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삼성 그룹은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 고도식은 별장 단지를 개발하여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다 헛수고가 되었다. 고유나는 회사 일을 잘 몰라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시혁이가 강북에 있는 땅 아빠 준다고 했어요.”고도식은 고유나의 말에 머리가 핑 돌았다. “강북에 있는 땅으로 뭘 할 수 있는데? 황폐한 시골 땅에 별장을 지으면 누가 살까? 그때 가서 팔지 못하면 똑같이 손해 보는 거야!”‘그렇게 심각한가?’고유나는 그제야 걱정하
“빨리 왔네.” 육재원은 의자에 앉아 빙빙 돌며 말했다. 윤슬은 손에 든 서류를 한쪽에 치워두고 말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네.” 박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잠시 후, 고도식이 사무실로 들어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슬을 쳐다봤다. 윤슬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전혀 긴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 대표님, 앉으세요.”“윤 대표는 참 평온하네요!” 고도식이 윤슬을 비꼬며 칭찬하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육재원은 윤슬의 옆자리에 앉았다. 윤슬은 박희서가 가져온 차를 고도식에게 건네주며 말
“아니야.” 윤슬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말한 거야. 고도식이 20억만 주면 땅 팔 거야. 그런데 고도식이 돈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육재원이 윤슬의 주변을 한 바퀴 돌며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제야 윤슬이 사업가 다 됐네. 20억은 고도식뿐만 아니라 부시혁도 바로 못 내놓을걸?”“그러니까 내가 가져야지.” 윤슬이 웃으며 말했다그때,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윤슬은 찻잔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여보세요?”“윤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회사 엔지니어링 팀
부시혁은 윤슬의 음성 메시지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처음으로 고도식의 못된 수단에 짜증이 났다.땅을 못 사니까 이런 수단을 써서 윤슬을 억압하는 것은 비열한 짓이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부시혁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봤다. 윤슬에게 온 문자였다.[윤슬 : 저 이제 어떡해요ㅠㅠ?]문장 끝에 우는 이모티콘이 매우 귀여웠다. 부시혁은 이모티콘을 보고 왠지 모르게 윤슬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 윤슬의 표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시혁은 정신을 차리고 진지해졌다. 지금
윤슬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생각이 아니라, 친구가 생각해 낸 방법이야.”“친구?” 육재원이 윤슬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저번에 가우 회사 인수할 수 있게 아이디어 내준 친구?"“응, 그 친구.” 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육재원이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윤슬아, 솔직히 말해 봐, 그 사람 도대체 누구야? 너랑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매번 너를 도와줘?”육재원의 질문에 윤슬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눈을 살며시 감았다.그날 밤의 일은 사고였다고 해도 육재원에게 말할 수 없었다. “됐어, 무슨 질문이 그
윤슬은 국가 기관과 한 시간 만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렇게 순조롭게 이야기가 될 줄 상상도 못했다. 국가 기관 측에서 윤슬이 몇 년간 무료로 땅을 이용하게 해줘서 고마움의 뜻으로 공장을 짓는 것을 도와주고 기계도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협의를 마치고 나오자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윤슬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육재원이 그 소리를 듣고 윤슬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윤슬아, 우리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 어때?”“좋아.” 윤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자!” 육재원은 윤슬의 팔짱을 끼고 달렸다. 잠시 후,
“같이 가줘?” 육재원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윤슬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굳이?”윤슬의 미소에 육재원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됐어, 빨리 갔다 와.”윤슬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가방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윤슬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보고 세면대 앞에서 화장을 고쳤다. 그때, 뒤에 있는 화장실 칸 안에서 고유나가 나왔다. 고유나는 윤슬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웃으며 윤슬 옆에 섰다. 그리고 가방에서 파우더를 꺼내 화장을 고쳤다. “윤슬 씨, 정말 우연이네요.” 고유나가 화장을 고치며 윤슬에게 말을 걸었다. 립
윤슬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고유나 씨를 왜 여기서 찾아요? 둘이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요?”“그러니까.” 육재원이 팔짱을 끼고 윤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부시혁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랑 같이 없어.”“없어요?” 육재원이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기뻐서 웃음을 지었다. “왜요? 없어졌어요?”부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부시혁의 반응에 육재원은 더 이상 웃지 못하고 놀라며 말했다. “진짜 없어졌어요?”윤슬이 부시혁을 보며 말했다. “설마 우리가 고유나 씨를 숨겼을 것 같아서 찾아온 거예요?”“유나가 화장실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