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지?’지서현은 방문을 닫고 침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보았다. 그 위에는 콘돔과 섹시한 속옷이 있었다.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이건 분명히 자신이 주문한 게 아니었다.지서현은 아마 객실 서비스에서 실수로 잘못 보냈나 싶었다.그때, 유정우가 씻고 나오더니 침대 위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잠시 멈췄다.“서현 씨, 이게 뭡니까?”지서현은 이 물건들을 유정우 또한 주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럼 도대체 이것들은 누가 보낸 걸까?띵동!그때, 벨 소리가 또 울렸다.“제가 가서 열게요.”밖에는 지유나와 하승민
‘뭐라는 거야? 정말 못됐어!’“하 대표님,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하승민은 그녀가 등 뒤로 숨긴 작은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입고 나와 봐.”지서현은 숨을 들이켰다. 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야한 속옷을 본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걸 그녀한테 입어보라고 하다니.화가 난 지서현은 속옷을 그의 잘생기고 얄미운 얼굴에 던졌다.“싫어요!”하승민은 피하지 않았고 속옷은 그의 얼굴에서 떨어져 카펫 위로 툭 떨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조막만 한 얼굴을 감싸 쥐었다.“정우한테는 보여 줄 수 있으면서 나한테는 안 된다는
‘날 괴롭히는 게 그렇게 즐거운가?’...하승민은 검은색 실크 잠옷을 입고 발코니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길고 가는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었다.담배 연기 때문에 그의 표정을 읽을 순 없었지만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는 것만은 어렴풋이 보였다.그는 담배를 급하게 피우고 있었다. 담뱃재와 함께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이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렸다.그는 자신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바다 전망 특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모두 그가 리조트 매니저에게 일부러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이었다.그는 지서현과
‘싸우자고?’하승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와 유정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지유나는 놀랐다. 유정우가 지서현 때문에 하승민과 싸우려고 하다니.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지유나는 바로 지서현을 비난했다.“서현아, 이제 만족해? 남자를 꾀어서 싸움까지 붙이고. 정말 대단한 수법이네!”“유나야, 그만해!”유정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때 지서현이 유정우의 팔을 잡았다.“정우 씨, 그만 해요. 괜히 저 때문에 분위기 망치지 마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유정우는 지서현을 보며 말했다.
하승민은 정말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지서현을 몰아붙였다. 도가 지나쳤다.지서현은 마음이 씁쓸했다.“알아요, 하 대표님이 절 싫어하는 거.”유정우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서현 씨, 여기서 기다려요. 차 가지고 올게요.”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유정우는 자리를 떠났고 지서현은 혼자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때 누군가 그녀의 뒤에 나타났다.하승민이었다.그도 내려왔던 것이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그는 고급스럽고 차가운 분위기였다.그는 지서현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발끝만
유정우였다.차를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지서현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그는 바로 달려와 그녀를 감싼 것이었다.칼은 그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지서현은 숨을 들이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정우 씨!”하승민은 지서현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래서 유정우가 칼에 찔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옆에 있던 깡패들을 발로 차 넘어뜨리고 지서현에게 달려갔다.그때 조현우가 많은 경호원을 이끌고 들이닥쳐 그들을 둘러쌌다.윤재호와 그의 부하들은 수적으로 불리해 곧바로 제압당했다.바로 그때 지유나
하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지서현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지유나를 바라보며 물었다.“유나야, 이 사진 네가 윤재호한테 준 거야?”지유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왜 유정우가 지서현 대신 칼에 찔린 거야? 왜 죽은 사람은 지서현이 아니냐고!’설상가상으로 사진까지 발견되다니 지유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하승민은 지서현이 들고 있던 사진을 받아 들었다. 잠시 후, 그는 지유나를 바라보았다.그의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지유나의 얼굴에 꽂혔다.지유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황급히 부정했다.“무슨 사진? 뭔 소
분위기는 무겁고 차가웠다.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왔다.지서현은 재빨리 의사에게 다가갔다.“선생님, 유정 씨는 어떻게 됐나요?”“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48시간 안에 깨어날 겁니다.”지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정우의 상처를 보니 칼이 급소를 피해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유정우가 자신 때문에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유정우는 병실로 옮겨졌고 지서현은 그를 따라 VIP 병실로 들어갔다.병실 문이 닫힌 뒤로 그녀는 하승민과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
이혼 후, 지서현은 하승민 앞에서 새끼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작은 발톱을 내밀어 그의 심장을 살짝살짝 긁어댔다.아프진 않지만 은근히 거슬렸다.지서현은 그의 품에 부딪히자 곧바로 그에게서 풍기는 깨끗하고 청량한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그녀는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놔요!”하승민은 손을 뻗어 지서현을 침대로 밀쳤다. 지서현의 가녀린 등은 부드러운 침대 시트에 닿았고 막 일어나려는 순간 다시 그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하승민은 한쪽 무릎을 침대에 꿇고 양손을 그녀의 옆에 짚은 채, 장난스럽고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하지만 그녀는 지서현이 아니었다.지유나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오늘 지서현은 자신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하승민을 불러 자신에게 치명타를 날렸다.예전에는 지서현을 우습게 봤는데 이젠 지서현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게 됐다.지서현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지유나는 휴대폰을 꺼내 할머니 박경애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서현이 기숙사로 돌아오니 엄수아도 돌아와 있었다.지서현이 물었다.“수아야, 진세윤 따라잡았어?”엄수아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못 잡았어. 진세윤은 나한테 눈길도 안 주더라.”지서현은 웃었다.“진세윤,
지유나는 고개를 들었다. 잘생기고 고귀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승민이었다.그녀는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하승민이 왜 여기에?’“승... 승민 오빠, 어떻게 왔어?”하승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지유나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서현이 미소 지었다.“유나야. 내가 하 대표님께 전화했어.”뭐라고?지유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서현이 미리 하승민에게 전화해서 불러올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지서현은 지유나 앞으로 다가갔다. 맑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입술을 말아 올렸다.“오늘 네가 하은
진세윤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서 가버렸다.조군익은 어이가 없었다. 진세윤이 감히 자신을 무시하다니.엄수아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군익아, 네가 뭔데 농구 시합을 하자 마라 해? 진세윤,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너까지. 잠깐만!”엄수아는 다시 진세윤에게 달려갔다.조군익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농구공을 집어 들어 진세윤의 등을 향해 던졌다.“진세윤, 조심해!”엄수아가 소리쳤다. 농구공은 빠르게 진세윤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라면 등에 맞을 것 같았다. 그때 진세윤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날아오는 공을 잡았다. 진세윤
손목을 잡힌 엄수아는 어리둥절했다.“무슨 뜻이냐니, 무슨 말이야?”조군익은 진세윤을 보고 다시 엄수아를 쳐다보았다.“너, 얘랑 무슨 사이야?”엄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조군익의 손을 탁 쳐냈다.“군익아, 우리 이미 파혼했잖아.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네 여자친구는 하은지야!”하은지가 달려왔다. 엄수아가 진세윤을 쫓아가자 놀랍게도 조군익이 따라간 것이다. 그것도 그가 먼저 엄수아를 쫓아서. 조군익이 엄수아를 쫓아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은지는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엄수아는 사실 아주 예뻤다. 명문가에서 애지중지 키워 온 덕분에 고상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점을 지우자 오른쪽 눈 밑에는 작고 예쁜 눈물점까지 있어서 완전 미인이었다.대박.사람들은 놀라 숨을 죽였다. 못생긴 여자애가 순식간에 절세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가장 놀란 사람은 지유나와 하은지였다.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엄수아를 쳐다보았다.‘점이 정말 사라졌다고? 말도 안 돼!’지서현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 “됐다.”그녀는 작은 거울을 꺼내 엄수아에게 건넸다.“수아야, 다시 한번 네 얼굴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