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슬기는 배정우가 그녀를 오해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오해가 계속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송재현에게 왜 이러는 건지 진실을 묻고 싶었다.임슬기는 끌려가는 송재현을 향해 외쳤다.“송재현!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네 손모가지가 날아갈 거야!”송재현은 멈칫하더니 하고 싶은 말을 다시 삼키고 입을 열었다.“임슬기, 날 모함할 생각 하지 마!”송재현의 말에 임슬기는 가슴이 얼어붙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듯했다.송재현이 끌려 나간 뒤 배정우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며 호텔을 나섰다.“배정우, 송재현은 거짓말하고 있어!”“임슬기
차에 오르자, 김현정이 임슬기에게 샌드위치를 건네며 말했다.“슬기 언니, 좀 먹어요. 약은 먹었어요?”“네, 먹었어요. 고마워요.”김현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몇 번을 말해요. 나한테 감사하다는 말 같은 거 하지 말라니까요.”임슬기는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진 변호사가 다른 말은 안 했어요?”“별말 안 했어요. 그냥 오정태 사건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진 변호사님이 있는 한 언니는 감옥에 갈 일 없다고 그랬어요.”“진 변호사님 말은 믿을 만하죠.”진승윤은 명인 시 최고의 변호사였고 그의
그 시각 대성 그룹.배정우는 휴대전화를 책상에 내던지고 무섭도록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확실해? 임슬기가 경찰서에 갔다고?”권민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방금 경찰서에서 나왔대요.”배정우는 냉소를 지었다.‘아침 일찍부터 송재현을 만나러 가? 특별히도 사랑하네. 17년의 사랑이 고작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거였나? 네가 날 쓰레기 취급을 해도 난 여전히 널 아꼈는데?’분노에 찬 배정우는 책상 위의 물건을 모두 쓸어버리며 말했다.“경찰서에 가서 증언하고 송재현을 풀어줘.”“그런데 대표님...”권민은 입술을
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에 임슬기의 마음은 또다시 찢어지는 것 같았다.산산조각이 난 심장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것 같았지만, 임슬기는 여전히 괜찮은 척, 강한 척 연기를 해야 했다.“배정우, 송재현에 관한...”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배정우가 비웃으며 말을 끊었다.“아직도 그 쓰레기를 마음에 두고 있었어? 임슬기, 너 의외로 순정파였구나?”배정우의 말에 임슬기는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에 얼어붙었다.‘무슨 말 하는 거지?’“배정우,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랑 송재현은...”“나가!”“배정우.”배정우의 칠흑
배정우의 사무실에서 허겁지겁 도망쳐 나온 임슬기는 비상계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그녀는 무기력하게 벽에 기대어 울다가 점점 벽을 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임슬기는 자신의 마음은 이제 강해졌고 이제는 아프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다.하지만 연다인과 배정우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칼에 베인 듯 아파져 왔다.임슬기는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기침이 심하게 나 힘들었지만,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다.배정우는 단 한 번도 임슬기의 설명을 듣지 않았고 단 한 번도 그녀를 믿어준 적이 없었다.그런 배정우
김현정은 즉시 임슬기의 앞을 가로막았다.“무슨 근거로 사람을 체포하려는 거예요?”“당연히 증거에 근거해서죠. 체포 영장 보셨나요? 아가씨, 비키세요. 그렇지 않으면 공무 집행 방해로 고발할 겁니다.”김현정이 더 말하려는 찰나, 임슬기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알겠어요. 같이 가시죠.”“슬기 언니! 지금, 이 몸으로 어딜 간다는 거예요?”“현정 씨, 진 변호사님한테 연락해 줘요.”임슬기는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제대로 서지도 못하며 비틀거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듯한 그녀의 모습에 경찰도 마음이 약해졌다.“
경찰은 즉시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이건 그날 오정태가 누군가와 만난 사진이에요.”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임슬기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사진을 보더니 숨을 헐떡였다.사진은 가짜였다. 증인도 분명 매수된 것이 분명했다.앞뒤로 임슬기를 공격해 그녀를 죽일 작전이었나 보다.연다인은 각종 증인까지 준비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살인 동기도 이미 만들어 놓았다.임슬기가 절망적인 미소를 내비치며 말했다.“누군가가 나를 위해 일부러 모든 것을 준비해놓은 것 같아요. 내가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을 것 같네요.”지금 이 순간
황당한 얼굴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 임슬기는 멀지 않은 곳에 익숙한 얼굴이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진승윤의 손을 밀어내고 사람들 속으로 달려가던 임슬기는 두어 걸음 가기도 전에 다리가 풀려 넘어졌다.하지만 몸의 통증도 잊은 채 허겁지겁 일어나 계속 그쪽으로 달려갔다.이때 누군가 임슬기의 팔을 잡았다.“슬기 씨, 진정해요.”임슬기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이거 놔요, 현정 씨에요! 현정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가 봐야 해요!”그러고는 진승윤의 손을 뿌리치고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비켜요! 비켜요!”
호텔.금방 씻은 황동혁은 온몸에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 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다.“아가씨, 살려주세요!”보아하니 황동혁도 임슬기를 알아본 모양이었다.옆에서 담요를 가져와 황동혁에게 던진 임슬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고개 들어.”황동혁은 순순히 고개를 들더니 온몸을 떨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아가씨, 진 변호사님, 살려주세요.”“사람을 알아는 보네? 누가 진 변호사를 들이받으라고 시켰어?”황동혁은 두려운 듯 입술을 깨물며 말하기를 망설였다.“말 안 해?”임슬기가 팔짱을 끼며 침착
‘왜 속였을까?’권민은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권민도 자기 대표님이 아직 사모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대표님, 마지막으로 사모님과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 게 언제인지 기억나세요?”“왜, 내가 시간 같이 못 보내 줬을까 봐?”배정우가 코웃음을 치더니 담배를 끄고 말했다.“2년 전에 임슬기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데? 계속 나를 속이고 배신했어, 그리고 지금까지도 뉘우치지 않아!”“대표님, 지난 2년 사이 대표님과 연다인 씨의 스캔들이 온 동네에 소문이 다 났어요. 이 세상에 어느 여자가 자
임슬기가 서류 봉투를 받으며 물었다.“이게 뭐예요?”“오정태의 부검 보고서예요.”‘부검 보고서?’눈이 휘둥그레진 임슬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승윤을 바라보았다.“시체를 도둑맞지 않았어요?”“경찰서에 보내기 전에 전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법의학자를 찾아가 부검을 했어요. 이 보고서는 그 법의학자 분이 작성한 거예요. 임슬기 씨가 무죄라는 증거이기도 하죠.”‘무죄’라는 두 글자에 임슬기는 마음속에 있던 큰 돌멩이가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오정태의 시체는 임슬기가 무죄임을 증명했지만 그녀는 오정태의 시체를 손에
차에 돌아오자마자 김현정이 임슬기의 어두운 얼굴을 보며 급히 물었다.“연다인이에요?”임슬기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장난 전화예요.”김현정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 물었다.“언니 얼굴이 이렇게 안 좋은데 분명...”임슬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며 차의 시동을 걸었다.“현정 씨, 다쳤으니까 먼저 금빛 아파트로 데려다줄게요. 냉장고에 있는 사골을 끓여서 먹어요. 난 일이 좀 있어서 일 마치고 밥 먹으러 갈게요.”“슬기 언니, 또 나를 혼자 두고 가려는 거예요?”조금 전 연다인의 말이 떠오른 임슬기는 눈이
“쓰레기 같은 자식! 넌 슬기 언니를 욕할 자격이 없어!”한마디 욕을 내뱉은 김현정은 배정우가 반응하기 전에 급히 임슬기를 데리고 도망쳤다.차에 탈 때까지 임슬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조금 전 김현정이 사람들 앞에서 배정우를 때렸다.임슬기는 김현정이 쾌활하고 대담한 성격인 걸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대담할 줄은 몰랐다.배정우가 체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데... 김현정의 이런 행동은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었다.김현정이 걱정된 임슬기는 김현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현정 씨, 당장 명인시를 떠나요. 최대
“현정 씨, 말하지 마요!”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임슬기는 김현정이 하려던 말을 막았다.배정우는 임슬기를 믿지 않을 것이다.이때 배정우가 임슬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폐암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깜짝 놀란 임슬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배정우를 바라봤다.‘정우 씨가 진짜로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나를 비웃고 있는 걸까?’“정우 씨...”“임슬기, 두 사람 연기 다 끝났어? 내가 또다시 속을 것 같아?”“배정우 씨, 내 말 모두 사실이에요. 슬기 언니는 지금 폐암 말기예요, 시간
장승태의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임슬기를 훑어보자 임슬기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장승태! 거짓말 좀 그만해!”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임슬기는 앞으로 나가 장승태의 뺨을 때렸다.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던 장승태는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얼굴을 만지며 화를 내었다.“왜? 임슬기, 지금 증인을 괴롭히는 거야? 경찰이 밖에 있어, 불러올까?”힘껏 한 대를 때린 탓에 온몸의 기운이 빠진 임슬기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장승태는 두려워하는 임슬기의 모습을 비웃으며 그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임슬기, 난 지금 네 살
“뭐라고요?”이 말을 들은 임슬기는 정신이 번쩍 들어 침대에서 일어났다.“경찰관님, 뭐라고요? 오정태의 시체가 사라졌다고요?”“네, 어제 오후 진 변호사님이 시체를 운송해 와서 법의학자가 확인 후 퇴근했는데 밤중에 시체가 도둑맞았습니다.”사실 이런 일은 임슬기에게 특별히 알릴 필요가 없었지만 시체는 임슬기가 찾아와 보관한 것이었기에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임슬기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오정태의 시체조차 지켜내지 못하다니... 그녀는 이런 자신이 정말로 쓸모없는 사람 같았다.임슬기의 흐느끼는 소리에 잠에서 깬
황당한 얼굴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 임슬기는 멀지 않은 곳에 익숙한 얼굴이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진승윤의 손을 밀어내고 사람들 속으로 달려가던 임슬기는 두어 걸음 가기도 전에 다리가 풀려 넘어졌다.하지만 몸의 통증도 잊은 채 허겁지겁 일어나 계속 그쪽으로 달려갔다.이때 누군가 임슬기의 팔을 잡았다.“슬기 씨, 진정해요.”임슬기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이거 놔요, 현정 씨에요! 현정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가 봐야 해요!”그러고는 진승윤의 손을 뿌리치고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비켜요! 비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