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남자가 이런 말 할 땐,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어.’“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윤슬의 경계하는 눈빛을 보고 부시혁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러자 윤슬이 콧방귀를 뀌었다.“알면서 뭘 물어요?”“모르겠는데?”부시혁은 고개를 저으며 정말 모르겠다는 뜻을 표시했다.하지만 윤슬은 여전히 부시혁을 노려보고 있었다.“됐거든요. 모르겠다고요? 뻔히 알고 있으면서.”“그럼 말해 봐. 내가 뭘 알고 있는지.”부시혁은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그러자 윤슬은 입술을
부시혁은 순간 이마를 찌푸리고 정말 말이 안 통한다는 눈빛으로 문밖에 서 있는 장 비서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장 비서의 입꼬리가 움찔했다.‘뭐야? 왜 날 바보처럼 쳐다보는 거야? 내가 잘 못 말했나?’생각에 잠겨 있던 장 비서는 갑자기 뭔가를 발견했다.벌어진 가운 틈 사이로 드러난 부시혁의 목에 잇자국과 손톱자국이 남겨져 있었다.비록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알건 다 아는 장 비서였다.그래서 순간 표정이 어색해졌다.‘이 긁힌 상처를 보니,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었네.’그리고 부시혁이 말한 그 ‘고양이’가 누군지, 굳이 생각
윤슬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만약 이 방법이 장 비서한테 통한다면 좋겠지만, 만약 통하지 않는다면 윤슬도 그저 부씨 그룹의 비밀이라 여기고 더 이상 이 문제를 물어보지 않을 생각이었다.모든 건 장 비서의 선택에 달려있었다.윤슬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백미러의 미친 장 비서를 조용히 주시했다.부시혁과 오래 있어서 그런지 윤슬의 분위기도 점점 부시혁을 닮아가는 것 같았다.그래서 장 비서는 윤슬의 이런 태도에 살짝 압박감을 느꼈고 머리가 지끈햇다.‘역시 부부야. 둘 다 기세가 장난 아니네.’장 비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속으
장 비서는 당연히 윤슬의 안쓰러운 눈빛을 발견했다.윤슬이 부시혁을 안쓰러워한다는 건 부시혁을 사랑한다는 의미였다. 그렇지 않으면 부시혁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윤슬은 절대 개의치 않을 테니까.그래서 장 비서의 기분이 꽤 흐뭇해졌다.“네. 이 일을 들은 대표님의 반응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성을 잃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에요. 대표님께서 소성을 죽이러 갈까 봐,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장 비서는 이렇게 말하며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윤슬도 주먹을 쥐었다.“소성이 감히 이런 협박을 하는 것도 틀림없이 도와주는 사람
‘아, 네. 축하할 필요까지 없다고? 그럼 웃지나 말던가. 입꼬리가 전혀 내려가지 않네. 저 의기양양한 표정 좀 봐. 그런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웃긴다는 생각 안 드나?’물론 장 비서는 그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뿐, 입 밖으론 감히 이런 말을 하지 못했다.그는 허허 웃더니 얼른 고개를 다시 돌렸다.‘차라리 안 보는 게 낫지. 안 그럼 괜히 염장질 당할 거야.’차에서 내리고 몇 걸음 가지 않은 윤슬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걸음을 멈추고 다시 오던 길로 돌아갔다.부시혁은 윤슬이 다시 돌아오자, 시동을 걸 준비하
어제저녁 윤슬과 부시혁이 QS 빌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박 비서의 문자를 받았다.박 비서는 병원에 가서 수술받을 예정이니 보름 정도 쉴 거라고 했다.그리고 윤슬은 그때 박 비서의 휴가 신청을 허락했다.어제저녁의 일을 깜박 잊었으니, 윤슬은 살짝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이사장님, 여긴 오늘 스케줄입니다. 한번 체크해 보시고 문제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비서는 양손으로 들고 있던 서류를 윤슬에게 건네주었다.윤슬은 서류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중 두 스케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두 개, 취소해 주세요. 필요 없는 일정이
이 순간 원래 윤슬을 좋아하지 않은 류진영은 그녀를 더더욱 싫어하게 되었다.류진영은 윤슬이 일부러 뜸을 들이면서 자신을 만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시혁이를 믿고 감히 이러는 거겠지. 고작 이런 일로 깝죽거리는 여자가 우리 은미보다 어디가 났다고. 정말 시혁이의 안내가 될 그릇이 안 돼.’류진영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그냥 윤슬을 찾아 올라가려고 할 때, 리셉션이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류진영과 그의 비서를 보며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사장님께서 두 분을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쪽으로 따라
프런트 직원은 조용히 주먹을 쥐며 간신히 미소를 유지했다.“그건 아니죠. 천강이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는 건 이 건물에 정이 들어서 그런 거예요. 더구나 우리 천강과 부씨 그룹의 관계로 인테리어 하나 바꾸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죠. 그리고 다들 부씨 그룹을 봐서라도 천강을 감히 낮잡아 보는 사람은 없어요. 즉 인테리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천강 뒤엔 부씨 그룹이 있고 이사장님 뒤엔 부 대표님이 계시니까요.”“…….”류진영은 당연히 이 프런트 직원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류씨 가문이 부시혁의 미움을 사서 앞으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