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소희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 침대 위에 구택은 없었고 그녀 혼자만 있었다.그녀는 침대에서 내려가 옷을 찾을 때 허벅지를 떨며 거의 똑바로 서지 못하고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녀는 마치 금방 심도 훈련에 참가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녀는 구택이 이미 간 줄 알고 문을 열고 나가자 남자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구택은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었고 평소처럼 멋지고 고급스러워 보였으며 심지어 어제보다 더 활기찼다.구택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소희는 웃으며 인사를 했다."굿모닝이네요!"그녀는 말을 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목이 좀 쉬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겸연쩍게 웃음을 거두었다.구택은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어색함을 발견하지 못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아침을 시켰으니 먼저 가서 씻어요. 이따 같이 먹어요."소희는 시간을 보니 벌써 9시가 다 되어 가자 인차 대답했다."고마워요. 하지만 지금 곧 나가봐야 할거 같아요. 유민이 과외 늦겠어요."그녀도 자신이 이렇게 깊이 잠들 줄은 몰랐다. 눈을 뜨니 오전이 벌써 반이나 지났다."그렇게 급하게 갈 필요 없어요!" 구택이 말했다."이미 유민에게 전화로 소희 씨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두 시간 뒤에 과외 시작한다고 말했어요."소희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이미 전화했어요?""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소희는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고마워요!"......아침밥은 매우 풍성했다. 소희는 봉투에 적힌 이름을 보니 이 근처의 5성급 호텔이었다.구택이 입을 열면 5성급 호텔이라도 배달을 해야 했다.구택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해삼 부레탕 한 그릇을 소희 앞으로 밀었다."이건 소희 씨 것이에요."이것은 척 봐도 몸보신하는 음식이었다. 소희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다시 그에게로 밀었다."양보할 필요 없어요. 구택 씨가 먹어야 될 거 같은데요
소율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멋쩍게 웃었다."예전에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항상 너의 할머니의 조언을 받아서 이번에도 그녀의 의견을 물어보고 싶어서 그래."유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앞으로 시집가는 것도 우리 할머니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예요?"소율은 얼굴을 붉히며 구택을 힐끗 쳐다보았다."당연하지!"유민은 한숨을 쉬었다."그럼 아줌마 망했네요. 우리 할머니는 강동 대교 아래에서 해금을 연주하는 사람을 제일 좋아하신거든요. 틀림없이 아줌마더러 그 사람한테 시집가라 할걸요.""…..."소율은 어이가 없었다.소희는 웃음을 참으며 야채를 입에 쑤셔 넣었다.구택의 눈빛에는 웃음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화가 난 척하며 입을 열었다."밥 먹을 때 말하면 못 써."모두들 안색이 각기 다른 가운데 오직 소율의 안색이 가장 흉했다.한참 침묵한 끝에 소율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그녀는 구택하고만 얘기했다."구택 씨, 내 친구가 클럽 하나 열었는데 전에 한 번 가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오늘 저녁에 같이 갈래요?"구택은 고개를 숙인 채 밥 먹으며 냉랭하게 대답했다."어젯밤에 늦게 자서 오늘은 일찍 쉬고 싶네요."소율은 그를 관심해하며 물었다."밤늦게까지 회의했나 봐요?"구택의 눈빛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아니요, 다른 일이었어요."소율은 뭔가 생각난 듯 문득 말했다."아 맞다, 어젯밤 스누커 투어 복식 경기였죠. 구택 씨 경기를 본 거였어요?"구택은 소희를 힐끗 보며 무심코 대답했다."맞아요."소율은 간절한 관심을 보였다."너무 늦게 자지 말고 건강 조심해야 돼요."식사를 마친 소희는 계속 유민에게 수업을 했다.소율은 임 씨네 부모님을 뵈러 왔다는 핑계로 왔던 데다 또 식사까지 했으니 더는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 무척 아쉬워하며 떠났다.……수업을 마치고 유민은 소희더러 자신에게 사격을 가르치라고 하며 두 사람은 정원의 잔디밭에 가서 또 잠시 놀았다.구택은 3층의 베란다에 앉아 편안하게 햇볕을 죄고 있었다. 그는 어젯밤 확
5월의 강성은 이미 더워지기 시작했다. 한 학기가 곧 끝나자 강성대의 학생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대학교 4학년 학생들은 직장을 구하느라 바빴고, 논문 심사를 준비하느라 바빴으며 작별을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소희도 시험 준비와 하반기 인턴십 때문에 바쁘기 시작했다.목요일 저녁, 소희의 반에는 모임이 있었다. 반장의 생일인데다 마침 최근의 스터디 스트레스도 좀 풀 겸 모임을 준비했다.점심에 밥 먹을 때, 성하나는 소희에게 저녁에 갈 것이냐고 물었다.그녀는 약간 흥분했다."이번에 반장이 크게 한턱 쏜 거 같아. 모임 장소가 케이슬이라니. 난 아직 가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반드시 가볼 거야."소희는 숟가락을 들고 국수에 고춧가루를 넣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안 가!""매번 반에 모임 있을 때마다 너 빠지더라. 네가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몰라.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항상 네가 도도한 척한다고 난리도 아냐." 하나는 국수를 먹으며 또렷하지 못하게 말했다."반장은 이번에 특별히 나를 찾아와서 반드시 널 데리고 가라고 부탁까지 했어!"소희는 국수를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하나는 애교를 부렸다."같이 가자, 나 혼자 가면 재미없단 말이야. 그냥 나랑 같이 가주면 안 돼? 게다가 내가 반장 앞에서 큰소리까지 쳤단 말이야."소희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먹으면서 왼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하나는 인차 알아차리며 기뻐했다."아이스크림 두 개, 알았어!"그녀는 손을 들어 소희와 하이파이브 하려 했다. 소희는 손을 벌리며 두 사람은 손뼉을 쳤다.저녁에 두 사람은 케이슬에 도착하여 예약한 룸으로 들어갔다. 소희는 반장이 그들 반 애들뿐만 아니라 다른 반 애들도 초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사람들 사이로 주경과 고석 두 사람이 같이 앉아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고석은 그녀의 얼굴을 3초 동안 주시하면서 우울한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다.주경은 한 달 넘게 집에서 쉬며 지난주에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기
그 여자는 성하나를 보며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하기라도 한 듯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렸다.옆에 그녀들을 에워싸고 있던 몇 사람은 모두 와서 싸움을 말리며 하나를 붙잡고 우는 여자를 달랬다.소희는 하나의 손을 꼭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앉아, 너무 흥분하지 말고."하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난 착하고 순진한 척하면서 말하는 여우 같은 년 딱 질색이야."우는 여자는 다른 한쪽으로 피했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를 말렸다."이문서는 원래 좀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야. 소희 너도 너무 신경 쓰지 마. 하나도 화내지 말고!"소희는 태연하게 하나더러 계속 게임하라 하며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타일렀다.모두들 분위기를 달구며 방금의 일을 중요하지 않는 작은 일이라고 여겼다.다행히 룸 안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매우 떠들썩했기에 아무도 이쪽에 일어난 일을 눈치채지 못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즐겁고 떠들썩했다.하나는 게임을 했고 소희는 옆에서 지켜보았다.그녀가 강성에 왔을 때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포악한 기운을 거두고 모든 과거를 내려놓고 생활을 즐기며 상냥하게 사람을 대하라고 계속 타일렀다.그녀는 상냥하게 사람을 대했고 만약 사람들이 그녀의 인내심에 도전하지 않으면 그녀도 결코 따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과 어울려 다니기 힘들었다.처음에 그녀도 반의 여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화제는 대부분은 메이크업, 옷, 가방, 그리고 남자였다.그녀는 이런 것들에 대해 잘 몰라서 도무지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반에서 늘 혼자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하나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두 사람 모두 단 음식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주경이 있는 그 무리의 사람들은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고석이 당첨됐다. 한 여자가 그에게 물었다."가장 좋아하는 사람은?"주경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석을 바라보았다.고석은 소희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나가 마침 몸을 비트는
구택은 그를 힐끗 보며 대답했다."감탄하긴, 너도 그럴 수 있지."장시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난 이미 나이 먹어서 젊었을 때의 그런 충동이 사라졌어. 때로는 침대에 있는 여자들을 보면 그들 모두 똑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가격은 다르지!"시원은 크게 웃었다.두 사람은 이미 멀리 갔지만 고석의 시선은 여전히 소희에게 있었다."나랑 주경이 함께 있는 거 보니 넌 어떤 느낌이야? 후회하니? 후회하면 우리,""고석!" 소희는 그의 말을 끊었다."꼭 내가 주경을 불러야 그만하겠니?"고석은 충격을 받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상처받은 듯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소희야, 너는 감정도 없니?"소희는 눈동자를 약간 움츠렸다. 상처받은 남자를 통해 그녀는 히스테리 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벽에 부딪히며 욕설을 퍼붓는 한 여자를 보았다."너 왜 이렇게 둔해? 너 내가 낳은 거 맞기나 하는 거야?""이 감정도 없는 병신아!"그때 그녀는 몇 살이었을까?세 살, 아님 네 살?소희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갑게 고석의 손을 밀치며 무뚝뚝하게 룸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밀고 들어가자 주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 속에 앉아 즉시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과 경계심이 가득했다.그녀는 갑자기 주경이 불쌍하다고 여겼다.......저녁 10시에 사람들은 조금도 떠날 생각이 없자 소희와 하나는 반장한테 인사하고 먼저 떠났다.하나는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소희는 어정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었다.한밤중에 소희는 악몽에서 깨어나며 거실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들었다.창밖이 캄캄한 것을 보자 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였다.도둑인가?이런 고급 단지에는 도둑이 있을 리가 없었다.소희는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가자 주방의 불이 켜진 채 한 사람이 냉장고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구택은 냉장고 앞에 서서 요구르트,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그녀는 처음으로 안방에 들어와 봤다. 여기는 작은방보다 훨씬 컸다. 베란다 옆에는 작은 거실이 하나 있었는데 소파 하나와 책꽂이 하나만 놓여 있었다.구택은 차를 들어 작게 한 모금 마시며 소희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오늘 케이슬에서 본 그 남자는 소희 씨한테 고백하고 있었나요?"소파가 넓어서 소희는 발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구택은 차를 입에 머금으며 잠시 생각했다."꽤 잘생겼던데, 고백받아줬어요?"소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잔잔했다."아니요."남자가 물었다. "왜요, 싫어서?"소희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고백받아주면 월세가 100만 원밖에 안 하는 이 집을 잃을까 봐 무서워서요."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워지며 유난히 듣기 좋았다.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눈빛은 약간 취한 기운이 들어있었다."그거 알아요? 소희 씨는 자신의 예쁜 얼굴로 굉장히 많은 집을 바꿀 수 있어요."소희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나는 유니크한 집만 원해요."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어떤 게 유니크한 집이죠?"소희는 눈을 깜박였다."내가 마음에 드는 집이요."구택은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다가갔고 목소리도 좀 더 낮아졌다. 그는 유혹하는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좋아요, 아니면 집이 좋아요?"소희는 잠시 멈칫하다 대답했다. "집이요.""내가 좋아요 아니면 나랑 자는 게 좋아요?"소희는 대답했다."자는 거요."구택은 얇은 입술로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은 물결처럼 반짝였다. 그녀의 이 대답에 만족한 듯 그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소희 씨가 오늘 한 대답 잘 기억해요. 만약 소희 씨는 내가 좋다고 대답했으면 이 집과 나랑 자는 기회를 다 잃었을 거예요."소희는 평온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키스했다. 은은한 술 향기가 그
그녀는 그때 간다고 한 것 같았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그녀는 반응도 많이 느려졌고 경계심도 많이 낮아졌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랬던 것일까?모임은 토요일이라 그녀는 구택한테 연락해서 하루 휴가를 내야 했다.수업이 끝난 후 소희는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리자 그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저예요, 소희!" 소희는 인차 말했다.구택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전에 소희 씨가 이 번호로 나한테 전화 한 적 있어요."소희는 멈칫했다. 청하와 함께 블루드에 갔던 그날 밤이 생각났다. 그녀는 연희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그한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남자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소희는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토요일에 내가 일이 생겨서 유민에게 과외를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그래서 구택 씨한테 하루 휴가 내려고요.""그래요, 알았어요. 내가 유민이한테 전해줄게요." 구택의 목소리는 따뜻했다."고마워요. 다음에 봬요!""그래요!"전화를 끊자 소희는 사색에 잠겼다. 그녀와 구택은 지금 무슨 관계일까?부부? 애인? 고용주와 직원?그녀는 정말 혼란스러웠다!토요일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소희는 혼자 택시를 타고 소 씨네 본가를 향했다.소 씨네 어르신, 즉 소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금 모두 건재하셨다.두 사람은 아들 셋이 있었다. 첫째 집안은 큰아들 소정필과 아내 장연경, 그리고 딸 소설아가 있었다.둘째 집안은 소정인, 아내 진원 그리고 소희와 소연 두 딸이 있었다.셋째 소정민의 아내는 하순희였고 장녀 소시연은 19살로 강성 미술 학원 3학년 학생이었고 차남 소찬호는 10살이었다.소 씨네 본가는 남성의 오래된 별장 구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줄로 늘어선 유럽식 별장은 역사의 흔적을 나타내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강성에서 비교적 오래된 귀족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비가 왔기 때문에, 택시 기사는 소희가
해덕과 노부인은 즉시 일어섰다."설아가 왔다고?"소희는 소설아의 이름을 수도 없이 들어봤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문어귀를 바라보았다. 거실로 들어서는 여자의 몸매는 늘씬했다. 그녀는 베이지색의 양복에 주홍색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정교한 이목구비에 시크한 기질을 드러내며 눈빛은 오만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소 씨 집안의 아이들은 미모가 아주 출중했다.설아는 우아하게 웃으며 인사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셋째 삼촌, 셋째 숙모, 안녕하세요!""아이고, 우리 귀염둥이가 드디어 왔구나. 나랑 너 할아버지는 아침 내내 네가 오기만 기다렸어!" 노부인은 설아를 안으며 이리저리 살폈다. 그녀의 눈빛은 매우 자상했다.셋째 부인 순희는 약간 질투한 듯 자신의 남편한테 입을 삐죽거리며 소 씨 집안 어르신들이 편심 하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소설아는 그들 소 씨네 집안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였기에!설아는 어릴 때부터 총명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모두 최고 등급의 인증을 받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세계 명문 대학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또 세계 제1그룹에 들어가 회장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반 소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줬다.그들 집안까지 나중에 큰집의 이 장녀를 아부할 지도.연경을 웃으며 말했다."설아도 아버님과 어머님 엄청 보고 싶었어요. 다만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네요.""임 씨 그룹에서 일하면 틀림없이 고생하지. 그래도 우리 설아는 너무 힘들게 일만 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해."노부인은 마음 아파하며 줄곧 눈살을 찌푸렸다."진 씨, 제비집 다 됐나? 얼른 설아한테 한 그릇 갖다 줘.""가요 지금!" 진 씨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하얀 골자기 그릇을 들고 와서 기뻐하며 말했다."설아 아가씨가 온다는 것을 알고 아침부터 푹 삶았어요."설아는 예의 바르게 그녀에게 감사를 표시했다.이쪽 소파에는 소희와 찬호가 유민이를 데리고 한창 게임을 하고 있었다.소정인은 들어왔을 때 마침 이 장면을 보며 살짝
“흥성.”흥성은 강성의 옆도시로, 관광 도시였다. 이에 임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렸다.“나도 같이 갈게요!”꽤 발랄하게 말하는 유진에 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뭘 하러 가는지도 모르면서 따라가겠다고?”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뭘 하든 상관없어요. 어쨌든 나도 갈 거니까요!”서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왜 안 돼요?”“오늘 돌아오지 못할 거야. 거기서 이틀은 머물러야 하는데, 네가 따라오면 불편해.”“그냥 여행 가는 셈 치면 되잖아요!”서인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다음 사거리에서 임씨 저택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이에 유진은 여유롭게 말했다.“그러면 집에 데려다줘요. 집에 가서 짐 챙기고 내 차로 흥성으로 갈게요. 어쩌면 거기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는데요?”“임유진.”서인은 얼굴을 굳히자,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우리 동료들은 다 놀러 갔는데, 난 너 때문에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나를 두고 혼자 나가겠다고요? 그게 맞는 거예요?”서인은 설명했다.“나는 노는 게 아니라, 일이 생겨서 가는 거야.”“몰라요. 어쨌든 따라갈 거예요. 나 어린애 아니니까 방해 안 할게요. 그냥 나 없는 셈 치면 되잖아요!”유진은 애타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사장님은 일 보러 다니고, 난 혼자 놀러 다닐게요. 절대 방해 안 할 거예요. 됐죠?”서인은 시간을 확인했는데, 더 미루면 해 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럼 말 잘 들어야 해.”서인이 신신당부했다.“약속할게요!”유진은 신나서 손까지 들며 맹세할 기세였다.서인은 고속도로에 올라탄 뒤 오현빈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를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울 거라고 했다.유진도 노정순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설명 없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고만 말했다. 노정순은 오전에 여진구가 찾아와 회사 워크숍을 언급했던 걸 기억하고, 그녀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나가는 줄 알고는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당부했다.전화를 끊
강성의 한 묘지.홍복과 표용을 비롯한 전우들의 묘가 모두 이곳으로 옮겨졌다. 전우들은 이제 백랑의 곁에서 다시 함께할 수 있었다.서인은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씩 놓았고, 임유진도 묘지 밖에서 사 온 꽃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돌계단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유진도 서인의 곁에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이야기 좀 더 해 주세요!”서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다 얘기했잖아.”유진은 묘지를 찾을 때마다 늘 삼각주에서의 과거를 이야기해 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서인이 기억하는 건 이미 다 말해 준 상태였다. 그러나 유진은 질세라 다시 말했다.“이번에 전우들 묘지가 새로 생겼잖아요. 분명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요!”“없어.”서인은 한쪽 다리를 굽힌 채 느슨하게 앉아 있었고, 말투 역시 어딘가 귀찮아 보였다.이에 유진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러면 다음에 소희한테 물어봐야겠네!”그제야 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진을 노려봤다.“진짜 듣고 싶어?”“당연하죠!”유진은 활짝 웃으며 턱을 괴고, 이야기 들을 준비를 했다. 유진은 과거가 늘 궁금했다.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맨날 말하는 내 229명의 여자친구들 얘기, 하나씩 다 해 줄까?”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고는 곧장 옆에 있던 꽃을 집어 들어 서인에게 던졌다.서인은 피식 웃으며, 거친 목소리 속에 장난기가 묻어났다.“이야기 듣고 싶다며? 229개의 이야기가 있지. 아마 내년까지도 다 못 들을걸.”“아직도 그 말을 해요?”유진은 씩씩거리며 서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서인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는 별다른 힘을 쓰지도 않았지만, 유진은 아무리 버둥거려도 밀어낼 수 없었다.마치 큰 회색 늑대 앞에 선 어린 토끼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버둥거릴 뿐이었다.잠시 후, 유진은 숨을 몰아쉬며 결국 포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임유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러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겠네요!”문신 남자는 점점 짜증이 났다.“겨우 서빙하는 주제에 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내가 맞팔 달라는 것도 네 급을 봐준 거라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사장님! 여기서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서인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은 주변 공기마저도 서늘하게 만들었다.서인의 싸늘한 눈빛이 문신 남자를 향하자, 그는 마치 얼음장 같은 시선에 찔린 듯 등골이 서늘해져,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유진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 돈을 내기 전에 제 SNS 맞팔하라고 요구했어요.”그제야 문신 남자의 일행이 이쪽 상황을 알아차리고 하나둘 일어나 힐끗거리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인상이었고, 분위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그때, 오현빈과 이문이 후원에서 걸어 나왔다.현빈은 본래 덩치가 크고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손에 주방칼까지 들고 있었다.문신 남자의 일행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슬그머니 자리에 다시 앉았다.그때, 서인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며 문신 남자를 향해 말했다.“좋아. 내꺼를 추가해요. 나랑 얘기 좀 하자고요.”문신 남자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굴이 창백해지며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결제를 마쳤다. 그러고는 재빨리 동료들을 불러 가게를 빠져나갔다.사람들이 나가자, 현빈이 비웃으며 말했다.“이런 겁쟁이 녀석들. 다음에 또 이런 쓰레기들이 나타나면 말도 필요 없어. 바로 나를 불러.”유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알겠어요!”서인은 유진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이문은 그를 따라가며 넌지시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임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 찻주전자를 훔쳐 가겠어요? 안심하세요!”서인은 유진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손님이 너 찾으러 왔으면, 할 얘기 끝났으면 나가라. 가게 바쁘다.”유진은 서인의 표정이 더 이상 좋지 않자, 정말로 화를 낼까 봐 서둘러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 내가 그냥 먼저 보낼게요!”그렇게 말한 뒤, 유진은 황급히 돌아서서 여진구를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진구가 서인의 찻주전자를 들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그거 내려놔요!”유진은 깜짝 놀라 뛰어가며 소리쳤다. 놀란 진구는 손을 헛디뎌 찻주전자를 떨어뜨릴 뻔했다.“왜 그래?”유진은 재빨리 찻주전자를 낚아채듯 빼앗았다.“이거 사장님이 2,000만 원 주고 산 거예요. 깨지면 감당할 수 있어요?”“뭐? 2,000만 원?”진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2,000만 원짜리 골동품 같지는 않은데?”유진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물었다.“선배 골동품에 대해 알아요?”“아니?”“그럼 됐죠!”유진은 찻주전자를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2,000만 원인데 한 푼도 깎지 않고 샀어요. 그만큼 애착이 있다는 거죠. 깨지면 당연히 화내겠죠!”진구는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난 잘 모르지만, 우리 작은아버지는 골동품 전문가야. 가져가서 감정받아 볼까?”그리고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오해하지 마. 혹시라도 바가지를 썼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이 찻주전자가 아무리 봐도 2,000만 원짜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찻주전자를 내려놓더니, 진구를 밖으로 밀어냈다.“무슨 바가지요? 마음에 들면 2,000만 원이든 2억이든 가치가 있는 거고, 마음에 안들면 2천원도 아까운 거죠.”“그러니까 선배도 선배 할 일 하러 가요! 내 일 방해하지 말고요!”진구는 서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마지못해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나가기 직전,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아, 연애
여진구는 바로 문을 나가려 했다. 임유진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따라붙으며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선배 지금 우리 엄마한테 말하러 가는 거예요?”진구는 붉어진 눈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건 어린애들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안 될 이유가 뭐야?”“안 돼요! 절대 가면 안 돼요!”유진은 온 힘을 다해 진구를 붙잡았다. 그러나 진구는 유진의 손목을 잡고 힘을 줘서 떼어내려 했다.“손 놔!”“안 놔요! 선배, 선배가 뭔데 내 일에 참견죠?”“너희 가족은 전부 내가 너를 회사에서 관리한다고 알고 있어. 그러니 난 너에 대한 책임이 있고!”“뭐요? 지금 미쳤어요? 선배 회사가 무슨 어린이집이에요? 선배는 그냥 내 상사죠, 내가 누구를 좋아하든 상관없잖아요!”“너 내 부서 사람이잖아. 내 책임이야!”“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요!”“넌 너무 철이 없어!”“뭐요? 철이 없다고요?”유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순식간에 진구의 팔을 붙잡고 발을 들어 그의 엉덩이를 차려 했다. 진구는 황급히 몸을 피하면서도, 유진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까 봐 신경을 썼다....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서인이 커다란 뼈다귀가 담긴 그릇을 들고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무뚝뚝했고, 목소리에도 차가움이 묻어 있었다.“비키지?”유진은 순간 당황해 손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서인은 두 사람 사이를 지나쳐 야옹이에게 가서 음식을 내려놓았다. 애옹이는 음식 냄새를 맡고 서인의 어깨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서인은 귀찮다는 듯 손을 들어 살짝 밀어냈다.서인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애옹이는 몸이 가볍고 재빠른 덕분에 부드럽게 착지했다.야옹이는 그 광경을 보고는 마치 동정을 하듯, 입에 물고 있던 뼈 하나를 작은 애옹이 쪽으로 던졌다.그리고 유진은 이 장면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서인이 애옹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이런 태도일 줄은 몰랐다.그때
가끔 서인이 몇 마디 맞장구를 쳤지만, 대부분은 임유진이 혼자 말하는 시간이었다.“옆 부서에 새로 들어온 인턴이 있는데, 자꾸 우리 사무실에 와요. 꼭 진구 선배가 있을 때 찾아와서, 다들 걔가 짝사랑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그런데 문제는 진구 선배가 그 애를 네 번이나 봤는데도 아직 이름을 기억 못 한다는 거죠.”“이번 워크숍에 그 부서도 같이 가는데, 혹시 이번 기회에 좀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죠!”“우리 동료 중 한 명이 집에서 페르시안 고양이를 키우는데, 벌써 한 살이 넘었대요. 내가 애옹이 사진 보여줬더니 완전 반하더라고요.”“나중에 둘이 고양이 맞선 한 번 보자더라고요. 물론, 이건 사장님 허락이 필요하죠!”...그렇게 신나게 이야기하던 유진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서인을 바라보았다. 이에 서인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유진은 입술을 앙다물다가, 문득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결혼하면, 매일 이렇게 같이 있는 거잖아요. 꽤 괜찮지 않아요?”서인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무심한 듯 말했다.“도대체 네 머릿속에는 맨날 무슨 생각이 돌아가는 거야?”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사장님 생각이죠!”유진은 서인의 등 뒤에서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서인의 어깨가 살짝 경직되었고, 발걸음이 반 박자 느려졌다. 그러나 서인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안으로 사라졌다.유진은 애옹이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중얼거렸다.“너 말해 봐. 저 사람,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 맞지?”“냐옹.”애옹이는 맑은 크리스탈 같은 눈동자로 유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울었다.잠시 후, 오현빈이 다가와 유진을 불렀다.“유진아, 수박 가져왔어. 먹고 가!”유진은 애옹이를 내려놓고, 마당을 정리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달콤한 수박을 먹으며 쉬던 중, 손님이 들어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어서 오세요.”그러나 바로, 유진의 표정이 굳어졌고, 눈앞에
소희는 우청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고,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이제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더 좋아질 거야!”금요일, 샤부샤부 가게아침에는 영업하지 않기 때문에, 오현빈과 직원들은 늦게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가게 청소하며 테이블을 정리하고, 식재료를 구매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그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오전 10시. 막 가게 문을 연 순간, 임유진이 커다란 상자를 안고 들어왔다.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상자 안에는 애옹이를 위한 사료, 간식, 모래 등이 잔뜩 들어 있을 게 분명했다.현빈이 의아한 듯 물었다.“오늘 평일인데, 너 출근 안 했어?”유진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반묶음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회사 단체 워크숍이 있는데 안 갔어요.”이문이 다가와 상자 안을 들여다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워크숍 좋잖아. 맛있는 것도 먹고, 놀기도 하고.”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뭐가 좋아요? 차라리 집에서 푹 쉬는 게 낫죠.”현빈은 이문과 눈을 맞추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주된 이유는 워크숍에 사장님이 없어서겠지?”“사장님이랑 무슨 상관이죠?”유진은 턱을 치켜들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아주 자연스럽게 위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사장님, 아직 안 일어났어요?”현빈과 이문을 비롯한 직원들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 서인이랑 상관없다고 하더니, 바로 그의 일정을 묻다니!유진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상자 안에서 작은 공을 꺼내 현빈에게 던졌다.“뭘 웃어요?”“아직도 웃어요?”오현빈은 재빠르게 몸을 피하며 두 손을 들었다.“알겠어, 알겠어! 내가 잘못했어!”한바탕 장난을 친 후, 유진은 후원으로 가서 애옹이를 보러 갔다.한편, 서인은 아침 운동으로 샌드백을 몇 번 친 뒤, 아래층 주방에서 야옹이의 밥그릇을 챙겼다. 그리고 후원으로 가려고 문을 열었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작은 나무집
도설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졌다.“지금 나를 일부러 모욕하는 거예요?”심명의 얼굴에서는 이미 웃음기가 사라졌다고, 차갑고 무심한 눈빛으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내가 준 거울은 가져가고, 이제 꺼져요. 그 따위로 소희에게 덤비다니, 집에 거울이 부족했나 보군.”설유는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그래서 이 모든 게 일부러였다는 거네요!”설유는 심명의 말을 곱씹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설마, 당신도 임구택을 좋아하는 거예요?”‘그래서 자신이 임구택에게 접근하는 걸 막으려고 일부러 약혼식장에서 데려왔던 거라면?’콜록! 상상을 초월하는 말에 심명은 담배 연기에 기침이 나왔다. 그러고는 차가운 시선으로 설유를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장 꺼져요.”‘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거야?’설유는 계속 차에서 내리길 거부하며 버텼다. 그러자 심명은 그대로 차 문을 열어 설유를 밀어냈다.마침 밖에 있던 남자가 설유가 다치지 않게 잡아주려 했지만, 설유는 격분하며 그를 마구 밀쳤다.“건방지게 어디 감히 날 만져?”남자는 설유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곧바로 손을 놓아버렸다.쿵! 그리고 설유는 땅바닥에 세게 내팽개쳐졌다. 그녀는 아파서 이를 악물었지만, 제대로 화를 낼 틈도 없이, 앞에서 스포츠카가 급가속하며 떠났다.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설유의 얼굴을 향해 뿜어졌다....연회장에서 소희와 우청아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희는 심명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소희야, 너 때문에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까지 들었어!]뒤에는 벽에 숨어 우는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소희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어이가 없었다.[그 여자가 나한테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어?]심명은 단호하게 답장을 보냈다.[안 돼, 네가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면 안 돼.]소희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그래서, 무슨 짓을 했어?]심명은 여전히 장난스러
소희는 임구택의 넓고 단단한 어깨에 몸을 기댔다. 소희의 섬세한 눈매에는 부드러움이 깃들었고, 손가락은 그의 어깨선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러나 그 순간, 구택의 손이 소희의 손을 단단히 붙잡아 가슴으로 끌어안았고, 따뜻하고 촉촉한 입맞춤이 소희의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도설유는 화원으로 돌아와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물었다.“아까 장시원 사장 옆에 있던 남자, 키 크고 잘생긴 사람 누구야?”설유의 질문에 몇 명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짐작했다.“장시원 사장이랑 친한 사람이라면, 임구택, 조백림, 장명원 정도인데, 누구 말하는 거야?”설유는 직감적으로 대답했다.“임구택? 임씨 그룹의 사장?”“맞아, 임구택!”도설유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그 사람, 결혼했어?”그 말을 듣자 상대방은 흥분한 듯 대답했다.“당연하지! 엄청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어. 그때 인터넷에서도 라이브로 방송됐었는데!”설유는 곧바로 호텔 복도에서 마주쳤던 여자를 떠올리고는 비웃듯이 말했다.“그 사람 와이프, 성격 엄청 안 좋아 보이던데? 그런 남자가 왜 그렇게 무서운 와이프를 골랐을까?”그때, 옆에서 부드럽고도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임구택에 대해 알고 싶으면 나한테 물어보지 그래요? 난 그의 모든 걸 알고 있는데요?”도설유가 뒤를 돌아보자, 순간적으로 눈이 커졌다. 베이지 캐주얼 슈트를 입고, 귓가에는 흑요석 귀걸이가 반짝이는 남자.그는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남이었고, 요염한 매력까지 풍기자, 설유의 눈빛이 흔들렸다.“당신 임구택 사장을 알아요?”그 남자는 능청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당연하죠!”남자는 입꼬리를 날렵하게 올리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고, 도발적인 눈길은 상대를 본능적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설유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속삭였다.“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나 나눌까요? 궁금한 거, 다 알려줄게요. 심지어 네가 임구택을 쫓아다니게 도와줄 수도 있어요.”설유는 살짝 당황한 듯 입술을 깨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