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은 소희를 차갑게 응시했고 표정은 알 수 없는 냉정함으로 가득 찼다.“우리가 처음 어떻게 벗어났는지, 기억 안 나?” 소희가 차갑게 말을 꺼냈다. “우리의 현재는 백양들이 목숨을 바꿔준 거야. 근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좋아, 마음대로 해!”소희는 말을 마치고 곧장 걸어갔다.그러자 서인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고 다리를 들어 탁자를 향해 찼다. 50 킬로그램의 견고한 목제 탁자가 서인의 발에 의해 넘어졌고, 그 위의 컵과 접시는 모두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이문은 소리를 듣고 달려왔는데 서인은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서인의 얼굴은 창백하고 고통스러운 듯했고, 팔걸이에 손을 얹은 채 손끝에서는 연기가 나는 담배가 희미하게 타고 있었다....소희가 돌아갈 때, 차는 마치 날아갈 듯이 빠르게 달렸다. 소희는 청원으로 직행해 오동 거리 옆에 차를 세우고, 옆의 목조 의자에 길게 앉아,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이미 초겨울이었다. 눈을 돌리면, 전체 청원의 산은 황량함이 아니라 오히려 색색의 아름다움이 더해져 가히 황홀하였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단풍잎의 빨강이 섞여, 숲이 채색된 듯, 구불구불하게 이어졌다. 오직 오동 거리에서만, 바람이 조금 더 차갑게 느껴졌고, 낙엽이 화려하게 휘날리며, 찬 바람이 한 층 또 한 층을 쓸어내렸다.이때 소희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소희는 전화를 받고 보니, 할아버지가 보낸 영상 통화였다. 소희는 통화를 받고는 미소를 띠며 강재석을 불렀다. “할아버지!”강재석은 흔들의자에 앉아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소희 뒤의 풍경을 본 그는 잠시 놀랐다. “너 지금 어디니?”소희는 휴대폰을 들어 풍경을 보여주며 말했다. “청원의 산길이요.”“그곳에 살지 않는다면서 왜 거기에 갔어?” 강재석은 웃으며 묻자 소희는 평화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임구택이 오라고 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구택이 양모 한 세트를 보내왔어, 고맙
성연희의 결혼식 열흘 전, 소희와 임구택을 포함한 이들의 친구들을 넘버 나인으로 초대하여 파티를 열었다.강성에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을 초대했다.저녁때, 구택이 차를 몰고 소희를 넘버 나인으로 데리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진 후였고, 거리엔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지만 바람은 다소 쌀쌀했기에 구택은 코트를 활짝 열고 소희를 안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프라이빗 룸에 들어서자, 장시원, 장명양, 조백림, 오진수 등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노명성을 중심으로 웃으며 술을 권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방에서는 성연희, 우청아, 간미연이 요요를 달래고 있었다.임유민과 임유진도 왔었고, 방안은 사람들로 붐비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소희와 구택이 들어서자 모두가 몰려들며 백림이 웃으며 말했다.“둘 다 늦으셨네, 어떻게 벌을 줄까?”구택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벌주지, 몇 잔을 마셔야 하지? 시원아, 네가 나 대신 마셔줘!”이에 시원은 놀라며 말했다.“왜 내가 대신 벌을 받아야 하지?”구택은 느긋하게 말했다.“누가 내 은혜를 평생 기억하겠다고 했지? 어떻게 기억할 건데? 입으로 기억할 거야?”그러자 시원은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나는 소희의 은혜를 기억하는 건데!”소희는 구택의 품에 안기며 시원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의중을 전달하는 소희에 시원은 망설임 없이 뒤돌아서며 흔쾌히 물었다.“말해봐, 몇 잔이야?”소희는 남자들이 장난치는 걸 잠시 구경한 후, 연희를 찾아갔고 연희는 소희를 보고는 일어나 맞이했다.“서인도 초대했는데, 아직 안 왔네?”유진이 공을 가지고 요요랑 놀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웃음이 사라지며 고개를 들었다.“서인은 이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마 안 올 거야.”연희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나한테 오겠다고 약속했어!”연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문이 열리고, 서인이 들어섰다. 유진은 오랜만에 보는 서인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꼈고, 손에 든 공이 바닥으
성연희의 옆자리에 앉은 유정에게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왔어?”유정의 표정에는 다소 무심함이 엿보였다. “연희가 전화해서 왔죠.”조백림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아, 서로 아는 사이였구나!”유정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소희 덕분에 알게 되었지.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백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했다. “파혼이 네 아이디어였다면서, 왜 그런 거야?”유정은 입꼬리를 올리며 담백하게 웃었다. “그냥 재미없을 것 같아서.”“음?”백림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썹을 추켜세우자 유정은 계속해서 말했다. “처음에 너랑 약혼했을 때는, 사실 전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후 사랑에 대해 절망하고 있을 때였거든.”“그래서 집안에서 정한 혼담에 응했던 거지.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이건 정말 내가 원하던 게 아니야.”유정은 백림을 진심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직 사랑을 향한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거야, 하찮은 남자 때문에 서둘러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백림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랑 함께하는 사랑은 불가능할까?”유정은 눈썹을 올리며 반문했다. “당신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유정은 다소 미안한 듯 말을 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제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그래서 이제라도 파혼하려고 하는 거고.”“그게 당신한테 나쁜 영향을 끼쳤다면 사과할게.”백림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 “괜찮아, 나 같은 사람이 명예가 훼손될지 걱정할 것 같아?”유정은 와인잔을 들어 백림과 건배했다. “당신이 빨리 적합한 인물을 찾기를 바랄게. 책임은 내가 질 거고 우리 집안에도 내가 설명할 거고.”유정은 이미 가족에게 파혼을 언급했고, 유정의 부모는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조씨 집안도 소식을 듣고 백림에게 유정이 파혼을 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었다. 왜냐하면 두 집안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한편, 조백림은 연이어 두 잔의 와인을 마셨고, 장시원은 백림의 옆에 앉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유정과의 대화가 틀어졌어?”백림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아니, 그냥 기쁘기만 해.”시원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파혼하는데 기쁘다고?” “물론이지, 자유를 되찾았으니까!” 백림은 시원을 힐끗 보며 말했다. “너희들처럼 사랑 때문에 죽을 듯이 사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바람둥이로 사는 게 더 편해!”시원과 백림은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맞아, 너 같은 사람은 진짜 사랑을 해서는 안 돼.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니까!”백림은 조롱을 섞어 말했다.“너도 나랑 같은 부류였잖아. 우청아 만나고 나서 이상하게 변하더니 태세 전환이 우디르 급이야!”이에 시원은 개의치 않다는 듯 말하자 백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너 일부러 약 올리는 거지?” 시원은 고개를 들어 크게 웃었다. 직원 몇 명이 와인을 가져오며 지나갔고, 이선은 유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백림 앞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서 백림을 힐끗 바라보았다. 백림은 잠시 동안 와인 한 병을 마셨다. 백림의 술버릇은 문제가 없었지만, 위가 좀 불편했다. 그래서 시원과 다시 조금 더 이야기한 후, 백림은 밖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잠시 머문 후, 바로 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담배를 꺼내 피웠다. 담배를 절반 정도 피웠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백림 씨, 술에 취하셨어요?”백림은 시선을 돌려 여자를 바라보았다. 희미한 불빛 아래, 이선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백림을 바라보았고, 손에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있었다. “저희가 방에서 술을 마시는 걸 알고, 백림 씨의 위가 안 좋은 걸 아셔서, 따뜻한 우유를 준비했어요. 마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백림은 벽에 기대어 있으면서 평소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멋지게 보였다. “어떻게 내가 위가 안 좋
유정이 갑자기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며 이선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큰 걸음으로 이선에게 다가가며 손을 들어 강하게 한 대를 때렸다.“아야!”이선은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놀란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유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정말 뻔뻔한 사람이네. 성준을 유혹하더니 이제는 조백림까지 유혹하려고? 내 주변 남자는 다 네가 가질 생각이야?”“모든 남자를 가지려고 하는 넌 도대체 뭐야? 너희 집안은 대대로 쓰레기를 줍는 집안이니?”백림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처음에는 구경하고 있었지만, 유정의 마지막 말에 눈을 들어 유정을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지? 나를 쓰레기라고 한 거야?’이선은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저는 그저 백림 씨에게 몇 가지 사실을 알려드릴 뿐이었어요. 당신이 성준을 찾아간 거 부인할 수 있나요?”이선은 말을 마치고 백림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백림 씨, 유정 이 당신과 파혼하려는 건 성준과 다시 잘해보려고 그런 거예요!”그러자 유정은 비웃으며 대답했다.“누가 그래? 우리 잘 지내고 있어. 결혼식 청첩장, 너도 줄까?”백림은 눈살을 찌푸리며 유정을 노려보았고 이선은 계속해서 유정을 비난했다.“그럼 결혼할 남자가 있는 사람이 마음속에 성준을 품고 매일 찾아가? 당신 도대체 가면이 몇 개야?”유정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내가 언제 성준을 찾아갔다고 그래? 분명히 네가 백림을 유혹하려고 했으면서, 어딜 내게 뒤집어씌우려고 그래!”유정은 한 걸음 다가서 이선의 머리카락을 잡고는 또다시 강하게 때렸다. “네가 전에 한 짓도 아직 마무리를 못 지었는데 이제 와서는 내 약혼자를 유혹하다니, 날 도대체 뭐로 본 거야?”이선은 유정보다 키도 작고 힘도 세지 않아, 머리카락을 잡히고 여러 대를 맞으며 손도 쓰지 못했다. 그저 계속 발버둥 치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비명 소리에 많은 직원과 손님이 모여들었다. 직원 중 몇 명이 유정을 알아보고 도와주려
매니저는 조백림과 유정이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이선에게 돌아와서 독하게 노려보았다.“미쳤어, 백림 씨의 여자를 건드려?” 이선은 울먹이며 말했다.“저는 그런 게 아니에요, 정말 억울해요!”매니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진짜 억울하더라도 참아야 해. 손님과 충돌해서는 안 돼, 회사 규정을 잊었어? 지금 바로 교육 다시 받으러 가. 이달의 보너스도 다 없을 거야.”이선은 더 크게 울며 세상의 불공평함을 원망했다. 왜 유정은 그렇게 운이 좋아서 부자 집안에서 태어나고, 결혼 상대도 백림 같은 부자이고 잘생긴 남자일까?이선은 방에서 백림과 유정이 약혼을 파기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백림이 유정을 싫어하게 될 줄 알았는데, 백림은 여전히 유정을 보호했다. ...백림은 유정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가다가, 유정이 아파서 낮게 신음하는 것을 듣자 낮게 고개를 숙여 유정의 손등을 보았다. 분명히 이선과의 싸움 중에 이선이 할퀴어 낸 상처였다.이에 백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다음에 사람을 때리기 전에, 자신의 안전도 확보해!”유정은 손목을 돌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괜찮아!”백림은 유정의 머리카락이 이선에게 잡혀 헝클어진 것을 보고는, 급하게 돌아가지 않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 소독약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고 백림은 소독약으로 유정의 상처를 닦아주었다. 그러자 유정은 조금 움찔하며 말했다.“작은 상처라 굳이 그럴 필요 없어!”하지만 백림은 유정의 손목을 꽉 잡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소독은 해야 해, 광견병 같은 거 걸리면 큰일 나니까.”‘광견병?’ 유정은 백림이 이선을 ‘미친개'라고 비유한 것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백림은 유정의 웃음을 보고는, 유정의 귀밑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볼에 나타난 얕은 보조개가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말을 정말 독하게 하네.”유정은 킥킥거리며 말하자 백림은 진지하게 유정의 상처를 닦으며 말했다.“독하지 않으면 남편 자격이 없는 거지
유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당차게 말했다. “파혼 안 할래!” 이선한테 좋은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유정은 파혼하지 않기로 했다.그러자 조백림은 유정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파혼 안 할 거야?”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백림이 갑자기 몸을 숙이며 다가와 유정의 턱을 손으로 쥐었다. “유정아, 사실 나는 그렇게 착한 성격이 아니야. 마음대로 파혼하고 마음대로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이번에는 제대로 결정해. 일관성 없는 행동은 안 돼.”유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백림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조금 차갑고 무관심해 보였다. 이에 유정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고, 백림이 과거 성준과 붙었을 때 그 냉정함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유정은 본능적으로 해명했다. “파혼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이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것은 아니야. 성준을 찾아간 적도 없고, 그런 천박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그럼 파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백림이 압박하자 유정은 잠시 망설였다. ‘이선을 화나게 하려고 백림과 약혼하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백림은 유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손을 놓고 천천히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됐어, 원래 우리 둘 다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왜 너를 억지로 붙잡겠어?”“내가 알기론 이선 때문에 결혼을 철회하지 않는 거잖아. 나중에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붙잡지 않을 거야.”그러자 유정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너한테 불공평한 거 아닌가?”“괜찮아, 어차피 나는 앞으로 2년 동안은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 백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자 유정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그럼 우리 일단 이 관계를 유지하기로 해. 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언제든지 물러날게.”파혼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게 파혼 때문에 부모님이 계속 잔소리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오늘 유정과 백림은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야기했다. 언제든
소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 자리에 서서 임유진이 서인을 바라보는 슬픈 눈빛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소희는 갑자기 이해했다는 듯 놀란 눈치였다. 유진의 짝사랑 상대가 서인일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소희의 인지 범위 내에서는, 서인은 그저 유진의 사장님일 뿐이었다.“와우! 놀랍네!” 서희는 너무 놀라 웃음을 터트렸다.발코니에서,유진은 서인의 곁으로 걸어가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 “오랫동안 가게에 가지 않았는데 요즘 어때요?”이전에 서인에게 거절당한 후, 둘은 서로 낯설고 멀어져 있었다. 유진은 서인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져, 그동안 가게에 가지 않았다. 서인은 뒤돌아 유진을 바라보고,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며 담담히 말했다. “별일 없어!”유진은 손을 난간에 올리고, 순진한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최근에 잠을 못 자요? 다른 오빠들이 밤늦게까지 놀아서 그런 거면 관리 좀 해요!”“나는 잠을 잘 자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서인은 변함없는 깊은 목소리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심한 듯 말하자 유진은 손을 조금 더 꽉 쥐며 물었다. “내가 심은 장미와 난초는 모두 시들어버렸나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 전화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치워버릴까?”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눈에 거슬리면 치워주세요.”“알겠어, 이틀 안에 애들한테 맡길게.”유진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고개를 돌려 서인이 자신의 변화를 보지 못하게 했다.“별일 없으면 저 먼저 갈게요!” 서인이 말하고, 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사장님!” 유진이 갑자기 서인을 부르자 서인은 몸을 돌리지 않고,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또 뭐가 필요해?”유진은 목이 메어 말을 이었다, 가슴이 아파왔다. “저는 왜 싫어하세요?”서인의 차가운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스쳤다,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모르겠어, 아마도 나는 원래 여자를 그리 좋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강아심은 인터넷으로 강성 군수 공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었고, 유용한 정보는 전무했다.공장 뒤의 책임자에 대한 정보는 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역시 철저히 감춰져 있군.’책임자에 대해 알 방법이 없으니, 결국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만 했다.아심은 다시 허형진 회사의 자료를 꺼내들고, 오후 내내 그의 회사 제품에 대해 숙지했다. 그저 자리에만 앉아 있는 장식품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완벽히 전문적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기본적인 질문에는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퇴근 후, 허형진이 직접 아심을 데리러 왔다. 허형진은 4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들의 모습과는 달랐다.배가 나오지도 않았고, 머리도 빠지지 않았으며, 상업적인 느끼함과 세속적인 느낌이 없었다.검은색과 회색이 조화를 이룬 스포츠웨어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그의 모습은 세련되고 단정했다.아심은 그를 보자 놀란 듯 웃으며 말했다.“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이 복장은 좀 너무 캐주얼한 거 아닌가요?”허형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맑은 눈빛으로 답했다.“이런 자리에서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잖아요. 너무 눈에 띄지 않는 게 더 낫죠. 낮추는 게 전략이예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좋은 꿀팁이네요!”허형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사장님,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제가 이렇게 아는 척하는 건, 고수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거나 다름없어요.”아심은 생각하는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저를 띄워주시면, 오늘 저한테 맡기신 일에 오히려 긴장돼서 제대로 못 할까 봐요.”허형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긴장할 사람은 저죠.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가는 이유도 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예요.”그들은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은 뒤, 함께 넘버 나인으로 향했다.넘버 나인에 도착하자, 이미 몇몇 사람들이 와 있었다.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도경수는 여전히 자신의 기쁨에 취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기대어 마치 어린 시절처럼 의지하는 도도희를 보며 순간 멍해졌다.늙은 눈동자가 붉어지더니, 그는 도도희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정하게 등을 두드렸다. 아무 말 없이도 두 사람의 마음은 혈연으로 연결된 듯 서로의 감정을 이해했다....수요일, 강아심은 한 오래된 고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요.]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사장님, 말씀하세요.”허형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사실 이번에 강성에서 아주 큰 규모의 군수 공장을 설립하려고 해요. 이 공장은 공사 협력 기업 형태로 시작되지만, 곧 국내 최대 군수 산업체가 될 예정이고요.][지금 투자 유치 단계에 들어가는데, 많은 공급업체의 참여가 필요해요.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이 딱 적합해요.]아심은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의 회사는 실력과 평판이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그러나 허형진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 실력은 믿지만, 문제는 군수 공장 뒤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다른 공급업체들도 지금 난리예요. 여기저기 이 비밀스러운 인물의 배경과 정보를 캐내고 있죠.]아심은 흥미롭게 물었다.“그럼 뭔가 알아내셨나요?”허형진은 약간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다행히 제 인간관계가 괜찮아서요, 몇 가지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저녁, 주요 군수 장비 공급업체 몇 곳이 이 인물을 모시기 위해 넘버 나인에서 저녁 자리를 마련했대요.][저도 얼굴에 철판 깔고 참석하려고 해요. 그래서 사장님께 전화 드린 거예요. 번거롭겠지만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그 말에 아심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제가요? 그분을 아는 것도 아니고, 제가 가서 도울 수 있을까요?”허형진은 급히 말했다.[사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바라는 건 사장님께서 그분의 성향을 파악해 주시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강아심 사장님은 전문가시잖아요.]그는 곧 덧붙였다.
“누가 네 아버지를 파티에 초대했는데, 굳이 재희를 데리고 간 거야. 내 생각엔 재희를 자랑하려고 데리고 간 게 분명해!”강재석은 투덜거리며 말했다.“재희는 워낙 착해서, 네 아버지 뜻에 다 맞춰주고 있잖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재희를 데리고 가서 뭘 하시려고 그러는지.”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양반 말이, 재희가 청년 인재들을 많이 알아둬야 한다더군. 이게 다 나를 약 올리려고 하는 거라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아버지,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시네.”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누그러지며 말했다.“오늘 재희 아빠를 만났어요.”강재석은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결국 만나러 갔구나.”도도희는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끄덕였다.“재희를 걱정하실까 봐, 만나서 얘기하고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그리고 오늘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이 유학 갈 때 썼던 돈이 사실 우리 아버지가 준 거였어요.”강재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그 일, 나도 알고 있었어. 그때 네 아버지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너한테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이지.”“아저씨도 알고 계셨어요?”도도희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그때 네가 재희를 낳고 나서, 네 아버지도 마음이 흔들렸었지. 너와 재희 아빠를 강하게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양반도 고집이 꽤 세잖아.”“그때 네 아버지는 그 남자가 너를 좋아하는 게 정말 진심인지 의심했어. 그래서 찾아가 돈을 주며 시험해 본 거야.”강재석은 말을 이어갔다.“네 아버지의 생각은 그랬어.”“만약 돈을 거절하고 너와 함께하는 걸 택한다면, 비록 아이가 태어난 상태라 해도 네 아버지는 너희 관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지.”“그런데 안타깝게도 돈을 받고 떠났고, 그 일로 네 아버지는 크게 실망했지.”“네가 계속 그 남자를 그리워하니 더 화가 났던 거
이도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 도도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하고 냉정했으며,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치솟았다.한때 자신만 바라보던 도도희를 결국 스스로 놓쳐버렸다는 뼈아픈 자각이 가슴을 후벼 팠다.후회와 고통이 이도하의 마음을 가득 채우며, 그는 그 시절의 선택을 다시금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도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딸을 찾았다고 들었어. 맞아?”이도하가 말을 마치자, 도도희의 표정에 경계심이 스쳤고, 이를 알아챈 그는 즉시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절대 딸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야. 솔직히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단 한 번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아.”“그러니 네 곁에서 데려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도도희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그 아이는 당신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아. 그러니 굳이 만남을 주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이도하는 순간적으로 희미한 기대를 품었지만, 도도희의 말에 완전히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말했다.“그 아이에게 내 이야기는 하지 마. 난 만날 자격조차 없으니까.”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이번에 귀국한 건 부모님을 해외로 모시러 온 거야. 아마 이번이 마지막 귀국일지도 몰라.”“그런데 떠나기 전에 네게 꼭 말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했어.”도도희는 말했다.“무슨 얘긴데?”이도하는 두 손을 맞잡고,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듯 고개를 숙였다.“도도희, 20년 전 내가 갑자기 떠난 건 네 아버지가 날 찾아왔기 때문이야.”도도희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네 아버지가 날 찾아와서, 해외로 떠나라고 돈을 줬어.”이도하는 고개를 떨구며, 미안함에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당시 나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해서 집안 형편으론 해외 유학을 갈 수 없었어.”“결국 그 돈의 유혹에 넘어갔지. 미안해. 이건 20년간 내 마음을 짓누
이도하는 말했다.[며칠 전 강성대학을 지나가다, 우리가 자주 가던 대학교 맞은편 식당이 사라졌더라고.][지금은 카페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곳이 그립더라. 내가 거기 예약했어. 기다릴게. 너 안 오면 난 안 가!”도도희는 이도하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잠시 후, 이도하는 침묵 속에서 전화를 끊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도도희는 고민 끝에 이도하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20년 전 그는 갑작스럽게 떠났고,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20년 후에 과거를 정리하는 마침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도도희가 집을 나서려 할 때, 이반스가 뒤에서 다가왔다. 그는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고, 깊은 갈색 눈동자에는 온화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도경수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정원에 개미가 이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을 가져가.”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 아버지가 재희를 위해 장난으로 하신 말이야.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개미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다니?”그러나 이반스는 고집스러웠다.“그래도 가져가.”도도희는 결국 손을 내밀어 우산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 이반스.”이반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천만에. 빨리 돌아오기나 해.”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도하는 이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보는 순간 도도희의 감정은 물밀듯이 몰려왔다.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도하는 도도희의 기억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약간 체격이 커졌고, 눈빛은 예전만큼 맑지 않았다.그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듯했으며, 얼굴에는 세월의 풍파보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여전히 점잖고 잘생긴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도도희가 알던 그 사람은 아니었다.그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물결처럼 떠올랐다.도도희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그 시절, 이도하는 자신을 사랑했었다
아심은 살짝 민망해하며 도도희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고 부드럽게 웃었다.“그냥 오해였어요.”...도도희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심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책을 한 권 꺼내 읽어 보았으나 흥미가 생기지 않아 한쪽으로 던지고, 다시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다.한참 지나 새벽이 되자, 휴대폰이 진동하며 알림이 왔다. 아심은 바로 휴대폰을 열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음악 공유를 요청하는 화면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감정이 출렁이며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노래 한 곡이 끝난 뒤, 아심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아직 화났어요?]그러자 강시언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아심은 다시 물었다.[그럼 뭘 듣고 싶은데요?][스스로 생각해 봐. 생각나면 알려줘.]아심은 휴대폰 화면을 이마에 댄 채 잠시 머물렀고,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답장은 보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토요일 아침이 되자 막 잠에서 깨어난 도도희는 도경수와 아심이 정원에서 함께 꽃나무를 손질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도경수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고, 요즘 그의 기분은 나날이 좋아져 몸 상태까지 달라 보였다. 거실에서는 강재석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에 도도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재희가 어렸을 때랑 정말 비슷하네요. 항상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죠.”강재석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이젠 도경수도 뭐만 해도 꼭 아심이를 데리고 하려고 하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때, 양재아가 계단을 내려와 밝게 인사했다.“할아버지, 도도희 이모.”재아는 정원에서 도경수와 아심이 함께 있는 모습을 힐끗 보며 약간의 어색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제가 도경수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니라는 게 확정됐으니, 이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온 강시언은 넓은 거실의 어둠과 고요 속에 발을 들였다. 거실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바닥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는 조명을 켜고 셔츠의 단추를 풀며 담배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의 라탄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의자 팔걸이에 느긋하게 걸친 채 어두운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시언의 손가락 끝에서 담배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고, 어두운 조명 속에서 남자의 차가운 분위기는 더욱 서늘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다.잠시 후, 휴대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그는 컴퓨터를 열어 화상 회의를 시작했다.시야는 온두리 지역의 몇 가지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시언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대답만 할 뿐이었다.시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는 최근 문제를 일으킨 노도 일행의 부하 몇 명을 체포했고, 은신처 하나를 철저히 파괴했다.이 정도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는데, 시언은 조금도 기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야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진언님! 혹시 또 강아심 씨와 다투신 겁니까?]시야는 설날 무렵, 자신이 시언의 연애를 방해한 일을 뒤늦게 알고는 몹시 불안해했었다.당시 아심은 남자 친구를 만난 상태였고, 그 일로 시언이 몇 날 며칠 동안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소문을 들었다.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싶었다. 그의 질문이 끝나자, 화면 속에 있던 시경과 시온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러나 시언의 얼굴은 한층 더 차갑고 어두워졌다.“다른 보고할 내용은 없나?”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시야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화상 통화로 안전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시경은 시야에게 조용히 입을 닫으라는 눈빛을 보내며 시언에게 보고했다.[요청하신 자료는 오늘 이미 전달했습니다.]시언은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시경은 이어서 말했다.[몇 가지 세부 사항은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회의는
여준석은 바로 강아심 옆에 앉았다. 그의 눈은 순수하고 꾸밈없으면서도 젊음의 활기로 빛나고 있었다.“누나, 대학은 졸업하셨어요?”아심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모습이 아직 학생 같나요?”준석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뭐랄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나는 정말 특별해 보여요!”아심의 눈은 깊고 매혹적이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심오한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많은 일을 겪은 뒤의 투명함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순수하고 온화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맑음과 매혹 사이에서 저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어요.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죠.”준석은 놀라움과 아쉬움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정말 아쉽네요.”준석은 아심이 도씨 집안에 돌아오기 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로 생각하고는 말했다.“하지만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볼 수도 있잖아요.”아심은 흥미를 느낀 듯 말했다.“사실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준석은 열정적으로 말했다.“어떤 전공을 공부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학교를 추천해 드릴게요. 저도 요즘 해외 유학을 고민하고 있어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우선 자료를 좀 찾아볼게요.”이때 도경수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느라 음식이 다 식겠네. 일단 밥부터 먹어라!”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을 듣고 시선을 두 사람에게로 돌렸다. 아심은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시언의 깊고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몇 마디 농담을 나눈 뒤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식사 후, 모두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경수는 아심이 최근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를 꺼내며 여정에게 그녀의 그림 실력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여정은 겸손한 태도로 말
잠깐 네 눈이 마주친 뒤, 아심은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성을 바꾸는 건 급하지 않아요. 관련된 서류도 많고, 회사 법인 자료나 도장 같은 것들도 처리해야 해서 조금 번거롭거든요.”도경수는 단호하게 말했다.“어차피 바꿀 거니 걱정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줄게.”강재석은 웃으며 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시언은 여전히 냉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건 아심의 일이니,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죠.”아심은 속눈썹을 살짝 떨며 정원의 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낮 동안 화려했던 목련꽃은 저무는 빛 아래서 쓸쓸해 보였다.도도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성을 바꾸지 않아도 호적은 올릴 수 있어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요. 대신 파티는 언제 열지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재석은 말했다.“파티 준비도 생각보다 많아. 초대장을 몇 장 보낼지, 누구를 초대할지도 결정해야 하고.”도경수는 금세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초대장은 내가 직접 쓰지!”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준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는데.”도도희는 달력을 살펴보며 말했다.“그러면 이달 말에 하는 게 어떨까? 그때까지 초대장을 준비해서 발송하면 되겠네.”현재는 5월 중순이었고, 말까지는 열흘 남짓 남아 있었다.도도희는 강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재희야, 네 생각은 어때?”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와 엄마께서 알아서 정해 주세요. 저는 괜찮아요.”강재석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그렇게 정하자. 성을 바꾸는 건 아심이 번거롭다고 하니, 파티 이후에 해도 늦지 않겠지.”도경수는 강재석의 의도를 눈치채고 반박하려 했으나, 아심이 말했다.“그럼 저는 강재석 할아버지 말씀을 따를게요.”도경수는 한마디 더 하려다 말을 삼키고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었다.그때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여정 씨 오셨어요!”도경수는 고개를 들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