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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빛나라
last update Terakhir Diperbarui: 2024-10-29 19:42:56
구현수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문지르더니 심호흡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성에 다녀오기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 돌아가면, 구현수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다시 말썽을 일으키며 더 악랄한 방법을 생각해 내 그를 해칠 것이다!

"캐러멜과 바닐라 중 어느 쪽이에요?"

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반짝이는 큰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를 향해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은 그녀의 손에 든 밀크티처럼 달콤했다.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

"괜찮아."

다른 사람에게 들통나는 느낌은 정말 좋지 않았다.

구현수은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혼자 먹어, 난 이런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강서연은 밀크티 두 잔을 손에 들고 그 자리에 한창이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입술을 깨물며 쫓아갔다.

그녀는 그의 뒤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며 따라갔다. 그의 넓은 등은 차가운 벽과 같았다. 그 벽 너머에는 그만의 세계였고, 그녀는 비록 그의 가까이에 있지만, 도저히 그 벽을 넘어갈 수 없었다.

...

신혼 다음 날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구현수는 강서연에게 침대를 내주고 자신은 밖에 있는 소파에서 잤다. 이불도 하나뿐이어서 강서연에게 양보한 뒤 낡은 시트로 몸을 감쌌다. 강서연은 미안한 마음에 침실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어서 가서 쉬어!"

구현수의 말에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대로 돌아갔다.

구현수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강서연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가볍게 웃었다.

소문에 따르면 구현수는 성격이 차갑고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않으며 싸움에 매우 익숙하다고 한다. 하지만 강서연은 그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를 충분히 존중하고 배려해 주고 있다.

현지 습속에 따르면 셋째 날에는 신부 쪽 집을 방문해야 한다.

강서연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셋째 날에는 보통 남편과 함께 떡 같은 걸 준비하여 친정에 가져간 뒤 온 가족이 즐겁게 점심을 먹고 오후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강서연에게 있어 이번 방문은 돈을 요구하기 위함이다.

아버지는 언니를 대신해서 시집가기만 하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고 남동생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혼수를 넉넉히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시집온 지 사흘이 지났는데, 강 씨의 이 약속은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강서연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구현수와 함께 가는 건 아니었다. 사실이 들통나면 구현수가 홧김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현수 씨, 저..."

그녀는 적절한 이유를 대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아침 다 차렸으니 어서 와서 드세요."

구현수는 마당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부드러운 소리를 듣고 마음속의 벽이 조금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서연은 아침으로 찐만두와 두유를 준비했다. 구현수가 이 작은 집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문뜩 집안이 많이 밝아진 것을 느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예전의 허물어 빠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집안은 강서연의 노력으로 따뜻한 기운과 햇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구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밥상 앞에 앉았다.

맞은편의 여인은 걱정에 쌓여있는 듯하였다.

"오늘은 친정에 다녀와야지?"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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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온유는 깜짝 놀라며 정대명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아저씨가 맛있는 걸 가지고 왔단다. 배고프지 않니?”권온유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달아나려 했다. 정대명은 급히 권온유 앞을 가로막았다.“아니, 가지 마!”정대명은 두 손으로 권온유를 꼭 붙들며 말했다.“그게... 네 엄마가 나한테 너를 데려오라고 부탁했어!”엄마라는 말을 듣고 권온유는 잠시 멈칫했다.“정말이야, 네 엄마가 부탁한 거라니까!”정대명은 거짓말을 이어갔다.“방금 네 엄마가 갑자기 어디론가 가버렸지? 너 보고 기다리라고 했잖아?”“네... 맞아요.”“그래!”정대명은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네가 여기저기 막 돌아다녀서 엄마가 널 못 찾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엄마는 내가 여기 있는 걸 알 거예요. 저는 여기서 조금 놀다가 다시 휴게실로 돌아갈 거예요!”“오... 그렇구나.”정대명은 잠시 생각을 굴렸다.“아저씨가 휴게실이 어딘지 아니까, 내가 데려다줄게!”권온유는 경계하며 정대명에게서 몸을 빼내고 두 걸음 물러났다.“얘가! 난 정말로 네 엄마 친구라니까. 네가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엄마가 널 못 찾게 되면 걱정하지 않겠어? 맞지?”“자, 자! 아저씨가 데려다줄게. 착하지!”정대명은 권온유를 갑자기 붙들어 어깨에 둘러맸다. 권온유는 본능적으로 소리치려 했지만, 정대명의 손이 입을 단단히 막고 있어 소리를 낼 수 없었다.어린 소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른 남자를 이길 수는 없었다. 정대명은 권온유의 머리 뒤쪽을 세게 내리쳐 기절시켰고, 온유가 들고 있던 인형은 땅에 떨어졌다....정승우는 익숙하게 호텔로 와서 지난번 일을 핑계로 다시 정대명에게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는데, 방 안에 기절한 어린 소녀가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어른 일에 참견하지 말고 신경 꺼!”정대명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방금 정대명은 온유를 데려오며 보안과 호텔 직원의 눈을 피하고자 아이를 어깨에 메고 가지 않고,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속여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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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우리 오늘도 여기서 밥 먹어요?”“그래.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고등어조림 요리잖아.”“그런데...”권온유는 입을 꾹 다물고 말을 삼켰다. 사실 권온유는 집에서 밥을 먹고 싶었다.어린 권온유도 느낄 만큼 엄마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았다.방금 대답조차 어딘가 건성으로 들렸다.권온유는 어른들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걸까? 누군가 아빠와 다른 여자가 함께 찍힌 사진을 보내기만 하면, 엄마는 이렇게 변해버렸다.“엄마...”권온유는 엄마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그러나 조순영은 갑자기 권온유의 손을 놓고는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더니 초조한 표정으로 그곳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권온유는 깜짝 놀라 인형을 떨어뜨렸다.“엄마!”“온유야,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조순영은 급히 돌아보며 외쳤다.“엄마 금방 올게!”권온유는 엄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홀로 서 있었다.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엄마는 아빠가 다른 여자가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엄마는 통제력을 잃고 온유를 혼자 내버려두곤 했다. 그러고 한참 후에야 멍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던 정대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요 며칠 동안 몇 번이나 이 모녀를 본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 여자는 자주 아이와 함께 식사하러 왔는데 가끔 혼자 올 때도 있었다...남편의 외도를 잡으려는 걸까?맞아, 틀림없이 그런 거다!정대명은 매일 호텔에 살면서 듣는 소문도 적지 않았다. 한 회장이라는 사람은 아내와 자식이 있음에도 바람이 잦았다고 하는데 그 회장은 차기 시장의 사위가 될 인물이라는 말도 있었다.정대명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이런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차피 남자가 바깥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니까.정대명은 다시 어린 소녀를 주시했다. 소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07화

    정대명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얼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며칠을 기다린 결과가 고작 최가원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었다.그럼에도 영미는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왔다.“정대명 씨, 대체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대단한 것도 아니고 아이 하나 훔쳐 오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젠장! 정대명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차라리 보석을 훔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하... 영미 아가씨.”마음속으로는 욕하고 있었지만, 얼굴엔 여전히 웃음이 서려 있었다.“이게, 그렇게 쉽지 않네요! 제가 며칠 동안 지켜본 결과, 그 경호원들이 전부 총을 들고 있더라고요. 제가 무턱대고 나서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정말 쓸모없네요.”영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내가 사람들까지 매수해 놨는데, 일을 이따위로 하다니!”정대명은 억눌린 분노를 꾹 참고 입을 다물었다.“말해 두겠는데요!”영미는 한발 더 나아가 말했다.“이 일 못 해내면, 화려한 호텔 스위트룸도 더 이상 못 쓰게 될 테고 돈 한 푼도 못 받는 줄 아세요! 다시 그 작은 산골 마을로 돌아가서 평생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하세요!”정대명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호사에 길든 사람이 다시 가난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최근 정대명은 오성에서 살아가며 화려한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영미는 정대명이 잘 먹고 살게 도와줬고 돈까지도 넉넉히 주니 점점 체면이 생기기 시작했다.호텔에서 정대명이 매일 스위트룸에서 지내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를 대단한 부자로 착각했고 그에게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이런 삶은 초라했던 지난날에선 꿈도 꾸지 못한 것이었다.고작 아이 하나 때문에 이 모든 걸 잃기엔 너무 아까웠다.정대명은 급히 전화기를 붙잡고 외쳤다.“영미 아가씨, 너무 흥분하지 마!”영미는 냉소적인 웃음을 흘렸다.“내가...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정대명은 어영부영 답했다.“겨우 아이 하나 가지고, 뭐 대단한 일도 아니지! 내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06화

    백인서는 웃으며 정승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정승우는 전혀 망설임 없이 백인서의 그릇에 고기가 많은 걸 보자마자 젓가락을 뻗었다.“너 지금 내 소고기를 뺏어 먹는 거야?”“사장님이 누나만 편애하는 거 아니에요? 고기를 이렇게나 많이 주다니!”“안 돼, 내 거야. 뺏어 먹지 마.”백인서는 웃으며 말했다.“이건 사장님이 특별히 주신 사랑의 소고기야!”“저는 성장기 남자애라 많이 먹어야 해요!”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면을 거의 다 비워가고 있었다. 백인서가 정승우에게 국수를 한 그릇 더 가져다주려고 일어서려는 순간, 달콤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고모!”백인서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예쁘고 앙증맞은 작은 공주가 백인서에게 달려왔다.“온유야?”권온유는 백인서에게 달라붙어 작은 머리로 백인서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정승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정승우는 이렇게 예쁜 여자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두 갈래로 묶은 머리에 공주 같은 퍼프 드레스를 입고, 마치 아까 놀이공원에서 본 백설 공주처럼 보였다.이 아이는 정말 동화 속에서 나온 공주일까?작은 소녀는 고개를 기울여 정승우를 한 번 바라보더니 달콤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백인서를 보며 물었다.“고모, 이 사람은 누구예요?”“이 사람은...”백인서가 대답하려던 찰나, 문밖에서 권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오빠는 학교에서 우등생이야.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거든. 온유도 나중에 커서 이 오빠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해.”백인서는 권욱을 올려다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여긴 어떻게 오셨어요?”“왜? 딸과 단둘이 외식하러 나오는 게 이상해?”“아니요.”백인서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권욱 씨가 이런 작은 가게에서 식사하실 줄은 몰랐어요...”“여기도 꽤 유명한 맛집이야!”권욱은 의자에 앉으며 사장에게 소고기 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오늘 주말이라 온유를 데리고 나왔는데, 이 녀석이 배고프다고 해서 핸드폰으로 근처 맛집을 검색해 보니 이곳 평이 좋더라고.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05화

    정승우의 머릿속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그 시절, 백인서는 낮에는 그를 등에 업고 다녔고 밤에는 재워주며 보살폈다. 따뜻함이라고는 거의 없었던 그의 삶에서 백인서는 유일하게 빛을 밝혀 준 존재였다.누가 세 살, 네 살 아이에게 기억이 없다고 했던가? 그 기억은 정승우의 성장 내내 곁을 지켜 주었고 다시 누나를 찾을 수 있도록 지탱해 주었다.“누나, 제발... 울지 마세요. 백 선생님!”백인서는 깜짝 놀라 정승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백인서는 정승우의 미소에 눈물을 멈췄다.두 사람은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우연히도, 이곳은 예전에 최지용이 백인서를 데리고 와 소고기 국수를 먹던 곳이었다.이번에도 그 가게 주인이 반갑게 맞이하며 다가왔다.“오, 이게 누구야! 귀한 손님이 오셨네!”그의 시선이 정승우에게로 멈췄다.“이 아이는?”“동생이에요!”정승우가 먼저 씩씩하게 대답했다.백인서는 미소를 지으며 주인에게 소고기 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주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한번 보고는 주방으로 돌아가 푸짐하게 고기가 올라간 소고기 국수를 내왔다.“얼른 먹어!”백인서는 젓가락을 건네며 말했다.“여긴 정직하게 장사하는 곳이라 양도 푸짐하고 맛도 아주 좋아. 지용 씨가 나를 데리고 왔던 곳인데...”최지용을 언급하자 백인서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정승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로 백인서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남자, 누나한테 잘해 줘요?”백인서는 모르는 척하며 대답했다.“무슨 남자?”“그러니까, 방금 말한 그 지용이란 사람 말이에요!”정승우는 더욱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숨기지 않아도 돼요. 산에 있을 때, 두 사람이 포옹하는 것도 봤고 그 사람이 누나한테 키스하는 것도 다 봤어요!”“정승우!”백인서는 정승우를 노려보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쏠렸다.“그만해!”백인서는 테이블 아래로 정승우의 다리를 가볍게 툭 차며 말했다.“애가 무슨 이상한 소릴 하고 있어!”“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04화

    어느 일요일, 정승우는 돈을 꼭 쥔 채 백인서를 찾아갔다.처음에는 백인서에게 밥을 사주고 싶었지만, 지금의 백인서는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맛있는 건 이미 다 먹어봤을 테니, 한 끼 식사가 백인서에게 그다지 특별할 리 없었다.그럼에도 정승우는 이 돈으로 어떻게든 백인서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결국 정승우는 백인서에게 이렇게 제안했다.“백 선생님, 우리 놀이공원 가요! 제가 살게요.”백인서는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정승우의 간절한 부탁에 결국 놀이공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사실, 백인서도 놀이공원은 처음이었다.오랜 시간 오성에서 살았지만, 이런 곳에 대해선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다. 여긴 웃음과 즐거움이 넘쳐흐르는 곳이었고 왠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상처럼 느껴졌다.늘 자신에겐 잿빛 하늘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으니까.최지용을 만난 후에도 이곳에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커플들이 관람차를 타면 결국 헤어진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백인서는 최지용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었기에 그 소문이 괜히 두려워 오지 않았던 것이다.“백 선생님, 무슨 생각 해요?”맑고 발랄한 목소리가 백인서를 현실로 끌어당겼다.백인서는 정승우의 미소 가득한 눈을 내려다보았다.“제가 이미 자유 이용권을 사뒀어요.”정승우는 백인서에게 자유 이용권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자유 이용권이 뭔지 아세요? 그거 있잖아요, 놀이공원의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통행증 같은 거요! 따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요!”“생각보다 똑똑하네.”백인서는 미소를 지었다.“적응력도 빠르고.”“똑똑하지 않으면 선생님을 즐겁게 해드릴 수 없잖아요!”“그래, 오늘은 네 말에 따를게.”백인서는 정승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먼저 어떤 걸 타볼까?”남자애들은 자극적인 놀이기구를 특히 좋아하곤 했다. 정승우는 백인서를 데리고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급류타기 같은 놀이기구들을 함께 탔다.하지만 백인서는 오히려 회전목마를 타고 싶었다.두 사람은 떠들썩한 놀이공원에서 땀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03화

    정승우는 정대명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정대명은 문을 열어 정승우를 들여보냈다. 정승우는 방 안을 둘러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이 방은 마치 금으로 뒤덮인 듯 반짝이고 있었다.정대명이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니.정승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저런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건가 생각했다.“여긴 왜 온 거야?”정대명은 거칠게 정승우의 등을 밀며 물었다.“지금 학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정승우는 정대명을 돌아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냥 좀 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왔죠.”“네가 날 보러 왔다고?”정대명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소리를 들은 듯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개자식이 언제부터 제 아비를 생각했다고! 흥!”정승우는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제정신이라면 주먹만 휘두르는 아버지를 그리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좋아요, 그러면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아버지 술 마실 시간 뺏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정승우는 정대명의 손에 들린 술병을 힐끔 보고, 시선을 그의 바지 주머니로 옮기며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저, 다 봤어요!”“뭐?”“그 여자가 아버지에게 돈을 준 거요.”정대명은 당황하며 정승우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정승우는 재빠르게 옆으로 비껴가며 비웃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저, 다 봤고, 다 들었어요! 두 분은 아무도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이 자식아, 헛소리하지 마!”정대명은 부끄러움과 분노에 휩싸였다. 또 영미의 경고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 일이 절대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급해졌다.“헛소리 아니에요.”정승우는 이례적으로 침착한 표정이었다.“아버지는 그 여자랑 손잡고 우리 누나를 모함하려는 거잖아요!”“이 자식이!”“아버지, 제 입을 막고 싶으시죠?”“뭐?”정대명은 얼떨떨해졌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이 일은 비밀로 해 드릴게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정승우는 천천히 말했다.“단, 입 막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02화

    영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정대명 씨! 말도 안 되는 말 좀 그만해요!”정대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영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영미가 정신 나간 사람이라도 되는 듯 쳐다보았다.뭐 잘못 말했나? 남자아이가 더 귀한 건 사실이잖아! 이 여자도 참, 돈이 될 만한 건 마다하고 오히려 돈이 안 되는 여자아이를 고집하다니!아휴, 역시 여자는 태생부터 천박한 존재야!정대명의 어리석고 근거 없는 우월감이 속에서 서서히 꿈틀거렸다.“영미 아가씨, 아직도 잘 모르겠어? 하하!”그는 들고 있던 술병을 흔들며 말했다.“여자애는 어차피 자라 봤자 시집가야 할 운명이야. 결국 여자는 남자의...”“닥쳐요!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영미는 더는 말로 설득할 여유가 없었다.“당신은 그저 이 아이를 데려오면 돼요. 제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요!”분노에 휩싸인 영미는 이성을 잃고 소리쳤고 여기가 호텔 뒤뜰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사람이 없다 해도 여긴 엄연한 공공장소였다.“정대명 씨.”영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 눈을 번뜩이고 정대명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두툼한 돈뭉치를 꺼내 정대명의 얼굴에 내던졌다.정대명은 순간 당황했다. 지폐가 비처럼 흩날리며 땅에 떨어졌다. 돈을 보는 순간 정대명의 두 눈은 탐욕으로 반짝였고, 그는 모든 것을 잊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지폐를 하나씩 주워 손에 꽉 쥐었다.영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제, 그 아이를 데려올 수 있겠죠?”정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당연하지! 영미 아가씨, 걱정하지 마. 아이 하나가 아니라 열 명이라도 데려올 수 있어!”“말귀를 알아듣기나 한 겁니까?”영미는 정대명을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 아이 하나뿐이라고요!”“알았어, 알았어.”돈을 다 주운 정대명은 몸을 일으켜 손가락에 침을 묻혀 돈을 세려다, 영미의 혐오 가득한 시선을 느끼고는 머쓱해졌다.정대명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옷에 닦고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01화

    정대명의 손이 살짝 떨렸다.오성에 오고 나서 정대명은 최씨 가문과 육씨 가문에 대한 소문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육씨 가문은 연예계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폭 배경의 가문이었다.“허허...”정대명은 쓴웃음을 지었다.“어린아이인데도 정말 대단한 배경을 가졌군. 태어날 때부터 복이 터졌어, 이렇게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나다니!”영미는 방금 새로 한 네일아트를 무심히 살펴보며 정대명의 말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영미 아가씨.”대명이 누렇게 변한 이를 드러내며 물었다.“저한테 이 사진을 주신 이유가 뭔가요?”“그 아이 어떻게 해서든 훔쳐 오세요.”“네?”정대명은 너무 놀라 휘청거릴 뻔했다.“왜 그러시죠?”영미는 고개를 돌려 정대명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당신네 마을은 인신매매가 심각한 곳으로 소문났잖아요. 아이나 여자를 납치하는 기술쯤은 다들 익혔다면서요? 심지어 당신 아내도 그렇게 끌려온 거 아닌가요? 흥, 아이 하나 훔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그게...”정대명은 말문이 막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굳어버렸다.“하하, 영미 아가씨, 너무 쉽게 말하네! 우리 마을에 끌려온 여자랑 아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문 인신매매범들이 하는 일이고 난 잘 몰라.”“정대명 씨.”영미는 진지한 눈빛으로 정대명을 쏘아봤다.“여기 호텔에서 지내시기에 편한가요?”“편안하지...”“그러면 계속 여기서 살고 싶다면 제 일을 도와줘야죠. 전에 분명 그렇게 말했잖아요.”“하지만 영미 아가씨...”“이 아이를 훔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영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정대명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아이는 지금 여덟 달 됐어요. 뒤집고 기어다니기도 하죠. 최씨 가문은 교육을 중요시하는 집안이라 벌써 조기교육을 시작했더라고요.”정대명은 '조기교육'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최씨 가문의 경호원 두 명을 이미 매수해 뒀어요.”영미는 정대명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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