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네 물건을 훔치려 한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구윈란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사진을 찍고 있던 진효영은 가볍게 혀를 내밀었다. 도둑질을 하려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만약 이강현이 이 사실을 말한다면 고운란은 어떻게 생각할까? 바로 내쫓는 거 아니야?’진효영은 순간 안절부절못하며 용서를 비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누가 지난번에 장인어른 생신 축하 선물로 드린 옥용벽을 훔치려고 하는가 봐, 그래서 가짜를 보내려고 궁리했지.”고운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래, 근데 그 도둑이랑 효영사이에…….”진효영을 보고 구윈란은 뒷말을 하지 않았다.진효영의 신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고운란이 진효영을 집으로 데려온 이유는 진효영이 무슨 꿍꿍인지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위한 것이다.그런데 지금 진효영이 자신의 코앞에서 이강현과 비밀을 갖게 되어 고운란의 질투를 끌어냈다.진효영은 마음이 심란하였다. 뇌가 죽은 듯 평소 약삭빠르게 굴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냥 멍하니 눈앞의 옥용벽을 보면서 감히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이강현은 고운란에게 눈짓을 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정중천이 상황을 말해준 뒤 진효영과 우지민에게 접촉을 부탁했는데 마침 연락이 닿았어.”이강현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강현의 눈빛이 전하는 뜻에 고운란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아, 그래, 너 참 겁도 없어, 어떻게 이런 일 시켜, 들통이 나면 어쩌려고.”고운란은 원망하듯 말했다.이강현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고운란을 껴안고 듣기 좋은 말을 몇 마디 하여 고운란의 마음속의 질투심을 달래 주었다.진효영은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와 꼼꼼하게 사진을 찍은 후 사진을 권무영에게 보냈다.진효영의 소식을 기다리던 권무영은 핸드폰 진동 소리를 듣고 책상 위의 핸드폰을 바로 가져갔다.핸드폰을 열어보니 진효영이 보낸 사진이 보였다. 권무영은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보기
황후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권무영은 침대 앞으로 다가가 핸드폰을 두 손에 들고 황후에게 건넸다. 황후는 권무영의 핸드폰을 집어 들고 옥용벽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잠시 후, 황후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그럴듯한데, 진짜인지 우리도 모르니 그냥 먼저 가져와.”“네, 그럼 진효영에게 직접 물건을 가져오라고 할게요.”“바보야? 이것 때문에 진효영이 폭로되면 어떻게 해, 아니면 네가 진효영을 보고 싶어 오라고 한 거야?”황후의 말투는 좀 음산하였다.권무영은 온몸을 오싹해지더니 부들부들 떨며 황송한 표정으로 말했다.“절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절 믿으셔야 해요, 잠시 머리가 돌지 않아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지금 바로 사람을 시켜 물건을 훔쳐오겠습니다.”“허허, 알았으면 됐어, 일 똑바로 해, 또 일을 망치면 나도 옛정 봐주지 않을 거야.”“네, 잘 처리하겠습니다. 안심하세요.”황후가 나른하게 손을 흔들었다. 권무영은 몸을 사리고 물러났다.황후의 방을 나선 권무영은 천천히 허리를 펴고,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쥔 채 힘껏 흔들며 불만을 터뜨렸다.“언젠가, 반드시…….”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무영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일단 조용하게 있어야 했다.응접실로 들어간 다음 권무영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유노적을 불러와.”“네.”권무영도 한 무리 부하들을 키웠는데 평소에는 할 일이 없고 필요할 때만 이자들을 불렀다.유노적은 오랜 세월 떠돌아다니며 도둑질을 했지만, 한 번도 잡히지 않아 도둑들 사이에서 유명한 도둑의 왕이 되었다.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온라인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지갑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줄어들어 유노적의 생업도 어려워졌다.그리하여 권무영이 손을 내밀자 유노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권무영에게 귀순해 권무영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곧 깡마른 체격에 약간 노루 같은 눈초리를 가진 유노적이 종종걸음으로 응접실에 들어섰다.“분부가 있으십니까?”“그래, 진효영 쪽에서 물건을 하나 찾았는데 꺼내기가 불편해서
우영민이 화내며 전화를 거두었다.우지민이 방금 이강현이 병원에 오지 않겠다는 소식과 구양지보고 직접 이강현을 만나러 가라는 소식을 우영민에게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강연간은 이강현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병실에 들어선 후 구양지의 눈빛도 따라 우영민을 쳐다보았다.우영민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이강현이 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만나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하네요.”구양지의 제자들도 모두 분노하여 이강현을 호되게 꾸짖었다.“이 자식 무슨 배짱으로 사부님을 오라 가라 하는 거야!”“감이 이런 말을 해? 사부님, 제가 가서 혼내 주겠습니다!”“맞아, 아니면 사부님 체면이 아니잖아.”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찌검하려는 제자들을 보며 구양지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두 번 지었다.“좀 진정해, 너희들 중 민군이보다 실력 좋은 사람 있어?”제자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권민군은 비록 구양지 첫 번째 제자는 아니나 그자와 실력차이가 거이 없고, 기본적으로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권민군도 이강현의 적수 아닌데 나머지 제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권민군은 두 손에 주먹을 쥐고 병상을 세게 내리쳤다.“이 망할 놈의 이강현, 도대체 정체가 뭐야?”“다들 조급해 하지 마, 찾아오라고 했으니 가보면 돼.”구양지는 속으로 불만을 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이강현의 정체를 확실히 알기 전에 구양지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이강현 혼자라면 구양지는 어떻게든 이강현을 죽일 것이다.구양지는 이강현에게 스승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 잘못 건드렸다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였다.그래서 우유부단하였다.“사부님, 배권 한세영도 현지에 있으니 한세영을 불러 이강현을 처리하세요.”권민군도 구양지의 걱정을 짐작하고 조언을 해주었다.구양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차 대기해, 한세영부터 만나봐야겠어.”우영민 등은 즉시 구양지를 둘러싸고 병실을 나갔다. 그리고 차를
한창 앉아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한세영은 제자의 발소리에 놀라 다소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뭘 그렇게 놀래? 하늘이 무너졌어?”“하늘이 무너진 게 아니라 구양지 대사님이 오셨습니다.”“뭐? 외국에서 무술을 배우주고 제자들을 많이 받으셨다는 그 구양지 말이야?”한세영은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그 분입니다. 사부님 만나러 왔는데 악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어서 가자.”한세영은 옷을 가다듬고 제자를 데리고 방을 나와 곧장 앞마당으로 향했다.앞마당에 이르러 의자에 앉아 있던 구양지를 보자 한세영은 황급히 인사하며 말했다.“구양지 대사님께서 오셨는데 제가 마중을 나가지 못했네요.”“하하하, 뭘 그런 말씀을, 갑자기 찾아온 제 잘못인데요.”구양지도 한세영에게 인사를 하였다.“이젠 한성에 돌아오신 겁니까?”한세영은 궁금한 듯 물었다.“그럴려고요, 근데 오늘 찾아온 건 이것과 무관한 일입니다. 사람 하나를 알아보려고요.”“네?”한세영은 의아해하며 웃었다.“그 사람 한성에 있나요? 그럼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한성 사람인데 고씨 집안의 사위 이강현이라고 합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한세영의 얼굴에 웃음이 갑자기 굳어졌다.이강현의 이름은 한세영에게 트라우마 같은 존재이다. 이강현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느낌이었다. 구양지는 한세영이 못마땅한 표정을 눈치채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람을 알고 있는 모양이네요.”“하하.”한세영은 헛웃음을 지었다.“당연히 알죠, 이강현은 2년 동안 한성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무능한 자로 꽤 유명했거든요, 근데…….”“근데 뭐죠? 그냥 말해주세요.”구양지가 직설적으로 물었다.“근데 헛소문이예요, 아니면 이강현 그자의 속임수라고도 할 수 있죠, 체면을 깎이는 일이지만 저 방금 이강현 손에 크게 당하고 물려받은 처방까지 내놓아서야 일을 해결했어요.”체면을 구긴 일이지만 한세영은 숨길 생각이 없었다. 정말 체면치레로 일을 숨기면 구양지가 자신
“힘든 부탁이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체면이 깎이지만 저도 솔직하게 말한 이유가 이강현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한세영의 직설적인 거절은 구양지의 체면을 구겼다.“무술을 배우는 동지 입장에서 서로 보살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너무 칼같이 거절하시네요.”“죄송하지만 제가 겪어보아서 참견하고 싶지 않아요, 제 말 믿으시면 이강현한테 용서를 비는 게 나을 거예요, 체면이고 뭐고 목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에요.”한세영은 구양지가 알아주길 바랐다.속으로 몹시 화가 난 구양지는 콧방귀를 뀌며 일어섰다.“그렇다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그날 제가 그쪽 명성을 더럽혔다고 탓하지 마세요.”“하하하, 전 그런 거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한세영은 구양지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어쩔 수 없는 구양지는 제자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나 바로 차를 몰고 이강현을 찾아갔다.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구양지는 이미 모든 걱정을 깨끗이 떨쳐버렸다. 자신의 명성으로 이강현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이 정말 스승이 있어 그를 위해 나서게 된다면 일을 크게 키워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강현한테 따지겠다고 마음먹었다.어쨌든 이강현이 제자의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그것은 불합리하다!우영민은 내비게이션을 열고 차량 행렬을 지휘하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곧 이강현이 말한 식당에 도착했다.크지 않은 한식 식당이라 사람들이 몰려 들어간 후 식당은 사람으로 시끌벅적하였다.“식당 주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구양지 등을 바라보며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닌가 하고 궁리했다.”“뭘 드시고 싶은 가요?”사장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냥 물 한 잔 따라주세요, 여기서 얘기 좀 할게요.”우영민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근데…… 저희들도 장사하는 입장이라…….”“장사는 개뿔, 여기 내가 다 맡을게, 200이면 돼?”우영민은 핸드백에서 새 돈다발을 꺼내 사장의 손에 직접 쥐어주었다.그러자 사장이 웃음을 터
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그럼 우지민은 왜 갈수 있는 거예요, 걔도 인질로 잡힐 수 있잖아요.”“그냥 얼굴을 보이는 거야, 걔네 숙부랑 몇 마디하고 갈 거야.”이강현은 사무실 문을 닫고 우지민을 데리고 나갔다.진효영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감히 이강현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고운란 곁으로 가서 고운란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운란 언니, 우리도 같이 가보지 않을래요?”“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뭘 생각을 하지 말고, 정말 가서 이강현에게 폐를 끼치면 너를 쫓아낼지도 몰라.”고운란은 담담하게 말했다.“내쫓지 마세요.”진효영은 슬프게 소리쳤다.“운란 언니는, 날 쫓아내지 않을 거죠, 그렇죠?”“네가 말을 잘 들으면 쫓아내지 않을 거야, 근데 네가 혼자 미움을 산다면 나도 너를 지킬 수 없어.”“말 잘 들을게요, 안 가면 되잖아요.”진효영은 의자에 앉아 마음속으로 이강현을 원망하였다.이강현과 우지민이 식당에 들어섰다.구양지의 제자들은 이강현이 오자 모두 일어나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먹을 흔들며 이강현을 노려보았다.우지민은 그런 태도에 놀라서 이내 이강현의 뒤로 몸을 움츠렸다.“사부님, 조심하세요.”우영민은 우지민을 노려보았다.“지민 너! 빨리 이 개뿔 사부님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숙부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제가 보기에 그쪽도 빨리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제 사부님이 화를 내실 때에는 저도 놀라요.”우지민이 입술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하하하하.”우영민 등은 분분히 웃음을 터뜨렸다. 우지민의 말이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너 지금 웃기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야? 네가 놀라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우리는 놀라지 않아.”“그래, 네 사부가 아무리 무서워도 우리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걸.”“우지민은 순간 얼굴을 붉히면서 목을 꼿꼿이 세우고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콜록콜록.”구양지는 심한 기침을 이어서 하고 이강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대뇌가 딸리는 게 너희들 전통이냐? 내가 권씨 그 자를 때린 건 작은 교훈을 주려고 한 건데 너희들 뉘우친 바가 없네.”이강현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혼내듯 말했다.“X발,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내 한 방 먹어!”키가 크고 건장한 제자 하나가 불같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쏜살같이 뛰어나와 주먹을 휘둘러 이강현의 뺨을 내리쳤다.이강현은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상대면 새끼손가락 하나면 충분해.”“이 자식, 너 큰 소리 잘 치는 구나.”이강현을 향해 달려간 제자는 온몸에 근육질뿐 아니라 표피의 피부는 두툼한 노피의 상태를 보여 일반인의 피부와는 사뭇 달랐다.이런 무술을 익히려면 약초탕에 몸을 담그고 갖은 고생을 하면 피부가 두꺼워져 타격 능력이 향상된다고 하였다.그리고 극적에 달하면 총칼도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구양지의 이 제자는 총칼이 들어가지 않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몸의 방어력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고 통증에 민감하지 않았다.“이런 무술 마지막까지 익히면 자기만 다쳐, 길을 잘못 선택한 거야.”이강현은 담담하게 말을 마치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찔렀다.새끼손가락과 주먹이 부딪혔다.예상했던 엄지손가락이 부러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강현의 엄지손가락이 칼날처럼 주먹을 찌르고 주먹에 박혔다.“아! 내 주먹!”이강현과 손찌검을 하던 제자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우영민 등은 더더욱 공포에 떨었다. 이강현 앞에서 그 제자의 무술은 종이장처럼 약하다.‘이강현 손가락은 뭘로 만들어진 거야? 금속?’우지민은 감격에 겨워 환호하며 펄쩍펄쩍 뛰었다.“사부님 대단하십니다. 우리 사부님이 화내는 거 봤지, 놀랐지? 솔직히 말해, 놀란 거 맞지?”그렇다, 그들 정말 놀랐다.하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쪽팔리는 일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사부님! 더 이상 망설이지 마세요. 더 이상 체면이 깎이면 안 됩니다!”“사부님, 이대로 아무 것도 안 한다면 앞으로 해외에서 어떻게
이강현은 느긋하게 서서 아무런 준비자세도 없이 아주 편하게 말했다.“그럼 시작하시죠.”“배짱 좋아! 받아라!”구양지는 몸을 움직이자 이강현의 왼쪽으로 훌쩍 뛰어올라 주먹을 휘둘러 이강현의 명치를 때렸다.이건 떠보려는 허수일 뿐이다. 이강현도 구양지가 떠보는 것을 눈치채고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이강현이 손을 들자 구양지는 황급히 자세를 바꿔 뒤로 물러섰다.마치 구양지가 이강현이 머리를 쓰다듬는데 겁난 것처럼 보였다.“어, 왜 물러났어요? 나는 그냥 머리를 만졌을 뿐인데, 왜 이렇게 긴장하세요?”이강현은 경멸하듯 웃으며 말했다.우영민 등은 안색이 안 좋아졌다. 방금 구양지의 후퇴로 그들 모두 체면이 말이 아니다.‘원래 사부님이 나오시자마자 이강현의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지금 이 상황 뭐지?’현재 상황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라 우영민 등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구양지의 늙은 얼굴은 화에 치밀어 새빨갛게 되었다. 구양지는 이를 악물었다. 이강현을 잡아먹고 싶은 심정이다.“네놈이 능청스럽구나!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지 보자구나!”구양지는 노발대발하며 다시 몸을 움직였다. 두 주먹은 재빠르게 휘둘렀고, 허공에서 잔상을 그렸다.구양지가 진짜 솜씨를 발휘하자 우영민 등은 갈채를 보냈다.“좋아요, 사부님 추풍권 정말 대단하십니다!”“이강현 그 자식 받기 힘들 거야, 사부님의 추풍권은 1분에 주먹을 백번 이상 날릴 수 있어! 어떻게 막나 보자.”“사부님, 이 속도는 정말 기가 막힙니다. 절대 고수 중의 고수!”구양지의 제자들은 옆에서 환호하였다. 우지민은 구양지의 주먹 잔영을 보면서 구양지 제자들의 말을 듣다가 순간 자신이 없어졌다.“사부님, 조심하세요.”우지민이 낮은 소리로 일깨워 주었다.“뭘 조심해? 이런 허술한 수법에 조심해야 할 거 있어? 잘 봐, 조심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야.”농담조로 말하며 가볍게 팔을 흔들자 이강현의 손바닥이 주먹의 잔영을 뚫고 구양지의 얼굴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