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은 장시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곧바로 확답을 주지 않고 주제를 바꿨다. “그래서 요요를 데려가게 할 거야? 너희 아버지가 방금 말했어. 벌써 여러 동화를 외웠대.”시원은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요요를 데려가세요. 제가 청아한테 말할게요.”김화연은 행복해하며 요요를 꼭 안고 말했다. “할머니랑 집에 가자, 아빠한테 인사하자!”“엄마는요?” 요요가 묻자 시원은 요요의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엄마 찾으러 갈 테니까. 요요는 먼저 할머니랑 집에 가. 저녁에 영상 통화하자.”“네!” 요요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빠, 안녕!”“안녕!”김화연은 기뻐하며 요요를 안고 밖으로 걸어갔다. “할아버지가 호주에서 코알라도 하나 여기로 보냈고, 폴란드 토끼 두 마리도 집으로 보냈대. 보고 싶지 않아?”“할머니!” 요요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엄마가 싫어요?”김화연의 얼굴에 웃음이 잠시 멈췄다. “아니야.”“엄마 좋은 사람이에요. 외할머니네가 엄마를 괴롭혀요. 할머니도 나랑 같이 엄마를 보호해 주실 수 있어요?” 요요의 목소리는 어리지만 진지했다. 그리고 김화연은 아이의 순수한 눈을 보며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 할머니도 엄마를 좋아해.”“할머니 최고예요!” 요요가 김화연의 목을 꼭 안자 김화연은 요요를 더욱 꼭 안았다. 가슴이 뭉클해지며, 시원이 아직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불렀다. “시원아!”“왜요?” 시원이 천천히 걸어오자 김화연은 시원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말에 오면 우청아도 같이 데려와.”그러자 시원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행복하게 웃었다. “좋아요!”“너무 기뻐하지 마. 너희 결혼을 승낙한 건 아니야.” 김화연은 일부러 투덜거렸다. “그냥 주말에 네가 집에 오면 청아 혼자 있기가 좀 그렇잖아.”시원은 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설명 안 해도 돼요, 알아요.”“뭘 알아?” 김화연이 조금 당황해하며 말했다. “청아나
임구택은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끝에 입을 맞추고 명우에게 더 빨리 운전하라고 재촉했다. 명우는 이 시간대의 도로 상황에서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사의 지시였기 때문에 핑계를 대지 않고, 여러 가지 운전 기술을 발휘해 차량 사이를 빠르게 질주했다.경원주택단지에 도착한 구택은 소희를 깨우지 않고 소희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소희의 몸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선물 상자를 보고, 함께 들고 건물로 들어갔다.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구택은 모든 걸림돌을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소희를 신발장 위에 앉힌 구택은 소희의 가는 허리를 움켜쥐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소희는 피곤했다. 지난 열흘간 구택만 잠 못 이룬 것이 아니라, 소희 역시 성연희와 밤새 이야기를 나눈 뒤 겨우 세 시간 자고 일찍 일어난 탓에, 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 못했다.소희는 눈을 감은 채 구택과 키스를 나누었지만, 구택을 밀어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몽롱한 상태에서 맴돌았다. 어둠 속에서 구택의 숨결은 점점 무거워졌고 많은 날을 억눌렀던 욕구가 커져가고 있었다. 체온은 점점 높아져 갔고, 구택은 셔츠의 단추를 풀며 소희가 입고 있던 외투를 벗겨냈다. 구택이 스커트를 들추는 순간, 소희는 정신을 차리고 어깨를 눌렀다. “자기야!”소희의 목소리가 부드러웠고, 구택은 숨을 멈추고 어둠 속에서 소희의 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있어, 뭐 먹을래? 내가 해줄게.”소희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말했다. “배고프지 않아, 넌 샤워해. 내가 머리 풀고 있을게.”“내가 도와줄게!” 구택이 소희를 안고 침실로 걸어갔고 소희는 구택의 가슴에 기대며 말했다. “내가 할게, 넌 물부터 틀어.”구택은 소희의 볼에 입을 맞추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작업 분담하자. 시간을 단축해야지.”소희는 구택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고 귀가 뜨거워졌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침실에 들어온 구택은 불을 켜고 소희를 내려놓았다. 구택은 소희의
소희가 구택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것 보세요. 결정권은 나한테 있거든요?”임구택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소희야, 넌 집에 가야 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뿐이야. 막 만났는데 다시 헤어져야 한다니.”구택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항상 약간의 원망이 묻어나는 듯했다. 구택의 말은 소희의 가슴에 꽂힌 소희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옷을 꺼내며 말했다.“딱 한 번이야!”구택이 궁금해하며 옷을 들어 올렸다. “이거 일회용이 아니었어? 몇 번이나 더 입고 싶은 거야?”소희는 말이 없었다. 아니 소희가 그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구택은 옷을 들고 더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다가 소희를 품에 안았다. “걱정하지 마, 네가 직접 할 필요 없어. 나는 너를 위해 기꺼이 도와줄게!”소희가 몸을 돌려 구택의 허리에 다리를 감으며 갑자기 물었다. “남자가 입을 수 있는 거 있어?”순수한 호기심에 물어본 거지만 구택은 즉시 부정했다. “없어!”“다음에 성연희한테 물어봐야겠다, 읍!”소희의 입술이 막혔고, 소희의 모든 호기심도 다시 잠재웠다.오늘 밤 임 선생님의 달콤한 말들은 마치 소희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온화함 아래 숨겨진 격렬함은 여전히 사람을 두렵게 했다.소희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구택이 몸을 숙여 소희의 의식이 흐릿해질 때 갑자기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명을 좋아한 적 있어?”“응?” 소희는 눈이 풀린 상태로 되물었다.“외국에 있던 2년 동안, 심명을 좋아한 적 있어?” 구택은 소희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묻자 소희는 떨리는 손으로 구택의 얼굴을 감싸며 눈물이 맺힌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랬어, 내 마음엔 항상 네가 있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그런데 그때, 난 네게 상처를 줬어.”“그래, 네가 나를 그렇게 아프게 했어. 하지만 난 여전히 널 사랑해!”구택은 소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소희야, 취했어?”오늘 소
소희가 마침내 조금의 정신을 찾아 임구택을 노려보며 성연희에게 물었다. “오늘 바빠?”“바쁘지 않아, 노명성 집에 있어서 꽤 한가해. 이따가 할아버지 뵈러 갈 거야? 나도 가고 싶어.” 소희는 오늘 할아버지를 뵈러 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벌써 시간이 열 시를 가리키자 소희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너희 먼저 가. 우리는 스승님 집에서 만나자!”“알겠어, 이따 봐!” 연희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끝을 맺으며 통화를 마쳤다. 임구택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소희에게 몸을 기울이더니 턱을 잡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소희가 잠시 피하며 말했다.“아직 세수도 안 했어. 게다가 우리 일어나야 해. 스승님 집에 정오 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할아버지가 꾸짖을 거야.”“괜찮아, 꾸짖는다 해도 나만 꾸짖을 거야!” 구택은 소희가 막 일어난 풀어진 모습을 좋아해 조금 더 소희와 입을 맞춘 후, 함께 일어나 샤워하러 갔다. 샤워를 마치고, 구택은 소희의 머리를 말리고 옷을 골라주자, 벌써 반 시간이 흘렀다.구택은 미리 식사를 주문해 둔 덕분에 두 사람은 간단히 식사하고 나서 도경수 선생님 집으로 차를 몰았다. 도경수 선생님의 서양식 주택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마도 강재석이 강성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선물을 들고 방문한 이들이었다. 소해덕은 왕희지 전작을 들고 입구의 경비와 실랑이를 벌였다. “내 손녀가 도 선생님의 제자, 디자이너 King이야! King 알지?”경비는 막 입구에서 막힌 다른 두 남자를 가리키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방금 그 남자가 King의 사촌이라고 했는데, 먼저 인사하는 게 어때요?”“사촌?”소해덕은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손녀는 스물 몇 살밖에 안 됐는데, 미쳤나?”“저 사람은 자기가 나이가 많다고 했어요!”소해덕은 말을 잇지 못하고 화가 난 채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화가 가라앉자 소해덕은 경비에게 소희가 진짜로 본인의 손녀임을 설명했지만, 경비는 전혀
“어?” 소희가 당황해서 고개를 들자 임구택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아침에 부모님이 전화하셔서 할아버지를 뵈러 오신다고, 우리도 같이 갈 건지 물어보셨어. 네가 아직 자고 있어서 기다릴 필요 없다고 했지.”그러자 소희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근데 왜 나를 깨우지 않은 거야? 이렇게 하면 예의가 아니잖아?”이에 구택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예의보다 네 잠이 더 중요하잖아? 어차피 가족끼리니까 그렇게 따질 것 없어. 부모님도 할아버지도 널 많이 아끼고 계시니까!”소희는 어른들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말을 돌려 물었다. “근데 당신 부모님이 할아버지께 무슨 일로 오신 거야?”“물론, 매우 중요한 일이지!”“무슨 일인데?”“우리 결혼식에 대해 논의하려고!”소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구택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설이 지나고 하면 안 될까?”“안 돼!” 구택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날씨 걱정할 필요 없어. 네가 추위를 느끼게 하지 않을 거야.”구택은 소희의 코트 위에 둘러진 스카프를 다시 정돈해주며 말했다. “전 강성 사람들에게 네가 내 아내라는 걸 알리고 싶어!”연희의 결혼식에 다녀온 후, 구택은 점점 더 조급해졌고 소희는 그 생각을 꿰뚫어 보며 투덜거렸다. “경쟁심리는 가질 필요 없어!”구택은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누구랑 경쟁심리를 가진다고 하는 거야?”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가까이 대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직원을 눈꼬리로 훑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기야, 어젯밤 즐거웠어?”구택의 눈이 어두워지며, 목소리가 깊어졌다. “음.”“내년에 결혼식을 하면,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 뭐든 입어줄게.” 소희는 고개를 들고, 눈빛은 조금 부끄러워 보였지만 맑게 구택을 바라보았다. 이에 구택은 목을 가다듬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꼭 내년이어야 해?”“봄날, 꽃이 피는 계절이 좋아서. 우리도 그 계절에 만났잖
오늘 도경수 집안은 매우 북적였다. 임구택 부모님, 성연희 부부, 강솔도 남자친구 주예형을 데리고 왔고다. 거기다가 늦게 도착한 임구택과 소희까지, 많은 사람들이 큰 홀을 가득 메웠다.소희와 구택이 도착하자마자 연희에게 농담을 들어야 했다. 강재석은 두 손을 비비며 웃으며 구경했고, 도경수는 보호하듯 말했다. “우리 소희가 올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는데, 내가 기쁘면 그만이야!”그러다가 임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젊은이들에게 고리타분하게 굴지 마시죠!”임시호는 차를 홀짝이며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처럼 통찰력 있는 스승님이 소희처럼 훌륭한 제자를 길러낼 수 있지요!”도경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누군가 질투할지도 모르니까!”강재석이 옆에서 흠칫하며 말했다. “이득 보고는 아닌 척하다니, 나한테 인색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해?”강재석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직원이 다가와 점심이 준비되었다고 말하자 다들 식당으로 향했다. 이때 주예형이 뒤에서 걸으며 강솔에게 물었다.“어제 연희 씨와 명성 씨의 결혼식이었는데,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나도 같이 갔을 텐데.”그러자 강솔은 예형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친구 결혼식에 간다고 말했잖아. 신부 들러리를 맡았다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네가 손님이 오고 바쁘다고 해서 방해하지 않았어.”예형은 미간을 좁혔다. “연희 씨와 명성 씨의 결혼식이라면 꼭 갔을 텐데!”사실 연희와 명성의 결혼식 소식은 며칠 전부터 뉴스에 보도되었었다. 하지만 예형은 너무 바빠서 강솔이 연희와 아는 사이인 것을 잊었다.예형의 말에 강솔은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예형이 결혼식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이유가 자기와 함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성씨 집안과 노씨 집안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었다니.구택은 소희를 위해 해외에서까지 돌아왔는데, 강솔의 남자친구는 같은 도시에 있으면서도 고객 때문에 자기와 함께하길 원하지 않다고 생각하자 다소 실망했다. 예형은 강솔이 기분이
임시호도 말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나?”그러자 임구택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늦지 않아요, 몇 개월 미루는 거니까요.”하지만 노정순은 조금 조급해하며 말했다. “그럼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하잖아. 강성의 겨울 풍경도 아름다워!”노정순은 설 전에 결혼식을 치르고 소희가 집에서 설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강재석은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누구 생각이야?”소희가 말하려고 했지만, 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제 생각이에요. 연말에 회사가 바빠서 결혼식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너무 급하게 진행되면 소희가 불편할까 봐요. 새해 후에는 시간적으로나 계절적으로도 좋을 거예요.”소희는 강재석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구택을 나무라지 않도록 서둘러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먼저 그렇게 제안했어요.”강재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분위기는 잠시 어두웠고 도경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방금 전에 내가 자네더러 인색하다고 해서 뭐라고 하더니 지금 하는 걸 봐. 소희가 결혼식 몇 달 미루겠다고 하니 표정이 이게 뭐요?”성연희가 강재석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할아버지, 소희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시겠어요? 소희는 설에 운성에 돌아와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거예요.”“설 전에 결혼한다면, 할아버지는 소희가 어디에 있기를 원하세요? 소희가 할아버지와 설을 보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네?”강재석은 투덜거리며 말했다. “소희는 너무 제멋대로야!”“맞아요, 정말 제멋대로인데 그건 할아버지가 그렇게 키워서 그래요!” 연희는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으니까!”강재석은 소희를 한 번 노려보고는 표정이 조금 풀렸고 임시호는 강재석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마세요, 두 사람은 이미 혼인 신고를 마쳤고, 결혼식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에요. 결국은 연말이든 연초든 크게 다를 것 없을겁니다.
진연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소희는 도경수의 제자예요!”“맞아!” 소해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우리가 그 관계를 통해 강재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진연은 희망을 갖지 않았다.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소희의 성격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요?”“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 소해덕이 눈살을 찌푸렸다가 문득 소동을 떠올렸다. “소동과 소동의 스승 여정은 관계가 어떻게 되지?”진연의 얼굴색이 더욱 어두워졌고 말을 아끼며 입을 다물었다. 소동이 이름을 알리고 나서 오만해서 여정과 사이가 나빠졌고, 결국엔 연락이 끊겼다. 여정은 아마도 소동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었기에 얼굴을 팔고 찾아가도 헛수고일 게 분명했다.소해덕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소동에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화가 나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희는 결국 그 소동 때문에 망할 거야!”그러자 진연이 변명했다. “소동이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나쁘지 않아요. 예전에는 좀 어리석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변했어요. 집에서도 매일 열심히 하고 있고요.”“그 얘긴 듣고 싶지 않아! 변했다 한들, 이미 망가진 명성은 우리 집안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 소해덕이 차갑게 말하자 진연은 소해덕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감히 하지 못하고 목소리에 불만을 담아 말했다. “소희는 소동보다 낫지요. 유명한 데다가 성씨 집안, 임씨 집안에까지 잘 보이니, 미래가 꽤 창창하죠!”“경성의 좋은 프로젝트가 망가진 것도 소희 때문이니, 소희가 보상해야죠.”소해덕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지금 바로 소희에게 전화해!”진연은 전화하기를 꺼렸고, 소정인이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제가 할게요.”소정인이 소희의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자 소해덕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경비원에게 가서 너는 King의 아버지라고 하고 King을 만나고 싶다고 해!”소정인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영접실 앞 철문으로 걸어가며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강아심은 인터넷으로 강성 군수 공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었고, 유용한 정보는 전무했다.공장 뒤의 책임자에 대한 정보는 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역시 철저히 감춰져 있군.’책임자에 대해 알 방법이 없으니, 결국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만 했다.아심은 다시 허형진 회사의 자료를 꺼내들고, 오후 내내 그의 회사 제품에 대해 숙지했다. 그저 자리에만 앉아 있는 장식품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완벽히 전문적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기본적인 질문에는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퇴근 후, 허형진이 직접 아심을 데리러 왔다. 허형진은 4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들의 모습과는 달랐다.배가 나오지도 않았고, 머리도 빠지지 않았으며, 상업적인 느끼함과 세속적인 느낌이 없었다.검은색과 회색이 조화를 이룬 스포츠웨어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그의 모습은 세련되고 단정했다.아심은 그를 보자 놀란 듯 웃으며 말했다.“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이 복장은 좀 너무 캐주얼한 거 아닌가요?”허형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맑은 눈빛으로 답했다.“이런 자리에서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잖아요. 너무 눈에 띄지 않는 게 더 낫죠. 낮추는 게 전략이예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좋은 꿀팁이네요!”허형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사장님,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제가 이렇게 아는 척하는 건, 고수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거나 다름없어요.”아심은 생각하는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저를 띄워주시면, 오늘 저한테 맡기신 일에 오히려 긴장돼서 제대로 못 할까 봐요.”허형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긴장할 사람은 저죠.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가는 이유도 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예요.”그들은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은 뒤, 함께 넘버 나인으로 향했다.넘버 나인에 도착하자, 이미 몇몇 사람들이 와 있었다.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도경수는 여전히 자신의 기쁨에 취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기대어 마치 어린 시절처럼 의지하는 도도희를 보며 순간 멍해졌다.늙은 눈동자가 붉어지더니, 그는 도도희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정하게 등을 두드렸다. 아무 말 없이도 두 사람의 마음은 혈연으로 연결된 듯 서로의 감정을 이해했다....수요일, 강아심은 한 오래된 고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요.]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사장님, 말씀하세요.”허형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사실 이번에 강성에서 아주 큰 규모의 군수 공장을 설립하려고 해요. 이 공장은 공사 협력 기업 형태로 시작되지만, 곧 국내 최대 군수 산업체가 될 예정이고요.][지금 투자 유치 단계에 들어가는데, 많은 공급업체의 참여가 필요해요.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이 딱 적합해요.]아심은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의 회사는 실력과 평판이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그러나 허형진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 실력은 믿지만, 문제는 군수 공장 뒤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다른 공급업체들도 지금 난리예요. 여기저기 이 비밀스러운 인물의 배경과 정보를 캐내고 있죠.]아심은 흥미롭게 물었다.“그럼 뭔가 알아내셨나요?”허형진은 약간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다행히 제 인간관계가 괜찮아서요, 몇 가지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저녁, 주요 군수 장비 공급업체 몇 곳이 이 인물을 모시기 위해 넘버 나인에서 저녁 자리를 마련했대요.][저도 얼굴에 철판 깔고 참석하려고 해요. 그래서 사장님께 전화 드린 거예요. 번거롭겠지만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그 말에 아심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제가요? 그분을 아는 것도 아니고, 제가 가서 도울 수 있을까요?”허형진은 급히 말했다.[사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바라는 건 사장님께서 그분의 성향을 파악해 주시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강아심 사장님은 전문가시잖아요.]그는 곧 덧붙였다.
“누가 네 아버지를 파티에 초대했는데, 굳이 재희를 데리고 간 거야. 내 생각엔 재희를 자랑하려고 데리고 간 게 분명해!”강재석은 투덜거리며 말했다.“재희는 워낙 착해서, 네 아버지 뜻에 다 맞춰주고 있잖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재희를 데리고 가서 뭘 하시려고 그러는지.”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양반 말이, 재희가 청년 인재들을 많이 알아둬야 한다더군. 이게 다 나를 약 올리려고 하는 거라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아버지,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시네.”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누그러지며 말했다.“오늘 재희 아빠를 만났어요.”강재석은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결국 만나러 갔구나.”도도희는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끄덕였다.“재희를 걱정하실까 봐, 만나서 얘기하고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그리고 오늘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이 유학 갈 때 썼던 돈이 사실 우리 아버지가 준 거였어요.”강재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그 일, 나도 알고 있었어. 그때 네 아버지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너한테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이지.”“아저씨도 알고 계셨어요?”도도희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그때 네가 재희를 낳고 나서, 네 아버지도 마음이 흔들렸었지. 너와 재희 아빠를 강하게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양반도 고집이 꽤 세잖아.”“그때 네 아버지는 그 남자가 너를 좋아하는 게 정말 진심인지 의심했어. 그래서 찾아가 돈을 주며 시험해 본 거야.”강재석은 말을 이어갔다.“네 아버지의 생각은 그랬어.”“만약 돈을 거절하고 너와 함께하는 걸 택한다면, 비록 아이가 태어난 상태라 해도 네 아버지는 너희 관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지.”“그런데 안타깝게도 돈을 받고 떠났고, 그 일로 네 아버지는 크게 실망했지.”“네가 계속 그 남자를 그리워하니 더 화가 났던 거
이도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 도도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하고 냉정했으며,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치솟았다.한때 자신만 바라보던 도도희를 결국 스스로 놓쳐버렸다는 뼈아픈 자각이 가슴을 후벼 팠다.후회와 고통이 이도하의 마음을 가득 채우며, 그는 그 시절의 선택을 다시금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도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딸을 찾았다고 들었어. 맞아?”이도하가 말을 마치자, 도도희의 표정에 경계심이 스쳤고, 이를 알아챈 그는 즉시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절대 딸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야. 솔직히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단 한 번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아.”“그러니 네 곁에서 데려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도도희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그 아이는 당신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아. 그러니 굳이 만남을 주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이도하는 순간적으로 희미한 기대를 품었지만, 도도희의 말에 완전히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말했다.“그 아이에게 내 이야기는 하지 마. 난 만날 자격조차 없으니까.”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이번에 귀국한 건 부모님을 해외로 모시러 온 거야. 아마 이번이 마지막 귀국일지도 몰라.”“그런데 떠나기 전에 네게 꼭 말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했어.”도도희는 말했다.“무슨 얘긴데?”이도하는 두 손을 맞잡고,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듯 고개를 숙였다.“도도희, 20년 전 내가 갑자기 떠난 건 네 아버지가 날 찾아왔기 때문이야.”도도희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네 아버지가 날 찾아와서, 해외로 떠나라고 돈을 줬어.”이도하는 고개를 떨구며, 미안함에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당시 나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해서 집안 형편으론 해외 유학을 갈 수 없었어.”“결국 그 돈의 유혹에 넘어갔지. 미안해. 이건 20년간 내 마음을 짓누
이도하는 말했다.[며칠 전 강성대학을 지나가다, 우리가 자주 가던 대학교 맞은편 식당이 사라졌더라고.][지금은 카페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곳이 그립더라. 내가 거기 예약했어. 기다릴게. 너 안 오면 난 안 가!”도도희는 이도하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잠시 후, 이도하는 침묵 속에서 전화를 끊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도도희는 고민 끝에 이도하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20년 전 그는 갑작스럽게 떠났고,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20년 후에 과거를 정리하는 마침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도도희가 집을 나서려 할 때, 이반스가 뒤에서 다가왔다. 그는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고, 깊은 갈색 눈동자에는 온화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도경수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정원에 개미가 이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을 가져가.”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 아버지가 재희를 위해 장난으로 하신 말이야.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개미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다니?”그러나 이반스는 고집스러웠다.“그래도 가져가.”도도희는 결국 손을 내밀어 우산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 이반스.”이반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천만에. 빨리 돌아오기나 해.”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도하는 이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보는 순간 도도희의 감정은 물밀듯이 몰려왔다.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도하는 도도희의 기억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약간 체격이 커졌고, 눈빛은 예전만큼 맑지 않았다.그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듯했으며, 얼굴에는 세월의 풍파보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여전히 점잖고 잘생긴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도도희가 알던 그 사람은 아니었다.그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물결처럼 떠올랐다.도도희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그 시절, 이도하는 자신을 사랑했었다
아심은 살짝 민망해하며 도도희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고 부드럽게 웃었다.“그냥 오해였어요.”...도도희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심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책을 한 권 꺼내 읽어 보았으나 흥미가 생기지 않아 한쪽으로 던지고, 다시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다.한참 지나 새벽이 되자, 휴대폰이 진동하며 알림이 왔다. 아심은 바로 휴대폰을 열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음악 공유를 요청하는 화면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감정이 출렁이며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노래 한 곡이 끝난 뒤, 아심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아직 화났어요?]그러자 강시언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아심은 다시 물었다.[그럼 뭘 듣고 싶은데요?][스스로 생각해 봐. 생각나면 알려줘.]아심은 휴대폰 화면을 이마에 댄 채 잠시 머물렀고,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답장은 보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토요일 아침이 되자 막 잠에서 깨어난 도도희는 도경수와 아심이 정원에서 함께 꽃나무를 손질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도경수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고, 요즘 그의 기분은 나날이 좋아져 몸 상태까지 달라 보였다. 거실에서는 강재석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에 도도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재희가 어렸을 때랑 정말 비슷하네요. 항상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죠.”강재석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이젠 도경수도 뭐만 해도 꼭 아심이를 데리고 하려고 하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때, 양재아가 계단을 내려와 밝게 인사했다.“할아버지, 도도희 이모.”재아는 정원에서 도경수와 아심이 함께 있는 모습을 힐끗 보며 약간의 어색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제가 도경수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니라는 게 확정됐으니, 이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온 강시언은 넓은 거실의 어둠과 고요 속에 발을 들였다. 거실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바닥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는 조명을 켜고 셔츠의 단추를 풀며 담배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의 라탄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의자 팔걸이에 느긋하게 걸친 채 어두운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시언의 손가락 끝에서 담배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고, 어두운 조명 속에서 남자의 차가운 분위기는 더욱 서늘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다.잠시 후, 휴대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그는 컴퓨터를 열어 화상 회의를 시작했다.시야는 온두리 지역의 몇 가지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시언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대답만 할 뿐이었다.시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는 최근 문제를 일으킨 노도 일행의 부하 몇 명을 체포했고, 은신처 하나를 철저히 파괴했다.이 정도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는데, 시언은 조금도 기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야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진언님! 혹시 또 강아심 씨와 다투신 겁니까?]시야는 설날 무렵, 자신이 시언의 연애를 방해한 일을 뒤늦게 알고는 몹시 불안해했었다.당시 아심은 남자 친구를 만난 상태였고, 그 일로 시언이 몇 날 며칠 동안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소문을 들었다.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싶었다. 그의 질문이 끝나자, 화면 속에 있던 시경과 시온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러나 시언의 얼굴은 한층 더 차갑고 어두워졌다.“다른 보고할 내용은 없나?”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시야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화상 통화로 안전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시경은 시야에게 조용히 입을 닫으라는 눈빛을 보내며 시언에게 보고했다.[요청하신 자료는 오늘 이미 전달했습니다.]시언은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시경은 이어서 말했다.[몇 가지 세부 사항은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회의는
여준석은 바로 강아심 옆에 앉았다. 그의 눈은 순수하고 꾸밈없으면서도 젊음의 활기로 빛나고 있었다.“누나, 대학은 졸업하셨어요?”아심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모습이 아직 학생 같나요?”준석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뭐랄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나는 정말 특별해 보여요!”아심의 눈은 깊고 매혹적이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심오한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많은 일을 겪은 뒤의 투명함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순수하고 온화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맑음과 매혹 사이에서 저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어요.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죠.”준석은 놀라움과 아쉬움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정말 아쉽네요.”준석은 아심이 도씨 집안에 돌아오기 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로 생각하고는 말했다.“하지만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볼 수도 있잖아요.”아심은 흥미를 느낀 듯 말했다.“사실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준석은 열정적으로 말했다.“어떤 전공을 공부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학교를 추천해 드릴게요. 저도 요즘 해외 유학을 고민하고 있어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우선 자료를 좀 찾아볼게요.”이때 도경수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느라 음식이 다 식겠네. 일단 밥부터 먹어라!”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을 듣고 시선을 두 사람에게로 돌렸다. 아심은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시언의 깊고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몇 마디 농담을 나눈 뒤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식사 후, 모두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경수는 아심이 최근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를 꺼내며 여정에게 그녀의 그림 실력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여정은 겸손한 태도로 말
잠깐 네 눈이 마주친 뒤, 아심은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성을 바꾸는 건 급하지 않아요. 관련된 서류도 많고, 회사 법인 자료나 도장 같은 것들도 처리해야 해서 조금 번거롭거든요.”도경수는 단호하게 말했다.“어차피 바꿀 거니 걱정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줄게.”강재석은 웃으며 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시언은 여전히 냉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건 아심의 일이니,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죠.”아심은 속눈썹을 살짝 떨며 정원의 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낮 동안 화려했던 목련꽃은 저무는 빛 아래서 쓸쓸해 보였다.도도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성을 바꾸지 않아도 호적은 올릴 수 있어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요. 대신 파티는 언제 열지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재석은 말했다.“파티 준비도 생각보다 많아. 초대장을 몇 장 보낼지, 누구를 초대할지도 결정해야 하고.”도경수는 금세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초대장은 내가 직접 쓰지!”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준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는데.”도도희는 달력을 살펴보며 말했다.“그러면 이달 말에 하는 게 어떨까? 그때까지 초대장을 준비해서 발송하면 되겠네.”현재는 5월 중순이었고, 말까지는 열흘 남짓 남아 있었다.도도희는 강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재희야, 네 생각은 어때?”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와 엄마께서 알아서 정해 주세요. 저는 괜찮아요.”강재석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그렇게 정하자. 성을 바꾸는 건 아심이 번거롭다고 하니, 파티 이후에 해도 늦지 않겠지.”도경수는 강재석의 의도를 눈치채고 반박하려 했으나, 아심이 말했다.“그럼 저는 강재석 할아버지 말씀을 따를게요.”도경수는 한마디 더 하려다 말을 삼키고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었다.그때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여정 씨 오셨어요!”도경수는 고개를 들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