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0화

작가: 빛나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1 16:38:14
하나는 강서연의 출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김성주의 병세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빠, 어때요?”

강서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윤정재가 수심에 찬 얼굴로 고개를 내젓자 최연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 보도록 할게.”

윤정재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런 병은 짧은 시간 내에 치료할 수 없어. 그리고 약물 치료만 하는 것도 부족해. 다른 재활 훈련도 병행해야 해.”

“네.”

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장인어른.”

윤문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어릴 적에 성주가 말에서 떨어졌을 때 네 엄마가 날 찾아왔었어. 그때는 우리 아버지가 성주 병을 봐줬었거든. 우리 할아버지도 함께 도왔지만 치료하지는 못했고 그저 성주의 증상이 더 악화하지 않게만 할 뿐이었어. 정상인으로 회복하는 건 아마 매우 어려울 거야.”

“악화하지 않는 것만 해도 아주 다행인 거야.”

윤정재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뇌를 다친 건 의학계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야.”

최연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속상하긴 했지만 다른 면으로 생각해 보면 삼촌이 김씨 가문에서 태어난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가 평생 누린 부귀영화는 일반인은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김성주가 아무리 지적장애를 가졌다고 해도 풍요롭게, 그리고 무사하게 평생 살 수 있다.

“장인어른, 장모님, 이번에는 맨체스터에 오래 머무르세요.”

최연준이 가볍게 웃었다.

“옆에 작은 별장이 있는데 처남이 왔을 때 거기서 지냈어요. 두 분 서연이와 함께 지내고 싶으시면 도우미더러 청소 좀 하라고 할게요.”

“그럴 필요 없어.”

윤문희가 자애로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린 호텔에 묵으면 돼.”

“뭐?”

유정재가 바로 두 눈을 부릅떴다.

“서연이 출산 때문에 온 거 아니었어? 호텔에 왜 묵어? 딸 집에 왔는데 당연히 딸과 함께 지내야지.”

“함께 지내긴 뭘 함께 지내요?”

윤문희가 그에게 눈치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1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 강서연은 최연준의 품에 살포시 기댔다. 그의 냄새만 맡으면 마음이 저도 모르게 안정되었고 의지하고 싶어졌다.그날 밤 강서연은 아주 꿀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 눈을 떠보니 최연준이 옆에 없었다.그런데 아래층에서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강서연은 불룩 나온 배를 이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최연준이 한창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는데 몇몇 집사들은 그저 옆에서 제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주방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 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여보, 깼어?”최연준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강서연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강서연은 문득 그들이 강주에 있을 때 어느 하루 생리통이 너무 심하여 휴가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최연준이 밥을 차려주겠다며 자발적으로 나섰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 결과... 주방은 아수라장이 돼버렸고 열심히 차렸다는 아침도 검게 탄 계란후라이와 우유를 잔뜩 부은 시리얼뿐이었다.강서연은 옅은 미소와 함께 주방으로 걸어갔다.그나마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주방이 난잡하긴 했지만 그래도 요리 솜씨는 눈에 띄게 향상했다.최연준은 그녀에게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아침상을 준비했다. 빨간색의 토마토, 노란색의 옥수수, 초록색의 상추, 보라색의 자색고구마 빵이었다.강서연은 최연준을 끌어안고 영어로 칭찬했다.“우리 남편 최고!”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집사들은 서로 쳐다보며 웃더니 준비한 아침을 식탁에 가져다 놓았다. 전쟁터가 돼버린 주방을 청소하는 건 그들의 몫이었다.최연준은 호박죽을 한 그릇 떠서 강서연에게 천천히 떠먹여 주었다.“여보.”강서연이 입을 닦고 말했다.“오늘 주말인데 다른 스케줄 있어요?”“밖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싶어?”“네... 엄마 아빠 뵈러 가려고요.”최연준은 웃으며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윤정재와 윤문희는 김중 그룹 산하의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석진과 이웃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마 서지현도 만났을 것이다.강서연은 자색고구마 빵을 먹으며 생각에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2화

    서지현이 경찰서에 앉아있었다.협소하고 숨 막히는 방에 CCTV가 가득했다. 서지현은 CCTV 뒤에 수많은 눈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앞에 앉아있는 두 경찰은 얼음장같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서지현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지만 자신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겁에 질리면 더욱 희망이 없으니까.“써니?”한 백인 경찰이 벌써 이 질문만 몇 번이나 던졌는지 모른다.“성이 뭐야?”서지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우리 말 못 알아들어?”다른 한 경찰의 눈빛이 날카롭기에 그지없었다.“번역이라도 찾아줄까?”서지현의 허리는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나 무서운지 속눈썹마저 파르르 떨렸다.경찰은 형식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던졌다.“영국에는 어떻게 왔어?”“평소 수입은 어디서 난 거지?”“남부 길거리에 총격 사건이 몇 건 있었는데 사건 발생 시간에 어디 있었어?”“체포될 때 김중 호텔이 있던데 거긴 어떻게 들어갔어?”서지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두 손으로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사실 그녀는 가장 나쁜 결과까지 진작 생각했었다. 영국에서 추방된다면 다른 곳에서 살면 된다. 어차피 어딜 가든 다 불법체류자니까.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며 길거리의 쥐처럼 숨어다니면서 평생 노숙자로 사는 삶 따위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걱정되는 건 아저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경찰이 김중 호텔 얘기를 꺼냈다. 서지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저씨가 그녀를 호텔에 묵게 했다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서지현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그녀는 그리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떤 나머지 손과 발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서지현이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아저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무슨 말은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은 하지 말아야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3화

    윌이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추방될 때까지 못 만날 겁니다.”그러자 나석진이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왜요?”“규정에 따라 불법체류자는 심문을 받고 절차를 거친 후에 담당자가 국경선까지 압송하는데 국경을 나가는 걸 직접 확인까지 하거든요. 그리고 이 과정이 아주 엄격해서 만날 방법이 없어요.”나석진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윌이 그를 보며 말했다.“석진 씨, 심문 시간은 일반적으로 5일을 초과하지 않아요... 마지막 날에 경찰서 문 앞에서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나석진은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말을 마친 윌은 별장을 나섰다.강서연과 최연준은 나석진의 양옆에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이 입을 열려던 그때 나석진이 갑자기 또 벌떡 일어난 바람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나석진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밖으로 뛰쳐나갔다.“어휴...”강서연이 나석진을 부르려 하자 최연준이 말렸다.“그냥 가게 내버려둬.”“오빠가 어디 가는지 알아요?”“당연히 경찰서로 가겠지.”최연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예전에 강서연이 회사 기밀을 누출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최연준은 영국에 있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최연준도 미친 듯이 강주로 날아와 경찰서에서 그녀를 기다렸었기에 지금 나석진의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서연아.”최연준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야.”강서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배가 불편해지더니 뭔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연신 심호흡하자 코끝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진통이 점점 명확해졌다.“여보, 왜 그래?”최연준이 바짝 긴장했다.“나...”강서연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진통이 시작된 것 같아요...”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래에서 뭔가가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최연준은 재빨리 그녀를 안고 운전기사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했다.병원에 도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4화

    의사는 강서연 모자가 무사하도록 책임질 테니까 최연준더러 뒤로 조금 물러나라고 했다.최연준은 분만실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안절부절못했다.강서연은 그가 걱정할까 봐 입술을 꽉 깨물고 최대한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힘을 주었다.무통 주사의 약효가 퍼진 건지, 아니면 진통에 적응된 건지 강서연은 아까처럼 그리 아프지 않았다.“잘하고 있어요, 사모님...”조산사가 옆에서 도와주었다.“지금 심호흡하고 힘주세요!”“계속 힘주세요!”“사모님, 아이의 머리가 보여요.”최연준은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쿵쾅거렸다.“잘하고 있어요, 사모님. 계속 이렇게 힘주세요.”“조금만 더 버텨요. 곧 나옵니다.”강서연은 온몸이 마비되었고 누군가 자신의 몸을 두 쪽으로 마구 찢어놓는 것만 같았다. 이젠 힘을 주는 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녀도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응애응애.”우렁찬 울음소리가 분만실에 울려 퍼졌다. 힘들었던 전투가 드디어 끝이 났다.강서연은 거의 탈진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분만실 침대에 기댔다.최연준은 가슴이 벅차올라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굳은 채로 서 있었다.“축하드립니다, 도련님.”의사가 아이를 안고 그에게 보여주었다.“남자아이이고 몸무게는 8.8파운드예요.”최연준이 화들짝 놀랐다. 8.8파운드면 거의 4㎏에 가깝다. 어쩐지 울음소리가 아주 힘이 넘치더라니 통통한 남자아이라서 그런 거였구나.의사는 아이를 강서연에게도 보여준 후 목욕하러 데려갔다.조산사는 강서연에게 마지막 뒷정리를 해주었고 최연준은 조각상처럼 옆에 멍하니 서 있었다.아들이 생긴 그 벅찬 기분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흥분 다음에 밀려온 건 속상함이었다.통통한 아들을 낳느라고 강서연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예전에 누군가에게서 여자는 목숨 걸고 아이를 낳는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조금 전 강서연이 분만실에서 겪은 과정을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5화

    우는 것보다도 더 구차한 그의 웃음에 강서연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왜냐하면...”최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아파하니까 나도 아파.”강서연은 웃으며 두 글자를 내뱉었다.“바보.”최연준은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던 다른 가족들은 속이 다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윤정재는 분만실 문턱에 조그마한 틈이라도 있을까 하여 문 앞에 엎드리고 안을 들여다보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윤문희도 안절부절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분만의 고통을 그녀도 경험했었다. 지금 딸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으니 한시도 시름을 놓을 수가 없었다. 윤문희는 자신의 모든 것으로 두 모자의 건강을 기꺼이 바꾸겠다고 묵묵히 기도했다.김자옥도 조마조마한 마음에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이쪽을 신경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영상 통화도 켜고 있었는데 휴대 전화 너머로 최문혁과 은미연, 그리고 최연희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이들이 감전된 것처럼 벌떡 일어나 분만실 문 앞을 둘러쌌다.잠시 후 간호사가 목욕을 마친 아이를 안고 나와 기쁜 소식을 알렸다. 그 순간 복도 전체가 떠들썩해졌다.그들은 저마다 아이를 안고 싶었지만 감히 안질 못했다. 그 모습에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아이 아빠가 아직 분만실에 있어요. 산모님의 몸이 아직 약해서 안는 건 무리고 이따가 아이 아빠가 나오면 먼저 안게 하는 건 어떨까요?”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동의했다.“네네, 아이 아빠가 먼저 안게 해요.”그때 의사 몇 명이 강서연을 VIP 병실로 옮겼고 최연준도 따라나섰다. 가족들이 병실에 모여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연준아, 얼른.”김자옥이 환하게 웃었다.“얼른 와서 아들 안아야지.”최연준은 허리를 곧게 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들이 태어나서 한번 힐끗 본 후에 간호사가 목욕시키러 데려갔다. 이젠 몸도 깨끗해졌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6화

    “맞아요!”간호사도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갓난아이는 다 이래요. 머리 부분이 뾰족한 건 산도에서 나올 때 짓눌려서 그런 거니까 곧 회복될 거예요. 그리고 다른 부분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세요? 전 엄청 예쁜데요? 조산사로 수년간 일했지만 이렇게 예쁜 아이는 정말 드물어요.”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 마주 보며 웃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한 번 더 보니 아까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았다.아이는 두 눈을 꼭 감고 손가락을 빨고 있었는데 통통한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아주 귀여웠다.“이 아이 양미간이 넓어서 딱 봐도 부귀하고 복이 많은 상이야.”윤정재의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최 서방, 서연아, 아이의 이름은 지었어?”두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 이 문제에 대해 정말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서연아.”윤문희가 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이름을 짓는 건 집안 어르신의 의견을 묻는 게 어떨까? 그러니까 내 말은 먼저 최 서방 할아버지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네...”“묻긴 뭘 물어.”김자옥이 손을 내저었다.“아이는 우리 서연이가 힘들게 고생하면서 낳은 건데 엄마가 돼서 아이 이름 하나 짓지 못해?”“자옥아!”윤문희가 눈살을 찌푸렸다.“걱정하지 마. 서연이는 우리 집에서 그런 규정 지키지 않아도 돼.”김자옥이 절친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이름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윤씨 성을 따른다고 해도 난 불만 없어. 하하... 그렇지, 아들?”최연준은 이 상황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을 그도 동의했다. 강서연이 목숨 걸고 낳은 아이기에 무슨 이름을 짓든 다 괜찮았다.“하지만...”속이 깊은 강서연은 고개를 들고 최연준을 쳐다보았다.“연준 씨, 할아버지께 이름을 부탁해요.”“뭐?”“이 아이는 당신 아들이잖아요. 최씨 가문의 규정에 따라야죠.”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당신 집안에 족보가 있는 거 알아요. 당신 세대는 ‘연’ 자 돌림이고 다음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7화

    강서연은 아직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유가 나오질 않아서 너무도 힘들었다.의사는 아이를 강서연에게 안겨주었다. 아이가 젖을 빠는 건 본능이라면서 빨다 보면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러 번이나 시도해 봤지만 모유는 여전히 나오질 않았다.갓난아이는 힘이 너무 약했다. 모유가 나오질 않자 응애응애 울기 시작했고 강서연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아니면...”최연준이 입술을 적셨다.“내가 우리 아들 좀 도와줄까?”“뭐라고요?”강서연이 순간 멈칫했다.병실에 그들 세 식구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최연준은 아들을 아기 침대에 눕힌 후 강서연 앞에 앉아 옷을 벗겼다. 그러자 강서연이 소스라치게 놀랐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우리 아들은 힘이 약하지만 난 힘이 세.”“연준 씨...”강서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귀밑까지 빨개졌다. 부끄럽긴 하지만 그 방법이 통할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아이가 계속 울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여보,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알지?”최연준은 본심에 어긋나는 말을 내뱉었다.“난 그저 우리 아들이 배를 곯을까 봐...”물론 오랫동안 그녀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한 탓에 말할 수 없는 엉큼한 생각을 한 건 사실이다...강서연은 옷을 벗고 고개를 숙였다.“알았으니까 얼른 해요...”최연준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가 강서연에게 다가가려던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곧이어 김자옥이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었다.이상한 자세의 최연준을 보자마자 김자옥은 순간 멍해졌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쑥스러움에 고개를 돌린 강서연과 달리 최연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우리 아들이 젖을 못 먹어서 내가...”김자옥이 새로 산 에르메스 버킨백이 드디어 유용하게 쓰일 때가 온 것 같다. 그녀는 가방으로 최연준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최연준!”김자옥이 그를 무섭게 째려보았다.“유축기가 있다는 것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778화

    “여보!”강서연은 국을 마신 후에도 배가 부르지 않아 민망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나 뭐 더 먹고 싶어요.”최연준은 김자옥이 가져온 음식을 차려주었다.“여보, 나 너무 많이 먹죠?”“많이 먹긴.”최연준이 웃으며 말했다.“기내식을 먹겠다는 소리를 안 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강서연도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음식들 모두 김자옥이 산후조리 식단 기준에 맞춰 만든 것이라 간이 되어있지 않아서 매우 담백했다. 배가 아무리 고파도 이 음식들을 보면 별로 당기지 않았다.“왜 그래, 여보?”“이거...”강서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싫어했다. 지금 남편이 옆에서 챙겨주고 있고 또 시어머니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라 이것저것 요구할 수도 없었다.꼼꼼한 최연준은 문제점을 바로 캐치했다. 음식들을 전부 맛본 후 아무 맛이 없자 다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며 웃었다.“먹기 싫어?”강서연이 억지웃음을 지은 후 숟가락을 들고 먹으려 하자 최연준이 말렸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몰래 꺼냈다.그때 강서연의 두 눈이 반짝였다.“소금을 들고 다녀요?”“아무 맛도 안 나는데 어떻게 먹어?”그러고는 음식에 소금을 넣으려 하자 강서연이 다급하게 그의 손을 잡았다.“어머님이 안 된다고 하셨어요.”“또 누가 안 된다고 했어?”“그리고... 엄마 아빠도 안 된다고 하셨어요.”강서연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 갈 지경이었다.윤정재와 윤문희도 그녀에게 산모는 음식을 담백하게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만약 염분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모유의 질이 나빠져 아이에게도 해롭다고 했다.“다들 안 된대요.”강서연이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최연준의 깊은 두 눈에 다정함이 스쳤다.“내가 된다고 했어.”“연준 씨...”“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는데 살짝 넣는 건 괜찮대.”최연준은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젓가락으로 소금을 살짝 찍어 음식에 넣었다.아주 미미한 양이라 맛이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최신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0화

    “어떻게 소피아라는 걸 확신하죠?”배윤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부모님이 회사의 핵심 자료를 제게 모두 맡기셨어요. 그런데 그걸 받은 지 이틀 만에 공격을 당했죠.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임지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그 자료들은 어디 있어요?”“아마 소피아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자료들은 너무 중요해서 항상 제 곁에 두고 다녔거든요. 하지만 그날 제가 기절하고 다시 깨어났을 때,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만...”“다만 뭐요?”“법인 도장은 가방 안에 없었어요.”배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약간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법인 도장은 본사가 모든 자원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에요. 엄마가 제게 주자마자 저는 바로 군성이에게 맡겼어요. 지금 법인 도장은 최씨 가문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어요.”“그렇다면 소피아가 자료를 손에 넣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겠군요?”배윤아는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똑똑하네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었다.“배씨 가문 사람들도 다 무능하진 않나 보네요.”“임 선생님...”배윤아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오빠가 송윤지에게 잘못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임 선생님이 우리 가문에 복수하려고 저를 납치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선생님은 그런 수준 낮은 사람이 아니니까요.”임지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확실히 똑똑한 사람이네요.”그러나 배윤아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런데... 정말 우리 오빠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요?”임지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임지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족들에게 안부 전화라도 주세요.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실 거예요.”“이미 군성이에게 연락을 했어요.”배윤아가 말했다.“군성이에게 조용히 아빠에게 알려 드리라고 했어요. 엄마는 충격을 받으시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제 상황을 오빠에겐 비밀로 해야 해요. 오빠와 소피아는 제가 조 회장님에게 잡혀 있고 선생님이 일부러 복수를 위해 조 회장님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9화

    “설마...”“소피아!”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이름을 입에 올린 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정말 소피아일 줄이야.”임지강이 담배를 꺼내 들었다. 조 회장이 눈짓을 하자 부하가 공손히 불을 붙였다.방 안은 금세 니코틴 냄새로 가득 찼고 임지강은 잠시 침묵하며 담배 재를 털어냈다.“아마... 조 회장님도 지금 저와 같은 처지겠죠.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했다는 누명을 쓰게 됐으니 말이에요.”“그러게 말이야.”조 회장은 차갑게 웃었다.“겉으로는 온갖 아부를 떨면서도 뒤에서는 이런 음모를 꾸미고 내가 배윤아를 납치했다고 소문까지 퍼뜨리고 있더군.”“회장님과 제가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의심의 화살을 제게도 돌리겠죠.”임지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연루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저 때문에 저의 매형까지 연루되면, 배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사이도 틀어질 거고요.”“그 여자는 이런 식으로 우리 모두를 자기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조 회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웃기지 말라 그래.”조 회장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임지강은 조 회장의 꽉 쥐어진 주먹을 발견했다. 그의 손등에는 화가 잔뜩 난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조 회장님.”임지강은 잠시 침묵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운산시 광산의 가격을 조작하도록 제가 이미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 두 광산은 이제 그렇게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알고 있어.”조 회장은 임지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 일은 원래 자네 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이야. 자네의 화가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내 수고도 헛된 게 아니야. 하지만 문제는...”조 회장은 손짓으로 방 안을 가리켰다.그때 방 안에서 배윤아가 몸을 뒤척이며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임지강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배윤아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조 회장은 잠시 망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8화

    임지강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그를 철저히 파산시키고 싶습니다.”“배씨 가문 전체를 함께 무너뜨리겠다는 뜻인가?”조 회장이 묻자, 임지강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저라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지금은...”“지금은 마음이 약해졌다는 건가?”조 회장이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내가 알던 임지강은 그런 자비를 베풀 인물이 아닌데?”임지강도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 뒤로 누군가의 맑은 눈빛과 깨끗한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번 일은 송윤지가 부탁해서 오게 된 것이었다.송윤지는 배윤아의 실종 소식을 듣고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비록 배현진과 부부의 연을 맺지 못했지만, 배윤아와는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기에 친구로서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임지강 자신도 이곳에 올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송윤지의 부탁 때문이고 또 하나는 배윤아의 납치 사건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덮어씌워졌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임지강은 배윤아와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사실상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조 회장님, 전 자비를 베푸는 게 아닙니다.”임지강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단지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이미 많은데 한낱 파리 한 마리와 얽혀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 녀석에게 적당히 벌을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게다가 저는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는 아무런 원한도 없으니, 배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뜨릴 필요는 없습니다.”“흠...”조 회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1조라... 적지 않은 금액이지. 배현진은 은행에서 전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고 하더군. 이 일이 발각되면 한동안 꽤 고생하겠지.”“조 회장님, 사실 오늘 제가 온 이유는 다른 목적도 있어서입니다.”임지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약간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손짓으로 그를 제지하며 미소를 지었다.조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따라오라는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7화

    배현진은 병원 복도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그럴 리가 없어...”한참 동안 앉아 있던 배현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연준 아저씨와 서연 이모는 소피아와 함께 지낸 적이 없잖아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소피아는 절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이 녀석아,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고집을 부릴 거야.”최연준이 엄하게 꾸짖었다.배경원은 아무 말 없이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절망이 서려 있었다.“그만해요, 셋째 형님...”배경원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수정이가 응급실에 있는데, 이 아이와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없는 아들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아버지!”“꺼져버려!”배경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눈빛 너머에는 모든 걸 놓아버린 듯한 깊은 허무가 스며 있었다.배현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돌아섰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돌아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윤아를 반드시 무사히 데려올게요. 엄마도 무사할 거예요. 우리 가족은...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거예요.”배경원은 아들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잠시 후, 응급실의 불이 꺼졌다. 배경원은 화살처럼 뛰어가며 아내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의사가 땀으로 흠뻑 젖은 마스크를 벗으며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배 선생님, 사모님께서는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뭐라고요?”강서연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건, 앞으로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다들 진정하세요.”의사는 부드럽게 설명했다.“사모님의 상태가 많이 복잡합니다. 곧바로 특수 병동으로 옮길 예정이라 당분간 면회는 어려울 겁니다. 이번 주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실 가능성이 큽니다.”세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며 그나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6화

    “아내라고?”강서연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현진이와 정식으로 결혼한 적 있니? 다른 사람과 약혼한 상태에서 끼어든 건 너잖아. 명분도 없는 관계에 ‘아내’라는 말을 쓰다니, 웃음거리밖에 안 될 거야.”“최 사모님...”“갑자기 생각난 건데.”강서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수정 씨가 쓰러졌을 때 네가 침대 옆에 있었던 거 맞지?”“아, 네.”소피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현진 씨를 대신해 효도하러 갔던 거예요. 하지만 어머님 건강이 그렇게 나쁘실 줄은 몰랐습니다.”“수정 씨가 쓰러지기 직전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보렴.”소피아는 순간 멈칫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말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니?”강서연은 한 발짝 다가가며 소피아를 몰아붙였다.“수정 씨는 평소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던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쉽게 쓰러질 리 없지. 분명 큰 충격이 있었을 거야. 쓰러지기 직전 병실에 너 혼자 있었다며?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서연 이모,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배현진은 소피아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며 소피아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복도를 따라 빠르게 사라졌다.소피아가 사라지자, 배현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서연 이모, 소피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배현진!”강서연은 배경원이 아들을 두 번이나 때린 이유를 이제야 완벽히 이해한 듯,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너 어떻게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니? 네 엄마는 지금 저 안에 누워 있어.”“정말로 소피아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배현진은 조심스럽게 입술을 핥으며 설명했다.“서연 이모, 사실 소피아도 자책하고 있어요. 그날 소피아도 윤아의 안전을 걱정하다가 엄마 앞에서 그만 실수로 말을 흘리고 만 거예요. 그래서...”“뭐라고?”최연준이 눈을 부릅뜨며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배현진, 네 엄마 쓰러졌을 때 넌 방에 없었잖아.”“소피아가 제게 그렇게 말했어요.”“너...”최연준은 순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5화

    병원 응급실 밖.배경원은 의자에 주저앉아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충혈된 눈으로 응급실 문을 응시하며 한숨을 길게 토해냈다. 한때 당당했던 그의 어깨는 지금 축 처져 있었다. 뒷모습만으로도 절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배경원은 주먹을 단단히 쥐었지만,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적막이 흐르는 복도는 불길한 정적마저 감돌았다.결국,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와 눈물이 조용히 뺨을 적셨다.“경원아!”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경원이 고개를 들자, 최연준과 강서연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질 뻔한 배경원을 최연준이 재빨리 부축했다.강서연은 응급실 문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치료는 연희 씨와 신석훈 씨의 제자들이 맡고 있어요. 모두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에요. 수정 씨는 평소 건강을 잘 관리하셨으니 금방 회복될 겁니다.”“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최연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갑자기 병세가 심각해진 거야? 그리고 윤아는...”배경원은 떨리는 손으로 최연준의 팔을 붙잡으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형님, 제발 윤아를 찾아주세요. 딸은 사라지고 아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둘 다 잃으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그런 바보 같은 말 하지 마세요. 둘 다 무사할 겁니다.”강서연이 단호히 말했다.“윤아는 우리 집안의 며느리예요. 누가 윤아를 해치려 한다면 최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어요. 그 결과가 어떤 건지 모를 리도 없고요. 그리고...”강서연은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을 이어가려다 복도 끝에서 배현진이 소피아와 함께 급히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는 말을 삼키고 배현진을 노려보았다.“연준 아저씨, 서연 이모...”배현진은 어딘가 죄책감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배현진은 배경원에게 다가가 팔을 살며시 부축하며 조심스레 말했다.“아버지...”그 순간, 배경원이 배현진의 뺨을 내려쳤다.배경원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배현진을 노려보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4화

    임수정은 갑작스러운 기침을 하며 침대 옆 경보 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소피아에 의해 단호히 막혔다.“사모님, 제 말을 듣는 게 좋으실 겁니다.”소피아는 부드럽지만 섬뜩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제가 만든 음식이 그렇게 형편없지도 않고 독을 넣을 만큼 제가 어리석지도 않아요. 안심하세요. 이 모든 재료는 사모님의 건강을 생각하며 준비한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진심으로 사모님을 돌보고 싶어서예요.”임수정은 가슴을 움켜쥔 채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 임수정의 눈엔 불신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요즘 배경원은 외출이 잦아졌고 이유를 묻자, 회사 일 때문이라며 안심하라는 대답뿐이었다.그럼에도 임수정의 마음속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임수정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겉으론 소피아의 말을 따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 잘 생각하셨어요.”소피아는 임수정에게 쿠션을 건네며 은은하게 웃었다.“우리 결국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될 사이잖아요. 지금부터 제 존재에 익숙해지시는 게 좋을 겁니다.”“흥! 내 아들이 눈이 먼 게 분명해.”임수정은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떻게 너 같은 사람에게 속을 수 있는지...”“저를 깔보지 마세요. 저는 이혼하고 아이도 데리고 있지만, 현진 씨를 향한 제 진심은 변하지 않아요. 저는 현진 씨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누구와는 달리 겉으론 순수한 척하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짓은 안 한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해요.”“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임수정은 언성을 높이며 노려보았다.소피아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더욱 날카롭게 말했다.“사모님, 제가 말하는 사람은 바로 사모님의 그 옛날 며느리가 될 뻔했던 그 사람이에요.”“헛소리하지 마!”임수정은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그 일은 우리 배씨 가문이 송윤지에게 잘못한 일이야. 그 애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사모님,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법이에요.”소피아는 태연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3화

    “너와 상관없다고?”임우정은 다급하게 외쳤다.“네 형부가 이미 윤아의 통화 기록을 조사했어. 윤아가 실종되기 전에 조 회장이랑 통화했던 게 드러났다고! 지강아, 너와 조 회장이 어떤 관계인지 나한테도 숨길 작정이었어?”임지강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사건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그래요. 저와 조 회장이 가까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와 배윤아 사이엔 원한이라곤 없잖아요... 누나, 왜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지강아!”임우정의 목소리가 더욱 절박해졌다.“너, 송윤지 일 때문에 배현진을 미워하는 건 알아.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윤아한테까지 증오를 전가하면 안 되잖아!”“누나, 정신 좀 차리세요!”임지강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어둠이 깃든 그의 얼굴은 단호함을 더했다.“무슨 근거로 저를 의심하시는 건데요?”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임지강의 강경한 태도에 임우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후, 임우정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배씨 가문을 좀 도와줄 순 없겠니?”임지강은 코웃음을 치며 전화를 끊었다.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자 맑고 투명한 송윤지의 눈빛과 마주쳤다.“배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요양원 병실 문 앞.소피아의 하이힐 소리가 텅 빈 복도를 울리며 퍼져 나갔다. 소피아의 손엔 보온 도시락이 들려 있었고 문 앞을 지키는 경호원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제가 사모님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경호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이건 도련님께서 지시하신 거예요.”소피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그들에게 일부러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실래요? 아시다시피 사모님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 세 끼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하면 여러분들이 책임지실 겁니까?”경호원들은 난처한 얼굴로 머뭇거리다 결국 길을 내주었다.“이제야 말이 통하네.”소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2화

    송윤지는 겨우 한 모금을 마시고 사레가 들어 술을 뱉을 뻔했다. 마신 술이 얼굴에 스며든 듯 송윤지의 뽀얀 볼은 어느새 매혹적인 와인빛으로 물들었다.임지강은 그런 송윤지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강은 송윤지에게 다가가 가볍게 등을 두드리며 입가에 묻은 술자국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임 대표님...”송윤지는 조심스럽게 임지강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임지강은 말없이 송윤지의 손을 잡아 통유리창 앞까지 데려갔다.송윤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 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깊고 짙은 밤하늘에 수많은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잘게 부서진 불빛들이 반짝거렸다.불꽃은 색과 모양을 끊임없이 바꾸며 꿈같은 광경을 만들어냈다.송윤지는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마음에 들어요?”임지강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송윤지의 귀에 스며들었다.“잠깐 눈 좀 감아 봐요.”“네?”임지강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가 별을 따다 줄게요.”마지막 불꽃이 빛의 궤적을 남기며 밤하늘로 사라지고 다시 평온한 고요가 찾아왔다.송윤지는 미소를 지으며 임지강의 말을 따라 눈을 감았다. 그러자 따뜻하면서도 약간 서늘한 남자의 손길이 송윤지의 손을 잡더니 손바닥 위에 무언가가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송윤지는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손에는 정말로 ‘별’이 있었다.“이건...”그것은 목걸이였다. 펜던트는 별 모양으로 깎아낸 다이아몬드로, 완벽하게 다듬어져 찬란한 빛이 퍼지고 있었다.“제가 해줄게요.”임지강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이건 너무 비싼 거라서 제가...”“받아줘요.”임지강의 눈빛은 따스하고도 단호했다.“그리고...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송윤지는 고개를 숙였다. 귀 끝까지 붉어진 송윤지의 얼굴은 마치 열이 오른 듯했다.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의 귓가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짝 정리해 주었다.“사실,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 윤지 씨 좋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