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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작가: 빛나라

제1화

작가: 빛나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8-04 18:21:45
"늦었으니 그만 쉬자."

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

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

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

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

"저… 저도 씻고 올게요."

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

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

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난장판 속에서 시집온 것이다.

예쁜 웨딩카가 그녀를 데리러 오지도 않았고, 그녀는 한참을 걸어 그 볼품없는 차에 올라타서 얼마 만에 마을에 도착했는지 모른다. 진흙투성이의 오솔길은 그녀의 신발과 웨딩드레스를 더럽혔다.

노인들은 이런 날씨에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서연의 행복 따위를 마음에 두지 않은 지 오래다.

그녀는 머리를 닦으며 화장실로부터 나왔다.

남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이 담배를 정말 오래도 피웠다.

그녀는 자신이 머무를 이 낡은 기와집을 쭉 훑어보았다. 어떤 곳은 아직도 비가 새고 있었다. 비록 좀 허물어지긴 했지만, 잘 치우면 괜찮을 법한 집이었다. 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며 남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틈을 타 방을 안쪽에서 바깥까지 한번 간단히 정리했다.

그녀가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이부자리를 펴고 있는 찰나, 남자가 문밖으로부터 들어섰다.

강서연이 고개를 돌려보자 그녀의 행동에, 몸에 두르고 있던 타월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자신을 감싸 안았지만...

그 눈부신 몸매는 이미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

허둥지둥 이불로 자기 몸을 가린 강서연의 얼굴은 붉어지고 말았다.

남자는 침을 삼키더니 눈빛이 더욱 깊고 복잡해졌다. 그는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한다.

"늦었으니 우리 인제 그만 자."

그는 우리라는 두 단어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강서연은 가슴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힘을 느꼈고, 그 힘에 따라 남자의 품에 안겨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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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40화

    “앞으로 고모와 고모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어.”배윤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엄마는 원래 몸이 좋지 않은 데다가 아빠까지 화가 나서 쓰러질 지경이셔. 두 분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 정말 걱정이야.”최군성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최군성은 배윤아를 부드럽게 안아주며 등을 다독였다.“그나저나.”최군성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배현진이 이번에 귀국한 이유가 송윤지와의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서였잖아. 그런데 소피아가 갑자기 끼어들다니, 도대체 또 무슨 상황이야?”“오빠는 애초에 송윤지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배윤아가 최군성을 바라보며 말했다.“게다가 이번에 돌아온 이유도 결혼 때문이 아니야. 해외 회사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서 돌아온 거야.”“그래?”“해외 시장은 원래부터 우리 가족의 주력 분야가 아니었어. 아빠는 그동안 해외 사업을 오빠에게 맡겼는데, 오빠가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익숙하게 운영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빠가 성과를 내서 친척들 입을 막아주길 바랐던 거야. 하지만 오빠도 해외에서 고생 많이 했어.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였고 각종 장벽도 많았거든. 백인 중심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야.”최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그럼, 오빠가 이번에 돌아온 건 본사 지원을 요청하려고 한 거구나?”배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오빠가 송윤지와 결혼을 잘 성사했다면, 아빠와 엄마가 기뻐서 본사 지원을 해줬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소피아를 데리고 들어올 줄은.”“걱정하지 마.”최군성은 배윤아를 위로하며 말했다.“우리 두 집안의 관계를 생각하면 배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최씨 가문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경원 아저씨를 안심시키고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거야.”배윤아는 최군성의 품에 기댔다. 이 따뜻한 품만이 배윤아를 안정시켜주는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그러나 그 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9화

    임지강은 자신이 한 말을 되짚어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 자신이 돌려서 모욕한 걸로 들린 건 아닐까?그는 황급히 해명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그런데 송윤지는 갑자기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송윤지 씨, 저는 그저...”“말 안 해도 돼요.”송윤지는 맑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알아요. 나쁜 뜻은 없었다는 걸.”임지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송윤지를 바라보았다.“그런데요, 앞으로는 그런 썰렁한 농담은 하지 마세요. 농담은 별로 안 웃기는데, 임 대표님 반응이 참 웃겨요!”송윤지의 말에 임지강도 따라 웃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창문 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두 사람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췄다.송윤지는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임지강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그리고 송윤지도 임지강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그것은 단순한 호감 이상이었다. 그에게서는 이상하게도 익숙함이 느껴졌다. 마치 전생에 알고 있었던 것처럼.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었다....배윤아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작품은 아직 절반만 완성된 상태였지만,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그때 최군성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화실로 들어섰다. 최군성은 배윤아의 그림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윤아야, 이 부분의 구도가 맞지 않잖아... 그리고 여기, 앞부분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묘사되지 않았다고.”“영상 제작사에서 이미 전화가 왔어. 그쪽은 홍보까지 마쳤고 이제 우리 둘의 완성본만 기다리고 있대. 그런데 이 속도로는 안 될 것 같아.”“차라리 내가 우리 엄마한테 물어볼까? 어진 엔터테인먼트가 그래도 영상 업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있잖아. 우리 엄마 인맥도 넓으니까, 제작사에 부탁해서 마감일을 조금 미뤄보라고 할게.”“그만둬.”배윤아는 한참을 침묵하다 무기력한 목소리로 말했다.“1년을 더 준대도 똑같아.”최군성은 걱정스러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8화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송윤지의 고열이 서서히 내려갔다.송윤지는 마치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속에서 다시 임지강의 얼굴이 나타났지만, 지난번처럼 기묘한 꿈은 아니었다.이번에는 임지강이 송윤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따뜻하고 다정했다. 마치 자신의 모든 애정과 온기를 송윤지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꿈속에서 송윤지는 호접란이 만개한 작은 정원에 있었다. 꽃들은 활짝 피어 있었고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며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오성에 온 이후로 본 적 없었던 평화로운 하늘이었다.정원의 한쪽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송윤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아이는 포동포동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큰 소리로 엄마라고 외쳤다.송윤지는 아이를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송윤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깊은 피로감에 휩싸였고 마치 물속에서 건져낸 듯 축 처져 있었다.그러나 고열로 인한 불편함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송윤지는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움푹 들어간 침대 자리에 익숙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송윤지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부엌에서는 임지강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임지강은 송윤지를 위해 뭔가를 요리하려는 듯했다.그러나 부엌일은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국을 끓이는 일이었는데도 그는 냄비를 태워버렸고 부엌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임지강은 짜증 난 듯 국자를 내던지며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화가 가득 차 있었다.“네가 말한 대로 했는데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그는 잠시 말을 듣더니 다시 소리쳤다.“이러고도 호텔 총주방장이야? 당장 그만둬!”“내가 주소를 보낼 테니까 음식이랑 국 좀 가져와. 1분이라도 늦으면 내일부턴 짐 싸서 나가야 할 줄 알아!”송윤지는 이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웃음소리를 듣고 갑자기 뒤돌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7화

    임지강은 막 공항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중림 그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오전에 운산시로 갔다가 저녁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선배로부터 송윤지와 관련된 전화가 걸려 왔다.송윤지는 임지강이 필요해 보였다.임지강은 주저 없이 짐을 내려놓고 부하에게 운산시로 혼자 가라고 지시했다.“대표님, 이건...”부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쪽 사람들한테 이미 지시해 두었어.”임지강은 급히 설명을 이어갔다.“운산시에 도착하면 내가 지시해 둔 대로 그 사람들과 협력해 일을 처리하면 돼. 내가 없어도 문제없을 거야.”부하가 멍하니 있는 사이, 임지강은 이미 차의 가속 페달을 밟아버렸다. 차는 화살처럼 도로 위를 질주했다.중림 그룹의 일 따위는 사소한 문제였다. 그는 송윤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모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임지강은 금세 송윤지를 데리러 갔다.송윤지는 두통과 인후통에 시달리며 피곤한 상태였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했다. 집에 도착하자, 송윤지는 문 앞에서 누군가가 이삿짐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송윤지는 문간에 서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그때, 소피아가 문밖으로 나왔다. 소피아는 송윤지를 보자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돌아왔네요? 송 선생님, 그동안 우리 제임스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을 거예요!”소피아는 비웃는 듯한 말투로 이어갔다.“현진 씨가 제임스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줬거든요. 앞으로는 집에서 수업할 예정이에요. 현진 씨는 제임스를 정말 친아들처럼 아껴서요. 제임스에게 돈 쓰는 걸 보면, 진짜 친아들보다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송윤지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틀에 기대 있었다.“아, 맞다.”소피아는 비웃으며 덧붙였다.“현진 씨가 이 집을 팔았어요. 오늘은 짐을 좀 챙겨가려고 왔어요. 이제 우리 만날 일은 없을 거예요.”“그래요?”송윤지는 조용히 말했다.“정말 다행이네요...”“현진 씨가 저를 위해 새집을 사줬어요!”소피아는 일부러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6화

    “미안해, 송윤지. 나... 너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넌 나한테 상처를 줄 수 없어.”송윤지는 배현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오늘에서야 깨달았어. 내가 널 그렇게 깊이 사랑했던 것도 아니란 걸.”배현진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다만, 한 가지는 이해가 되지 않아.”송윤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서 왜 나를 만났어?”배현진은 목이 메는 듯 입술을 한 번 적시고 나서, 쉰 목소리로 답했다.“너는 유정 이모가 소개해 준 사람이었어. 우리 부모님도 너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그리고 넌 예쁘지만, 배경이 없어서 다루기 쉬웠으니까. 결혼 후에 내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도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네 친정도 나를 어쩌지 못할 테고.”송윤지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믿기 힘든 말이 송윤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송윤지를 선택한 이유가 다루기 쉬워서, 그리고 배경이 없어서였단 말인가?생각해 보면, 강소아나 배윤아 같은 집안의 딸이었다면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같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설령 본인이 참더라도 강력한 친정이 먼저 나서서 사위를 응징했을 테니까.송윤지는 놀라움이 가라앉자 갑자기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배현진은 송윤지의 반응에 표정이 굳었다. 배현진은 송윤지가 감정적으로 무너져 울거나,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송윤지는 울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송윤지의 태도는 지나치게 평온했다. 오히려 그 점이 배현진을 불안하게 했다.“송윤지, 정말 화가 났다면 나를 때려도 돼. 여기, 나를 때려!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 어서 때려!”배현진은 송윤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송윤지는 배현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송윤지는 잠시 배현진을 응시하다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그 순간, 송윤지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5화

    “소유야, 난...”배현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됐어!”최군형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억눌린 분노를 터뜨렸다.“배현진, 우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비록 형제처럼 친하진 않았지만, 난 너를 친구로 여겼어. 그런데 네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정말 실망이야.”“맞아!”강소아도 매서운 눈빛으로 배현진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미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애초에 왜 송윤지를 건드린 거야? 송윤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그만들 해!”배현진이 낮고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오늘 여기 온 건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려고 온 거지 내 사생활을 따지러 온 게 아니야.”“너...”최군형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배현진은 원장과 학부모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원장님, 그리고 학부모님들.”배현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제 아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아버지로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보상은 변호사를 통해 진행할 겁니다. 하지만 제 아들이 맞은 일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뭐라고?”늘 침착하던 최군형도 이 말을 듣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배현진, 너 제정신이야?”“최군형!”배현진은 강한 어조로 말을 끊으며 최군형을 똑바로 바라봤다.“내 아들이 유치원에서 장난치고 말썽을 피운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네 딸이 내 아들을 때려서 얼굴에 멍이 들고 코피까지 흘리게 한 것도 사실이잖아. 아이끼리 싸우는 건 내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어른들까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문제가 더 커질 거야. 내 책임은 내가 지겠지만, 너희 쪽 책임도 똑같이 져야 한다고 생각해.”“너...”최군형의 가슴속은 커다란 바위가 내려앉은 듯 답답했다.이게 정말 배현진이란 말인가? 배씨 가문의 아들이자 배윤아의 오빠라는 사람이 맞나?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임지강이 갑자기 책상을 세게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몇 걸음 만에 배현진 앞까지 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4화

    “삼촌.”최군형이 강소아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가볍게 웃었다.“우린 딸 문제를 해결하려 온 것도 맞지만 또 한편으론... 저랑 소유 둘 다 궁금했거든요. 이 제임스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흥! 뭐 좋은 사람이겠어요?”이때 누군가 끼어들었다. 최군형의 사업 파트너 부인이자 평소 최군형 집안과 친하게 지내던 여성이었다.“보세요, 그 애 엄마를 보면 알아요. 부부 둘 다 똑같은 부류라서 그런 문제아를 키운 거예요!”강소아는 부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최 사모님, 사모님은 늘 온화하고 대범한 분이시지만 오늘만큼은 저를 말리지 마세요!”여자는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그 문제아가 우리 아들을 괴롭혔어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체면 다 내려놓더라도 우리 아들을 위해 한마디 해야겠어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의실 문이 열렸다.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소피아가 걸어들어왔다. 뒤에는 제임스가 따라왔는데 찌푸린 표정으로 모든 사람을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소피아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제임스를 안심시켰다.“원장님, 그리고 여러분.”소피아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미소에는 조소가 서려 있었다.“제 아들이 유치원에서 폭행당했어요. 이 문제는 반드시 끝까지 따질 겁니다! 송 선생님은 어디 계시죠?”소피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오늘의 ‘주인공’을 찾다가 보이지 않자, 눈살을 찌푸렸다.“담임이라면, 이런 문제에 나서야 하지 않나요?”소피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낮고 깊은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송 선생님이 없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나요?”소피아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거기에는 라이터를 돌리며 앉아 있던 임지강이 있었다. 임지강의 여유로운 태도에는 냉혹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 눈을 번쩍 들어 올리자, 임지강의 차가운 시선은 마치 두 개의 날카로운 검처럼 느껴져 모두를 긴장하게 했다.임지강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송 선생님이 없더라도 원장님이 계시잖아요.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3화

    “하지만...”송윤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임 대표님, 이건 제 문제예요. 그 반 아이들은 제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불만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제가 나서서 해결해야 맞는 거잖아요...”“가지 말라고 했잖아요.”임지강의 목소리는 단호해졌다. 임지강의 눈빛은 깊은 연못처럼 어둡고 알 수 없는 강렬한 힘이 담겨 있었다.송윤지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상하게도 임지강의 엄격한 표정과 냉혹함에도 송윤지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임지강의 어떤 모습이어도 두려운 사람이 아니었다.“임 대표님...”“윤지 씨.”임지강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송윤지의 어깨를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모든 걸 저에게 맡겨요.”그 순간, 송윤지는 혹시 임지강이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송윤지의 가슴이 마구 뛰었고 눈은 임지강을 곧게 응시하고 있었다.“임 대표님, 혹시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임지강은 잠시 입술을 깨물며 침묵하더니 천천히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더 이상 숨기지 않을게요. 사실, 윤지 씨 약혼자를 조사했어요.”“뭐라고요?”임지강이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송윤지의 머릿속이 순간 새하얗게 변했다.“그 제임스의 어머니, 소피아라는 여자는 배현진의 연인이에요.”임지강은 담담하게 말했다.“처음엔 배현진이 단순히 이 여자와 재미로 만나는 줄 알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는 조건이 뛰어난 편도 아니니까... 하지만 조사를 더 해보니, 배현진은 이 여자와 진지했어요. 배현진이 소유했던 몇 채의 부동산이 이미 그 여자 명의로 넘어간 걸 확인했거든요.”송윤지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며 무릎에 힘이 풀렸다. 송윤지는 따뜻하고 단단한 품속으로 쓰러졌다.임지강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송윤지를 바라보며 넓은 손으로 송윤지의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였다.“오늘 소피아가 유치원에 찾아와 소란을 피운 건 윤지 씨를 일부러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송윤지의 눈가가 붉어졌다. 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32화

    배현진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너 요즘 너무 피곤한 거 아니야? 오늘은 늦었으니, 일단 푹 쉬고 다른 날 얘기하자.”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배현진은 등을 돌려 떠나버렸다.송윤지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의 모호한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송윤지는 알 수 있었다. 이 관계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그날 밤, 송윤지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들었다.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어지러웠다. 그러다 우연히 머리맡에 놓인 딸기 곰 인형을 발견했다. 송윤지는 그 인형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윤지는 잠이 들었다.눈 부신 빛이 그녀를 감싸며 시야를 덮었다. 빛이 사라지고 송윤지는 어딘가 낯선 작은 별장 앞에 서 있었다.마당은 화려한 팔레놉시스로 가득했다. 그 눈부신 자태에 이끌려 송윤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집 안은 고풍스러운 유럽풍 가구로 꾸며져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우아함이 물씬 풍겼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멈춰 섰다. 낯선 공간의 기운에 몸이 얼어붙은 순간, 소파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천천히 일어섰다.그는 몸을 돌렸다.임지강이었다.송윤지는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임지강이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윤지야, 돌아왔구나.”임지강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온화하고 어딘가 몽환적이었다.송윤지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임지강은 위층을 쳐다보며 웃었다.“아기가 울고 있네. 엄마를 찾는 모양이야.”“뭐라고요?”송윤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송윤지는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울음소리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방 안에는 작은 요람이 있었지만, 그 안엔 아이가 아닌 베개만 놓여 있었다.그녀는 작게 비명을 내질렀다. 뒤돌아보니 임지강이 문가에 서 있었다.이번엔 그의 미소가 차갑게 변해 있었다. 눈빛은 공허했고 섬뜩한 기운마저 감돌았다.“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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