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민이 생각하기에 이 벤츠는 분명 개조된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빨리 달릴 수는 없다.그러나 개조된 벤츠라도 부가티뷰론보다 빠를 수 없었다. ‘F1 경주용 자동차도 아니고, 어떻게 350마일의 속도를 낼 수 있지?’우지민은 이를 악물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부가티뷰론의 속도는 다시 높아졌다.360 마일, 370 마일, 380 마일!시속계의 바늘이 머리 끝까지 닿았다. 우지민은 처음으로 부가티 베이론을 전속력으로 몰았다.비록 어느 외국 드라이버가 400마일의 속도를 넘겼지만 우지민은 그렇게 빨리 몰 자신이 없었다.운전 기술, 반응 능력 등등을 막론하고, 우지민은 자신이 380마일을 운전한 것이 이미 자신의 한계라고 느꼈고, 이 또한 최선을 다 한 것이다.“후!”우지민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에 핏줄이 솟구쳐올랐고, 앞길에 돌발상황이 닥칠까 봐 필사적으로 앞을 응시했다.380마일의 속도에서 핸들을 살짝 돌려도 조심해야 하는데, 만일의 경우 큰 방향을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통제 불능의 사태가 있을 수 있었다.“진정하고! 반드시 이겨야 해, 380마일 이길 수 있을 거야!”우지민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말이 끝나고 우지민은 문뜩 무언가를 떠올렸다. 벤츠 운전자와는 약속도 하지 않았고, 결승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승패를 기준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우지민이 정신을 차리는 순간, 맹호처럼 으르렁거리는 엔진 굉음이 우지민의 생각을 끊어버렸다.우지민은 백미러에서 미친 듯이 쫓아오는 벤츠를 보고 섬뜩했다.“이 또라이는 뭐야!”우지민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공포를 느꼈다.이것은 절대로 사람이 운전해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380마일까지 올랐는데 어떻게 쫓아올 수 있지?’“지민 형, 거기 상황 어때요? 우리 여긴 벤츠 테일 램프를 볼 수 없어요.”무전기에서 재벌2세의 소리가 들려왔다.우지민이 원망스럽게 말했다.“나 380까지 밟고, 방금 그 자식 떼놓았
코너를 순조롭게 통과하기 위해 우지민은 먼저 속도를 줄였다. 속도를 조금 줄이자 벤츠 오프로드가 휙 소리를 내며 부가티뷰론을 추월했다.우지민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죽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니, 네가 죽지 않으면 누가 죽어!”“지민 형,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무전기에서 계속 묻는 소리가 들어오고 있었다.“나 타이거 점프 커브와 700미터도 안되는 곳에서 속도를 줄였어, 근데 저 자식은 360, 370마일의 속도로 계속 달리고 있어, 아마 곧 있으면 차가 뒤 번지게 될 거야.”우지민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무전기 안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고, 곧이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가지런히 흘러나왔다.“이건 어느 음주운전 또라이가 분명해,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운전할 수 없어.”“다들 속도를 내, 그 자식 결말은 봐야 할 것 아니야, 오줌도 싸서 불을 꺼줘야지.”“맞아, 만약 정말 차가 뒤 번진다면 반드시 연료 탱크를 부숴야 해, 폭발은 있어야 오줌을 싸서 불을 끄던지 할 거 아니야!”부잣집 도련님 모두 분분히 앞질러 갔다. 속도를 200마일로 낮춘 우지민은 마침 벤츠 차의 후미등을 볼 수 있었다.벤츠가 전속력으로 코너에 진입하고 벤츠의 후미등이 희미한 가로등 속에서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점프 커브를 통과했다.우지민은 오늘 밤 정말 귀신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300마일이 넘는 속도로 호타이거 점프 커브를 통과한 거 이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정말 이런 자동차 기술이 있다면 F1 경기장에서 세계 차왕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각 지역 디비전 우승은 물론 연간 종합 우승까지 가지고 인생 대역전을 할 수 있다.“나 오늘 헛 꿈을 꾼 거 아니지? 빨리 말해, 내가 꿈 꾼 거 아니라고!”우지민이 약간 미친 듯이 소리쳤다.“지민 형, 왜 그래요, 이건 꿈이 아니에요, 우리 다 멀쩡해요.”“네, 왜 꿈 꾼다는 거죠? 형이 좋아하는 여자 애들도 다 종점에서 기다리고 있어요.”“꿈이 될만한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우지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지민 형을 구해봐, 깨어날 수 있는지 없는지 보고, 만약 깨어나지 못하면 빨리 병원으로 보내, 만약 내출혈, 뇌출혈 같은 거 있으면 우리도 재수 없게 된다.”부잣집 도련님이 우지민의 인중을 꼬집자 우지민은 눈꺼풀을 움직이며 천천히 눈을 떴다.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우지민은 문득 방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나, 나 아무 일 없지, 내 다리 아직 있는 거지?”“팔다리 아직 남아있어요, 역시 부가티뷰론, 안전 성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그러면 됐어, 나 차에 옮겨, 그 벤츠 운전자 꼭 찾아낼 거야!”우지민이 단념하지 않고 말했다.부잣집 도련님들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누구 손에 졌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모두 운전자를 찾으려는 생각이다.“지민 형, 내 차에 타요, 불편하면 알려주고요, 여기 애들이 많는데 그 자식 도망갈 수 없을 거예요.”그 중 한 명이 우지민을 부축해 자신의 차에 태웠다. 뒤를 따라 여러 스포츠카들이 시동을 걸고 벤츠 차량이 멀어지는 방향으로 쫓아갔다.벤츠 차는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이강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온몸의 옷은 이미 땀에 젖어 있어서 마치 방금 물에서 건져 올린 것 같았다.“형님 운전 너무 무서워요,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워요, 특히 아까 코너에서 나 간 떨어질 뻔했어요.”용도가 애처롭게 말했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특히 백미러에서 부가티뷰론이 커브에 들어간 후 통제 불능이 된 장면을 볼 때 혼이 나갈 뻔하였다.이강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이강민의 어깨를 툭툭 쳤다.“너 그래도 애들 보스인데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어떻게 하겠어.”“내가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너무 무섭잖아요, 보스도 사람인데 무서울 때도 있어야죠.”이강민이 애원하는 사이 마당 문이 열리고 한 장한이 경계하며 밖을 내다보았다.“누군가 문을 열었어, 길을 안내해.”리묵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이강민은 얼굴의 땀을 닦고 안전벨트를 풀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두
문을 열고 장한은 손을 흔들며 용도와 이강현에게 얼른 마당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이강민이 방금 토하는 바람에 장한도 이강현을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전일금이 사람을 데리고 도착했기 때문에 장한의 마음속에는 담력이 충분했고, 이강민이 일을 저지를 만한 그릇이 안 될 것 같아서 몸을 수색하는 절차는 생략했다.이강민은 긴장한 표정으로 이강현을 쳐다보고는 뒷어금니를 깨물고 마당으로 들어갔다.어차피 한쪽만 골라 베팅할 수밖에 없는데 이강민의 카드는 일찌감치 이강현의 편에 놓였다. 임시현은 의자에 앉아 와인잔을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있는 전일금을 보았다.전일금은 붉은 옷을 입고 하얀 얼굴에 고상한 기색을 띠었다. 보기에 흉악무도한 무도인 같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교수 같았다.전일금 뒤에는 검은 옷차림을 한 십여 명의 장한들이 서 있었는데, 그 장한들은 하나같이 흉악해 보였다.우관은 다리에 난 상처의 통증을 참으며 후프 의자에 앉아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도련님, 전일금은 돈만 받으면 꼭 일을 잘 처리할 거니까 이번 일 걱정 마세요, 전일금 말고 다른 분들도 있는데 한성에서 상대가 될만한 사람 없을 겁니다.”전일금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과찬이예요, 그저 신용은 지킬 뿐이고, 무자라면 이건 당연한 거죠.”“그리고 한성에서 상대할 사람이 없다는 건 아직 모르는 일이예요, 내가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일을 처리해서 정말로 천하무적이라도 해도 겸손함을 보여줘야죠.”전일금의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임시현도 순간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았다.이태까지 그냥 겉으로만 남을 누르려고 했지 전일금 같은 허세는 처음이다. “정말 좋은 말만 골라서 하네요, 겸손이라니, 오늘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저도 앞으로 더 겸손해야겠어요.”임시현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이강민과 이강현을 데리고 마당으로 들어간 장한은 성큼성큼 임시현에게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이강민이 도착했습니다.”임시현은 이강민과 고개를 숙인
‘설마 임시현이 알아본 거야?’‘아닌데, 정말 알아봤다면 총을 들어줘야 하는데.’‘아니면 임시현이 그냥 우리를 놀리려고 참고 있는 건가?’이강민이 불안해하며 생각하다가 임시현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잊었다.이강현은 이강민을 살짝 두드리며 속삭였다.“대답해야지.”이강민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저 큰 장사해본 경험이 없어서 도련님의 말에 따르는 게 맞죠.”“우리 집이 뭐 큰 장사를 한다고, 그저 별 볼일 없는 작은 사업이야, 그쪽과 다를 바가 없어, 먼 길 왔는데 생각이 있을 거 아니야, 그럼 생각했던 대로 말하면 되겠네.”임시현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며 이강현은 가짜 임시현을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그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인데, 갑자기 왜 이렇게 온화해졌지, 아니면 겁에 질려서 성격이 완전 달라진 거야?’이강민은 임시현을 멍하니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결국 무뚝뚝하게 말했다.“저는 도련님을 통해 물건을 들여와 점차 사업을 확장할 곌획입니다.”“물론 저를 도와줘서 외상으로 물건을 공급해 주신다면 저는 1년 안에 임씨 가문의 물건을 시장의 주류 제품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임시현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생각이야, 생각도 대담하고.”“과찬이십니다, 저는 단지 생각해 본 것뿐입니다, 가능한지는 도련님이 정하는 거죠.”이강민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대담하다는 말 한마디에 들떴어? 외상? 겁대가리 없이! 내 물건은 외국에 팔아도 다 현금 거래야! 외상? 꿈도 꾸지마!”갑자기 임시현의 안색이 변하더니 표정이 약간 흉악해졌다.이강민은 순간 얼떨떨해졌다.‘얼굴이 바뀌어도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바꿀 수가 있지?’“아니, 전, 전 그냥 생각한 것뿐이고, 제가 말한 대로 하자는 건 아닙니다.”이강민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실력이 없으면 나한테 붙을 생각 마, 난 누구나 하고 계약 안 해!” 임시현은 말을 마치고 전일금을 보았다.“실력 좀 보여주시
망자는 문짝처럼 넓적한 몸을 흔들며 이강민에게 다가갔다. 이강민은 겁에 질린 두 다리를 벌벌 떨며 당황스럽게 말했다. “이게, 이게 무슨 뜻이에요,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 되죠, 장사는 안 됐지만 인의는 저버리지 말아야죠.”“인의? 나 그딴 거 몰라, 넌 원래 훈련 파트너로 부른 거야, 네가 망자를 이기면 외상 동의하지, 근데 만약 진다면 너를 산 채로 묻어버릴 거야.”임시현의 얼굴에 사악한 기운이 떠올랐다.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용도를 이강현으로 상상하고 내일 이강현을 어떻게 수습해야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다.‘반드시 그 두 여자 앞에서 이강현을 무릎 꿇게 할 거야.’용도는 임시현에게 도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구원의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어떡해요!”“너를 꼭 집어 말했으니 네가 나가야지, 지면 그냥 무릎을 꿇어.” 이강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이강민은 미칠 것 같았다. 망자가 손을 쓰기도 전에 두 손으로 머리를 싸안고 이강현의 뒤에 주저앉아 눈을 감은 채 소리쳤다.“형님, 제발 살려주세요.”망자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용도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주먹을 흔들면서 말했다.“뭐하는 거야? 나 아직 힘도 안 썼는데 너무 맞춰주는 거 아니야?”이강민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맞기 싫어요, 그냥 보내주면 안 될까요?”“헐, 그 콩알만한 간으로 어떻게 형님이 된 거야, 정말 웃겨, 그 뒤에 서있는 놈, 네가 나와, 내가 주먹질하면 넌 그냥 뒤로 물러서면 돼, 그럼 나도 좀 봐줄 수 있어, 한 주먹에 죽이는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망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뒤로 넘어지는 자세까지 보여줬다.“잘 봐, 꼭 이렇게 튀어 뒤로 젖혀야 돼. 이렇게 하면 내 자세가 멋있어 보이는 거야, 그 거짓 고수들이 찍은 동영상에도 이런 동작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도 해봐야 겠어.”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주 협조적으로 말했다.“좋아요, 당
임시현은 자못 흥분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길은 망자의 주먹을 자세히 주시하기 시작했다.망자의 주먹이 이강현에게 반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고 이강현은 갑자기 움직였다. 오른손을 들어올린 뒤 몸을 움직이고 오른쪽 주먹은 포탄처럼 날아갔다.주먹이 망자의 얼굴을 내리치고 망자가 뒤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망자는 방금 이강현에게 알려준 자세 그대로 뒤로 곤두박질쳤다.펑!망자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먼지를 일으켰고, 이어 망자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나왔다.이강현은 천천히 주먹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말한 대본대로 완벽하게 뒤로 넘어졌고, 내 자세도 충분히 멋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한 방에 당신을 때려죽이지 않았으니 목숨을 건진 셈이네요.”망자는 천천히 고개를 젖히고 분노의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입을 벌리고 막 말을 하려는데 또 피를 토했다.“푸! 내 말은 네가 쓰러지는 거야!”“아, 그거 참 미안하네요, 난 당신이 쓰러지려고 하는 줄로 알고, 아니면 다시 한번 할까요?”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망자는 머리를 기울더니 바로 기절했다.이강민은 머리를 감싸고 있던 두 손을 풀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강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강현은 그러게 너무 커 보이고, 그야말로 슈퍼맨처럼 느껴졌다.임시현은 멍하니 정신을 잃은 망자를 보며 말했다.“두 분, 방금 말씀하신 게 이런 건가요? 뭐가 좀 잘못된 것 같아요.”우관의 안색이 한없이 캄캄해졌다. 뭐가 잘못되고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았다.전일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강현을 노려보며 오른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나무로 만든 손잡이가 전일금에 의해 완전히 부서졌다.“빌어먹을 놈, 감히 내 전일금 부하를 때려, 너 누구야!”이강현은 고개를 들고, 머리를 흔든 다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나? 이강현.”“너, 너너너, 왜 너야!”우관은 놀라서 몸을 뒤로 젖히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상처가 난 것을 잊고 그대로 균형을 잃으면서 의자와 함께 바닥에 굴러 넘어졌
전일금 뒤의 장한들은 모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망자를 날려버린 이강현을 노려보았다.그들의 눈에 이강현은 원수이고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타겟이다.전일금은 이강현을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참 허세가 많구나, 감히 내 앞에서 정체를 숨겨?!”“난 그런 적 없어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부하들 데리고 덤비세요, 제가 겸손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가르쳐줄 게요.”이강현은 전일금에게 손가락을 꼬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전일금은 이강현의 격노를 경멸하며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었다.“널 해결하는 데는 내 부하들이면 충분해, 내가 손을 쓸 필요가 전혀 없어, 젊은이들은 경외심을 가져야 해, 애들아 덤벼!”검은 의상의 장한들이 일제히 뛰쳐나갔고, 맹호처럼 소리를 지르며 이강현에게 달려들었다.우관은 허리를 움켜쥐고 땅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임시현의 곁으로 달려갔다.“도련님, 여기에 있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요, 왠지 불안해요.”“무슨 소리예요, 설마 이 전일금이 진다는 거예요?”임시현이 흉악하게 말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미리 준비는 하는 게 맞아요, 얼른 뒤뜰로 가세요, 정말 사고가 난다고 해도 바로 차로 움직일 수 있어요!”“총 잘 챙치고 나랑 뒤뜰로 가자, 너희는 여기 남아서 길을 막고, 만약 이강현이 이기면 목숨을 걸고 그를 막아야 해!”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깁스를 한 팔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우관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임시현을 따라 뒤뜰로 달려가면서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앞뜰의 싸움을 지켜보았다.십여 명의 장한들이 이미 이강현을 에워쌌고, 이강민은 일찍부터 눈치채고 마당 구석으로 굴러가 여전히 머리를 감싸안고 웅크리고 방어하는 자세로 관전하고 있었다.이강현은 귀신같이 재빨리 움직이며 장한들에게 잔상만 남겼다. 장한들이 이강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을 때 주먹이 닿는 건 이강현의 잔상뿐이었다.“조심해! 이놈의 걸음걸이 보통이 아니야, 속도도 아주 빨라!”“난 옷자락도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