쩌겠어요. 근데 유강후 대표님은 그냥 여자애를 달래려고 이 일을 맡겼을 것 같아요. 그 사건들 다 엄청 골칫거리인 데다가 너무 많은 사람이 연관되어 있어요. 게다가 저 여자애가 다니는 학교에 잘사는 집안 자녀들이 대부분이어서 분명 여러 사람한테 밉보일 거예요. 그래서 그냥 여자애를 달래 주려고 겉치레만 하는 것 같아요.”“그나저나 그 동영상 속의 가해자들 정말 사람도 아니던데요. 그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이에요!”“누가 내 딸을 그렇게 건드렸다면 그놈들을 바로 죽여버렸을 거예요!”...비록 두 사람은 아주 낮은 소리로 대화했지만 온다연은 그들의 대화를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다 들었다.그 끔찍한 기억들, 애써 지워버렸던 기억들,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개처럼 비천한 순간들, 알고 보니 유강후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온다연은 다른 사람이 자기 일을 모르길 바랐고 더욱이는 유강후가 모르길 바랐다. 그녀는 유강후 앞에서 이미 자신의 자세를 바닥까지 낮추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불쌍하기 그지없는 마지막 한 가닥의 자존심도 잃게 되었다.그녀는 복수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를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펼쳐 보이는 이런 방법으로 복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온다연의 얼굴은 무서울 정
“나쁜 사람! 다 나쁜 사람이에요!”온다연은 울부짖었다. 어디서 힘이 생겨났는지 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그러나 도망친 지 몇 발짝 안 되어 다시 유강후에게 끌어당겨 그의 품속에 갇혔다.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괜찮아. 이 사람들 나쁜 사람 아니야.”온다연은 이상할 정도로 흥분되어 있었다. 허공에서 손을 마구 흔들면서 유강후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이번에 유강후는 펜치처럼 그녀를 꼭 껴안고 있어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다.분노가 확 솟구쳐 그녀는 울부짖었다.“아니에요! 다 나쁜 사람이에요! 아저씨도 똑같아요! 날 놓아줘요! 나쁜 사람들, 저를 그만 괴롭히세요! 벌받아야 할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경찰복을 입고 이리저리 빈둥대기만 하는 나쁜 사람들, 나빠요!”유강후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자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 그의 손을 힘껏 물었다.물린 손목에서 곧 피가 흘러나왔다.그러나 유강후는 여전히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졌고 가슴도 기복을 이루었는데 딱 봐도 아픔을 꾹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경찰관은 온다연이 폭주한 걸 보고, 나서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유강후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경찰관을 쳐다보며 말했다.“저리 가 있어요!”경찰관은 그저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 두 사람, 한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하고, 한 사람은 꼭 끌어안은 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몸에는 마치 천만 개의 끈이 얼기설기 엉켜 있는 것 같았고 다른 사람이 감히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였다.온다연은 피 맛을 느꼈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오히려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그녀는 끊임없이 유강후에게 발길질했다. 그러나 두 손은 곧 유강후에게 잡혀 몸 뒤로 가져갔고 두 다리도 책상 밑에 깔리게 되었다.유강후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겁먹지 마. 아저씨 여기 있잖아. 진정해.”유강후가 말을 안 하면 모를까, 이 말을 하자 온다연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유리문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마침 달려오는 온다연을 향해 있었다.“다연아!”유강후는 눈빛이 세게 흔들렸다. 막을 겨를도 없이 그녀는 이미 유리문에 부딪히고 말았다.온다연은 훅 튕겨 나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유리문은 세게 튕기면서 다시 닫혔다. 펑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유리문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득 생겨났다. 방금의 부딪힘이 얼마나 셌는지 보아낼 수 있었다.온다연은 부딪힘 때문에 온몸이 저려났다. 바닥에서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막 일어나려고 할 때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유강후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쌀쌀해졌다.“온다연, 너 뭐 하려는 거야?”목소리는 매우 엄숙했다.온다연은 발버둥 치면서 또 유강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놔요. 날 내버려두세요! 유강후, 당신도 날 상관하지 말아요! 당신도 그 사람들과 똑같아요!”...유강후는 온다연이 다시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녀의 손목과 종아리를 꽉 잡고 그녀를 안고 다른 문으로 방을 나갔다.유강후는 바로 온다연을 병실로 데려갔다.온다연의 폭주 상태는 지속되었고 몸부림이 심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유강후의 곁에서 도망쳤다.하필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아 잠깐 사이에 또 온몸에 상처를 가득 입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방금 넘어져서 피 흘리는 무릎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고 냉랭해지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화연아, 의사 불러. 진정제를 놓아줘야겠어.”온다연은 또 몸부림쳤다. 그녀는 많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싫어요. 안 맞을 거예요. 당신들이나 맞아요. 이 나쁜 사람들!”이렇게 말하면서 온다연은 또 유강후의 팔을 잡고 꽉 물었다.유강후 팔뚝의 옷은 이미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고 손가락은 세게 물려서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집사는 한 번 보더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의 손도 처치해야 합니다.”곧 의사가 왔고 온다연에게 강제로 진정제를 주사했다.온다연은 조금씩 힘이 풀렸고 눈동자도
유강후는 아무 표정 없이 온다연의 상처를 간단히 소독해 주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았다.그의 손가락은 뼈가 보일 정도로 세게 물어뜯겼다.집사는 드디어 표정에 작은 변화가 생기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의사 선생님을 불러오겠습니다. 봉합해야 할 것 같습니다.”유강후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고 말투도 매우 냉랭했다.“괜찮아. 흉터가 남게 내버려둘 거야.”집사는 입을 열어 뭐라고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난 후 집사는 깊이 잠든 온다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도련님께서 하령 아가씨의 모든 카드를 정지시켰더니 아가씨께서 계속 도련님을 만나겠다고 난리입니다. 도련님을 만나겠다고 요 며칠 호텔에도 여러 번 찾아가셨고 회사에도 여러 번 찾아가셨습니다. 방금 호텔 쪽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가씨께서 또 호텔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다.”유강후의 눈빛에는 매서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깊이 잠든 온다연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더니 한참 지나서야 손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안 그래도 차갑던 그의 눈빛은 더욱 냉랭하고 어두워졌고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우울해졌다.유강후의 곁을 오랫동안 따르던 집사는 자연스럽게 그의 뜻을 이해하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쫓을까요?”유경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카드 정지를 풀어줘.”그는 지금 유하령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은 안정을 취해야 하기에 두 사람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집사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알겠습니다.”두 사람은 모두 깊이 잠든 온다연이 눈초리를 가볍게 떨었고 손도 살며시 몸 밑의 침대보를 잡은 걸 보지 못했다. 집사가 또 말했다.“온다연 씨의 연수 절차도 다 끝마쳤습니다. 그쪽에서 졸업증도 이미 보내왔습니다.”유강후의 말투는 조금 쌀쌀했다.“내 금고에 넣어둬.”유강후는 지금 온다연을 계속 공부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기에 공부 따위는 뒤로 미뤄졌
아이는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저는 엄마와 아빠를 닮고 싶어요. 아니면 나중에 외출했을 때 사람들은 남동생과 여동생만이 엄마 아빠의 아이라 하고 저는 길거리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할 거예요.”온다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누가 감히 그렇게 말한다면 너의 아빠는 그자의 입을 찢어 버릴 거야.”그제야 신이 난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또 말했다.“그러나 저는 제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격세유전이라고 해요.” 온다연은 웃기 시작했다.“그래, 맞아. 너와 할아버지는 모두 키가 크고 위풍당당해.”아이는 비록 다섯 살도 되지 않았지만 키가 컸고 사나이의 기세가 있었다. 단단한 이목구비는 진수현과 조금 닮아 보였다.“외할아버지를 닮아도 괜찮아요, 멋있잖아요. 그러나 나중에 저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그래, 알았어. 우리 우림이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아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저는 또 좋은 오빠가 될 거예요. 저는 내일부터 격투와 복싱을 배울 거예요. 나중에 누군가 남동생과 여동생을 괴롭히면 제가 그들과 싸워서 쫓아낼 거예요.”“하지만 저 사격도 배우고 싶어요.”그는 온다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말해주시면 안 돼요? 저 사격 배우고 싶어요. 저 아빠한테 몇 번이나 부탁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온다연이 말했다.“너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선 아이로서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워. 조금 더 크면 아빠가 배우게 할 거야”곧 얼굴이 굳어진 아이는 말했다.“네, 알았어요.”이때 유강후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는 바로 그의 등위에 업혔다.“강 대표님, 신용을 지키지 않네요. 어제 레이싱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유강후는 등에서 그를 끌어내리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전날 내가 회의 중일 때 스크린을 공표 영화로 바꿔버린 사람이 누구야?”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
유재성은 섭섭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온다연이 본가에 손자 손녀를 낳아 주는 것은 공을 세운 것이니 네가 잘 대해줘야 해.”유강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들 부자는 한참 동안 겨우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결국 유재성이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미련이 남은 듯 멀리서도 뒤를 다시 한번 돌아보더니 서서히 사라졌다.유강후는 아이를 안아 다시 온다연이 있는 방으로 옮겼다.그는 온다연의 표정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방금 배달된 삼계탕을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방금 끓여온 삼계탕이야, 따뜻할 때 얼른 먹어봐.”온다연은 국그릇을 밀어내면서 말했다.“저 한 달 되도록 국물만 먹었어요. 이제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해요.”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을 달래며 말했다.“너 오늘 점심도 적게 먹었고 이제 오후가 다 되었으니 조금만 먹어봐. 내일 집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한 상 차려줄게.”온다연은 마지못해 몇 숟가락 먹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의 이름을 줄줄이 말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지수현 부부랑 강씨 가문에서 일찍 병원에 왔다.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러 대의 차를 보내왔다.두 아이는 가운데 있는 승합차에 태웠고 앞뒤로 몇 대의 차로 빼곡히 둘러싸였다.강씨 가문 어르신은 그의 오랜 친구와 가는 내내 영상통화를 하며 얼굴에 주름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가족 연회에서 두 집안은 웃음이 끊기질 않았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며 또 결혼식 날짜와 절차도 확정했다.온다연은 필경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을 하는 것은 불편하니 간단하게 하려 했지만 강씨 가문 어르신과 진수현은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그들은 경원시에서도 거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와 신국 쪽에서도 떠들썩하게 하려고 했다.온다연과 유강후는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어른들을 이길 수 없어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그들은 밥 한 끼를 네 시간이
한밤중이 되자 강씨 가문도 도착했다.어르신은 들어오자마자 두 아이를 보고 격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나중에 조상을 뵐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온다연이 출산한 후 입원실은 매우 북적거렸다.유강후의 친구들도 시도 때도 없이 보러 왔고 온다연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그는 옆에 다실을 만들어 손님들이 와도 아이를 보기 편하게끔 했다.며칠 안 되어 받은 선물이 너무 많아 다실을 가득 메울 지경이었다.그 기간에 유재성이 찾아왔었지만 유강후는 그를 만나지 않았고 온다연 모자가 퇴원하기 전날에 또다시 찾아왔다.온다연이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며 유강후는 품에 안은 아이를 내려놓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나가 볼 테니 걱정하지 마, 들어오지 말라고 할게.”온다연은 아이의 부드러운 얼굴을 살짝 터치하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이번에 온 건 다섯 번째지?”유강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다연은 담담하게 이어 말했다.“아이를 데리고 나가 보여줘요. 그래도 당신의 친아버지시고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잖아요.”온다연은 확실히 본가 사람들을 싫어하지만 그녀에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유하령과 유자성이었고 유재성은 그때 시정에 일 때문에 바쁜 탓에 본가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가끔 얼굴을 마주쳐도 온다연에게 그런대로 예의를 갖추었고 독설은 퍼부은 적이 없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다시는 본가의 사람들이 널 귀찮게 하는 일이 없게 한다고.”“저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친아버지시잖아요. 적어도 당신을 교육하는 면에서 뒤처진 적 없었고 게다가 미래 그룹이 H 국에서 오늘날까지 있을 수 있었던 건 그의 권세 문제도 있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고 심지어 원망하기까지 했지만 미래 그룹이랑 아이의 체면을 봐서 가끔 아이를 보러 온다고 해도 저는 그냥 모른 척할 거예요.”온다연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최대 양보였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온다연의 마음속에는 미움만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원망
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말에 당황해하며 말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지금 몸 상태도 안 좋고 열도 나고 하니까 약도 먹어야 하고 건강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보려고 한 거야.”온다연이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저 약 안 먹을래요.”유강후는 급한 마음으로 말했다.“그건 안돼. 너 지금 면역력이 제일 낮을 때라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 먹고 푹 셔야 몸도 좋아지지.”그러나 온다연은 고집을 부리며 유강후가 아무리 달래도 다시는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고 점심에 약 먹을 때에도 약을 바닥에 버리고 먹지도 않았다.다행히 열이 좀 내린 탓에 고열에서 미열로 되었고 유강후는 그냥 달랠 수밖에 없었다.저녁 무렵에 유강후가 나간 틈을 타서 온다연은 간호사에게 아기를 안아오게 하고 모유를 먹였다.이때 온다연은 금방 모유가 분비되기 시작했고 황색을 띤 액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사는 그것이 초유라며 아이들한테 아주 좋은 면역단백이라고 했다.비록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아이가 빨면 더 아파져 왔지만 온다연은 모유를 먹는 아이들을 보며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평온함과 행복을 느꼈다.온다연은 전에 아이와 엄마가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모유가 별로 없어 아이를 몇 모금밖에 먹이지 못했고 유강후가 들어 오기 전에 장화연에게 아이를 다시 침대로 안아가라고 했다.장화연은 아이와 온다연을 번갈아 보며 걱정되어 말했다.“사모님, 우선 몸조리부터 하셔야 해요.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는 배를 곯지 않아요. 그리고 초유도 준비해 뒀어요.”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 이틀만 먹일 거예요. 그때까지도 열이 안 내리면 안 먹일게요. 장 집사님, 부탁인데 저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주세요.”장화연이 말을 안 하고 있자 온다연은 다시 말했다.“부탁이에요. 장 집사님, 저의 몸 상태는 제가 잘 알아요. 그냥 미열만 있을 뿐 아무 문제 없어요.”장화연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내일 오후가 되어도 열이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