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은 그림 전시회에 참가할 그림을 제출하는 날이다. 전시회에 참가하려는 학생들은 그림을 가져와야 했고 평심 위원의 초심과 재심을 거쳐 그림 전시회 조직 위원회의 마지막 심사를 받아야 했다. 항상 활동에 적극 참여하던 강소아는 오늘 웬일인지 등교 시간에 맞춰서 학교에 왔다. 게다가 반급 문 앞에서 한 학생을 만났다.“소아야...”“무슨 일이야?”그 여학생은 평소 정직하고 온순했으며 강소아의 그림 “반딧불이”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강소아가 일부러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이다.“소아야, 이 그림을 가져왔구나?”“물론이지!”강소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대답했다.“이건 그림 전시회에 참가할 그림이야!”“그런데...”여학생이 교실을 가리켰다.강소아가 교실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학생들이 구자영을 둘러싸고 있었다. 기고만장한 구자영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중이었다.“이 ‘반딧불이’는 내가 며칠 동안 생각해서 연구해 낸 거야! 어때? 특별하지?”“그림의 톤도 내가 하나하나 그려낸 거야... 엄청 힘들었어. 2박 2일 동안 꼬박 그렸지, 뭐야! 이 그림은 내가 심혈을 기울여 그린 작품이야.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경매 회사에 팔 거야!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다음 해에 개인 그림 전시회를 열어주겠대. 그때 가서 이 그림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을 거야!”여학생은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강소아의 억울함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강소아는 웃으며 듣고 있었다. 구자영, 네가 말한 대로 꼭 그림 전시회를 열고 그 그림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아야 해!“소아야!”여학생이 난처해하며 말했다.“구자영이 그린 그림이 왜 네가 그린 거랑 똑같지? 이틀 전에 화실에서 너의 그림을 볼 때 구자영은 시작도 안 했어. 이건 분명...”“어머, 강소아?”구자영의 목소리가 들렸다.“교실 문 앞까지 왔으면 얼른 들어와.”강소아가 그림을 들고 들어가자 그림을 본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두 그림이... 똑같다니? 하지만 필치나 색조는
“실은 ‘반딧불이’는 참 좋은 작품이야. 상 받을 가능성도 크고. 강소아는 상과 인연이 없나 봐.”박나연이 강소아의 손을 가볍게 끌어당겼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강소아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소아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구자영이 떠드는 소리를 사람들이 다 듣기를 바랐다!“왜? 할 말 없어?”구자영은 아직도 강소아 앞에서 거들먹거렸다.“흥, 강소아. 나 표절한 거 맞아. 어때? 날 때릴 거야? 아니면 폭로할 거야?”강소아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구자영을 쳐다보았다. 구자영이 핸드폰을 보더니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내 그림은 이미 재심조에 넘겨졌대... 강소아, 다 네 덕분이야! 상금을 받으면 밥 살게. ‘강아지 사료’를 먹는 건 어때?”“고마워,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강소아는 아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강아지 사료’는 너 혼자 먹어. 넌 원래 많이 먹잖아. 적게 먹고 영양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다음에 표절하고 싶어도 표절할 힘이 없게 되잖아.”“너...”옆에서 구경하던 학생들이 강소아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낸 뒤 다른 데로 가버렸다. 강소아는 며칠 동안 참았다. 그녀의 마음은 아주 평온했다. 구자영의 그림이 재심조를 거쳐 그림 전시회 조직 위원회, 외국 전문가 평심회, 최종 심사까지 받는 걸 그녀는 지켜보았다. 게다가 구씨 가문은 구자영을 위해 인기몰이를 했으며 구자영을 예술 소녀의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다. 인터넷에서 종종 구자영이 “반딧불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으며 다재다능한 금수저, 청순하고 귀여운 부잣집 딸이라는 타이틀을 볼 수 있었다. 구자영은 하늘에 날아오르는 듯하였다. 그러나 일주일 후. 이른 아침, 강소아가 일어나서 운동하고 있는데 조깅을 마치고 온 최군형이 핸드폰을 그녀에게 들이댔다. 인터넷에는 구자영이 표절했다는 소식으로 도배되었다! 강소아가 웃었다.“벌써 들켰네!”최군형은 좋아요가 가장 많은 댓글을 보라고 했다.“이 그림은 남양 화가 윤문희 선배님이 그린 그림인데 구자영은 자기가 그렸다
"그런데..."강소아는 의아해서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화가를 아시는 거예요?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안 거예요?”최군형은 그녀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는 머리를 굴려 그럴듯한 핑계를 대려 했다.그는 어릴 때부터 최군성한테서 들은 엄마 아빠의 연애사가 갑자기 떠올랐다.그는 이런 것에 서투른 편이지만, 최군성은 염탐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매달려 물어보았다. 그러고는 말을 다시 예쁘게 다듬어 그에게 들려주었다.그는 잠시 생각했다. '듣기로는 아버지께서도 신분을 숨기고 엄마를 속인 적이 있다고 하던데. 심지어 몇 번이나 엄마한테 들킬 뻔했지만 결국에는 들키지 않았다고 했는데. 듣기로는... 아버지는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쓰셨을까?'최군형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열심히 굴렸는데, 조급해할수록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특히 강소아의 맑고 깨끗한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말이다.최군형은 생각했다. '동생이 옆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그 녀석은 진짜 배우 수준으로 눈 깜빡 안 하고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데...'"군형 씨..." 그가 말을 하지 않을수록 강소아는 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냐고요? 그리고 그 사이트...어떻게 VIP 계정이 생기셨어요?”"당신 옛날에...다른 사람에게 위조 증명서를 발급한 적 있죠?"강소아는 스스로 판단하며 물었다. "설마 남의 계정을 훔칠 줄도 아는 거예요?”최군형은 귀가 솔깃했다. 이만큼 좋은 핑곗거리는 없었다. "정말 똑똑하네요!”"네?" 강소아는 어리둥절해서 하며 물었다. "제 말이 맞아요?”"맞아요, 맞아요!" 최군형은 머리로 마늘을 찧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왜 그런 계정을 훔친 거예요? 당신은 경매장의 전문가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이 윤씨 선배님의 그림이 이렇게 값진 줄 어떻게 알았어요?”최군형은 또 할 말을 잃었다."둘이 여기서 뭐 하는 거야?이때 소정애가 부엌에
"아이고, 군형아!"소정애가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이 기름이 공짜인 줄 알아? ”그러나 이때 최군형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빨리 움직여!"소정애는 그의 등을 한 대 치며 말했다. "빨리, 냄비에 기름을 이 빈 그릇에 부어...”최군형은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처럼 한 손에는 솥을 들고 다른 손에는 그릇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됐어, 빨리 나가!"소정애가 그릇을 뺏어오며 말했다."더는 너한테 시키면 이 부엌이 오늘 오후를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최군형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소정애가 미는 대로 밖으로 밀려 나갔다.그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방금 한 말이 계속 떠올랐다..."아주머니." 그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 "그 말 진심이세요?”소정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무슨 말?”"가짜 결혼 증명서를 진짜로 바꾸고 싶다고 한 거 말이에요...”"저리 가, 저리 가!" 소정애는 얼굴에 아직 분노가 남아 있었지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먼저 내 땅콩기름을 물어주고 나서 다른 얘기를 해!”그리고 주방 문을 잡아당기더니 최준형을 문밖으로 내쳤다.최군형은 멍하니 현관으로 걸어갔다.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그는 맑은 하늘을 보며 여름 공기의 향기를 맡았다.그는 그제야 바보같이 계속 웃었다.그는 조금 후회했다, 그때 진짜 결혼을 했었어야 했다고 말이다. 그러면 지금 처리할 일이 하나 더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에 그와 강소아는 거의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낯선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말이 되지 않았다. 1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그는 점점 더 이 집에 잘 융합될 수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결혼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최군형은 잠시 생각했다. '1년 정도라...장모님이 주신 시간은 정말 일리가 있네!'그는 보기 드물게 휘파람을 불며 아이처럼 방실방실 웃었다.
구자영은 요즘 거리를 지나는 쥐와 같이 어디를 가든 누군가가 그녀의 등골을 찔렀다.뻔뻔하게 학교에 오려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꼭 싸매고 누구도 자신을 못 알아보게 했다. 그러나 주위의 비웃음 소리는 시시각각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같은 반 아이들은 이제 그녀가 강소아에게 한바탕 당했다는 것을 안다.구자영은 그들이 자기편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강소아가 윤문희의 그림을 먼저 표절한 거지, 내가 아니야.”"구자영, 작작 하시지?"박나연이 먼저 반박해 말했다. "네가 심술궂게 굴지 않고 강소아의 그림을 표절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그러게 말이지..."이어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게다가 심사위원으로 보내진 것은 너의 그 그림이지 강소아 것도 아니잖아! 어쩌면 강소아는 그냥 어쩌다 그림을 따라 그리고 싶어서 그린 것일지도 몰라.”"평시에 구씨 아가씨가 강소아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다들 봐왔거든? 정말 쌤통이다!”"너희들...”구자영은 자기편을 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부끄럽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는 돌아서서 교실을 뛰쳐나갔다.평소에 그녀가 강소아를 괴롭힌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이 계집애들한테는 야박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인터넷에서 꾸지람 받고 조롱당하는 처지가 되니 다들 하나같이 태도를 바꿔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요즘 최군형도 인터넷 소식을 자주 살펴보고 있었다. 비록 그는 사이버 폭력이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가끔 키보드만 말투를 따라 해서 구자영을 욕하기도 했다. 이날 그는 게시물을 보고 최군성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그동안 고생 많았다.”최군성은 잠이 덜 깼는데, 이 말을 듣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생각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형이 나한테...고생했다고 하는 거야?'"괜...괜찮아, 이 정도로 고생할 것까지야!”최군성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아무도 그가 요 며칠 동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른다. 최군형이 구자영의 표절
이 장면은 구봉남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직 이렇게 젊은데 어쩌다가...”"콜록콜록!"최군형은 세게 기침을 해댔다.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강소아의 작은 손은 그를 꽉 조였고, 필사적으로 그를 향해 눈짓하였다."어... 네."그는 몇 마디를 간신히 짜냈다."설탕 음식은 잘 못 먹어요...”그는 속으로 자신을 이해시켰다. 자기는 원래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말이다. 말을 마친 그는 강소아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최군형은 왠지 모르게...기분이 나빴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집에 가서 정애 아주머니가 안 계실 때 혼 좀 내줘야겠어!'"그렇군요."구봉남은 똑똑해서 빨리 눈치를 챘지만, 두 사람의 말에 따라 계속 말했다. "아니면 제가 요리를 몇 개 바꿔드릴까요?”"귀찮게 할 것 없어요."최군형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부부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식사를 위해서가 아니잖아요. 무슨 할 말 있으면 바로 하세요, 저와 아내는 다른 일이 있어서...”구봉남은 잠시 멈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눈을 두 번 돌렸다.최군형은 뭔지 모르게 매서운 압박감이 있었고, 턱선이 진하고 눈도 커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이것은 그가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아주 달랐다.그리고 최군형 곁에 있는 강소아는 어찌나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어떻게 보아도 이 싸늘한 얼굴의 거친 남자와는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았다.뭔지 모르게 구봉남의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그는 속으로 강소아 같은 여자애는 분명 더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 조카딸이 세력을 믿고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그녀는 최군형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이 생각에 구봉남은 약간 미안한 눈빛으로 강소아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자, 그럼 두 분과 더는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두 사람을 초대한 것은 확실히 내 조카 자영이를 위해서
"이 일은 원래부터 구자영이 스스로 벌린 거예요."말을 마친 최군형은 강소아를 끌어 일으켰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이 식사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방금 말씀하신 것을 저희는 못 들은 것으로 할게요. 만약 당신이 집요하게 계속 우리를 귀찮게 한다면, 다음번의 구씨 집안과 만남은 법정일 것입니다!”"최군형 씨, 잠깐만요."구봉남이 그를 불렀다."정말 상의할 여지가 없는 거예요?”"제 남편이 없다고 하면 없는 거예요."강소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조카딸을 보호하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되겠죠?”"내가 강소아 씨에게 구성 그룹의 인턴 자리를 줄 수 있다면요?”"뭐라고요?”강소아는 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최군형은 눈살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그는 몰래 그녀의 작은 손을 가볍게 두 번 쥐었다. 마치 그녀의 옆에 자기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구성 그룹의 인턴 자리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구봉남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원한다면 인턴은 물론 졸업 후 정규직 일자리도 제가 마련해 줄 수 있어요.”"어떻게 생각하시는지?”"구성 그룹의 자리는 정말 구하기 어렵긴 하죠."최군형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 소아가 자기의 원칙을 깨뜨리게 할만큼은 아니에요.""오히려 구봉남 씨는..."그는 구봉남을 보며 말했다. "당신은 능력이 탁월한데, 어떻게 구자영 같은 사람을 위해 나서는 사람의 처지로 된 거예요?”구봉남은 얼굴빛을 흐리며 당당하게 말했다."그래도 제 조카딸인걸요? 저는 비록 출신이 좋지 않지만, 저와 큰형은 결국 한 가족이에요.”"그래요?" 최군형이 눈썹을 추켜올렸다. "구성 그룹이 구자영의 손에 넘어간다고 해도, 당신은 빼앗지 않고 기꺼이 그녀의 밑에 있겠다는 말씀인가요?”구봉남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최군형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그는 수없이 달갑지 않게 여겼지만, 결국
오성.육 씨 집안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린 최군성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눈에 작고 가녀린 인영이 보였다.그는 정신을 번뜩 차리고 급히 차에서 내려 여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조금 놀란 듯했다.최군성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놀란 모습이 퍽 귀여웠다. 작고 하얀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깔끔하게 떨어지는 똑 단발이 그녀의 미모를 더욱 부각했다. 한눈에 두드러지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예뻤다. 다만 입술이 조금 창백할 뿐이었다.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온 사람 같았다.최군성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냅다 손을 흔들고는 허리에 손을 척 얹고 느끼하게 웃으며 말했다.“소유 안녕!”육소유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손은 최군성을 경계하는 듯 가슴 앞에 모아져 있었다.최군성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왜, 나 모르겠어? 나잖아, 군성 오빠! 지난번에 우리 형이랑 너희 집에 왔었는데, 형만 기억하고 난 모르겠어?”육소유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요 며칠 계속 너희 집에 왔었는데! 나 기억하지? 근데 내가 올 때마다 왜 계속 방에 들어가 있어?”육소유는 최군성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조금은 경계를 푸는 듯했지만, 몸 앞의 손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최군성이 말꼬리를 늘이며 말했다.“그러니까... 너무 한 쪽에만 마음 쓰지 마! 너 어릴 때도 내가 너랑 더 많이 놀았어!”육소유가 두어 걸음 물러섰다. 커다란 눈에 아직도 경각심이 가득 차 있었다.최군성이 인상을 썼다. 형이 맡겨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리라 다짐했었다. 최군형이 육소유와 가짜 연애를 하기 싫다면, 최군성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 된다. 이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만 확보하면 될 것이었다.하지만 하루 종일 낑낑댔는데도 육소유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정신병자를 보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최군성은 영문을 몰랐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남양을 휘어잡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