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 주변의 흙은 뒤집힌 흔적이 있었고, 묘비 뒤쪽에는 더욱 뚜렷하게 흙을 파낸 자국이 있었다.마음이 쿵 내려앉은 임슬기는 급히 임현호의 묘를 확인했다. 역시나 흙을 건드린 흔적이 있었지만, 어머니 묘에 비해 덜 뚜렷했다.임슬기는 혹시 과민반응일까 싶어 주변에 있는 묘를 전부 살펴보았지만, 결과는 명확했다.임슬기의 부모님 묘에만 이상이 있었고, 다른 묘들은 모두 멀쩡했으며 오정태의 묘도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순간 정신이 멍해진 임슬기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누군가가 그녀의 부모님
임슬기는 즉시 김서우의 목을 움켜쥐고 벽으로 밀어붙였다.김서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굴을 붉히며 임슬기의 손을 마구 때리며 소리쳤다.“임슬기! 너... 너 미쳤어? 놔!”하지만 임슬기는 오히려 힘을 더한 채 김서우의 귀에 입을 대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김서우, 너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너... 너 진짜 미친 거야?”목이 조이는 턱에 숨이 막혀 머리가 어지러웠던 김서우는 임슬기를 공격하려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다행히 임슬기가 손을 풀었고 김서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
임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르겠어요. 아직 조사 중이에요.”“형수님, 이런 일을 나한테 숨긴 거예요? 나를 너무 못 믿으시네요. 저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알아요. 그래서 지금 말하는 거잖아요.”임슬기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여긴 누구 병실이에요?”육문주가 문을 열며 말했다.“정우 형이요.”‘배정우?’잠시 멈칫하던 임슬기가 고개를 돌리자,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는 배정우가 눈에 들어왔다.“저 사람, 어떻게 된 거예요?”“등을 단단한 물체에 강하게 부딪혀 중상을 입었어요.
“임슬기 씨, 폐암 말기입니다. 길어봤자 6개월 정도 남았어요.”‘폐암?’임슬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27살밖에 안 됐는데 폐암이라고? 그것도 말기?’그녀는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선생님, 확실합니까?”“임슬기 씨 맞아요?”임슬기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확실합니다. 아직 젊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알려드려야 하니까요. 지금이라도 입원해서 치료받으면 희망이 조금 있으니까 당장 입원하시죠.”‘입원?’그녀는 고개를 숙여 검사 결과서를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임슬기는 연다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연다인의 앞으로 걸어가 차갑게 노려보았다.“하지만 난 정우 와이프고 넌 기껏해야 스캔들 상대일 뿐이야.”“뭐라고?”연다인이 임슬기의 뺨을 후려친 순간 임슬기는 몸이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다.“이 년이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임슬기,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연다인은 임슬기를 바다로 끌고 가더니 마주 보며 섰다. 하도 세게 잡아당겨서 고통이 밀려온 임슬기는 손을 빼내려고 힘껏 발버둥 쳤다.그런데 연다인이 그녀를 보며 기괴하게 웃었다.“임슬기, 우
임슬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숨을 쉬기 어려워질 때쯤 배정우는 손을 놓고 그녀의 턱을 잡았다.“임슬기, 나 다인이한테 아이를 위해 복수할 거라고 약속했어. 그러니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뭔지 똑똑히 알려줄게.”임슬기는 연신 기침을 했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정우야, 다인이가 임신한 줄 정말 몰랐어. 그리고 죽일 생각도 없었고...”배정우가 코웃음을 쳤다.“흥, 지난 2년 동안 네가 질투에 눈이 멀어서 미친 짓을 한 게 한두 번이야? 다인이는 네가 질투 때문에 같이 죽으려고 했다던데?”두 사람 사이에 금
‘망했다. 도망 못 가겠네.’한때 임슬기를 사로잡았던 목소리가 이제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임슬기는 배정우와 함께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그와 연다인이 다정하게 속삭이는 모습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이젠 치가 떨릴 정도로 지겨워졌다.그녀는 바닥에서 일어나 뒷걸음질 치더니 고개를 흔들면서 창백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너랑 돌아가지 않을 거야. 배정우, 우리 이혼하자.”‘이혼? 나랑 이혼하겠다고?’배정우는 긴 다리를 뻗어 임슬기에게 다가가 손목을 덥석 잡고는 옆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리고 다른
임슬기는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고 비틀거리며 욕조 옆으로 걸어가 수도꼭지를 틀더니 물이 따뜻해지기도 전에 욕조에 앉았다.한때 신부 앞에서 그녀를 평생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남자가 변했다. 사실 2년 전에 변했는데 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배정우는 겉으로는 임슬기를 금이야 옥이야 아끼는 척했지만 실은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서 가둔 것이었다.배정우에게 임슬기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법적 아내? 아니면 화풀이 장난감?마침내 물이 따뜻해지면서 그녀의 차가운 몸도 조금씩 녹아내렸다.임슬기는 머리를 물속에 담그고 눈을 감았다. 배정우가
임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르겠어요. 아직 조사 중이에요.”“형수님, 이런 일을 나한테 숨긴 거예요? 나를 너무 못 믿으시네요. 저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알아요. 그래서 지금 말하는 거잖아요.”임슬기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여긴 누구 병실이에요?”육문주가 문을 열며 말했다.“정우 형이요.”‘배정우?’잠시 멈칫하던 임슬기가 고개를 돌리자,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는 배정우가 눈에 들어왔다.“저 사람, 어떻게 된 거예요?”“등을 단단한 물체에 강하게 부딪혀 중상을 입었어요.
임슬기는 즉시 김서우의 목을 움켜쥐고 벽으로 밀어붙였다.김서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굴을 붉히며 임슬기의 손을 마구 때리며 소리쳤다.“임슬기! 너... 너 미쳤어? 놔!”하지만 임슬기는 오히려 힘을 더한 채 김서우의 귀에 입을 대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김서우, 너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너... 너 진짜 미친 거야?”목이 조이는 턱에 숨이 막혀 머리가 어지러웠던 김서우는 임슬기를 공격하려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다행히 임슬기가 손을 풀었고 김서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
묘비 주변의 흙은 뒤집힌 흔적이 있었고, 묘비 뒤쪽에는 더욱 뚜렷하게 흙을 파낸 자국이 있었다.마음이 쿵 내려앉은 임슬기는 급히 임현호의 묘를 확인했다. 역시나 흙을 건드린 흔적이 있었지만, 어머니 묘에 비해 덜 뚜렷했다.임슬기는 혹시 과민반응일까 싶어 주변에 있는 묘를 전부 살펴보았지만, 결과는 명확했다.임슬기의 부모님 묘에만 이상이 있었고, 다른 묘들은 모두 멀쩡했으며 오정태의 묘도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순간 정신이 멍해진 임슬기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누군가가 그녀의 부모님
임슬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사님, 생각이 너무 많으시네요.”하지만 차희라는 물러서지 않고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복도로 끌고 나간 뒤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슬기 씨, 나도 알아요. 예전엔 슬기 씨를 오해했지만, 이제는 슬기 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고요. 믿어요.”차희라의 입장에서 임슬기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 만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이 문제는 김서우의 출생과 관련된 일이라 임슬기는 정말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아까 그냥 모른 척 지나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임슬기, 무슨 짓이야! 미쳤어?”김서우가 임슬기를 노려보며 마치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표정을 지었다.차희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왜 이러는 거니?”“이건...”임슬기는 바닥에 흩어진 걸쭉한 액체를 보며 얼버무렸다.“여사님, 이건 드시면 안 돼요.”임슬기의 말에 김서우는 얼굴이 일그러졌다.“임슬기, 무슨 헛소리야? 그냥 흑임자죽이라고! 엄마가 왜 먹으면 안 되는 건데?”“그러게요. 슬기 씨, 흑임자죽도 먹으면 안 되나요?”차희라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급한 상황에 그런 세세
다음 날, 김현정이 국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임슬기가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김서우를 마주쳤다.정확히 말하면, 나무 뒤에 숨어서 전화하는 김서우를 발견했다.임슬기는 원래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는데, 지나가던 중 김서우의 말 한마디가 귓가에 들어와 그 자리에 멈춰 섰다.“이 약으로 사람 안 죽는 거 확실해? 난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어.”‘약? 죽음?’임슬기는 김서우가 본인에게 독을 탈 계획이라고 직감하고 몰래 엿듣기 시작했다.“이 약을 매일 타서 먹이면 어떻게 돼?”상대방의 대답을 듣고 김서우는 냉소를 지었다.“안
임슬기는 잠깐 멈칫하다 그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확실히 그날의 남자였지만, 머리는 짧게 자르고 수염도 깔끔하게 밀어 전혀 딴 사람 같아 보였다.강재호는 두 사람의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보고 급히 설명했다.“임슬기 씨, 오늘은 진심으로 사과드리러 왔습니다.”의중을 확인한 김현정은 픽 웃으며 말했다.“강재호 씨, 누가 자기소개를 그렇게 해요. 복수하러 온 줄 알았잖아요.”김현정의 말에 강재호는 귀가 붉어지며 사과를 연발했다.“죄송합니다, 정말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진심으로 사과드리려고요. 지난번은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차희라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연속으로 사과하며 떠났다.차희라가 떠난 후, 임슬기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생에서 그녀가 가장 후회하는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연다인을 임씨 가문으로 데려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정우와 결혼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배정우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빛이었을 것이고, 그녀 마음속의 비밀이었을 것이다.최소한 지금처럼 상처투성이가 되어 서로를 미워하는 관계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그 뒤로 며칠은 비교적 평온하게 지나갔다.
임슬기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니, 차희라가 영양제를 들고 서성거리며 서 있었다.“여사님?”“임슬기 씨.”차희라는 영양제를 옆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김현정 씨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영양제를 좀 가져왔어요.”김현정은 김씨 가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김서우가 임슬기를 다치게 한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났다.“가져가세요! 당신이 가져온 영양제 같은 거 필요 없어요.”“김현정 씨, 이건 제 마음이에요.”김현정이 다시 거절하려 하자, 임슬기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젓고 차희라를 향해 말했다.“여사님, 왜 오신 건지 용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