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았으면 권무영은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권무영은 더 질척대면 황후한테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황후의 방에서 물러난 권무영은 복도에 서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힘껏 두 모금 빨고 난 뒤 권무영은 핸드폰을 꺼내 진효영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열쇠를 찾는 일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열심히 농담을 하며 이강현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던 진효영은 핸드폰 문자 소리에 말을 끊었다.이강현은 진효영을 보았다.“확인 안 하니?”“아, 네.”진효영은 낮은 소리로 대답하고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이어 손가락을 뻗어 이강현을 쿡쿡 찌른 뒤 핸드폰을 이강현의 눈앞에 갖다 댔다.이강현은 문자를 보고 턱을 만지며 2분간 생각했다.“그럼 이렇게 답해, 이강현이 전에 장인어른께 고옥벽을 선물했다고 하던데, 그 옥벽이 용 모양이니 아마도 비밀 열쇠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진효영이 눈을 두 번 깜박거리고 핸드폰을 들고 문자메시지를 편집해 권무영에게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권무영이 담배꽁초를 날려버린 후 핸드폰이 윙윙 두 번 흔들렸다.진효영이 보낸 답장을 보고 권무영이 참지 못하고 씩 웃었다.“장인에게 선물한 오래된 용 모양의 옥벽이라, 오픈키 같기도 한데. 오픈키 어떤 모양인지 확인할 수 없는데 탈이야, 아니면 이렇게 번거롭지도 않을 거야.”권무영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진효영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 알림음이 또 울렸다.진효영은 아예 핸드폰을 보지 않고 이강현의 손에 쥐어줬다.이강현은 웃으며 전화를 열어 답장을 확인했다.“내일 사진 찍어오라네, 내일 아침에 연락해서 적당한 옥벽 하나를 보내달라고 하면 되겠다.”“네, 그럼 내일 옥벽 받으면 사진 찍어 보낼게요.”진효영이 얌전하게 말했다.우지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권무영이 누구예요? 나쁜 사람인가요? 아니면 제가 사람을 시켜 혼내줄까요? 아까 200억 벌었는데
이른 아침, 국제선 비행기 한 대가 한성 국제공항에 착륙했다.몇몇 제자들이 몰려든 가운데 구양지가 공항을 빠져나오고, 마중 나온 우영민은 들고 있던 피켓을 힘차게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구양지를 향해 달려갔다.“대사님, 드디어 오셨군요, 민군 형이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우영민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구양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배와 차의 피로가 구양지를 약간 피곤하게 했다.“일단 병원에 가보자. 민군이 지금 어떻게 됐어?”“첫 수술은 했고, 회복된 후에 휠체어에 앉아야 합니다. 이쪽 선생님 말로는 무릎관절을 바꾼 수술을 한 다음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격렬한 운동은 할 수 없다고 하네요.”우영민은 권민군의 병세를 이야기했다. 구양지는 이를 듣고 더욱 안색이 나빠졌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구양지가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말하자면 제 탓입니다, 제가 좋은 별장 하나를 마련해 드렸는데 제 조카가 갑자기 사람을 데리고 가서 굳이 그 별장을 얻으려고 하니 충돌이 일어난 것 아닙니까, 민군 형은 성질이 급해서 그 자리에서 상대방과 싸웠다가 한 주먹에 무릎이 부러진 거예요.”“한 주먹이라고?”구양지가 의아해하며 말했다.구양지를 10년 넘게 따라다닌 오랜 제자로서 권민군 실력이 어떤지는 누구보다 구양지가 잘 알고 있었다.구양지가 보기에 권민군의 능력은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무릎이 부러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이강현이라는 그 자식 정말 주먹 한 번만 날렸습니다. 우리 다 그 자리에서 보고 있었어요.”구양지가 미간이 찌푸려졌다.우영민은 구양지가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보고 묵묵히 앞장서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일행은 차에 올라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구양지가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권민군의 구슬픈 울부짖음이 들렸다.“사부님! 꼭 복수해주세요.”“복수해 줄 테니 무슨 일인지 먼저 말해 봐. 그 자식 어떻게 한 번 만에 네 무릎을 부러뜨렸어?”구양지의 마음은 의심으로 가
우지민이 약간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강현의 실력을 몇 번이나 목격하고 우지민의 마음속에서 이강현은 이미 세계무적 같은 존재이다.‘그렇게 대단한 브루스도 사부님 발에 맞아 죽었잖아.’오늘 밤 경기가 끝나면 이강현은 세계 킥복싱 대회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종합 챔피언이 될 것이다.“무슨 결판을 내려, 민군 형 사부님이 이강현이랑 얘기해 보겠다고 해, 그러니까 지금 와, 구양지 선생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우지민은 망설였다.“이 일 제가 정할 수 없고, 전해줄 수는 있어요, 근데 갈 건지는 사부님 의견에 따를 겁니다.”“안 돼, 꼭 와야 해, 30분 줄게, 30분에 도착 안 하면 후회할 줄 알아!”우영민은 말하고 나서 화내며 전화를 끊었다.우지민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문을 밀고 이강현을 찾아갔다.고운란의 사무실에 도착한 우지민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숙부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다리를 부러뜨린 그 분의 사부님이 도착하셔서 병원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아, 병원에 갈 시간 없어, 얘기하려면 이쪽으로 오라고 해, 회사 앞 식당에서 얘기하자.”이강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네, 그럼 제가 숙부님한테 전화할게요.”우지민이 핸드폰을 가지고 우영민에게 전화했다.고운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별일 없지? 상대 세력이 센 거야?”“세긴 뭘 세, 그저 늙은 사기꾼일 뿐이야, 인터넷에 검색해 봐, 최근에 멍 맞은 태극대사처럼 모두 속임수로 먹고 사는 거야.”이강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몇 마디 내뱉고 고운란의 마음을 달랬다.구윈란은 머뭇거리다가 이강현의 말을 믿기로 했다.“사기꾼이든 아니든 조심해,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 지금 사람들은 왠지 사납단 말이야, 무슨 극단적인 일을 할까 봐 두려워.”“괜찮아, 아무리 어째도 날 해칠 수는 없어.”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고운란은 눈을 부릅뜨고 이강현에게 물었다.“진효영 그 계집애 어
“누가 네 물건을 훔치려 한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구윈란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사진을 찍고 있던 진효영은 가볍게 혀를 내밀었다. 도둑질을 하려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만약 이강현이 이 사실을 말한다면 고운란은 어떻게 생각할까? 바로 내쫓는 거 아니야?’진효영은 순간 안절부절못하며 용서를 비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누가 지난번에 장인어른 생신 축하 선물로 드린 옥용벽을 훔치려고 하는가 봐, 그래서 가짜를 보내려고 궁리했지.”고운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래, 근데 그 도둑이랑 효영사이에…….”진효영을 보고 구윈란은 뒷말을 하지 않았다.진효영의 신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고운란이 진효영을 집으로 데려온 이유는 진효영이 무슨 꿍꿍인지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위한 것이다.그런데 지금 진효영이 자신의 코앞에서 이강현과 비밀을 갖게 되어 고운란의 질투를 끌어냈다.진효영은 마음이 심란하였다. 뇌가 죽은 듯 평소 약삭빠르게 굴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냥 멍하니 눈앞의 옥용벽을 보면서 감히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이강현은 고운란에게 눈짓을 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정중천이 상황을 말해준 뒤 진효영과 우지민에게 접촉을 부탁했는데 마침 연락이 닿았어.”이강현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강현의 눈빛이 전하는 뜻에 고운란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아, 그래, 너 참 겁도 없어, 어떻게 이런 일 시켜, 들통이 나면 어쩌려고.”고운란은 원망하듯 말했다.이강현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고운란을 껴안고 듣기 좋은 말을 몇 마디 하여 고운란의 마음속의 질투심을 달래 주었다.진효영은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와 꼼꼼하게 사진을 찍은 후 사진을 권무영에게 보냈다.진효영의 소식을 기다리던 권무영은 핸드폰 진동 소리를 듣고 책상 위의 핸드폰을 바로 가져갔다.핸드폰을 열어보니 진효영이 보낸 사진이 보였다. 권무영은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보기
황후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권무영은 침대 앞으로 다가가 핸드폰을 두 손에 들고 황후에게 건넸다. 황후는 권무영의 핸드폰을 집어 들고 옥용벽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잠시 후, 황후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그럴듯한데, 진짜인지 우리도 모르니 그냥 먼저 가져와.”“네, 그럼 진효영에게 직접 물건을 가져오라고 할게요.”“바보야? 이것 때문에 진효영이 폭로되면 어떻게 해, 아니면 네가 진효영을 보고 싶어 오라고 한 거야?”황후의 말투는 좀 음산하였다.권무영은 온몸을 오싹해지더니 부들부들 떨며 황송한 표정으로 말했다.“절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절 믿으셔야 해요, 잠시 머리가 돌지 않아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지금 바로 사람을 시켜 물건을 훔쳐오겠습니다.”“허허, 알았으면 됐어, 일 똑바로 해, 또 일을 망치면 나도 옛정 봐주지 않을 거야.”“네, 잘 처리하겠습니다. 안심하세요.”황후가 나른하게 손을 흔들었다. 권무영은 몸을 사리고 물러났다.황후의 방을 나선 권무영은 천천히 허리를 펴고,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쥔 채 힘껏 흔들며 불만을 터뜨렸다.“언젠가, 반드시…….”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무영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일단 조용하게 있어야 했다.응접실로 들어간 다음 권무영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유노적을 불러와.”“네.”권무영도 한 무리 부하들을 키웠는데 평소에는 할 일이 없고 필요할 때만 이자들을 불렀다.유노적은 오랜 세월 떠돌아다니며 도둑질을 했지만, 한 번도 잡히지 않아 도둑들 사이에서 유명한 도둑의 왕이 되었다.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온라인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지갑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줄어들어 유노적의 생업도 어려워졌다.그리하여 권무영이 손을 내밀자 유노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권무영에게 귀순해 권무영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곧 깡마른 체격에 약간 노루 같은 눈초리를 가진 유노적이 종종걸음으로 응접실에 들어섰다.“분부가 있으십니까?”“그래, 진효영 쪽에서 물건을 하나 찾았는데 꺼내기가 불편해서
우영민이 화내며 전화를 거두었다.우지민이 방금 이강현이 병원에 오지 않겠다는 소식과 구양지보고 직접 이강현을 만나러 가라는 소식을 우영민에게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강연간은 이강현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병실에 들어선 후 구양지의 눈빛도 따라 우영민을 쳐다보았다.우영민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이강현이 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만나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하네요.”구양지의 제자들도 모두 분노하여 이강현을 호되게 꾸짖었다.“이 자식 무슨 배짱으로 사부님을 오라 가라 하는 거야!”“감이 이런 말을 해? 사부님, 제가 가서 혼내 주겠습니다!”“맞아, 아니면 사부님 체면이 아니잖아.”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찌검하려는 제자들을 보며 구양지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두 번 지었다.“좀 진정해, 너희들 중 민군이보다 실력 좋은 사람 있어?”제자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권민군은 비록 구양지 첫 번째 제자는 아니나 그자와 실력차이가 거이 없고, 기본적으로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권민군도 이강현의 적수 아닌데 나머지 제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권민군은 두 손에 주먹을 쥐고 병상을 세게 내리쳤다.“이 망할 놈의 이강현, 도대체 정체가 뭐야?”“다들 조급해 하지 마, 찾아오라고 했으니 가보면 돼.”구양지는 속으로 불만을 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이강현의 정체를 확실히 알기 전에 구양지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이강현 혼자라면 구양지는 어떻게든 이강현을 죽일 것이다.구양지는 이강현에게 스승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 잘못 건드렸다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였다.그래서 우유부단하였다.“사부님, 배권 한세영도 현지에 있으니 한세영을 불러 이강현을 처리하세요.”권민군도 구양지의 걱정을 짐작하고 조언을 해주었다.구양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차 대기해, 한세영부터 만나봐야겠어.”우영민 등은 즉시 구양지를 둘러싸고 병실을 나갔다. 그리고 차를
한창 앉아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한세영은 제자의 발소리에 놀라 다소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뭘 그렇게 놀래? 하늘이 무너졌어?”“하늘이 무너진 게 아니라 구양지 대사님이 오셨습니다.”“뭐? 외국에서 무술을 배우주고 제자들을 많이 받으셨다는 그 구양지 말이야?”한세영은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그 분입니다. 사부님 만나러 왔는데 악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어서 가자.”한세영은 옷을 가다듬고 제자를 데리고 방을 나와 곧장 앞마당으로 향했다.앞마당에 이르러 의자에 앉아 있던 구양지를 보자 한세영은 황급히 인사하며 말했다.“구양지 대사님께서 오셨는데 제가 마중을 나가지 못했네요.”“하하하, 뭘 그런 말씀을, 갑자기 찾아온 제 잘못인데요.”구양지도 한세영에게 인사를 하였다.“이젠 한성에 돌아오신 겁니까?”한세영은 궁금한 듯 물었다.“그럴려고요, 근데 오늘 찾아온 건 이것과 무관한 일입니다. 사람 하나를 알아보려고요.”“네?”한세영은 의아해하며 웃었다.“그 사람 한성에 있나요? 그럼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한성 사람인데 고씨 집안의 사위 이강현이라고 합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한세영의 얼굴에 웃음이 갑자기 굳어졌다.이강현의 이름은 한세영에게 트라우마 같은 존재이다. 이강현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느낌이었다. 구양지는 한세영이 못마땅한 표정을 눈치채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람을 알고 있는 모양이네요.”“하하.”한세영은 헛웃음을 지었다.“당연히 알죠, 이강현은 2년 동안 한성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무능한 자로 꽤 유명했거든요, 근데…….”“근데 뭐죠? 그냥 말해주세요.”구양지가 직설적으로 물었다.“근데 헛소문이예요, 아니면 이강현 그자의 속임수라고도 할 수 있죠, 체면을 깎이는 일이지만 저 방금 이강현 손에 크게 당하고 물려받은 처방까지 내놓아서야 일을 해결했어요.”체면을 구긴 일이지만 한세영은 숨길 생각이 없었다. 정말 체면치레로 일을 숨기면 구양지가 자신
“힘든 부탁이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체면이 깎이지만 저도 솔직하게 말한 이유가 이강현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한세영의 직설적인 거절은 구양지의 체면을 구겼다.“무술을 배우는 동지 입장에서 서로 보살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너무 칼같이 거절하시네요.”“죄송하지만 제가 겪어보아서 참견하고 싶지 않아요, 제 말 믿으시면 이강현한테 용서를 비는 게 나을 거예요, 체면이고 뭐고 목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에요.”한세영은 구양지가 알아주길 바랐다.속으로 몹시 화가 난 구양지는 콧방귀를 뀌며 일어섰다.“그렇다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그날 제가 그쪽 명성을 더럽혔다고 탓하지 마세요.”“하하하, 전 그런 거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한세영은 구양지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어쩔 수 없는 구양지는 제자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나 바로 차를 몰고 이강현을 찾아갔다.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구양지는 이미 모든 걱정을 깨끗이 떨쳐버렸다. 자신의 명성으로 이강현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이 정말 스승이 있어 그를 위해 나서게 된다면 일을 크게 키워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강현한테 따지겠다고 마음먹었다.어쨌든 이강현이 제자의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그것은 불합리하다!우영민은 내비게이션을 열고 차량 행렬을 지휘하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곧 이강현이 말한 식당에 도착했다.크지 않은 한식 식당이라 사람들이 몰려 들어간 후 식당은 사람으로 시끌벅적하였다.“식당 주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구양지 등을 바라보며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닌가 하고 궁리했다.”“뭘 드시고 싶은 가요?”사장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냥 물 한 잔 따라주세요, 여기서 얘기 좀 할게요.”우영민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근데…… 저희들도 장사하는 입장이라…….”“장사는 개뿔, 여기 내가 다 맡을게, 200이면 돼?”우영민은 핸드백에서 새 돈다발을 꺼내 사장의 손에 직접 쥐어주었다.그러자 사장이 웃음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