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은 요즘 거리를 지나는 쥐와 같이 어디를 가든 누군가가 그녀의 등골을 찔렀다.뻔뻔하게 학교에 오려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꼭 싸매고 누구도 자신을 못 알아보게 했다. 그러나 주위의 비웃음 소리는 시시각각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같은 반 아이들은 이제 그녀가 강소아에게 한바탕 당했다는 것을 안다.구자영은 그들이 자기편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강소아가 윤문희의 그림을 먼저 표절한 거지, 내가 아니야.”"구자영, 작작 하시지?"박나연이 먼저 반박해 말했다. "네가 심술궂게 굴지 않고 강소아의 그림을 표절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그러게 말이지..."이어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게다가 심사위원으로 보내진 것은 너의 그 그림이지 강소아 것도 아니잖아! 어쩌면 강소아는 그냥 어쩌다 그림을 따라 그리고 싶어서 그린 것일지도 몰라.”"평시에 구씨 아가씨가 강소아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다들 봐왔거든? 정말 쌤통이다!”"너희들...”구자영은 자기편을 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부끄럽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는 돌아서서 교실을 뛰쳐나갔다.평소에 그녀가 강소아를 괴롭힌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이 계집애들한테는 야박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인터넷에서 꾸지람 받고 조롱당하는 처지가 되니 다들 하나같이 태도를 바꿔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요즘 최군형도 인터넷 소식을 자주 살펴보고 있었다. 비록 그는 사이버 폭력이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가끔 키보드만 말투를 따라 해서 구자영을 욕하기도 했다. 이날 그는 게시물을 보고 최군성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그동안 고생 많았다.”최군성은 잠이 덜 깼는데, 이 말을 듣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생각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형이 나한테...고생했다고 하는 거야?'"괜...괜찮아, 이 정도로 고생할 것까지야!”최군성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아무도 그가 요 며칠 동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른다. 최군형이 구자영의 표절
이 장면은 구봉남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직 이렇게 젊은데 어쩌다가...”"콜록콜록!"최군형은 세게 기침을 해댔다.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강소아의 작은 손은 그를 꽉 조였고, 필사적으로 그를 향해 눈짓하였다."어... 네."그는 몇 마디를 간신히 짜냈다."설탕 음식은 잘 못 먹어요...”그는 속으로 자신을 이해시켰다. 자기는 원래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말이다. 말을 마친 그는 강소아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최군형은 왠지 모르게...기분이 나빴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집에 가서 정애 아주머니가 안 계실 때 혼 좀 내줘야겠어!'"그렇군요."구봉남은 똑똑해서 빨리 눈치를 챘지만, 두 사람의 말에 따라 계속 말했다. "아니면 제가 요리를 몇 개 바꿔드릴까요?”"귀찮게 할 것 없어요."최군형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부부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식사를 위해서가 아니잖아요. 무슨 할 말 있으면 바로 하세요, 저와 아내는 다른 일이 있어서...”구봉남은 잠시 멈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눈을 두 번 돌렸다.최군형은 뭔지 모르게 매서운 압박감이 있었고, 턱선이 진하고 눈도 커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이것은 그가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아주 달랐다.그리고 최군형 곁에 있는 강소아는 어찌나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어떻게 보아도 이 싸늘한 얼굴의 거친 남자와는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았다.뭔지 모르게 구봉남의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그는 속으로 강소아 같은 여자애는 분명 더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 조카딸이 세력을 믿고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그녀는 최군형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이 생각에 구봉남은 약간 미안한 눈빛으로 강소아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자, 그럼 두 분과 더는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두 사람을 초대한 것은 확실히 내 조카 자영이를 위해서
"이 일은 원래부터 구자영이 스스로 벌린 거예요."말을 마친 최군형은 강소아를 끌어 일으켰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이 식사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방금 말씀하신 것을 저희는 못 들은 것으로 할게요. 만약 당신이 집요하게 계속 우리를 귀찮게 한다면, 다음번의 구씨 집안과 만남은 법정일 것입니다!”"최군형 씨, 잠깐만요."구봉남이 그를 불렀다."정말 상의할 여지가 없는 거예요?”"제 남편이 없다고 하면 없는 거예요."강소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조카딸을 보호하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되겠죠?”"내가 강소아 씨에게 구성 그룹의 인턴 자리를 줄 수 있다면요?”"뭐라고요?”강소아는 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최군형은 눈살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그는 몰래 그녀의 작은 손을 가볍게 두 번 쥐었다. 마치 그녀의 옆에 자기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구성 그룹의 인턴 자리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구봉남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원한다면 인턴은 물론 졸업 후 정규직 일자리도 제가 마련해 줄 수 있어요.”"어떻게 생각하시는지?”"구성 그룹의 자리는 정말 구하기 어렵긴 하죠."최군형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 소아가 자기의 원칙을 깨뜨리게 할만큼은 아니에요.""오히려 구봉남 씨는..."그는 구봉남을 보며 말했다. "당신은 능력이 탁월한데, 어떻게 구자영 같은 사람을 위해 나서는 사람의 처지로 된 거예요?”구봉남은 얼굴빛을 흐리며 당당하게 말했다."그래도 제 조카딸인걸요? 저는 비록 출신이 좋지 않지만, 저와 큰형은 결국 한 가족이에요.”"그래요?" 최군형이 눈썹을 추켜올렸다. "구성 그룹이 구자영의 손에 넘어간다고 해도, 당신은 빼앗지 않고 기꺼이 그녀의 밑에 있겠다는 말씀인가요?”구봉남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최군형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그는 수없이 달갑지 않게 여겼지만, 결국
오성.육 씨 집안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린 최군성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눈에 작고 가녀린 인영이 보였다.그는 정신을 번뜩 차리고 급히 차에서 내려 여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조금 놀란 듯했다.최군성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놀란 모습이 퍽 귀여웠다. 작고 하얀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깔끔하게 떨어지는 똑 단발이 그녀의 미모를 더욱 부각했다. 한눈에 두드러지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예뻤다. 다만 입술이 조금 창백할 뿐이었다.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온 사람 같았다.최군성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냅다 손을 흔들고는 허리에 손을 척 얹고 느끼하게 웃으며 말했다.“소유 안녕!”육소유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손은 최군성을 경계하는 듯 가슴 앞에 모아져 있었다.최군성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왜, 나 모르겠어? 나잖아, 군성 오빠! 지난번에 우리 형이랑 너희 집에 왔었는데, 형만 기억하고 난 모르겠어?”육소유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요 며칠 계속 너희 집에 왔었는데! 나 기억하지? 근데 내가 올 때마다 왜 계속 방에 들어가 있어?”육소유는 최군성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조금은 경계를 푸는 듯했지만, 몸 앞의 손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최군성이 말꼬리를 늘이며 말했다.“그러니까... 너무 한 쪽에만 마음 쓰지 마! 너 어릴 때도 내가 너랑 더 많이 놀았어!”육소유가 두어 걸음 물러섰다. 커다란 눈에 아직도 경각심이 가득 차 있었다.최군성이 인상을 썼다. 형이 맡겨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리라 다짐했었다. 최군형이 육소유와 가짜 연애를 하기 싫다면, 최군성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 된다. 이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만 확보하면 될 것이었다.하지만 하루 종일 낑낑댔는데도 육소유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정신병자를 보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최군성은 영문을 몰랐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남양을 휘어잡을 정도로
최군형이 침묵을 지켰다. 그 아이가 정말 소유라면, 모든 게 낯설어졌다 하더라도 어릴 적의 기억이 남아있기에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최군성이 말한 육소유는 만사에 경계심을 곤두세운 채였다. 뭔가를 들키는 걸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여보세요? 형? 듣고 있어?”“응, 듣고 있어.”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답했다. 그는 가게 문을 닫고는 문가에 서서 통화를 이어갔다.“군성아, 이 일은 네가 맡아야 할 것 같다.”최군형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전화기 저편에서 최군성의 비명이 울렸다. 최군형은 웃음을 참으며 애써 진지하게 말했다.“생각해 봐, 네가 이렇게 오래 노력했는데, 좀만 더 하면 될 거 같지 않아? 내가 간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 얼마나 힘들어!”“꼭 그렇다고는 못하지. 나보다 형이 소유 마음에 더 들 수도 있잖아. 누가 형더러 육씨 가문 사위...”“무슨 소리야!”최군형이 낮게 말했다. 최군성은 순간 조용해졌다가 풉 하고 웃었다.“형, 왜 이렇게 돌아오기 싫어하는 거야? 강주에서 결혼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너...”최군성이 말을 이었다.“정말 이렇게 동생을 희생해도 되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야?”최군형이 익숙하게 동생의 물음을 맞받아쳤다.“우리 둘 다 그렇게 될 수는 없잖아, 한 명이 희생하고 한 명은 머리를...”“왜 희생하는 건 나고 머리 쓰는 건 형이야?”“난 어릴 적부터 너보다 총명했으니까!”“형...”“하지만 넌 나보다 잘생겼잖아! 그것도 아주 많이.”최군형이 웃으며 말했다. 최군성이 곰곰이 생각했다.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어릴 적 부모님이 형제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은 최군성을 더 귀여워했다. 차가운 표정의 최군형은 크게 환영받는 편은 아니었다.최군성이 찜찜한 듯 대답했다.“음... 그래. 그럼 나 계속해?”“응, 당연하지!”“형, 우리 친형제인 건 알지?”최군성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최군형이 작게 웃더니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육소유 얼굴은
한참 뒤 최군형이 머리를 끄덕였다.“응, 네 말이 맞아...”그는 강씨 집안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를 떠올렸다. 강우재와 소정애, 강소준은 얼핏 보아도 한 가족이었다. 강소준의 얼굴에는 강우재와 소정애의 얼굴이 동시에 들어있었다.하지만 강소아는 아니었다. 딸은 아버지를 닮는다고 했는데, 강우재와 강소아를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여보세요, 형? 뭐 하는 거야?”최군형이 한참이나 대답이 없자 최군성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에 최군형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어, 아무것도 아니야. 곧 집에 도착하니까 끊어. 일찌감치 자고.”“어차피 잠 다 깼는데 좀만 더 얘기하자! 별장 살아서 다른 사람도 없는데, 영상 통화라도 할래?”최군성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군형이 강하게 대답했다.“됐어! 나 별장 안 살아. 그리고... 식구들 다 잠들었는데, 깨우기 싫어.”그 말에 최군성은 잠이 번뜩 깼다.“뭐? 식구들?”“어, 식구들... 그게 뭐 어때서!”최군형이 이미 집 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최군성의 고함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고는 아예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최군형은 작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집에 들어서서 2층으로 올라가 강소아를 봤다. 날이 더웠기에 강소아의 방문은 열려있었다. 최군형은 문밖에서 문틈 사이로 그녀를 훔쳐봤다. 깊이 잠든 강소아의 모습이 보이고, 머리맡에 놓인 강소아 이름이 써진 최군형 그림이 보이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최군형의 가슴이 움찔했다.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낯선 도시에 이렇게 많은 정을 주게 될 줄 몰랐다. 그를 이곳에 남아있게 한 것이 한순간의 설렘이 될 줄도 몰랐다.......강우재는 그만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소정애는 그를 타박하면서도 강우재의 시중을 들어야 했다. 집에는 학생 둘까지 있었기에 가게는 최군형에게 완전히 맡긴 채였다.최군형은 홀로 몇 사람의 일을 감당해냈다. 화물 운반, 진열, 장부 정리와 수금까지.게다가 가게 문을 열기 전에는 먼저 강소아를 학교까지 데
최군형이 웃음을 참았다.‘방금 말을 녹음해서 아빠한테 들려줄걸!’최연준 말고 또 누가 그렇게 살까?소정애가 웃으며 최군형을 바라보았다.“군형아! 점심으로 뭐 먹고 싶어? 만들어줄게!”“아뇨, 괜찮아요. 아줌마는 집에서 아저씨 간호하고 계세요, 전 가게에 가볼게요.”최군형이 급히 몸을 일으켜 빠르게 집 문을 나섰다. 소정애가 그의 뒤에서 외쳤다.“소아 오후에 공강이라 가게로 가라고 했어. 둘이 같이 일해!”최군형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남아서 밥 먹으라는 소리겠거니 하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최군형이 작게 웃으며 발길을 다그쳤다.......오후의 가게는 별 손님 없이 한산했다. 그도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계산대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이고, 군형이 혼자 있어?”최군형이 깜짝 놀라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중년 여성은 조금 살이 오른 몸매에 과하게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었다. 명품 백도 그녀의 손에 들리니 짝퉁 같아 보였다. 그녀는 눈이 휘어지라 웃으며 최군형을 빤히 쳐다보았다.최군형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정애의 파마도 이 사람의 머리 스타일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여자는 최군형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군형아, 멍하니 뭐 해? 나 잊어버린 거야? 나잖아, 미자 아줌마!”최군형은 열심히 머릿속으로 “미자 아줌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생긴 사람을 봤던 것 같기도 한데, 이름이... 우미자?그 집은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소정애와 우미자는 종종 함께 춤을 추러 다녔으나 둘 다 서로를 썩 좋아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껍데기뿐인 관계라는 것이다. 둘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있었다.우미자에게도 딸이 있었는데, 마침 강소아의 또래였다. 하지만 그 딸은 강소아처럼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라, 평범한 기술을 배워서 평범한 월급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그래서 우미자는 종종 소
우미자는 최군형이 흥미를 보이자 더욱 기뻐하며 말을 늘어놓았다.“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사실 우리 모두 의심하고 있어. 소아는 훔쳐 온 아이가 아닌가 하고.”“네? 아줌마, 근거 없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장모님, 장인어른이 어떤 분인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얘,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난 차마 네가 속는 꼴 못 보겠어, 그 부부, 겉보기엔 착한 사람들 같아도 실제로 어떨지는 몰라! 지내봐야 알 거 아니겠어? 아예 근거 없는 말도 아니야. 20년 전, 그 부부한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오성의 큰 병원에 갔었어. 그런데 돌아올 때 그 아이를 안고 있었다니까! 하, 오성에 가기 전부터 이미 임신한 상태였다고 어찌나 잡아떼던지.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다가 오성에 가서 낳은 거라고 했어. 속일 게 따로 있지... 그 아이는 적어도 한 살은 돼 보였어, 이미 걸을 줄도 알았다고. 군형아, 몇 개월 만에 걸음마를 떼는 아이를 본 적 있어?”최군형이 인상을 썼다.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 같았다. 앞이 출구라는 걸 알면서도 안개에 가려져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군형아, 내 말이 맞는 것 같지 않아?”최군형은 말이 없었다. 우미자는 그의 침묵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더욱 흥분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군형아, 이 가족을 경계해야 해! 강우재와 소정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소아 같은 자식을 낳겠어? 그게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소아는 절대 그들 친자식이 아니야. 하, 그러면 당연히 대우도 다르겠지. 지금이야 잘해준다고 하지만, 그 집엔 아들 하나가 더 있잖아! 이 가게도, 그들의 재산도 모두 아들 몫이 될 거야. 강소아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우리 집은 달라. 우리 집엔 외동딸 하나밖에 없거든. 나중에 우리 재산은 모두 내 딸이 가져갈 거야.”우미자는 확신했다. 우씨 집안의 이발소들은 최군형에게 엄청난 유혹이 될 거라고.하지만 최군형은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쏘아볼 뿐이었다.우미