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음에 왕수란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누굴 더 중시하냐고?이 대답은 너무나도 뻔했다.부시혁은 이미 그녀에게 명백히 말했었다. 왕수란 이 계모보다 윤슬이 더 중요하다고.그러기에 그녀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왕수란의 복잡한 표정을 보자 윤슬이 가볍게 웃었다."이미 답을 알고 계신 것 같네요. 그런데도 제가 감히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왕수란의 몸이 살짝 떨렸다. 화가 났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윤슬을 째려보기만 했다.윤슬은 자기의 손톱을 보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네가 날 말리니까 왕수란이 계속 널 괴롭혔잖아. 내가 안쓰러워서 도와주려 하면 넌 말리기만 하고, 그럼 왕 수란은 또 널 괴롭히고. 이런 악순환에 나도 점점 포기하고 말았어. 그러니까 네가 미안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 자신이야.""아니에요. 할머니한테도 미안해요. 할머니 마음을 몰라서 미안해요."노부인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전에 마치 꼭두각시처럼 반항할 줄도 모르고 남의 도움도 받으려 하지 않았던 널 볼 때마다 화가 났어. 지금 달라져서 참 다행이야. 기가 살았잖아. 반항할 줄도 알고. 심지어 남의 손을
"가자."부시혁이 윤슬의 팔을 당겼다."하지만……."윤슬은 그릇을 들고 망설였다.부시혁이 그녀에게 고개를 흔들자, 그녀는 마치 그의 뜻을 알기라도 한 듯 노부인에게 그릇을 넘겨주었다."할머니, 그럼 식사하세요. 필요하시면 저 부르시고요.""그래."노부인이 자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윤슬은 부시혁의 손에 끌려 다시 테이블 앞으로 돌아왔다.부시혁은 젓가락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먹어. 내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걸로 사 왔어."윤슬은 젓가락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세 사람은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시혁은 이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뻔뻔하게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자기의 품 안에 안았다. 그리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묻었다.윤슬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그를 떠밀었다."이봐요. 뭐 하시는 거예요?""가만있어. 잠시만 안고 있을게."부시혁이 팔을 더 조였다. 그러자 그녀와 그의 몸이 더 가까워지면서 틈새 하나도 없이 서로를 딱 붙어있게 되었다. 그는 마치 자기 몸 안에 윤슬을 넣어둘 기세였다.윤슬은 숨이 막혀서 등을 꼿꼿하게 세웠다."안 돼요. 빨리 놔요."부시혁이 고개를 들고 조금 억울한 눈빛으로
"머리요?"윤슬은 손을 들어 머리를 한번 만졌다. 그러자 축축한 촉감을 느끼고 부시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그녀는 손을 내리고 대답했다."방금 세수해서 젖은 거예요."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가는 길에 윤슬은 갑자기 뭔가 생각 났는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설마 또 제 방을 마련 안 한 건 아니겠죠?""필요 없어."부시혁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 방이 곧 네 방이니까, 나랑 같이 자야지.""그럴 줄 알았어요."윤슬
그리고 넓어진 공간에는 이미 새 옷장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여성 복장들이 걸려 있었다. 속옷, 정장, 예복, 잠옷, 트레이닝복 등 모든 종류의 옷들이 다 담겨 있는 듯했다.이 외에도 각종의 하이힐과 가방, 그리고 액세서리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윤슬은 정말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놀라웠다.그녀는 경직된 목을 돌리며 부시혁을 바라보았다."이게 다…… 시혁 씨가 절 위해서 준비한 거예요?""응."부시혁이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네 미래의 남편으로서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냥 대충 준비한 거라
부시혁은 이마를 찌푸리며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색어가 뭔데?""윤슬 씨가 윤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폭로되었어요."장 비서가 다급하게 대답했다."뭐?"부시혁이 등을 곧게 세우며 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폭로됐다고?""네.""어떻게? 누가 폭로한 거야?"부시혁이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다.윤슬이 윤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육씨 가문과 할머니가 폭로했을 리는 없으니 남은 건 그와 임이한뿐이었다.하지만 임이한일 가능성도 없었다. 임이한은 이런 일을 주동적으로
댓글이 사라진 걸 보자, 부시혁은 장 비서가 손 쓴 거라고 눈치챘다.그리고 라이브를 끄고 미간을 눌렀다. 하지만 마음이 전혀 놓이질 않았다.댓글을 지웠다 해도 일이 해결된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이미 모두에게 다 알려진 상황이었다.그러므로 아직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윤슬은 부시혁이 골라준 검은색 실크 슬립 스커트를 입고 안에서 나왔다.그녀가 맨발로 카펫을 밟고 있어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그녀 몸에서 풍겨온 향기 때문이 아니었다면 부시혁은 아마 그녀가 나왔는지도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