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를 받은 윤슬은 그 무게에 이마를 찌푸렸다.‘아마 10근은 넘을 거야.’육재원은 윤슬을 도와 바구니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다 네가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특별히 많이 담아줬어. 너한테 가져오라고. 외할머니 집에 자주 안 가셔서 다음엔 언제 갈지 모르잖아. 그래서 오래 먹을 수 있게 많이 가져온 거야. 아마 다음에 엄마가 외할머니 집에 갈 때까지 먹을 수 있을 거야.”이 말을 들은 윤슬은 그저 웃었다.“어머님이 나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들리잖아. 왠지 미안하네.”“뭐가 미안한데?”육재원은 과일이
윤슬은 빨간 입술을 꾹 다물며 자기 생각이 맞다고 확신했다.육재원은 윤슬의 책상에서 내려왔다.“왜겠어? 전에 부시혁 팔이 끊어졌잖아. 그것도 널 구해 주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시지만 부시혁이 너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건 알고 계시더라고. 그래서 친정에 갈 때, 특별히 찾은 음식이야. 널 구해준 부시혁을 고마워하는 것도 있고 너도 마음의 부담을 좀 덜었으면 하는 마음에 준비하신 거래.”“그렇구나.”육재원의 대답을 들은 윤슬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머님 나한테 너무
“있긴 있어.”육재원은 코끝을 슬쩍 만지며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너도 아는 사람이야. 이덕규, 고등학교 때 나랑 자주 붙어 다니던 애.”“알아. 약간 둔해 보이지만 되게 의리 있고 힘 엄청 센 사람, 맞지?”“응. 아무튼 그때 아버지한테 한번 혼나고 나서 나도 깡패짓 그만뒀어. 그리고 내 자리를 이덕규한테 넘겨줬는데, 공부하는 머리는 없지만 이쪽에 꽤 재능 있더라고. 거기다가 힘까지 세서 이덕규를 반항하는 사람은 없었어.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이덕규랑 아직 연락이 있긴 해. 엄청 큰 조직은 아니지만 하이 시에서 어느
육재원의 머리가 윙 해지면서 뒤죽박죽이 되었다.그는 자기가 지나가는 길에 이런 놀라운 소식을 들을 줄 생각 못했다.‘가짜지? 분명 가짜일 거야. 박희서가 임신했을 리가. 임신했다고 쳐. 아이 아빠는 누군데? 다른 남자, 아니면…….’이때 다른 목소리가 비서실에서 들려왔다.“정말? 박 비서가 임신했다고?”마찬가지로 경악한 말투였다.“설마. 장난이지?”또 다른 목소리가 약간 의심하는 말투로 물었다.육재원도 마침 이 말을 하고 싶었다.그래서 그는 숨을 죽이고 조심스레 비서실 문 옆에 걸어갔다. 그리고 벽에 기댄 채, 고개
“네?”김리나는 육재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화가 난 육재원이 기세등등하게 나타난 걸 보고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얼어버렸다.다른 비서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의혹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박 비서가 임신했다는 거 진짜냐고 묻고 있습니다.”육재원은 주먹을 꼭 쥐고 마음속에 충동을 간신히 참으며 이를 악물고 다시 물었다.김리나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거 말씀이세요? 진짜예요. 박 비서 확실히 임신했어요.”그러자 육재원의 동공이 다시 한번 수축했다.조금 전에 들었던 얘기지만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난 박희서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니까. 그 여자가 어떤 수작을 부려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수작 부리면서 날 위협하는 여자, 완전 극혐이니까.’육재원은 박 비서의 임신을 그녀의 계산이라고 생각했다.박 비서가 임신한 타이밍이 너무나도 미묘해서 육재원이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그리고 약을 먹었다는 사람이 어떻게 임신했는가?그래서 육재원은 자연스레 박 비서가 자신의 경계심을 낮추려고 거짓말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박 비서가 안심하고 임신 결과를 기다릴 테니까.
윤슬도 해외 연수가 자신한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그래서 그녀는 부시혁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하지만…….”윤슬은 입술을 깨물고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제가 가면 천강은 어떻게요? 누구한테 맡기죠?”이게 윤슬의 제일 큰 걱정이었다.그러자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대리인을 고용하면 되잖아. 혹은 내 부하한테 맡겨도 되고. 장용, 어때?]윤슬이 웃으며 대답했다.“내년에 장 비서를 J 시의 한 기술 회사로 보내서 대표직을 맡길 예정이잖아요. 상장회사의 대표가 될 사람한테 천강을 맡기는 거, 너무
“네.”윤슬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부시혁이 또 말했다.[두 시간이 적은 것 같지만 시험 위주로 가르치는 거니까, 괜찮을 거야. 아무래도 반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잖아. 모든 걸 다 배우기엔 시간이 부족해. 그러니까 일단 시험을 위주로 배우고 남은 건 학교에 가서 배워.]윤슬의 마음이 따뜻해졌고 표정마저 부드러워졌다.“네, 알았어요. 초보자인 저에게 있어서, 이게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네요. 고마워요, 시혁 씨.”[우리 사이에 고마워할 필요 없어. 일단 내려와. 기다리고 있을게.]“네.”윤슬은 고개를 끄덕이고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